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여행 셋째날: 2015년 10월 19일 월요일




노르웨이 여행 지도, 10/19노르웨이 여행 지도, 10/19


 4시 15분에 몸을 실은 기차는, 여덟 시간을 달린 끝에 서쪽 해안의 도시, 스타방에르에 거의 와 닿았습니다.






스타방에르로 가는 도중


 눈을 떴는데, 잠깐 멈추어 있었습니다. 스타방에르 오기 전에 여러 곳에 조그마한 역들이 있는데, 그 곳 중 하나에 멈춰 선 상태였어요.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게..














 노르웨이 NetCom 유심이 안 되어서 짜증나서 빼고, 








핀란드 유심을 다시 꼈는데 비밀번호를 까먹어버려서,









PIN을 몇 번 쳤는데 안 돼서 먹통이 됨.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PUK 코드가 필요하니 영업점으로 문의하라는데, 나중에 핀란드 가서 문의해도 안 되더라구요. 프리페이드 살 때 등록했는데 그 정보로는 못 찾는다고. 처음 산 케이스는 이미 버렸으니 PUK 코드를 찾을 턱이 없고, 이렇게 남아 있는 충전된 통신료도 사뿐히 날렸습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다 보니 옛날 '의대생의 명절' 만화 마지막 컷 표정이 떠오르더군요. 엉엉ㅠㅠ







 나중에 알고 보니 엘리사 PIN 코드는 처음 살 때 1234인 걸 깨달았다는 슬픈 이야기... 1234를 시도라도 해 봤어야ㅠㅠ






스타방에르로 가는 도중


 이런 저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차는 다시 초원을 지나고 스타방에르로 들어섭니다.









스타방에르역


☆ 도착 ☆





스타방에르역


 도착하니 바로 앞에 스타방에르 역사가 있습니다. 역은 별로 크지 않음.




 

 오슬로에서는 에어비앤비에 묵었는데, 스타방에르에서는 카우치서핑(Couchsurfing)을 통해 구한 집에서 지내기로 했습니다. 카우치서핑이란 아실 분은 다 아시겠지만 ^__^; 자기 집에 공짜로 사람을 재워주고, 게스트들은 거기서 묵으면서 서로 경험과 문화를 교류하도록 사람들을 이어 주는 플랫폼입니다. 







 저는 이란 출신 이민자 한 분께 연락을 드렸는데, 그 분이 자긴 안 되는데 다른 사람이 괜찮다고 해서 그 쪽으로 연락을 했고, 처음 연락한 분이 딱 데려다 주시기만 하셨습니다. 그래서 스타방에르 역에서 기다리기로 했어요.




스타방에르역


 기다리면서 화해했습니다. 역시 화나는 데는 잠이 장땡인가... 일단 당연히 제가 잘못한 것도 있을 뿐더러, 우리는 공론장에서 만난 토론자가 아닌, 어찌 되었건 내일까지 같이 다니기로 했고 핀란드에서 같이 지내는 친구이니까요. 잘잘못을 구태여 따지는 것보다는 좀 안 맞더라도 서로 이해해가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와이파이도 잘 안 잡히고, 전화를 어찌저찌 했더니 어느 은행 앞에 있다고 해서 뭐지 하고 나가서 주변을 헤매며 둘러봤는데,








엥!?










 딱 저런 초록색의 택시를 탄, 동양인 기사 아저씨께서 밝게 웃으시면서 인사를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택시에 태우시더니 바로 출발...















개꿀ㅋㅋㅋㅋㅋ











 예상치 못한 뜻밖의 전개에 어리둥절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집 한 군데에 내려 주시더니, 주인은 저녁에 올 거라고 쿨하게 키를 주시고 가시는 아저씨ㅠㅠ



 





우왕ㅋ굳ㅋ












 넓군요. 넓습니다.











바르샤 팬인 듯한 주인 아저씨.








 경치 좋다.








 이 아저씨의 집은, 감레 스타방에르(Gamle Stavanger)라고 불리는 구시가지에 있었습니다. 18세기 후반의 목재 건물들이 늘어서있고 자갈길이 깔린 옛 스타방에르의 시가지인데, 참 그렇다면 말 그대로 그냥 관광지 내에 있는... 집... 









부럽네요.









아무튼 아직 1시밖에 안 되었고 소중한 시간을 날릴 수는 없으니, 빨리 샤워를 한 뒤 도시를 구경하러 밖에 나섰습니다.







 구름이 약간 껴 있지만 구시가지는 예쁩니다.






 소박하면서 예쁜 노르딕 목조 건물입니다. 레이캬비크 시내랑 비슷한 느낌이네요ㅋㅋㅋ 경사로를 따라서 아래로 내려오니,





 부두가 보입니다.







 크고...아름다운...배들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부두에 정박해있습니다.





 스타방에르는 인구가 123,900명밖에 안 되지만, 노르웨이에서 중요한 산업 도시 중 하나입니다. 노르웨이 인구가 500만 정도니까 사실 저 인구가 그리 적은 건 아니죠. 특히나 석유 산업과 임업이 발달해 있는 도시입니다. 저렇게 크고 아름다운 배들이 많은 것이 놀랍지 않습니다.






 저 멀리에는 관광용인지 커다란 목선이 보이네요. 방주인가... ^_^;;







 부두에는 또한 어시장이 있고, 광장 쪽으로 들어서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버거킹 짱귀엽.... 굉장히 귀여운 버거킹이 있습니다ㅋㅋㅋㅋㅋㅋ







 광장으로 올라와 바라본 부둣가. 배들이 많이 정박해 있는 게 보이시나유. 부두 건너편엔 구시가지가...







 전 아이슬란드 여행을 갔다온 뒤로부터 항상 티셔츠가 눈에 밟힙니다 ㅋㅋㅋㅋ 노점에 티셔츠가 있길래 사려고 봤는데, 아이슬란드만큼의 약빤 티셔츠는 역시 없네요. 하긴 그 정도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광장의 부두 반대편에 우뚝 서 있는 건 스타방에르 돔키르케(Stavanger Domkirke, 돔 교회). 굉장히 작고 별 볼일 없는 교회 같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겉보기엔 작았지만 안으로 굉장히 깊고, 장중한 멋이 있는 교회였습니다.






 작은 교회를 무시하다간 X 되는 거야... 아주 X 되는 거야...





 그리고 교회를 끼고 넘어가니, 교회와 저희가 처음 내린 역 사이에, 브레이아반(Breiavann)이라는 작은 호수가 있었습니다.




 10월 중순의 노르웨이라면 으레 추울 줄 알았는데, 따뜻한 날씨에 나른한 햇살, 그리고 떠다니는 오리들이 너무 감동적이었습니다 ㅠ_ㅠ








 아 노르웨이 돌아가고싶다 ...





 앞의 악어는 무시하시고...





 호수 주변에서 잠시 노닥거리다가 다시 자리를 옮기는데, 큰 나무가 눈에 띄어 찍었습니다.




 교회의 뒷부분 모습입니다. 분명히 광장쪽 앞부분은 매우 소박한데 뒷부분은 거대한 걸 봐서 뭔가 노린 것 같기도 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







 잠깐 H&M에 들러 캐서린이 놓고 온 빗이 잇나 살펴본 뒤,




 없으니까 그냥 스타방에르 시가지로 들어섭니다. 감레 스타방에르에 속하는 곳은 아니고 스타방에르에서 나름 번화한 상가인데도, 북유럽 풍의 멋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요즘 마트에서 북유럽 스타일 한복이니 뭐시기니 까지 하면서 북유럽팔이를 하는 걸까요...











 근데 정말 너무 따뜻한데다가 걷기만 해서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졌습니다.



 맥도날드도 목재간판임ㅋ



 맥플러리 쳐묵쳐묵, 하면서 가이드북을 살짝 보면서 어딜 갈까 생각합니다. 중고서점에서 본 론리플래닛...





 그런데 여러분 지금까지 아마 가보지도 못한 도시에서 생판 남이 걷는 궤적을 머리로 따라오시느라 힘들고 다 때려치고 싶으실 것 같아요. 마치 서울이라고는 가본 적 없는 사람이 김연수의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을 읽는 기분일까...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스타방에르 지도!





 저의 의식의 흐름의 이해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시길 바라며 ^__^;;







 아무튼 이 동네는 뭐 가이드북에도 없고 그런 동네인데, 평범한 상가인데, 길거리 자체가 너무 예뻐서 경축스러웠습니다.






 그리스 식당이 있는 이 거리는 사진 찍기에 좋아보이네요.




 그래 찍어라.








 인구 13만인 이 도시에도 설마 했는데, 중&일 레스토랑이란 신기한 곳을 발견했습니다만 역시 한국 레스토랑은 없습니다 ㅠㅠㅠ 뭐 굳이 여기까지 와서 가고 싶지도 않다만...







 이 블럭을 딱 지나니, 펼쳐진 것은,



















그래피티!







 저런 예쁘고 옛스러운 상가에서 갑자기 그래피티의 광장으로 던져졌습니다.







 옛날에서 누군가 저를 붙잡고 현대로 잡아 끈 느낌이었습니다. 비쥬얼 쇼크.






 미분의 힘이 그대와 함께하기를!











 사실 제가 가려고 한 곳은 석유박물관(Oljemuseum)이었는데, 그 앞에 이렇게 어마어마한 작품들이 있는 지는 몰랐습니다.




 석유박물관은 저 뒤에 보이는 회색 건물이에요. 그리고 그 앞으로 아마 예전엔 부두로 쓰였을 것 같은 광장에, 산업 시대에 종말론을 상상했으면 이랬을 것 같은, 고철, 고무공, 등등 산업 폐기물로 만든 예술품이 가득합니다.




 바트쨔응...




 뭔가 이 도시는 반전매력을 보여주는 게 특기인 듯.




 그리고는 석유박물관에 들어가려 했는데, 아쉽게도 들어가면 20분 후에 닫는다고 해서 포기했습니다. 아무래도 비수기이다 보니 스타방에르의 대부분의 박물관은 아예 문을 안 여는 곳도 많은데, 여기는 메인 박물관이라 열긴 했으나 오후 네시에 문을 닫았어요. 그래피티보다 박물관을 먼저 봤으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해서 아쉽기도 했는데, 뭐 큰 후회는 없습니다.






 박물관 입장이 좌절되어, 그래피티 부두의 끝에서 바다를 노려다봅니다.






 평-화롭다.




 구름이 덮혀 오자 그래피티가 덮힌 고철들이 세상의 끝인 듯한 비장미마저 전해주지만, 해가 남아 있으므로 일단 일어섭시다.




 저희는 무작정 해변을 따라 남쪽으로 걸었습니다. 사실 특별한 계획이 있는 건 아니었고, 뭔가 있는 걸 안 것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확인한 여러 가지 색다른 매력, 다양한 매력들이, 이 도시라면 뭔가 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이끌었던 것 같아요.




 계속 남쪽으로 내려가니 꽤 괜찮은 주택가가 나오고,




 고가도로가 마치 초자연적인 구조물처럼 도시의 하늘을 지납니다.






 그리고 발견한 것은 또 그래피티. 다만 이번엔 여러 가지 재료를 다루기보다는 일반적인 벽화 위주의 그래피티입니다.




 사람의 크기와 비교해 볼 수 있는 그래피티의 크기.


 이 어마어마한 것을 그리기 위해 얼마나 큰 장잉력이 필요했을까요.







 살짝 보였던 괜찮은 주택가는 일시적 현상이었는지, 그 곳이 지나자 낡고 오래된 건물들이 나타납니다. 그래피티의 수준은 보시다시피 매우 조악한 것으로부터,




 타이포그래피 수준의 것까지 있구요.



 제가 그림이나 그래피티를 잘 몰라서 말로 잘 못 옮기고 있는 것이 너무 유감입니다ㅠㅠ 역시 사람은 공부를 해야해요 ㅠㅠ







 하다하다 바닥에 스티커까지.






 뜬금 귀여운 곰이 붉은 페인트로 글자를 씁니다.





 공단인 듯 어마어마하게 큰 시멘트 구조물이 보입니다. 아까 석유박물관 근처가 주변이 깔끔하고 정돈되어있어 정말 '예술'적인 느낌을 줬다면, 이 곳의 그래피티들은 산업 구조물, 쇠락한 건물들과 맞물려 그래피티적인 분위기, 맥락들을 창조해내는 듯한 느낌입니다.








 가다가 발견한 인상적인 그래피티.



 놓칠 수 없죠.




 스트레스를 더 받고 싶은 사람은 없겠죠? 그래서 오른쪽으로 갔더니,



 다시 바다가 ㅠ_ㅠ 그런데 이제 다른 구조물들도 안 보이고, 멀리 구릉들, 피오르들이 보이는 바다입니다.







 적당히 따뜻한 온도, 바다 너머 보이는 구릉과 피오르들, 지나온 그래피티, 오른쪽에 있는 깔끔한 건축물까지, 모든 게 너무나 완벽한 순간이라 파노라마를 찍어봤습니다.




 그치만 여기서 물러나긴 좀 그러니까, 오른쪽 건축물 앞 부두까지만 가 보기로 합니다.






 가는 길은 완전 공사판이에요.





 완전 새로 지은 듯한 깔쌈한 건축물. Innovation Dock. 혁신 부두입니다. 인터넷 홒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혁신을 테마로 꾸민 공동작업, 교육, 기업 컴플렉스입니다. 



 정말 이런 곳에서 일하면 일할 말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순진한 생각이겠지만요 ...



 돌아본 스타방에르. 고가도로가 저 멀리 보이는 걸 보니 많이 오긴 왔나 봅니다.




 혁신 부두의 끝에서.



 이 광경이 영원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여기서 계속 바다 건너만을 바라보았습니다. (물론 이 생각은 내일 되어서 깨집니다ㅋㅋㅋㅋㅋ.)




 그치만 늦었으니 돌아가야죠. 호스트 아저씨도 어떤 사람인지 봐야 할 거구요. 정말 오래 걸어 왔으니 빨리 걸어 돌아갑시다.




     


보도블럭에 새겨진 집의 모습. 저렇게 생긴 집 앞 보도블럭에 저런 모양을 새겨놨어요 ㅋㅋ




 오덕오덕.




오는 길에 못 봤던 멋진 그래피티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태국 음식점이 아주 가까운 곳에 두 군데나 있는 게 신기해서 찰칵.




히-익







 그렇게 부두 앞 광장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온 기념으로 광장에 있던 동상과 기념샷을 ^____^ 반가워 동상아 ...











 으으 제가 봐도 저희 진짜 많이 걸은 듯...^_^;;





 솔직히 세상에 존재하는 지도 몰랐던 도시였는데... 오길 잘 한 것 같습니다.




 날이 많이 어두워졌으니 빨리 숙소로 돌아갑시다.





 내려온 구시가지를 지나...









 도착하니,










 정말, 정말 한국 동네 아저씨처럼 생긴 호스트께서 저희를 맞아주십니다.




그리고 밥(+보드카)부터.










 저희를 호스트해 준 카우치서퍼 마틴 후시니 씨는 아프가니스탄 난민 출신이에요. 완전 동양인 외모라서 신기했는데, 본인은 타지크계라서 중앙아시아 혈통이라고 합니다. 13년 전 아프가니스탄을 떠나, 이란과 러시아 터키 등을 거쳐 노르웨이에 도착한 지 10년 여가 되었다고 해요. 그래서 국적은 노르웨이랍니다. 직업은 화가라고 합니다.








 요즘 난민 문제가 굉장히 이슈인데 난민을 직접 볼 기회는 없었잖아요. 실제 난민 출신 정착민을 만나니 굉장히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만나자 마자 감자와 닭고기 요리를 직접 해 주셔서 굉장히 편했습니다. 어마어마하게 친절했어요. 물론 그게 저 때문인지 캐서린 때문인지 확신이 안 갈 수도 있긴 합니다만 일단 그랬습니다^__^; 일단 전체적으로 성공적으로 노르웨이 사회에 정착하신 것 같아 보기 좋았어요. 직업도 있고 집도 괜찮은 곳 구하고 프로 카우치서핑 호스트도 하고 부러운 삶을 살고계신...







 스타방에르의 야경.






 TV도 엄청 좋고 컴퓨터랑 연결도 됩니다. 오오 노르웨이 오오. 밥을 먹고 나서 유투브로 음악을 들으면서 얘기하고 놀았습니다. 주로 내일 갈 프레이케스톨른(Preikestolen)에 대해 얘기했지만, 그 외에도 스타방에르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 카우치서핑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셋이서 사진. 아 머리스타일도 그렇고 표정도 그렇고 진짜 왜케 이상하지 짜증난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여기 오기 전에 핀란드에서 머리를 했는데 머리스타일은 도 그거때매 파.괘하고싶고 표정은 대체 왜 이러지ㅠㅠㅠㅠㅠㅠㅠ 본판이 안되니 어쩔 수 없나 싶지만 그래도 분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어찌 되었든 유투브와 맥주로 재밌게 놀다가, 내일 프레이케스톨른... 스타방에르에 온 이유인 프레이케스톨른에 가야 했기 때문에! 일단 일찍 잠자리에 듭니다.














 우리는 과연 내일 프레이케스톨른에 무사히 도달할 수 있을 것인가...?... 나도모르겠음 ㅠㅠ









꼐속









노르웨이 여행 둘째날(2): 2015년 10월 18일 일요일, 16:30




 마지막 교환학생 일기는 10월 27일에 업로드되었고, 지금 제가 드디어 이 여행기를 쓰는 오늘의 날짜는 12월 15일. 열심히 쓰겠다는 수많은 약속, 모두 의미가 없었습니다. 제가 활동이 없어서였는지 심지어 댓글을 다셨다 지우신 분들도 있으시더라구요. 그런 고로 더 이상의 약속은 어차피 신용이 없을 게 뻔하므로 안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ㅠㅠ... 어디부터 써야 되는지도 기억이 안 나네...


 뭐 굳이 앞으로의 계획, 청사진 같은 걸 말씀드리자면 그때 그때의 감정, 느낌이 살아있는 게 중요한 '일기'보다는, 나중에 봐도 느낌을 쉬이 떠올릴 수 있는 여행기를 다 쓰는 데에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그러니까 '존재할 수도 있었던' 이데아적인 글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그나마 여행기가 품질의 열화가 덜할 것 같아서요. 그렇더라도 집에 가서 뭐 학교를 다니건 고시 공부를 하건 완결은 낼 겁니다. (물론 안 믿으셔도 됨) 교환학생 생활 자체가 여행이었으니까요.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오슬로 시청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노벨 평화 센터! 사실 오슬로에 오기를 결정하고 오슬로에 대해 알아보면서 가장 기대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아시다시피 노벨은 스웨덴 사람이고, 노벨상은 (노벨이 창시하지 않은 경제학상만 제외하면) 스웨덴 한림원에서 수상자를 선정하여 시상합니다. 그런데 평화상만은 노르웨이 의회 노벨상 위원회에서 선정하고 오슬로에서 시상합니다. 사실 노벨이 왜 평화상만 노르웨이에 권한을 넘겼는 지 모르겠어서 대충 웹서핑을 해봤는데 명백한 근거는 없고 여러 가지 설들이 있더군요. 아무튼 이로 인해 오슬로는 '평화의 도시'라는 이명을 얻었습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입장권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입장권


 노벨 평화 센터 입장권입니다. 스티커 형태인데, 특이하게도 노벨 평화상 수상자 이름과 수상 연도가 적힌 스티커를 손에 붙여 줍니다. 저의 스티커는 1975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안드레이 사하로프! 옛 소련의 반(反)핵-인권 운동가입니다.





 캐서린은 하루 종일 돌아다녔더니 피곤하다고 쉰대서... 알겠다고 하고 센터로 들어갑니다. 근데 캐서린이 벨라루스 출신이라 그런지 반미-반서방적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 그것 때문인가 싶기도 하고 ^_^;;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기념품점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기념품점


 기념품점 쪽으로 먼저 들어가봤는데, 여러 기념품들이 있지만 역시 역대 수상자들의 얼굴이 나온 엽서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띄네요. 기념품점은 나중에 나올 때 또 들릅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전시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전시


 1층에서는 TARGET이라는 이름의 전시를 하고 있었어요. 들어오기 전에 노벨 평화 센터 밖에 그 이름이 걸려 있었죠. 이처럼 센터 1층은 평화와 관련된 전시 공간으로 운영되고, 센터 2층은 노벨 평화상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전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TARGET은 말 그대로 '표적'이죠. 수많은 '표적'들, 세계 각국의 여러 무력 집단에서 살인 훈련을 위해 사용하는 다양한 표적들의 이미지와, 그 표적들로 훈련을 받는 군인들, 그로 인해 변화하는 '적(Enemy)'에 대한 이미지와 관념이 전시의 핵심입니다. 지금 보니 제가 가기 한 달 전인 9월 25일에 시작했었고, 내년(2016년) 5월 22일까지 전시가 계속되는군요.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각국 병역제도 현황을 나타낸 지도.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나라별 병력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세계 각국의 병역 및 병력 현황. 대한민국도 역시 붉은색(징병제)으로 칠해져 있습니다. 병력은 65만 5천 명.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군인들. 군인들 사이에는 사람이 아닌, 그러나 사람 얼굴의 모양을 한 표적이 있네요.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당연히 한국군 병장님의 얼굴에 잠시 시선이 가 박혔습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첫번째가 가장 어렵다는 것은 신화다. 나에게는 하나도 어렵지 않았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더 많은 군인들, 누군가에겐 총의 표적일 군인들의 모습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제가 지내고 있는 핀란드 사진도 있네요. 핀란드의 전사자 묘지의 모습입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중동의 미군. 전쟁은 모두에게 끔찍합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총기로 누군가를 죽이는 것은 뇌가 아니라, 우리가 '근육 기억'이라 부르는 것에 의해 이뤄진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동영상 전시실. 세 면에서 동영상이 나옵니다. 한 쪽에서 표적이 총을 맞고 쓰러지면, 다른 쪽에서 표적이 튀어오르고... 피도 전혀 튀지 않지만 총소리와 과녁만으로 전쟁의 끔찍함을 전해줍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전쟁은 정치인들의 체스 게임이고 우리는 말이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음성 자료를 들을 수 있는 곳입니다. "킬러의 독백"이 굉장히 인상깊었어요. 다만 제가 못 찾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음성은 영어로 나오는데 자막은 꿋꿋이 노르웨이어로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_^;;



 이 전시에 대해 궁금하시면 오른쪽 링크를 눌러 공식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시길! 노벨 평화 센터 TARGETS 전시 공식 웹사이트






















 총소리와 표적들 사이에서 멍한 시간을 보냈던 1층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본격적인 노벨 평화상 전시 공간이 나옵니다.


 




 가장 먼저 저를 맞아주시는 분은, 2014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카일라시 사티아르티! 인도에서 평생 아동 인권과 교육에 투신하여 오신 분입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전시카일라시 사티아르티


 예전에 인도에 여행을 갔었던 게 생각나 홀린 듯 글을 읽었습니다. 너무나도 강한 전통을 지녀 변화가 가장 느리고 더딘, 게다가 가난까지 겹친 거대한 나라 인도의 그 많은 어린이들을 품으려면 얼마나 큰 마음을 지니고 있어야 할까요. 정말이지 생각만 해도 아득하고 존경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아마... 엥!? 2014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 어린 여자애 아니였냐? 라고 하신다면 맞습니다. 작년에는 이 아저씨와 말랄라가 공동 수상했습니다. 여자애만 기억해주는 더러운 세상...은 아닙니다만 최연소 수상이라는 말랄라의 너무나 큰 이슈성에 살짝 묻힌 감이 있긴 합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전시


 두 수상자의 수락 연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전시말랄라 유사프자이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는, 아동 인권, 교육, 나아가 정의와 관용의 상징이자 화신이 된 말랄라. 평범한 인간인 저로서는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할 용기를 낸 97년생 10대 소녀.  탈레반에 지배받고 있는 파키스탄의 극도로 근본주의적인 지역에서도 배움의 의지를 놓지 않았고, 탈레반의 살해 협박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과 느낌을 글로 써냈고, 그로 인해 결국 총을 맞게 되었지만 기적과 같이 살아나 노벨 평화상을 받았고, 지금도 근본주의와 가난에 대항하여 아동 교육과 인권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전시




"모든 아동은 언론의 자유가 있다."



"모든 아동은 교육의 권리가 있다."



"모든 아동은 쉬고 놀 권리가 있다."



"모든 아동은 해로운 노동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이 둘의 전시 공간을 지나 보게 된 곳은,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의 모습이 스크린에 담겨 빛나는 정말 아름다운 방이었습니다. 헉 소리 나게 아름다웠는데 어두운 공간이어서인지 사진이 그 아름다움을 다 담지를 못하네요. 다만 역시 너무 감동해서인지 중국인 커플이 DSLR로 찰칵찰칵 소리를 내면서 막 사진을 찍고 다녔는데 그러진 맙시다 제발ㅠㅠ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빛나는 수상자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유일한 한국인 수상자의 사진도 있네요.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김대중 전 대통령, '햇볕 정치인'으로 설명되어 있습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얼마 전 미얀마 총선에서 승리한 아웅 산 수 지 여사의 스크린입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민주주의는 자유와 합치하는 유일한 이념입니다. 


민주주의는 또한 평화를 추구하고 굳건히 하는 이념입니다. 


그러므로 민주주의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유일한 이념입니다. 


이것이 제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이 투쟁에 참여하는 이유입니다."








 당시 노벨 평화상 2015년 수상자로 튀니지 국민4자대화기구가 선정된 지 약 1달 후였는데, 공식 시상식이 아직 이뤄지지 않아서인지 스크린에는 없었습니다. 아마 지금 쯤엔 카일라시와 말랄라의 전시도 튀니지 국민4자대화기구로 바뀌지 않았을까 싶네요.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다음 방에는 책 모양의 전시물이 있습니다. 정말 책은 아니고 영사된 것입니다. 책장을 넘기면 다음 스크린이 펼쳐집니다. 노벨의 노벨상 제정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사실 오래되어 내용이 기억이 안 나네요 죄송합니다ㅠㅠㅠ 이래서 기록은 바로 바로 남겨야 하는 것이거늘...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그러나 책 자체는 아름다웠습니다. 실제 책이 아니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해상도가 높았어요.





 




 그 다음 방에 들어서자, 칠판이 저를 맞이합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PEACE


 세계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에서 온 수많은 사람들의 글들이 쓰여 있어 너무나도 아름다웠습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이 방의 주인공은 달라이 라마. 1989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지요. 티벳 독립 운동의 지도자입니다. 현재 무장 투쟁 노선을 포기하고 평화적 노선으로 선회하였으며, 인도 북부 맥그로드 간즈에 거처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소심하게, 세계 평화라고 쓰고 나왔습니다. 


못난 글씨체를 둔 독자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다음 전시실에서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 선정 과정에 대해 다루고 있었습니다. 역대 노벨 평화상 수상자, 각국 의회 의원, 법학·정치학·역사학 교수 등 자격을 갖춘 사람들에 의해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된 수많은 후보자 중, 노르웨이 의회 구성원 중 5명으로 구성된 노벨 위원회에서 심사하여 최종 수상자를 선정합니다. 위의 사진은 노벨 평화상 후보 심사 과정에서 사용된 카드인데, 여러 쟁쟁한 후보들 중 사람이나 단체를 꼽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노벨 평화상 수상에 잡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평화'라는 개념 자체가 굉장히 정치적이기 때문이죠. 대표적으로 미국 대통령 시어도어 루즈벨트는 '러일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한 공로'로 1906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고, 이로 인해 한일합방이 확정되었습니다. 노벨 평화상도 제국주의라는 시대적 배경을 초월할 수는 없었기에 어쩔 수 없다지만 씁쓸한 일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점점 이처럼 반-평화적 인물에 평화상을 주는 일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흔히들 노벨 평화상의 공신력 얘기가 나오면 거론되는 것이, 히틀러나 전두환, 푸틴도 후보에 올랐다는 것이지만, 이는 각국 의회 의원이나 관련 분야 교수 등 다양한 사람들이 노벨 평화상 후보를 추천 가능하기에 일어나는 문제일 뿐, 최종 심사에서 이러한 사람들이 노벨상을 받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비록 때로 정치적 지향 때문에 급진적이거나 모호한 이유로 노벨상을 수여하기도 하지만, 근래에는 배제될 사람들은 상식 선에서 배제되어 왔고, 투명하게 운영되어 왔습니다.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에 관해 말이 많았죠. 지금도 논쟁적인 문제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노벨상 수상의 이유로 거론되었던 햇볕 정책의 의도나 효과에 대해 비판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노벨상 위원회에 뇌물을 줬다느니 음모론을 펼치는 것은 무리수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아웅산 수 지, 만델라, 시린 에바디 …….


 전시가 끝나고 다시 1층으로 내려가는 마지막 공간에, 여러 수상자들의 사진이 걸려있습니다. 바로 감옥에 갇힌 적이 있었던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입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그리고 바웬사, 마틴 루터 킹 주니어, 카를 폰 오시에츠키, …….


 정말 수많은 수상자들이 한때 감옥에 갇혔었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인권이 누구의 희생으로 얻어진 것인지, 되돌아보도록 하는 공간입니다. 가장 왼쪽에 보이는 카를 폰 오시에츠키는 나치 독일 치하에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였고, 결국 1938년 수용소에서 결핵으로 사망하기까지 했습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류샤오보.


 그리고 단 한 명, 단 한 명이 아직 갇혀 있습니다. 2010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중국의 운동가 류샤오보는 국가 전복 혐의로 11년형을 선고받아 현재 교도소에서 복역 중입니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지 못하도록 막았을 뿐 아니라, 그 동료들과 가족, 친척들의 출국까지 모두 막아, 노벨 평화상을 빈 의자에 수상하는 유례 없는 일이 벌어졌었죠. 언제 중국에 진정한, 아니 적어도 한국 정도의 언론의 자유가 가능하게 될 지, 류샤오보가 언제 출옥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언젠간 가능하리라 한 번 믿어 봅시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기념품점


 내려온 기념품점. 엽서를 몇 담았습니다. 이 사진에서 왼쪽이 프리드쇼프 난센, 중간이 민족자결주의와 국제연맹의 제창자 우드로 윌슨, 그리고 오른쪽이 테디 베어로 유명한, 그리고 한일합방을 확정지은 시어도어 루스벨트입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기념품점No tanks, thanks.


 묘하게 어떤 한국인이 생각나는 엽서네요.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기념품점愛, 安


 사랑과 평안.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기념품점


 재활용품으로 만든 장신구들. 굉장히 예뻤습니다만, 노르웨지언 프라이스... 허헣 ^_^;;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기념품점


 정말 마음에 드는 티셔츠인데! 티셔츠인데!! 아동용 사이즈밖에 없습니다. 티셔츠가 너무 비싸서 다른 건 살 맘이 안 들고, 이거 하나 사고 싶었는데 못 사서 눈물이ㅠㅠ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서점


 기념품점에는 서점이 같이 있는데, 여기서 또 노벨 위원회에 한번 놀랐습니다. 마더 테레사는 1979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죠. 그런데 마더 테레사의 위인전 뿐 아니라, 마더 테레사가 위선자라고 엄청나게 비판한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책 The Missionary Position도 나란히 진열되어 있는 위엄찬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한국어로는 '자비를 팔다'로 번역되었습니다만, 원래는 '선교사의 위치'를 의미하며, 사실 일반적으로 '정상위(네, 그 체위)'를 의미합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서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기념품점


 흥미로운 세계지도. 긁으면 색이 나옵니다. 어린이들에게 사 주면 지리에 관심이 좀 더 생기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게임이 훨씬 빠르겠습니다만 저처럼 인생이 망하니까...






 노벨 평화 센터에서 나와, 엄청 배고파 보이는 캐서린과 함께 뭔갈 먹으러 갑니다.


오슬로 페페스 피자


 너무 비싸서 먹을 엄두도 못 내면서 놀아다니다가, 아몰랑 그냥 먹자!해서 들어간 피자집.



오슬로 페페스 피자


 페페스 피자. 앞으로도 자주 보게 됩니다만 먹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



오슬로 페페스 피자


 피자 하나당 2~3만원 하는 아름다운 모습. 게다가 노르웨이까지 와서 이탈리아-미국 음식이라니 ㅠㅠ





오슬로 페페스 피자


 다만 엑스트라는 쌉니다. 저거만 먹고 떼울까 하는 생각을 0.3초동안 했다가 포기. 피자 한 판과 사이드 샐러드를 시킵니다.




오슬로 페페스 피자


 그치만 나온 피자는 어마어마하게 만족스러운 크기와 질감이었습니다. 오오 페페스 피자 오오. 하긴 이 돈 냈는데 맛없으면 굉장히 빡쳤을 듯. ^_____^






오슬로 페페스 피자


 으아아아아 잠깐 물가를 잊고 식도락에 빠집니다. 먹고 나서 어마어마한 지출에 후회했지만 먹을 때 쾌락을 보장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웃긴 게 오른쪽 테이블에 굉장히 근육 우락부락한 남자 둘이 피자 먹고 있길래, 캐서린이 오오 멋지다 했는데 갑자기 둘이 격렬 키스를...





... 정말 이건가










 근데 올리고 보니 저는 smart도 nice도 handsome도 아닌데 여집합의 정의는 없군여 어허헣 ㅠㅠㅠ





오슬로의 밤 거리


 어느새 어두워진 오슬로.


오슬로의 밤 거리


 ...그런데 정류장을 지나치기까지 해서, 결국 숙소로 돌아옵니다.






 숙소에서 에어비앤비 호스트였던 표트르, 지나와 얘기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희 기차가 새벽 4시 15분이었는데, 단 1박 요금만 냈음에도 불구하고 밤까지 계속 있게 해 주고, 심지어는 가면서 배고플 거라고 요구르트까지 ㅠㅠ



요구르트


 요구르트 받으면서 정말이지 너무 감동했습니다 ㅠㅠ 으아 이 동네의 미친 물가를 생각하면 정말 더더욱 감격스럽죠.












 근데 하필 여기서 캐서린과 싸움이 나서,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아침에 이어) "You never listen to me."라며 단단히 화가 났습니다. 제가 아침에 캐서린 말 안 듣고 했다가 밥 망친 것 하며, 제가 낮의 바이킹 박물관에서 찍은, 캐서린이 웃기게 나온 사진을 페북 단체방에 올린 것 때문에 화가 났다는데요. 


 근데 저는 아침에 밥을 제가 알아서 잘 하고 싶었을 뿐이고, 그건 미안하지만, 아니 사진때문에 갑자기 엄청 화내면서 그러는 게 너무 이해가 안 되어서 짜증이 나는 바람에, 장기전으로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그 사진을 올리지 말라고 했다는데 전 다른 사진 올리지 말라고 한 건 기억나지만 그 사진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안 나기도 하구요, 더군다나 노트북도 안 가져와서 계속 쓰게 해 줘서 할 일도 잘 못 하고 있었고, 계획 등등 많이 맞춰 줬다고 생각했는데 별 것 아닌 걸로 너무 짜증 내니까 돈 몇 푼 아끼려고 왜 얘랑 같이 왔지 하는 생각까지 들어서 기분은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콩간지내가 속이 더럽게 좁은건가...





 뭐 사실 그냥 미안하다고 했으면 될 일인데 피곤과 짜증까지 겹쳐 굉장히 속이 좁은 모습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노벨 평화 센터를 보고 온 정신상태 치고는 정말 글러먹긴 했네요. ^___^;









 결국 에어비앤비 호스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어색하지만 중앙역으로 향합니다.


오슬로 버스 터미널


 거의 막차를 타고 나왔는데 기차역은 아직 열리지 않아, 좀 더 기다리기 위해 찾은, 역 근처의 버스 터미널.


오슬로 버스 터미널


 역 대합실에서 블로깅을 했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블로그에 글을 썼구나, 사진을 보고 깨닫습니다 ㅋㅋㅋㅋ


오슬로 버스 터미널


 나쁘지 않은 라운지 풍경. 쌀쌀하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열심히 잡니다.








오슬로 중앙역


 그리고 마침내 문이 열려 들어올 수 있었던 기차역! 3시 56분이라는 시간을 보니 제가 다 답답하네요 ^_^; 스타방에르로 가는 4시 15분 첫 열차를 타기 위해 플랫폼으로 향합니다.


오슬로 중앙역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잠시 기다리는데, 한국인 두 명이 지나갔습니다. 남자 한 분과 여자 한 분인데, 자전거로 여행 중이셨어요. 그런데 시간도 시간이고 멍-하니 있다가 놓쳐버리고 말았습니다.



노르웨이 기차


 마침내 기차에 탑승, 기차는 스타방에르로, 자그마치 8시간의 여행을 시작합니다.











노르웨이 여행 지도, 10/19노르웨이 여행 지도, 10/19


...그렇게 저는, 스타방에르로 가...가버렷!



스타방에르에서 꼐속









노르웨이 여행 둘째날(1): 2015년 10월 18일 일요일




 사실 노르웨이 여행 첫날의 이야기를 자그마치 네 개의 포스트로 나눠 쓰는 바람에 굉장히 분량이 창렬해진 점, 인정합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중간에 끊고 포스팅을 마치고 싶은 충동이 들더라도 최대한 자제하여 가능한 한 한 포스트에 많은 분량을 담도록 하겠습니다.










 노르웨이에서의, 오슬로에서의 둘째날의 아침은, 밥을 짓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밥을 지읍시다. 밥을.






 그런데 문제는 저는 태어나서 딱 ①한 번 밥을 지어 본 적이 있는데 그게 얼마 전이고, ②그 밥조차 그냥 전기밥솥에 지은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캐서린이 밥을 하려고 했는데, 뭔가 얘기를 들어보니 벨라루스식 밥짓기와 한국식 밥짓기가 다른 것 같아서 제가 대충 하다가... 





 결국 태워먹고 맙니다. 아랫부분은 바닥에 눌어붙고 윗부분은 설익은 완벽한 태워먹기. 캐서린은 "You never listen to me."라고 말하며 조금 빡친 것 같은 표정을 짓습니다. 이건 저의 잘못이 명백하니 뭐라 대꾸할 수도 없습니다. 캐서린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제가 열심히 해 보고 싶어서 뻘짓을 한 거긴 한데, 어쨌건 밥이 망했으니 그것도 잘못이죠.




 반찬은 어제 산 연어.




 그리고 저는 핀란드에서 가져온 김...을 곁들입니다. 연어에 김이라니 뭐 진수성찬이네요 ^_____^; 쌀이 계속 씹힌다는 점을 빼면...






 아무튼 밥을 먹고 나옵니다. 밖에서 찍은 표트르와 지나의 아파트. 저번에 봤을 땐 그렇게 좋은 지 몰랐는데, 지금 보니 저 한 층을 두 가구만 쓴다면 정말 딱 봐도 넓어 보이네요. 




 그리고 환승을 위해 도착한 중앙역입니다. 중앙역 바깥 유리벽, 어제는 밖에서 안을 쳐다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몰랐는데 ^_^;; 휘날리는 종이처럼 보이는 디자인이 인상적입니다.





 여기서 새로이 24시간 대중교통권을 구입한 저희는, 어제부터 가야지 가야지 가야지 하고 벼르고 있던 ☆노르웨이 최고의 박물관☆ 프람 박물관으로 향합니다.













 지도에서 보시다시피 프람 박물관은 반도의 끝에 있기 때문에, 여름에는 페리를 타면 됩니다만 페리 따위 없는 저주받은 계절에 온 저희는 그리로 가는 버스를 타고 하염없이...하염없이... 기다려야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 ^_^



우오오






 사실 저 모아이는 콘 티키 박물관에 딸려 있는 것이지 프람 박물관 건 아닙니다만, 눈에 바로 들어오는 건 어쩔 수 없네요 ㅋㅋㅋㅋ 바로 모아이와 격렬하게 포옹해줍니다.




 사실 저는 여기 오기 전까지도 콘 티키 박물관이 여기 있는 줄 몰랐는데, 도대체 아는 게 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콘 티키 박물관도 꽤 흥미로워 보였습니다. 콘 티키가 뭐냐면, 노르웨이의 인류학자 토르 헤이에르달이 남아메리카에서 이스터 섬까지 타고 간 아주 작은 목선입니다. 이 양반은 이스터 섬의 문명이 남아메리카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믿었는데, 학계에서 그 견해를 받아들이지 않자 그걸 증명한답시고 본인이 직접 배를 타고 남아메리카에서도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겁니다. 오오 끓는 피 오오...!





 그렇지만 함정은 여행의 가장 큰 장애물인 훔볼트 해류는 다른 배의 도움을 통해 넘었다는 점. 가장 큰 장애물을 고려하지 않고 탐험을 한 셈입니다. 무엇보다 유전자 검사 결과 이스터 섬 주민들의 조상은 폴리네시아계인 것으로 밝혀져 헤이에르달의 학설은 매장크리... 그렇지만 이스터 섬으로의 항해 이후에도 모로코에서 서인도 제도까지, 메소포타미아에서 인도까지 조악한 배를 타고 항해를 계속했습니다. 정말이지 자신이 믿는 바를 위해 몸을 던지는 그 열정은 정말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뭐 한편으로는 기존에 이미 나와 있는 고고학, 인류학적 근거들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항해를 한 걸 보면,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 싶기도 하지만요;;






 그리고 눈 앞에 보이는 사람 모양 돌 조형물과 셀카를.







평화-롭다





이미 박물관은 안중에도 없고 해변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모습입니다.




 ...그치만 해변에도 볼 것들이 좀 있으니, 천천히 살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바다 건너 보이는 오슬로의 가장 번화한 곳들.




 유럽의 북쪽 끝에 있는 나라인데도, 거의 정오의 햇살을 맞고 있으니 굉장히 따뜻합니다. 열대 휴양지에 온 것 같은 착각이 0.3초간 들었습니다.





 그리고 금속 판이 세워져 있어서 들여다 보니,




 베트남 보트 난민들을 받아 준 것에 대한 감사패로군요.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베트남 사람들이 뭔가 베트남 본토의 인구나 이미지에 비해서 굉장히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핀란드에도 그렇구요. 그것이 베트남 전쟁 이후 난민들이 유럽에 많이 정착했기 때문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선원들과 한 컷. 저 떄는 몰랐는데, 프람 박물관 옆에 있었으니 아마 전설적인 선원들이었을 것 같네요.



 요트 타고 싶다...








 이렇게 해안을 돌면서 바다를 흠뻑 느낀 저는, 이제 프람 박물관으로 들어섭니다.




프람 박물관 정문프람 박물관 정문


THE BEST MUSEUM IN NORWAY





 으아아 들어가는 문부터 위풍당당.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프람 박물관이 무엇을 다룬 박물관인지도 몰랐습니다.





 여러분의 어이가 상실되는 소리가 벌써부터 들리는데요. 그렇습니다. 그냥 여기 가자고 한 것은 캐서린이 가자고 해서이고, 아 뭐 박물관 좀 들러야지 생각하던 김에 노르웨이 최고의 박물관이라니 그냥 거기 가자 해서 온 겁니다. 으아아아아아... 저는 여기 들어오고 나서 처음으로 프람 박물관이 무엇을 다룬 박물관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거슨...배.






목선.





...그런데 그냥 목선이 아닌,




북극과 남국의의 유빙 사이를 휘젓고 다니던,




극지 탐사용 목선.


















ㅁㅊㄷ ㅁㅊㅇ














간지폭풍간지폭풍



 아아 극지 탐사선이라니 ㅠㅠㅠ저는 프람 박물관이 내뿜는 간지포...포풍에 실신해 버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으아아아아아아 '프람'이란 극지 탐사선의 이름이었던 것입니다!! 마음 속에는 진심 개쩐다... 개쩐다 생각만.






 입장료는 기억이 안 나는데 인터넷을 보니 학생은 40크로네랍니다. 다만 옆의 노르웨이 해양 박물관(NMM)과 연계한 표를 판매하는데, 저희는 시간이 많이 없어서 해양 박물관은 포기했습니다.







 오래 되어서인지 아니면 방부 처리를 잘못한 것인지 무언가가 새는 모습으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_^;;


프람 박물관 1층 벽면프람 박물관 1층 벽면     프람 박물관 1층 벽면프람 박물관 1층 벽면


 장-대한 프람 호의 여정. 북극은 몇 번이나 탐사해서 난센이 북위 86도 14분까지 갈 수 있게 한 데다가, 자그마치 아문센의 남극 정복에도 함께한 배입니다. 




프람 박물관 1층 포스터프람 박물관 1층 포스터




 먼저 본격적인 전시물이 없는 1층을 둘러보는데, 스발바르에서 프란츠 요제프 제도로 가는 프로그램의 포스터가 떡하니 붙어 있었습니다. 와... 프란츠 요제프 제도라니... 감탄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프란츠 요제프 제도(Franz Joseph Lands), 그러니까 젬랴프란차요시파는 북극해에 있는 러시아령의 무인도 군도입니다. 1865년에 노르웨이의 고래잡이들이 발견했다고 하나 공식 보고된 것은 아니고, 약간은 뜬금없지만 1873년에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탐험대에 의해 발견되었어요.







빙하와 어둠의 공포빙하와 어둠의 공포



 제가 이 제도에 대해 접하게 된 것은, 크리스토프 란스마이어의 『빙하와 어둠의 공포』라는 책을 통해서였습니다. 이 책은 예전에 프란츠 요제프 제도를 발견한 탐험대의 이야기와, 그 탐험대의 뒤를 좇다 스발바르에서 사라진 청년의 이야기, 두 이야기를 교차시키며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저는 특히나 북극해에서의 탐험대의 사투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저자는 약간은 건조하지만 아름다운 어조로 배를 죄어 오는 빙하와 무시무시한 추위, 그리고 공포와 공허함을 서술하고, 저는 이 문장들을 읽으며 극지라는 곳이 주는 어떠한 원초적인 적막함과 공허에 대한 환상을 키웠습니다.







 그런데 이 섬들에, 비록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탐험대의 경로가 아니라 프람의 경로이긴 하지만, 가 볼 수가 있다니...!








는 FAIL.



가장 싼 곳이 1인당 6,930달러, 현재 환율로 781만 7,040원. ^___^





 이건 뭐 핀란드 한 학기 생활비를 2주에 꼴아박게 되겠군요. 박물관 방문자에 한해 5% 할인해준다고 하는데, 그래도 여전히 742만 6,000원... 나중에 제가 저 비용을 부담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벌게 되었을 때, 그 때가 되면 북극해의 접근성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하며, 일단 들뜬 마음을 억누릅니다.







 프람 박물관 내에는 작은 매점이 있는데 별로 비싸지 않았습니다. 잘 안 팔려서일까요 ^_^;;



 다만 테이블은 이렇게 극지 컨셉으로 꾸며 놓았습니다. 저기 스크린에서는 극지 탐사 영상이 계속 나와요. 굉장히 컨셉에 신경을 쓴 박물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층 오른쪽, 기념품 상점 근처에 가면 아마 어린이들이 대상인 듯한 여러 체험들을 할 수 있는데요, 저는 정신연령이 초딩급이므로 역시 시도해보았습니다.



 이건 극지 반응 속도 테스트인데, 시작하면 저 하얀 버튼들 중 하나에 불이 들어오고, 그 불이 들어온 것을 눌러야 하는 겁니다. 두더지 잡기를 생각하시면 쉬울 텐데요, 다만 보시다시피 버튼들이 굉장히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어서 ^_^;; 몸의 순발력도 중요하지만 빨리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묘하게 중독성이 있어서 네댓번은 한것 같네요 ㅋㅋㅋ





 이건 극지에서 짐 끌기 체험. 왼쪽 건 가볍고 오른쪽 건 말도 안 되게 무겁습니다. 게다가 보시다 시피 사람들이 얼마나 열심히 시도했는지 바닥의 도료가 다 벗겨져 있는데, 그래서 마찰이 안 생깁니다. 족족 미끄러져서 도저히 앞으로 나갈 수가 없습니다 ㅋㅋㅋㅋㅋㅋ 그래도 갖가지 편법을 동원해서 앞으로 나아갔을 때는 쾌감이 쩝니다. 덧붙여 제가 극지에서 저런 짐을 끌고 있다면 끔살당할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인 전시를 보러 위로 올라갔는데...



☆ 한국어 지원 ☆











엄지 척





 으아니 이게 얼마만에 보는 한국어인가요... 여러 언어들이 다 지원돼도 한국어는 항상 빠져 있었는데 한국어 지원이라니ㅠㅠㅠ 너무 감동입니다. 게다가 흔히 보이는 말도 안 되는 한국어도 아니고, 번역투 느낌이 나긴 해도 정상적인 한국어 문장들입니다.



 위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벽들을 따라 여러 전시가 되어 있는데, 설명이 벽에는 영어와 노르웨이어로 써 있고, 옆의 스크린으로 다른 언어 버젼을 볼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으아아 한국어라니 갓-람 박물관 인정합니다ㅠㅠ





 그런데 저는 정작 전시와 설명 부분은 사진을 많이 안 찍은 것 같네요. 정말 재밌게 보고 읽었는데, 위치도 좀 그렇고 글 위주라서 사진 찍기 애매했던 점이 없지 않습니다. 그럼 이제 프람 호로 올라갑시다.



프람 호 갑판프람 호 갑판


 이게 그 프람 호란 말인가...? (먼산)




프람 호 갑판프람 호 갑판


 위풍당당합니다.





프람 호 갑판프람 호 갑판


 그리고 그 위에 서 있는 저는 위풍당당...이 아니라 목 앞으로 푹 숙인 거북목 크리.



프람 호 갑판에서프람 호 갑판에서


 거북목이 너무 심하게 진행되어 목의 기능이 퇴화된 저의 모습. 마치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플라잉 더치맨에 붙어버린 선원들 같네요.







프람 호 갑판에서프람 호 갑판에서


 ...헛소리는 그만하고 이제 프람 호 내부로 들어갑시다. 셀카 말고 다른 사진에는 저 문이 안 나와있네요. 무슨 이런 데서 셀카를 찍었지 ㅡㅡ 노답인 듯.



프람 호 내부프람 호 내부


 프람 호의 짬밥은 여기서 만들어졌겠죠. 


프람 호 내부프람 호 내부


 타이타닉을 생각나게 하는 엔진들.


프람 호 내부프람 호 내부


 선원실. 저기 보이는 조그마한 구획이 침상입니다. 잠을 제대로 자기나 했을까 가슴이 아프네요ㅠㅠ


프람 호 선창프람 호 선창


 ...약간 내려가면 선창을 볼 수 있는데,


프람 호 선창프람 호 선창


 어김 없이 빽빽히 들어차 있는 낙서들. 유심히 살펴봤는데도 한국어를 못 봤습니다. ^_^. 몽주니어 1패 추가하겠습니다.



프람 호 내부프람 호 내부


 그 와중에 발견한, 프람 호 제3차 탐험을 기념하는 명판. 아문센의 이름이 가장 위에 보입니다. 키야 아문센뽕에 취합니다!





프람 호 내부프람 호 내부


 축음기. 옆에 있는 건 피아노입니다.



프람 호 내부프람 호 내부


 아마 의료용 도구들. 저 거울과 핀들을 보자니, 으으... 여기서 제대로 된 마치도 없이 치과 시술을 받았을 선원들에게 애도를ㅠㅠㅠ








 프람 호를 둘러 보고 나와 다시 전시와 설명들을 보다가, 한 체험 공간을 발견했습니다. 이름하야 열파참...이 아니라 '극지 탐험 체험'!



 ...들어갑시다.





는 호러.




'극지 탐험'의 로망보다는 보단 빙하와 어둠의 공포에 중점을 둔 모습입니다 ㅋㅋㅋㅋ





 저 문? 배? 밖의 얼음들은 계속 번쩍번쩍거립니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작은 통로가 있는데...






히-익



엌ㅋㅋㅋㅋㅋ







 어차피 길이도 짧으니 잠깐 돌아보기에 손색이 없는, 매우 재미있는 체험 코너였습니다ㅋㅋㅋㅋ




 기념품점에서는 특기할만한 건 없습니다. 다만 시계가 '한정판'이래놓고 할인하고 Don't miss it! 써 놓으니까 좀 없어보일 뿐;;







 이후 저희는 버스로 세 정거장 전에 있던 바이킹 박물관에 갔습니다.


오슬로 바이킹 박물관오슬로 바이킹 박물관


 바이킹 박물관의 전경.



오슬로 바이킹 박물관오슬로 바이킹 박물관


 사실 이 박물관 자체의 문제인지 저희가 프람 박물관을 보고 와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깊은 인상은 들지 않았습니다.




오슬로 바이킹 박물관오슬로 바이킹 박물관


 이렇게 잘 보존된 롱보트와 거의 다 부서진 롱보트, 롱보트 총 세 개가 있고...


오슬로 바이킹 박물관오슬로 바이킹 박물관


 그 이외의 바이킹 유물들도 이런 홀 하나 분량. 좀 더 보존이 필요한 유물들을 위한 작은 방 하나가 따로 있습니다.


오슬로 바이킹 박물관오슬로 바이킹 박물관


 뭐 그나마 보기엔 나쁘지 않지만... 이 쯤 되면 왜 바이킹 박물관을 제목에 안 썼는지 다들 파악하시고도 남았을 듯 ^_^;;







 바이킹 박물관을 둘러 보고 나니 오후 2시. 일단 중앙역으로 돌아갑니다. 이 때 돌아간 이유는 심카드를 등록하기 위해서인데... 오늘이 일요일이라서 비록 중앙역의 Netcom 영업점은 열었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은 일을 안 해서 심카드 등록은 안 된다네요. 또 한 번 좌절을 맛본 후, 샌드위치로 점심을 떼웁니다.



 노르웨이에서 식도락은 사치입니다 ㅠㅠ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이 다음은 다시 시청 광장으로 돌아와, 계속 오슬로 앞 바다에서 보았던 아케르스후스 요새로 향합니다.




 아케르스후스 요새는 오슬로를 수비하기 위해 13세기에 만들어졌다고 해요. 주로 스웨덴과의 전투가 많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케르스후스'는 오슬로 시를 둘러싼 군(County)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 뜻밖의 루스벨트. 설명도 없습니다. 처음엔 웬 루스벨트인가 했는데, 아마 제2차 세계대전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노르웨이는 중립을 선포했음에도 나치에 점령당한 흑역사가 있었고, 결국 연합군에 의해 해방되었으니까요.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아케르스후스으로 들어가는 길. 신기하게도 이 정도 규모의 성인데, 입장료도 겁문소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노르웨이에서는 어디서나 디자인이 있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 고궁이나 성 안에 이런 작품들을 설치하면 반발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고독해 보이는 은색 남자와 고독해 보이는 저, 둘의 투샷입니다.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아까 걔 여기서 도망나온 건 아니겠죠.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총을 받들고 큰걸음으로 걸어가는 군인. 옛날 생각 나니까 그만 했으면 ^_^;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아케르스후스 성의 다른 방향 입구입니다. 주차장이 있네요.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그리고 유럽의 성이나 요새에서 항상 가장 좋은 부분인 녹지.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대포들을 보니 수오멘린나가 생각나네요. 바다가 보이는 넓은 녹지에 반해서, 여기에 꽤 눌러 앉아 있었습니다.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아케르스후스 측면 성벽.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아케르스후스에서 보는 오슬로 앞바다.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이 건물 아래에 꽤 괜찮은 풀밭이 있어서 또 오랫동안 누워 있었습니다. 햇살도 좋고... 오랫만에 정말 기분 좋게 나른한 오후. 골방에서 보내는 나른함 말고.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해안 성벽을 따라 길이 나 있습니다.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높은 곳에선 정말 높습니다. 떨어지면 끔살당할듯;;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중간에 투르쿠 때처럼 아케르스후스 내성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이미 시간도 없고 돈도 아깝기에 기념품점만 둘러보고 나가려고 합니다.




노르웨이 메테-마리트 왕세자비노르웨이 메테-마리트 왕세자비


 노르웨이의 왕세자비 메테-마리트. 사실 메테-마리트는 왕세자와 결혼 전, 마약 갱 두목과 동거해서 사생아까지 낳은 걸로 엄청 유명했었습니다. 그래서 그 사생활에 개방적인 노르딕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반대가 엄청났다고 해요. 그래서 메테-마리트가 공개적으로 '자신은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고 싶을 뿐'이라며 갱생해서 다른 사람이 될 거라고 눈물을 뿌리며 호소한 결과 국민들의 반발이 가라앉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또 긴장이 풀렸는지 태도 문제 등등 여러 구설수가 생기고 있고 왕자와의 관계도 소원해 보인다니 역시 사람은 쉽게 안 바뀌는 걸까요.





 사실 여기서 왕관을 쓰고 칼을 들고 사진을 찍은 게 있는데 빛 반대편이어서 얼굴에 그림자가 너무 드리워서 안 그래도 못난 얼굴 더 못나게 보이게 하니까 생략합니다.





 오슬로 트래블 가이드. 이 사진을 보고서야 아... 조각 공원엘 안 갔구나... 하는 생각이 났습니다. 그치만 저는 여행 마지막 날인 26일에서 오슬로에서 하루 있을 예정이니 너무 마음을 급하게 먹지 않아도 될 것...같습니다 ^_^;; 물론 이 글을 쓰고 있는 24일 현재, 저는 시험 공부를 1도 안했다는 준엄한 사실에 짓눌려 있습니다만...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이제 성에서 나가기로 하는데, 성도 참 큽니다.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레지스탕스 박물관. 저걸 보고 가고 싶었는데, 제가 부르는 걸 캐서린이 못 들었던 듯 ^_^;; 그냥 지나칩니다.






 저희는 어느덧 다시 시청 앞으로 거의 돌아왔고, 시간은 오후 4시 30분.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노벨 평화 센터로 향합니다.
















꼐속








노르웨이 여행 첫날(4): 2015년 10월 17일 토요일, 15:00




 하루 여행에 포스팅 네 개라니, 뭔가 어마어마하게 많은 느낌이네요 ㅋㅋㅋㅋ... 아무래도 동행이 있으니 사진의 볼륨이 다른 것 같습니다. 캐서린이 게을러 터진 저와는 다르게, 이곳저곳 가자고 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가 아니라 그게 맞는 듯... 도대체 섬 갈 생각을 제가 했을 리가 없습니다.






 대중교통 1일권의 자비를 느끼며 배에 오르자, 곧 배는 출항합니다.




 떠나가는 배에서 본 아케르스후스 요새.





 정말 신기한 게, 여러 곳 관광을 하며 배를 지금까지 정말 많이 탔지만 여전히 배를 타고 바닷바람을 맞을 때마다 설레는 건 변함이 없습니다. 출렁이는 물결 위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는 배라는 교통수단이 갖는 필연적 느낌일까요. 바로 앞바다를 지나는 작은 배를 타건, 탈린 갈 때처럼 어마어마하게 크고 아름다운 배를 타건, 이러한 느낌 자체에는 큰 다름이 없네요.






 멀어지는 오슬로. 



안녕ㅠㅠㅠㅠㅠ





 저와 비슷한 감성을 공유하는 것 같은 사람들이 설레어 사진을 찍으시는 듯 합니다 ^_^




 이게 오슬로 앞 바다의 지도입니다. 저번 포스트 사진에 엄청 작게 나온 지도에서 보실 분들은 보셨겠지만... 이 페리는 굉장히 여러 섬들을 경유합니다. 먼저 호베되야(Hovedøya)를 갔다가, 린되야(Lindøya) 동쪽 부두, 블레이쾨야(Bleikøya), 람베르괴야(Rambergøya)를 거쳐, 낙크홀멘(Nakkholmen)에 갔다가 린되야 서쪽 부두와 다시 호베되야를 거쳐 오슬로 부두로 돌아가는 구조...


 이해가 안 되신다면 시계 방향으로 도는데 린되야는 동쪽과 서쪽에 각가 한 번씩, 호베되야는 두 번 선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근데 사실 딱히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호베되야에서 내리신다면 돌아가는 페리를 타고 30~40분만에 돌아갈 수 있고, 다른 곳에서는 1시간을 기다려야 된다는 정도만 생각하시면 아무 문제 없죠 ^_^;




 저도 어느 섬을 찍었는지 구분이 안 가거든요. 대충 큰 섬이고 첫 사진이니 호베되야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대충 보기에는 작은 섬인데 그래도 배와 집들이 좀 있는 편이죠. 오슬로 앞바다이니 그리 놀랄 건 없지만서도 ^_^;







 배를 타고, 물살을 헤치며 흘러갑니다. 날씨도 그닥 춥지 않은데다가 북유럽의 청정한 하늘과 깊고 푸른 바다에 취해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여긴 사람이 많이 없는 섬. 아마 가장 남쪽에 있는 람베르괴야를 지나면서 찍었던 것 같아요. 


 동쪽 섬 블레이쾨야를 못 찍었는데, 블레이쾨야에 배가 접안했을 때 내리고 오르는 사람도 너무 없고 집도 하나도 안 보여서 레알 역대급 황-량한 청정구역인 것 같았습니다만 뭔가 재미도 없을 것 같아서 그곳은 지나쳤었는데, 구글 맵으로 보니 부두 반대편에 집들이 몰려 있더군요. 신기... 오슬로가 그렇게 싫었던 것인가.





 마지막으로 찾은 낙크홀멘. 뭔가 더 기다리면 이제 봤던 섬이고, 한 군데에서도 안 내리기도 조금 뭐하고, ......




















안되겠소, 내립시다!











 그리하여 내렸습니다. ^_^;;









 아 머리 맘에 안 든다. 미용사 고소하고 싶다. ㅠㅠ







 그리하여 선착장 옆에서 발견한, 현지 어선이 정착하는 부두 같은 곳에서, 저는 온갖 회한과 기쁨, 그리고 머리에 대한 분노를 담아 바다 너머를 응시합니다.



평화-롭다




 페리마저 떠나가버린 섬의 선착장, 바로 바다 건너에 있는 오슬로의 번화함을 우습게 여기는 듯이 섬은 너무나도 평화로워서, 저는 넋을 잠시 잃고 부두에 한참을 앉아 있었습니다. 물론 아주 한참은 아니구요. 사진을 돌아가면서 찍어 주어야 했으니까 ^_^;;




 부두를 뒤로 하고 섬을 걸어 올라가니, 더욱더 전원적인 풍경들이 펼쳐집니다.




 섬에 유일해 보이는 운동장. 바로 옆에 있는 건물은 섬의 유일한 상점입니다. 



 운동장 너머로 펼쳐진 것은 평화-로운 바다.




 섬 주민 몇 명이 상점 옆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것을 보면서, 저희는 섬을 걸었습니다. 처음에는 집 사이들을 걸었는데, 왜인지는 몰라도 사진이 남아있지가 않네요. 아무래도 너무 좋아서 사진을 못 찍었나 봅니다 ^_^;; 그래서 해안을 걸으면서 사진을 몇 장 박았습니다.





 왜 제 사진이 없냐면, 머리가 마음에 안 들어서입니다.













 ...곧 돌아갈 때가 되어 섬을 가로질러 선착장으로 가다가 섬 사이에 있는 작은 만에 다다랐는데, 조금씩 지는 해와 맞물려 너무 멋졌습니다.




 오슬로와 가까워 그렇게 불편해 보이지 않으면서도, 완벽한 고요함과 평안함. 정말이지 살고 싶은 곳으로 전혀 손색이 없어 보였습니다ㅠㅠ





 으아아 낙크홀멘 ㅠ_ㅠ 정말 잃기 싫었던 평화를 뒤로 하고, 저희는 다시 육지로 돌아옵니다.










 선착장 바로 옆에 있는 노벨 평화 센터. 다른 노벨상과는 다르게 노벨 평화상만은 노르웨이에서 수상자를 선정하고, 시상하는데요. 오늘은 시간이 벌써 오후 5시를 넘어 찾아가지 않기로 합니다.





 대신 저희가 찾아가기로 한 곳은 오페라 하우스. 중앙 역에 가깝고, 굳이 안을 안 들어가도 바깥 외관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페라 하우스 근처에 내렸는데 미친 오슬로 그냥 오피스 빌딩들도 석양 받으니까 너무 멋있어서 찍었습니다ㅠㅠㅠㅠㅠㅠ 


 저 하얀색 건물에 삼각형모양 창문이 뚫려 있는 건물은 회계법인 딜로이트(Deloitte)의 건물이에요. 과연 저의 옛 후임 염 모씨는 회계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을런지...




 그리고 고개를 돌리니 보이는 오페라 하우스!



 사실 여기서 봤을 땐 이게 뭐가 멋지고 뭐가 관광 명소인 지 몰랐는데요.








관광명소 ㅇㅈ합니다.

















 자그마치 천장이 사면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사면을 따라 옥상까지도 걸어 올라갈 수 있는 구조. 게다가 오슬로 시 구역과의 사이에 작은 물길이 흐르는 데다, 저 옥상 사면은 바다까지 이어져 마치 섬과 같은 느낌을 주는 간지포풍 오페라 하우스.












무슨 마약하시길래 이런 생각을...?










 정말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처럼 대충 아무 각도에서나 봐도 헉...하는 건축물은 아닐지라도, 북유럽의 간결하고 세련된 미와 바다와의 조화까지 갖춘 건축물임에 틀림없다고 문외한 입장에서 주제넘게 결론내리면서 감탄해 봅니다 ;;





 오페라 하우스 내부도 참 멋집니다만 오페라를 볼 것도 아니고 벌써부터 발이 근질근질.







 사면을 오릅시다.




 사실 이놈의 사면이 안전하다기엔 조금 가파릅니다. 그래서 보시다시피 왼쪽엔 계단이 있어요. 사면 오르는 게 느낌이 너무 좋아서 저의 다 떨어진 뉴발 운동화로 막 뛰다가, 중간에 살짝 서리가 낀 부분이 있어 갑자기 미끌미끌해져서 등골이 서늘했던 기억이 나네요 ^_^;; 여기서 미끄러져서 떨어지면 어떤 기분일 지 상상도 안 갑니다.



 옥상에 도착해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찍은 사면. 그렇습니다 아래는 대충 저렇게 생겼습니다.






 ...죽을려고 환장했나. 사실 충분히 할 만한 포즈이지만 잠깐 전 서리를 밟고 등골이 서늘해졌던 저는 걍 본능적으로 닥치고 몸을 사립니다.







 대신, 일몰을 눈에 담았습니다. 오슬로의 일몰을요.






 아래는 파노라마입니다. 옆으로 보세요.





 일몰은 항상 자연이 선물한 최고의 장관 중 하나이지만, 오페라 하우스의 옥상에서 감상하는 일몰은 조금 남다르네요. 산에 올라온 것도 아닌데, 괜히 그런 것처럼, 이 일몰이 그냥 생각 없이 살다가 주어진 일몰이 아니고 내가 올라와 얻어낸 일몰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투입한 노력으로 생각하면 웃기긴 하지만, 그런 느낌까지 줄 수 있는게 이 오페라 하우스의 건축이겠죠.









 심심해서 아래를 내려다 봐봅니다. 저 돌바닥에 떨어지면 즉사 예상합니다 ^_^; 그리고 올라간 사면의 반대쪽으로 내려옵니다. 반대쪽엔 계단이 없어서, 여전히 사면을 타고 내려오는데 아무래도 내려오면서 아래를 보다 보니 아주 약간 무서웠네요.





 오페라 하우스를 끝으로, 오늘의 관광은 막을 내립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났던 걸 생각하면, 참으로 긴 하루였네요. 그 하루 동안 조금은 피곤하고 말수도 적고 머리도 망했고 셀카도 적게 찍었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하루였습니다.





 저녁은 중앙역에서 버거킹으로... 아무래도 비싼 동네를 여행할 때 밥은 간단하게 떼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_^;; 보는 건 어디건 공짜지만 먹는 건 가격 차이가 크니까요... 이 날은 점심, 저녁 모두 버거킹. 9월 27일에 간 포르보 여행에서도 점심, 저녁 모두 버거킹. 인간의 물가 공포는 끝이 없고 같은 버거킹을 반복한다.









 버스를 타고 숙소 근처에 내려 마트를 들렀습니다. 쌀은... 아까 보신 것처럼 ^_^;; 당연히 싸 왔는데, 쌀과 같이 먹을 음식이 없으니까요. 물론 전 저번에 파티 때 사고 안 먹은 김이 남아 있길래 그것까지 싸왔습니다만...




 그러다 문득 발견한 코카 콜라 라이프. 코카 콜라 바닐라 맛은 핀란드에서 보고 놀랐었는데 라이프는 처음 보네요. 저칼로리 컨셉인 것 같은데, 참 모르긴 몰라도 저 꾸므레한 초록색을 보니까 식욕이 확 떨어지는 걸 보니 다이어트는 제대로 될 듯;;







 마트에서 발견한 '스시'...! 영락없는 김밥인데 스시라고 되어 있습니다! 으으. 물론 일본에서도 김밥을 먹긴 하지만 재료가 저렇게 많이 들어간 비쥬얼은 영락없이 한국 김밥인 것 같은데ㅠㅠ 뭐 비슷한 음식이 여러 나라에 걸쳐 있으면, 더 잘 알려진 나라의 음식으로 알려지는 게 씁쓸하지만 가능성이 높겟죠. 그래도 '스시'라니 뭔가 기분이 영 찝찝하네요 ^_^;;




 결국 그래도 노르웨이답게, 내일은 밥과 함께 연어를 먹기로 합니다.






 집에 돌아가니 낮에 봤던 표트르 말고도 지나가 와 있어서 간단하게 인사를 합니다. 자그마치 미성년자일 때 자기 동네에 놀러 온 외국인과 사기기로 했다는 당찬 호스트의 실제 모습에 놀라면서^_^;; 저는 이 블로그에 포스트를 참으로 집중하여 유례 없이 열심히 쓰다가 잠에 듭니다...











꼐속









노르웨이 여행 첫날(3): 2015년 10월 17일 토요일, 13:00





 31번 버스를 타고 중앙역을 지나 내려오니, 시청 광장에 도달했습니다.




 부두 방향을 바라보고 한 컷.







그리고 시청!



 뭔가 오슬로의 시청은 세련된 직선미의 북유럽... 그런 느낌이랑은 다르게 단순한 건물에 여러 장식들을 붙여 놓은 느낌입니다. 사실 시청을 보기만 하고 들어가 보진 않아서 자세한 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_^;; 부두 앞 돌아다닐 때 눈 휴식용으로 굉장히 열심히 썼던 것 같네요.






 그리고 오슬로 부두입니다. 배들이 늘어서 있는데요. 저희가 여기 온 이유는 프람 박물관으로 가는 페리를 타기 위해서입니다. 여러 웹사이트에서 프람 박물관을 노르웨이 최고의 박물관으로 소개하고 있어서, 한번 어떤 지 가 보고 싶었는데...



엥!? 프람 가는 페리 그거 완전 여름 전용 아니냐?








 맞습니다. 완전 여름 전용입니다. 가을 노르웨이 여행에서 가장 안 좋은 점은 정말 많은 노르웨이 여행 상품이 여름 전용이라는 것. 굳이 오슬로 뿐만 아니라 노르웨이 전역에서 시간표, 입장 시간, 영업 시간, 노선 등이 여름 시즌과 비수기에 다릅니다. 솔직히 10월이라곤 해도 그닥 얼어붙는 것도 아닌데 왜 죄다 비수기 취급인 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습니다.








 사실 프람 박물관은 섬에 있는 게 아니고 일종의 반도에 있어서, 버스를 타면 갈 수 있긴 한데... 이미 시간이 좀 된 마당에 버스를 타고 빙빙 돌아가기도 뭐하고, 가 봤자 30분도 못 볼 것 같고 해서 그냥 포기하고, 다른 곳을 가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잠깐 시간표를 보니, 섬에 가는 페리가 있습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_^;




 




 오슬로 앞에는 섬이 여럿 있는데, 그 곳들을 도는 페리입니다. 보시다시피 한 노선이 모든 섬들을 잇는 식이에요. 사실 오슬로 앞바다에 섬이... 당연히 있겠지만, 사람이 살고 페리가 다니는 큰 섬들이 있는 줄은 여기 와서 처음 알았습니다. 어헣. 




















게다가 페리는 오슬로 교통 1일권이 있으면 공짜...!









이렇게 된 이상 섬으로 간다!!














 그런데 페리가 1시간에 1대씩 있으므로, 일단 섬은 두 시간 쯤 뒤에 가기로 하고 현대 미술 박물관을 갔다오기로 합니다.





 그리고 사진 스팟을 발견했는데 너무 좋았던 나머지 역광에서라도 어떻게 해볼까 하다가... 실루엣을 찍어 보기로 합니다. 암요.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이죠.





 근데 정작 뭔가 실루엣도 아니고 사진도 아니고 어정-쩡한 결과물이 ^_^;; 그래도 첫번째 건 꽤 마음에 드네요.






 그리고 노르웨이의 햇살을 받고 급 피곤해진 우리.



 ...이 떄는 이 햇살이 영원할 줄 알았건만.



 급 아이스크림을 먹기로 합니다.




 기억으로는 더럽게 비쌌던 것 같은데 가격이 생각 안 나니 기분이 좋아지네요. 여러분도 노르웨이 물가 생각하지 마시고 그냥 맛있는 거 먹는구나 하고 보세요 ^_^





그리고 보다 보니, 이 부두가 사진 찍기에 좋았더라.






오슬로의_고독한_가을남자.jpg




...











이 보트는 이제 제 겁니다.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겁니다.








 ...사실 휴양지 같은 느긋한 분위기를 내려 했는데 영 GTA가... 지금 보니 저 코트 때문인 것 같네요. 저 코트는 제가 친구 집에 찾아갔을 때 친구 어머니께서 친구가 코트를 사 놨는데 안 입는다고 속상하다고 하시면서 저한테 주신 겁니다. 그런데 저 코트 안 입던 친구는 행시합ㅋ격ㅋ... 그렇습니다 역시 그는 현명한 자였습니다...




현대 미술 박물관 가는 길에 있는 자그마한 운하. 살짝 베니스 느낌도 납니다.  ( ͡° ͜ʖ ͡°)






 현대 미술 박물관 전경.






건물이 운하를 중심으로 둘러 나뉘어 있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둘 다 현대 미술 박물관이고, 각자 다른 전시가 진행중이에요.





 운하에서 한 컷. 캐서린 빼고 싶었는데 캐서린 나온 사진밖에 없음 ㅂㄷㅂㄷ...




 오른쪽 건물에선 데미안 허스트의 전시가 진행중입니다. 개인적인 이유로 관심이 약간 있는 작가입니다.




 왼쪽 건물에서는 "굿 모닝 아메리카"라는 전시가.




...그치만 일단 전시는 뒤로 하고 저희는 건물을 지납니다.




 현대 미술 박물관은 도시에서 꽤 돌출한 곳에 튀어 나와 있고, 바다에 바로 접해 있어요. 그러니까 여기서 저희가 떠나 온 부두도, 건너편 아르케수스 요새도, 저희가 가지 못한 프람 박물관도 모두 볼 수 있는 그런 위치입니다. 정말 좋았어요.




 바로 모래사장 옆에 있는 박물관에 너무 감격한 나머지 만세를 부르고 있는 저.





 현대 미술 박물관 바로 옆의 해변입니다. 한국에서도 인천이나 부산에서 바다 바로 옆의 박물관을 시도해 보면 어떨까 싶기도 한데, 또 조수간만의 차이가 큰 한국 서-남해안 특성상 힘들 것 같기도 하네요 ^_^;;





 사진 왼쪽 끝에는 오슬로 시청이, 중간부터는 아케르스후스 요새가.





 박물관 반대편으로 가면 당연히 프람 박물관이 있는 해안이 보일 텐데, 그렇게 보면 못 간 게 너무 슬퍼질 것 같아서(사실은 귀찮아서) 안 갔습니다. 그냥 이쪽 편에서 이어져 있는 방파제와 건물이 좋아서 찍었는데 왜 찍은 사진에 캐서린 나온 것밖에 없는지 ㅂㄷㅂㄷ... 정말 사진 노예로 열심히 일했구나 나.





 박물관 뒷편엔 또 여러 조각들이 있습니다. 몇몇 사진을 찍었는데... 그렇게 만족스럽진 않네요. 아무래도 이 날 엄청 피곤했나 봅니다 ㅠㅠ



     


 이제 돌아가는 길. 왼쪽의 뾰족한 구조물은 왠지 모르게 이 박물관의 상징 같던데, 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_^;; 정말 관광 대충한 것 티 나네요. 오른쪽은 벽에 붙어 있는 사람 모양의 동상이 인상적이라 찍었습니다. 데미안 허스트 전시는... 아 뭐 어디선가 또 보겠지 뭐...




 그리고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게속 '현대 미술관'이 아니라 일관되게 '현대 미술 박물관'이라 칭했네요. 노르웨이어 명칭에 Museet이 들어가서 계속 그렇게 생각해서 한국어로 쓰인 블로그에도 반영되었나 봅니다. 또 이제 와서 현대 미술관이라 쓰자니 어색하고 걍 냅둬야겠습니다. ^_^





 그리고 오슬로 앞 바다의 섬들로 가기 위해 다시 부두로.








 그리고 마침내 자비로운 오슬로 교통 24시간권의 무한한 은혜를 느끼며, 저와 캐서린은 페리에 오릅니다.















꼐속







노르웨이 여행 첫날(2): 2015년 10월 17일 토요일, 09:00




노르웨이 여행 지도, 10/17노르웨이 여행 지도, 10/17




 저번 화에서 보셨다시피 드디어 노르웨이의 오슬로 공항에 내리긴 했는데... 했는데... 시각도 오전 8시고, 사전 조사를 하나도 안 해서 뭘 해야 할 지를 몰라 먼저 공항의 인포메이션 센터에 물어봤습니다. 오슬로로 가려면 버스나 기차를 타야 하고, 대중교통은 1일권을 구입해서 사용하면 싸다고 해서 그냥 대충 그렇게 하기로 했는데, 나중에 보니 이놈의 인포메이션 센터 굉장히 부실했습니다... ㅠㅠ



오슬로 대중교통 1일권오슬로 대중교통 1일권


 예를 들어 이 오슬로 내에서만 사용가능한 1일 교통카드는 90크로네입니다. 그런데 인포메이션 센터에서는 이 교통카드가 있으면 오슬로까지 가는 열차(Flytoget)의 할인을 받아서 60크로네만 내면 된다고 했는데, 












(...)



...는 개뿔, 조금만 들어가서 열차 담당자한테 물어보면 학생 할인만 있고, 학생 할인받으면 90크로네를 내야 한다고 말해줍니다. 인포메이션 센터 얘기를 하니까 무슨 헛소리냐고ㅠㅠ 여전히 버스는 110크로나였기 때문에 기차가 낫긴 한데, 웬지 버스 가격도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잘못 가르쳐줬을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갑자기...





※ 10월 19일 기준, 1유로 = 9.22 노르웨이 크로네, 1 노르웨이 크로네 = 139.3원입니다.







 열차 타러 가는 길에 예기치 않게 만난 앙증맞은 모형 비행기.







 오슬로로 갑시다. 옆에 일반 열차도 이용할 수 있는데, 학생 할인도 되겠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하니 그냥 공항철도를 이용합시다ㅠㅠ.



 환전소도 9시부터고, 뭐 어물쩡하다가 9시가 넘어서야 표를 뽑았네요. 내가 여기 온 게 몇 신데... 부들부들.






 그리고 열차를 탑니다.





 시설이 좋습니다. 역시 우와 석유의 힘 하면서 감탄합니다.






 그리고 쾌적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엥?



 오슬로 중앙역에 순식간에 도착합니다. 공항에서 단 19분 걸린다네요. 너무 빨리 도착해서 뭔가 매우 쾌적했던 의자 등받이가 그리워짐 ㅠㅠㅠ






 보시다시피 저는 코트를 입고 있고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열차에 한국어로 인사말이 적혀 있어서 반가워서 찍었어요. 다만 인사말은 이 열차의 출입문들에 어림잡아 40개언어로 적혀 있는 듯 ^_^;;









 그리고... 오슬로, 추웠습니다. 아니 분명히 일기예보 어플에 의하면 헬싱키보다 따뜻했는데... 생각하다가, 문득 일기예보 어플이 노르웨이 기상청 것이었다는 것을 떠올립니다. 아아. 관광객 좀 끌어모으려고 양심을 팔아넘긴건가... ㅠㅠ








 도착 인증샷.






 프롤로그에서 설명이 부족했는데, 캐서린은 그냥 교환학생 같은 튜터 그룹 친구일 뿐이고 전혀 아무런 사이도 아닙니다.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그렇고 그런 사이도 아님★. 다만 제가 노르웨이에 간다고 햇는데 본인도 노르웨이 가기로 했다고, 처음 몇일 간 동행하자고 해서 동행하는 그런 매우 평범한 사이입니다 .^___^;






 물론 동양남보다는 슬라브 미녀가 있으면 사람들의 호감도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게 함정. ^_^;














 사실 오슬로 중앙역에서 호스트들에게 먼저 연락하고 가려고 했는데, 문제가




 1. 제가 한국 유심으로 심카드를 다시 바꿔서 연락하려 했는데, 왜인지 몰라도 문자가 안 보내졌습니다 ㅡㅡ


 도대체 진짜 왜인지 모를 이유인게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되거든요. 진짜 엄청 답답하고 당혹했습니다.








 2. 그래서 노르웨이 심카드를 샀는데, 이번엔 인증이 안 됩니다.


 도대체 진짜 왜인지 모를 이유인게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되거든요. 진짜 엄청 답답하고 당혹했습니다. 사실 세븐일레븐에서 "두유해브심카드?"라고 물어봤을 때 "노"했는데 바로 옆에 심카드가 있었을 때부터, 이상함을 눈치챘어야 했는지도 모르겠네요...


 분명히 영어로 설명이 쓰여 있는 걸 보고 샀는데, 인증이 안 됩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노르웨이어 부분엔 뭔가 설명이 길어 고객센터에 전화했더니, 영어를 잘 못 하시는 아주머니께서 받아서 쏼라쏼라하는데 대충 노르웨이 Social Security Number가 있어야 심카드를 인증할 수 있는 것 같더라구요. 심카드는 29크로네라서 그렇게 아깝다는 느낌은 안 들었지만, 그냥 날린 시간이 아깝고 어떻게 호스트들에게 연락하나 전전긍긍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외국인이 심카드를 사용하려면 통신사 영업점에 찾아가서 신청해야 합니다. 영업점은 중앙역에 있는데 토요일엔 심카드 신청은 안 되어요. 저는 바쁘게 돌아다니다 보니 신청을 결국 못 했고, 삼일 째 스타방에르 갈 때 결국 참극이... )








 3. 그래서 캐서린이 핀란드 유심으로 연락하니까 연락됨


 ㅁㅊㄷ ㅁㅊㅇ


 허-무하다











 그냥 나도 핀란드 유심이나 계속 쓸 걸 뭐하러 유심 갈아낀건지 참으로 부들부들...










 게다가 노르웨이는 관광 스팟에는 웬만하면 와이파이가 다 되어서, 사실 저는 데이터의 필요를 크게 못 느꼈습니다. 결국 저는 이 유심을 갖고 다니다가 베르겐에서 걍 아몰랑 귀찮아 하며 버리게 됩니다 ^_^;;





 이런 수많은 삽질을 하였고, 일단 힘드니 배부터 채웁시다. 중앙역 버거킹에서는 더블치즈버거와 치킨버거를 29크로네에 단품으로 팔고 있었습니다. 미친 노르웨이 물가를 생각하면 어마어마하게 싼 물가죠. 뭐 햄버거 양이 창렬이긴 한데... 그래도 감사하게 먹었습니다.





마침내, 10시가 넘어서야 처음으로 보게 된 오슬로!








건물들이 참 북유럽-북유럽 하면서도, 핀란드보다 더 세련된 느낌입니다.









 버스엔 비싸보이는 스크린까지 달려있어요. 역시 석유파워 ㄷㄷㄷ




 인상적인 건 버스 하나하나가 굉장히 깁니다. 거의 대부분의 버스가 굴절버스였던 느낌. 저희가 관광객이라 주요 라인만 타서 그랬던 것일 지도 모르겠지만요.







 사실 카우치서핑을 계속 시도하다가 너무 늦게 시작해서인지 잘 안 되어서, 급하게 에어비앤비를 잡은 거라 숙소가 좀 멀어 걱정했는데, 굉장히 자주 오는 버스로 20분에 버스정류장 내리면 바로 숙소가 있어서 굉장히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게다가 노르웨이 물가를 생각하면 저렴한 가격인 40유로+수수료 6유로 해서 46유로였으니까요. 익스피디아에 숙소 찾아봤는데 늦어서 그런지 최소 10만원 가량부터 시작하더라구요.





 문 앞에서 다시 전화하니 전화를 받습니다. 그래서 안으로 들어왔는데, 굉장히 호감가고 착하게 생긴 젊은 백인 남성이 맞이해줘서 굉장한 안도감이 ...!








 호스트는 Piotr와 Gina, 결혼은 안 했는데 동거하는 커플인 것 같았어요. 신기한 게 표트르는 폴란드 출신이고, 지나는 헝가리 출신인데 7살 때 노르웨이로 왔다고. 더욱 비범한 것은 표트르는 지나가 미성년자일 때 사귀기로 했고 지나는 미성년자일 때 표트르를 보러 폴란드에 찾아가고 했다는 점입니다. 유럽의 기상인가... 


 

 표트르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하고 있고, 지나는 노인 요양 센터같은 곳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어요. 이 때는 지나는 일을 하러 나간 상태라, 표트르 혼자 저희를 맞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오자 마자 차 따라 주고, 유심 카드 문제 있다고 하니까 바로 고객센터에 전화 걸어서 얘기해 주고, 정말 모든 면에서 친절해서 너무나 감동ㅠㅠ




 환대에 몸둘 바를 모르는 캐서린.







 그런데 저의 삽질은 노르웨이에서도 계속됩니다.








...엥!? 뭔가 잘못된 것 아니냐?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쌀잌ㅋㅋㅋㅋㅋ쌀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참 어이가 없어서.






 그러니까 저는 노르웨이의 물가에 지레 겁을 먹고, 최대한 밥을 지어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통에 쌀을 담아 왔습니다. 문제는 이게 락앤락 뭐 그런 게 아니라 되게 약한 통이었다는 것. 캐리어에 넣고 좀 흔들리니까 뚜껑이 열려버려서, 제 캐리어 전체에 쌀의 홍수가 ^_^;;





 주워 담으려다 보니 바닥에 떨어지고, 점점 노답이 되어가다가,,, 그냥 모든 물건을 다 들어내고 캐리어 바닥에 쌓인 쌀을 모아 담기로 합니다. 참 신기하게도 헤어드라이어에 쌀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갔어요 ...ㅋㅋㅋㅋㅋ



 그런데 예전에 문제는 캐리어 제습제가 터진 적이 있는데 그 잔여물이 캐리어에 남아있었습니다. 그러니까 DO NOT EAT 적힌 그 물건들이랑 쌀들이랑 섞여버린 것입니다 ^_^;; 다행히 제습제는 주황색이라 구분은 가능했지만, 쌀이나 제습제나 너무 작아서... 최대한 구분하긴 했는데 나도 모르게 몇 알 들어갔을수도 ㅠㅠ 뭐 한두 알 먹는다고 안 죽겠죠...?










 아무튼 이렇게 핀란드에서 출발 전에 한 삽질에 이어, 노르웨이에서도 장대한 삽질로 첫 날을 시작한 저는, 쌀을 정리하고 1시 가까이 되어 숙소를 나서, 드디어 오슬로 거리를 걷기 시작합니다.









꼐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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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여행 첫날(1): 2015년 10월 17일 토요일, 04:00








 ...그렇습니다.






 모든 문제는, 이 세가지 이유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 비행기 출발시각이 아침 7시 15분인 것



그리하여, 안전하게 아무리 늦어도 5시 30분까진 공항에 도착해야 했습니다.








2. 어제 핀란드인 튜터 베이코의 생일파티가 있었다는 것.









제가 일기를 하도 밀려서 지금 당장은 안 썼지만 말입니다...

어제는 베이코의 생일파티였고, 당연히 갔고, 그래서 (보시다시피) 미친듯이 놀고 마셨을 뿐이고...














3. 마지막으로, 오늘이 토요일이었다는 것.



그리하여, 공항으로 가는 첫 전철이 늦게 출발한다는 것...

즉, 그걸 타면 6시 22분에야 공항에 닿는다는 것...











 이 세 요소의 환상의 콜라보레이션. 트리니티. 삼위일체.





 누가 예상이나 했겠습니까. 젠장ㅠㅠ




















 저는 정말 늦을까봐 겁이 나서, 어찌저찌하다가 노르웨이에서 첫 4일간 동행하기로 한 캐서린의 플랫에 가서, 짐을 다 미리 갖다 놓고, 또 못 일어날까봐 공용 구역에 있는 탁자에서, 딱 세 시간 잠을 청하고 일어났던 것입니다. 


 7시 15분 비행기니, 5시 45분까지 닿는다 치고, 카넬마키에서 5시 15분까지만 출발하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으로요.








 그치만 캐서린이 일어나서 샤워를 하는 도중에 발견한 위의 스크린샷.



 

그러니까 첫차가 5시 56분이라는 것.












공항에 빨리 가 닿는, 그런 기차 따위는 있을 수가 없다는 것.
















 그리하여 저는 딜레마 아니... 트릴레마에 빠집니다.








 1. 걍 늦던 말던 기다리고 기차 탄 다음에 공항에서 미친듯이 뛰어 볼 것인가?











 2. 아니면 얼마인 지도 모르겠지만 비싼 걸 감수하고 택시를 탈 것인가?












 3. 그도 아니라면, 1.2km을 십사 분에, 

새벽 네 시에 모르는 길을 캐리어를 끌고 뛰어 볼 것인가?


























결론은 삼 번.









 그렇습니다. 샤워를 하고 나온 캐서린을 기다린 것은 저의 '지금 안 뛰면 늦는데 뛸까 말까'라는 저의 말이었습니다. 매우 단시간에 뛸 것을 결정한 저희는, 정말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합니다.







 원래 저는 당연히 배낭여행에서 배낭 하나만 메고 다니는 걸 선호하지만, 이번 핀란드 교환학생은 잘 아시다시피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생각 없이 오는 바람에 ^_^ 노르웨이에 10일간 갈 예정이라, 그 짐은 캐리어를 써야 할 수준이었고, 캐리어에 담으면 항상 그렇게 되는게 담다 보면 공간이 남고 그냥 꽉꽉 채우고 싶어지고... 덕분에 무거운 캐리어 질질 끌고, 아스팔트길, 돌길, 숲길 등을 새벽에 가로지릅니다.



























진짜 뜬금 없이 숲이 튀어나왔을 땐 나 참 어이가 없어서...




RUN!! FOREST!!! RUN!!!!!







 진짜 말 그대로 런 포레스트 런 ㅋㅋㅋㅋㅋ 정신줄 놓고 저딴 말 외쳐가며 뛰었습니다 ㅋㅋㅋㅋㅋ







 ...진짜 내 여행은 왜 항상 이러지. ㅠㅠ




 아이슬란드에서 새벽에 뜬금없이 걷게 되었을 때는 가면서 사진을 좀 찍었는데, 이번엔 진짜 너무나 급박해서 사진따위는 찍을 겨를이 없었습니다. 이 캡쳐를 할 때도 캡쳐 따위 하느라 속도가 늦어져서 늦으면 어떡하나 걱정할 정도였으니까요ㅠㅠ 절반 쯤 온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아아 정말 비행기가 뭐라고... 노르웨이가 뭐라고........... ㅠㅠ









 정말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숨이 너무 차올라서, 아 이거 그냥 놓치고 택시 탈까 하는 생각이 굴뚝같이 생겨났습니다. 게다가 만약 시간에 아슬아슬하게 맞춰 가더라도 변수로 인해 혹시 버스가 먼저 지나가버린다면, 모든 수고가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거니까요. 






 







그러나 결국 미친듯한 뜀박질 끝에, 4시 47분에 목표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모습입니다.






감동 ㅠㅠ







 보시면 4시 50분 다음 버스가 6시 25분. 그러니까 4시 50분 버스는 진짜 이른 새벽에 일 있는 사람들을 위해 긴급히 딱 한 대만 운영하는 버스였던 것 같습니다. 이걸 놓쳤으면 택시로 바가지를 뭉텅 쓰는 수 이외에는 정말 꿈도 희망도 없는 상황에서, 버스가 도착하고... 정말 감격 그자체였습니다 ㅠㅠ









 공항에 도착하니 기진맥진. 셀프체크인을 하는데 저가항공에 수화물 추가 과금으로 유명한 노르웨이 항공(Norwegian Air, 노르위전 항공), 을 타는데도 짐을 두 개까지나 무료로 실어주네요. 처음엔 설마 노르웨이 항공이...?라는 생각으로 짐 두개라는 건 화물 하나 백팩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화물 둘이었습니다. 내가 좋은 조건으로 산 건지 아니면 뭐 바가지를 쓴 건지 모르겠다... 생각할 힘도 없다 ㅠㅠ 하나는 기념품으로 챙겼습니다.





 오슬로 가는 줄. 줄이 어마어마하게 깁니다. 아무튼 줄을 다 지나서 드러갑니다. 캐서린이 몇 개 인스펙션에 걸렸는데 뭐 별 일은 없었고, 시간 좀 걸리고 끝났습니다.












 그리고 면세점을 이용하는 이유.



 핀란디아 보드카 ^_^



 예전엔 이런 거 없었던 것 같아서 긴가민가...한데 EU 내 항공편과 EU 외 항공편의 가격이 다릅니다. EU 내는 솔직히 헬싱키 시내에서 사는 것과 별 차이 없는 수준입니다. 으아니...!? 노르웨이도 EU는 아니지만 솅겐조약 가맹국이라 혹시나...했는데 뭐 역시나, 노르웨이는 EU 외랍니다. ^_^




 따라서 저는 16.95유로에 노르딕 베리향 핀란디아 1L 겟...! 와아 핀란드 술 물가 생각하면 더더욱 감격적인 득템입니다.




 ...위에서 본 긴 줄의 사람들은 모두 여기 있습니다. 꽉-꽉 찼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이륙.



 헬싱키 빠이염ㅠㅠㅠㅠ 그리고 나의 의식도 빠이염ㅠㅠ 잠에 잘 못 드는 성격이지만, 어찌 됐든 목베개를 하고 최대한 등을 기댔고 이 이후는 생각이 안 나네요. 어제의 파티, 두 시간의 잠, 그리고 새벽의 달리기. 여러 고통을 당한 저의 육신은, 잠을 잤나 안 잤나 확실치는 않은데 아무튼 쉬었습니다. 잘 쉬었습니다.









오슬로 도착.







 처음에 사람도 엄청 많고 통로도 하나 뿐이라 어느 세월에 내리나 했는데, 비행기 뒷문을 열어주네요ㅋㅋㅋㅋㅋ 공항에서 그냥 맨 땅에 내려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횡단보도를 따라가면 올라가는 계단이 있습니다.






 그런데 오슬로, 쌀쌀합니다. 티셔츠, 셔츠, 스웨터, 재킷, 코트까지 입고 왔는데 춥다니... 분명히 일기예보를 봤을 때 그렇게 춥지 않았는데... 생각하다가, 제가 쓰는 일기예보 어플이 노르웨이 기상청에서 만들었다는 데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설마 노르웨이에서 관광객들을 끌여들이기 위해 일기예보를 주작한 것일까요...?









 뭐 사실 노르웨이 자체가 날씨가 안정적인 나라는 아니니까 이해는 해야지요. 한국 기상청에서도 자주 틀리는데... 그치만 찜찜한 건 어쩔 수 음슴 ^_^;; 낮부턴 다시 꽤 따뜻해졌습니다.






 자비로운 노르웨이도 입국면세점을 운영 중이지만, 면세 받아도 비쌀 뿐더러 피곤하고 정신도 없어서, 저는 면세점은 그냥 지나쳤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저는, 노르웨이 땅에 발을 딛었습니다.









노르웨이 여행 지도, 10/17노르웨이 여행 지도, 10/17





오슬로에 도착했지만, 첫 날부터 삽질의 연속이었던 저의 여행.


















...도대체 저는 앞으로는 얼마나 더 큰 삽질을 하게 될까요? ㅠㅠ











 ...아이슬란드 여행기 때와 다르게, 이번엔 쓰면서 저도 모릅니다. 지금 여행 중이거든요 ^_^;; 백퍼 밀리겠지만, 그래도 여행 중에 절반 정도는 여행기를 끝내는 게 목표입니다. 교환학생 일기도 쓰고, 28일날로 예정된 시험 공부도 하면서요. 가능할까... 모르겠지만, 일단 시작이 반이니까 저는 52%정도 완료한 셈이네요. 어헣어헣. 아무튼 저는 공항을 나서서 오슬로로 향하게 되는데...











꼐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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