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15일, 토요일




 어느덧 이역만리에서 지낸 것도 1주째, 핀란드에서 광복절을 맞게 되었네요. 예전에는 외국에 있으면 광복절을 피부로 못 느꼈을 것 같은데, 요즘은 인터넷이 있다 보니까 ^_^ 광복절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집니다. 





 그래서 저도 아침부터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며 오오 광복절 오오...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영화 암살을 못 봤는데, 특히 암살이 보고싶어졌었어요 ㅋㅋㅋ 그러다가 다시 피곤해져서 이불을 올려 덮었습니다.















 사실 뭐 이미 아이슬란드 여행 예매했겠다, 플랫메이트들에 대한 기대는 이미 접었습니다. 여덟 명 방에서 혼자 사니까 뭔가 나 홀로 집에에 나오는 케빈같은! 거대한 집을 혼자 쓰는 거대한 해방감...!이 느껴지기 시작해서 뭐 언젠간 오겠지 싶은 생각으로 뻗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덜컹, 덜컹,







갑자기 들려오는 문고리 소리에 신경이 곤두섭니다.










미지와의 조우...








 정작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날이 왔는데, 엄청나게 떨렸습니다. 과연 오늘이 우리나라의 광복절임과 동시에 저에게도 고독으로부터 해방되는 날이 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스트레스가 추가되는 날이 될 것인지...




 


 아무튼,







HELLO!!!!!!







 제가 만난 것은 캐리어를 옮기며 이제 막 현관문을 젖히고 들어온, 한 명의 유럽 청년이었습니다. 검은 머리에 검은 눈, 땀, 선해 보이는 눈동자, 곱슬머리, 선명한 이목구비,






 솔직히 위에 쓴 불안감은 그 전에 느꼈던 거고, 막상 사람 보니까 너무 반가워서 헬로!!!!를 외치며 캐리어를 손수 옮겨드렸습니다 ㅠㅠ













 그리고 캐리어가 어느 정도 정리되자, 이 친구가 꺼내놓은 것은...




알콜 럽...♥






 일회용 컵까지 준비해 온 치밀함을 보인 친구는 바로 술을 꺼내듭니다. 진심 너무 마음에 듭니다 ㅠㅠ





 저 병 안에 든 술은 친자노는 아니고, 할머니께서 운영하는 양조장에서 만든 술이라고 합니다. 도수는 약 50도...!





 고독했던 세월을 떠올리며 원샷 ㅠㅠ










 간단한 먹을거리를 먹으며 얘기를 합니다. 저와 같이 핀란드 교환학생을 온 이 친구의 국적은 체코, 이름은 아담, 전공은... 공대였던 것 같은데 세부전공은 잘 ~_~ 헬싱키 대학교가 아니라 메트로폴리아 대학교를 다니러 왔다고 합니다. 오늘 착륙해서 바로 여기로 왔다고. 으아아 너무 반가워여...




 체코어로 고마워는 데뀨유, 건배는 나즈데라비~





 지금까지도 거의 제일 많이 쓰고 있는 체코어, 나즈데라비 ㅋㅋㅋㅋㅋㅋ





 우리의 새 플랫메이트는 짐을 정리하고, 저는 다시 침대에 눕습니다. 으아아아 이게 인간의 삶인가. 조금 쉬고 저녁에 같이 근처 펍에 가서 맥주를 가볍게 한 잔 하기로 합니다 ^오^





 그렇게... 누워서 빈둥거리다 컴퓨터 하다가 아무튼 시간이 가고...







 해가 지고 있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정말 나무가 많아요 ㅋㅋㅋ 녹지에 감동하며 펍으로 갑니다.










 사실 콘툴라는 그냥 주거지역이고 딱히 번화가도 아니라서, 그렇게 막 재밌게 놀 곳은 없어요. 콘툴라 역 근처 마트들 있는 곳에 레스토랑, 패스트푸드점, 펍 몇 군데가 있는데, 그냥 그 중 아무데나 들어갔습니다.




 맥주 한 잔씩 시키고 착석.





 ...했는데,







 자리가 부족하다고 핀란드 아줌마아저씨들이 옆에 앉아버렸습니다.






 흠좀무 ...






 덕분에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아





 그리고 여기 들어올땐 몰랐는데 가라오케였습니다. 노래방 기계가 있고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는데, 잘 못 부르는 것 같은 사람들도 나와서 열심히 부르더라구요 ㅋㅋㅋ 게다가 노래방처럼 밀폐된 것도 아닌, 불특정 다수가 듣고 있는 이런 펍에서... 뭔가 잘 불러야만 뽐낼 수 있는 한국이랑 다른건가 패기넘친다 싶기도...





 그런데 문제는 가라오케 노래소리 + 옆의 아저씨아주머니들 말소리때문에 저랑 아담이랑 얘기해도 하나도안들림 ㅠㅠㅠㅠ ㅋㅋㅋㅋㅋㅋㅋ 하...





 조금씩 재미가 없어지던 중, 옆의 핀란드 아주머니가 말을 겁니다. 다만 핀란드 아주머니는 반대편에 있어서 주로 아담에게 말을 거네요. 그치만 뭐 미안해서인 것 같고 ... 그냥 핀란드 물가가 비싸냐, 어디서 왔냐 이런 것들을 물어봅니다. 아담이 "핀란드 물가 되게 비싸다"고 해서, 제가 "한국보다 싼 것도 있다."고 말하려 했는데, 너무 시끄럽고 해서 테이블 건너로 말은 못하겠고 ... 그렇게 그렇게, 시간이 가다가...!
















갑자기 아주머니의 질문



















"Where is your mother?"

(번역: 니 어무이 어디 계시노?)















뭐지... 패드립인가?

(진지하게 당황했습니다. 아주머니...야갤하세여...?)
















도저히 맥락을 파악할 수 없는 질문에 당황한 제가, 


더듬으며 "어무이는 한국에 계시지예."라고 말하자, 


아주머니의 손이 움직입니다.


















2*2=4유로행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아주머니는 덧붙입니다. "어머니가 같이 안 계시고 이렇게 떨어져 있으니까, 마치 내가 어머니가 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니까 이 돈을 받으려무나."





 오오 핀란드 아주머니 오오 감동...이긴 한데, 도저히 감동을 받지 못함 ㅋㅋㅋㅋㅋㅋ 저도 당황하고, 아담도 당황하고, 






 애초에 아무리 우리가 여기 비싸다 비싸다 해도 쓸 돈이 없었으면 왔을 리가 없잖아요 아주머니 ㅠㅠ


 



 급하거나 아쉬울 때 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무난하게 잘 지내고 있는데 갑자기 뜬금없이 동전 두개를 주니 거지가 된 것 같은 이기분...

















나이 25에 글로벌 거지행ㅋㅋㅋ









 이렇게 또 인생을 배우네요.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의도를 전달하는 방법이 나쁘면 소용이 없다. 넵. 저는 유럽 와서 처음으로 기분이 상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 게다가 거절을 하는데, 아무리 거절을 해도 받아들이질 않습니다. 전 받고 싶은데 체면 때문에 거절하고 있는 게 아니에요. 진짜 받기 싫어요 아주머니 ...











 그렇지만 저는 정말 힘들게 거절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왜냐?





















★일류가 되기 위하여...★

물론 일류라 해봤자 일류거지행...















 4유로를 거절하기 위해 진땀을 빼다가, 묘수를 떠올렸습니다.






 사실 지금 체코 플메도 그렇고, 유럽인들은 대체로 동양 국가들에 크게 관심이 없고 있다 해도 피상적인 관심이 대부분입니다. 아무래도 현대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서구 문명의 발상지가 유럽이다 보니, 유럽 이외의 나라들은 유럽의 문화 등에 관심이 많은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요즘 TV에서 한류 한류 아무리 떠들어도, 그런 한국 대중문화를 즐기는 것 자체가 주류문화는 아니에요. 물론 요즘 들어 늘어나긴 했지만 그럼에도 거의 백에 한 명 정도죠.








 게다가 그 동양에 대한 관심의 대부분은 인도, 중국, 일본... 한국은...



















더 이상 말이 必要韓紙?















 즉 한국이란 나라를 잘 아는 사람은 거의 없고, 동양은 막연히 이럴 것이다-는 생각만 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이라면 더더욱 그러하구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주머니, 매우 감사합니다만, 한국의 전통에 의하면 처음 만난 사람에게 돈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돈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자 그전까지 돌려받기를 완강히 거부하시던 아주머니도 굉장히 뻘쭘한 표정으로 돈을 거둬들이심... 그리고 저와 아담은 ㅌㅌㅌㅌ







 하.............................








 돌아가면서 저희는 어이없음을 공유하며, 도대체 왜 그 아주머니가 그런 행동을 했을까, 요인 분석을 해 보았습니다.








1. 아담이 "핀란드 물가가 정말 비싸다."고 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가장 유력한 가설. 그래서 아담은 다음에 핀란드 물가에 대해 물어본다면 그냥 "Shut up"해야겠다고 언급합니다. ㅠㅠ





2. 내가 후줄근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제가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밖으로 내뱉지 못한 요인.






2-1. 어찌 보면 아담도 후줄근하게 생겼다.

 게다가 그날 도착한 밤이라서 피곤했죠. 아담아 미안하다. Promiňte.






3. South Korea와 North Korea를 착각했다.

 가능성 있음.














뭐 그 아주머니에게 물어보지 않는 이상 진짜 이유는 알 수 없겠지요 ... 





















진실은 저 너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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