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여행 마지막날(3): 2015년 8월 24일 월요일, 22:00




 단순히 여행기 연재하는 게 왜 이렇게 힘든 지 모르겠네요 ^_^;; 저의 빈약한 정신력을 잘 보여주는 듯 합니다. 빈약한 끈기도요. 그렇지만 그렇다고 아이슬란드 여행기를 잘라먹는 건 도저히 용납이 안 되니, 드디어 아이슬란드의 마지막 순간에 대해 쓰겠습니다.






 밤에 도착한 케플라비크 공항. 드디어 돌아가는 것인가...



 내가 아이슬란드에서 보낸 날들에 대해 수많은 회의와 후회가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내가 가지 못한 곳, 보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요. 그렇지만 냉정히, 내가 아이슬란드에 온 게 잘못한 일이었나? 생각하면, 그건 아니었네요. 더 좋은 여행을 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여기에 있을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다는 것을, 공항을 바라보면서 느꼈습니다.




 구매 금액이 37,000크로나를 넘는 게 있으면 여기서 도장을 받아야 하는데 전 그렇게 돈을 많이 쓸 수 없으므로 ^_^;; 패스합시다.




      


 공항에서 도저히 안 먹고 버티려다가 그냥 먹기로 했는데, 또 괜히 돈 더 내기 싫어서 빵은 빼고 소세지만 먹습니다. 으으으으으으 부들부들... 그리고 레이캬비크에서 먹던 탄산수처럼 생긴 탄산음료가 생각나서 탄산수처럼 생긴 병을 샀는데 이건 또 그냥 탄산수입니다. ㅠㅠ




헬싱키로 돌아가는 비행기는 1시. 처음엔 데스크가 안 떠서 뭔가 했는데 자동 발권 시스템 이용하라는 거였어요. 




자동 발권은 처음 이용해 봐서 당황했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편했습니다. 여권이었나 e-ticket이었나... 뭔가 스캔하면 바로 뜹니다. 개꿀 신기방기.




     




 처음으로 수화물 띠도 직접 뽑아서 캐리어에 묶어 보고, 방금 뽑힌 따끈따끈한 보딩 패스도 만져 봅니다.




항상 보딩 패스 보면 드는 생각이, 더 예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왜케 이렇게 칙칙하게만 만들까 싶은 겁니다... 비용이 많이 드나?




 그리고 출국 면세점,





 면세점은 정말 면세라서인지 굉장히 쌉니다. 아이슬란드 물가에 비해서요. 하우카르틀과 같이 먹으면 맛있다는 브레니빈을 사기로 합니다. 감자로 만든 아이슬란드 증류주에요.








 그 외에도 정말 수많은 술들이 있지만 돈이 없어서도 있고 세관 기준도 잘 모르고 해서 그냥 한 병만 샀는데 좀 후회되네요 ^_ㅠ







 화장품들... 보다는




 앱솔루트 하니 먹고싶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음에 스톡홀름 갔다올 때 면세점에서 사야겠다 생각을 합니다 ^_^;;





 아이슬란드는 끼워팔기를 정말 잘 하는 것 같아요. 쓸데없이 계속 끌림... 그치만 사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 생각하면 안 산 게 되게 후회돼요. 대부분의 경우 면세점이 개이득이긴 한 것 같아요. 사면 좋습니다.











그런데...



아놔...



 부가세 환급 혜택을 받으려면 여기서 우편을 제출해야 하는데 그걸 까먹은 것이었습니다 ^_ㅠ


 관련 우편들은 모두 캐리어에 쳐넣어버린 상황... 굉장히 당황하고 참담해서 상담원에게 물어봤는데, 다행히 집 가서 우편으로 부치면 된다는데 핀란드 우편으로 가능할 지 안 할 지 어떻게 알아봐야 할 지도 모르겠으니 막막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졸음에 시달리다가, 드디어, 드디어, 아이슬란드를 작별. 



 처음엔 비행기에서 왕좌의 게임 봐야지 생각헀는데 너무 피곤해서 그냥 잠만 쭉 자게 되더군요.









 그렇게 아이슬란드 여행은 결국 마지막 삽질인 면세서류 미제출로 끝나고, 저는 핀란드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저란 사람이 어떻게 후회의 인간인 지, 그리고 후회를 하긴 하지만 그래도 살긴 살아가는 인간인 지 드러내는 여행이 아니었나 싶네요...ㅠㅠ ^_^;;









THE END







핀란드 교환학생 일기로 계속 이어집니다.








아이슬란드 여행 일곱째날(2): 2015년 8월 24일 월요일, 16:00




(요즘 정신이 없어 연재가 정말 많이 늦어졌네요. 으으... 제가 게을러서인지 시간이 항상 부족합니다. 그래도 다시 글 써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회한에 젖어, 드디어 마지막이구나 생각하며 저는 버스에서 창 밖만을 바라보며 멍때립니다. 레이캬비크는 뒤이고 이제 아이슬란드에서 남은 곳은 블루 라군 뿐.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합니다. 블루 라군은 어떨까? 정말 재밌을까? 예쁠까? 가서 당황하지 않을까? 나의 근육1도없는 멸치 몸을 사람들에게 내보여도 괜찮은 걸까? 덕내난다고 뭐라 하지 않을까? 등등...










 사실 제가 뭐 그렇게 활동적인 사람도 아니기에 처음에는 블루 라군에 그냥 가지 말까 생각했었습니다. 그렇지만 미국 하면 자유의 여신상, 프랑스 하면 에펠탑, 아이슬란드 하면 블루 라군일 정도로, 공항 근처이기도 하고 해서 굉장히 유명한 관광지라 안 가면 어마어마하게 아까울 것 같아서... ^_^;; 그래서 헬싱키 최후의 날에 그 난리를 치면서 수영복을 샀었죠... 아아 애처롭다.






















 근데 솔직히 말하면 블루 라군 자체도 유명하긴 한데 좀 듣보잡이죠. ^_^ 아이슬란드라는 나라 자체가 한국에 잘 안 알려져서 ㅠㅠ 오히려 브룩 쉴즈 나오는 블루 라군 영화가 훨씬 더 유명한 것 같아요. 전 고등학생 때 블루 라군 2의 주인공 밀라 요보비치를 좋아해서 이 영화를 알게 됐습니다. 보지는 않았습니다 진짜임 ^_____^















 아마 아이슬란드 당국이 '산호초'도 '석호'도 아닌 이 온천을 '블루 라군'이라고 명명한 것은, 저 영화의 인지도의 덕을 보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네요.












 아무튼 각설하고, 헬가펠 하이킹 때 봤던 황량한 용암 평원을 멍...때리며 복잡한 감정의 격류를 느끼다가, 갑자기...














와와와와아미친미친미친ㅁㅊㄷㅁㅊㅇ완전개예쁘가파랑ㄴ흼ㄴㅇ르ㅏㅂㅁ즤!!









 와...



 갑자기 증기가 솟아오르는 게 보이다가, 뙇!하고 하늘색, 너무나도 아름다운 하늘색 연못들이 황량한 화산 평야 사이에서 뙇!하고, 뙇!!!!!!하고 나타나는데, 너무 예뻐서 기절할뻔;;; 미쳤습니다 미쳤어요...













 블루 라군의 광경을 보고 너무나도 행복해져서, 잠시, 아주 잠시 저의 멸치 몸에 대해 잊을 수 있었습니다.









 블루 라군 정문입니다. 당연히 보시면 바로 아실 수 있지만, 왼쪽에 있는 건물에 짐을 맡길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캐리어를 맡겼고 백팩은 가지고 들어갔습니다. 이 때 보관증을 떼는데, 찾을 때는 원래는 안에서 도장을 받아 와야 하는데, 제가 까먹고 안 받아왔는데도 그냥 저는 짐을 찾았습니다. 도장은 왜 필요한 것인가...








 그리고 잠시, 주변이 화산암으로 둘러싸인 통로를 지나면...



















우와...








물이 하늘색입니다. 하늘색이에요. 게다가 김이 모락모락 ^_^;







 굳이 입장 안 하셔도 이 주변에서 블루 라군을 둘러보기만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넓습니다. 넓어요. 









 구글 어스로 본 블루 라군. 하늘에서 봐도 하늘색입니다. 너무 예쁨... 꽤 넓은 걸 알 수 있습니다. 그 중 왼쪽에 보이는, 동그랗게 둘러싸인 곳만 일반 대상으로 영업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오른쪽엔 뭔가 프라이빗 풀 같은 느낌의 직사각형 공간들이 보입니다. ㅂㄷㅂㄷ.





















 입장권을 제시하면 팔찌로 바꿔줍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블루 라군의 위엄을 느낄 수 있음. 팔찌에 흰색 이물질들이 굉장히 많이 붙어 있습니다. 블루 라군에 엄청나게 많이 함유되어 있는 실리카 때문입니다. 이 팔찌는 어떤 입장 옵션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다른 색을 받습니다. 그리고 블루 라군 내에서 이 팔찌로 계산을 하고, 결제는 나중에 하는 뭐 그런 시스템...입니다.





 그러고 보니 블루 라군 요금제에 대해 안 말씀드렸네요. 가격은 기간마다 조금씩 다른데, 아래와 같습니다.





블루 라군 여름 입장료






블루 라군 겨울 입장료


 여기서 "여름"은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입니다. 와 8월 24일날 왔는데, 완전 쌀쌀하고 춥고 완전 끝물인데 10유로나 더 냈었다니... 부들부들...


  





 저는 COMFORT를 선택했는데, 지금 보니 그냥 타월만 가져갔으면 STANDARD도 괜찮았을 것 같네요. COMFORT는 STANDARD와 PREMIUM 사이에 끼여서 좀 애매해 보입니다. 그 와중에 LUXURY 지젼;;










 증정품으로 화장품들을 줍니다. 우왕ㅋ굳ㅋ.










 그리고... 탈의와 샤워를 마친 후 ^_^;;





 

 들어왔습니다.



 개쩜ㅋㅋㅋㅋㅋㅋ



 그러나 방수커버는 아이슬란드에서 너무 비싸서 안 샀기 때문에 사진은 뭍에서만 찍고 폰을 얌전히 다시 사물함에 반납한 후 물질을 하고 놉니다. 으아아아아 방수커버, 셀카봉 등등 한국에서 샀으면 쌌을텐데 정말 준비성 부족 때문에 수 차례 피눈물을 흘리네요.





 사람은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중국인들이 좀 많은 것 같아요. 사실 아이슬란드 섬 자체에 중국 사람들이 엄청 많음 ㅋㅋㅋㅋ 관광지 중 이렇게 중국인 비중이 높은 곳은 처음 봤습니다. 아마 아이슬란드 금융 말아먹은 것 때문에 그거 갚아보려고 어떻게 중국 관광 시장 개척 중인 듯;;







 



 일단 블루 라군 바닥은 평평하지 않습니다. 약간 튀어나온 부분도 있어서 좀 걱정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한데, 뭐 이렇게 자연이 만든 신비에 시멘트질을 하기도 뭐하니 그러려니 합니다. 물은 실리카가 함유되어 잇어서 맨들맨들. 감촉이 정말 좋습니다 ^______^ 온도도 정말 적당하게 따뜻합니다.





 




 블루 라군 앞에는 이런 바?가 있어서 음식을 먹을 수 있지만, 저는 돈이 없고 이하생략.










 그런데 솔직히 물 밖이 너무 춥습니다. 홀딱 벗고 수영복 하나 입고 온 몸에 물이 묻으니 체감온도가 진짜 노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답임. 타월을 두르고 다녀보지만 여전히 답이 없음. 부르르 떨면서 뛰어가니까 아주머니 한 명이 부르르 떨면서 웃습니다. 







 그래서 실내로 들어와서 폰질이나 좀 하려고 하는데...














;;


반도의 작은 스꼴커뮤니티까지 접속 막아놓다니 뭔가 대단합니다 블루 라군;; 왜 막아놨지?








 그러니 그냥 페북이나 하고 사진이나 찍읍시다.



 소심한 셀카. 눈갱. 도저히 추워서 안 되겠어서 셔츠 가져와서 돌아다니면서 사진 찍었습니다. 








 저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엔 실리카 통이 있습니다. 큰 통에 실리카가 엄청 많이 담겨 있어요. 저도 저기 가서 온 얼굴과 팔에 다 발랐습니다. 약간 지점토 같은 느낌인데 매끈매끈합니다. 사람들이 엄청 많이 퍼다 써서, 굉장히 실리카가 빨리 떨어져요. 통이 비었을 때 기다리고 있다가, 새 통이 오면 사람들이 우르르르르 몰려 들어서 실리카를 다 가져갑니다. 흐으.



 멀리는 산이 보이네요. 황량하다 황량해. 정말 이런 황량한 감수성이 온천을 둘러싸고 있는 게 블루 라군의 이채로움 중 하나입니다. 블루 라군 다시 가고 싶다...













는 ☆커플천국 솔로지옥 블루라군









 커플이 정말 너무너무 많습니다. 저는 혼자 왔는데, 뭐 여기 사람들한테 말 걸자니 뻘쭘하고, 괜히 밖은 춥고, 커플들이 온갖, 한국과는 비교도 안 되는 애정행각들을 하는 것 보면서 비통함을 키워갑니다.







 따뜻하고 매끈한 물과 황량한 광경을 보며 좋아하다가도 

커플들을 보면 아주 날카로운 죽창이 생각나는, 그런 하루였습니다.


다음에 돌아온다면 나, 커플이 되어 돌아오리... ㅂㄷㅂㄷ



























 지금까지 날씨 안 좋은 날, 뭍에서만 찍은 사진들, 게다가 멸치남의 셀카까지 보시느라 여러분의 눈과 정신이 참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블루라군 공식 홈페이지에서 괜찮은 사진 몇 개 퍼왔으니 보시고 노여움을 푸세요...












퍄퍄퍄...







 ...이 사진은 좀 어색하네요. 분명히 저런 지형에서 저렇게 앉아 있으면 찔려서 엉덩이 완전 아플듯 ^_^;; 아니면 사진용 투명의자를 한 거라 생각해봅니다.










퍄퍄퍄 2




 아아 좋다. 저는 수영은 안 했지만 (허가되어 있는 지도 잘 모르곘습니다.) 실리카가 많아서 그런지 확실히 몸이 일반 물보다 잘 떠요.









 비 오는 날 사진. 모델 누나 추워 죽겠다 이놈들아.






..............




할 말을 잊었습니다.




너무 멋짐 ㅠㅠ



















 에... 그런데... 왜 예쁜 여자 사진만 올리냐구요... 죄송합니다 ㅠㅠ 저의 취향을 반영한 선택입니다... 다른 사진들도 올릴게요...














 사실 뭐 블루 라군의 보통 풍경은 위처럼 혼자 고독한 느낌이 아니라 이런 거죠. 사람들 우글우글. 다만 이 사진에서 중국인 비율의 20% 정도 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위처럼 혼자서 노는 건 금수저라야 가능한 기행이죠. ^_^;; 









 겨울 블루 라군. 눈 덮힌 황야 한가운데에 온천이라니, 너무 멋지지 않나요. 다만 저 안에 들어가있는 사람들은 말도 못하게 추울 것 같다 ^_^;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저는 돌아가야 하죠. 케플라비크 공항에 가기 위해 정말 나가기 싫었지만 눈물을 머금고 블루 라군에서 나옵니다. ㅠㅠ



 이 사진은 도대체 왜 찍은거지. 안 찍은 줄 알았나.



 배가 고픕니다. 가격표를 봅니다. 잊습니다. 아이슬란드에서의 쇼핑공식.










 이 곳은 게이트를 나와서 있는 매점입니다. 참 먹을 것들 더럽게 많네... 부들부들...






 괜히 배고파서 한 번 더 쳐다봅니다.









 블루 라군 매점이에요.








 방수팩.... 가격 노오오오오오오오답 ^_^;; ㅠㅠ





 점원 한 명이 계속 try해 볼거냐고 저를 좇아다니면서 물어봅니다. 으아아아아아 무서워서 알겠다고 하고 try. 맨들맨들한 느낌이 매우 좋습니다. 그래서 괜히 여기서 로션도 바르고 수분크림도 발라봤습니다 ^_^; 그렇지만 하나도 사진 않음. 화장품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인터넷으로 구매 가능한데, 크게 가격 차이도 안 나서...








 




 나왔습니다.



 정말 마지막이구나. 풍경은 아름다운데, 왜 이리 슬플까요.





 올 땐 다른 길로 왔습니다. 곳곳에 조그마한 연못 같은 곳들이 있네요. 당연히 온천으로 쓰이는 곳들은 아니겠지만 정말 예쁜듯 ㅠㅠ




 협곡 같은 느낌마저 납니다.



 혼자 뜬금포로 멀리 있는 연못 ^_^;;















 그리고 저는 정문에서 짐을 되찾고, 버스를 기다립니다. 



 이놈의 자판기는 뭘 먹고 싶은데 먹을 수가 없음. 카드 아무리 긁어도 안 됨. 아아 정말 더럽게 화나서 마치 볼케이노 킴처럼 화산같이 분노했습니다.










 


 그런데 버스가 하도 안 와서 시간표를 보니,



현재 시각은 20:08인데 케플라비크로 가는 버스는 21:30에 오네요 ^_^;;


















 와 진짜 배고파 죽을 것 같은데 이런 무자비한 버스 시간표 ㅠㅠ 뭐 미리 버스 시간표를 숙지하지 못한 저의 잘못입니다...





















 너무나 아쉽게도 블루 라군에서 나와 아이슬란드 여행의 모든 일정을 다 끝낸 저는, 즐거움, 아쉬움, 후회, 섭섭함, 후련함, 아련함이 뒤죽박죽된 혼란스러운 감정을 지닌 채 스티븐 시걸의 표정을 지으며 나른한 몸을 이끌고 케플라비크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에 오릅니다.





















꼐속










아이슬란드 여행 일곱째날(1): 2015년 8월 24일 월요일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으로부터 한 달 전, 저는 드디어 레이캬비크에서의 마지막 날을 맞았다는 소회에 잠겨 있었습니다. 아아 드디어 마지막이구나. 그 소회에 잠겨 꿈도 그런 꿈을 꾸었더랬죠. 뭐 제가 하는 일이 항상 그렇듯이, 기억은 안 나지만...








그리고, 일어났더니









갓-냥이가 침대 위에 같이...





냥이찬양해ㅠㅠ







 다가가면 항상 으르렁거려서 내 몸에서 그렇게 마늘 냄새가 심하게 나나... 너한테서는 썩은 계란 냄새가 난단말이야... 하고 부들부들하게 만들었던 우리 고양이가 드디어 저에게 마음을 열었다고 생각하니 감동입니다ㅠㅠ<





 고양이 깨울까봐...도 있지만 사실 피곤해서 또 안 일어나고 침대에서 열심히 헤드뱅잉하고 있으니 쓰란두르님께서 깨워주심. 아 하긴 체크아웃해야지...








 쓰란두르 씨께서는 그간 즐거웠다면서, 방명록을 하나 작성해달라고 하셔서, 작성합니다.




 얼마만에 써 보는 한국어인가. 떨리는 손으로 열심히 씁니다만 사실 오랫만이고 뭐고 다 빼도 그냥 저의 글씨가 쓰렉... 이라서 죄송합니다.ㅠㅠ


 도무지 답이 안 나오는 글씨 수준에 저 자신도 참 황송할 뿐..





 곧 쓰란두르 씨는 일을 하러 나가시고, 저는 남은 하우카르틀을 담은 통을 캐리어에 넣습니다. 






 곧, 아무도 남지 않은 집을 뒤로 하고 저는 길을 나섭니다.



















아...


시원섭섭...은 무슨 전혀 시원하지 않습니다. 섭섭할 뿐ㅠㅠ


좀 더 남아 있고 싶다...는 생각만 듭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ㅠㅠ



 마음이 짠합니다...










 이 순간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싱숭생숭했었는데 정말 그 순간이 되니 가슴이 시리네요.










 어찌 되었든 내가 아이슬란드에 있을 그 날들은 다 지났고, 나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구나, 하는 슬픔이 덮쳐옵니다.



















그치만 내 일상은 핀란드 교환학생이잖아? 개꿀ㅋ









 ㅋㅋㅋ그렇습니다 일상이 핀란드 교환학생행ㅋㅋㅋㅋ 기분이 좋아진 저는 어찌되었든 레이캬비크에서 마지막 쇼핑을 하기로 합니다.







 레이캬비크 시내 거리. 내가 돌아가야 해서 그런가 괜히 거리도 싱숭생숭해 보임.






 살까 말까 계속 고민하던 티를 사기로 합니다. 처음엔 M을 시도했는데 너무 크고, S도 조금 큰 거 같아서 결국 다 XS로 사기롴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진짜 내가 정말 너무나도 작구나... 어릴 때 밤에 게임 그만하고 운동이나 열심히 할 걸... 생각하게 된 날이었습니다.



 아무튼 아이슬란드 티셔츠는 다른 것들에 비해서 뭔가 센스가 돋보여서 좋은 것 같아요... 진짜 사고 싶은 것은 너무 많았는데 너무 비싸서(하나에 3,750크로나) 3개 사면 1개 더 준다는 말에 딱 4개까지만 사기로.















 이건 머그컵. 정작 제가 산 건 '5분만 기다리면 날씨가 바뀐다' 드립인데... 다른 컵들도 나쁘지 않아요. 특히 저 elf in Iceland 디자인은 어디에 들어가 있어도 잘 어울리느 명작입니다.





















예전에 봤던 티셔츠 디자인. 진짜 쎈 디자인인데 너무 매력적이라 이걸로 티셔츠 하나 질렀습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산 공기도 팝니다. 얼마였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싼 가격은 아니었던 걸로...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습니다 ㄷㄷ;;




















직원들은 친절하기 때문에 당연히 입어 볼 수도 있고, 사이즈가 없으면 물어 보면 확인해 줍니다. 확실히 (유럽이 다 그렇지만) XS 사이즈는 많지가 않습니다.






















저는 Don't fuck with Iceland! 티셔츠를 사고 싶었는데 XS 사이즈가 없어서, S 사이즈를 살까 하다가 Don't mess with Iceland! 티셔츠를 대신 샀네요. ㅠㅠ



















 남은 아이슬란드 동전들도 여기에서 모두 털어줍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티셔츠 네 개를 살 수 있었고, 그 중 일부는 부가세 환급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저의 아이슬란드 체류 마지막 삽질로 그 환급 여부는 불확실합니다...










 그리고 저는 걸어서 BSI 터미널로...




 가는 길에 레이캬비크 문화 건축물을 발견하는데... 이제 봐서 뭐하니 저는 버스를 타야해요 ㅠㅠ














 BSI 터미널... 












 티켓을 받습니다. 저는 여기서 블루 라군으로 갔다가 바로 케플라비크로 공항으로 갈 예정입니다.













 염소 머리를 먹었던 음식점에서 이번엔 간단하게 샌드위치류를 먹읍시다. 더럽게 비쌌던 것 같은데 역시 기억 안 남. 안 좋은 기억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고자 하는 방어 기제 때문일까요.




 레이캬비크에서의 마지막 음식.






 그리고 그렇게 다시 돌아올 날을 기다리며, 나는 레이캬비크에 작별을 고했다 카더라...



 (블루 라군 표/버스 표는 블루 라군 홈페이지에서 예매했습니다.)





꼐속








아이슬란드 여행 여섯째날: 2015년 8월 23일 일요일, 17:00




 환상적이었던 요쿨살론 관광을 마친 버스는 레이캬비크로 향하면서 오면서 안 본 여러 관광지에 들릅니다. 그런데 솔직히 투어가 5시간 동안 요쿨살론 오고 1시간 요쿨살론 보고 5시간 동안 돌아가는 느낌 ^_^;; 여러분은 꼭 차 렌트하거나 패키지 하시려면 1박2일 하세요... 두 번 하세요...








 돌아가다 본 바트나요쿨 빙하입니다. 바트나요쿨은 저번 편에서 썼듯이 아이슬란드에서, 유럽에서 가장 큰 빙하인데 최근 지구 온난화로 인해 면적이 줄어들고 있어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안타까워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고...



 바트나요쿨 빙하 옆으로 늘어선 설산. 여기서 무슨 박물관을 들렀는데 여전히 피곤해서 ^_^;; 사진은 찍지 못했습니다.



 다음은 폭포. 폭포 이름이 잘 기억이..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높은 폭포라고 했던 것 같은데 저는 이미 무기력에 빠져 있었습니다. 요쿨살론 보고 나니 다른 거 봐도 감흥이 음고 뭔가 허무하고 니힐리즘에 빠진 듯한 이 느낌 ㅠㅠ



 그 와중에 그래도 남부 해안의 절벽은 장관입니다. 약간의 감수성을 회복했으나 곧 상실함.



 그리고 휴게소. 또 비가 내리기 시작하네요. 걱정 마세요 곧 그칩니다.



 아... 창렬이 형이 왔다가신 가격들입니다 ㅠㅠ













 전 너무 배가 고프고 비도 오고 추웠던 나머지, lamb, potato, vegetable을 보고 회심의 goulash를 시켜보는데 ...!


















짬밥?






 으아... 짬밥으로 먹던 국물고기가 생각나면서 이걸 2,450크로나나 주고 먹다니 하는 생각에 좌절ㅠㅠ




 그치만 뭐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습니다. 일단 따뜻한 국물이 있었으니까... 먹고 나니까 좀 기분 전환이 되더군요. 그래서 더 열심히 잤습니다 ^_^;









 휴게소 옆의 기념품점. 열쇠고리를 하나 살까 하다 안 샀습니다. 여기서 모든 게 다 그렇듯이, 굉장히 창렬한 가격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컵도 하나 살려다 안 삽니다. 일단, 이 놈의 기념품점이 ①시내보다 가격은 좀 더 비싸고 ②도무지 차이점은 못 느끼겠기에 왜 사나 싶긴 한데, 뭐 시내 기념품점 갈 시간도 없는 패키지 관광족 분들이 있겠죠?






 쓸 데 없이 비 오는데 휴게소 주변도 경치가 좋네요.




 지나가다 찍었는데... 이게 에야피야들라요쿨인가 헤클라인가 헷갈리네요. 뭔가 이렇게 단서 없는 사진들을 보다 보니 그 당시의 귀찮았던 심정이 그대로 반영되는 것 같습니다.


 아, 양이 찍혀서 여담인데 아이슬란드에는 사람보다 양이 많아요. ^_^;; 양이 반란 일으키면 어떡하니 뭐니 가이드 아저씨가 드립을 치시더군요. 전두환 시대도 아니고, 적당히 유쾌하게 받아줍시다. 첫번째는 그러려니 하는데 저는 골든 서클도 갔다와서 뭐 가이드 농담의 패턴이 90%는 같아요...




 남부해안 절벽에는 곳곳에 폭포들이 정말 많습니다. 사실상 해안을 따라 절벽이 있다 보니 물이 흐르면 폭포인가 봐요. 



 그리고 또 도착한... 이름 모를 폭포.




 이 폭포엔 폭포 뒤로 길이 나 있어서, 폭포 뒤로 돌아가는 게 가능하다고 해요. 그래서 사람들이 우비를 입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역시 전 방수 의류가 없고 좀 멀리서도 물이 파파팍 튀니까 포기합시다.






 빨리_가서_자고_싶다.jpg







 다시 잠에 든 저, 어느새 버스는 레이캬비크에 진입하고, 저는 아 지금쯤이면 힐튼 호텔에서 가는 버스 다시 하겠지...ㅋㅋ 하는 마음으로 힐튼 호텔에 내립니다.




 힐튼 호텔의 야경. 힐튼쨔응 보고싶었다능 ㅠㅠ
















그런데,






그러고 보니 여기 버스가 일요일 하루 종일 안 하는 버스였습니다.











 와...





 인간의 욕심이 끝이 없...는게 아니라 걍 내가 멍청한 거...











 그런데 다행히 힐튼 호텔에서 '아르툰'이라는 정류장까지 가는 버스 하나는 영업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에 검색했더니, 아르툰에서 환승해서 숙소로 갈 수 있음! 오오 아르툰 오오. 그래서 전 일단 잽싸게 버스를 잡아타고 아르툰으로 향하고, 아르툰에 내렸는데...


















 제가 아르툰에 내리자마자,




 분명히 내가 가야 할 것 같은 방향에서,




 버스 한 대가 잽싸게 지나갑니다.









 헣.헣.헣. 그렇습니다. 환승 막차였습니다.






아... 또 파워 워킹인가...









구글 맵으로 본 걸어야 할 거리는 3.1km, 갑시다!









왜 내가 이역 만 리, 지구 반대편에서 이 고생을 해야 하는 것인지














최단 거리로 가느라 거의 인도도 아닌 차도변에서 조금씩 내리는 비까지 맞으며 걸어야 하는 것인지













사진도 흔들리고 마음도 흔들리고 인생도 흔들리고...














아무튼, 그런 질문을 머릿속으로 계속하여 되뇌이다 보니
















어느새, 저는 꿈에 그리던 숙소 게르도우베르그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를 맞아주는 건 고양이 한 마리네요. 이름을 알았는데 까먹었다 ^_^;;









 고양이 한 마리가 깨어 있습니다. 사실 전 고양이가 한 마리인 줄 알았는데 이 집에 고양이를 두 마리나 기르더군요. 









 여기서 고양이의 매력을 거의 깨달을 뻔...했으나 정말 오늘 하루 종일 너무 많이 걸어서 너무나도 피곤했던 저는, 대충 씻고 급하게 잠에 듭니다. (물론 이 글도 대충 마무리되고 저는 잠에 듭니다.)




















꼐속












아이슬란드 여행 여섯째날(2): 2015년 8월 23일 월요일, 10:00




 새벽질주를 마치고 버스에서 자다가 오전 10시에 잠에서 깨어난 저는 머리에 두통과 갑갑함을 느낍니다. 조금씩 의식을 회복해 가며 시야를 밖으로 향한 저는 산과 평야들을, 졸리고 피곤한 눈으로 쳐다봅니다. 그러다 저는 제 왼 쪽에 누군가 앉아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데, 한 중국인 여성이었습니다. 중국인이냐고 묻길래 아니라고, 한국인이라고 대답합니다. 약간 실망한 것 같긴 했는데 다행히 영어를 꽤 유창하게 합니다. 저보다 더 잘 하는 듯... 상하이에서 독일계 회사에서 일한답니다. 지금까지 뭐 지난 중요한 관광지가 있냐고 물었더니 없답니다. 하긴 버스가 중간에 섰으면 내가 아무리 피곤했어도 눈치를 챘겠지.







 그치만 저는 일단은 피곤해서 별로 말을 더 하려 하지 않았는데, 삼십 분이 더 지나자 차가 섭니다. 제가 지금 참가한 패키지 투어의 이름은 '요쿨 살론과 남부 해안'인데요, 그래서 남부 해안의 각종 관광지들을 들른다고 합니다.










 덧붙이자면 요쿨살론은 거의 아이슬란드의 남동쪽 끝에 있는데 아이슬란드의 면적이 남한과 비슷하므로, 레이캬비크에서 대충 러프하게 서울-부산 거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구글 어스로 봣더니 4시간 31분 걸리는데, 아마 중간에 또 폭포들, 휴게소들을 들러야 하므로 저것보다는 당연히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거라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또 그런 폭포들을 들르는 것은 거리가 길기 때문에 어느 정도 당연한 측면이 있구요. (물론 저는 그냥 자고 싶었지만.)









 아무튼 처음 하차한 스코가포스(Skógafoss) 폭포.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높이가 높은 폭포라고 합니다. 남부 해안의 지형은 전반적으로 굉장히 낮은 고도의 평야가 해안에 펼쳐져 있다가 갑자기 고도가 높아지며 가파른 지형이 등장하는 패턴입니다.





 굴포스처럼 좌우로 커서 수량이 엄청나진 않는데 그래도 꽤 높고 멀리까지 물이 튑니다. 그치만 당장 사경을 헤매고 있던 저는 그저 귀찮을 뿐. 의무감에 셀카 한 장만 찍습니다.



 그런데 당연히 상태가 안 좋으므로 머리는 드러낼 수 없음. ㅠㅠ. 뭐 하는 짓인가 자괴감이 밀려옵니다.




 그리고 주변의 야산들을 보니 제가 어제 정ㅋ벅ㅋ하지 못했던 헬가펠이 떠오르면서 속앓이가 시작되고...



 이제 버스는 다시 출발, 정신을 어느 정도 차린 저는 멍하니 밖을 응시합니다. 개인적으로 전 아이슬란드에서 폭포보다는 황량함을 좋아했어요. 폭포라면 규모는 좀 적어도 한국에도 있고, 중국에도 있고 유럽에도 있고, 사실 꽤 많은 곳에서 어려움 없이 볼 수 있는 지형인데, 정말 끝이 없는 적막함과 황량함은 제가 평소에 볼 수 없던 것이니까요. 그래서 폭포는 그냥 별 감흥 없이 보던 제가 창 밖으로 황량함만을 응시합니다.



 이끼만이 깔려 있는 아이슬란드의 남부 해안.



 그러다가 풀이 자라 있는 곳이 보입니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이건 자주 쓸려나가는 아이슬란드의 토양을 고정하기 위해 미국에서 수입해서 심은 꽃이라고 해요. 늦봄에는 꽃이 만개해서 정말 아름답다고 하는데 꽃의 이름은 애석하게도 기억이 안 납니다 ^_^;;



 그러다가 점점 식생이 줄어들더니...



오오오...













우와 취향저격...








 이 형언할 수 없는 황량함의 영토는 스케이다라산두르(Skeidararsandur)라고 불립니다. 당연히 저도 이름은 정확히 기억 못 함. 다만 내릴 수 없고 차창 밖으로만 봐야 한다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점심은 스케이다라산두르 사막 변두리에 있는 한 작은 휴게소에서 먹습니다.



 휴게소.






 휴게소 주변의 풍경들. 마을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곳입니다 ^_^;;







 그런데 휴게소 내의 물가는 역시 아이슬란드 물가. 게다가 그렇게 비싼데도 어차피 여긴 독점이니까... 사람들이 엄청 줄을 서 있습니다. 도저히 밥 줄을 기다릴 수 없었던+밥값을 견딜 수 없었던 저는 그냥 콜라와 과자로 밥을 떼우기로 합니다. 과자는 어제 레이캬비크에서 샀던 거라 여기서 사는 것보다 아주 조금 더 저렴했습니다. 아주 조금...



 불쌍하게 과자와 콜라를 먹는 저를 중국인 여자사람이 불쌍하게 쳐다봐줍니다. 









 아무튼 중국인 여자사람은... 중국 이름은 생각이 안 나는데 Mabol(메이볼)로 불러달라고 하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홍콩 우산 혁명에 대해 굉장히 분노하던 게 인상깊음... 사실 그것 빼곤 대화 자체는 유쾌했는데, 지금은 이미 이 여행을 한 지 한 달이나 지나버려서 내용이 정확히 생각이 안 나네요 엉엉 ㅠㅠ



 아무튼 황무지는 계속되고,



 검은 사막도 계속되고, 그 게임 검은 사막은 잘 모르겠지만,



 점차 검은 삼가 사이로 흐르는 물줄기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 어 저 멀리 보이는 건 뭐지?








!?




얼.음.이.다






요.쿨.살.론.도.착. ^_^;;








 으아아. 곧 버스에서 내린 저는 곧바로 호숫가로 달려갑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얼.음.잼 ^_^;






어마어마하게 넓은 호수에 얼음이 둥둥 떠 있습니다. 우와와아아앙 뼛속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으로 계속 쳐다봤습니다. 봐도 봐도 질리지가 않음...

















 아무튼 조금씩 호수의 광경을 감상하던 저희는 요로케 생긴 수륙양용차량을 타고 요쿨살론 호수로 들어섭니다. 저희 패키지 승객은 3개 조로 나뉘었는데 저는 2번째 조에 들어갔거든요. 뭔가 무심한 듯 시크해 보이는 직원의 표정이 눈에 띄는군요.



 아무튼 앞 팀이 내리고, 배에 타서, 구명조끼를 메고, 부와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발진하던 차량이 호수로 들어서는데,











 그리고,



 으아아아아아 드디어 요쿨살론으로 들어간다!



풍-덩



 수륙양용차는 풍덩 소리를 내며 요쿨살론으로 들어서고, 저는 곧 한기와 눈부신 얼음들을 직면하게 됩니다. 우왕ㅋ굳ㅋ



 뒤로 보이는 떠나온 대지.



 얼음 조각들이 찰랑찰랑.



 그러다 슬슬 조금씩 큰 얼음 조각들로 다가가기도 합니다.


 사실 가까이서 큰 빙산을 볼 수 없어서 좀 아쉽긴 했는데 안전 문제도 있고 날도 여름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ㅋㅋ



 멀리서 보이는 바트나요쿨(Vatnajökull) 빙하. 당연히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큰 빙하이자 유럽에서 가장 큰 빙하이고, 넓이는 8,100㎢이라니 전라북도 (8,043㎢)와 거의 동일합니다. 지금 온 요쿨살론은 이 바트나요쿨이 흘러들어오는 곳이자, 대서양과 아주 조금 연결된 석호이기도 합니다. 만조 때는 대서양의 물이 들어오고, 간조 때는 요쿨살론에서 물이 빠져나간다고 해요 ㅋㅋㅋ. 그래서 얼음도 염분과 여러 미네랄을 함유해서 푸른색으로 보인다고 하는데 저는 광학은 모르니 일단 단정짓지는 않고 가만히 있겠습니다...





 구글 맵으로 본 요쿨살론. 빙하와 대양 사이에서 매우 절묘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ㄷㄷ해;








아래는 이 쯤 되어 찍은 파노라마입니다. 역시 세로로 보셔야하뮤ㅠㅠㅠㅠㅠㅠㅠㅠ








 피부에 느껴지는 갑작스러운 한기, 두둥실 떠다니는 얼음들, 그리고 멀리 보이는 유럽 최대의 빙하 바트나요쿨 등이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만 확실히 바트나요쿨은 좀 멀리 있음 ^_^;;








 물론 여러분은 여기서 제가 위의 사진들에는 푸른색 필터를 잔뜩 먹였다는 사실을 아마 눈치채셨을 것입니다. 죄송합니다 ... 근데 필터 안 먹였어도 충분히 예뻤어요. 진짜임. 진짜라고. 그런 의미에서 필터 먹인 사진들 계속 봅시다 ^오^








 화산재를 머금어 검은 층이 생긴 빙산. 큰 게 가까이 다가오자 승객들이 모두 우와 하며 달려갑니다. (저포함)



 캬... 얼음에 취한다... 정말 태어나서 처음 보는 빙하와 빙산들이라 그런지 너무 다들 예뻐보였습니다.ㅠㅠㅠㅠㅠㅠ



 그러나 빙하 하이킹을 할 수 없는 내 몸이여, 

 바라건대 나에게 빙하에 오를 시간과 돈이 있었다면! 

 이처럼 보기만 하랴, 한 여름 이곳에서,

 새라 새로운 탄식을 얻으면서.



 그렇습니다. 사실 저는 원래 빙하 하이킹과 부츠 대여가 포함된 1박2일 코스를 예약했었는데, 알고 보니 이미 매진되어서 제가 예약한 건 9월 일정...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당일치기로 바꾼 것이고, 또 보통은 빙하 하이킹을 하려면 부츠와 옷을 개인이 갖춰야 해서 매우 캐쥬얼^_^;;한 저는 예약하기조차 힘들더군요. 



 그러나 어쩌면 황송한 이 심정을!

 날로 나날이 내 앞에는

 자칫 멋 적은 장소들도 지나가라.

 나는 나아가리라.

 한 걸음, 또 한 걸음...



 정말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요쿨살론에 올 수 있다는 것조차 감사했습니다. 헤아릴 수 없는 아쉬움 이후, 저는 빙하 하이킹을 할 수 없었지만 요쿨살론엘 올 수 있었고, 헤클라엔 가지 못했으나 헬가펠에서 뜻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1박 2일짜리를 할 수 없는 걸 알았으면 시내 관광하거나 오전을 싹 날리고 저녁에 엘리다바튼 호수에 간 날 그대신 화산 내부 탐험이라도 갈 걸 하는 후회도 들긴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이미 지난 일인걸요.




 



 항상 가장 새롭고 특별한, 현재라는 가장 소중한 시간을 열심히 살아가기로, 요쿨살론 위에서의 개똥철학자는 다짐했다 카더라.






 사진을 막 찍어주다 보니 일본인 아주머니들의 사진을 찍어주게 되었습니다. "혼자?"라고 묻는 등 한국어를 생각보다 잘 하셔서 놀랐음... 그런데 저는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도 갑자기 생각아 안 났습니다. ㅋㅋㅋ그래서 물어보고서는 이게 생각이 안 나다니 얼마나 나란 인간은 멍청한가 하면서 혼자 좌절을 했습니다ㅠㅠ







 그 분들이 "서울 살아요?(한국어로)"라고 물어봐서 네, "다이가쿠(대학) 학생이에요?"라고 물어봐서 "네, 서울에서 다이가쿠..."라고 했더니 오오 서울다이가쿠데스? 하면서 갑자기 그 일본인 특유의 과장된 리액션을 보이면서 오바해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ㅠㅠ








 요즘 들어 당연한 게 생각이 안 나거나, 무심코 말이나 글에서 단어를 하나 잘못 쓰는 일이 잦아졌는데, 부디 큰 문제의 징조가 아니길 바랍니다...ㅠㅠ













 그러다가 갑자기 분위기를 잡는 가이드 누나. 얼음을 들고...!






쾅쾅.







 부숴서 조금씩 나눠 줍니다. 완전 무해한 자연산 얼음이니까 먹어도 된다고...! 물론 자연산 중 해로운 것도 많이 본 저는 좀 긴가민가했습니다만 뭐 어때. 하나 들어 입에 물고 셀카를 찍습니다. 얼음 맛 자체는 뭐 나쁘지 않은 물 맛이었는데, 셀카 사진은 매우 나쁩니다. 좀 쓰레기같음. 그래서 그 사진은 차마 올리지 못하겠네요.








그래서 쪼개고 남은 얼음을 들고 한 컷 ^____^





 ...진짜 누가 봐도 머리 안 감았다ㅠㅠ






 그리고 저거 찍는데 일본 아주머니들이 자꾸 실수하셔서 와 진짜 손이 얼어붙는 걸 느꼈습니다. 몇 번을 저 포즈로 있었는 지 모르겠습니다. 아주머니들...혹시...혐한...이세요 물어보고 싶은 충동마저 들었지만 매우 미안해하시고 그런 모습을 봐서 전혀 아닌 것을 알았습니다만 그래도 제 손이 얼어붙어 아픈 것은 온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도와주지 않을까 싶네요...








 매우 짧았던 요쿨살론 항해..?를 마치고 돌아갑니다.







 호안이 보입니다.






 가이드가 여기서 'South Korea Movie'가 촬영 중이고 저 사람이 배우라고 해서 열심히 쳐다봤는데, 좌 0.7 우 0.5의 시력으로는 견적이 안 나옵니다. 아이슬란드에서 한국 영화를 찍는다니 도대체 어디서 찍는 걸까 궁금해지긴 하는데 ㅋㅋㅋㅋㅋ 끝나고 따로 찾아보진 않았네요... 죄송합니다 한국문화계니뮤ㅠㅠㅠㅠㅠ




 지금까지 이렇게 오도방정을 다 떨었지만 한 20분은 있었으려나... 비록 좋고, 좋고, 좋았지만, 그래도 시간상 너무나도 아쉬운 요쿨살론 투어였습니다. 아이슬란드가 관광 인프라가 잘 갖춰줘 있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여전히 렌트카를 선호하는 이유를 알게 된 것 같아요. 저도 면허는 있지만 면허 취득 후에 한 번도 차를 몰아 본 적이 없어서... 다음에 올 땐 저도 운전 경험을 갖추고, 면허를 갖춘 사람들(ex. 동생)을 구워삶아서, 반드시 최소한 링로드 일주를 하겠노라 다짐합니다.





























 그리고 저는 다시 버스에 오르는데



과연 레이캬비크 숙소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또다른 나의 삽질은 없을 것인가...



















꼐속 








아이슬란드 여행 여섯째날(1): 2015년 8월 23일 일요일




 축제가 끝나고 숙소에 돌아와, 달걀 냄새가 나지만 그래도 괜찮은 물로 씻고 나서 저는 잠에 들려다가, 혹시나 해서 대중교통을 체크했습니다.






 저는 요쿨살론으로 가는 패키지 투어를 예약했는데, 픽업 시간은 07:30, 장소는 도심 근처에 있는 힐튼 호텔로 예약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슬란드 버스 사이트에서 길찾기를 하니... (참고로, 아이슬란드에서는 구글 맵 대중교통 메뉴가 작동을 안 합니다 ㅠ_ㅠ)



















가장 빠른 도착은 오전 열 시...엥!?

















 잘못 본 건가 싶어서 다시 찾아봐도 가장 빠른 출발은 오전 아홉 시 몇 분. 가장 빠른 도착은 오전 열 시, 이게 뭥미... 뭔가 싶어서 계속 봐도 변하는 건 없습니다. 아아... 이게 무슨 일인가 대체... 도대체 무슨 일인가... 저는 납득할 수 없었지만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빡친 저는 혹시 내가 또 바보 짓을 했나 싶어 제가 투어를 예약한 사이트를 들어가 봤는데, 어마어마하게 많은 리스트의 호텔들 사이에 Mjodd 버스 정류장이 있었습니다. 이 놈의 버스 정류장까진 걸어서 15분밖에 안 걸립니다. 으아아아... 진작에 리스트들을 다 살펴봤어야 했는데... 너무 선택지가 많아서 귀찮다고 그냥 힐튼 호텔 선택했더니 이런 재앙이 ㅠㅠ 저의 이번 아이슬란드 여행 최악의 삽질에 당당히 명함을 올립니다.





 그런데 이미 시간은 오전 1시, 그리고 픽업은 오전 7시 30분, 지금 연락하더라도 바꿀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운 상황. 저는 갈등에 빠집니다.



















 그러나 패키지 투어비를 날릴 수는 없죠.









강행돌파. 걸어갑시다.











 



 6.7km, 1시간 21분. 아마 중간에 휴대폰을 본다거나,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거나, 길을 잘못 든다거나, 여러 변수가 있을 상황까지 생각하면 1시간 30분보다 더 많이 잡아야 할 것입니다. 게다가 헬가펠에 갔다 온 탓인지 발까지 아픈 상태니까요.








 1시간 30분이라면, 역산하면 저는 6시에 숙소에서 나가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됩니다.












 그래서 저는 침대에 눕지 못합니다.


















감히 침대에 눕지 못하고,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합니다.











 여자 분 사진이긴 하지만 책상에 엎드려 자는 상황이 저랑 너무 똑같아서 이 사진을 퍼왔습니다. 노트북 앞에 가이드북을 펼쳐 두고 거기에 엎드려서 쪽잠을... 정말 이전에 헬가펠에서 개고생한 것과 맞물려, 이렇게까지 투어를 가야 하나 비참함이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_^;;



























 짧은 잠의 시간이 지나고, 제가 일어난 것은 새벽 다섯시 반. 그러나...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저는, 재차 취침하게 되고...


제가 의식을 되찾았을 때, 시계는 이미 6시 5분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정신을 차리고 뭐시고 할 겨를도 없이, 바로 일어나서 옷 입고, 양말 신고, 얼굴에 물 찍어 바르고 정신없이 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머리를 감아야지... 감아...야지...하는 생각을 옷 입으면서 했지만 시간의 폭력 앞에 그 생각은 바로 진압당했습니다. 그리고 밖에 나와 혹시나 해서 선 버스 정류장 앞.







 네... 없네요...






 한 노선은 일요일 첫 차가 9시 넘어서 시작하고, 두 노선은 아예 일요일에 영업을 안 합니다. 하긴 레이캬비크에 사람도 별로 없고 하니 일요일에 노는 건 이해가 되긴 합니다. 투어 회사는 당연히 픽업을 운영하니 일요일에 영업을 해도 되구요. 괜히 저만, 호텔까지 버스 타고 가면 되겠지ㅋㅋ 하면서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예약했다가 망한 것이니 누굴 탓할 일이 아니긴 합니다만... 빡치는 건 어쩔 수 없네요ㅠㅠ







 게다가 웃긴 게 두 노선이 일요일에 영업을 안 하는데 한 노선은 일요일 부분을 아예 가려 놓았고, 한 노선은 칸은 살려 놓고 분만 안 써놨네요. 게다가 그 노선은 토요일도 영업 안 하는데 칸을 살려 놓음. 뭐 하는 거지 이 미친 노선은.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숱하게 버스 타고 다니면서 듣던 그 지명들을, 이제 발로 누빌 때가 된 것입니다.






 사실 가면서 히치하이킹 할까 생각도 했는데 정말이지 도시는 깨-끗 산-뜻 ^_^;; 우울하고 적적하니, 버스 안내방송이나 흉내내면서 걸어갑시다. 수드르홀라, 게르도우베르그, 하면서... 미친 것 같네...




 당혹스러울 정도로 고요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정말 새벽에 아파트들은 서 있는데 이렇게 고요하니 무섭습니다. 새벽의 저주라도 곧 들이닥칠 듯한 분위기입니다. 하긴 일요일 아침에 버스 없는 것 자체가 새벽의 저주겠지...







 사람 아무도 없는 새벽에, 어제 엄청난 피로가 누적된데다가 별로 자지도 못한, 씻지 못해 찜찜한 몸을 가누고 별의 별 곳을 다 지나야 하네요 ^_^;





 다만 아이슬란드라서 한 가지 다행인 점이라면 지형과 기후 특성상 나무들의 키가 다 낮아서 숲도 그렇게 무섭진 않다는 거... 그래도 그냥 이러고 있는 것 자체가 짜증납니다ㅠㅠ. 그리고 아무리 다른 생각을 하고, 내가 바보다... 내가 멍청이다... 하고 생각하더라도, 걷고 있는 발을 멈추면 안 된다는 게 포인트입니다. ^_^;




 그리고 저는 이제 슬슬 레이캬비크의 남동 권역을 벗어나 북서 권역으로 진입하게 되고, 그 사이에 있는 간선 도로를 지나야 하네요.





 와 진짜 이렇게 사람이 없을 수가 있나.





 간선도로를 가로지르는 육교로 가기 위해 저지대로 들어서니 정말 깨-끗합니다.




 토끼가 너무 귀엽지만 현실은 엄청 빠르게 걷다가 잠깐 서서 찰칵찰칵하고 다시 빨리 걸어감.






 오른쪽에 보이는 것은 시내인데, 점점 흘러가 바다로 흘러가긴 합니다. 엘리다바튼 호수 기억나세요? 그 호수에서 발원하는 강과 거의 하구에서 만납니다. 물론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은 지금 없습니다 ^_^;

 




 또 보이는 토끼.





 육교...




흔한_21세기_선진국의_간선도로.jpg






 하...





 육교에 올라가서 저 사진을 찍으며 진짜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제가 지금 처한 상황을 만든 저의 삽질과, 아무리 삽질했더라도 저를 이렇게 만든 아이슬란드라는 나라의 교통 환경을 생각하니 형언하기 힘든 복잡하고 서러운 감정이 솟아오릅니다. 그래도 반은 왔구나... 하는 안도감도 조금 드네요.





 네. 이제 얼마 안 남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도 얼마 안 남음ㅋㅋㅋㅋㅋ ㅇㅇㅇ 시간은 6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뭔가 마음이 급해진 저는 지금부터 굉장히 빠르게 걷기 시작해서 사진도 거의 찍지 않았습니다... 



 사실 지금부터 지나온 레이캬비크 거리는 뭔가 굉장히 잘 정돈된 느낌이라 좋긴 했는데, 그런 걸 찍다가는 늦을 수도 있다는 저의 소심한 마음이 촬영을 용납하지 않았나 봅니다.



 뭔가 도심 원예농업을 하는 것 같아 신기해서 한 컷...




 레이캬비크 남서부에서 북서부로 들어서는 육교에서 찍었는데 흔들려서 흐려졌네요. 남서부에서 수없이 많은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아침 일찍 나온 보행자 몇몇을 볼 수 있었는데, 뭐 다들 운동이나 산책하러 나왔으니 저보다 훨씬 여유로워 보여 부러웠습니다. 난 왜 관광을 와서 사력을 다해 파워워킹해야 하나...





 레이캬비크 북서부로 들어섰습니다. 지금 시각은 7시 15분, 거리가 얼마 안 남은 것을 깨닫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일요일 아침은 정말이지 다들 쉬는 시간인가봐요. 도시가 휑...



힐튼 호텔...!





 와 진짜 태어나서 힐튼 호텔을 보고 이렇게 반가웠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힐튼 너무 반가웠습니다. ㅠㅠ앞으로 패리스 힐튼 욕을 안 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이 사진을 찍은 것은 오전 7시 24분. 그래서 혹시 제 픽업 버스가 아닌가 해서 물어봤습니다만, 아니라네요. 이 차는 Reykjavik Excursions의 차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12분...이나 기다린 후, Gray Line의 픽업 차를 타고 출발합니다.














...10분이면 충분히 머리 감고 자시고 할 수 있었잖아...



















 네. 갑자기 허탈감이 몰려오지만 뭐 인간의 일을 어찌 되돌리겠습니까. 저는 머리까지 젖었으면 추웠을 거라는 괴상한 논리로 중국 아Q식 정신승리를 자행하고, 곧 픽업 차에서 관광용 버스로 갈아탄 후, 그 깊이를 짐작하기 힘든 잠에 빠지는데...
























 그러던, 새벽의 저주에서 헤어나 정신 없이 자던 제가 일어난 것은 오전 10시였습니다.




















꼐속








아이슬란드 여행 다섯째날(3): 2015년 8월 22일 토요일, 18:00




 버스는 도심으로 들어가지 않고 BSI 터미널 근처에서 정차했습니다. 도심으로 들어가는 길은 막혀 있었습니다. 오오 축제 오오. 헬가펠에서의 생사의 넘나드는 경험 이후 당장 숙소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던 저였지만, 교통 통제 구간부터 뭔가 시끌시끌한 걸 보니 마음이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BSI 터미널 근처에서 중국인 학생 둘을 만났는데, 아이슬란드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낸다고. 정말 부러웠습니다... 그렇지만 뭐 핀란드도 좋은 나라니까... 안 부러워해야지 생각하면서도 속으로는 부들부들... 으아





 티외르닌 호수 쪽으로 가면서 본 놀이 기구들. 사실 (여기선 기본 날씨인) 비가 조금씩 내렸다가 안 내렸다가 하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타진 않았지만 오오 축제 하나 제대로 하네... 하면서 지나갔습니다.


 



 티외르닌 호수 건너로 보이는 시청사.



 그리고 여전한 오리떼.



 『오리떼와 시 청사』, 갤럭시 노트 3으로 촬영, 900px*506px, 2015. 



 사실 말 수가 극도로 줄어들긴 했는데, 할 말이 실제로 없습니다. 저는 그저 아... 힘들어... 배고파... 발 아파... 하면서 놀이기구를 지나 호수 변을 걸어가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아무런 감상도 장기적인 플랜도 없이, 시티 센터로 가면 뭔가 있겠지...하는 생각으로 발을 옮기던 일종의 좀비에 불과했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시티 센터. 확실히 사람이 많아 보이긴 합니다. ㄷㄷ 평소 대비 2배로 늘어난 듯. 그리고 메인 스트릿인 라우가베귀르 거리로 들어서니...









엥!?




 비범한 러시아 국기 전사가 성큼성큼 걸어가며 이미 축제가 여기선 한참 전에 시작되었음을 알립니다...



 엥!? 이거 완전 메탈리카 아니냐?



 ...는 당연히 아니지만, 아재들 노래 열심히 부릅니다ㅠㅠ 나도 지금부터 배워볼까... 하고 몇 년간 항상 생각해왔지만 전혀 배운 악기가 없다...




 멋진 아재들 공연 때문에 길거리 다 블락킹행ㅋ 그래도 행복해보입니다. 겨울도 아닌데 초현실적으로 시린 느낌의 제 발과 행복해보이는 거리의 광경이 묘한 대조를 이루는군요.




 좀 지나가다 본 또다른 공연. 누나 예쁘긴 한데 노래는 아까 아재들이 훨 나았습니다. 아재들 찬양해...





 산타클로스에게 보내는 우체통입니다. 핀란드 산타마을이 파산한 틈을 타 귀신같이 산타를 빼앗아가는 아이슬란드 ㄷㄷ해;




 중간에 들른 서점, 전통 아이슬란드 요리의 대표주자는 역시 스비드...! 이견이 있을 수가 엄슴니닷...








 길 가다가 거리에서 본 일본인 마술사. 끈 하나로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주셔서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퍼포먼스도 짱 좋으심. 부럽다.




 


 그런데 역시 저는 먹을 게 걱정입니다. 비싸서 걱정에다가, 사람 너무 많아서 자리도 없어서 걱정. 발도 시린데 배까지 고픔 ㅠㅠ





 여러 곳을 돌아다녔지만 결론은 "아이슬란드의 음식점은 세 종류가 있다: 비싼 집, 꽉찬 집, 이상한 집..."







 그러던 와중 유일하게 먹을 만한 가격의 국수 집을 발견하지만, 저번에 영국산 빵+수프를 먹어놓고 이번에도 국수를 먹자니 내 항공권이 부끄럽다 포기. ㅠㅠ





 다시 들어온 서점에서 굉장히 아스트랄한 내용의 책들을 보고



 오 이런 거 하나 있으면 분위기 있겠다 생각하다가 돈 보고 바로 포기하고



 다 때려치고 감자튀김을 먹을까 하다가 이번에도 역시 줄 때문에 포기하고




 저번에 봤던 어마어마하게 큰 교회 근처에서 하는 공연을 보다가 역시 음악으로는 배를 채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ㅠㅠ







 꽉찬 물고기집도 지나가고



 무슨놈의 1,680크로나짜리 양 수프집은 비좁아터졌는데도 줄이 산더미라 도저히 시킬 수가 없습니다.





 하...



 다 때려치고 숙소에나 들어갈까 하던 찰나,





 아까 사람이 많았던 물고기집의 줄이 거의 사라진 걸 보고 조심스레 줄 서 봅니다.






 그리고 요리를 시켰습니다. Steamed Fish. 가격은 기억이 안 나는데 역시 착한 가격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외딴 자리에 혼자 앉아서, 아 이것만 먹고 들어가서 쉬어야지 생각하는데...






 제 옆 테이블에 앉은 아저씨 한 분이 저를 쳐다보셔서, 저도 말을 걸었습니다. 약간 벌개진 얼굴에 덩치(+배) 있는 백인 아저씨여서 약간은 긴장했는데, 벨기에에서 오셨다네요. 약간 억양이 특이하긴 해도 영어도 엄청 잘 하고 해서 저도 맥주 시켜서 계속 얘기함ㅋㅋㅋ



 캬 참으로 착한 맥주 가격 1,000 크로나...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옆 테이블에 앉은 젊은 남녀와도 얘기하게 되었는데, 여자는 타이완 사람이었고 남자는 한국계였습니다. 오오 한국계 오오. 그런데 홍콩 출신에 미국에 산댔나 뭐랬나... 아무튼 굉장히 복잡한 성장 배경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영어가 자연스러워서 부러웠음.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 나온 Steamed Fish. 이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요리인데 맹맹합니다. 으아아아아아.



 타이완 여자 분 리액션이 좋으셔서 오래 재미있게 얘기를 하고, 곧 둘은 나갑니다. 저는 벨기에 아저씨와 얘기하다가, 그냥 집에 가버릴까... 했지만, 그래도 불꽃놀이는 봐야 하지 않겠냐! 하는 사자후에 바로 넘어가서 남기로 합니다.



 오후 10시의 레이캬비크 축제 풍경.



 길에는 간이 클럽이 있네요. 사람들 춤추고 있음 ㅋㅋㅋㅋㅋ



 중간에 벨기에 아저씨가 술 잔뜩 취하셔서 옷이나 살까 하고 들어간 모직품 상점인데 이건 뭐 저 따위는 도저히 살 수 없는 가격입니다 ㅠ_ㅠ


 벨기에 아저씨도 보다가 나옴..



 ...뭔가 사람이 많아 보입니다.



으아아아 정녕 이 도시가 광역권 포함 인구 20만 도시란 말인가



 ...



 ...



 엥!?



지금 시야에 들어오는 사람이 아이슬란드 전체 인구의 30%는 넘지 않을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아이슬란드어로 공연 중인데, 뭔가 씐나는 분위기이긴 한데 너무 멀어서 하나도 안 보임ㅋㅋㅋㅋㅋㅋ 술을 좋아하시는 벨기에 아저씨에 이끌려 저는 맥주를 한 잔 더 하기로 합니다. 끄아아아아 내 피같은 만원. 핀란드에서는 클럽같은 데서 맥주 한 잔 5,000원도 아까워서 못 먹는데... 역시 술맛은 분위기에 달렸습니다.



 술을 마시며 이야기. 알고 보니 아저씨는 부가가치세법 전공 변호사였습니다. 구글에 이름 검색하면 나올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사실 저는 술 취해서 만난 40살 나이 차이 나 보이는 인연끼리 무슨 더 연락을 하면 받아 주기나 할까... 아니 일단 나부터가 뻘쭘하다 싶어서 지금까지 안 했는데 이 글을 쓰다 보니 연락을 해 봐야겠거니 싶기도 합니다.




 구글에 검색하니 웬 간지나 보이는 미중년이...! 으아아아아아





 그러나 관광지에서라면 막장 잉여 대학생도, 부가가치세법 변호사님도 모두 맥주 원샷...! 너도 나도 맥주 한 잔이면...!





 맥주를 비우고 다시 찾아간 콘서트장, 콘서트는 어느새 끝나 있고,




 시간이 되자 무언가가 솟아오릅니다...!





 도대체 불꽃놀이는 얼마만에 보는 것인지, 나이가 들면서 점점 불꽃놀이에 감흥도 느끼지 못하게 되었었는데,




 시린 발, 피곤한 다리, 허전했던 마음, 부실한 준비로 인한 후회, 그 모든 것이,




 불꽃놀이와 함께 조금씩 녹아내리는 게 느껴졌습니다.




 잠시 소강 상태가 있고 나서 하이라이트...!






 정말 화려했던 마지막 불꽃놀이로, 



 그렇게, 축제는 끝났습니다.






 저는 원래 타던 정규 버스를 타기 위해 빨리 달려서 막차 시간에 맞추려 했는데요, 축제로 정규 버스는 편성이 안 되고 대신 특별 버스가 편셩되어 있습니다. 원리는 어떤 지 모르겠지만, 행선지를 말해주면 현장에 있는 경찰들이 어디로 가서 줄 서서 버스를 타라고 말해줍니다.




 그리고 저는 비록 3일 버스권을 날린 건 아쉬웠지만, 취기가 도는 몸으로 매우 무난히 숙소에 도달합니다.



















그러나 저는 곧 노트북 모니터를 보고 


아이슬란드 여행 최후최대의 삽질, 


저의 가혹한 운명에 좌절하게 되는데...
















꼐속








아이슬란드 여행 다섯째날(2): 2015년 8월 22일 토요일, 14:00




 그렇습니다.





 바로 직전 고지에 올라온 저는, 눈 앞에 펼쳐진 새로운 풍경에 당황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거북이의 등껍질처럼 딱딱하면서도 빈틈 없이 채워진 표면,



 그 표면이 갈라진 날카로운 부분이 저의 낡은 뉴발 운동화를 사정없이 공격하였습니다.






 게다가 처음에는 글자 EG가 적혀 있는 것을 보고 오오 역시 길을 잘 들었어... 생각했지만,









이 곳에서 더 올라갈 길이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디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갈라진 대지 너머로 보이는 것은 오직 깎아지른 봉우리들 뿐, 더 이상 나아갈 곳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갈라진 대지 너머의 깎아지른 봉우리를 찍은 사진이 없네;; 절망이 너무나 컸나 봅니다. 뭐 어차피 여기랑 비슷하게 생김;;





물론 내려갈 곳도 보이지 않음 ㅎㅎㅎ






















그런데 그 때 뭔가 꼬물거리는 것을 포착;;






너무 멀어 저의 안 좋은 눈으로는 성별 구별도 안 되는 한 명의 사람이, 흰색 개 한 마리를 앞세워 길을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으아아아아아 저 곳이 길이었구나. 그렇습니다. 저번 편에서 '힘들게 올라왔는데 갑자기 내려가야 한다.'고 할 때, 이상한 걸 깨달았어야 했습니다. 



 잘 안 보이신다구요? 



 빨간 동그라미 안에 사람이, 파란 동그라미 안에 흰색 개가 있습니다.



 개는 무지막지하게 길을 잘 찾아 빠르게 올라갑니다. 아니 어떻게 개가 정상도 찾아가지. 정말 잘 찾아가는 것 보니까 저보다 123091374배는 영리한듯 ㅠ



 어느덧 제대로 된 고지에 오른 인간의 형체. 부럽다ㅠ







 



 올라온 곳은 네 발로 기어서 겨우 올라온 엄청난 급경사. 앞으로 나아갈 곳은 다 더 말도 안 되게 높은 경사의 봉우리들 뿐. 사방을 둘러 봐도 출구는 없고, EG라고 적힌 두 글자의 알파벳 외에는 인간의 흔적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곳. 가장 가까운 인간은 단 한 사람, 저기 올라간 사람 뿐이고 불러 봤자 소리가 들릴 지도 모르겠고, 지평선 위로는 눈으로 겨우 인지 가능한 소방헬기 하나가 돌아다니고 있었고, 게다가 구름까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저는 순간 제갈량에게 속아 호로곡으로 들어온 사마의가 생각났습니다. 아아 내려가는 길의 발자국에 속아 이런 먼 사지까지 들어오다니.






이 곳이 나의 죽을 자리인가







 갑자기 온 몸이 서늘해집니다. 다행히 가방 안에 종이와 필기구가 있으니 유서는 어떤 식으로 쓸까 생각합니다. 종이에도 남기고 핸드폰에도 남겨서 최대한 비 안 맞을 것 같은 자리에 보관해야지... 생각했는데 여기가 워낙 황량한 곳이고 오랫동안 침식된 곳이라 그런 곳도 없어 보임 ^_^;; 










 그러다가 유서보단 영정 사진을 먼저 남기는 게 낫겠다 싶어, 내가 죽게 될 곳들의 광경들을 배경으로 영정 사진을 찍어 보았습니다.














영정 후보 제1호






영정 후보 제2호




영정 후보 제3호




영정 후보 제4호



 다 죽음을 앞둔 결연한 표정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ㅠㅠ 으아아 저는 배경은 1호가 좋지만 표정은 2호가 좋네요. 영정으로 쓴다면 2호를 쓸 것 같습니다. 














최종_채택_영정.jpg















 그 와중에 아재와 흰 개는 내려오는군요. 너무 허탈하고, 힘도 빠져서 말도 안 나옵니다. 제 갈 길을 가도록 합시다.







 난 정말 여기서 죽는 걸까. 죽는다고 생각하니 어이가 없습니다. 이런 낮은 산에서 길을 잘못 들어서 죽는다니, 얼마나 쪽팔린 일인가. 준비 하나도 없이 아이슬란드로 오다니 이렇게 철도 없는 일이 있을까. 그런데 죽으려면 얼마나 걸릴까. 왜 핸드폰은 신호가 하나도 안 잡힐까. 다음 사람이 오면 소리를 최대한 질러 볼까. 정말 여러 가지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그러다가 정작 내가 새로 올라온 이 곳을 제대로 둘러보지도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 희망을 찾아 보자. 








 엥!? 여기 완전 가망 있어 보이는 곳 아니냐?




아니네요.




다른 곳인데 여기도 아님.




아... 진짜 너무합니다.ㅠㅠ




 경치는 좋은데 심장이 떨려서 나아가지를 못하겟음. 조금만 헛디디면 발이 미끄러져서 죽을 것 같았습니다. 비까지 왔었으니 ^_^;;






도대체가 이 미친 놈의 고지는 둘러싼 게

낭떠러지와 절벽 뿐인가





그리고 절벽일 거면 다 절벽일 것이지 한 군데는 애매한 절벽으로 해놔서 엄한 사람 죽게 만들고 아아 ㅠㅠ




 도저히 답이 없는 상황에 절망한 저는, 만악의 근원인 제가 올라온 처음 올라온 곳으로 돌아와 발 사진을 찍어 봅니다. 원래 헬가펠 정상 올라가면 찍으려고 했던 샷인데, 억울해서 여기서라도 찍어야겠다. 부들부들. 그런데 꼴에 무서워서 모서리엔 다가가지도 못합니다. 쫄보 인증잼ㅠ








 그런데 혹시나 해서 옆을 보는데...







엥!?






 분지로 내려오는 완만한 길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대충 개념도를 그리자면 이렇습니다.




(발로 그려서 죄송합니다.) 


 붉은 색은 낭떠러지, 검은 색은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곳이라고 보면, 대충 이런 식입니다. 그런데 진짜 묘하게 보이지 않는 곳에 있어서 올라올 때도 저런 길이 있는 지 몰랐고, 올라가서도 사람을 절망하게 만들었습니다 ㅠㅠ 내려갈 때 뭐 개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엉거주춤하게 서서 내려가면서, 왜 난 기어서 올라온 것인가... 하는 자괴감에 빠졌습니다.




 분지에서 보는 정상 가는 길. 너무나도 아쉽지만 정상은 포기해야겠습니다. 너무 급한 감정의 변화를 겪어서 다리도 후들거리고 구름도 다가옵니다ㅠㅠ



 사실 헬가펠 정상 찍었다고 구라칠까 생각도 0.1초간 했었는데 아이고 의미없다. 나중에 다시 와서 정ㅋ벅ㅋ하겠노라 다짐합니다.




 사실 분지까지 올라오는 길도 꽤 급경사였기에 내려갈 때도 약간은 위험하다 싶었습니다만 아까의 일을 생각하면 꿀오브꿀




 이건 뭐 50m도 안 올라온 발샷행... 그치만 괜히 발로 산이 다 가려지고 분지가 보여 찍고 싶어졌습니다.




 점점 다가오는 평야.



 아아 그리웠어 평지야 ㅠㅠ



 그러고 보니 있는지도 몰랐던 레몬탄산음료를 꺼내어 먹습니다. 역시 생명에 위협이 느껴질 때는 모든 욕구가 일시정지되는 듯 하네요...



 다시 갖게 된 황량함!의 대지의 품. 저 멀리서 새로이 다가오는 사람들이 보이는군요. 저 분들은 저의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할텐데...



 기분이 좋았는지 동영상까지 찍었습니다. 죽음에서 풀려나서 기분이 좋아졌나. 



 정상에 오르지 못해 아쉬운 헬가펠.ㅠㅠ 다시 올라가는 게 나을까 생각했지만,



 바로 비가 오네요. 완전 젖기 전에 빨리 갑시다.



 출발지에 돌아와서 지도를 보면서 저의 실수를 깨달았습니다. 굵게 표시된 노란색 순환선과 그보다는 얇지만 여전히 굵게 표시된 노란색 선 두 개는, 'Marked Route'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처음에 본 주황색 막대같은 마크가 되어 있다는 거죠. 그런데 제가 택한 곳은 지도에서는 얇게 표시되어 있는 최단루트인데, 'Unmarked Route'입니다. 왜 처음엔 주황색 막대가 서 있었는데 갑자기 없어졌을까 하는 의문은 한 번도 갖지 않고, 처음에 보고 찍어 둔 지도도 다시 확인하지 않고, 그냥 최단거리에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고 우왕ㅋ굳ㅋ 하며 올라간 제가,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었습니다. 으아아아아 ㅠㅠ



 물론 중간에 제대로 된 길 찾아서 올라갔으면 모르겠지만요. 근데 제가 그 길을 보지 못한 건, 그 길도 길이라고 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닌 엄청나게 가파른 길이었다는 것이었다는 결론이 충분히 나오니 결국 제가 이상한 지름길로 간 게 원인입니다.



 사실 쓰란두르 씨, 뭐가 로컬들 하이킹 코스에요 존나 사기꾼이네 하고 잠깐 생각했는데 지도를 보면서 다시 반성하게 됩니다.




 야아 비 온다 비 온다. 비 맞으면서 5km을 걷는다.





 가다가 본 트램플린과 작은 축구 골대가 있는 집. 너넨 당연히 차 타고 레이캬빅 가겠지.




 비가 곧 그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미친 갑자기 퍼부어 댑니다. 퍼부어대는 비 사이로 다시 돌아본 헬가펠의 사진입니다.


 우산을 쓰고 후드를 입었지만, 바람까지 불어서 막 비에 몸이 젖습니다. 신발은 물이 새어서 완전 패망했습니다. 양말이 완전 축축히 젖어 매우 기분 좋은 상태로 레이캬비크로 걸어갑니다. 비가 계속 이렇게 오니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습니다.





 음악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어폰을 안 가져와서 못 듣는다는 생각이 들어 생각을 지웠다가 다시 생각을 예토전생합니다. 어차피 지나가는 사람도 없는데 이어폰 안 껴도 되잖아? 그래서 핸드폰 스피커로 음악을 틉니다. We'll carry on, We'll carry on...







 그런데 사실 전 컴앞대기니트족인데다가 한국에서는 휴대폰으로 음악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인터넷으로 들었기 때문에, 휴대폰엔 하도 많이 들어서 사골이 된 노래들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도저히 감정의 폭발을 이기지 못한 저는 빡쳐서 노래를 부릅니다. 처음에는 휴대폰에도 들어 있던 Welcome to the Black Parade를 따라 부르다가, 나중에는 오~ 샹젤리제, 오~ 샹젤리제를 부릅니다. 분명히 주변에 귀 열고 지나가는 사람이 보면 아이슬란드에서 머리가 다쳐서 여기가 파린 줄 아는 미친 놈 지나가는구나 생각했을 듯...






대충 이런 느낌이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나 아이슬란드는 섬나라고 모든 도로는 레이캬비크로 통한다. 드디어 상상 속의 샹젤리제 거리도 끝이 나고 하나 둘씩 건물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퍄퍄퍄. 이미 제 양말은 모든 부분이 균질하게 수분을 최대의 양으로 흡수한 상태였습니다.






 거의 버스 정류장에 다 다가가서 본 전봇대. 무슨 스테이플러가 다다다다다다다다닥 박혀 있는 걸 보니 무섭습니다. 영화 호스텔이 생각나네요. 그래도 살아 돌아왔으니 어디야.





 으아아아 다시 보는 인간 문명.




 오늘은 토요일. 버스는 한 시간에 두 번 옵니다. 기다립시다.





 콘크리트 계단인데 신기하게 위쪽은 덜 젖고 아래쪽은 다 젖었네요. 부실공사를 해서 투수가 매우 잘 된다던가 그런 것인가. 아무튼 앉아 버스를 기다립니다.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버스 정류장이 헬가펠 쪽에 가까운 게 한 군데 더 있었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먼저 내리고 먼저 올라타서 500미터는 족히 더 걸었을 듯 하지만, 뭐 이미 다 지났으니 됐습니다.




 1번 버스로 갈아타기 위해 대기 중. 어차피 숙소로 가려면 도심 쪽으로 접근해야 하기에 탑니다. 이 때만 해도 컬쳐 나잇 같은 건 안중에도 없고, 빨리 이 빌어먹을 양말 좀 벗고 발 씻고 편히 쉬자는 생각 뿐이었지만...




 엥!? 이거 완전 5515 버스 아니냐?










 아이슬란드에서 버스 타면서 좌석이 꽉 찬 것도 본 적이 없는데 입석까지 꽉 찼습니다. 옆에 앉은 10대로 보이는 남자애한테 물어봤는데, 대부분 축제 가는 것 같다고... 이 축제가 고로케 대단하단 마뤼야? 갑자기 그래도 축제 보고는 가야겠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슬란드에서 보낼 날이 이제 만 이틀 정도밖에 안 남았는데 이대로 끝내기는 원통해 ...!




















꼐속














아이슬란드 여행 다섯째날(1): 2015년 8월 22일, 토요일




 어제의 실패를 곱씹으며 저는 잠에 들었고, 그렇게 잠을 자고, 잠을 자다가 아침에 일찍 깨어났습니다. 시각은... 오전 8시였나.










 그런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저는 다시 잠에 듭니다. ^_^ ;; 으으으으으으 역시 침대가 짱이야 하면서 다시 잠에 든 저를, 여기서 묵은 이래 처음으로 쓰란두르 씨께서 깨우셨습니다. 갑자기 문에서 노크소리가 나더니, 오늘 저녁에 레이캬비크 컬쳐 나잇, 그러니까 문화의 밤 축제가 있다고 알려주십니다. 저는 몽롱한 상태로 침대에 앉아 그 말을 듣고는 아아 그렇구나... 그렇구나... 생각하면서 감사하다고 말합니다.아마 이 때가 오전 8시 정도 되었을 겁니다. 그러니까 출근 전에 알려주신 셈이죠.










 



 그러나 ...



















나의 수면욕은 끝이 없고


같은 취침을 반복한다.













 ...



 저는 침대에서 헤드뱅잉, 스트레칭, 괴성 지르기, 온몸운동 등과 유사한 동작을 하며 반-수면 상태를 유지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방문 밖으로 아주머니께서 말을 거십니다. 투나잇 이즈 레이캬비크 컬쳐 나잇! 맞아 그랬었지. 알았어요. 부군께서도 그리 말씀하시더이다. 그런데.......
















투데이 시티 버스 이즈 프리!!











왓??????????














 잠이 갑자기 달아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틀비틀거리며 문을 열고 나갑니다. 아주머니께서는 진공청소기를 끄시고 말씀하십니다. 투데이 올 시티 버스 이즈 프리. 버스가 다 공짜라구요. 그런데... 그러면...


















이건... 이건 어떻게 되는건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흐-뭇














 아주머니께서는 오...오... 말하지말걸그랬다... 하고 말씀하십니다만 어차피 버스 타면 알게 될 거... 미리 말씀해주시려는 따뜻한 마음만이라도 감사하게 느끼는 심정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뭐 따지고 보면 내가 돈 더 손해보는 건 없잖아요? 덜 손해볼 순 있었겠지만... 진짜 저의 아이슬란드 여행은 삽질의 연속인 듯 합니다. 그런데 가장 큰 삽질은 아직 안 나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오늘 저의 일정은 헬가펠 하이킹으로 자기 전에 생각했는데... 축제를 가야 하나... 생각합니다. 보니까 낮에도 재미있는 이벤트가 많더라구요. 그렇지만 어차피 Culture Night이라서 밤에 봐도 괜찮겠지...하는 생각으로 일단 헬가펠부터 가기로 합니다. 











 그리고 지금 쓰다 보니 알았는데 사진 제한이 한 번에 50장이고 여러 번에 걸쳐 업로드하면 50장보다 더 많이 되네요. 이걸 왜 이제 알았지... ㅠㅠ 역시 사람이 난관에 부딪히면 길을 찾게 되는 것인가...











 헬가펠(Helgafell)이라는 이름의 산은 아이슬란드에 여러 군데가 있습니다. 구글에 처음 헬가펠을 검색하시면, 아이슬란드 남부 해안 베스트만 제도에 있는 헬가펠을 먼저 보여줄 겁니다. 그러니까 수많은 헬가펠 중에 하프나르피외르뒤르에 있는 헬가펠을 선택하시면 저 위치가 나올 거에요. 레이캬비크에서 남쪽, 해발 고도 약 300미터 가량의 산입니다. 한국 기준으로 그리 높은 고도는 아니지만, 아니지만...






 아무튼 쓰란두르 씨께서 말씀하시길 걸어서 갈 만하고 로컬들이 하이킹으로 꽤 가는 산이라고 합니다.










 다행히 하프나르피외르뒤르까지는 레이캬비크에서 가는 시내버스가 있어요. 그래서 시내버스를 타고 간 다음,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걸어가려고 합니다. 헬가펠 산을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에 걸어가야 할 거리는 7.8킬로미터! 으아아 조금 걱정이 되는 거리긴 하지만 뭐 그닥 불가능한 거리는 아니니까, 망설임 없이 가기로 합니다. 기다려라 헬가펠 내가 간다...!















 역시나 숙소 앞에 나와 시내버스를 타는데, 자그마치 시내버스 요금통을 종이로 덮어 놨었습니다. 확인사살 감사합니다 ^_^;;








 케플라비크 공항에서 들어올 때 봤던 이케아. 다시 보게 되네요. 뭔가 굉장히 멀리 온 느낌 ^_^;;










 버스를 갈아타는 피외르뒤르 정류장. 항만에 접해 있습니다.











 이렇게 생긴 항만에 접해 있습니다 ^_^;;









 레이캬비크는 큰 아파트는 없으면서 낮은 건물이 많아서 그런지, 인구 20만의 수도권인데도 꽤 멀리까지 확장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변두리에 가도 건물만 봐서는 변두리라는 느낌이 안 오네요. 아무튼 남쪽으로 가면서 몇 번의 회전 교차로를 지나다가...














 내렸습니다. 오오.















 사실 여기보다 더 남쪽에 버스정류장이 단 하나 더 있었는데, 이 도로가 아니고 오른쪽으로 올라가야 있어요. 그래서 제가 그걸 파악을 못하고 여기 내린 거였습니다. 덕분에 왕복 합쳐서 600미터 정도는 더 걸은듯 ^_^;;




 이것은 도로 좌측의 광경. 진짜 도시가 끝나는 곳까지 오니 좀 변두리같은 느낌이 들긴 합니다. 원경의 산은 여전히 멋짐ㅠㅠ

















 그리고 이제..



 걸읍시다.
















 걸으면서 뜯어 먹는, 마트에서 산 빵쪼가리. 뜯어먹읍시다. 근데 뜯어먹다가 빵쪼가리 땅에 떨어트리면 가슴아픔...




 여기서부터 길 양쪽에 모두 집이 하나도 없어요. 



 게다가 걷는 사람은 저밖에 없습니다. 기껏해야 자전거 타는 사람 있고, 대부분은 차로 다녀요. 그런데 저 혼자 걷고 있자니 굉장히 뻘쭘하면서 외롭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음악을 듣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어폰도 안 가져갔었어요 ^_^;;



 중간에 있는 갈림길. 중간중간에 갈림길이 많고, 차량들도 저 쪽으로 꽤 들어갑니다. 물론 '꽤'는 아이슬란드 기준이에요. 




 지나가다 왼쪽에 보이는 건물. 여기 있는 건물들은 대부분 집보다는 농업용이나 축산용으로 지어 놓은 건물들 같습니다.







 드디어 시야가 탁 트이고... 저 앞에 보이는 것이 헬가펠인가 ...?


 

 올라갈 생각하니 설렙니다.


 


 





 또 갈림길.





 갈림길이또...






 길에 사람은 코빼기도 안 보이지만 그래도 차가 좀 지나다니는 것 보면 이 정도면 로컬들한테 인기 있는 것 맞는 것 같습니다 ^_^










 ... 어제 겪은 똥피하기의 기억이 새록새록







 아 진짜 걷는 사람 저밖에 없어요. 우울하다. ㅋㅋㅋㅋㅋㅋㅋ한 절반 쯤 온 것 같은데, 온 몸이 더워 땀이 납니다. 









 점점 더 가까워지는 헬가펠의 자태.




 아이슬란드답지 않게 너무 푸른 것 같아서 찍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엥?







 맥주 캔, 담뱃갑 등 쓰레기들이 자꾸 눈에 띄어서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으으 이 아름다운 자연을 이런 식으로 망치다니 ㅠㅠ





 푸르른 곳을 지나자 다시 이끼 필드... 정말 아이슬란드의 지형은 변화무쌍하네요  ^_^




THE POJANG DORO'S END




 포장이 끝나는 곳. 포장의 끝. 저 지점을 지나고 나서 찍어서 그런데 포장이 시작되는 곳이 아니라 끝나는 곳 맞습니다.




 

 이쯤 왔는데도 아직 한참 남은 것 같아서 저는 멘탈이 나갑니다. 하긴 겜돌이 IT중독 인간이 인터넷도 안 되고 사람도 한 명도 없고 지형마저 끊임없이 단조로운 곳에서 혼자 터벅터벅 걷고 있으니... 으아아아아아





 좀 가까워진 것이 느껴지는 헬가펠! 점점 커집니다. 하긴 고도가 300미터지. 오른쪽에 있는 산은 구글 맵으로 보면 헬가펠 서쪽으로 해발 고도 100~200미터 가량의 산맥이 있는데, 그 중 가장 가까운 산인 것 같습니다.







 ...정말 아무 것도 없는 대지에 뜬금없는 흰색 대문. 





 터벅터벅, 힘 풀린 다리로 최후의 갈림길을 지나,




 드디어 헬가펠이 눈앞에...!





 헬가펠 주변 지도입니다. 하이킹로 가꾸어 놓은 것 인정합니다. 하긴 인구 33만 아이슬란드에 인구 5천만 한국 정도의 편의를 기대하면 안 되죠. 표지판 하나만으로도 감지덕지입니다. 




 헬가펠 2.8km...!







 사실 쓰란두르 씨께서 처음 헬가펠을 소개해 주셨을 때는 걸어서 아예 남쪽 해안까지 갈 수도 있다고 말씀하셔서 읭? 했는데 여기까지 2시간도 안 걸렸으니까 무리는 아닌 것 같아요. 점심 저녁 먹을 것 챙기고 부지런히 걸으면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남쪽 해안에 가도 잘 곳이 없다는 것... 그러니까 도시가 없어요. 뭐 롯지 같은 것들 있을 법 하긴 한데 찾아보질 않아서... 가장 가까운 도시...또는 마을 그린다비크까지 가려면 정말 부지런히 새벽부터 밤까지 걸어야 할 것이고, 지도 오른쪽 하단의 Strandakirkja는 정말 교회 건물 딱 하나만 있는 곳이고(...) 더 동쪽으로 가면 민가인지 축사인지 건물 몇 개가 보이네요. 아무튼 그냥 남쪽 해안에 닿는 것 만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이 안 되는 동네입니다. ㅋㅋㅋㅋ



 

 헬가펠부터 클레이파르바튼, 그리고 바로 아래의 남쪽 해안까지는 모두 자연 보호 구역입니다. 만약 제가 시간이 충분했다면, 그러니까 하루를 통째로 하이킹에만 썼다면 클레이파르바튼 호수 정도는 갔을 것도 같아요. 어제 갔더 엘리다바튼보다 훨씬 넓은 호수인데다가 주변은 훨씬 더 황량하고 깨끗하니 경치가 멋질 것 같습니다. 어쨌든 컬쳐 나잇도 가야 하는데다가 힘이 빠지...고 있던 저는 클레이파르바튼은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아무튼 위의 표지판을 따라 우측으로 가서 헬가펠에 올라가려 하는데...



 우왕ㅋ굳ㅋ




 연못에 떨어지는 빗줄기들 보이시죠?




 비가... 옵니다...





 그렇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냥 물러날 수는 없는 법...!









...강행 돌파한다..






 훗. 이래야 내 여행답지. 방수는 안 되지만 따뜻한 후드 모자 눌러쓰고, 가방에서 우산 꺼내들고, 앞으로 전진합니다.




 경로를 나타내는 듯한 주황색 폴. 용암의 흔적이 남아 있는 평원에 외로이 서 있습니다.













 두 철망 사이로 길이 있어서, 저 쪽으로 들어갔습니다. 왼쪽 철망은 수질 보호 구역을 둘러싸고 있는 듯해요. 오른쪽 철망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_^;;








 수질 보호 구역. 





 비가 많이 옵니다 ㅠㅠ 으아 빗줄기가 갑자기 쏟아지는데 아이슬란드 와서 이렇게 비가 제대로 내리는 거 처음 본 듯 합니다ㅋㅋㅋㅋㅋ 우산을 제대로 받쳐들고 점점 더 높아지는 헬가펠을 향해 전진합니다. 부츠도 등산화도 뭣도 아닌 저의 한심한 밑창 떨어진 뉴발 스니커즈는 물을 너무나도 잘 흡수하네요. 발이 시원해집니다. 아아 신나라...




 헬가펠 하이킹을 마치고 내려오는 듯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아주머니 한 분과 젊은 여성이었는데 아마 모녀가 아닐까 싶네여... 인사하고 지나오다가 아 도저히 이걸 계속 가야 하나? 싶은 생각, 회의감이 너무나도 들어 뒤를 돌아본 때였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돌아가자니 너무 부끄럽죠.





 조금 더 가니 나타난건 어마어마하게 펼쳐진 용암 평원. 아아 검고 거대한 용암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계속 가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헬가펠...!




 올라가는 길이 딱 봐도 가팔라 보이는데, 다가가니까 더 가팔라 보입니다.




 정말? 정말 올라갈 수 있을가? 이렇게 비도 오고 미끄러운데, 한 손으로 우산을 들고 한 손으로는 땅을 짚어 가며 올라가야 하는데, 신발이 미끄러지지나 않을까? 밑도 끝도 없는 걱정이 저를 불안하게 만들지만 시도도 안 해보고 돌아갈 순 없죠. 올라갑시다.






 ... 그런데 처음 보이던 그 길을 나타내던 형광 막대는 어디 갔지..?






 한 3분 정도 올라왔나, 중턱도 안 되었는데도, 뒤를 돌아보니 황량한 평원이 산들 사이에 광활하게 펼쳐진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정말 잘 왔구나, 잘 왔구나, 올라오길 잘 했구나, 하고 소리내어 말했습니다. 아이슬란드에서 잉여로운 모습만 보이던 제가 드디어 뭔가 해냈다 싶어 괜히 감동이 밀려옵니다. 솔직히 아무 일도 아닌데...



 

 그러나 올라가는 길은 험난합니다. 눈만 덮여 있으면 백운대 올라가는 길 같았을 것 같네요. (엄격 진지 근엄)


 

 



 

 그러다가 잠깐 완만해지는 부분이 나오더니 ...

 


 

 

 오오... 게다가 올라오니 비도 그쳤습니다.

 


 

 

 헬가펠 산 중앙에 있는 분지입니다. 한국지리 시간에 배우는 울릉도의 나리 분지같은 분지인 것 같네요 ^_^; 주변은 높게 솟아오른 능선이 둘러싸고 있는데, 분지는 참으로 평평합니다.

 


 

 

 그러나 정작 올라가는 길은 분지는 지나지 않습니다. 뭐 이건 정상으로 가야 하니 당연한 건가... 앞 사람들의 발자국을 좇아 열심히 따라갑니다.


 

 

 기껏 올라왔더니 내려가는 곳도 있고 ㅠ_ㅠ

 


 

 

 아아 왼쪽 아래에 손가락이 찍힌 게 너무 화가 나긴 하지만, 그걸 빼면 이게 제 시야를 가장 잘 드러내는 사진인 것 같습니다.

 

 헬가펠의 넓은 화산 분지, 그 아래에 있는 제가 지나온 황량한 용암 평원, 그리고 멀리 보이는 다른 산맥들과 세계의 끝...


 

 

 세로로 찍어봤습니다. 아무래도 사진에서는 고도 차이가 잘 안 드러나는 것 같네요.


 

 

 그런데 저는 이 쯤에서 길을 잃습니다. 딱히 길이 보이지도 않고 발자국도 조금씩 안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주변에는 다 험난한 지형들 뿐이네요...


 

 

 제 쪽에서 바라본 분지 왼편인데, 역시 올라갈 곳은 못 되는 듯 합니다 ^_^;;


 

 

 그러다가 이 곳은 올라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히 여기도 경사 가파르지만, 밟을 만한 곳들이 꽤 보이네요. 이 곳으로 정하고 올라가는데...

 

 

 

 

 좀 올라가니까 너무 말도 안 되게 가파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결국 네 발로 기어서 겨우 겨우 올라가게 됩니다.

 

 올라가다가 너무 힘들 때마다 아래쪽을 바라보면 힘이 납니다.

 

 

 

 

 

 

 

아아...

 

 

 

 

황량하다 황량해! 하하하.

 

 

 

 그야말로 황량함 덕후가 되어버린 저의 내면이 저를 계속해서 앞으로, 위로 끌고 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_^

 

 

 

 

 

 

 

 

 


 


드디어 올라선 고지!

 

 

 

 

 

 

 

 

 

 

 

 제가 올라온 위험천만하게 가파른 경사로를 되돌아보자니, ...

 

 

 

 

 

 

 

 

 

 

 

 

 


 태평양 전쟁에서 이오지마 섬을 점령한 미군이 섬의 꼭대기에 성조기를 세우던 사진이 생각났습니다. 으아 산 중턱밖에 안 올라왔는데 쓸 데 없이 감동먹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한국에도 정말 아름다운 산이 많지만, 한국은 나무가 많고 산도 많아서 정말 높이 올라가기 전까지는 내가 높이 올라왔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힘들죠. 그런데 헬가펠은 중턱에만 다다랐는데도 정말 멀리까지 시야가 닿으니, 마치 설악산 대청봉에 오른 느낌 ㅠㅠ

 

 

 

 

 

 

 

 

 

 

 

 

 

 

 

 

 

 

 

 

 

 

 

 

 

 

 

 

 

 

 

 

 

 그런데 ... 이런 감격도 잠시

 

 

 

곧 일생일대의 위기가 들이닥치는데...

 

 

 

 

 

 

 

 

꼐속

 

 

 








아이슬란드 여행 넷째날(2): 2015년 8월 21일, 금요일, 18:00




 ...직전에 양의 머리를 먹어치운 저는 급격히 몰려온 허탈감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렇구나, 먹었구나, 내가 양 머리 하나를 다 먹어치웠구나. 우와. 그렇구나. 그렇구나... 하다 보니 시간은 벌써 여섯 시가 다 되어가고, 어차피 일어나는 순간부터 망한 것을 알았지만 오늘의 일정이 모두 망했다는 생각이 들자 허탈감은 배가되었습니다. 아아 ... 그렇구나.









 ...크면 나는 무엇이 될까 하던 나는, 나는 결국 커서, 게으름뱅이가 되었구나. 그래... 그렇게 되었구나.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생경한 자연이 있는 곳에 와서, 그걸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는, 히키코모리 수면과다 무능력자가 되었구나. 갑자기 살아온 인생에 대한 회한이 밀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곳은 아이슬란드. 오후 여섯 시가 되었는데도, 8월의 해는 아직 하늘에 걸려 있었습니다. 


 물론 날씨는 5분에 한 번씩 바뀌어서 구름도 끼고, 비도 오고 하겠지만, 낮은 길고도 길어 해는 계속 걸려 있었습니다. 마치...























포기를 모르는 남자가 되라는 것처럼요.










 





 그래, 시간은 아직 여섯 시. 포기하지 말자. 조금이라도 더 아이슬란드를 보고, 걷고, 느끼자. 그래서 가기로 한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엘리다바튼(Elliðavatn) 호수





 레이캬비크 남동쪽에 있습니다. 레이캬비크 시가지와 헤이드뫼르크(Heiðmörk) 사이에 있어요. 사실 헤이드뫼르크야말로 레이캬비크 주변의 아웃도어로 유명한 곳입니다만, 저기는 너무 멀어서 포기하고... 아 포기하면 안 되는데... 포기를 모르는 남잔데... 아무튼, 이 곳은 별로 유명한 곳은 아닙니다만 일단 레이캬비크에서 가깝고, 이 곳에서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작은 시내가 있습니다. 쓰란두르 씨와 마리아의 말로는, 걸을 만한 산책로가 있다고 해요. 아 뭐 안 유명해도 아이슬란드니까 괜찮겠지 아몰랑 하는 심정으로, 구글 맵에서만 보던 엘리다바튼 호수로 갑니다.







 ... 물론 철자가 Ell이니까 에틀리다바튼... 뭐 이런 느낌으로 소리가 나겠지만 저도 아이슬란드어 잘 모르고 복잡하니까 엘리다바튼이라고 부릅시다 ^_^







 보시다시피 BSI 터미널에서 꽤 멀긴 합니다만 괜찮습니다. 나에게는 버스 3일권이 있으니까 우헤헿헿헿헿 일단 버스를 탑시다. 엘리다바튼 호수 위에 있는 413번 도로가 시작되는 곳까지는 레이캬비크 시내버스로 갈 수 있습니다.









 양 머리에 깃든 원혼을 뒤로한 채 BSI 터미널을 나왔을 때의 모습. 역시나 아이슬란드틱한 어마어마한 구름들 사이로 푸른 하늘이 살짝 보이네요. 포기하지 말라... 포기하지 말라...















 그리고 30분 후, 버스는 레이캬비크의 남동쪽 끝자락에 저를 데려다 주었습니다. 여전히 밝은 아이슬란드입니다. 조금만 더 걸으면...














 여기부터 413번 도로. 레이캬비크가 끝나는 곳. 레이캬비크의 끝 413... 그리고 포기를 모르라는  .












 다시 말씀드리지만 레이캬비크에는 아이슬란드 인구의 1/3이 살고 있습니다. 수도권을 다 합하면 2/3이고, 수도권은 대부분 레이캬비크 남서쪽에 있습니다. 저는 지금 그 2/3의 인구를 등지고 황무지로 걸어가고 있네요.












 사람들은 없고, 어딘가에 언젠가 쓰였던 듯한 시설들만 많은...







 무지개는 레이캬비크에서 솟아오르고 있네요. 










 그런데 걸어가다 보니 공사판이 ...?




 엥!? 아이슬란드 거기 레이캬비크밖에 없는 거 아니냐? 하고 궁금증이 생기시겠지만...






 이 곳의 이름은 코파보귀르입니다. 레이캬비크의 위성도시인데, 레이캬비크의 남쪽을 책임지는 도시이고, '수도권'에 같이 묶여 있어요. 신기하게 레이캬비크 남서쪽도 코파보귀르, 남동쪽도 코파보귀르입니다. 





 그러니까 전 레이캬비크에서 코파보귀르로 온 겁니다. 즉, 서울에서 광명으로 온 겁니다. 뭔가 느낌이 오시죠?





 그럼 위에서 황무지 운운은 무엇인가? 그냥 그런 감성이란 겁니다 ^____^






 그런데 무슨 도시가 유령건물이 엄청 많습니다. 아까 보셨던 그 건물도 공사중이고, 이 건물도 공사중인데 사람이 없네요. 으스스합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세계 경제 위기가 터졌을 때 금융업에 굉장히 의존하고 있던 아이슬란드는 직격탄을 맞았었는데, 아마 그 여파인가 봅니다.















 뭔가 모기들이 서식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연못이지만 모기는 없었습니다. 오오 극지 오오.













 드디어 시내 옆의 도로에 도착해서 호수로 걸어갑니다. 다 때려치고 싶을 때마다 무지개를 봅니다. 으아아아 오늘 한 짓을 생각하니 무지개 다리를 건너가고 싶은 충동이 들지만 참읍시다. 














 이런 곳에 집 하나 있으면 좋겠다. 아 어차피 있어 봤자 물가 때문에 못 살려나 ^_^;;




 쓰란두르 씨는 한 때 덴마크에 있는 집을 4,000만원 가량에 구매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교통이 불편하고 자주 안 갈 것 같아서 다시 팔았다고. 이 말을 듣고 설렜습니다. 나도 4,000만원이면 유럽에 내집마련이 가능하단말인가 ...!? 하긴 한국에서도 교통 매우매우 불편한 곳은 더 싸게도 가능할듯 ㅋㅋㅋㅋ










 엘리다바튼 호수에 거의 다 왔습니다...!












 오오...






 파노라마가 되게 잘 나왔는데 세로로 올리겠습니다. 사진을 올리는데 계속 세로로 올라가서 뭐지 했는데 세로로 올리는 게 더 나을 것 같기도 합니다 ㅋㅋㅋㅋㅋ 휴대폰 돌려서 보세여...













 황량하기 그지없는 호숫가. 딱 제 취향이었습니다ㅠㅠ 게다가 호수 반대편으로는 펼쳐진 사면과 민둥산, 멀리 만년설이 보이네요. 정말 너무 멋져서 진짜 저기까지 갈까 말까 너무나도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파노라마에는 작게 나옴 ㅠㅠㅠㅠ 저 시력 0.7인데도, 경치 보는 데에는 카메라보단 눈이 낫네요.




 어제 스비드를 먹고 오늘 일어나서 엘리다바튼 호수 건너편을 관광했으면 참 좋았을텐데, 후회해봤자 시간은 떠나갔습니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는 정말 늦은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늦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평소에 열심히 삽시다. ㅠㅠ













 아무튼 저는 아뽕에 취해 이 호수 앞의 저 목제 의자에, 젖을까봐 완전히 앉지는 못하고 엉덩이만 살짝 걸친 채, 약 십오분 간 앉아 있다가 너무 바람이 추워져서 일어났다 카더라...







 무지개 하프샷.








 ... 그리고 저는 이제 슬슬 돌아갈 준비를 하는데, 왔던 길로 가면 식상하니까 시내 옆을 걸어서 돌아가려 합니다.











 ...엥!?





 말 표지판은 처음봅니다 ^_^;;












 돌아가는 길의 평범한 풍경들입니다. 그런데...











 제가 호수에서 여기까지 온 길이 말들이 다니는 길이었네요;;








지금부터 15분간 똥피하기 타임입니다 ^_^










 오랫만에 이 게임을 다시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똥을 피했지만, 정작 옆에는 차도가 있어서 시외버스들이 지나다니는데도 울타리를 넘지 못한 채, 저는 말들이 쓰는 길을 걸어야 했습니다. 으아아아아아아







 난 도대체 왜 여길 온걸까...







 포기하지 말라고 했던 레이캬비크의 의도가 매우 사악하게 느껴집니다. 포기를 하지 않으면 험한 꼴을 당하는 것인가...












 제 위치 보이시나요? 쑤 에르트 헤르가 유 아 히어 로군요. 여기서 왼쪽의 노란색 길을 따라가서 숙소로 빨리 돌아가느냐, 아니면 위쪽 길을 가서 돌아가느냐 살짝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똥피하기만 15분 하고 걸었다고 할 수는 없으니 위쪽으로 갑니다. ^_^;






 수도권 전체 지도.













 아니 여기 시내 엄청 좁은데 여기서 낚시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일단 신기하고, 게다가 여기 태국어가 있다는 게 더 신기... 영어, 폴란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는 그러려니 한데 태국 뜬금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 때 태국의 전설적인 낚시꾼 무리들이 아이슬란드를 정ㅋ벅ㅋ하러 이 멀고 추운 세계의 구석까지 온 것일까요...






















진실은 저 너머에

















 제가 아까 지도가 있는 곳에 도착하기 직전에 비가 내렸었는데 그쳤더니, 이제 다시 비가 내립니다. 그래서 저는 짜증나니까 덕내를 풍기며 하아...(먼산)하며 먼산을 봅니다. 아아 만년설 날 가져요ㅠㅠ





















 중간중간에 의자가 있는데 앉을 수가 없어요. 너무 축축함. 도저히 마를 시간이 음슴. 






 사진엔 하나도 안 나왔지만 ^_^ 여긴 의외로 사람이 꽤 있었어요. 헉헉거리며 뛰는 분들도 몇명 지나감. 

















 참 주변에 아무 것도 없는게 아이슬란드다운 산책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전 여기서 풀까지 뺀 곳을 내일 가게 되고 ... 그 곳에서 죽음의 고비를... 아 그건 내일편에서 이야기합시다.










 10km 달리기 코스가 마련되어 있네요. 사실 태어나서 10km 한번에 뛰어본 적 한 번도 없는데 반성하게 됩니다. 





 다만 여기서 확실한 건 10km를 뛰는 동안 날씨가 일정하지는 않으리라는 것 같습니다 ^_^;;












 드디어 지도에서 봤던 다리에 도착했습니다. 인간 문명으로 돌아갑시다 ㅠㅠ






 다리 위에서 찍은 상류.



 다리 위에서 찍은 하류.









 정말 태국에서 여기까지 와서 이런 조그마한 시내에서 낚시를 했다니 그 태국 사람들 누군진 모르겠지만 정말 대단한 사람들인 듯... ㄷㄷ해;;















 아이슬란드에는 화사한 꽃은 없습니다. 정말 거의 없어요. 대신 아이슬란드에 익숙해지면 황무지에서도 피어나는 이런 수수한 꽃들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넵. 제가 아뽕에 취했네요.







 그리고 붉은 화살표를 따라 걸은 결과 마침내..!









 인간계로 복귀했습니다 ㅠㅠ









  처음에는 숙소로 걸어서 가려고 생각했으나 ... 







 저에게는 버스 3일권이 있지요 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서 한 정거장 걷고 바로 버스로 태세변환했습니다. 










 아 그래도 오늘은 뭔가 봤구나, 약간의 개운함을 안고 게르도우베르그에 돌아왔는데,




 엥?


 

 지금까지 지하도 있는 것 몰랐는데 신기해서 찍어봤습니다. 도로 폭도 엄청 좁은데(심지어 가장 좁은 곳은 1차선!) 횡단보도가 없어서 뭔가 했는데 지하도가 있었네요. 도대체 왜 이 곳은 이렇게 셋팅된 것인가. 추운 곳이니 나름의 의미가 있겠지 합니다.















 ...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전 오늘을 날린 것 같습니다. 스비드를 먹긴 했는데 어제 먹었어야 하는 거고, 호수 잠깐 본 것밖에 한 게 없는데다가, 피로도 안 풀리고 여전히 피곤 ㅠㅠㅠㅠㅠ 으아아아아아 분노한 저는 숙소 복귀 전 스키르를 삽니다.












 스키르(Skyr)가 뭐냐면 아이슬란드의 전통 요구르트입니다. 케플라비크 공항에서 뻔질나게 아이슬란드 장수의 비결은? 하면서 광고하고 있는 제품이 이건데요. 뭐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공해도 없고 사람도 적으니까 스트레스도 덜받고 레이캬비크 지역 빼면 남한 면적에 인구 10만명이니까 마주칠 일도 적어서 범죄도 적게 일어나고 그러니까 장수하겠지... 생각하지만 일단 궁금하니까 먹어보기로 합니다. 절대 오래 살려고 먹는 게 아님.





 그런데 혹시나 맛이 좀 이상할까봐 걱정되어서 베리맛...을 샀습니다.






 대충 겉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우왕ㅋ굳ㅋ

















마시쪙!












 사실 보통 요구르트랑 크게 차이를 못 느끼겠어요. 특징이라면 뻑뻑하단 것. 일반 요구르트보다 밀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그 외에는 다 괜찮고 맛있어요. 아이슬란드 전통 음식 중 유일하게 매우 평범한 음식이 되었네요 ^_^;;














 그리고 오늘 이렇게 산보를 하게 된 저는 이럴 거면 도림천이나 갈 것이지 왜 여기 온 것인가... 하는 고민과 함께 내일은 새벽처럼 일어나 그야말로 인생에 길이 기억될 모험을 떠나게 되는데... 기억의메모리... 모험의어드벤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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