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 출발!!!!!!!하는데,


정말이지 나는.... 준비를 하나도 하지 않았다.



당장 금요일 날 도착하기 때문에 그날 기숙사에 못 들어가는 것도 얼마 전에 알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날 방에서 유로파...유로파만...


더워서 쪄죽을것만같은 헤븐조선의 여름, 나는 골방에 쳐박혀 게임만 하고 있자니


유로파 배경음이 귀에 익숙해지고 나의 청나라가 먼저 헬싱키에 도착하는가 내 몸뚱아리가 먼저 도착하는가 고민할 때가 되었고


벌써 출발은 내일로 다가와 있었다.






















물론 미루는 게 항상 나쁜 습관은 아니다. 모짜르트는 돈 지오반니 서곡을 오페라 초연 당일날 작곡했으니까.









게다가 미루는 시간동안 경험이 쌓여 더 현명해질수도 있는 일 ^_^;;









그러나 문제는 ①난 모짜르트가 아니고 ②내가 미루는 동안 한 것은 게임 뿐이라는 것.















결국,




준비가... 안... 됐다 ...











"너흰 아직 준비가 안 됐다"라는 일리단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왔다.


너흰 


아직.. 


너흰아직...


너새끼는... 아직 .. 


닥쳐 





고만해미친놈아ㅠㅠ


비록 환청에는 닥치라고 일갈하며 머리를 훌훌 털었으나 늦은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도 대충 캐리어와 가방에 준비물을 챙겨넣으니 어느 정도 찼다. 내가 챙겨 온 것들은,


옷(짧/긴). 타월. 속옷. 양말. 체육복. 화장품. 약. 젓가락.

면도기. 세면도구. 휴대폰 및 휴대폰 예비배터리. 노트북. 목베개.

책 몇 권 (론리플래닛, 칼레발라, 등등), 핀란드 비자 관련 서류,

랜선, 랜선 분배기, 이정도 .. 아 맞다 그리고 홍삼..


상비약은 공항에서 샀다.


지금, 핀란드 도착해서 1주일이 지난 시점에 느끼는 것은


1. 헤어드라이어와 슬리퍼는 가져왔으면 매우 편했으리라는 것과,


2. 다른 나라 관광을 갈 거면 거기 필요한 것도 준비해야한다는 것.


지금 아이슬란드 여행을 가려고 생각중인데 가을옷도 없고 수영복도 없으니 

아.. 집에서 가져올걸 하면서 혼자 부들부들하는 수밖에 없다.


물론 내 아이슬란드 여행은 갈까말까하다가 그냥 충동구매한 거니까 뭐 ... 어쩔수없나 ㅠㅠ

가을옷은 나중에 보내주는 것 입으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 부들부들...


수영복은 아이슬란드에서 블루라군 갈 생각하니 ㅠㅠ 하

물론 어차피 생긴게 저렴하게 생겨서 그러려니 하겠지만...

지금 그냥 반바지를 사 갈까 생각중인데

 

무슨 쌍팔년도 사람처럼 아이슬란드 백형 백누나들 옆에서 다 수영복입었는데 반바지입고 물질할거생각하니

먹었던 음식들이 다시 올라올것만같다ㅠㅠ


어찌됐든


1. 멀티탭은 필요없습니다 (핀란드도 220볼트씁니다)


2. 화장품이나 바디워시, 폼클 같은 건 저는 싸 왔는데 핀란드에서도 파는 것 같아요. 깜삐(Kamppi) 가면 이런 거 파는 매장 많음.

물론 아직 책임은 못짐 어헣.




사실 아침에 병원 갔다가려고 했는데 병원 휴업이라서 캐리어 질질 끌고 간 나는 욕했는데

알고보니 병원 갔다 갔으면 늦었을뻔;; 감사합니다 갇사선생님.





인천공항 비행기 출발 1시간 30분 전?에 도착했는데 그냥 무난했습니다.


몇번 와보니까 그냥 익숙함. 익숙하게 e티켓 제시하고 익숙하게 소지품검사하고 익숙하게 출국장에 들어가서

익숙하게 전철비슷한거 타고 외항사쪽 탑승동으로 이동.


근데 역시 1시간 30분 전 도착이라 빡빡해서 약 좀 사고 나서

요즘 시끌벅적한 롯데가에 돈보태주긴 싫었지만 뭐 마지막 한국음식이니 하면서 롯데리아에서 강정버거 취식.ㅠㅠ

그리고 감동의 마지막 부모님과의 통화 후 아에로플롯 비행기에 오릅니다 ......................엉엉




사진 하나 참 못찍었네

하긴 뭐 사진못찍는거 하루이틀도 아니고... 그러려니


불현듯 DSLR 빌려주기로 한 군대선임이 생각나지만 나도 걔도 까먹고있었던게 함정




그리고 이륙... 


한국...ㅂㅂ...ㅠㅠ






처음 탄 러시아 비행기는 뭔가 어정쩡한 느낌이었습니다. 


나쁘진 않았고 어차피 싸니까 다시 타라면 탈 듯 한데 고급 느낌은 아님.




네. 그러니까 이런 느낌은 아니라는겁니다.


저런 느낌 한 70%에 보드카..아니 불곰..아니 방사능 홍 (이미 죽은 블로거입니다)



기내식이 짜다고 인터넷에서 징징대길래 걱정했는데 저는 먹을만했습니다만


짜긴 짭니다 특히 fish


개짬 ..





위에가 점심 밑에가 저녁. 밑에는 beef?엿나 기억이안나는데 ... 아무튼 fish가


더 짜도 더 맛있었습니다. 고기 준 건 무슨 개 싼 숯불후랑크햄구이 그런거에 숯불맛 빼서주는줄 ㅋㅋㅋ


차는 거의 무한대로 주니까 계속 달라고하세요 ㅋㅋ 전 홍차가 맛있었습니다.




사실 처음 러시아항공 뭥미 싶었던건 티켓을 보더니 좌석 이쪽으로 가려면 이쪽 복도로 가라...고 말한뒤 제가 가니까


한 2초쯤 뒤에 잘못말했다고 그래서 뭔가싶었는데 빵터진건 한국어방송 ㅋㅋㅋㅋㅋㅋ


기내에 한국인?한국계?같은 승무원이 1명 있었는데


그사람이 방송할 땐 그냥 평범한... 한국어 기내방송이었는데 누군진 모르겠지만


되게 한국어를 못하시는 승무원 한 명이 방송을 해서 ㅋㅋㅋ그때마다 기내에는 다 웃음참느라 힘들어하는사람들만 ㅋㅋㅋ


안→뇽↑하↘니↘카↗? 

저히 아  이 주쇼↓소 캄 함니다


ㅇㄱㄹ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너무 웃겼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녹음못한게 한일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외에도 뭐 좌석 모니터가 조금 나가서 왼쪽 중앙 1/4정도가 잘 안보인다던가 ...

여러가지 느낌을 겪으며 모스크바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불곰국의 수도 모스크바 공항 환승장은...



좁고... 좁아요...


게다가 기온마저 후텁지근해서 아니 내가 그 헬에서 도망쳐왔더니 여기도 시원하지 않단말인가 ...?


당황스러움을 느꼈지만 일단 긴-낮을 보며 헬싱키는 다르겠지... 하고 애써 위안을 삼았다.




오후 7시 사진 고위도 위엄보소 ㄷㄷ해



그런데 뜬금없이 또 비행기 하나가 늦는 바람에,


 같은 곳에서 출발하는 내가 탈 핀에어 코드쉐어 비행기도 늦어졌다;;부들부들


덕분에 애초 시간보다 1시간이나 지연되어 출발.


게다가 사정 물어보는데 카운터 승무원은 아는 것도 없고 까칠해서 짜증났지만 그렇습니다.. 


MEANWHILE IN RUSSIA...



불곰한테 수정펀치 쳐맞기 전에 여긴 러시아니까 이상한 소리 하지맙시다.





드디어 핀에어 비행기를 탔는데 '핀에어'라 그랬는지 당연히 거기 사람들 핀란드사람이 많을거라는 헛된 생각을 갖고


내 앉을 자리 안전벨트 치워준 인상좋은 아저씨께 'Kiitos'라고 인사했는데 그분의 휴대폰을 보니 키릴문자 


나중에 헬싱키 공항에 내렸는데 EU 시민쪽 줄에 선 사람은 열명도 안된듯 ㅋㅋㅋ 괜히 뻘쭘했다




마침내 입국심사를 받는데


줄을 서 있는데 핀란드 출입국 심사관의 저...무전기는...





내가 의경때 쓰던건데 ㅠㅠ 어헣 ㅠㅠㅠㅠㅠ


이역만리에서 무전기 하나로 느끼는 향수라니... 근데 왜 하필 군대향수냐 ㅂㄷㅂㄷ ㅠㅠ





2년 전 유럽 갈 때 경유할 때와는 다르게 뭐 영어로 질문 몇마디가 이어지고 ...


그냥 간단한 영어니까 대답했다. 절대 영어를 잘하는 게 아님.


그리고 여권에 도장도 없이, 


드디어, 핀란드 영토로 넘어왔다.





그리고 그 때까지도 해는 완전히 지지 않았다 카더라


참 길었던, 기나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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