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이나 지난 일을 기억을 떠올려 적고 있자니 정말 귀찮다. 그래, 난 항상 이런 식이었다. 사진 찍는 것 정도는 어떻게 할 수 있다. 머릿 속에 담아 두고 나중에 얘기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글을 쓰는 건 진짜 정말-엄청나게 귀찮은 일이다.


 글쓰기의 본좌 ★김영하★ 선생께서는 글쓰기에 대해 이렇게 말하셨다. "기록한다는 것은 조수간만처럼 끊임없이 침식해 들어오는 인생의 무의미에 맞서는 일"이기도 하다고. 처음 읽고서 감탄했다. 역시 갇-영하... 그러나 그 감탄의 여운이 사라지자 의문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무의미는 왜 안 되는가? 그러니까, 왜 "나쁜 것"인가? 갇-영하 선생께서도 딱히 종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인생의 허무함을, 무의미함을, 덧없음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될까? 굳이 원하지도 않은 태어남, 딱히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은 삶, 그리고 썩어 없어질 몸뚱이. 오히려 인생은 무의미함이 더 자연스러운 것 같은데, 왜 굳이 맞서야 하는 걸까.


 나의 의문은 해결되지 않았다. 종교적인 해답들은 나에게 의미가 없고, 도덕적인 대답들 역시 식상할 뿐이다. 그러나 나는 어쨌든 오늘도, 나도 모를 의무감에 창작과 정리의 고통을 참아 가며 블로그에 정말이지 크게 특별할 것도 없고 흔하디 흔한 교환학생 생활을 기록한 글들을 싸지르는데, 인생의 무의미함만큼이나 무의미에 맞서야 한다는 나도 의식을 가진 생명체로서 당연한 일인 것일까, 아니면 그저 기록이란 가치 있는, 바람직한, 또는 숭고한 일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열심히 학습했기 때문일까... 여러가지 고민을 남겨둔 채 역시 본문을 시작하는 일은 귀찮은 일이다... 빨리 생각하는 대로 글 써주는 뇌파인식기계나 개발됐으면 좋겠다...




2015년 8월 7일, 금요일



저번 글에서 8월 7일이 다 안 끝났다. 뭐 날짜별로 쓴 것도 아니니까 상관없습니다. (절대 귀찮아서 다 안 쓴 게 아닙니다.)




저녁 10시경의 핀란드의 하늘을 다시 한 번 감상합니다. 여기가 갓-란드...


사실 요즘도 11시에 완전히 어두워지긴 하는데 이 정도는 아님.


 하지 때 왔으면 좋았을텐데, 어차피 계절학기도 ★패망★한 걸 다 때려치고 6월부터 왔어야 했는데 꺼이꺼이...




 다행히 출발 전에 핀란드인 학생 한 명과 컨택이 되었고


 어찌저찌 기숙사 키 받기 전인 일요일까지만 신세지기로 해서, 그쪽 집으로 움직이기로 함. 


다행히 헬싱키 공항은 헬싱키가 아니라 반타(Vantaa)에 있는데, 걔네 집도 반타임ㅋ 



 왜 헬싱키도 아닌데 헬싱키 공항이라고 붙여놨냐 부들부들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이 공항의 정식 명칭은 Helsinki-Vantaa Airport입니다.


 인천공항도 뭐 정식명칭은 아니지만 해외에서 예매할 때는 Seoul-Incheon이라고 다 써놓으니까 ...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만약 뭐 잠깐 공항 근처에서 머무를 숙소를 잡는다면 헬싱키를 검색하지 말고 반타를 검색하자.


물론 반타는 헬싱키의 위성도시지만 인천은 서울의 위성도시라고 하면 인천 시민들이 화냄.






사실 저번에 잠깐 스탑오버했을 땐 버스 타고 바로 헬싱키 시내로 나갔어서, 전철을 타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전철역이 너무멀다 ㅠㅠ 


진짜 너무멀어서 와 핀란드 공무원들도 세금낭비 개쩌네 여기도 별수없구만 하고 욕했지만 알고보니 ...













★셔틀버스★가 있었다... ㅠㅠ


나는 지금 글 쓰는 오늘에야 알게 되었다. 여러분 셔틀버스 타세요 두번 타세요. 그냥 터미널 앞에서 타면 됨.


아 물론 어차피 헬싱키 바로갈거면 버스타는게 백 배 나을 듯 어헣





전철역은 ... 참 ...


깊고... 아름다워요 ...





진짜 엄청 깊은데다가 주변은 다 암벽이라 핵전쟁 벙커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이 직전 역은 완전 지상역인데 여기는 졸라 말도안되게 깊음 ㅋㅋㅋㅋㅋㅋㅋ


게다가 또 내려가서 걸어야 할 건 많어서 멍청하게 셔틀버스 안 타고 걸어온 나의 기분을 더 상큼하게 해 주심 ^_^





혹시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고 구소련과 2번의 전쟁을 겪었던 핀란드의 후쿠시마화를 막기 위해 깊-게 지은 것일까? 


진실은 저 너머에 ...


는 개뿔 그냥 고도차이 때문이겠지 ㅉㅉㅉ



방에 짐을 풀고 밤의 헬싱키에 나갔는데... 번쩍번쩍 시끌시끌 어마어마하게 화려했습니다.



다시는_헬싱키를_무시하지_마라.jpg


ㅇㅇ;;


근데 나도 찐따에 핀란드 애도 시골에서 막 올라온 최소 유학생 ;;


각종 부위에 화려한 문신을 하고 페이스페인팅을 한 백형 백누나들이 날뛰고 노는 걸 보니 역시 쫄아붙고 말았다.


인상깊었던 게 어떤 언니들이 경광봉 흔들면서 막 놀길래 뭔가 싶었는데 경광봉에 적힌 글자는 'WEEKEND'


그냥 주말만 되어도 신나는건가 ; 캬


그래서 그냥 평범한 식당에 가서 쭈구리처럼 앉아 한 끼 먹고 나서 오늘의 일정은 종료...


내 살면서 이렇게 큰 부리또는 처음봄;; 부리똔데 부리또처럼 먹을 수를 없음;;


게다가 돌아오는 길에 탄 버스는 갑자기 정전되어서 놀람을 안김과 동시에 내 삶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움;; 어헣







8월 8일, 토요일




그 다음 날 아침은 뭔가 서양 하면 생각나는 방-버터-치즈-우유의 아침이었다.


저 검은 빵은 되게 싸고 질긴데, 토스터기에 돌리면 되게 맛있음 ㅎㅎㅎㅎㅎㅎ어헣


게다가 연어도 엄청 맛있었는데 아직 저런 연어를 어디서 구하는 지 모르겠다 ㅠㅠ 진짜 맛있습니다




이 겁나 큰 치즈는 위에 사진에 있는, 중간에 네모난 구멍 뚫린 주걱같은 걸로 긁어내서 빵과 함께 먹습니다.


뭐 절대 씹어먹고 잘라먹고 그런 게 아닙니다. 하긴 잘라먹는 것 정도는 취존가능.




이건 Leipäjuusto(레이빼유스또)라고 불리는 치즈인데,


유스또는 '치즈', 레이빼는' 빵'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빵치즈 ;; 빵처럼 생겼다고 그런가...


저렇게 고정되어 있고 칼로 잘라서 먹는건데 되게 특이한 느낌이 납니다. 미끌미끌. 그러나 맛있습니다.




오늘의 일정은 별 거 없고 헬싱키 주변의 도시인 께라바(Kerava)에서 하는 월드 푸드 마켓? 그게 한다길래 


거기 가자...는 것 같아서 거기 가기로 했는데...


결과적으로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ㅠㅠ



가는 길에 전철에서 본 흥미로운 벽화


새가 인간이 되는데 쭉 가다보면 다시 인간이 동물로 돌아감 어헣;;


갑자기 봐서 당황해서 제대로 못 찍었고, 몇일 뒤에야 추가 사진을 찍게 됩니다. ㅎ.ㅎ;





헬싱키의 교통은 버스-트램-메트로-전철이 있는데,


메트로는 헬싱키 시내에서만 움직이고 전철(Comuter Train)이 헬싱키와 그 주변 위성도시들과의 교통을 담당합니다.


서울 지하철과 수도권 전철이 통합되어 있는 한국인으로서는 좀 직관적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뭐 큰 무리는 없습니다.


애초에 환승역도 1곳, 메트로 노선도 1개 뿐이라 서울보다는 19370130배 간단함.


교통카드 시스템이 좀 헷갈리는데 나중에 알아보고 포스팅하겠습니다.




아무튼... 이곳은 께라바.



세계 음식 시장은 뭐 그럭저럭 ㅋㅋㅋ 여러 국가 국기를 단 천막과 치즈-과자 등을 파는 노점들이 있었는데


독일 소시지를 먹을까 했지만 핀란드 애가 채식주의자라 포기


물론 핀란드인답게 혼자라도 먹으라고 하긴 했으나 그건 미안해서 걍 포기


어헣


물론  아무래도 천막이라 그런지 비싼 가격도 한 몫 했고 게다가 그냥 배가 안 고픔 ;;



시장 행사장 모양이 십자형이었는데 프랑스가 좌우-상하축을 다 먹었습니다.;; 당혹


아무래도 이 행사 담당자가 중증 불뽕인게 분명해 보입니다. ㅇㄱㄹㅇ ㅂㅂㅂㄱ


잔다 X 해봐 해야되나 생각하다가 


그런 문명화되지 못한 풍습을 여기서 퍼뜨리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참습니다.


라팔 쓰레기 해봐 할걸그랬나...



물가에 마음의 준비가 안 됨 + 채식주의자 동반 + 안 배고픔이 문제였던 것 같지만 뭐 ...


축제 자체는 괜찮았고 재밌게 구경했습니다.


근데 어제 너무 오래 깨어 있었어서 그런지 급피곤 ㅋㅋㅋㅋㅋㅋ


급 귀찮고 피곤해져서 서울에서의 히키코모리 습성이 다시 발현된 저는


그래서 그냥 다시 집으로 돌아가서 뭔가를 먹기로 합니다.








감자에 향신료 등등을 섞어서 오븐에 굽기. 이 요리는 유럽에서 대중적인 것 같았다.


얼마 전 체코인 플랫메이트 아담이 똑같이 함...


게다가 핀란드에서 감자는 2kg에 1.4유로..................(약 2000원?)


진짜 말도 안되게 싸니까 저 감자요리는 아마 앞으로 계속 해먹지 않을까 싶다...ㅠㅠ


미친 한국은 도대체 얼마나 남겨먹는거지 ㅠㅠㅠ


이 때 눈치챘지만 '북유럽의 미친 물가'는 장바구니 물가엔 적용이 안 되는 거였습니다.


빵 채소 과일 우유 물고기 등은 핀란드 개쌈...



그리고 샐러드! 진리의 방토. 방토는 생각보다 비쌌습니다. 기억은 안남 죄송합니다




이건 샐러드랑 같이 먹는 듯한 핀란드 치즈였는데 약간 신 맛 난다. 이건 그렇게 맛은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이걸 먹고 나서 나는 잠에 빠지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 다음 날 어떤 일이 있을 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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