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월)

 
대구에서 보내는 진짜 마지막 달이 시작됐다. 3년이 길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끝이 나는구나.
지난 주에는 일이 손에 잘 안 잡혔는데, 이 날엔 일이 꽤 잘 됐다. 
 
 
저녁에는 마지막 전체회식이 있었다. 중식당에서 꽤 시끌벅적했지만 예전보다는 더 단촐해져서 좋았다.
 

 
회식 때 심란해 보였는지 같은 부에서 일하는 연구원 후배가 2차로 회를 사 줬다. 생각없이 먹다가 기록 남겨야 한다고 뒤늦게 생각하고 겨우 찍은 거 이미 절반은 사라진 상태. 특별히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챙겨줘서 너무 고마웠다. 덕분에 엄청나게 만취하고 잠에 들었다.
 


4월 2일(화)

 

 
이 날은 두유 말고는 남은 사진이 없다. 아침에 두유 세 팩을 먹는 건 최근 몇 달 간 나의 루틴인데, 그러다 보니 가끔 아침에 부속실을 들르면, 실무관님이 눈이 마주치자마자 엄청 놀라시고는 한다. 두유가 없거나, 두유를 아직 냉장고에 넣어두지 않으셨다거나 등등... 그렇게 놀라실 일은 아닌데 ㅠ
 
이 날은 일은 열심히 한 것 같은데, 집에 들어왔다가 저녁에 헬스장을 가려고 했는데 숙취가 남아서인지 급 피곤이 몰려와서 못 갔다. 물론 헬스장 가려면 집에 먼저 들어오면 안 되는 건 알고 있는데 운동복을 집에 두고 나와서 그만ㅠㅠ


4월 3일(수)

 
그래도 나쁘지 않게 업무를 마치고 퇴근. 비가 왔다.
 

 
오늘도 빨래 때문에 집에 들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에서 다시 나와 헬스장에 도착했다. 좀 더 자주 오고 싶고 유산소도 많이 하고 싶은데, 몸이 안 따라주고 시간이 없어서 아쉽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인바디 보면 계속 나아지긴 하는 것 같기는 한데... 
 
 

DELE B2 합격 소감을 썼다. 오랜만에 써본 조금 긴 글이었는데 인스타 글자수 제한 맞추려니 많이는 못 쓰겠더라. 이런 건 아무래도 인스타보다는 블로그에 맞는 것 같고, 인스타 글자 수 제한에 맞춰서 겨우겨우 줄여가지고 이제와서 더 상세하게 쓰기는 귀찮아져버렸고...
 
이것도 역시 그 때 당시에 기록해뒀으면 좀 더 좋았을 것 같아서, 이제 제깍제깍 기록해 두자고 다짐해 본다.
 


4월 4일(목)

 
오늘의 두유. 두유 발주를 많이 하셔서인지 연세두유도 들어왔다고 해서 같이 마셔봤는데, 너무 달지 않고 좋았다. 요즘처럼 아침 대용으로 두유만 마실 거면, 너무 당 없는 것보다 탄수화물이 좀 들어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금요일부터 연차를 쓰고 서울에 가서, 오늘은 꼭 가야했던 히트짐. 하체와 복근 정도 했는데 그래도 하고 나니 낫다.
 
사실 얼마 전에 무릎이 갑자기 아픈 적이 있었어서 하체나 유산소를 할 땐 좀 쫄린다... 이래서 어릴 때부터 운동을 했어야 하는데 하고 후회해봤자 뭐하나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해야지ㅠㅠ


4월 5일(금)

 
오늘 연차를 쓰고 올라온 건 부동산 계약 때문이었는데, 기차에 탑승하기 약 3분 전에 내일로 미뤄달라는 연락이 왔다. 순간 다시 집으로 돌아갈까, 히트짐에 갈까 고민도 했지만 그냥 친구들 볼 생각에 올라가기로 했다.
 

 
자투리 시간에 사전투표. 사람들 엄청 많더라.
 

 
부동산 계약은 불발났지만 어쨌든 동생도 반차를 썼기 때문에 시간이 떴고, 그래서 같이 심규덕 변호사가 개업한 법무법인 심을 들렀다. 아직 100% 개업한 것은 아니었지만 벌써 여러 명이 일하고 있었다. 사실 집 구할 땐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어쨌든 집이 근처이고 친한 친구들이 많이 있어서 자주 들르게 될 것 같다.
 
 
 

 
그 다음은 오랜 친구 인하와 결혼할 여자친구분을 보려고 신정네거리로 이동했다. 인하는 광화문 쪽에 있는 손말이고기 집을 처음 제안했는데, 뭔가 이 사람들을 만나면 양꼬치를 먹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양꼬치 집을 얘기했더니, 여자친구분 동네 근처인 여기에서 보기로 했다. 기다리면서 동생도 사전투표를 하고.
 

 
꼬치는 동영상으로 찍었고 사진으로는 다른 요리만 남았다. 저 옥수수는 서비스같은 느낌이었는데 비주얼과 다르게 바삭하진 않았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던 것 같고. 맥주로 달리다가 안 될 것 같아서 2차도 가기로 했다.
 
 
 

 
여자친구분의 집 근처에 있는 '작은집'이라는 요리주점에 왔는데 분위기도 안주도 완전 좋았다 :)
 

 
막걸리 다 합쳐서 한 8병은 마셨던 것 같은데 그건 안 찍었네...^^; 정말 굉장히 만취한 날이었다.
 


4월 6일(토)

 
마신 것에 비해서 숙취가 덜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아침에 부동산 계약을 마쳤다. 소유주는 미국 국적 동포분이었는데, 여러 가지 일들을 적극적, 의욕적으로 하면서 사는 것 같아서 보기가 좋았다. 이거 저거 해보겠다고 생각만 하고 실제로 실행은 하지 않는 내가 많은 반성을 해야겠다고 느끼기도 했고(물론 그 반성도 이미 여러 번 한 건 안 비밀이지만).
 

 
계약을 마치고 가양역으로 돌아와 지상으로 나오니, 벚꽃이 너무 예뻐서. 딱히 벚꽃 구경 갈 사람도 없긴 한데, 이 정도면 벚꽃 구경 한 걸로 치고 만족하기로 했다.
 
그리고 사랑하는 동생은 벚꽃에 집중하지 않고 저 건물이 페이커의 모교 건물인 걸 알려줬다. 사랑해.
 
 

 
저녁엔 다시 강남으로 향했다. 코로나 이후로 서울대 협성고-경일여고 동문회 모임을 오랫동안 하지 않았는데, 정말 오랜만에 모임을 한다고 연락이 와서 참석했다. 사실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시기도 했고, 다른 일로 스트레스가 많아 참석이 귀찮기도 했지만, 준비한 사람들의 노고가 있어 참석한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최고의 선택이었다. 오영호 변호사 최고
 
오랜만에 만난 동문들 다 멋있어지고 잘 살고 있어서 너무 보기 좋았다 :). 그러다 20학번 후배와 통성명을 하고는 '와 20이 세상에 존재한단말이야...?' 하고 생각했는데 그러고 보니 이미 24학번도 있고 사실 얘네는 5학년들이라는 생각에 머리가 띵해지기도 했고
 

 
2차까지만 참석하고 사정상 귀가. 아직은 강남에 살지 않는 게 너무 아쉬웠다.
 


4월 7일(일)

 
오늘은 원래 현석이와 보기로 했는데 아프대서 파토가 났고, 얼마 전에 인스타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걸 알게 된 엘레나와 저녁에 시간이 맞아서 보기로 했다. 헬싱키에서 교환학생일 때 알게 되었는데, 그 때 많이 가깝지는 않았지만...^^; 볼 때마다 긍정적이고 에너제틱했던 게 기억나서 만나기 전부터 느낌이 좋았다.
 

 
8년 만에 만났고, 자주 연락한 사이가 아닌데도 오랜만에 보니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솔직히 조금 걱정됐는데, 즐겁게 할맥으로 직행해서 맥주를 마시면서 많은 얘기를 나눴다.
 
남자친구인 잔은 터키계 독일인인데 포르투갈에서 같이 일하다가 가까워졌다고. 둘 다 디지털 마케팅 일을 하고 있어서 장소의 제약 없이 아무 곳에서나 일할 수 있어서, 여러 곳 돌아다니다 지금은 발리에 살고 있고, 계속 여행 다닌다는데 넘모 부럽고ㅠㅠ
 

 
정말 사랑하면 닮는다더니 진짜 닮은 것 같아서 한국에 이런 속담이 있다고 했더니, 독일과 이탈리아에도 비슷한 속담이 있다고 해서 신기했다. 다만 원인과 결과가 반대로, 닮으면 사랑한다는 속담이라고.
 
엘레나는 이번이 두 번째인데, 한국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이번엔 한국에서 부산, 경주, 전주를 들르고, 강남 피부과에서 얼굴에 놓는 주사(microneedling)도 미리 예약하고 와서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정말 제대로 즐기고 가는구나 생각했다. 다음에 또 온다면 나도 대구가 아닌 서울에 있을테니, 더 많은 것을 나눌 수 있겠지.
 

 

 


 


 
 
처음에는 어쨌든 이것도 '일기'라는 포맷으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쓰다 보니 결국 나라는 사람에게 하루라는 시간은 그때 일어난 사건들보다는 그때 한 생각으로 더 선명하게 구별된다는 사실과, 그 생각들이나 감정, 느낌 등을 모두 공개된 장소에 쏟아놓는 것은 여러모로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일기를 써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든 친구도 같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일상에서 또 이것저것이 가지치기되어서 일기라고 말하기는 애매해졌다. 
 
내밀한 고민이나 감정을 다 쳐내고 나니 일기보다는 사진첩 털기가 더 맞는 것 같아서 이름은 일단 이걸로 가기로 했다. 비공개 일기를 따로 써야 하는 건지, 이러다 또 흐지부지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되지만, 일단 사진첩 털기라도 꾸준히 하는 게 어딘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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