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14일, 금요일




 어제 제가 마지막에 헤어드라이어와 슬리퍼를 산답시고 몇 시간을 허비하셨던 것을 글을 열심히 읽으셨던 블로그 독자 분들은(그런 분이 계실진 모르겠으나)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덕분에 관광 스팟은 우스펜스키 성당과 에스플라나디 공원 정도밖에 가지 못했었죠. 













 제가 여행객 신분이었다면 빡세게 돌아서 헬싱키를 이미 다 보고도 남을 만한 시간이 흘렀지만, 학기보다 먼저 와서 체류 중인 교환학생이라는 어정쩡한 신분에 어정쩡한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 보니, 여행 일정도 어정쩡하게 틀어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젠 그 어정쩡한 상황을 탈피하고자, 가져오고서도 거의 활용도 못한『론리 플래닛 북유럽』에 있는 주요 관광지들을 가 보고자 결심했습니다.













 즉, 앞으로의 모든 헬싱키 시내 관광을 끝내기 위한 관광이 시작된 것입니다.










THE TOUR TO END ALL TOURS...








 관광을 결심한 저의 마음가짐은 마치 1차대전당시의 자원병들처럼 결의와 희망에 가득차 있습니다. 이런 희망이 참호전의 절망으로 바뀌는 일이 없어야 할터인데 과연 ㅠㅠ










 이런 비장한 결의에 힘입어 저는 아침에 일어납니다. 아침 오오. 대체 아침에 일어난 것이 얼마만인가... 













 그리고 갑자기 든 생각이 있었습니다.



 내가 다시 핀란드에 온다면, 언제 다시 오게 될까? 아마 시간이 꽤 흐른 뒤가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이 앞으로 10년간 핀란드에서 보내는 마지막 여름이 될텐데, 다시는 갈 수 없는 곳을 찾아가는 게 맞지 않을까?

















... 마치 백년의 고독 같았던 기나긴 고독의 끝에서 저는 결심했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아이슬란드로 간다!



그래 이것이 나의 인생... life...






 돈, 방한, 방수, 언어, 체력 등 뭐 하나 걱정되지 않는 게 없었지만, You Only Live Once, 다음에 아이슬란드에 갈 기회가 되었을 때는 서른다섯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잠결에 아침에 저의 모습을 생각하며 문득 든 생각이, 점점 더 마음 속에서 힘을 얻고, 자라나서, 결국 저의 마음이 되어버렷...!











 뭐 당연히 아이슬란드 가려면 지출이 많겠지만 귀국해서 열심히 노오....력하면 이정도 지출은... 메꿀 수가...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습셉습...









그런데 비행기표 예매하는데 돈 아끼려다보니 굉장히 힘들고 귀찮고 화나는 상황에 놓여 두시간동안 컴퓨터 붙잡고 고생했습니다.. ㅠㅠ 결국 모든 관광을 끝내기 위한 관광은, 오후가 되어서야 출발하게 됩니다. 





 비행기표 예매의 빡침부터 시작해서 아이슬란드 여행의 모든 것도 블로그에 열심히 쓰겠습니다. 사실 루즈했던 헬싱키 생활보다 정말 '여행객'처럼 인텐시브하게 살아서인지 할말은 진짜 많고 생각한 것도 정말 많았는데... 많았는데 ㅠㅠ 벌써 머릿속에서 조금씩 사라져간다니 슬프네요.




 아무튼, 헬싱키 시내 관광 출발합시다.






 정오의 헬싱키 거리. 필터 먹이니 아침같네요. 아침이라 생각하니 기분이 산-캐☆해집니다.







 저의 첫 목표는 '바위 교회(Rock Church)'라고도 불리는 템펠리아우키온키르코(Temppeliaukion Kirkko)입니다. 사실 저에겐 헬싱키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축물이었어요. 




 물론 헬싱키 대성당이나, 우스펜스키 대성당도 나름 괜찮고 멋진 건물입니다. 특히 헬싱키 대성당은 알렉산드르 2세의 동상이 서 있는 의사당 광장에서 보면 다른 대성당에 크게 꿀리지 않죠. 그렇지만 아무래도 화려하고 큰 스케일의 교회들이 엄청나게 많은 프랑스나 독일, 특히 이름난 교회들이 즐비한 이탈리아를 생각하면...





 그치만 템펠리아우키온키르코, 즉 바위 교회는 핀란드만의 독특한 멋을 상징합니다. 위로 치솟는 것도 아니고, 화려하고 세밀한 것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엄숙하고 장중하면서도 소박한 모습을 지니고 있어요. 그야말로 자연과 하나되고자 하는 핀란드인들의 염원을 나타낸 듯한 느낌.






 ...쓰다 보니 규모 면에서 중국에 밀리는 한국의 건축을 홍보하는 문구와 비슷한 것 같지만, 뭐 실제로 그러니까요. 실제로 한국의 건축도 그런 고심의 흔적이 엿보이고 자연스러운 멋이 있고, 그게 한국의 미로 세계에 알려지듯이, 이 경우도 마찬가지로 느꼈습니다.






 보수 공사중이라 뭥미 싶었지만 내부로 들어가는 것은 상관없습니다. 참고로 화장실 사용로는 1유로. 이 앞에서 한국인 패키지 관광객들을 만났는데 아주머니들께서 가장 먼저 전해주신 정보였습니다.







 이건 보수공사를 하지 않을 때의 항공사진. 그 블록내의 지형들까지 하나의 건축물처럼, 높지 않게 유기적으로 자연스럽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다만 주변이 다 높은 층의 빌라들이다 보니 좀 벙커같아 보이기도 하네요.









 천장으로 들어오는 빛.





 바위 교회의 내관. 예술 잘 알지도 못하는 놈, 즉 예알못인 저에게도 정말 멋지고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천장은 돔으로 막혀 있지만 돔과 땅 사이의 창살?로 쏟아져 내려오는 빛이 너무 찬란해서 쓸데없이 감동먹었습니다. 어헣...헣





 

 이건 구글에서 찾은 내관 사진. 정말 다시 봐도, 핀란드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운 건축물입니다.






 바위 교회에서 나온 저는 다음 목적지를 국립박물관으로 잡고 그쪽으로 향합니다. 중앙역 북서쪽에는 약간 먼 바위 교회를 제하고도 국회의사당, 국립박물관, 음악회관, 키아스마(현대미술관) 등이 몰려 있어서 예술에 관심 많으신 분들은 행복한 플레이스일 것 같아요 :D









 지나가다 본 자연사 박물관. 흥... 바위 교회의 멋을 알게 된 나에게 이런 건축물은 흔한 패턴의 반복일 뿐이라능...! 전혀 멋있지 않다능...! 그러나 츤츤대면서도 핸드폰은 건물을 향합니다.





 또 지나가다 본 국회의사당! 핀란드어 아주 잠깐, 잠깐 공부할 때 본 그 Eduskuntatalo를 볼 수 있을까 했는데 뭔가 공사중이라서 감히 접근을 못했습니다. 다가가면 또 공사 안 하는 업무 건물이 있을 수도 있지만, 글쎄... 난 국립박물관을 먼저 볼거야 하면서 달립니다.









 그리고 국회의사당/국립박물관 건너편엔 음악회관(Musiikitalo)이 있습니다. 그리고 음악회관 오른쪽으론 쉴 수 있는 계단형 풀밭이 펼쳐져 있어서, 핀란드 사람들이 맥주 마시면서 소풍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이렇게요 ^_^;







 여기서 폴란드 할아버지 한 분을 만났습니다. 사진 찍어달라고 하셔서 찍어드렸는데, 서울에서 마라톤도 뛰셨다네요. 활력이 넘치는 모습을 보니 굉장히 젊게 사시는 듯 했습니다. 나도 나중에 저렇게 살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정면에 보이는 측면이 반원처럼 생긴 건물이 바로 현대미술관 키아스마! 이 풀밭 주변은 대부분 이런 스타일의 유리궁전 건물로 둘러싸여 있어서 마치 잠깐 서울 강남으로 돌아온 듯 했습니다. 다만 그런 생각이 들만하면 갑자기 바람님이 귀싸대기를 날려주셔서 다시 현실로 돌아옴.






 저기 보이는 정원에서 왼쪽 펜스쪽을 지나 내려가면 또 큰 광장이 나옵니다. 사실 한국은 광장이라고 할 만한 게 서울광장밖에 없어서 아쉽죠. 한국이라는 나라의 문화도 그렇고, 좁은 땅덩어리에 5천만이 모여 산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고 해서, 광장을 더 마련하기가 사실상 힘든 것 같아요. 야심차게 시도한 광화문 광장도 아직은 반쪽짜리니까요.









 그래서 광장 파노라마를 찍었는데 뭐 당연히 티스토리에 풀샷으로 올라갈 리가 없지.

 









 드디어 멀리 국립박물관이 보입니다.






국.립.박.물.관




 그런데 카운터에서 충격적인 소식을 접합니다. 바로 매주 금요일 16시 이후로는 무료입장!!!! 오예!?!?


 제가 카운터에 도착한 시각은 14시 40분. 따라서 1시간 20분만 참으면 무료 입장이 됩니다. 참지 않으면? 사실 입장료가 잘 기억은 안 났는데 비쌌던 것 같습니다. 기억못해서 죄송합니다ㅠㅠ 다만, 학생 할인 있습니다.







 물론 제가 그냥 공짜로 보려고 했던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단 한 시간에 6유로였나... 5유로였나... 아무튼 돈을 지불하고, 문화를 사랑하고 핀란드에 관심이 많은 한국 학생이라는 이미지를 알려 국위를 선양하고 국격을 증진시키고... 나아가 세계 평화에 공헌하고... 그러나 아무리 이런 헛생각을 해봤자 5유로라니, 박물관 두번이면 어제 눈물을 머금고 안 산 쓰렉같은 슬리퍼 한 쌍을 살 것이며, 네 번이면 괜찮은 슬리퍼 한 쌍을 살 것이라 생각하니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지금 계산해보니까 이거 거의 감자 6kg급이네. 근데 여기서 뭐든 감자가격이랑 비교하면 돈아까워서 하나도못사긴합니다 ㅠㅠ





 한편, 저는 지도에서 박물관 내에 카페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남은 1시간여동안 국립박물관 카페에 가기 위해 열심히 국립박물관을 배회합니다.




 지하 1층에 있다길래 처음엔 주출입문 왼쪽에 아래에 있는 반지하스러운 입구에 초인종을 눌러보았으나 거절...




 I don't speak Finnish. En puhu Suomea.




 그리하여 ...



 박물관 뒤쪽 정원을 돌아;;
















 표지판이 가리키는 문을 열려고 했으나 엥? 카페가 아니네?













 결국 카페로 통하는 문을 발견합니다. 무슨 카페 하나 가려고 박물관을 뺑 돌게 만들어놨나 싶어 헛웃음이 나옵니다.














 이렇게 찾기 힘든데 사람이 있을 리가 있냐 ㅗㅗㅗ


 사실 여긴 일종의 중정(中庭, 그 중정 말고)이라 실내 좌석이 더 있는데, 역시 기껏해야 두세 명 정도 앉아 있습니다. 로비에는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도요.











 배가 고팠기에 눈물을 머금고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으며, 여기 찾느라 시간 허비해서 딱 한 시간이 된 대기 시간을 기다립니다. 물론 저것들이 굉장히 비쌌던 건 기억나는데 얼마인지는 기억이 안 나네요 ^_^;;








 네시가 땡 하자마자 올라가서 관람하려고 하는데, 굉장히 빡치는게 카페와 로비는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그러니까 문으로 들어가서 왼쪽에 카운터를 지나서 직행해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카페였어요. 그런데 카운터가 좀 앞쪽에 있고 그 사람들 진입 막는 줄같은 것도 조금 있어서, 이쪽은 막혔나보다... 해서 안 들어간거였는데, 어차피 다른 입구 있는 거였으면 막힌 것도 아니었잖아? ㅠㅠ 저의 지리감각이 박약한 것인지 국립박물관의 안내가 너무 불친절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모르겠어요 ㅠㅠ









 핀란드 국립미술관에서는 핀란드의 역사를 간략하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고대, 중세의 고고학적 유물들부터 스웨덴 지배 이전의 핀족, 스웨덴 지배기와 러시아 지배기의 유물들이 모두 전시되어 있습니다. 시간이 많다면 천천히 둘러보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저는 두 시간이라는 시간제한에 너무 쫄아서 앞부분 대충대충 보고 괜히 혼자 마음 달아서 빨리빨리 왔더니, 한시간 이십 분만에 다 봤음 ^_^;; 이게 본 건지 안 본 건지 대체..노..답..






 어쨌든 봤다 치고 대충 뛰쳐나온 저는, 아까 눈으로 찍어놓은 키아스마로 향합니다. 건물 전체를 찍은 사진이 없어서 구글링 사진으로 대체... 일단 기본적으로 멋집니다. 으어어.






 한국도 지방 역들에 유리궁전을 마구 짓고 있는데, 천편일률적인 코레일식 유리궁전 말고 디자인의 미를 살려서 지을 수 없을까, 아쉽습니다.





 키아스마 안내 책자들. 웃긴게 영어 책자는 누군가 다 가져갔는지, 없어요 ㅋㅋㅋㅋㅋㅋ 제가 경비원께 물어보니까 그분도 저 책자들을 뒤져보시더니 결국 전시용 하나 가져옴.



키아스마 안내책자.






 그치만 고심하던 저는 결국 키아스마를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여기 입장료가 12유로인가 그랬거든요. 또 슬리퍼와 감자가 떠오릅니다. 사실 예알못인 저에게 예술에 12유로는 정말 크나큰 지출인 것입니다 ㅠㅠ 아 저처럼 예술에 무지한 자들, 예술의 멋짐을 모르는 불쌍한 자들 때문에 한국 예술이 시련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요? 갑자기 국가와 공동체, 그리고 예술이라는 관념 자체에 대한 죄책감마저 느껴집니다 ....







 하.....
































못난 국민을 둔 대한민국 예술에게 정말 드아아아아아앜!! ㅠㅠ

















... 그치만 사실 키아스마에 들어가지 않은 것은 다른 이유도 있었습니다. 바로 매월 첫째주 금요일에는 키아스마가 공짜! 이건 아까 국립박물관처럼 시간제한도 없어요 ^_^; 따라서 만약 키아스마를 돈 내고 봤는데 나중에 금요일에 시간이 남게 되면, 아아 그때 키아스마에 돈 써서 어떡하지... 하고 부들부들 이불킥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헣.




 바로 이 글을 쓰는 글쓴이 기준으로 어제, 즉 9월 4일이 9월 첫째주 금요일이었습니다. 저는 10월이나 11월에 갈까 생각중입니다 ^_^;







 이렇게 예술에 대한 마음 속으로의 석고대죄를 마치고 저는 다시 키아스마 밖으로 나왔습니다.













 키아스마 앞에는 핀란드의 국부(國父), 만네르헤임의 동상이 서 있습니다. 핀란드 내전, 겨울 전쟁, 계속 전쟁(+라플란드 전쟁)의 세 번의 전쟁에서 핀란드를 구해내고, 종전 후에 대통령을 역임하면서 냉전 시기 외교전까지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핀란드의 독립을 지켜낸 영웅입니다. 핀란드 역사상 유일한 '핀란드의 원수' 칭호 소유자이기도 하죠. 갓네르헤임이라고 불러봅시다. 갓-네-르-헤-임.











 뭔가 혼자 높아서 튀는 우체국 건물. 저거 보니까 한국에서 짐 받아야 하는 게 생각이 나네요. 아마 저때 물건들 보내달라고 했으면 지금쯤 슬리퍼 신고 있을텐데 이게 뭐람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남은 주요 관광지를 모두 구경한 저는 기쁨에 겨워 귀향하고, 저녁을 먹기로 합니다. 그리고 오늘의 저녁은...





















 인스턴트 피자 ^_^








 게다가 가격도 꽤 착합니다! 정말 사줍쇼 하는 수준. 감자보단 비싸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야?











 그래서 저는 피자를 가져와서 요리하는데...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게 있습니다.





 피자는 전자레인지가 아닌, 오븐에 구워야 합니다.



 물론 전자레인지용 피자도 있는데, 그럴 때는 겉 박스에 전자레인지에 돌려도 된다고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보통 그 시간은 1분30초나 2분 정도에요. 전 박스에 12m 적혀있길래 전자레인지에 12분을 돌렸더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빵이 돌이 되어버림 ㅋㅋㅋㅋㅋㅋㅋ








 집에서 오븐을 써본 적이 없으니... 인스턴트 피자라면 당연히 전자레인지라고 생각했건만 ㅠㅠㅠㅠ  하...




 아무래도 이 동네는 오븐이 요리할 때 매우 대중적입니다. 특히 체코에서 온 플메들이 자주 쓰더라구요. 네덜란드 애들은 맨날 놀러다니고 저랑 중국/러시아애들은 팬을 사용하는데, 체코애들은 오븐바라기임.




 그리고 저번에 산 치즈 개봉...!












  아무래도 치즈+피자라니 좀 느끼하겠죠. 그래서 올리브, 빵, BLACKBERRY CIDER가 있습니다. 우하하. 피자 가장자리 빵이 엄청 딱딱하긴 했는데 사실 저떈 뭘 모르고 먹던 떄라서 그냥 뭐 나름 맛있게 먹었습니다 ㅋㅋㅋㅋㅋ 싼 피자라서 이런가보다 싶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하... 그래도 오랫만에 관광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 맛있게 먹었습니다. 사실 제대로 본 건 바위 교회밖에 없지만서도 ^_^

















 사실 혼자서 여행하는 것도 괜찮긴 한데, 제 경우에는 '여행자'가 아니고 '교환학생'이라는 애매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어서 ^_^;; 괜히 외로움을 더 탄 것 같고, 과감한 시도를 하지 못하고 헬싱키에서 루즈하게 보낸 것 같아요. 교환학생 하면서 빨리 도착해서 유럽을 즐기시려면, 아예 여행자!라고 생각하고 개강 전 계획을 철저히 짠 다음에 헬싱키에 오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물론 나도 그걸 모른 건 아니었고, 그냥 게임이 하고 싶었을 뿐이었지.

















 헬싱키의 로빈슨 크루소 생활도, 10일까지 포함하여 오늘로 ★5일째★가 되었습니다. 내일은 사람이 도착할까요? 그 사람은 식인종일까요, 해적일까요, 아니면 우호적인 사람일까요? 아니면 프라이데이처럼 둘 다일까요? 















 진실은 저 너머에... 











2015년 8월 13일, 목요일






 앞의 글을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HOAS 기숙사 내에서 심각한 히키코모리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습니다. 이틀 동안 혼자서 방에 틀어박혀...는 아니고 가끔 마트에 갔다오는 것 말고는 하는 일도 없이, 지나가는 시간을 무심히 바라보며 하루...이틀...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뭐, 당연히 헬싱키 시내로 다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헬싱키가 넓은 도시는 아니지만, 아직 못 본 곳이 더 많으니까요. 게다가 휴대폰도 개통을 안 했고, 필요한 물건 몇 개도 없다 싶어서 나왔습니다.













그리하여 ... ^_^




























 숲을 보고 너무 흥분해서 필터떡칠 사진을 찍습니다. 아아 핀란드 숲 너무좋음 ㅠㅠ






 한국가면 숲 대신 신림동에 깔린 시멘트 아스팔트만 봐야한다니 약간 눈물이 나네요. 그만큼 나에게 여기에서의 시간이 소중한 거구나 하는 생각이 나 약간 감동. 나중에 꼭 신림동에 나무를 심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하는 초딩스러운 생각을 1초간 했다가 재개발 보상비 등등 복잡한 문제가 생각나므로 바로 포기합니다. 뭐 어차피 관악산이 있잖아?













 이날 참 기분이 High했던 모양인지, 콘툴라 역으로 가는 길에서도 사진을 찍었네요. 하늘이 참 예쁩니다. 폰카로 이정도 하늘의 질감이 나오다니 괜히 제 휴대폰에 감동하게 되는 하루입니다. 그나저나 시간이 좀 되어 보이네요. 늦게 나간듯.







 먼저 중앙역 R kioski에서 심카드를 삽니다. 여러 회사 걸 파는데, 저는 친구한테 들어서 가장 싼 elisa - saunalahti의 카드를 샀습니다. 서울대 교환학생 후기를 보면 안 좋다고 쓰지 말라고 쓰여 있긴 한데... 사실관계는 잘 모릅니다. 확실히 처음에 잠깐 데이터로밍 땐 속도 느려서 빡쳤는데 그래도 싼게 비지떡이죠. 핀란드는 비싼 나라입니다. 금수저들은 그걸 몰라요.







 심카드 가격은 6유로였던 것 같습니다.








 적당히 뜯어서 꽂아주면 해결. 심카드 뜯어낸 부분이 커 보이지만, 3단계인가 여러 단계로 분리할 수 있게 되어 있으므로 자신의 폰에 맞게 잘 분리해서 쓰면 됩니다.






 일단 이 상태는 폰에 '6유로'가 충전되어 있는 상태일 거에요(잘모름). 이 카드를 꽂은 뒤, 인터넷에 접속하여 설명서에 안내된 사이트에 접속하면, 여러 패키지들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론 데이터 패키지에 다들 관심이 많겠죠. 여기서 뭐 전화나 문자 많이 할 것도 아니고 요즘 스마트폰이면 다 되는 세상에. 





 제가 구매한건 자그마치..




데이터 6개월 무제한, 27.8유로




 오오...






 오오...






 물론 속도는 느립니다. 3G라서, 사진 여러개 볼땐 힘들어요. 그래도 크게 무리는 없는 수준이고 가장 기본적인 메시지, 페이스북, 지도가 되니 개이득. 처음엔 느려서 속터지는 줄 알았는데 적당히 위키질도 되고 아무 무리 없습니다.





 한국 통신사들은 왜 3G를 못쓰게 하고 LTE만 쓰게 하는 건지, 부들부들...




 대기업의 독과점과 정부의 묵인으로 인한 죽창유발정책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냥 소비자들의 선호 때문일까요? 




 3사 중 한 회사라도 3G 지원해주면 좋겠는데 ㅠㅠ










 웬일인지 찍은 핀란드 복권. 여담이지만 핀란드는 도박을 굉장히 좋아하는 나라 같습니다. 동네 마트나 펍 등에도 도박 기계는 항상 있어요. 가끔 마트에서 아주머니들 장바구니 들고 꿍한 표정으로 도박하고 있으면 약간의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중앙 역 광장 등에는 카지노도 있는데 이건 뭐 그렇게 크게 위화감은 안 느껴지지만 작은 술집에도 슬롯 머신 꼭 하나씩 있는 거 보면 뭥미 싶습니다. 심심한 겨울에 도박이라도 해야 해서일까요, 아님 뭐 바다이야기와는 다르게 핀란드에선 도박 허용해도 중독자가 크게 안 나오기 때문일까요. 핀란드인 친해지면 물어봐야할듯. 






 그리고 드디어 정보문명의 이기를 손에 넣은 저는 우스펜스키 대성당으로 향합니다.




가면서 찍은 역광장. 이때까지만 해도 Dinner in the Sky는 하는 중이었구나.



가면서 찍은 알렉산데린카투.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은 헬싱키 대학교 건물입니다.




가면서 찍은... 엥?







그렇습니다.




우스펜스키 대성당이란 곳을 가려면 헬싱키 중앙역에서 어차피 헬싱키 대성당을 지나서 가야됨 ㅎ.ㅎ;




저번에 한번에 봤으면 좋았을텐데...같은, 이런 패배주의적인 생각은 집어치우고, 그냥 도심 경관을 더 보게 되었으니 좋아라 합시다.




그리고 위에서 보시다시피 헬싱키 대성당 앞엔 뭔가 거대한 천막이...! 진짜 여긴 항상 뭔가를 해요 ㅋㅋ














그리고 마침내 시야에 들어온 우스펜스키 대성당...!






오오... 우스펜스키 오오...







이날의 기분에 맞게 셀카를 하나 찍어봅니다.














...


이 사진에 대한 저의 느낌은, 제가 페이스북에 올렸던 아래의 글로 대신하도록 하겠습니다.





 살아있는 셀카계의 인간문화재이자 빛의 마법사 박지우 여사는 여행지에서의 사진에 대해 일컫기를, "내 얼굴이 안 들어갈 거면 그냥 인터넷으로 보지 왜 가서 사진을 찍냐"며 "무조건 내 얼굴이 나온 사진을 많이 찍어야 한다."고 일갈하였다. 

 그러나 나는 오늘 처음으로 박지우 여사의 견해를 참고하여 사진을 찍다가, 박지우 여사가 말한 "나"는 일반명사로 청자들을 가정하고 쓴 단어가 아니라 오직 그녀만을 일컫는 단어였음을, 평생 셀카 안 찍다가 셀카봉도 없이 짧은 팔로 찍어보려다 내 머리가 정작 건물보다 크게 나오는 이 경악스러운 사진 구도 속에서 표정도 망가지고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는 이 현실을 통해 깨닫고 말았다...ㅠㅠ

 아무래도 사진에 얼굴을 넣기에는 "인증"의 쾌감이 내 얼굴이 들어감으로 인해 사진에 발생하는 "미적 요소의 저하"를 상쇄하지 못하기에 일단 어디서 뭐라도 배워 얼굴크기를 줄이기 전까지 이런 사진들은 찍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제가 이 때는 몰랐는데, 바로 길을 건너가면 올라가는 길이 있더군요. 그렇지만 몰랐던 웬지 앞이 절벽같아 뒤로 올라가기로 하고, 부두 쪽으로 갑니다. 그런데 여기가 너무 예뻤어요. 




와 정말


여기가 헬싱킨지 베니슨지


예뻐서 한참을 쳐다봤습니다.





여길 돌아 뒤로 경사길을 올라가니 나타난....













우스펜스키 대성당.


휴대폰 좀만 더 들어올려서 바닥 자르고 첨탑 살릴걸... 부들부들











 관광객들이 많습니다. 저 분들은 한국인 중년 관광객.











 우스펜스키 대성당에서 찍은 지나온 길. 뭐 딱히 높은 곳이라 할 것도 없지만서두. 없지만서두... 이날 왜이렇게 기분이 좋았지? 사진을 막 찍었네요.


 날씨가 정말 좋아서 그랬나보다. 하늘이 참 예뻤어요.










 이때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서, 게다가 전역한 후임들이 페북에 전역했다고 소식을 올려서 하트 셀카도 찍었습니다.




 은셔갸 죄경아 샬앙행






 여러분 저는 마약하지 않았습니다.

























여긴 제 셀카...에 배경으로 나온 경사진 풀밭입니다. 사람들이 한가롭게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걸 볼 수 있어요. 헬싱키 사람들도 많고 관광객들도 많이 있어서 저도 휴식을 취해볼까 했는데,


햇살이 너무 따가움ㅠㅠ


다들 엎드려 누워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엎드려 등에 햇살을 받으며 좋아하다가 제가 낭비한 시간들이 생각나 이러면 안되겠다 하며 일어나 다시 관광길에 오릅니다.















대성당 내부.




헬싱키 대성당과 다르게 여긴 외관도 내관도 정교회 양식이죠. 그런데 지금은 정교회 교회가 아닌 걸로 알고 있습니다.







대충 대성당을 한 바퀴 돌아본 저는 아까 보여드렸던 풀밭쪽으로 내려옵니다. 정면 지름길 부들부들... 할 뻔 했지만, 돌아올라간 예쁜 부두의 사진을 얻을 수 있었으니 참습니다.







지나가면서 본 어떤 건물인데 경비원이 제목 빼입고 지키고 있어서 뭥미 싶어 봤는데 뭔지 모르겠어요. 미스테리다.







여긴 적혀 있는 PRESIDENTIN...을 딱 보면 아시겠지만 지도에 자그마치 '대통령궁'이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대통령궁이 그냥 시내 부두 옆에, 펜스 달랑 하나 두르고 있는 클라스에 지림;;



그래서 저도 아직 여기가 대통령궁인지 아닌지 확신을 못 내렸습니다. 믿을수가없어서...





굉장히 평화로운 모습의 대통령궁.










 이윽고 제가 향한 곳은 에스플라나디(Esplanadi)에요. 시장 광장에서부터 쭉 이어져있는, 도심 공원 같은 곳입니다. 항상 가보면 사람도 많고 뭔가 공연도 하고 있어요 ㅋㅋ







아까 햇살을 과잉으로 받았는지 심각하게 나른해진 오후, 여기서 뻗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참습니다.















에스플라나디 중앙에 있는 것은 핀란드의 민족 시인 루네베르그의 동상. 새가 머리 위에 앉아 있는 게 정말 평화로워서 흐뭇...






 그러나 저는 계속 앉아 있을 수가 없는 운명이었습니다. 잠시 쉬면서 풍광을 감상하자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는 사람도 없는 헬싱키에서 혼자 있는 주제에 이틀이라는 세월을 허송세월한 저는 그러한 잠깐의 휴식도 용납받지 못할 죄를 저지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물론 헬싱키 관광 타임어택도 아니고 이틀 낭비했다고 채찍질하는 건 좀 웃기지만, 유럽여행이라고 생각하니 부들부들... 다른 곳 갔다 올수도 있었다 생각하니 부들부들... 부들부들...



 그런데 이제 오후도 시간이 넘어가서, 늦기 전에 생필품을 사야지! 하고 발걸음을 돌립니다. 일단 목표는 헤어드라이어와 슬리퍼. 그런데 도저히 제값 주고 물건들 살 엄두가 안 나서, 중고매장을 가기로 하고 터벅터벅 걸어갑니다.











 이건 가다가 본 무료 화장실. 분명히 2년 전에 왔을 때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화장실이 유료였던 것 같은데, 이제 몇몇 건물 내 화장실을 제외하면 공중화장실은 대부분 무료로 바뀌었습니다. 개꿀ㅋ




 예전에 너무 화장실에 돈을 내기 싫어서 계속 참으면서 눈덮힌 헬싱키 시내를 터벅터벅 걸어다녔던 걸 생각하니 참... 감개가 무량...










 그런데 가다보니 갑자기 배가 고파졌는데 레스토랑은 도저히 꿈도 못 꾸겠고 카페에 들어갑니다 ...









 그리고 레스토랑에 들어가니 다른 음식은 꿈도 못 꾸겠고 결국 빵 하나 커피 한 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참 저의 상황을 잘 나타내는 사진이 아닐 수 없네요.



 

 여담이지만 핀란드는 세계에서 1인당 커피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입니다. 1인당 연간 소비량이 9kg라고 합니다. 도대체 왜케 커피를 많이 쳐묵쳐묵하는지 모르겠는데 요즘은 파티때문에 많이 먹는건가 싶음 ㅋㅋㅋㅋㅋㅋㅋ


 다만 전 요즘 위장이 안 좋아서 커피를 끊었습니다. 밀가루랑 술 먹으려면 커피라도 끊어야죠 ㅠㅠ








 이 때부터 갑자기 바람이 불고 추워지기 시작해서 우울해집니다. 그래서 사진이 별로 없나봐요. 일단 구글에서 찾은 중고매장 한군데를 가는데...








 그렇습니다. 사실 현지인도 중고가게 딱 맞게 가기 힘들텐데 헬싱키의 로빈슨 크루소인 제가 원하는 걸 딱 구할 턱이 있나.





 슬리퍼를 사려고 했는데 거의 없는데다 있는 건 굉장히 비쌉니다. 포기.





 아 진짜 슬리퍼 왜안가져왔지 이 글 쓰면서도 빡치네요.









 그래서 결국 메인 쇼핑 센터, 깜삐에 도착했습니다.



 깜삐는 매우 큰 건물 컴플렉스입니다. 사진에서도 건물이 여러개 쭉 늘어 있는 걸 보실 수 있죠. 처음엔 뭔가 엄청 비싼 느낌이었는데 그 정도까진 아니고... 그냥 찾기 귀찮을 때 가기 편한 중간 가격대 쇼핑몰인 느낌입니다. 건물 안에 마트도 있는데, 어제 만난 한국인 여자애가 삼겹살을 싸게 판다고 해서 지금 가볼까 생각중입니다. 이땐 그걸 몰랐지, 그래서 지금까지 올드보이처럼 감자만 까먹고 살았지...







 저는 일단 드라이어를 사기 위해 클라스 올손(clas ohlson) 매장을 찾았습니다. 각종 공구-생활가전류를 다 파는 매장이에요. 아쉽게도 슬리퍼는 없습니다 ㅠㅠ





 오오 크기 오오



 뭐 일개 쇼핑센터 안에 있는 건물이라 이케아와 빗댈 정도는 아니지만, 진열 구도 등이 이케아를 떠올리게 하네요.
















 제일 싼 토스터기 16.99유로. 신림동에서 제일 싸게 산 8,000원짜리 토스터가 한 학기가 지난 지금도 정상적으로 잘 작동하고 있는 걸 생각해서 바로 기각합니다. 



 근데 사실 뭐 후라이팬 등등 많으니 뭐 굳이 꼭 빵을 먹어야할 이유도없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토스트는 신 토스트다... 세뇌합니다...






 마침내 발견한 헤어드라이어.




 가정용은 21.95유로...!!!! 현재환율 한국돈 약 3만원..!










 이래야 노르딕 물가답지!






그림판... 그송합니다.




 역시 한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만원에 산 헤어드라이어를 몇년째 잘 써먹은 걸 생각하니 괜히 사기가 싫습니다.



 그런데 뭐 사실 이것만으로 노르딕 물가 어쩌구 하는 것은 되게 오바인게, 저는 한국에서 온갖 저가로 살 수 있는 수단들을 동원해서 샀지만, 여기서는 시내 한복판에 있는 쇼핑센터에 떡하니 왔으니까요. 1:1로 비교하는 게 무리긴 합니다.








 과연 3만원을 들여서 내가 머리를 좀 더 잘 말린다고 해봤자 내가 얼마나 더 잘생겨질 것인가? 그리고 그 미세한 잘생겨짐이 여기서 얼마나 큰 효용이 있을 것인가?에 대한 실존적인 고민을 하면서 한 시간을 배회한 결과, '나를 위한 선물'이라는 흔해빠지고 식상한 핑계로 결국 이 헤어드라이어를 사기로 합니다. 으아아아아 



























21.95유로면... 감자가 거의 30킬로그램인데 ㅠㅠ 







이땐 그걸 몰랐지 헤어드라이어와 맞바꾼 감자 30kg ㅠㅠ





물론 저때 산 헤어드라이어는 사흘에 한 번 꼴로 잘 쓰고 있습니다.








 그 다음 목표는 슬리퍼! 그래서 1층의 ANTTILA에 들어갔습니다. 보면 대부분 화장품이나 세면도구 종류인데, 좀 들어가서 음반 파는 곳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의류매장이 나옵니다. 저는 찾느라 굉장히 헤맸음... 사람은 많이 없었어요.






















 그리고 ...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저 10.54유로짜리도 찾고 찾아서 찾은 건데 웬지 엄청 성의없게 사기 싫게 만들어 둔 것입니다. 저거보다 좀만 더 퀄리티 좋으면, 비슷한 그냥 판때기 하나에 끈 두개 달려 있는 슬리퍼도 15유로, 20유로대...









ㅁㅊㄷ ㅁㅊㅇ...














 저는 여기서 또 실존적 고민에 빠집니다. 가난하다고 해서 발의 쾌적함을 모르겠는가? 그러나 도저히 집에서 3천원하는 삼선스레빠면 충분한데 저 돈을 주고 차마 살 수 없었던 저는 고민 끝에 슬리퍼를 포기합니다. 그리고 집에선 운동화를 구겨 신으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근데 이러다 보니 운동화 뒤쪽이 되게 빨리 부서짐. 그냥 여러분은 혹시 저런 상황을 맞이하게 되면 눈물나지만 피눈물 흘리면서 슬리퍼 사세요.ㅠㅠ


















 한 번의 구매와 한 번의 포기. 두 번의 선택의 기로에서 실존적 고민들을 깊은 단계로 하게 된 저는 이로 인한 피로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아파트로 돌아가는 메트로에 오릅니다.



 콘툴라 역 도착. 해가 지고 있네요.







 너무나도 큰 정신적 고통을 겪은 저는 도저히 뭔가를 해먹을 생각이 안 나 음식을 사 먹으려 하였으나... ①제일 가까웠던 그릴 고기집은 비싸고, ②패스트푸드는 먹기가 싫었으며, ③제가 늦었던 관계로 싼 집들은 문닫았습니다. 어헣




 그렇습니다. 아시안 웍 먹어보려했는데 문닫음. 게다가 가격표 보면 막 그렇게 싼 것도 아니에요. 여기선 가격을 볼 때마다 동일한 가격이 감자의 중량이 몇kg가 될 지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나누기 1.4!









 ... 그래서 하는 쇼핑. 이번엔 맥주 말고 사이더를 먹어 봅시다. 



 한국에서 '사이다'라는 단어가 탄산음료를 뜻하는 건 미국의 사투리에서 왔다고 해요. 유럽에서 Cider는 일관되게 사과주, 또는 과실주 전반을 뜻합니다. 그리고 전 사이더를 엄청 좋아함 ㅎ;ㅎ 프랑스에 가면 여러 종류의 Cider들이 있는데 다 되게 맛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시내 레스토랑에선 아무 것도 먹을 수가 없었고 오직 빵 한쪼가리 커피 한 잔밖에는 목으로 넘길 수 없었던, 불쌍한 자의 저녁식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에 산 건 그라브락스 말고 훈제연어...! 





 이 사진을 보니 노량진이 생각난다. 회 먹고 싶다.




 사실 연어가 좀 느끼하기 쉬운데 저는 올리브랑 같이 먹으니까 약간 덮이더군요. 



 ... 요리는 하기 귀찮고, 최대한 맛있게 먹으려고 발악을 한 모습.







근데 진짜로 맛있습니다. 맛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 와서 빵도 버터 감자도 버터 연어도 버터.... 정말 버터 중독될 것 같습니다. 어차피 살도 쪄야하고...







 그리고 또 피곤하고 식욕도 채운 저는 참... 동물적 욕구에 충실한 저는 스르르...잠이듭니다.









 과연 핀란드의 로빈슨 크루소 시리즈는 분량조절에 실패하지 않고 下편에서 끝을 맺을 수 있을 것인가...?





 

 





 장난삼아 페이스북에서 지금 쓰고 있는 교환일기를 '사진고고학'이라고 칭한 적 있다. 이름은 '일기'인데, 정작 20일 전의 일을 쓰고 있으니 고고학이 아닌가.


 그런데 쓰고 보니 고고학은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고고학이라는 학문은 선사시대, 결국 남겨진 기록이 없는 시대의 유물과 유적을 통해 그 시기의 삶과 모습을 추적하는 학문인데, 나의 경우는 내가 쓴 글은 없더라도 내 머리 속에 든 기억이 있으니까. 블로그에 이렇게 써야지, 했던 (부질없는) 기억들. 내가 느꼈던 주관적인 감정들. 생각들. 그 편린들이 남아있고 결국 내가 쓰는 글에도 그러한 내용들이 반영되는 것을 보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사진고고학이 아니라 사진역사학이다. 


 이러한 감정과 생각들이 사라지고, 켜켜이 쌓인 시간의 먼지로 탈색되어 머리 속에 남은 것은 잿빛 심상 뿐이고, 남은 사진이 전달하는 정보의 수준과 별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가 되었을 때, 그때야말로 내가 할 지도 모를 그 작업은 사진고고학이 될 것인데, 결국 내가 이렇게 사진역사학을 하면서 나의 게시물들을 정리하는 것이 내 사진들이 사진고고학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고 있는 것이구나. 


 그러니까 열심히 쓰겠습니다.







2015년 8월 11일, 화요일


 

 

 

 어쨌든 지금까지 신세를 진 핀란드 학생은 학교를 다녀야 해서 낮엔 못 보고, 걔네 집이랑 제 집도 멀고, 케미도 잘 안 맞는 것 같아서(물론 제 인성의 문제가 크겠으나^_^) 저는 제 HOAS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여전히 밤 사이에 아무도 왔다가지 않은 듯한 아파트, 텅 빈 거실로 내리쬐는 햇살을 보고 있자니 정말 무인도에 남겨진 것 같다는 중2병스러운 착각이 들었습니다. 무인도라뇨. 개소리죠. 주변에 널린 게 영어 하는 사람이고 호주머니엔 환전해 온 현금도 많이 남아있었는데(자랑아님). 그렇지만 그땐 웬지, 그렇게 느꼈습니다.

 

 

 

 

 무인도에서 살아남으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자원이 어느 정도인 지 알아보는 것이죠. 물론 지금 쓰고 있는 이 키감 참 쓰레기같은(다른 건 다 좋습니다) 인민에어4를 비롯해서, 한국에서 가져온 배낭 하나 캐리어 하나 분량의 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제 일기를 처음부터 보셨으면 알잖아요. 너무 급하게 챙겨서 정작 필요한 물컵 접시 이런 건 하나도 없음ㅋㅋㅋ 젓가락 하나 달랑 가져왔습니다 여기 젓가락 없을까봐.

 

 

 

 

 그래서 내가 가진 자원이 어느 정도인가 정찰하려고 부엌을 쑤셔보는데...

 

 

 


 

 

오오...

 

 

 

 

 

 

 

 

 

 

 

 

 

오오...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존나좋군?

 

 

 

모처럼 핀란드까지 왔으니 북극곰도 ^오^

 

 

 

 

 아무튼 이로 인해 식기/취사도구 등은 해결되었습니다. 저 넘쳐나는 식기의 향연...

 

 

 

 

 이 글을 읽으시는 분 들 중, HOAS에 입주하셔서 아무것도 없었던 분들 분명히 계실거에요. 뭐 어쩌겠어요 인생이 이런건데. 여러분 한국에 식기 많잖아요. 저 진짜 여기서나마 금수저 한 번만 좀 해봅시다 ㅠㅠㅠㅠ

 

ㅇㅇㅇ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꽉 찬 찬장을 보고 너무 행복했듬...

 

 

 

 

 

 이전에 산 중국인 학생들이 있었던지 중국 소스랑 약도 몇 개 놔두고 갔는데, 그건 유통기한 지난 것도 해서 신경끕니다. 저 식기만 씻어서 써도 얼마야...

 

 

 

 

 

 

 

 

 여러분, 이래서 제가 헬싱키의 '로빈슨 크루소'라고 제목을 단 거에요. 로빈슨 크루소 책을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로빈슨 크루소는 난파당한 주제에 무슨 가진 게 그리도 많습니다. 우리 다니엘 디포 선생님께서 로빈슨 크루소에게 무한한 자비를 베푸셔서 배가 암초에 걸려서 넘어 갈랑말랑넘어갈랑말랑 계속 밀당하는 동안, 로빈슨 크루소는 배 안에 들어가서 털어올 거 다 털어옵니다. 사람은 하나인 주제에 총을 열다섯자루나 갖추고 벙커를 만들고, 곡물을 경작하고, 나중엔 노예까지 부리는 무지막지한 놈이 로빈슨 크루소에요. 가히 조난자계의 재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로빈슨 크루소 하고, 혹시나 일찍 오셔서 사람도 없는 기숙사에 혼자 계시게 된 교환님들은 페덱스 택배 급도 안 되는 짐 뜯어보면서 배구공에 물감묻혀서 소리나 지르셈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미 죽창맞은 블로거입니다.)

 

 

 

 

 

 

 

 

 

 죄송합니다 항상 죽창을 조심합시다. 넵.

 

 

 

 

 

 

 

 

 한편 적막에 싸인 한낮의 아파트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솔직히 혼자 사는 집 안 같습니다.

 

 

 

 

 

 

 

 

...아무튼 너무 쉽게 식기/조리기구 문제가 해결되어 허무하지만, 이번 편의 테마는 학습이 될 것 같습셒슾....

 

 

 

 

 

지금까지 안을 살폈으니 밖을 살펴야 할 때가 되었고, 어제도 갔던 마트로 가서 뭔가 배워봅시다.

 

 

 

 

 

 

 

 목표는 바로 이것. 핀란드의 맥주. 원래 어떤 나라에 가면 그 나라의 술을 마셔야, 그 나라를 제대로 느낀 거 아니겠습니까? 다행히 핀란드에도 토종 맥주가 많이 있습니다. 사실 토종인지 수입인지 전 잘 구별은 못합니다만 Sininen은 핀란드어 맞는 것 같아요.

 

 

 

 

 

 

 

 

 

 핀란드에서 꼼꼼하게 살림하려면 알아두어야 할, 공병보상금. 다 마시고 나서 공병을 가져가면 캔류는 15센트, 페트병류는 20센트를 다시 돌려줍니다. 은근히 쏠쏠합니다. 마트에서 89센트 정도 헐값에 파는 캔맥주는 공병보상금은 제하면 74센트가 되죠. 사실 밖에서 마신 캔은 가방 안에 흐를까봐 가져오기가 쉽지 않지만, 페트병은 꼭 챙겨오게 되더라구요.

 

 밖에서 술을 마실 때 주변에 공병을 줍는 노인 분들이 계시면 그 분들께 드리거나 그 분들 눈에 잘 띄는 곳에 모아 놓으면 윈윈할 수 있기도 합니다. 사실 한국도 재활용품 수거하시는 노인 분들이 많은데, 핀란드 정도는 아니더라도 인간적인 삶을 보장할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이 보장되길 바랍니다.

 

 

 

 공병은 초록색 버튼을 누른 뒤 기계에 투입하면 자동으로 캔/페트병이 분류되고, 금액을 계산하여 바우처를 뽑아 줍니다. 이를 계산대에 제시하면 현금을 받을 수 있고, 아니면 쇼핑을 한 후 계산할 때 말 그대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14유로 쇼핑을 하고 공병보상금 바우쳐 2유로가 있으면, 이를 먼저 제하고 12유로로 계산하는 식입니다.

 

 

 

 아무튼 그렇게 산 맥주를 가져가서 설정샷.

 

 

 

 

 캬....

 

 

 햇살, 맥주, 게임... 삼위일체

 

 

 무릉도원이네요 ^오^

 

 

 

 

 

 그러나 왠지 게임은 하기가 싫습니다. 구라파까지 게임폐인되려고 날아왔나? 설정샷을 찍고 나서 게임은 살포시 끕니다.

 

 끄고 나니 배가 고픕니다. 아.... 아까 사왔으면 좋았을텐데, 사온 건 안주 뿐입니다. ㅋㅋㅋㅋㅋㅋ와 진짜 나란인간... 한심.

 

 

 다시 마트에 먹을 걸 사러 나가면서, 건물도 전체적으로 둘러봅니다.

 

 

 

 여긴 세탁실. 세탁은 공짜입니다. 세제도 살 필요가 없어요 ^오^ 지금 찍힌 건 건조기인데, 이 세탁실에 세탁기 여섯, 건조기 여섯이 있습니다. 하루에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만 사용이 가능하구요, 예약도 가능하긴 한데 제 경험 상 갔을 때 세탁을 못 한 적은 없네요.

 

 다만 주의할 점은 오후 10시까지만 가능하기 때문에, 오후 9시 20분 이렇게 어정쩡하게 가서 안 될 때가 있어요. 그럴땐 애벌세탁 빼고, 최대한 짧은 코스로 돌리면 예상 시간이 줄어들어서 사용이 됩니다.

 

 

 

 

 

 

 이곳은 분리수거장, 가건물 같은 곳이 둘 있고, 각 건물 내에 분리수거함이 있습니다. 설명을 읽어보면 어려울 건 없는데, Biowaste(음식물) 버릴 때 냄새가 나는 것이 약간 고역일 뿐...

 

 

 

 

 

 

 이제 다시 알레파 마트로 갑시다.

 

 

 

 

 

 

 

 

 

 

       

 

 무민 캐릭터가 붙은 상품이 굉장히 많습니다. 사실 저는 무민에 대해선 잘 몰랐어요 ^_^;; 핀란드에 관심 갖기 전까진 아예 듣도보도 못한 캐릭터였습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꽤 유명하고 한국에서도 아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놀라웠음 ㅎㅎ

 

 

 

 

 

 

 

 

 고기 가격 핵극혐......ㅠㅠ

 

 

 

 

 

 

 

 

 

       

 

연어. 갑자기 연어가 먹고싶었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왼쪽은 염장 연어, 오른쪽은 그라브 락스. 전 그라브 락스가 뭔지도 모르고 골랐습니다. 비극의 시작 ㅠ

 

 

 

 

 

 

 

 

 

 

 

 

그리고 앞으로 핀란드 인생의 동반자가 될 올리브. 99센트. 검은 올리브는 80센트대에 팝니다.

 

 

 

 

 

 

바야흐로 오늘의 만찬은 그라브락스 연어와 올리브!

 

와...진심...

 

느끼해죽는줄 ㅠㅠㅠ

 

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이건 저게 뭔지도 모르고 산 저의 잘못이긴 합니다만...

 

그래서 어제 먹고 남은 빵도 꺼내서, 올리브랑 같이 열심히 쳐묵쳐묵합니다.

 

으으.비려...비.....려...하면서 열심히 먹었는데, 먹는 도중의 사진은 없네요. 어헣... 사실 빵 위에 올리브를 올려서 어떻게든 고급지게 보이려고 한 사진들이 있습니다만, 너무 흔들려서..

 

 

 

 

 

         

 

아래에 놓인게 고기여 빵이여 뭐시기여...

 

 

 

 

굉장히 알 수 없는 사진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으으. 느끼했던 그라브락스 연어를 다 먹어치우기 위해 발휘해야만 했던 눈물겨운 노력이 지금도 느껴지네요...



그리고 배가 불러진 저는 이윽고 잠에 듭니다.










2015년 8월 12일, 수요일




 이 날은 사진이 별로 없어요. 사료가 별로 안 남아 있다고 볼 수 있죠. 그러니 약간 상상과 추측을 가미해서 열심히 씁시다.


 


 아파트에서 첫 샤워를 했는데, 욕실 등이 굉장히 깜빡거립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 등은 몇 일 내로 고장나고 마는데요. HOAS에 리포트를 넣었지만 20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리를 안 해 주는 비범함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한 번 리포트를 넣었고, 다른 플랫메이트가 리포트를 더 넣었는데도... 이제 9월이 되었으니 리포트를 또 넣어볼까 합니다 ^_^





 아무튼 이날 그리 빨리 일어나지 않은 저는, 또 점심 겸 저녁을 사먹고자 체육복을 입고 밖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 혐짤주의
















^오^






 여긴 아파트 건물에서 30m도 채 안 떨어진 곳이에요. 큰 길로 나가는 사이에 나무들이 엄청 많아서, 얼핏 보면 숲처럼 느껴집니다. 캬 크-린한 숲이 바로 눈앞에 있으니 너무 기분이 좋아져서 첫 셀카를 찍었습니다 ^_^







 이번엔 가격의 차이를 느껴보고자 메트로 역 근처에 있는 대형마트에 가기로 결심합니다.












 콘툴라 역 가는 길!진짜 사소한 거지만 평범한 인도-가로수-차도 구도인데도 녹지가 엄청 넓은 걸 느낄 수 있어요 ㅋㅋㅋㅋㅋ


 



 아직 추위를 맛보지 못해서 그런지 핀란드 하면 이제 눈보다는 나무가 떠오릅니다.






 콘툴라 역 근처에는 대형마트들이 몰려있습니다. S MARKET, LiDL, K SUPERMARKET 등이 있는데, 가격은 독일계 회사인 LiDL이 제일 싼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때는 그런 걸 몰랐던 관계로 가장 눈에 먼저 띄었던 K SUPERMARKET으로 들어갔습니다.






Alepa와는 다른, 탁 트인 마트의 전경














역시나 경축스러운 가격의 바나나















경축스러운 가격의 청포도














빵의브레드의 가격의프라이스는 울부짖음의샤우팅을내뱉었다... "79센트"










... 이것은 비쌈









과일주스 1리터에 75센트 ...


요즘(글 쓰는 지금) 기준 귀찮아서 집근처 Alepa에서 1유로 넘는 주스 사먹었는데 이 사진 보니까 갑자기 저의 낭비벽에 개빡치네요 ㅡㅡ


내일부턴 메트로역간다 ㅡ











 프링글스도 알레파보다 더 쌉니다. 물론! 예전에 한국에서 팔았던, 한국보다 더 큰 사이즈에 맛 종류도 많네요.








 담고 싶은 거 다 담아서 집으로 가져왔더니 아래와 같습니다.






캬-


진수성찬ㅠ_ㅠ





금수저가 된 이느낌...오오...




감동해서 쳐묵쳐묵했는지 제가 먹은 과정은 찍지도 못했네요. 아마 주스 하나 뜯고, 우유랑 올리브랑 빵, 사이다, 바나나 등등 먹었을 듯... 합니다.



그리고 이걸 다 먹은 저는 침대에 누워서 까똑 까똑 하다가 잠에 빠졌겠죠.








 이렇게 저는 혼자서 드넓은 기숙사 아파트에서 이틀을 보내었습니다.


 꼐속












2015년 8월 10일, 월요일


 그렇습니다 드디어 월요일입니다.


 드디어 HOAS에 가서 키를 받도록 합니다.

 


 

 

 HOAS 오피스는 캄피(Kamppi) 역 근처에 있습니다. 아아... 자세한 주소는...

 

 

 

 

 

 

 

 

 

 

 

 

 

 

 

 

 


 

 


 구글지도 검색하면 나옵니다. 당시 아침 정말 덥고 귀찮았던 게 생각나니 그 느낌을 담아 귀찮게 쓸겁니다.





 HOAS는 Helsingin... 아무튼 헬싱키 학생 숙소 뭐 그런 뜻인데, 쉽게 말해 헬싱키 전체의 학생 기숙사를 담당하는 기관입니다. 한국에서 각 학교별로 기숙사를 운영하는 것과 다르게, 헬싱키에서는 HOAS라는 조직에서 헬싱키 전체의 학생 기숙사를 담당합니다. 제 경우도 지금 8인용 아파트에 4명은 헬싱키 대학교, 4명은 메트로폴리아 대학교 학생이 살고 있습니다.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는 것 같은데, 일단 지금은 다른 학교 학생들과 만날 수 있어서 좋은 점이 큰 것 같아요. 물론 행정적으로 많이 굼뜰 수 있겠죠.




 사실 뭐 신청은 인터넷으로 다 했을 거고, HOAS 오피스에 가서 할 일은 키를 받는 일밖에 없습니다. 으으... 직원은 친절합니다. 아무튼 뭐 몇 개 홍보 책자와, 열쇠 두 개를 받고는 HOAS를 나옵니다. 그리고 귀찮네 ㅅㅂㄻ를 연발하며 메트로를 탑니다.





그리고 콘툴라(Kontula)역에 내립니다.





저번에 보셨던 헬싱키 메트로 노선도인데, 끝에서 두 개로 갈라지죠. 저 둘 중 위쪽으로 가면 콘툴라입니다. 혹시 잘못 타지 않게 조심.






 콘툴라 역에 내려서 하염없이 걷습니다. 캐리어를 끌고 배낭을 메고... 구글 지도를 보며, 길을 한 번 잘못 들기도 하고... 주변의 시선은 커녕 그냥 쿨하게 지나가는 핀란드 아줌마, 아저씨, 할아버지, 할머니, 누나, 형, 동생, 어린...이는 말고, 아무튼 모두의 모습들을 햇살에 흔들리는 눈빛으로 조금씩 스쳐가며 





 진짜 하필 이럴 때만 쓸데 없이 찬란한 태양빛이 내리쬡니다. 으어어어








 근데 내가 살아야 할 R동은 아무리 찾아봐도 안보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동, Q동은 찾겠는데 도대체 R동은 어디에? 







 와 진짜 한 20분은 헤맨거같았습니다 ㅋㅋㅋㅋ 다 와놓고 안보이니까 어이가없더군여 ㅋㅋㅋㅋ







 뭔가... 내가 정신분열증인가 ... 뷰티풀..마인드...후후훗..크큭...








 이 끊임없는 미로 속에서 미쳐버리는 것만이 핀란드라는 나라가 나에게 허락한... 단 하나의 마약이니까 ...







 그러나 결국 발견했습니다.












잡았다 요놈








왜 다른건 엄청 커-다란데 네놈만 이따위냐






내가 왜소한 동양인이라고 인종차별하는건가 ...? 갑자기 울컥합니다






문을 따고 들어갑시다











헥헥거리며 4층까지 올라가니 문이 또 있습니다.





열어젖힙시다.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여기서 함께할 친구인가!?!?!?!?!?









HELLO EVERYONE!!







하는 즐거운 마음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문엔 사람 살던 흔적이 있네요. 뭔가 붙혀 놨네.





그러나..





그러나..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아무도 없습니다.










학기는 9월부터 시작이지요. 




그러니까 뭔가 저처럼 경제관념 없는 사람이 아닌 이상, 8/10부터 여기 와 있을 리가 없겠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이건 지금 없는 거일 뿐이죠. 어허헣





다른 사람들이 어딘가 놀러 갔거나 관광 중이라는 희망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해봅니다 ^오^











 제가 살게 될 방입니다. 책상도 하나에 의자도 하나라 당혹스럽지만, 뭐 이 정도면 괜찮죠?




 8명이 사는 아파트에 방이 4개 딸려 있고, 그 중 하나인 2인실입니다. 사실 Shared room in shared apartment는 제가 사는 이곳밖에 없어요. 나머지는 대부분 1인실... 싼맛도 있고, 많이 모여 놀면 더 재밌을 것 같아 신청했는데 자그마치 8인실이네요 우왕ㅋ굳ㅋ




 일단 빛이 마음에 드네요. 게다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지상 4층의 창문 밖에 보이는 나무...!







 베란다로 본 주변 풍경입니다. 아아 녹지 아아 핀란드





 핀란드는 항상 나무가 저를 감동시키네요




 이렇게 녹지뽕에 취하다가... 배가 고픕니다. 그렇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인데 나무 몇 그루 보는데 당연히 밥이 필요하죠. 




 오면서 대충 봐둔 마트에 갑니다.






 콘툴라 메트로 근처에는 꽤 큰 마트들이 있습니다. K SUPERMARKET, S MARKET, LiDL 등인데 보통 LiDL이 제일 쌉니다. 그치만 이 당시에는 잘 모르기도 했고, 전철역까지 다시 걸어갈 자신이 없어서, 방에서 가까운 수퍼마켓 Alepa에 갔습니다.





 방토 한 상자에 1.49유로. 그런데 상자가 한국보단 좀 작아서, 그렇게 싼 가격은 아닙니다.







 바나나 1킬로그램에 1.59유로


이건 뭐 경축스러운 가격.



 확실히 한국이 노동력은 싼데, 원자재는 비싼게 느껴집니다. 핀란드의 경우 농산물, 채소, 우유 등은 확실히 한국보다 비슷하거나 싸요. 대신 고기가 비싸서 눈물이 나긴 하는데, 감자로 밥을 떼우다 보면 뭐 한국보다 더 싼 식비에 감동하느라 그렇게 크게 불만은 안 생깁니다.





 이건 야채 살 때 필요한 중량계. 핀란드에서는 가격을 KG당으로 매겨 팔기 때문에, 야채 등을 살 때는 비닐봉투에 담아 저울에 올린 후 가격표를 뽑아야 합니다. 옆에 어마어마하게 많이 붙여진 것들처럼 저렇게 스티커가 촥 하고 나옵니다. 아마 저건 사려다가 가격을 보고 식욕이 다 떨어져 버린 스티커같네요.





한국에서 너프되기 전의 사이즈 그대로의 프링글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그리웠어 ㅠㅠ






그리하여 바나나, 우유, 핀란드식 호밀빵, 버터.


이것이 저의 단촐한 점심이 되겠습니다.





 정말 아무도 없는 널따란 집에서 혼자 햇살 받으며 부엌에서 먹으니 신선...은 개뿔이고 로빈슨 크루소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우리 집만 아무도 없는 게 아니라, 옆집 옆건물 등등도 사람 엄청 없어서 조용...고요...


 

 아무튼 그 고요함과 조용함 속에 스마트폰 중독자 답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빵을 먹습니다. 꼭씹어라 두번씹어먹어라...








 먹고 나니


 참으로 고요하고 적막하고 배부른 것이 ...


 되게 복잡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로빈슨 크루소가 이런 심정이었을까.








 아니야, 닥쳐. 분명히 다른 사람이 있을거야. 









 그래서 슬슬 일어나 벽에 붙어 있는 여러 물건들을 살펴보는데, 당혹스러운 건
















 지도가 2012년 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이건 사람이 산다는 게 아니라 그냥;; 옛날부터 쭉 붙어 있던 유적에 불과했습니다. 어헣ㅋㅋㅋ



아무도없구나... 역시...






잠깐 현자타임 ..







그치만 역시나 또, 저는 불현듯 깨닫습니다.





아 내가 혼자는 아니잖아?




그 몇일간 같이 살았던, 케미 안 맞는 핀란드인 친구에게, 저는 잡채를 빚지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



구글 맵으로 보니 엄청 멀지만, 한국인의 명예를 위해서, 갑니다, 잡채를 하러.











사실 잡채를 하는 과정은 못 찍었고, 결과만 찍었는데, 결과는 ...











이것은 잡채가 아니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가 '이미지의 배반'을 나타냈다면, '이것은 잡채가 아니다'는 그냥...그냥...





하 ㅠㅠㅠ





실패를 인정하기가 싫네요





내가 속이 더럽게 좁은건가...









 채소를 너무 굵게 썰었고, 당면은...뭐 그럭저럭 튀겼는데, 마지막에 당면에 실수로 설탕을 왕창 쏟아버려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설탕 맛을 없애기 위해 간장과 참기름을 또 왕창 치고, 그래서, 그래서, 그냥 먹는데,









 뭐 그냥 먹을만했습니다. 일단 달아서 맛이 없지는 않더군요 ㅠㅠ 크으 설탕 다섯 숫가락이면 당면 한 사발도 뚝딱!









 그리고 예상하셨겠지만 저는 이쯤 되니까 또 졸려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자고 가기로 합니다. 와 내가 쓰면서도 한심하다. ㅁㅊㄷ ㅁㅊㅇ








아무래도 일기 형식으로 날짜 매겨서 쫓아가면서 쓴다는 최초의 계획은 역시 망한 것 같다. 20일 차이라니!!! 너무나도 놀라운 차이다 어허헣. 그러니까 살면서 특별했던 점을 개관했던 식으로 써야하는 것 같은데... 일단은 이번까지만이라도 걍 써야겠다 싶다. 기억들이 사라진다는 게 너무 싫은 날들, 그리고 그 기억들을 항상 기록하는 사람들의 대단함을 알게 되는 날들이다.


새삼 안네 프랑크의 위대함을느낌... 갓네 프랑크 날 가져요 엉엉ㅠ_ㅠ





2015년 8월 9일, 일요일


 헬싱키의 주말은 상큼합니다. 상큼한 날에는 상큼하게 살아야 합니다. 물론 저의 신체로는 그런 상큼함을 구현하기가 불가능하지만, 교환학생이라는 특별한 지위, 그 특별한 지위에 대한 환상이 있으니 웬지 될 것도 같습니다. 결국 교환학생이라는 활동을 지탱하는 두 축의 환상은 관광과 문화 교류입니다. 그래서 이번엔 ①헬싱키 대성당②수오멘린나를 방문하고 이후 ③한국 음식을 해 보기로 합니다.



 일단 아침은 이렇게 먹습니다.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네요. 저기 훈제 연어?가 굉장히 맛있습니다. 마치 한국 참치 캔 말린 것처럼 결따라 분리되는데, 짭짤하면서 담백하고 아... 침이 고인다... 근데 우리 집 주변엔 저런 비슷한 걸 안 팔아요. 왜 안 팔지 짜증나네, 전철 역 근처 마트를 다시 한 번 날 잡고 뒤져보기로 다짐합니다.





 아침 먹다 감동해서 찍은 창 밖 사진. 나무들이 엄청 키가 크죠. 4층에서 찍었는데, 4층인데도 창 바로 밖에 나무가 있다니 너무나도 감격스러워서... 사실 지금 기숙사도 4층인데 밖에 나무가 있어요. 핀란드는 전체적으로 도시에 녹지가 굉장히 많아서 보고 있으면 굉장히 흐뭇합니다. 흐뭇...방긋방긋 어헣어헣... 용택이0:3 어헣..







????????






 헬싱키 중앙역에 내려서 발견한 특별한 이벤트, dinner in the sky. 크레인으로 하늘에서 음식을 쳐묵쳐묵... 처음에 뭥미 했다가 고도 보고 다리가 후들후들;; 오늘은 말고 다음엔 꼭 가고자 다짐했건만 날짜를 까먹어버리고 맙니다. 이거 16일까지였는데. ㅠㅠ제길.




 중앙역에서 알렉산데린카투(Alexanderinkatu)를 조금 걷자 바로 의사당 광장(Senaatintori)과 헬싱키 대성당이 나옵니다.












 광장이 공사판인데 아마 콘서트장을 설치하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봐서 여기서 뭔가 행사를 많이 하더라구요. 역시 약속된 메탈의 땅 핀란드...









 스스로가 되게 웃겼던 게, 2년 전에 헬싱키에 왔을 때는 길을 좀 헤매다가 옆으로 돌아 오느라 의사당 광장을 못 봐서, 헬싱키 대성당 건물만 보고 이게 무슨 관광명소지??? 존나 추워죽겠네 ㅅㅂㄻ하고 생각했는데, 광장을 끼고 보니까 웅장한 느낌이 나긴 나네요. 관광명소 인정합니다. 




 그리고 솔직히 2년 전에도 느꼈지만 대성당 내부는 별 거 없습니다. ㅇㄱㄹㅇ 안들어가도 돼요.



 게다가 이 대성당 가는 길에 제가 이번에 다닐 헬싱키 대학도 지나쳤는데, 헬싱키 대학 지나간 지도 몰랐음 ㅎ;ㅎ;







 의사당 광장 중앙에 간지나게 서 있는 동상은 러시아의 황제 알렉산드르 2세의 동상입니다. 여러분이 중학교 때 사회 과목에 관심이 많았다면, 그리고 사회 선생님이 진도를 제대로 나가 줬다면, 아니면 고딩때 세계사를... 아무튼, 다양한 경로를 통해 알 수 있는 황제입니다. 핀란드는 스웨덴에 의해 긴 지배를 받다가, 19세기 초부터 100년간 러시아의 지배를 받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황제의 동상을 철거하지 않은 것을 보면 역시 갓렉산드르 2세☆ 답습니다. 





 알렉산드르 2세는 농노 해방령을 반포하고 개혁 정책을 펼치는 등 노력했으나 당시 러시아 사회의 후진성을 고려했을 때 사회 질서 유지와 서구적 이상을 가지고 있었던 지식인들의 이상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그가 모두 충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했고, 결국 황제가 너무 보수적이라고 생각한 아나키스트들에 의해 암살당하고 맙니다. 아이러니는 알렉산데르 2세가 암살당했을 때, 그는 자유주의적 의회(두마)를 설치하기 위해 궁으로 가는 중이었다는 것. 


 그 이후 즉위한 알렉산데르 3세는, 아빠가 봐줬더니 간나새끼들이 황제 높으신 줄 모른다는 생각으로 반동 정치를 펼치게 되죠. 결국 아나키스트/사회주의자와 중도진보 자유주의자들은 모두 탄압당하게 되고... 결국 레닌이... 이에 의한 정치적 교훈은 견해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이하생략.


 사실 알렉산드르 2세는 프랑스의 나폴레옹 3세가 선물한 방탄 마차에 타고 있어서 첫 폭탄 투척으로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상황을 살피고 주변을 수습하기 위해 마차에서 나왔다가 두번째 폭탄을 맞고 끔살...은 아니고 거의 빈사상태가 되어, 곧 죽게 됩니다. 정말 왕은 착하면 오래 못 사는 건가 싶은게, 오스트리아의 황태자 프란츠 페르디난트도 사라예보에서 암살당할 때 첫 폭탄 테러로 암살당한 중령의 상태를 보러 가려다 다음 암살자에게 걸려 저격당했고, 결국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게 되었으니까요. 그는 반대를 무릅쓰고 왕족 출신이 아니었던 여자와 결혼한 사람이고, 오스트리아를 미국과 같은 연방제로 전환하고자 시도했던 인물이었습니다. 험악했던 시대에는 주변 사람들의 목숨을 살피다 오히려 자신의 목숨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하필이면 그 결과가 씁쓸합니다.





 저도 알렉산데르 2세 폐하와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근데 안올릴거임. 왜냐면 찍어달라고 부탁했는데 찍어준 사람이 바닥이 60%이상 나오게 찍음;; 부들부들... 존..나... 인종차별받은것처럼 울컥합니다. 하기사 허구한날 사진 찍어 올리는 갓-한민국의 스탠더드를 서양인에게 기대한 게 비현실적이었겠죠? 물론 제 현실은 바닥이 아무리 적게 나와도 비율 노답임ㅋ





 가는 길에 휴대폰으로 작별인사를 한 번 해 주고 다음 목적지로 향합니다. 어차피 이번 학기 내내 지겹게 지겹게 보게 되겠지. 그리고 한국인 관광객이 그리울 때마다 오게 되겠지.




 수오멘린나로 가는 배는 시장 광장(Kauppatori)에서 탈 수 있습니다. 사설 페리 업체에서 하는 페리가 있고, 헬싱키 대중교통에서 운영하는 페리가 있습니다. 저는 이 때만 해도 교통카드고 뭐고 없어서 사설 페리 탔는데, '헬싱키 카드'를 구매하면 대중교통 페리를 공짜로 이용할 수 있고, 학생용 교통카드가 있으면 할인이 된다는 것 같기도 하고;; 자세히는;;ㅠㅠ




 티켓 값은 사설 페리 기준, 1인당 7유로입니다.








 캬 핀뽕에 취한다




 근데 의외로 찍은 사진이 별로 없네요 배에서. 뽕이 부족함... 그래서 더 취하진 못하겠고 내립시다.




 

\



선착장 사진입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수오멘린나 수오멘린나 했는데 그 뜻을 모르셨겠죠. 스타쉬피스도 아니고 ..




 수오멘린나(Suomeinlinna)는 '핀란드 요새'라는 뜻인데, 스웨덴이 헬싱키 앞바다에 지은 바다 요새입니다. 러시아 지배 때는 러시아의 요새로 쓰였고, 1917년 핀란드가 독립한 후 겪은 1918년의 핀란드 내전에서는 포로수용소로 사용되기도 했어요.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의 하나입니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무엇보다 요새라고 성과 대포만 있는 게 아니라 내부 조경도 꽤 아름답고, 섬이다 보니 백사장이나 자갈 해변 등에서 피크닉이나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이 보입니다. 개이득ㅋ




 




 수오멘린나 지도. 보시다시피 두 개의 큰 섬과 부속 섬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두 섬 사이에는 다리가 있구요. 꽤 공간이 크니 시간 넉넉히 잡고 천천히 돌아보는 걸 추천합니다.






캬 핀란드 누나들 비키니 개이득...


ㅇㅅㅍㄹㄷ







 왜 거기 사진이 없어졌는지 모르겠지만 ㅡㅡ 여기 대포 말고 저 위에 비키니 누나들 있는 해변에 좀 오래된 대포들이 쭉 늘어서 있는데 굉장히 멋집니다. 근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포신 안엔 쓰레기가 ㅋㅋㅋ 과연 핀란드나 한국이나 핀찐한찐인 걸까요, 아님 외국인 관광객들의 소행일까요. 진실은 저너머에 ...






 교회당 앞에서 여기서 우르르 몰려다니며 떠들던 한국 중고등학생들을 발견했는데, 그렇게 큰 민폐는 아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외국에서 한국인 개념없다 개념없다 해도, 점점 갈수록 해외여행 예절은 나아지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처음엔 에티켓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을 테니까요.






 회당 안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그리고 웃통 까고 다니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여름이라서 좋아서 그런가... 막 수오멘린나 내에서 웃통 벗고 막 다니는데 주변 사람들 신경도 안 쓰고, 근데 남자는 웃통 까고 다니는데 왜 여자는 그런 사람 없죠? 선진복지북유럽노르딕국가도 남녀차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군요? 죽창...죽...창이 필요하다...







 지금 보니 사진 진짜 다 못 찍었다 싶어서 도저히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네요. 수오멘린나 항공사진을 첨부할게요 ..







  이...이것은 겨울...!



이건 엽서에 자주 나오는 구도의 사진.

 




 이제 슬슬 헬싱키로 돌아갑니다. 사진이 너무 없네요. 많이 찍은 것 같았는데 착각이었나. 내 사진이 왜 없어졌지 ;; 내 사진 내놔라 이놈들아






 돌아가던 페리에서 발견한 아재... 아재도 나윗보러 여기왔능교...




 시장 광장(Kauppatori)에 도착. 사진을 안 찍어서 구글 사진으로 대체합니다ㅠㅠ







 일단 밖에 나왔으니, 밖에서 뭐라도 먹고 들어가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시장 광장에서 뭐라도 사먹으려 합니다. 그런데 사람이 너무 많았어요. 일요일+여름+투어스팟...  




 결국 노점 한 군데에서 '연어 수프'를 샀는데, 자리가 없습니다. 존나 빡침 ㅡㅡ 빈 자리 있는 거 보고 거기 앉으려고 갔는데 저보다 1초 빨리 동유럽계로 보이는 여자사람이 와서 자리를 채갑니다. 눈이 마주치자 I'm sorry하고 1초만에 바로앉음 어헣. 보통 이러면 예뻤냐고 물어볼텐데 그 떄의 힘듦+빡침이 너무 겹쳐 예뻤는지는 생각도 안남...



 덕분에 저는 저 위 사진 있죠? 저기 보이는 부두에 걸터앉아 연어 스프를 쳐묵쳐묵합니다. 날아오는 새새끼들은 뽀나스.





 연어 수프. 맛은 있고 먹을만 했습니다. 가격이 비싸고, 꽉 따라 줘서 손에 국물이 묻어서 비린내가 나고, 부두라서 바람이 존나 불어서 심심하면 빵과 휴지가 날아가고, 주기로 했던 커피가 없어서 더 달라 할까봐 그냥 귀찮고 커피 먹어봤자 위장에도 안 좋은데 그냥 먹지 말지 뭐 하면서 괜히 짜증났던 뭐 그런 문제점들을 제외하면요. 가격은 6유로 정도 했던 것 같네요.





핀란드 친구가 먹었던 종합선물셋트. 좀 더 비쌌던 걸로 기억합니다.





 내가 이렇게 햇살을 즐길 동안 한국에선 햇살을 피하고 싶을 거야, 생각하니 괜히 힘이 납니다.





 비둘기야 먹자 구구구구구구 하고 싶지만 비둘기는 없고 오리만.


 


 수오멘린나에서 많이 걷고, 배도 차자 잠이 오네요. 그렇지만 괜히 쓸데없이 한국 요리를 해주겠다고 약속을 해 버렸으니, 아시안 마켓으로 가야 합니다.


 


 도중에 R Kioski - 일종의 편의점에 들러 교통카드를 삽니다. 물론 학생 인증서가 있으면 월간 카드를 받을 수 있지만, 일단은 그런 게 없으니 일반 교통 카드를 샀습니다. 교통카드는 어디서든 살 수 있는데, 개인정보가 인증된 카드는 HSL에서만 살 수 있는 듯. 저는 얘가 캄피에서밖에 안 파는 줄 알고 있었어서... 캄피에서 샀습니다. 크으...




교통카드 하나 사러 이 거대한 쇼핑센터까지 오다니 부들부들...





 아무튼 교통카드도 있으니 이제 메트로를 탑시다. 헬싱키의 아시안 마켓은 '하카니에미(Hakaniemi)' 역 근처에 몰려 있습니다. 네, 사실 핀란드어의 t,k,p는 외래어 표기법상으로는 거센소리로 표기되나, 실제로는 한국어의 된소리와 유사하게 들리기 때문에 원어 식으로 쓰자면 하까니에미입니다. 묘하네요. 영 어감이 좋지가 않습니다;;




 노선도에서 보시다시피, 하카니에미 역은 도심에서 매우 가깝기 때문에 뭐 교환학생이 아니고 여행자라도 무리없이 들를 수 있습니다. 헬싱키 중앙 역에서 두 정거장밖에 안 합니다. 그래서 쉽게 찾아가고, 쉽게 아시안 마켓도... 그럴 리가.




 이 때의 문제는 뭐였냐면, 당연히 한국 음식 파는 곳을 찾아야 하니 네이버에서 검색 때리고 수-많은 블로그 후기들 중 하나를 골라 거기 지도를 보고 가면 되는 건데, 일단 저의 폰이 데이터가 안 되니 그냥 구글에 Asian market Korean food 이딴식으로 검색해서 간 거. 그래서 쓸데없는 인도 음식점 들르고 시행착오를 거치다가, 베트남 식료품점에서 당면과 간장, 참기름 등을 샀습니다.




 하카니에미 역 근처에 Vii Voan이라는 베트남 식료품점과 중국계 식료품점인 Oriental Supermarket, 즉 '동방슈퍼'가 있는데 이 둘만 알면 헬싱키 생활에 거의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여기서 부족하면 조금 떨어져 있는 중국계 식료품점인 Asian Supermarket인가 Ajou Supermarketet인가... 가시면 됩니다. 아주슈퍼는 라면이 5센트 더 쌉니다. ^_^;;




 다만 이 때 베트남 식료품점에서 굉장히 인상적인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500유로 지폐를 실제로 본 것이었습니다.


 베트남인지 중국인지, 아무튼 아주머니 한 분이 오시더니 식료품을 몇 개 사고 대금을 쿨하게 500유로로 결제...






 한 장에 70만원,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나 볼 줄 알았던 500유로를 실제 아줌마의 지갑에서 채소 대금 결제용으로 보자 저는 순간 정신이 멍해집니다. 어헣;;





 그리고 당면과 간장, 참기름과 기타 야채 몇몇을 사들고 저는 숙소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이 재료들이 요리되는 일은 없었다.


관광과 쇼핑에 모든 힘을 쏟은 나는


이어진 저녁에선 거짓말처럼 잠에 들었다.





꼐속












 열흘이나 지난 일을 기억을 떠올려 적고 있자니 정말 귀찮다. 그래, 난 항상 이런 식이었다. 사진 찍는 것 정도는 어떻게 할 수 있다. 머릿 속에 담아 두고 나중에 얘기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글을 쓰는 건 진짜 정말-엄청나게 귀찮은 일이다.


 글쓰기의 본좌 ★김영하★ 선생께서는 글쓰기에 대해 이렇게 말하셨다. "기록한다는 것은 조수간만처럼 끊임없이 침식해 들어오는 인생의 무의미에 맞서는 일"이기도 하다고. 처음 읽고서 감탄했다. 역시 갇-영하... 그러나 그 감탄의 여운이 사라지자 의문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무의미는 왜 안 되는가? 그러니까, 왜 "나쁜 것"인가? 갇-영하 선생께서도 딱히 종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인생의 허무함을, 무의미함을, 덧없음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될까? 굳이 원하지도 않은 태어남, 딱히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은 삶, 그리고 썩어 없어질 몸뚱이. 오히려 인생은 무의미함이 더 자연스러운 것 같은데, 왜 굳이 맞서야 하는 걸까.


 나의 의문은 해결되지 않았다. 종교적인 해답들은 나에게 의미가 없고, 도덕적인 대답들 역시 식상할 뿐이다. 그러나 나는 어쨌든 오늘도, 나도 모를 의무감에 창작과 정리의 고통을 참아 가며 블로그에 정말이지 크게 특별할 것도 없고 흔하디 흔한 교환학생 생활을 기록한 글들을 싸지르는데, 인생의 무의미함만큼이나 무의미에 맞서야 한다는 나도 의식을 가진 생명체로서 당연한 일인 것일까, 아니면 그저 기록이란 가치 있는, 바람직한, 또는 숭고한 일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열심히 학습했기 때문일까... 여러가지 고민을 남겨둔 채 역시 본문을 시작하는 일은 귀찮은 일이다... 빨리 생각하는 대로 글 써주는 뇌파인식기계나 개발됐으면 좋겠다...




2015년 8월 7일, 금요일



저번 글에서 8월 7일이 다 안 끝났다. 뭐 날짜별로 쓴 것도 아니니까 상관없습니다. (절대 귀찮아서 다 안 쓴 게 아닙니다.)




저녁 10시경의 핀란드의 하늘을 다시 한 번 감상합니다. 여기가 갓-란드...


사실 요즘도 11시에 완전히 어두워지긴 하는데 이 정도는 아님.


 하지 때 왔으면 좋았을텐데, 어차피 계절학기도 ★패망★한 걸 다 때려치고 6월부터 왔어야 했는데 꺼이꺼이...




 다행히 출발 전에 핀란드인 학생 한 명과 컨택이 되었고


 어찌저찌 기숙사 키 받기 전인 일요일까지만 신세지기로 해서, 그쪽 집으로 움직이기로 함. 


다행히 헬싱키 공항은 헬싱키가 아니라 반타(Vantaa)에 있는데, 걔네 집도 반타임ㅋ 



 왜 헬싱키도 아닌데 헬싱키 공항이라고 붙여놨냐 부들부들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이 공항의 정식 명칭은 Helsinki-Vantaa Airport입니다.


 인천공항도 뭐 정식명칭은 아니지만 해외에서 예매할 때는 Seoul-Incheon이라고 다 써놓으니까 ...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만약 뭐 잠깐 공항 근처에서 머무를 숙소를 잡는다면 헬싱키를 검색하지 말고 반타를 검색하자.


물론 반타는 헬싱키의 위성도시지만 인천은 서울의 위성도시라고 하면 인천 시민들이 화냄.






사실 저번에 잠깐 스탑오버했을 땐 버스 타고 바로 헬싱키 시내로 나갔어서, 전철을 타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전철역이 너무멀다 ㅠㅠ 


진짜 너무멀어서 와 핀란드 공무원들도 세금낭비 개쩌네 여기도 별수없구만 하고 욕했지만 알고보니 ...













★셔틀버스★가 있었다... ㅠㅠ


나는 지금 글 쓰는 오늘에야 알게 되었다. 여러분 셔틀버스 타세요 두번 타세요. 그냥 터미널 앞에서 타면 됨.


아 물론 어차피 헬싱키 바로갈거면 버스타는게 백 배 나을 듯 어헣





전철역은 ... 참 ...


깊고... 아름다워요 ...





진짜 엄청 깊은데다가 주변은 다 암벽이라 핵전쟁 벙커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이 직전 역은 완전 지상역인데 여기는 졸라 말도안되게 깊음 ㅋㅋㅋㅋㅋㅋㅋ


게다가 또 내려가서 걸어야 할 건 많어서 멍청하게 셔틀버스 안 타고 걸어온 나의 기분을 더 상큼하게 해 주심 ^_^





혹시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고 구소련과 2번의 전쟁을 겪었던 핀란드의 후쿠시마화를 막기 위해 깊-게 지은 것일까? 


진실은 저 너머에 ...


는 개뿔 그냥 고도차이 때문이겠지 ㅉㅉㅉ



방에 짐을 풀고 밤의 헬싱키에 나갔는데... 번쩍번쩍 시끌시끌 어마어마하게 화려했습니다.



다시는_헬싱키를_무시하지_마라.jpg


ㅇㅇ;;


근데 나도 찐따에 핀란드 애도 시골에서 막 올라온 최소 유학생 ;;


각종 부위에 화려한 문신을 하고 페이스페인팅을 한 백형 백누나들이 날뛰고 노는 걸 보니 역시 쫄아붙고 말았다.


인상깊었던 게 어떤 언니들이 경광봉 흔들면서 막 놀길래 뭔가 싶었는데 경광봉에 적힌 글자는 'WEEKEND'


그냥 주말만 되어도 신나는건가 ; 캬


그래서 그냥 평범한 식당에 가서 쭈구리처럼 앉아 한 끼 먹고 나서 오늘의 일정은 종료...


내 살면서 이렇게 큰 부리또는 처음봄;; 부리똔데 부리또처럼 먹을 수를 없음;;


게다가 돌아오는 길에 탄 버스는 갑자기 정전되어서 놀람을 안김과 동시에 내 삶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움;; 어헣







8월 8일, 토요일




그 다음 날 아침은 뭔가 서양 하면 생각나는 방-버터-치즈-우유의 아침이었다.


저 검은 빵은 되게 싸고 질긴데, 토스터기에 돌리면 되게 맛있음 ㅎㅎㅎㅎㅎㅎ어헣


게다가 연어도 엄청 맛있었는데 아직 저런 연어를 어디서 구하는 지 모르겠다 ㅠㅠ 진짜 맛있습니다




이 겁나 큰 치즈는 위에 사진에 있는, 중간에 네모난 구멍 뚫린 주걱같은 걸로 긁어내서 빵과 함께 먹습니다.


뭐 절대 씹어먹고 잘라먹고 그런 게 아닙니다. 하긴 잘라먹는 것 정도는 취존가능.




이건 Leipäjuusto(레이빼유스또)라고 불리는 치즈인데,


유스또는 '치즈', 레이빼는' 빵'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빵치즈 ;; 빵처럼 생겼다고 그런가...


저렇게 고정되어 있고 칼로 잘라서 먹는건데 되게 특이한 느낌이 납니다. 미끌미끌. 그러나 맛있습니다.




오늘의 일정은 별 거 없고 헬싱키 주변의 도시인 께라바(Kerava)에서 하는 월드 푸드 마켓? 그게 한다길래 


거기 가자...는 것 같아서 거기 가기로 했는데...


결과적으로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ㅠㅠ



가는 길에 전철에서 본 흥미로운 벽화


새가 인간이 되는데 쭉 가다보면 다시 인간이 동물로 돌아감 어헣;;


갑자기 봐서 당황해서 제대로 못 찍었고, 몇일 뒤에야 추가 사진을 찍게 됩니다. ㅎ.ㅎ;





헬싱키의 교통은 버스-트램-메트로-전철이 있는데,


메트로는 헬싱키 시내에서만 움직이고 전철(Comuter Train)이 헬싱키와 그 주변 위성도시들과의 교통을 담당합니다.


서울 지하철과 수도권 전철이 통합되어 있는 한국인으로서는 좀 직관적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뭐 큰 무리는 없습니다.


애초에 환승역도 1곳, 메트로 노선도 1개 뿐이라 서울보다는 19370130배 간단함.


교통카드 시스템이 좀 헷갈리는데 나중에 알아보고 포스팅하겠습니다.




아무튼... 이곳은 께라바.



세계 음식 시장은 뭐 그럭저럭 ㅋㅋㅋ 여러 국가 국기를 단 천막과 치즈-과자 등을 파는 노점들이 있었는데


독일 소시지를 먹을까 했지만 핀란드 애가 채식주의자라 포기


물론 핀란드인답게 혼자라도 먹으라고 하긴 했으나 그건 미안해서 걍 포기


어헣


물론  아무래도 천막이라 그런지 비싼 가격도 한 몫 했고 게다가 그냥 배가 안 고픔 ;;



시장 행사장 모양이 십자형이었는데 프랑스가 좌우-상하축을 다 먹었습니다.;; 당혹


아무래도 이 행사 담당자가 중증 불뽕인게 분명해 보입니다. ㅇㄱㄹㅇ ㅂㅂㅂㄱ


잔다 X 해봐 해야되나 생각하다가 


그런 문명화되지 못한 풍습을 여기서 퍼뜨리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참습니다.


라팔 쓰레기 해봐 할걸그랬나...



물가에 마음의 준비가 안 됨 + 채식주의자 동반 + 안 배고픔이 문제였던 것 같지만 뭐 ...


축제 자체는 괜찮았고 재밌게 구경했습니다.


근데 어제 너무 오래 깨어 있었어서 그런지 급피곤 ㅋㅋㅋㅋㅋㅋ


급 귀찮고 피곤해져서 서울에서의 히키코모리 습성이 다시 발현된 저는


그래서 그냥 다시 집으로 돌아가서 뭔가를 먹기로 합니다.








감자에 향신료 등등을 섞어서 오븐에 굽기. 이 요리는 유럽에서 대중적인 것 같았다.


얼마 전 체코인 플랫메이트 아담이 똑같이 함...


게다가 핀란드에서 감자는 2kg에 1.4유로..................(약 2000원?)


진짜 말도 안되게 싸니까 저 감자요리는 아마 앞으로 계속 해먹지 않을까 싶다...ㅠㅠ


미친 한국은 도대체 얼마나 남겨먹는거지 ㅠㅠㅠ


이 때 눈치챘지만 '북유럽의 미친 물가'는 장바구니 물가엔 적용이 안 되는 거였습니다.


빵 채소 과일 우유 물고기 등은 핀란드 개쌈...



그리고 샐러드! 진리의 방토. 방토는 생각보다 비쌌습니다. 기억은 안남 죄송합니다




이건 샐러드랑 같이 먹는 듯한 핀란드 치즈였는데 약간 신 맛 난다. 이건 그렇게 맛은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이걸 먹고 나서 나는 잠에 빠지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 다음 날 어떤 일이 있을 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다.
















교환학생 출발!!!!!!!하는데,


정말이지 나는.... 준비를 하나도 하지 않았다.



당장 금요일 날 도착하기 때문에 그날 기숙사에 못 들어가는 것도 얼마 전에 알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날 방에서 유로파...유로파만...


더워서 쪄죽을것만같은 헤븐조선의 여름, 나는 골방에 쳐박혀 게임만 하고 있자니


유로파 배경음이 귀에 익숙해지고 나의 청나라가 먼저 헬싱키에 도착하는가 내 몸뚱아리가 먼저 도착하는가 고민할 때가 되었고


벌써 출발은 내일로 다가와 있었다.






















물론 미루는 게 항상 나쁜 습관은 아니다. 모짜르트는 돈 지오반니 서곡을 오페라 초연 당일날 작곡했으니까.









게다가 미루는 시간동안 경험이 쌓여 더 현명해질수도 있는 일 ^_^;;









그러나 문제는 ①난 모짜르트가 아니고 ②내가 미루는 동안 한 것은 게임 뿐이라는 것.















결국,




준비가... 안... 됐다 ...











"너흰 아직 준비가 안 됐다"라는 일리단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왔다.


너흰 


아직.. 


너흰아직...


너새끼는... 아직 .. 


닥쳐 





고만해미친놈아ㅠㅠ


비록 환청에는 닥치라고 일갈하며 머리를 훌훌 털었으나 늦은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도 대충 캐리어와 가방에 준비물을 챙겨넣으니 어느 정도 찼다. 내가 챙겨 온 것들은,


옷(짧/긴). 타월. 속옷. 양말. 체육복. 화장품. 약. 젓가락.

면도기. 세면도구. 휴대폰 및 휴대폰 예비배터리. 노트북. 목베개.

책 몇 권 (론리플래닛, 칼레발라, 등등), 핀란드 비자 관련 서류,

랜선, 랜선 분배기, 이정도 .. 아 맞다 그리고 홍삼..


상비약은 공항에서 샀다.


지금, 핀란드 도착해서 1주일이 지난 시점에 느끼는 것은


1. 헤어드라이어와 슬리퍼는 가져왔으면 매우 편했으리라는 것과,


2. 다른 나라 관광을 갈 거면 거기 필요한 것도 준비해야한다는 것.


지금 아이슬란드 여행을 가려고 생각중인데 가을옷도 없고 수영복도 없으니 

아.. 집에서 가져올걸 하면서 혼자 부들부들하는 수밖에 없다.


물론 내 아이슬란드 여행은 갈까말까하다가 그냥 충동구매한 거니까 뭐 ... 어쩔수없나 ㅠㅠ

가을옷은 나중에 보내주는 것 입으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 부들부들...


수영복은 아이슬란드에서 블루라군 갈 생각하니 ㅠㅠ 하

물론 어차피 생긴게 저렴하게 생겨서 그러려니 하겠지만...

지금 그냥 반바지를 사 갈까 생각중인데

 

무슨 쌍팔년도 사람처럼 아이슬란드 백형 백누나들 옆에서 다 수영복입었는데 반바지입고 물질할거생각하니

먹었던 음식들이 다시 올라올것만같다ㅠㅠ


어찌됐든


1. 멀티탭은 필요없습니다 (핀란드도 220볼트씁니다)


2. 화장품이나 바디워시, 폼클 같은 건 저는 싸 왔는데 핀란드에서도 파는 것 같아요. 깜삐(Kamppi) 가면 이런 거 파는 매장 많음.

물론 아직 책임은 못짐 어헣.




사실 아침에 병원 갔다가려고 했는데 병원 휴업이라서 캐리어 질질 끌고 간 나는 욕했는데

알고보니 병원 갔다 갔으면 늦었을뻔;; 감사합니다 갇사선생님.





인천공항 비행기 출발 1시간 30분 전?에 도착했는데 그냥 무난했습니다.


몇번 와보니까 그냥 익숙함. 익숙하게 e티켓 제시하고 익숙하게 소지품검사하고 익숙하게 출국장에 들어가서

익숙하게 전철비슷한거 타고 외항사쪽 탑승동으로 이동.


근데 역시 1시간 30분 전 도착이라 빡빡해서 약 좀 사고 나서

요즘 시끌벅적한 롯데가에 돈보태주긴 싫었지만 뭐 마지막 한국음식이니 하면서 롯데리아에서 강정버거 취식.ㅠㅠ

그리고 감동의 마지막 부모님과의 통화 후 아에로플롯 비행기에 오릅니다 ......................엉엉




사진 하나 참 못찍었네

하긴 뭐 사진못찍는거 하루이틀도 아니고... 그러려니


불현듯 DSLR 빌려주기로 한 군대선임이 생각나지만 나도 걔도 까먹고있었던게 함정




그리고 이륙... 


한국...ㅂㅂ...ㅠㅠ






처음 탄 러시아 비행기는 뭔가 어정쩡한 느낌이었습니다. 


나쁘진 않았고 어차피 싸니까 다시 타라면 탈 듯 한데 고급 느낌은 아님.




네. 그러니까 이런 느낌은 아니라는겁니다.


저런 느낌 한 70%에 보드카..아니 불곰..아니 방사능 홍 (이미 죽은 블로거입니다)



기내식이 짜다고 인터넷에서 징징대길래 걱정했는데 저는 먹을만했습니다만


짜긴 짭니다 특히 fish


개짬 ..





위에가 점심 밑에가 저녁. 밑에는 beef?엿나 기억이안나는데 ... 아무튼 fish가


더 짜도 더 맛있었습니다. 고기 준 건 무슨 개 싼 숯불후랑크햄구이 그런거에 숯불맛 빼서주는줄 ㅋㅋㅋ


차는 거의 무한대로 주니까 계속 달라고하세요 ㅋㅋ 전 홍차가 맛있었습니다.




사실 처음 러시아항공 뭥미 싶었던건 티켓을 보더니 좌석 이쪽으로 가려면 이쪽 복도로 가라...고 말한뒤 제가 가니까


한 2초쯤 뒤에 잘못말했다고 그래서 뭔가싶었는데 빵터진건 한국어방송 ㅋㅋㅋㅋㅋㅋ


기내에 한국인?한국계?같은 승무원이 1명 있었는데


그사람이 방송할 땐 그냥 평범한... 한국어 기내방송이었는데 누군진 모르겠지만


되게 한국어를 못하시는 승무원 한 명이 방송을 해서 ㅋㅋㅋ그때마다 기내에는 다 웃음참느라 힘들어하는사람들만 ㅋㅋㅋ


안→뇽↑하↘니↘카↗? 

저히 아  이 주쇼↓소 캄 함니다


ㅇㄱㄹ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너무 웃겼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녹음못한게 한일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외에도 뭐 좌석 모니터가 조금 나가서 왼쪽 중앙 1/4정도가 잘 안보인다던가 ...

여러가지 느낌을 겪으며 모스크바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불곰국의 수도 모스크바 공항 환승장은...



좁고... 좁아요...


게다가 기온마저 후텁지근해서 아니 내가 그 헬에서 도망쳐왔더니 여기도 시원하지 않단말인가 ...?


당황스러움을 느꼈지만 일단 긴-낮을 보며 헬싱키는 다르겠지... 하고 애써 위안을 삼았다.




오후 7시 사진 고위도 위엄보소 ㄷㄷ해



그런데 뜬금없이 또 비행기 하나가 늦는 바람에,


 같은 곳에서 출발하는 내가 탈 핀에어 코드쉐어 비행기도 늦어졌다;;부들부들


덕분에 애초 시간보다 1시간이나 지연되어 출발.


게다가 사정 물어보는데 카운터 승무원은 아는 것도 없고 까칠해서 짜증났지만 그렇습니다.. 


MEANWHILE IN RUSSIA...



불곰한테 수정펀치 쳐맞기 전에 여긴 러시아니까 이상한 소리 하지맙시다.





드디어 핀에어 비행기를 탔는데 '핀에어'라 그랬는지 당연히 거기 사람들 핀란드사람이 많을거라는 헛된 생각을 갖고


내 앉을 자리 안전벨트 치워준 인상좋은 아저씨께 'Kiitos'라고 인사했는데 그분의 휴대폰을 보니 키릴문자 


나중에 헬싱키 공항에 내렸는데 EU 시민쪽 줄에 선 사람은 열명도 안된듯 ㅋㅋㅋ 괜히 뻘쭘했다




마침내 입국심사를 받는데


줄을 서 있는데 핀란드 출입국 심사관의 저...무전기는...





내가 의경때 쓰던건데 ㅠㅠ 어헣 ㅠㅠㅠㅠㅠ


이역만리에서 무전기 하나로 느끼는 향수라니... 근데 왜 하필 군대향수냐 ㅂㄷㅂㄷ ㅠㅠ





2년 전 유럽 갈 때 경유할 때와는 다르게 뭐 영어로 질문 몇마디가 이어지고 ...


그냥 간단한 영어니까 대답했다. 절대 영어를 잘하는 게 아님.


그리고 여권에 도장도 없이, 


드디어, 핀란드 영토로 넘어왔다.





그리고 그 때까지도 해는 완전히 지지 않았다 카더라


참 길었던, 기나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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