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2일(월)

 

아침에는 손해보험 설계사 자격시험을 보러 왔다. 고사장이 이시아폴리스에 있다고 해서 처음으로 와 봤는데, 다소 휑하면서 테크노폴리스보다 좀 더 산업지역인 것 같은 분위기가 신기했다. 어제 공부를 많이는 못 했어서 몇몇 문제는 조금 머뭇머뭇하면서 풀었지만 일단 찍은 거 다 틀리지만 않으면 합격하는 정도 점수인 것 보고 빨리 나왔다.

 

시험치는 분들은 나이가 꽤 있으신 분들이 대부분이었고, 아주머니 한 분이 컴싸를 안 가져오셔서 빌려드렸는데 합격하셨으려나...

 

 

 

저녁은 예전에 같은 부에 있었던 판사님께서 사 주신다고 하셔서 법원 근처로 돌아왔다. 루토 다이닝이라는 곳인데, 깔끔한외관이 마음에 들었다. 판사님과 나, 그리고 다른 연구원 둘이서 같이 밥을 먹었다.

 

평소에 오마카세를 다니지 않아서 미식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눈으로든 입으로든 즐거운 식사였다.

 

성게알도 너무 맛있었고. 성게알이 보스턴 산이라는데, 북대서양 성게알이 유명한 건 처음 알았다 ^^;

 

 

고급 컨셉이랑은 조금 안 맞는 것 같아 읭? 했지만, 너무 귀여웠던 루토참치.

 

 

 

동물성 단백질은 좋아하는 나에게는 축복과도 같은, 회 이후의 육류도 너무 좋았고.

 

평소에 그리 즐기지 않는 밥과 국도 싹싹 긁어먹었다. 내 상태가 많이 좋지 않았고, 판사님도 건강하지 않았던 데다가 일을 더 해야 하는 사람도 있었기에 많이 즐기진 못했지만 그래도 마지막에 너무 좋은 대접을 해 주셔서 감사했다. 모두들 오래오래 건강하길 ㅠ_ㅠ

 

그리고...

 

친구가 술 땡긴다고 해서 2차를 와버렸다... "물고기"라는 곳을 왔는데, 생선을 판다는 것이 아니고 수육을 파는 곳임^^;

 

수육은 나쁘지 않았다. 이전에 너무 좋은 걸 먹고 온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무엇보다 대구 떠날 날도 얼마 안 남은 차에 대구 친구의 고민을 들어줄 수 있어서 좋았다. 삶이란 곧 고민의 연속이니, 그 고민이 빛을 발할 날이 있기를 바랄 뿐.

 


4월 23일(화)

 

 

이 날은 사진을 거의 안 찍었더라. 회사에선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들을 거의 다 끝냈던 것 같다. 수요일이 부 회식이었으니까.

 

그리고 일단은 당당히 합격.

 

 

퇴근하기 직전에 찍은 법원 뷰. 건물들이 좀 낮긴 해도, 오히려 그래서인지, 아니면 그냥 3년간 뻔질나게 봐서인지는 몰라도 독특한 정취가 있는 것 같다. 서울 가서도 자주 생각나지 않을까.

 

이 때 몇몇 짐을 갖다 두고 에어프라이어를 가져오려 본가 다녀왔는데 정작 사진은 안 찍었고, 이사 때문에 정신없다고 느끼면서도 정작 많은 걸 하지는 않으며 화요일을 마쳤다.

 


4월 24일(수)

 

수요일은 하루 종일 재판 참관을 했다. 사실 부장님이 재판하는 걸 실제로 본 건 처음이었다. 1년차 때는 재판에 자주 들어갔었는데 그 뒤에는 그냥 사무실에서 일할 시간을 더 쓰는 게 낫겠다 싶어서... 곧 변호사로 재판정에 돌아온다 생각하니 더 자주 왔어야 했는데 너무 게을렀나 싶더라.

 

 

그리고 회식용으로 부장님께서 준비한 건 감 와인.

 

확실히, 감 하면 생각나는 그 떫은 맛이 느껴지는 와인이었다.

 

많은 덕담을 듣고, 또 여러 질문을 받았다. 그런데 다 대답해드릴 수가 없는 질문들이어서 아쉬웠다. 미래의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지, 무엇을 할 것인지, 나도 그 질문들에 대해 답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어서 그냥 함께 궁금해하는 수밖에. 당장 나도 로스쿨 졸업할 때의 향후 계획이나 로클럭 시작 때의 3년 후의 내 모습이 처음의 생각에 그닥 부합한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이렇게, 사실상 모든 일이 끝났다.

 


4월 25일(목)

 

그리고 오늘은 처음 와 보는, 난생 첫 민방위. 민방위는 대구에서 받고 가네...^^;

 

구청의 안내판이 여러 언어로 적혀 있어서, 동구가 참 글로벌하구나 생각했다. 하긴 관사 건물만 해도 태국 사람들 맨날 보이기도 하니까 당연히 이래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민방위 교육 들으며 중간중간에(^^) 본 기사들. 민희진의 원우먼쇼가 이때 진행되고 있었기에 너무 신기하고 경이롭게 봤던 기억이 난다. 한편 대법원은 평균 근무일을 20일로 줄였는데, 지금의 법리대로 가면 삶의 질이 올라갔음과는 별개로 생명의 가치는 더 낮아지는 결과가 초래되어서(근로일수가 줄어들면, 소득도 줄어들게 되므로), 다소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을 했다.

 

관사에서 맞는 마지막 밤이라서인지 센치해져서 동네를 돌아다녔다. 뒷골목의 여인숙들과는 달리 화려하기만 한 메리어트 호텔도, 이사 직전에야 알게 된 나의 최애 아이스크림 메가톤-달고나라떼도, 모두 안녕.

 


4월 26일(금)

 

 

이 좁은 방에 정말 많은 짐이 들어갔었다. 다 치우고 나니 조금 넓어보이기도 하네. 비록 좁아서 정을 온전히 붙이진 못했지만, 내 삶의 많은 변곡점들을 함께 한 관사였으니, 다음 입주자분들께도 좋은 안식처가 되어 주길.

 

 

이사짐을 가지고 도착한 집, 일단 넓어서 너무 좋더라.

 

 

그리고 나의 짐과 동생의 짐까지 오고 난 상태. 이걸 정리하고 채워 넣는 것이 나의 일이다. 사실 내 짐을 조금씩 정리하다가 동생의 짐이 와서 그 규모에 위압당해버림.

 

 

마침 근처에서 일하는 성준이가 맥주를 바리바리 싸들고 왔다.

 

아직 일은 안 했고, 정작 무거운 짐 옮기는 건 이삿짐 아저씨들께서 다 해 주셨지만, 중국인이 맥주를 들고 온 김에 먹는 중국음식. 제일 가까운 곳 배민으로 시켰는데 넘모 맛있어서 당황. 모리향이라는 곳입니다 종종 먹으러 가야지.

 

 

일단 급한 것들을 정리하고 나서 옥상에 올라 봤다. 여름에 맥주 한 캔 정도 하기 좋게 꾸며져 있는 옥상이었는데, 아주 탁 트인 곳은 아니지만 먹자골목의 밝음과 서울의 도시 광경이 눈에 들어와서 좋았다. 다시 도시에서 사는 기분.

 

자려고 안방에 누웠는데 천장에 야광 스티커들이 붙어 있었다. 생각보다 스윗하신 전 세입자님의 감성을 느끼며 새 집에서의 첫 밤을 이렇게 보냄.

 


4월 27일(토)

 

그리고... 토요일은 약속이 있는 날. 피곤함과 감기기운, 그리고 여전히 정리해야 하는 짐들로 낮을 보내고, 저녁에 너무 오랜만에 신사동으로 나왔다.

 

인싸들이 많은 서울. 어렵다.

 

왠지 나도 잘 살게 될 것 같은 식당, '레 부르주아'

 


그... 이벤트로 설레게 하시고... 이러시기 있어요?

 

음식들 이 다 너무 예쁘더라.

 

 

근데... 내가 사진을 못 찍어서 안 예뻐보였다는 걸, 친구가 찍어 준 사진 보고 알았다.

 

2차는 또자카야. 근처에 있던 야사이마끼라는 곳으로. 야채꼬지 파는 곳이라던데 나는 고기에 초점을 맞췄지만 둘 다 들어있으니 된거야.

 

와인 먹고 사케를 마시면? 답은 아래에 있습니다

 

무튼... 비싸지만 다 맛있는 꼬치요리들.


ㅋㅋㅋㅋㅋㅋ아 마지막 저거는 치즈두부인데 진짜 두부도 치즈도 아니고 딱 그 중간 느낌!

 

 

이렇게 만취해서 집에 왔더니 동생이 참치를 안주로 한 잔 하고 있길래 그것도 뺏어먹은 나, 좋은 형인가요?

 


4월 28일(일)

 

와인 먹고 사케를 마시면? 속이 안 좋아진다...^^; 피곤함과 취함 등등이 겹쳐서인지 밤에 잘 못 잤다. 결국 너무 행복하게도 집 근처에 국밥집(선릉을지순대국)이 있어서 새벽에 들러 해장을 하고 낮잠을 조금 잤다.

 

학부 후배 둘의 변시 합격을 축하하기 위해 간 교대역 중국음식점 미슌. 여긴 지난번에 들렀던 곳이라 좋아서 한 번 더 갔고, 여전히 좋았다. 단순히 학부 후배들이어서가 아니라 오랜 시간 계속 연락하고 지내온 후배들이여서인지 더 편안하게 많은 이야기를 했고, 고민들을 나누었고, 또 비슷한 인간들이라 그 고민들은 해결이 안 될 것만 같은 시간을 보내며, 일단 돈이라도 벌어서 맛있는 거나 더 먹자고 대화의 매듭을 지었다.

 

 

저녁 약속은 또 신사동. 이탈리아 음식점인 파 니엔테(Far Niente)인데, 식당 자체가 예뻐서인지 사람들이 사진 찍으러 꽤 많이 오더라. 사진만 찍고 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주인 입장에서는 어떤 느낌일까 생각했다.

 

Far Niente는 이탈리아어로 "Do Nothing"이라는 뜻. 사실 나는 지금도 아무것도 안 하고 있기는 한데, 생각은 전혀 고요하지 않으니까, 생각을 멈추라는 뜻으로 새겨야 하나 싶기도 하고.

 

와인도 음식도 나쁘지 않았지만 매일마다 술을 안 마시는 날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아 피곤해서였는지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나는 이런 본격적인 분위기분위기한 장소보다는 약간은 절충적인 이자카야 같은 곳이 더 좋다는 걸 느끼며, 이번 주도 이렇게 마무리.

 


 

이번에는 이사로 데크스탑을 못 쓰면서 일기 쓰는 게 꽤 늦어졌다. 역시 평소에도 일기를 잘 써 오지 않아서인지, 한 번 밀리기 시작하니까 힘에 부친다. 그래서 빨리 덜어내려고 쓰다 보니 하나하나 컨텐츠도 떨어지고ㅠㅠ 원래 부담없이 사진첩을 털려던 것이니 이게 꼭 틀린 건 아니겠지만 살짝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네. (항상처럼) 꾸준함과 습관의 중요함을 깨닫는 요즘.

 

다음 주는 정말 한 주 내내 이것저것 많이 한 것 같은데, 언제 다 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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