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여행 첫날(4): 2015년 10월 17일 토요일, 15:00




 하루 여행에 포스팅 네 개라니, 뭔가 어마어마하게 많은 느낌이네요 ㅋㅋㅋㅋ... 아무래도 동행이 있으니 사진의 볼륨이 다른 것 같습니다. 캐서린이 게을러 터진 저와는 다르게, 이곳저곳 가자고 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가 아니라 그게 맞는 듯... 도대체 섬 갈 생각을 제가 했을 리가 없습니다.






 대중교통 1일권의 자비를 느끼며 배에 오르자, 곧 배는 출항합니다.




 떠나가는 배에서 본 아케르스후스 요새.





 정말 신기한 게, 여러 곳 관광을 하며 배를 지금까지 정말 많이 탔지만 여전히 배를 타고 바닷바람을 맞을 때마다 설레는 건 변함이 없습니다. 출렁이는 물결 위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는 배라는 교통수단이 갖는 필연적 느낌일까요. 바로 앞바다를 지나는 작은 배를 타건, 탈린 갈 때처럼 어마어마하게 크고 아름다운 배를 타건, 이러한 느낌 자체에는 큰 다름이 없네요.






 멀어지는 오슬로. 



안녕ㅠㅠㅠㅠㅠ





 저와 비슷한 감성을 공유하는 것 같은 사람들이 설레어 사진을 찍으시는 듯 합니다 ^_^




 이게 오슬로 앞 바다의 지도입니다. 저번 포스트 사진에 엄청 작게 나온 지도에서 보실 분들은 보셨겠지만... 이 페리는 굉장히 여러 섬들을 경유합니다. 먼저 호베되야(Hovedøya)를 갔다가, 린되야(Lindøya) 동쪽 부두, 블레이쾨야(Bleikøya), 람베르괴야(Rambergøya)를 거쳐, 낙크홀멘(Nakkholmen)에 갔다가 린되야 서쪽 부두와 다시 호베되야를 거쳐 오슬로 부두로 돌아가는 구조...


 이해가 안 되신다면 시계 방향으로 도는데 린되야는 동쪽과 서쪽에 각가 한 번씩, 호베되야는 두 번 선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근데 사실 딱히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호베되야에서 내리신다면 돌아가는 페리를 타고 30~40분만에 돌아갈 수 있고, 다른 곳에서는 1시간을 기다려야 된다는 정도만 생각하시면 아무 문제 없죠 ^_^;




 저도 어느 섬을 찍었는지 구분이 안 가거든요. 대충 큰 섬이고 첫 사진이니 호베되야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대충 보기에는 작은 섬인데 그래도 배와 집들이 좀 있는 편이죠. 오슬로 앞바다이니 그리 놀랄 건 없지만서도 ^_^;







 배를 타고, 물살을 헤치며 흘러갑니다. 날씨도 그닥 춥지 않은데다가 북유럽의 청정한 하늘과 깊고 푸른 바다에 취해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여긴 사람이 많이 없는 섬. 아마 가장 남쪽에 있는 람베르괴야를 지나면서 찍었던 것 같아요. 


 동쪽 섬 블레이쾨야를 못 찍었는데, 블레이쾨야에 배가 접안했을 때 내리고 오르는 사람도 너무 없고 집도 하나도 안 보여서 레알 역대급 황-량한 청정구역인 것 같았습니다만 뭔가 재미도 없을 것 같아서 그곳은 지나쳤었는데, 구글 맵으로 보니 부두 반대편에 집들이 몰려 있더군요. 신기... 오슬로가 그렇게 싫었던 것인가.





 마지막으로 찾은 낙크홀멘. 뭔가 더 기다리면 이제 봤던 섬이고, 한 군데에서도 안 내리기도 조금 뭐하고, ......




















안되겠소, 내립시다!











 그리하여 내렸습니다. ^_^;;









 아 머리 맘에 안 든다. 미용사 고소하고 싶다. ㅠㅠ







 그리하여 선착장 옆에서 발견한, 현지 어선이 정착하는 부두 같은 곳에서, 저는 온갖 회한과 기쁨, 그리고 머리에 대한 분노를 담아 바다 너머를 응시합니다.



평화-롭다




 페리마저 떠나가버린 섬의 선착장, 바로 바다 건너에 있는 오슬로의 번화함을 우습게 여기는 듯이 섬은 너무나도 평화로워서, 저는 넋을 잠시 잃고 부두에 한참을 앉아 있었습니다. 물론 아주 한참은 아니구요. 사진을 돌아가면서 찍어 주어야 했으니까 ^_^;;




 부두를 뒤로 하고 섬을 걸어 올라가니, 더욱더 전원적인 풍경들이 펼쳐집니다.




 섬에 유일해 보이는 운동장. 바로 옆에 있는 건물은 섬의 유일한 상점입니다. 



 운동장 너머로 펼쳐진 것은 평화-로운 바다.




 섬 주민 몇 명이 상점 옆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것을 보면서, 저희는 섬을 걸었습니다. 처음에는 집 사이들을 걸었는데, 왜인지는 몰라도 사진이 남아있지가 않네요. 아무래도 너무 좋아서 사진을 못 찍었나 봅니다 ^_^;; 그래서 해안을 걸으면서 사진을 몇 장 박았습니다.





 왜 제 사진이 없냐면, 머리가 마음에 안 들어서입니다.













 ...곧 돌아갈 때가 되어 섬을 가로질러 선착장으로 가다가 섬 사이에 있는 작은 만에 다다랐는데, 조금씩 지는 해와 맞물려 너무 멋졌습니다.




 오슬로와 가까워 그렇게 불편해 보이지 않으면서도, 완벽한 고요함과 평안함. 정말이지 살고 싶은 곳으로 전혀 손색이 없어 보였습니다ㅠㅠ





 으아아 낙크홀멘 ㅠ_ㅠ 정말 잃기 싫었던 평화를 뒤로 하고, 저희는 다시 육지로 돌아옵니다.










 선착장 바로 옆에 있는 노벨 평화 센터. 다른 노벨상과는 다르게 노벨 평화상만은 노르웨이에서 수상자를 선정하고, 시상하는데요. 오늘은 시간이 벌써 오후 5시를 넘어 찾아가지 않기로 합니다.





 대신 저희가 찾아가기로 한 곳은 오페라 하우스. 중앙 역에 가깝고, 굳이 안을 안 들어가도 바깥 외관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페라 하우스 근처에 내렸는데 미친 오슬로 그냥 오피스 빌딩들도 석양 받으니까 너무 멋있어서 찍었습니다ㅠㅠㅠㅠㅠㅠ 


 저 하얀색 건물에 삼각형모양 창문이 뚫려 있는 건물은 회계법인 딜로이트(Deloitte)의 건물이에요. 과연 저의 옛 후임 염 모씨는 회계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을런지...




 그리고 고개를 돌리니 보이는 오페라 하우스!



 사실 여기서 봤을 땐 이게 뭐가 멋지고 뭐가 관광 명소인 지 몰랐는데요.








관광명소 ㅇㅈ합니다.

















 자그마치 천장이 사면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사면을 따라 옥상까지도 걸어 올라갈 수 있는 구조. 게다가 오슬로 시 구역과의 사이에 작은 물길이 흐르는 데다, 저 옥상 사면은 바다까지 이어져 마치 섬과 같은 느낌을 주는 간지포풍 오페라 하우스.












무슨 마약하시길래 이런 생각을...?










 정말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처럼 대충 아무 각도에서나 봐도 헉...하는 건축물은 아닐지라도, 북유럽의 간결하고 세련된 미와 바다와의 조화까지 갖춘 건축물임에 틀림없다고 문외한 입장에서 주제넘게 결론내리면서 감탄해 봅니다 ;;





 오페라 하우스 내부도 참 멋집니다만 오페라를 볼 것도 아니고 벌써부터 발이 근질근질.







 사면을 오릅시다.




 사실 이놈의 사면이 안전하다기엔 조금 가파릅니다. 그래서 보시다시피 왼쪽엔 계단이 있어요. 사면 오르는 게 느낌이 너무 좋아서 저의 다 떨어진 뉴발 운동화로 막 뛰다가, 중간에 살짝 서리가 낀 부분이 있어 갑자기 미끌미끌해져서 등골이 서늘했던 기억이 나네요 ^_^;; 여기서 미끄러져서 떨어지면 어떤 기분일 지 상상도 안 갑니다.



 옥상에 도착해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찍은 사면. 그렇습니다 아래는 대충 저렇게 생겼습니다.






 ...죽을려고 환장했나. 사실 충분히 할 만한 포즈이지만 잠깐 전 서리를 밟고 등골이 서늘해졌던 저는 걍 본능적으로 닥치고 몸을 사립니다.







 대신, 일몰을 눈에 담았습니다. 오슬로의 일몰을요.






 아래는 파노라마입니다. 옆으로 보세요.





 일몰은 항상 자연이 선물한 최고의 장관 중 하나이지만, 오페라 하우스의 옥상에서 감상하는 일몰은 조금 남다르네요. 산에 올라온 것도 아닌데, 괜히 그런 것처럼, 이 일몰이 그냥 생각 없이 살다가 주어진 일몰이 아니고 내가 올라와 얻어낸 일몰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투입한 노력으로 생각하면 웃기긴 하지만, 그런 느낌까지 줄 수 있는게 이 오페라 하우스의 건축이겠죠.









 심심해서 아래를 내려다 봐봅니다. 저 돌바닥에 떨어지면 즉사 예상합니다 ^_^; 그리고 올라간 사면의 반대쪽으로 내려옵니다. 반대쪽엔 계단이 없어서, 여전히 사면을 타고 내려오는데 아무래도 내려오면서 아래를 보다 보니 아주 약간 무서웠네요.





 오페라 하우스를 끝으로, 오늘의 관광은 막을 내립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났던 걸 생각하면, 참으로 긴 하루였네요. 그 하루 동안 조금은 피곤하고 말수도 적고 머리도 망했고 셀카도 적게 찍었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하루였습니다.





 저녁은 중앙역에서 버거킹으로... 아무래도 비싼 동네를 여행할 때 밥은 간단하게 떼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_^;; 보는 건 어디건 공짜지만 먹는 건 가격 차이가 크니까요... 이 날은 점심, 저녁 모두 버거킹. 9월 27일에 간 포르보 여행에서도 점심, 저녁 모두 버거킹. 인간의 물가 공포는 끝이 없고 같은 버거킹을 반복한다.









 버스를 타고 숙소 근처에 내려 마트를 들렀습니다. 쌀은... 아까 보신 것처럼 ^_^;; 당연히 싸 왔는데, 쌀과 같이 먹을 음식이 없으니까요. 물론 전 저번에 파티 때 사고 안 먹은 김이 남아 있길래 그것까지 싸왔습니다만...




 그러다 문득 발견한 코카 콜라 라이프. 코카 콜라 바닐라 맛은 핀란드에서 보고 놀랐었는데 라이프는 처음 보네요. 저칼로리 컨셉인 것 같은데, 참 모르긴 몰라도 저 꾸므레한 초록색을 보니까 식욕이 확 떨어지는 걸 보니 다이어트는 제대로 될 듯;;







 마트에서 발견한 '스시'...! 영락없는 김밥인데 스시라고 되어 있습니다! 으으. 물론 일본에서도 김밥을 먹긴 하지만 재료가 저렇게 많이 들어간 비쥬얼은 영락없이 한국 김밥인 것 같은데ㅠㅠ 뭐 비슷한 음식이 여러 나라에 걸쳐 있으면, 더 잘 알려진 나라의 음식으로 알려지는 게 씁쓸하지만 가능성이 높겟죠. 그래도 '스시'라니 뭔가 기분이 영 찝찝하네요 ^_^;;




 결국 그래도 노르웨이답게, 내일은 밥과 함께 연어를 먹기로 합니다.






 집에 돌아가니 낮에 봤던 표트르 말고도 지나가 와 있어서 간단하게 인사를 합니다. 자그마치 미성년자일 때 자기 동네에 놀러 온 외국인과 사기기로 했다는 당찬 호스트의 실제 모습에 놀라면서^_^;; 저는 이 블로그에 포스트를 참으로 집중하여 유례 없이 열심히 쓰다가 잠에 듭니다...











꼐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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