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9일(월)

 

새벽부터 따릉이를 타러 나온 이유는 월요일 출근을 결심했기 때문. 이사하면서 나가는 돈이 너무 많아서, 연차보상비 하루치라도 더 받아야겠다는 생각에 월요일 연차를 취소하고자 새벽 버스를 타러 나왔다. 연차보상비 어차피 12월에야 지급되겠지만, 서울에서 새 가정을 꾸린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걸 느껴서 조금이라도 아껴보려고 ㅠ_ㅠ

 

따릉이 오랜만에 타고 역삼고개를 오르며 무릎이 버틸까, 내 피지컬이 아직 남아 있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잘 올라가져서 좋았다. 역삼에서 강남역 쭉 내려갈 땐 시원해서 더 좋았고, 강남역 4거리는 횡단보도가 없어서 패착이긴 했지만, 적어도 밤에는 강남 이곳저곳을 따릉이로 충분히 다닐 수 있을 것 같더라. 고속터미널은 힘들었지만 갈 만 했고, 게다가 수서역은 탄천 따라가면 되니까 더 쉽고. 이제 강남 돌아다닐 때마다 따릉이 타면 될 듯!(현실은 당분간 낮엔 더워서, 밤엔 술 마셔서 못 타겠지만 ㅎㅎ...)

 

 

플랜대로라면 버스에서 잘 잤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내려서 맞이한 밤의 동대구역 앞 먹자골목이 반가우면서도, 이제 여기 내 공간이 없다는 점이 생경했다.

 

 

사실 요기서(진배기할매국밥) 국밥 한 번도 안 먹어봐서 마지막으로 먹어봄. 나쁘지 않더라. 그리고 동대구역 근처의 위치 애매한 곳들에 있는 24시간이라고 붙여놓고 실제 24시간 안 하는 국밥집들 보다가, 진짜 24시간 국밥집이라는 점 자체도 좋았다. 서울보다 1~2천 원은 더 싼 국밥 값도 좋았고.

 

 

회사로 바로 가서 좀 쉬다가 아침에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 착석했다. 이제 진짜 마지막이 될 두유를 흡입하고 나니, 다음 주에 미국 여행 간다고 작년에 같이 일했던 후배 연구원님이 여행용 세면도구 셋트를ㅠㅠㅠㅠㅠ 짧지만 스윗한 편지도 남겨주셨는데 컴퓨터 책상 옆에 두고 시선이 갈 때마다 읽는 중...

 

 

어쩌다 마지막이 아니게 되어 버렸고 또 잠도 자야 하니까, 본가에서 최후의 만찬과 부모님과의 맥주를 하기로 했다. 나이가 들면서 나와 부모님 모두 취할 때까지 필요한 맥주의 양이 줄어드는 게 조금 안타까우면서도 경제적으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고...^^; 사실 부모님 품 떠난지 오래지만, 대구에서 다시 서울로 올라온다니 또 부모님 품을 떠나오는 것 같아서 센치해졌다. 언제나 그랬듯 그리고 그럴 것이듯, 서울에서 잘 사는 수밖에.

 


4월 30일(화)

 

얼마만에 본가에서 먹는 아침인지 모르겠어서 감격에 촬영했다. 이제 정말 끝이구나.

 

 

중간에 다쳤어서 횟수가 50회 이상 남은 히트짐도 이제 안녕이고.

 

사실 아침에 가게 되면 운동을 해 보려고 했는데 시간이 애매해서 그냥 샤워만 하고 나와버렸다.

 

 

법원장님의 덕담을 듣고 꽃다발을 수령할 때가 되어서, 반납하는 법원공무원증.

 

 

그런데 퇴임식 직후에 연구원실 가 보니까 깜짝 선물을 준비한 후배들이 있어서 또 너무 감사한 마음에 찍었다. 별도의 꽃다발 하나에 큼지막한 고체 방향제까지. 얼마 전 소소하게 돼지고기 좀 사 줬다고 이렇게 이벤트도 만들어줘서 갬..덩...

 

근데 다 지나고 나니까 이후에 다른 후배들도 왔었는데 사진 안 찍은 게 아쉽기도 하고. 역시 추억은 사진을 많이 남겨야 좋은 거라는 걸 느끼고, 동기부여를 받아서 사진첩 털기도 열심히 해야지..^^;

 

 

법원 맞은편에 있었는데 정작 퇴사 날에야 가 본 산갈래닭갈비. 어제 세면도구를 준 여자 연구원 후배님이 여기를 트라이해보자고 제안했었는데, 다른 후배가 밖에서 비주얼을 보고 여기는 좀...하고 갸우뚱했기에 다른 곳을 갈까 하다가 마땅치 않아서 들어왔건만, 진짜 너무 맛있어서 아까 고민한 것 바로 후회했다. 왜 이제서야 알았는지 눈물만.

 

 

마지막 회포는 처음으로 모셨던 부장님과 지법 법원장님과 풀었다. 대구에 남지 왜 서울로 가느냐는 말에 드릴 말씀이 없었지만^^; 덕담 많이 듣고 오늘은 차를 서울 가져가야 해서 빨리 출발하기로.

 

 

약속은 처음에는 서울에서 보려고 했는데 가는 길이고 궁금하기도 해서 안양 백운호수에서 보기로 했다. 근데... 시간 보니까 그냥 서울에서 보는 게 나았겠다 싶더라. 차 갖고 와서 술도 못 마시고 말이야.

 

핏제리아 라따라는 곳을 갔는데 피자도 맛있었고 뷰가 좋았다. 파스타는 조금 내 취향은 아니었는데.

 

 

 

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와서 이제 계속 쓸 기계식 주차장에 차를 입고하고, 동생과 축배를 들려 술을 꺼냈다. 작년 생일 때 받은 술이 딱 두 병 남았는데, 특별한 날에 마셔야 할 것 같은 반짝이는 블링블링부터 꺼냈다.

 

 

영롱하다 영롱해.

 

 

근데 솔직히 맛은 그닥... 도수 높은 과일소주 느낌이었다^^; 

 

 

빨리 비우고 하나 더 깐 건 사과술. 이건 사과와인이라선지 좀 더 맛있는 느낌이 났고, 이렇게 만취한 상태로 4월 말의 이사를 마무리했다.

 

 


5월 1일(수)

 

 

아침에 찍은 소파 매트. 집이 하나하나 완성되는 것 같아서 너무 좋다.

 

 

낮에 친구를 만났는데 날씨가 너무 좋아서 타워크레인...^^;을 찍으려던 건 아니지만 찍어버렸다. 이 때만 해도 이젠 긴 팔 안 입을 줄 알았는데...

 

 

저녁 약속은 돈그리아. 얼마전에 개업한 (고등학교-학부-로스쿨) 동기 오영호 변호사와 함께 후배들 밥 사 주러 만나자고 했는데, 맛에 엄청나게 자신있어해서 기대가 됐다. 워낙 인싸라서 맛집을 어마어마하게 꿰고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영호의 강추라니...!

 

 

뭐였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그냥 맛있다. 갈매기였던 것 같기도.

 

요 소스도 진짜 맛있음. 트러플오일 향 너무 좋다. 뭔가 더 좋았는데 시간이 지나서인지 구체적 묘사가 어렵네 ㅠ_ㅠ

 

 

요건 후식 시그니처 메뉴라는 '술리또'

 

'술+부리또'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술+리조또'였다. 그러면 왜 술...조...ㄸ는 아닐까요? 하면서 말하다가 바로 납득됨

 

 

근접샷. 돈그리아 꼭 가세요 강추강추ㅠㅠ

 

 

뭔가 오랜만에 찍는 것 같은 단체셀카. 2차는 MZ 사회인들답게 달리지 못하고 카페로 갔다.

 

 

달고나 최고.

 

아무래도 영호가 개업한 처지니까 영호 얘기를 많이 듣게 되었는데, 항상 느끼지만 존경스럽고 배울만한 점이 많은 친구다. 어릴 때 귀찮고 피곤해서 열심히 안 보고 배운 게 후회될 정도로. 영호와 우리 모두의 건승, 특히 운동 및 가능하다면 바프촬영을 기원하며 헤어졌다.

 

 

들어와 보니 화병 하나가 일찍 와 있어서 꽃다발을 해체해 화병에 꽂기로 했다. 아까 만난 후배들이 준 건 아니고 회사 후배들이 준 거지만 아까 후배들이랑도 미래 얘기와 응원을 많이 나눴어서 뜬금없이 뭉클함이 전이되기도 했고...

 

 

이렇게 보니까 넘모 예뻤는데, 일기를 쓰고 있는 지금은 조금 시들해보이네. 아직 안 죽고 살아있는 거 맞지 얘들아...?

 


대충 이런 구도.

 

 

잘까 했는데 동생의 부름으로 라면을 먹게 됨. 새벽 라면 끓여주는 사람도 있고 인생 성공한 거 아니냐며ㅠㅠ먹고 소화를 핑계로 딴짓을 계속 하다가 잠에 들었다.

 


5월 2일(목)

그리고 오늘은 강릉을 가는 날이다.

 

KTX-이음 생기고 처음 타 봄.

 

강릉역 도착! 옛날 강릉역이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 같은데, 많이 세련되어졌다. 

 

점심 뭐 먹냐는 친구의 말에 삼겹살을 질렀더니 점심부터 무슨 삼겹살이냐면서 삼겹살집 데려감. 츤데레임?

 

꺼억.

 

삼겹살을 보더니 맥주가 땡긴다던 친구, 그러나 운전을 해야하므로 운전 못하는 친구 대신 나 혼자 다 마셨다. 즐거우세요?

 

강릉 바다 생각보다 너무 예뻐서 당황스러웠다. 저런 에메랄드 빛은 열대에만 있는 건지 알았는데, 강릉에도 있었구나.

 

강릉 왔을 때 가고 싶었지만 차가 없어서 애매했던 테라로사. 사실 그 본점은 아니고 다른 지점이기는 한데, 더 예쁘니까 내 마음 속에서 본점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흩날리는 송진이 차 도장 위에 앉는 게 보였지만, 그거랑 별개로 소나무숲이 너무 예쁜걸 어쩔 건데.

 

이렇게 강릉에 온 이유는 사실 서핑 때문이다. 살면서 서핑이라곤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바디 밸런스가 안 좋아서 서핑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다고 생각하고 살고 있었는데, 강릉지원 국선변호사인 친구가 정말 시도때도 없이 서핑을 오라고 생 난리를 쳤기 때문.

 

마침 이직 사이에 평일이 비고, 친구도 일이 별로 없다고 해서 이 때로 날짜를 잡아버렸다. 근데 가면서 너무 긴장됐다. 내가 서핑을... 나 따위가... 할 수 있을까? 바들바들

 

서프스쿨 뷰가 너무 좋았다. 양양에 있 롱비치 서프스쿨이라는 곳이었는데, 친구가 엄청 자주 다녀선지 사장님이랑도 친해 보였다.

 

하... 내가 서핑이라니...

 

역시 생각처럼 몸이 잘 움직이진 않았지만, 지상에서 하니까 해볼만 해 보이더라. 근데 이러고 있을 때도 물에 올라가면 흔들려서 잘 못할 것 같다는 불편한 진실은 머릿 속에 잘 들어가 있었음 ^^;

 

그래도 수십 번의 철푸덕 끝에 해냈다! 강사님이 밀어주시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5초 정도밖에 못 타긴 했지만, 저 때의 행복함이란 정말 인생 잘 살았다 싶을 정도였다 ㅠ_ㅠ 서핑 몰랐으면 어쩔뻔 했냐고 진짜

 

나는 큰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는, 안전하고 실패하지 않는 방향으로만 인생을 살아왔고, 그래서인지 그냥 취미로 뭔가를 할 때도 사소하게 안 되거나 틀어지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런데 서핑은 처음에 넘어지고 거꾸러지고 물에 빠지는 게 너무 당연한 거라서, 타이밍을 맞춰야 하지만 마음을 급하게 먹지 않고 차근차근 해야 더 잘 되는 거라서, 그렇기에 실패할 때마다 다음엔 더 잘 해야겠다는 오기가 생겨서, 그리고 수십 번 실패하며 피부가 까지고 입에 바닷물을 머금게 되더라도 단 한 번의 성공에 그 전의 모든 스트레스가 날아가도록 행복해져서 좋았다. 🫠 좀 오바하자면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인생의 또다른 면을 인지하게 된 것 같은 느낌 🙂

정말 자주 서핑하러 와야지! 파도 딱 대 🌊

 

근데... 사람들 보면 서핑보드 옆에서 예쁘고 멋있게 사진 잘 찍던데, 나는 뭐가 문제일까?

1. 피사체 2. 너무 힘들어서 3. 보드가 초보자용이어서

다 어느 정도 기여한 것 같지만, 그래도 저 때의 되살릴 수 있는 매개가 되니까 괜찮아.

 

피부가 약해서인지 영광의 상처가 생겨버렸다. 

 

기분 좋은 여운을 뒤로 하고 찾은 회센터.

 

친구의 단골이라는 곳에서 횟감을 골랐다. 젊은 여자분이 어머님이랑 같이 영업하신던대, 엄청 밝고 싹싹하심.

 

배터리가 없어서 사진을 못 찍었는데, 회랑 밑반찬이 진짜 너무 많이 나와서 가성비에 감동받아 목이 멜 정도였다. 다만 회 먹으면서 술을 못 마셔서 아쉽긴 했는데, 사정상 어쩔 수 없는 거였고ㅠㅠ 다음에 오면 꼭 사진도 많이 찍고, 회랑 맞는 술도 많이... 마실 필요까진 없나 ^^;

 

저녁은 여행하는 느낌 내려고 게하 도미토리 방에서 자기로.

 

그런데 게하 2층에 게하 사장님께서 하시는 LP바가 있어서 내려가봤더니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찐'의 바이브

 

ㅠㅠ 내취향이었어

 

LP 바이긴 하지만 LP만 틀어주시는 건 아니고, 다른 음악도 요청하면 틀어주신다. 스피커가 빠방한 게 좋아서 옛날 어릴 때 듣던 심포닉 메탈을 몇 곡 골랐더니 바로 알아보셨다. 게다가 옆에 앉은 분은 어떻게 이런 좋은 취향을 가지셨냐고 감탄해서 당황 ㅋㅋㅋ 몰래카메란가...

 

그래서 결국 아까 못 마신 보상심리까지 더해져서인지 맥주를 흡입하고 자고 말았다는 그런...이야기입니다.

 


5월 3일(금)

 

친구가 강릉 특산물을 먹어야한다며 아침부터 간 KTX역 근처 장칼국수집.

 

곤이장칼국수를 먹었는데 맛있었다. 장칼국수 자체가 국물이 걸쭉해서 든든한 느낌이 나는 것도 좋았고.

 

원래 오늘도 서핑을 할 예정이었는데, 파도가 좋지 않아 서핑을 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내 경우는 피부가 다 까져버린 발 문제도 있고 ^^; 그래서 다소 여유롭고 한가한 하루가 되었다.

 

어딜 가고 싶냐 물으니 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는 말밖에 할 말이 없었지만, 그러다 안목해변에 안 가 봤다니까 곧바로 안목해변을 보러 갔다. 뷰 보러 올라간 카페 아메리카.

 

곧 살 커피콩빵이 여기도 있기에 사 봤는데, 팥이 들어있는 건 아니었고 그냥 모양만 커피콩빵. 알고 보니 이것도 원조 분쟁이 심한 것 같고, 커피콩빵을 메인으로 파는 곳 아니어도 다들 팔더라.

 

안목해변 뷰 GOAT. 해변이 정말 길게 펼쳐져 있는 게 카페에서도 잘 보였다. 건물로 막힌 곳에서 끝나는 게 아니고, 거의 지평선까지 해변이다.

 

 

내려가서 본 평화로운 안목해변.

 

카페거리의 커피잔에서 강제로 포즈를 취하게 되었는데, 친구는 9123801380번은 촬영했다고.

 

 

그리고 커피콩빵을 샀다. 요건 팥이 든 상당히 큰 커피콩빵이었다. 

 

 

집에 와서 먹으면서 찍은 거지만 요렇게 생겼다.

 

 

그 다음에 온 건 선교장. 사실 존재도 몰랐지만 친구도 안 와 봤대서 와 봤다. 선교..배다리..? 무슨 집 이름이 배다리임...? 했는데, 경포 호수에 배다리를 자주 놓고 다녀서 선교장이라고 불렀다고.

 

 

저택 전경. 넓어서 좋았겠다.

 

먼저 박물관을 갔는데 기습동문에 놀람. 이강륭 선배님...

 

일제시대 때 계속 소장하고 있었던 태극기라는데, 근본 그 자체다.

 

활래정 앞에는 연못이 있는데, 지금 물이 있는지 마른 건지 좀 감이 안 잡히더라. 그래도 운치가 있었고, 적당히 물이 차 있을 봄이나 가을에는 더 운치가 넘칠 것 같았다. 이런 정자 하나 있으면 너무 좋겠다... 와인 마실 수 있는 곳으로...^^;

 

앞에 포토존이 있었는데 역광이라 (아니면 원래 피사체가 그래서) 잘 안 나와서 등샷만. 등이라도 펴고 찍을걸.

 

활래정 안. 조금 작긴 하지만 어차피 사는 곳도 아닐 테고, 운치 즐기기엔 딱 좋은 바람이 드나드는 구조다.

 

선교장 행랑채의 어마어마한 규모를 보며, 인싸의 삶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선교장 건물들. 몇 백년 동안 계속해서 지어지고 개축되었다는 게 드러난다.

 

유물 전시관인데

 

이거부터 눈에 들어오는 건 나의 문제이겠지.

 

하인들이 묵던 초가집.

 

정말 슈퍼 인싸였던 선교장의 주인께서는 여러 식객을을 재워주셨다. 행랑채뿐 아니라 아예 장기간 머무르는 자들의 거처용 건물도 있네.

 

카페는 뷰가 너무 멋있었지만, 기념품이 조금 비싼 것 같고 요즘 탄수는 잘 안 먹어서 퇴각. 나중에 오면 필통이라도 사 볼까.

 

그리고 구경간 곳은 국선사무실이었다.

 

오늘 일이 없어서 휑-. 여기서 잠시 쉬다가 기차 시간을 당겨 서울로 돌아왔다.

 

 

돌아오니 화병이 와 있어서 회사에서 선물해준 꽃다발을 여기 꽂았다. 강릉 가기 전 꽂은 후배들의 꽂보다 훨씬 더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데, 살아남을 수 있으려나? ㅠ

 

 

일찍 돌아온 김에 다른 친구를 만나서 양꼬치를 먹었다. 이가네 양꼬치가 체인이라는, 몰랐던 것을 알게 되었다.^^; 다소 비싸긴 하지만 꼬치가 다 두툼해서 맛있었다.

 

그리고 뜬금없이 간 보드게임방. 젠가는 나의 승리.

 

그 다음에 안 찍은 게임이 두 개나 있네. 하나는 정확히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서 방금 구글링해서 찾아낸 '블로커스'. 네모난 판 위에 다양한 모양의 피스들을 올려서 최대한 많은 칸을 올린(더 많은 칸의 피스를 털어버린)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었는데, 기존에 놓은 피스와 붙여서 놓을 순 없고 대각선으로만 접할 수 있어야 해서 자기가 피스들을 올리면서도 상대방의 가능성들을 봉쇄하는 게 중요했다. 호기롭게 후공을 했다가 3판 중에 2판이나 져버렸었다. 선공+집중하니까 다행히 3전 3승. 역시 턴제 게임은 선공이 사기여.

 

다음으로는 '도블'이라는 게임을 했는데, (다소 생략) 그림끼리 맞추는 게 메인인데 진짜 엄청 재밌는 게임이었지만 너무 몰입해서인지 못 찍었다 ^_^; 3~4판 정도 해서 다 이겼던 것 같은데... 힘의 차이가 느껴지냐는 물음에 계속 도리도리만.

 

마지막으로 한 게임은 'Abalone'. 원래 '전복'이라는 뜻인데(뒤집어지는 거 말고 그 해산물 전복), 왜 게임 이름이 전복인지는 이해를 못 했다 ㅎ... 아무튼 이건 머리를 엄청 써야 하는 템포가 느린 게임이었고, 하다가 피곤해져서 1:1로 마무리했다.

 

 


5월 4일(토)

 

 

아침에 책상이 하나 더 와서 설치했다. 예전에 범어네거리에서 자취할 때 컴퓨터 책상에서 집중이 잘 안 되는 것 같아 책만 보기 위한 책상을 샀었고 좋았었다. 관사가 좁아서 관사에선 그러지 못했지만, 다행히 큰 집으로 와서 쭉 길게 늘어선 모양으로 책상을 배치했다. 근데 이러니까 의자 들고 다니기가 좀 귀찮은데 의자도 또 살까? ^^;


오후 3시에는 소모임 앱의 영어회화모임 Xoul을 갔다. 대구에서 정기적으로 회화모임에 나갔었는데 좋았어서, 서울에서도 영어회화 모임에 나가서 정기적으로 영어를 쓰고 싶었다. 대구에서 서울로 먼저 이사한 다른 분 추천으로 갔는데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아마 기회가 되면 계속해서 가게되지 않을까.

 

스페인어와 러시아어 소모임도 계속해서 간을 보고 있는데, 회사에 적응하고 나서 생각해 보아야지.

 

저녁에는 오랜만에 학부 후배들을 만났다. 학부 후배들이라고 해 봐야 다 1년 후배들이라 사실상 동년배고 각자 열심히 살고 있는 중이어서 볼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너무 오랜만에 다들 볼 수 있어서 설렜다.

 

근데 예약을 해 놨다는데 예약 그런거 없대서 읭?했는데, 알고 보니 후배 중 1명의 부모님께서 하시는 집이었다. 옛날에 분명히 들었었는데 13년이 지나서 처음으로 와 보게 되는구나.

 

늦게 온 다른 후배의 선전포고.

 

소맥에 이어 마신 사케들. '백년의 고독'이 보이길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랑 상관 없나? 했는데 저 텍스트로만은 없었던 것 같고. 선전포고당한만큼 달리진 않았지만 그래도 좋은 센 술을 마셔서 기분이 좋았다.

 

 

남은 짐 정리하다가 다시 보게 된 선물상자에 동봉된 후배의 격려 편지. ㅠ_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야지!

 

꽃다발과 함께 받았던 방향제.

 

흰색 타일벽이 있는 화장실에 걸어 두니 잘 어울린다.

 

동생이 친구를 재우러 데려와서 같이 치맥을 하고 행복한 토요일도 끝.

 

 


5월 5일(일)

 

 

TV 도착! 원래 TV를 설치할 생각이 없었는데, 방이 휑하니까 역시 TV만한 게 없더라. 소파와 TV가 있고, 바닥에 러그도 깔고 테이블도 있으니까 진짜 가정집 느낌이 난다. 나랑 동생... 신혼인가?

 

 

근데 비가 너무 많이 와. 계속 와. 간단히 나가서 국밥 먹고 돌아와서 청소와 정리 등 밀린 할 일들을 하고... 다시 눕고... 했다. 내일 출국이니 짐을 싸야 할텐데 어차피 쌀 짐은 그 밥에 그 나물인 걸 알아서... 동기부여가 안 됨

 

 

그런고로 와인과 소세지. 둘 다 마트에서 산 건데 너무 좋았다. 식용유를 좀 묻혀 에어프라이어에 돌린 소세지는 정말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맛있었고, 와인도 평소에 잘 안 먹는 스위트한 와인인데도 좋았다. 어떨 때는 이렇게 소박한 것에서도 큰 즐거움을 느끼지만, 어떨 때에는 진수성찬 다 있어도 맛이 없기도 하고. 닝겐이란 어려워.

 

 

어느덧 귀가한 동생은 큰 TV로 슈카월드를 보고 있었다. 슈카월드 평소에 안 보는데, 같이 살면 나도 동생의 취향에 영향을 받겠구나 싶다. 이게 가족이지.

 

결국 와인을 하나 더 사 와서 같이 TV앞에 앉았다. 작곡이 취미인 동생은 걸그룹 노래들도 배경이 뭐고 어떤 점에서 좋고 나쁘고를 해설해 주었다. 

 

사실 그런 걸그룹 노래 해설은 유튜브 켜 놓고 뭐 보지... 하다 르세라핌 코첼라 라이브를 봤다가 시작된 거였는데, 뭐랄까. 르세라핌의 코첼라 라이브를 보며 사람들은 르세라핌 멤버들의 라이브 실력을 욕했지만, 뭐 물론 라이브를 못해 보이긴 했는데, 요즘 내 기분 탓이어선지 그보다 라이브가 망할 가능성을 생각하면서도 끝까지 공연을 하고 그 뒤에도 잘 활동하는 멘탈이 더 인상적이더라. 어떻게 보면 뻔뻔함이기도 한데, 너무 뻔한 게으른 완벽주의자인 나는 확실히 본받아야 할 자질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취했기에 짐 싸는 건 내일로...

 


 

이번 한 주는 상당히 많은 일이 있었다. 퇴임, 이사 마무리, 강릉 여행 등등. 한 주씩 쓴다는 게 자주 안 써도 되는 부담은 있지만, 또 한 번 쓸 때의 내용의 볼륨이 많아져서 한 번 미뤄지기 시작하면 답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의미에서 다음 주 일기는 미국 여행이 될 건데... 과연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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