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여행 셋째날(1): 2015년 8월 20일, 목요일




※ 주의: 독자에게 심각한 답답함을 유발할 수 있음.





 사실 제가 원래 오늘 레이캬비크 시내 둘러보기를 계획한 건 아니었습니다만, 뭐 따로 투어 예약도 안 했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기도 했고 하다보니... 매우 자연스럽게 시내 관광으로 시퀀스가 연결되었습니다. 으아아아 이 날 요쿨살론을 갔어야...








 그리고 별 계획도 없고 생각도 없이 정처 없이 걸은 하루이기 때문에 좀 두서가 없을 수 있어요. 와아 막대한 돈 내고 가서 이렇게 계획 없이 하루를 보냈다니 참 지금 봐도 아찔하지만, 그렇다고 시간에 쫓겨 다니기만 하면 그건 일이지 여행이 아니지 않을까요? 그런 정신승리를 하면서 저는 발걸음을 옮깁니다.









 사실 점심 시간이 좀 지나서 일어났는데, 저는 점심으로 처음에는 아이슬란드의 전통 요리인 스비드(Svið)를 먹고 싶었습니다. 어제 쓰란두르 아저씨께 이것저것 물어볼 때, BSI 버스 터미널 근처에 스비드 잘 하는 집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단 BSI 터미널에 내렸는데,

 


 도대체 식당이 어디 있다는거지...








 저는 나중에야 그 식당이 저 BSI 터미널 건물에 딸린 것임을 알게 되었지만, 이 때의 저는 뭐지 당연히 독립된 건물이 있겠지 생각하다가 아 그냥 어차피 레이캬비크 시내 관광하는데 시내에서 아무거나 사먹자 하는 (정말 큰일 날 만한) 안일한 생각으로, 레이캬비크 시내로 향합니다. 








 한편 BSI 버스 터미널 시내버스 정류장에 있던 광고. 대충 철자로 봐서 렛 미 인 광고 같았어요. 그 성형 프로그램 말고, 뱀파이어 나오는 스웨덴 소설/영화 있습니다. 저 영어로 소설 사 놓고 읽다 때려쳤다가, 번역본 나왔는데 영어판 산 돈 아까워서 안 읽고 있는(...). 보니까 반가웠습니다.









 아무래도 BSI에서 아무 생각 없이 걸어 올라가려니 똑바로 시내로 가기가 힘듭니다. 헤매다가, 헤매다가 기념품점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저번 여행기에서 말씀드린 에야-피야틀라-요쿠틀...





 IS EASY TO PRONOUNCE





 ... 부들부들





 지나가다 발견한 조그마한 음식점. 일본어 중국어는 있어도 한국어는 없어요ㅠㅠ 엉엉





















 그러다 어느 새 좀 큰 길로 들어섭니다. 상점 이름이 키오스크니...! 으으 정작 핀란드에 있을 땐 불편했던 R-Kioski가 그립네요.


















 레이캬비크의 주요 쇼핑 거리라 할 수 있는 라우가베귀르(Laugavegur) 거리의 전경입니다. 사실 한국의 웬만한 인구 20만 명 정도의 중소도시를 생각하면 그보다는 유동인구가 훨씬 많은데요, 아무래도 관광객이 넘쳐나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이 거리의 특징은 뭐니뭐니해도, 비싸다는 것.





 그렇습니다. 정말 모든 게 더럽게 비쌉니다. 아이슬란드가 기본적으로 비쌉니다만 여긴 너무합니다. 역시 대부분 좌파가 정권을 잡아 왔던 노르딕 국가들 중 유일하게 경제위기 전까지 보수를 밀어주던 나라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굉장히 아 존나 치사하고 아니꼽고 더럽네 돈 없으니 못 살겠다 돈 벌어야지 하는 생각을 심어주는 정도의 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아아으아...










스페셜 투데이. 더럽게 비쌉니다.













※홍콩행 게이바가 아니고 파산행 게이바입니다.















고래고기 점심 코스 6,500크로나(58,500원)이요 ^_^;









 잠시 고래에 대해 덧붙이자면, 아이슬란드는 포경 협약에도 불구하고 고래를 잡고 있습니다. '과학적 용도'로 잡는다고 하지만 사실상 식용으로 사용하는 중이라 국제사회의 비난이 꽤 높은데요. 정작 그 고래의 대부분은 관광객들에 의해 소비된다고 합니다. 사실 관광산업에 사용하기 위해 고래를 계속 잡는거죠. 그래서 전 뭔가 찔려서 여기서 고래고기는 못 먹었습니다. 아 진짜 난 너무 착하다 내가 생각해도.







 지나가다가 본 싼 가게. 이쯤 걸으니 아침도 점심도 안 먹었는데 계속 메뉴판만 보고 있다가 힘이 쭉 빠진 상태라서 여기가 너무 끌렸습니다만 뭔가 빵 안의 수프라니 한국에서도 먹던 게 아닌가 싶어서 일단 더 걷습니다.












 으아아아아 싼 점심 뷔페라는 것도 1,390크로나나 하지만 그나마도 닫았습니다.
















 역시 현지에 가장 빨리 적응하는 건 가격이죠.











    


 한국 음식점도 하나 발견했지만(!) 역시 가격은 한국식이 아니고 아이슬란드식입니다. 




















 결국 저는 GG를 치고 위에 있던 싼 빵-수프 집에 들어가서 밥을 떼우기로 했는데, 여긴 아이슬란드 스타일이 아니고 100% 영국식입니다. 허헣. 주인들도 영국에서 왔고, 영국식 영어를 쓰고, 영국 분위기의 펍입니다. 뭔가 괜히 비참해집니다만 그냥 그러려니 합시다. 처음엔 가장 아이슬란드적인 것을 먹으려고 했으나 준비가 부족하고 돈이 없어서 결국 포기해버린 나의 점심. 생각할수록 더 슬퍼집니다. ㅠㅠ.












 아이슬란드의 무료 공중화장실. 동전 넣는 곳이 있길래 쫄았는데 무료랍니다. 요즘 대체로 공중화장실을 무료로 바꾸는 게 유럽의 트렌드인가 봐요. 다만 내부의 때깔은 핀란드보다는 안 좋은 편. 불결하지는 않은데 워낙 여기가 습하고 비가 자주 오는 곳이다 보니... 그렇습니다.













 아이슬란딕 트래디셔널 푸드...! T_T 으으 여기서 먹었어야 했는데!




 가격도 뭐... 사실 물론 배를 채우는 수프와, 여기서 대충 빵 with 뭐시기 해서 먹는거랑은 양의 차이가 있을 것 같긴 해요. 잘렸지만 오른쪽 열은 더 비쌉니다. 그래도 뭔가 여기 와서 영국식 수프라니... 영국 요리라니... 부들부들ㅠㅠ






 계획의 중요성을 깨닫는 하루입니다...






 으으 낙서 소오름...





 제가 인터넷에서 예약한 여행사가 여기 있네요. 라우가베귀르 거리를 걷다 보면 조그마한 여행사가 꽤 많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아무 문제 없이 중개가 되고, 환불이나 교환도 잘 됩니다. 적어도 저는 잘 되었습니다...







 계속 걷다가 다리가 아파서 들어간 기념품점. 론리 플래닛 시리즈가 있는데, 코리아는 없습니다. 쿄토도 있는데... 부들부들... 코리아 일본 일개 도시에 짐 ㅠㅠ 없던 감정마저 생기네요. 분발해야겠습니다.






 이 기념품점에서 발견한 재밌는 티셔츠. 그러나 보시다시피 가격은 3,790크로나. 잊읍시다.













 사실 너무 우울하게 아 비싸... 하면서 돌아다니고, 기념품점 들어갔다 나오고 들어갔다 나오고 ㅠㅠㅠㅠ 눈물나는 시간들을 보냈기에, 좀 웃자고, 웃자고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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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셀카를 찍어봤습니다.




 아아 그리고 시내 나오는거라고 블레이저 입어봤는데 괜찮나요? 저는 안 괜찮았습니다. 계속 비왔다 안왔다 하니까 부들부들... 여기 사람들이 후드를 계속 입는 이유를 직접 체감한 하루였습니다. ㅠㅠ.















 게이 프라이드 퍼레이드. 반짝반짝.




















 그리고 곧 수없이 방문했던 시티 센터로 나오게 됩니다. 여기 오니까 왜 여기가 시티 센터인지 알겠더라...






 곧 남쪽으로 향한 저는 티외르닌(Tjörnin) 호수에 도착합니다. 구 아이슬란드는 이 호수를 끼고 형성되었는데요. 그래서인지 여전히 도시의 중심도 이 호수 주변이고, 주변에는 오래된 건물들도 많습니다. 신기하게 중국인 아저씨들이 굉장히 많이 사진을 찍고 있었어요. DSLR로 사진을 찍는 중국인 아재들만 십수명...! 티외르닌 호수 사진 컨테스트라도 있는 것인가...!













 티외르닌 호수의 전경. 날이 정말 평소처럼 흐렸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예뻤습니다.

















 여러 상큼이들이 하는 사진 구도를 따라해보려 했으나 너무나도 간단하고 명백하게 fail.











 호수 사진 하나 더. 오른쪽에 살짝 걸쳐 있는게 굉장히 전위적인 시청 건물, 라우드후스(Ráðhús)입니다. 분명히 사진을 찍은 것 같은데 사진이 없...다! ㅠㅠ 그래서 구글의 힘을 빌렸습니다.








 땅과 물의 경계에 놓인 시청의 모습. 그런데 신기하게 하늘이 맑네요. 맑은 날만 골라 찍었나보다.

















 정작 구글에서 구한 사진과는 다르게, 티외르닌 호수에는 정말 아무 예고도 없이 비가 후두둑 내립니다. 뭐 하루종일 하늘이 흐렸으니 그게 예고라면 예고긴 한데...



 티외르닌 호수 주변에 있는 어떤 저택의 정원인데 겨를이 없어서 제대로 찍지를 못했네요.




 저는 가방에 숨겨두었던 후드를 꺼내입습니다. 방수는 안 되더라도 블레이져보단 훨씬 낫겠지... 그리고 저는 다시 시티 센터로 향합니다. 왜냐고 묻지 마세요. 계획이 없어서입니다...














 후드에 우산까지, 날이 갈수록 초췌해지는 저의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우산 썼으니 후드는 벗어도 되지 않나.



 또다시 시티 센터 근처까지 갔는데, 거리가 예뻐서 한 컷. 그런데 찍고 나니 별로다.








 목이 말라서 상점에 들어갔는데 스프라이트 제로가 199크로나=1800원인걸 보고 바로 다시 나옵니다. 으아아아 미친 물가.










 다시 나온 제가 돌아온 곳은 중앙 광장. 뭔가 이름이 길었던 것 같은데... 기억할 필욘 없고, 다만 지금 사진에서 보이는 것이 아이슬란드의 의회인 알씽기(Alþingi)라는 것만 아시면 됩니다. ^_^; 그리고 사실 눈썰미 좋은 분들은 아시겠지만 위에서 제가 우산 쓰고 찍은 셀카의 배경이 알씽기입니다. 정작 찍을 땐 뭔지도 몰랐던... 관광객 실격입니다 진짜 ㅠㅠ




 아이슬란드의 독립 운동 지도자, 욘 시규르드손(Jón Sigurðsson)의 동상입니다.




 사실 중앙 광장 근처에 교회인 돔키르캬(Dómkirkja)도 관광지로 소개되어 있는데, 전 정말 동네 교회인 줄 알았습니다. 정말 인구가 적은 아이슬란드이기에 관광지라고 부르는 느낌;; 그나마 그것보다 더 대단한 교회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아래에 나와요.




 센스 있는 가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어차피 박물관, 미술관 등은 모두 포기한 저는, 오늘의 마지막 일정으로 아이슬란드 시내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하들그림스키르캬(Hallgrimskírkja)로 향합니다.



크고... 아름답다...















 그렇습니다. 정말 크고 아름답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어요 ㅋㅋㅋ





 안 그래도 높은 건물이 별로 없는 레이캬비크 시내에, 정말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이 서 있어서 주변을 완전히 압도합니다. 











 교회 전면에 서 있는 것은 유럽인 최초로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했던 레이퓌르 에이릭손(Leifur Eiriksson)의 동상입니다. 콜럼버스 이전에 바이킹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다는 건 이제 고고학적으로 입증되는 사실이니까요. 알씽기 창설 1천주년을 맞아 미국에서 선물해 준 동상이군요.






 하들그림스키르캬 내부. 론리 플래닛에는 실내 장식이 수려하다고 적혀 있는데, 사실 저는 잘 모르겠네요... 오히려 소박해 보이는데, 그 사이에 리모델링이라도 했나...




 측면에서 본 하들그림스키르캬. 정말 레이캬비크 전체를 압도하는 느낌입니다. 크기도 크기긴 한데 질감도 콘크리트라서 굉장히 묵-직해보임...











 그리고 전 몰랐는데 여기 전망대가 있다니까 올라가 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아아 몰랐던 게 너무 많다 ㅠㅠ




 돌아가는 길에 또 들린 기념품점. 너무나도 마음에 드는 티셔츠가 있어서 찍었습니다 ^_^;; 굉장히 Radical한 티셔츠네요...










 첫날 어버버하며 환승했던 Hlemmur 정류장에서 숙소로 가는 버스를 탑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해도 오늘은 정말 너무 당혹스럽게 보낸 것 같네요. 아무런 특색도 없고 한 일도 없이, 아이슬란드에서의 시간을 날린 느낌입니다. 








 그리하여 절망하던 저는,



저는 오늘을 기억에 남을 만들고자, 



무리수를 시도하게 되는데...












꼐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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