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이랬습니다.




 당시 로스쿨 최종발표를 기다리고 있었어서 정신이 나갔던 것인지, 아무튼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3월에 탈색한 머리에 입힌 빨간색은 너무나도 덧없이 빠르게 빠져버렸고, 그냥 빠져버린 색도 괜찮은 것 같아 자라난 검은 머리만 여러번 탈색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 해를 계속 노란 색으로 보내고 나니 뭔가 변화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큰 변화를 줄 수 있을 것 같은 세 가지 색을 골랐는데, 뭐 역시나 또 관종끼가 발현. 페북으로 이렇게 했는데...







응, 역시 자기 인생 아니라고. 제일 특이한 색에 몰아넣네요.



 근데 뭐 사실 저 글에서는 '이 색으로 염색을 할거다!'라고 하진 않았으니까 말이죠. ^__^;; 좋아하는 색을 고르라 했으니, 파랑이 많은 게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치만 어쨌건 저는 염색을 하기로 결심을 했으므로, 그리고 저는 민주주의를 굉장히 존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결론을 받들어 그대로 파란색! 염색을 하러 가기로 했습니다.


 사실 또 로스쿨 발표가 12월 6일이었는데, 원래 발표 당일날 기다리면서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파란색! 파란색! 하니까 조바심이 나서 12월 4일, 일요일에 염색을 하러 갔습니다. 오호 아직 3주밖에 안 됐구나.





 제가 간 곳은 낙성대의 장피엘 헤어였습니다. 사실 여기를 가게 된 이유는 그냥 예전에 선배로부터 추천을 받았다는 역사적 이유 때문이기도 하고, 서울대입구역 근처에 염색을 잘 한다고 해서 간 곳에서 파란색으로 매니큐어를 한다고 하니 굉장히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좀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다고 계속 완곡하게 곤란함을 표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솔직히 가격이 전체적으로 비싸긴 한데, 뭔가 이번에는 돈을 써도 되겠다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요. 곧 로스쿨 결과도 나오고 평소에 소비도 잘 안 한다는 이상한 이유. 뭐 옷도 잘 안 사입고 헤질 때까지 입으니까요. 그런데 옷을 안 사입는 만큼 스팀 게임을 사고, 술을 사고, 얼마 전에 눈썹 문신도 하고... 아 이건 원서값을 아낀 거지만, 아무튼 그렇게 돈을 펑펑 쓰고 있다는 사실은 망각하고 있네요 ^_^


 아무튼 장피엘에 들어가 파란색 염색 얘기를 하니, 다행히 평소에 탈색에 관심이 많아 맨날 탈색을 하셨다던 미용사분이 계셨습니다. 키가 크셨던 '유라'님인데 책임지고 파란색 잘해 주겠다고 하셔서 일단 그리 알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보시다시피 저때 머리는 대충 오렌지색이었어요. 아래는 두 번 탈색, 중간은 한 번 탈색, 그리고 뿌리에는 검은색 머리가 나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탈색을 어떻게 할까 하다가, 그냥 전체를 두 번 하기로 했습니다. 이러면 아래는 네 번, 중간은 세 번, 뿌리는 두 번 탈색한 것이 되겠죠.


 탈색을 두 번 거친 상태입니다. 그 땐 몰랐는데 정말 눈에 띄게 색이 바뀌었네요. 사실 처음에는 완전 흰색이 나올 것이라 기대해서 조금 실망한 것도 사실인데 지금 보니 색이 정말 많이 바뀐 듯! 다만 여기서 보실 수 있듯이 중간 아래는 좀 더 흰색에 가깝고, 위로 갈수록 노란색에 가깝습니다. 탈색 횟수의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장 신기했던 매니큐어 바르기.



 아 진짜 너무 신기했었습니다. 그전에는 갈색이나 빨간색 염색을 할 때도 정말 약품이 그 색을 선명하게 띠고 있는 것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매니큐어 같은 경우는 정말 색을 그대로 입히는(!) 거더라구요. 애초에 색도 기본 색을 헤어디자이너가 혼합해서 만드는 게 신기했습니다. 전 약간 밝은 파랑, 조금 보랏빛을 띠는 파랑, 청록색 세 가지를 디자이너님이 제시해 주셨고, 저는 당연히 애시당초의 목표였던 가장 따뜻한 색, 블루를 선택했습니다.


머리카락에 파란색 매니큐어를 입힌 모습.



 아 진짜 지금 봐도 짱신기하네. 저걸 이제 가열하면 머리가 파란색이 되는 겁니다. 넘나 신기한 것.



 다만 바를 떄 이게 진짜 '물감'같은 느낌이다 보니 두피에 닿으면 두피에 색칠이 되어 버려서, 두피에 안 닿게 하다 보니 저렇게 약간 노란 머리 부분이 남게 됩니다. 그래도 그렇게 눈에 띄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_? 아무튼 진짜 물감을 섞어서 만드신 다음에 머리에 마치 미술용 브러시같은 걸로 바르시니 정말 유니크한 경험으로 남을 듯.




 아래는 결과입니다.



 일단 이런 느낌. 다만 여기서는 위가 빛을 받아서 밝게 나왔는데, 실제로는 제가 윗부분에 탈색을 덜 했기 때문에 좀 색이 탁한 느낌입니다. 약간 회색 섞인 파란색 느낌이에요. ㅎ.ㅎ 개만족...


 다만 문제라면



 씻을 때마다 이렇게 물이 죽죽 빠집니다. 게다가 이건 물로만 헹궜는데 이 정도로 빠진 거고, 샴푸를 하면 더 빠져요. 예전에 컬러샴푸 사 놓은 게 있어 그걸 쓰면 되겠다 생각했는데 잃어버린듯...ㅎ 그래서 안 그래도 겨울이고 기말고사 기간이기도 하겠다 사람 볼 일 없으면 최대한 샴푸 안 쓰고, 찬물로만 감자 전략으로 나가긴 했습니다. 파란색에 돈 쓴 게 얼만데 넘나 아까우니...



 2주가 지난 12월 16일의 사진입니다. 필터를 존나 먹여서 파란색이 보존된 것처럼 보이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건 12월 20일 사진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필터가 부족해 물 빠짐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탈색을 적게 했던 윗부분에서 이런 물빠짐이 더 크게 나타나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원래 색이 흐려서인지 더 돋보이는 것 같아요. 그러니 여러분 파란색 할 때 머릿결이 버텨 준다면 탈색 많이 하고 하세요.  


이것은 절대 여자친구가 아닌 친구와 같이 찍은 사진인데, 12월 25일 사진입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중간 부분은 노란 머리가 많이 자랐습니다. 그리고 머리를 뒤로 넘기면 이마 경계 부분은 파란물이 빠져서 초록색으로 바뀐 부분도 많아요. 그래도 용케 지금까지 열심히 잘 버텼습니다 ^_^;









 사실 더 이상 가장 따뜻한 색 드립을 치면 레아 세이두 팬들이 저를 가만 냅두지 않으실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실제로 파란색은 정말 따뜻한 색입니다. 파란색을 하면, 어딜 가나 시선을 받을 수 있고, 또 수많은 질문과 감상을 들을 수 있습니다. 덕분에 거의 평소에 얘기 나눌 일이 없던, 학생식당 배식 아주머니와 얘기를 할 수 있었던 훈훈한 경험도 있었구요. 특히 대구 집에 내려갔을 때는 워낙 이런 색 자체가 흔하지 않으니 들어가는 식당이나 카페마다 감탄사나 질문을 들어야 했는데 정말 쏟아지는 관심은 겨울을 가장 따뜻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 한 번 시도해 보심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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