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여행 일곱째날(2): 2015년 8월 24일 월요일, 16:00




(요즘 정신이 없어 연재가 정말 많이 늦어졌네요. 으으... 제가 게을러서인지 시간이 항상 부족합니다. 그래도 다시 글 써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회한에 젖어, 드디어 마지막이구나 생각하며 저는 버스에서 창 밖만을 바라보며 멍때립니다. 레이캬비크는 뒤이고 이제 아이슬란드에서 남은 곳은 블루 라군 뿐.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합니다. 블루 라군은 어떨까? 정말 재밌을까? 예쁠까? 가서 당황하지 않을까? 나의 근육1도없는 멸치 몸을 사람들에게 내보여도 괜찮은 걸까? 덕내난다고 뭐라 하지 않을까? 등등...










 사실 제가 뭐 그렇게 활동적인 사람도 아니기에 처음에는 블루 라군에 그냥 가지 말까 생각했었습니다. 그렇지만 미국 하면 자유의 여신상, 프랑스 하면 에펠탑, 아이슬란드 하면 블루 라군일 정도로, 공항 근처이기도 하고 해서 굉장히 유명한 관광지라 안 가면 어마어마하게 아까울 것 같아서... ^_^;; 그래서 헬싱키 최후의 날에 그 난리를 치면서 수영복을 샀었죠... 아아 애처롭다.






















 근데 솔직히 말하면 블루 라군 자체도 유명하긴 한데 좀 듣보잡이죠. ^_^ 아이슬란드라는 나라 자체가 한국에 잘 안 알려져서 ㅠㅠ 오히려 브룩 쉴즈 나오는 블루 라군 영화가 훨씬 더 유명한 것 같아요. 전 고등학생 때 블루 라군 2의 주인공 밀라 요보비치를 좋아해서 이 영화를 알게 됐습니다. 보지는 않았습니다 진짜임 ^_____^















 아마 아이슬란드 당국이 '산호초'도 '석호'도 아닌 이 온천을 '블루 라군'이라고 명명한 것은, 저 영화의 인지도의 덕을 보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네요.












 아무튼 각설하고, 헬가펠 하이킹 때 봤던 황량한 용암 평원을 멍...때리며 복잡한 감정의 격류를 느끼다가, 갑자기...














와와와와아미친미친미친ㅁㅊㄷㅁㅊㅇ완전개예쁘가파랑ㄴ흼ㄴㅇ르ㅏㅂㅁ즤!!









 와...



 갑자기 증기가 솟아오르는 게 보이다가, 뙇!하고 하늘색, 너무나도 아름다운 하늘색 연못들이 황량한 화산 평야 사이에서 뙇!하고, 뙇!!!!!!하고 나타나는데, 너무 예뻐서 기절할뻔;;; 미쳤습니다 미쳤어요...













 블루 라군의 광경을 보고 너무나도 행복해져서, 잠시, 아주 잠시 저의 멸치 몸에 대해 잊을 수 있었습니다.









 블루 라군 정문입니다. 당연히 보시면 바로 아실 수 있지만, 왼쪽에 있는 건물에 짐을 맡길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캐리어를 맡겼고 백팩은 가지고 들어갔습니다. 이 때 보관증을 떼는데, 찾을 때는 원래는 안에서 도장을 받아 와야 하는데, 제가 까먹고 안 받아왔는데도 그냥 저는 짐을 찾았습니다. 도장은 왜 필요한 것인가...








 그리고 잠시, 주변이 화산암으로 둘러싸인 통로를 지나면...



















우와...








물이 하늘색입니다. 하늘색이에요. 게다가 김이 모락모락 ^_^;







 굳이 입장 안 하셔도 이 주변에서 블루 라군을 둘러보기만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넓습니다. 넓어요. 









 구글 어스로 본 블루 라군. 하늘에서 봐도 하늘색입니다. 너무 예쁨... 꽤 넓은 걸 알 수 있습니다. 그 중 왼쪽에 보이는, 동그랗게 둘러싸인 곳만 일반 대상으로 영업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오른쪽엔 뭔가 프라이빗 풀 같은 느낌의 직사각형 공간들이 보입니다. ㅂㄷㅂㄷ.





















 입장권을 제시하면 팔찌로 바꿔줍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블루 라군의 위엄을 느낄 수 있음. 팔찌에 흰색 이물질들이 굉장히 많이 붙어 있습니다. 블루 라군에 엄청나게 많이 함유되어 있는 실리카 때문입니다. 이 팔찌는 어떤 입장 옵션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다른 색을 받습니다. 그리고 블루 라군 내에서 이 팔찌로 계산을 하고, 결제는 나중에 하는 뭐 그런 시스템...입니다.





 그러고 보니 블루 라군 요금제에 대해 안 말씀드렸네요. 가격은 기간마다 조금씩 다른데, 아래와 같습니다.





블루 라군 여름 입장료






블루 라군 겨울 입장료


 여기서 "여름"은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입니다. 와 8월 24일날 왔는데, 완전 쌀쌀하고 춥고 완전 끝물인데 10유로나 더 냈었다니... 부들부들...


  





 저는 COMFORT를 선택했는데, 지금 보니 그냥 타월만 가져갔으면 STANDARD도 괜찮았을 것 같네요. COMFORT는 STANDARD와 PREMIUM 사이에 끼여서 좀 애매해 보입니다. 그 와중에 LUXURY 지젼;;










 증정품으로 화장품들을 줍니다. 우왕ㅋ굳ㅋ.










 그리고... 탈의와 샤워를 마친 후 ^_^;;





 

 들어왔습니다.



 개쩜ㅋㅋㅋㅋㅋㅋ



 그러나 방수커버는 아이슬란드에서 너무 비싸서 안 샀기 때문에 사진은 뭍에서만 찍고 폰을 얌전히 다시 사물함에 반납한 후 물질을 하고 놉니다. 으아아아아 방수커버, 셀카봉 등등 한국에서 샀으면 쌌을텐데 정말 준비성 부족 때문에 수 차례 피눈물을 흘리네요.





 사람은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중국인들이 좀 많은 것 같아요. 사실 아이슬란드 섬 자체에 중국 사람들이 엄청 많음 ㅋㅋㅋㅋ 관광지 중 이렇게 중국인 비중이 높은 곳은 처음 봤습니다. 아마 아이슬란드 금융 말아먹은 것 때문에 그거 갚아보려고 어떻게 중국 관광 시장 개척 중인 듯;;







 



 일단 블루 라군 바닥은 평평하지 않습니다. 약간 튀어나온 부분도 있어서 좀 걱정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한데, 뭐 이렇게 자연이 만든 신비에 시멘트질을 하기도 뭐하니 그러려니 합니다. 물은 실리카가 함유되어 잇어서 맨들맨들. 감촉이 정말 좋습니다 ^______^ 온도도 정말 적당하게 따뜻합니다.





 




 블루 라군 앞에는 이런 바?가 있어서 음식을 먹을 수 있지만, 저는 돈이 없고 이하생략.










 그런데 솔직히 물 밖이 너무 춥습니다. 홀딱 벗고 수영복 하나 입고 온 몸에 물이 묻으니 체감온도가 진짜 노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답임. 타월을 두르고 다녀보지만 여전히 답이 없음. 부르르 떨면서 뛰어가니까 아주머니 한 명이 부르르 떨면서 웃습니다. 







 그래서 실내로 들어와서 폰질이나 좀 하려고 하는데...














;;


반도의 작은 스꼴커뮤니티까지 접속 막아놓다니 뭔가 대단합니다 블루 라군;; 왜 막아놨지?








 그러니 그냥 페북이나 하고 사진이나 찍읍시다.



 소심한 셀카. 눈갱. 도저히 추워서 안 되겠어서 셔츠 가져와서 돌아다니면서 사진 찍었습니다. 








 저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엔 실리카 통이 있습니다. 큰 통에 실리카가 엄청 많이 담겨 있어요. 저도 저기 가서 온 얼굴과 팔에 다 발랐습니다. 약간 지점토 같은 느낌인데 매끈매끈합니다. 사람들이 엄청 많이 퍼다 써서, 굉장히 실리카가 빨리 떨어져요. 통이 비었을 때 기다리고 있다가, 새 통이 오면 사람들이 우르르르르 몰려 들어서 실리카를 다 가져갑니다. 흐으.



 멀리는 산이 보이네요. 황량하다 황량해. 정말 이런 황량한 감수성이 온천을 둘러싸고 있는 게 블루 라군의 이채로움 중 하나입니다. 블루 라군 다시 가고 싶다...













는 ☆커플천국 솔로지옥 블루라군









 커플이 정말 너무너무 많습니다. 저는 혼자 왔는데, 뭐 여기 사람들한테 말 걸자니 뻘쭘하고, 괜히 밖은 춥고, 커플들이 온갖, 한국과는 비교도 안 되는 애정행각들을 하는 것 보면서 비통함을 키워갑니다.







 따뜻하고 매끈한 물과 황량한 광경을 보며 좋아하다가도 

커플들을 보면 아주 날카로운 죽창이 생각나는, 그런 하루였습니다.


다음에 돌아온다면 나, 커플이 되어 돌아오리... ㅂㄷㅂㄷ



























 지금까지 날씨 안 좋은 날, 뭍에서만 찍은 사진들, 게다가 멸치남의 셀카까지 보시느라 여러분의 눈과 정신이 참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블루라군 공식 홈페이지에서 괜찮은 사진 몇 개 퍼왔으니 보시고 노여움을 푸세요...












퍄퍄퍄...







 ...이 사진은 좀 어색하네요. 분명히 저런 지형에서 저렇게 앉아 있으면 찔려서 엉덩이 완전 아플듯 ^_^;; 아니면 사진용 투명의자를 한 거라 생각해봅니다.










퍄퍄퍄 2




 아아 좋다. 저는 수영은 안 했지만 (허가되어 있는 지도 잘 모르곘습니다.) 실리카가 많아서 그런지 확실히 몸이 일반 물보다 잘 떠요.









 비 오는 날 사진. 모델 누나 추워 죽겠다 이놈들아.






..............




할 말을 잊었습니다.




너무 멋짐 ㅠㅠ



















 에... 그런데... 왜 예쁜 여자 사진만 올리냐구요... 죄송합니다 ㅠㅠ 저의 취향을 반영한 선택입니다... 다른 사진들도 올릴게요...














 사실 뭐 블루 라군의 보통 풍경은 위처럼 혼자 고독한 느낌이 아니라 이런 거죠. 사람들 우글우글. 다만 이 사진에서 중국인 비율의 20% 정도 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위처럼 혼자서 노는 건 금수저라야 가능한 기행이죠. ^_^;; 









 겨울 블루 라군. 눈 덮힌 황야 한가운데에 온천이라니, 너무 멋지지 않나요. 다만 저 안에 들어가있는 사람들은 말도 못하게 추울 것 같다 ^_^;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저는 돌아가야 하죠. 케플라비크 공항에 가기 위해 정말 나가기 싫었지만 눈물을 머금고 블루 라군에서 나옵니다. ㅠㅠ



 이 사진은 도대체 왜 찍은거지. 안 찍은 줄 알았나.



 배가 고픕니다. 가격표를 봅니다. 잊습니다. 아이슬란드에서의 쇼핑공식.










 이 곳은 게이트를 나와서 있는 매점입니다. 참 먹을 것들 더럽게 많네... 부들부들...






 괜히 배고파서 한 번 더 쳐다봅니다.









 블루 라군 매점이에요.








 방수팩.... 가격 노오오오오오오오답 ^_^;; ㅠㅠ





 점원 한 명이 계속 try해 볼거냐고 저를 좇아다니면서 물어봅니다. 으아아아아아 무서워서 알겠다고 하고 try. 맨들맨들한 느낌이 매우 좋습니다. 그래서 괜히 여기서 로션도 바르고 수분크림도 발라봤습니다 ^_^; 그렇지만 하나도 사진 않음. 화장품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인터넷으로 구매 가능한데, 크게 가격 차이도 안 나서...








 




 나왔습니다.



 정말 마지막이구나. 풍경은 아름다운데, 왜 이리 슬플까요.





 올 땐 다른 길로 왔습니다. 곳곳에 조그마한 연못 같은 곳들이 있네요. 당연히 온천으로 쓰이는 곳들은 아니겠지만 정말 예쁜듯 ㅠㅠ




 협곡 같은 느낌마저 납니다.



 혼자 뜬금포로 멀리 있는 연못 ^_^;;















 그리고 저는 정문에서 짐을 되찾고, 버스를 기다립니다. 



 이놈의 자판기는 뭘 먹고 싶은데 먹을 수가 없음. 카드 아무리 긁어도 안 됨. 아아 정말 더럽게 화나서 마치 볼케이노 킴처럼 화산같이 분노했습니다.










 


 그런데 버스가 하도 안 와서 시간표를 보니,



현재 시각은 20:08인데 케플라비크로 가는 버스는 21:30에 오네요 ^_^;;


















 와 진짜 배고파 죽을 것 같은데 이런 무자비한 버스 시간표 ㅠㅠ 뭐 미리 버스 시간표를 숙지하지 못한 저의 잘못입니다...





















 너무나 아쉽게도 블루 라군에서 나와 아이슬란드 여행의 모든 일정을 다 끝낸 저는, 즐거움, 아쉬움, 후회, 섭섭함, 후련함, 아련함이 뒤죽박죽된 혼란스러운 감정을 지닌 채 스티븐 시걸의 표정을 지으며 나른한 몸을 이끌고 케플라비크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에 오릅니다.





















꼐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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