2017년 1월에, 저는 서울대-해비타트 봉사단의 일원으로 필리핀 세부 반타얀에 다녀왔습니다. 저는 팀 내에서 언어 쪽 일을 맡았는데 일을 좀 게을리 해서 학기가 끝나고야 본격적으로 시작을 했어요.


 문제는, 필리핀은 여러 많은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반타얀에서 사용하는 현지어는 따갈로그가 아니란 거죠. 물론 필리핀 사람들, 따갈로그나 영어도 알아듣고는 합니다만, 거기 가서 그 지역의 말을 몇 마디라도 쓰자는 취지로 배우는 건데 영어나 따갈로그로 '퉁'치기에는 뭔가 아쉬웠습니다.


 대충 리서치를 해 보니, 우리가 가는 반타얀에서 원래 쓰이던 말은 '반타야논(Bantayanon)'인데, 옆의 세부에서 쓰이는 '세부아노(Cebuano)'와 같은 비사야 어족이라서 유사하기도 하고, 세부의 영향을 많이 받아 그냥 자신들도 "원래 세부아노 쓴다."고 할 정도라고 해서, 세부아노 언어 책자를 만들어야겠다 하고 결심했습니다.


 다만 한국어로 나와 있는 세부아노 책도 하나도 없고, 인터넷에도 체계적으로 정리된 게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하나도 없어서, 영미권 웹을 뒤지다 결국 책을 한 권 샀습니다.




A HANDBOOK OF CEBUANO VISAYAN

이름 보시면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핀란드 사람이 쓴 책입니다. 그래서 괜히 반가웠습니다.^_^;




 단기 봉사단에 필요 없을 정도로, 정말 설명이 자세합니다.

 이 책은 갔다 와서 기증하려 했는데, 아직 집에 쳐박아두고 있었네요. 생각난 김에 서울대 중앙도서관에 일단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내일 아침 도서관에 문의해 봐야겠네요. 그렇게 장서가 많은 서울대 도서관에 세부아노 책 한 권 없는 게 너무 마음의 상처였어서요. 직접 구매하시면 가격은 2만원 정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솔직히 500페이지 가까이 되고 엄청 자세해서(친절한 책은 아니지만) 공부하며 돈이 아까울 만한 책은 아닙니다.









 그래서 뭐 이걸 바탕으로, 여러 영어권/필리핀권 웹사이트들을 참조해 가며 최대한 벼락치기해서 만든 게, 지금 올린 pdf 파일입니다. 사실 앞부분 의욕에 가득차 만들다가 가장 다채로운 동사 파트에서 포기해 버려서 이걸 유용하게 사용하실 분들이 많을까 고민했는데, 제가 처음 세부아노 언어 책자를 만들어야겠다고 인터넷을 뒤지고 다녔을 때의 답답함이 생각나 일단 공유합니다. 




 만약 나중에, 혹은 곧 가는데 현지어를 배워야 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신다면, 전 꼭 배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몇 마디 암기해 가는 건 필수고, 여유가 있다면 아주 간단한 회화 가능할 정도만 어휘를 알아 가세요. 언어에도 권력관계가 존재합니다. 몇 마디 못 하고 현지 사람들도 영어를 하긴 한다고 하더라도, 세부아노로 말 거는 것, 따갈로그로 말 거는 것, 영어로 말 거는 것은 청자에게는 굉장히 큰 차이입니다.






아래는 랭귀지 북 내용 캡쳐입니다. 세부아노도 1도 모르고 디자인도 모르는 아무것도 아닌 문과 졸업생이 오랫만에 인디자인 쓰려니 힘들었습니다ㅠㅠ



마지막 시는 제가 봉사 끝나고 헌정식 때 낭독한 시입니다. 사실 헌정식에 아주 적합한 시는 아니지만 너무 느낌이 좋아 읽고 싶었습니다...ㅠㅠ






※ 활용, 출력, 재배포 등등 환영합니다. 다만 상술한대로 여러 소스에서 짜깁기한 것이니 신뢰성은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상업적 이용은 제가 사용한 디자인의 원 저작권 문제(서울대 봉사단 모집 포스터에서 가져옴) 때문에 힘들 것 같습니다.


Cebuano_Language_Book.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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