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5일(월)

 

역시 하루의 시작은 두유로.

 

이 날은 비가 많이 왔다. 저녁에 술약이 있어서 조금 당황스러웠음.

 

그리고 재판연구원 후배들과 술약속. 소고기를 못 사주는 건 아쉬웠지만 어쨌든 서울로 올라가기 전에 뭐라도 사 주고 얘기도 많이 할 수 있었어서 다행이었다. 회사에만 있으면 같은 부의 짝꿍 말고는 사적인 얘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데, 비록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여러 이야기를 할 수 있었어서 좋았다.


4월 16일(화)

 

그리고 또 두유. 이번엔 제로콜라도 아침에 같이 마셨지만, 두유가 이미 너무 많이 들어간 터라 배만 지나치게 불러왔을 뿐이었다.

 

 

하루를 끝내고 헬스장에 갔다. 60회 이상 남아 있고 환불이 안 되는 나의 멤버십을 생각하며 분노의 쇠질을 함. 솔직히 소송하면 10만 원 이상은 돌려받을 것 같긴 했는데, 귀찮기도 했고 무엇보다 내가 게으르고 몸 관리를 안 하는 바람에 횟수를 못 쓴 것 같기도 해서 그냥... 그냥 알았다고 했다.

 

서울 올라가기 전까지만이라도 최대한 써야겠지만 또 사람도 만나야 하고 할 일도 많고, 핑계가 너무 많다. 일도 남았고. 이 날도 운동 끝나고 다시 야근 좀 하고 퇴근했다. 다음 주에 연차와 공가를 하도 많이 썼다 보니.


4월 17일(수)

 

수요일은 법원장님과의 오찬이 있던 날. 고등법원장님은 정말 좋으신 분이어서 식사나 술자리에서 뵈면 항상 기분이 좋다. 3년간 고생했고 앞으로 열심히 살라는 이야기를 쿨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 주심.

 

 

그 와중에 뉴스 보다가 약간의 현타가 왔다. 100% 각하될 청구를 수임해서 하다니... 물론 이 가처분이라는 게 단순히 인용을 위한 것이 아니고 언론에 한 줄 뜨게 만들기 위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건 충분히 설명을 했을지 궁금했다. 절대 절대 인용되지 않을 뿐 아니라 그냥 각하될 것이라는 점을 변호사가 솔직히 설명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임한 것일까? 아니면 잘 하면 된다고 상담했을까. 

 

 

이런 것에 현타를 느끼는 나와 달리 곧바로 창의력을 발휘해 돈 벌 생각을 해내는 멋진 친구.

 

 

오늘은 아침에 두유를 마시지 않았기에, 헬스장 가기 전 단백질 보충용으로 마셔주었다.

 

분노의 쇠질이고 뭐고 피곤해서 운동은 잘 안 된 것 같은데, 그냥 오는 데에 의의를 두는 걸로.

 

 

 

그러던 와중에 충동적으로 서핑을 하기로 결정했다. 강릉에서 국선변호사로 일하는 친구가 서핑하러 오라고 129383120380132089번은 얘기를 한 것 같은데 항상 무시했었는데, 좀 위축되지 않은 호연지기를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뜬금없이 수락. 과연 내 몸이 버텨줄 수 있을까 걱정이지만...^^;

 

 

 

이제 곧 이사해야 하는데 냉동 닭가슴살은 언제 다 처리한대.


4월 18일(목)

 

두유. 다음 주에는 출근하는 날이 많지 않기에, 그리고 이번 주도 얼마 남지 않았기에, 일을 많이 해 두어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는 못했고 일단 끝나고 헬스장에 옴.

 


경대병원 근처에 있는, 낮에는 카페이고 저녁에는 바인 카페 마리. 친구를 여기서 보기로 했는데, 밥도 덜 먹었을 뿐 아니라 김밥이 유명하대서 김밥을 시켰다. 기대한 대로 너무 맛있었고, 와인 안주로는 피자도 하나 시켰다.

 

 

맛이 나쁘지 않았는데, Porcupine이라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에 잠깐 스스로 빡쳤던 것이 웃겼다. 평소에 영어를 쓰지도 않으니 영어 단어를 자꾸 잊는데, 그걸 깨달을 때마다 약간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이 드는 것이 사실. 계속 실망하고 싶지 않으니 영어를 더 쓰고 살아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제 더 이상 나의 뇌가 번뜩이지 않는다는 점을 순순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다.


4월 19일(금)

 

금요일 일과시간 끝.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다. 출근도, 일도.

 

내가 올라가니 밥을 꼭 사 주어야겠다는 고향 친구와 새로 개업했다는 도도모에 갔다. 술을 못 마신다니 조금 아쉬웠지만, 사실 일이 좀 남아 있었고 이걸 주중에 다 끝내놓고 싶었기에 오히려 괜찮았다. 근데 저번에는 오랜만에 봤다고 사고 이번에는 서울 간다고 사고, 내가 이번에 사 주고 싶었는데 한사코 거절해서 미안했다.

 

언제 먹어도 좋은 육회.

 

그리고 회. 점심 때 부에서 초밥을 먹었기에 회를 먹지 말까 생각했는데, 한 입 먹고 그 생각이 잘못이었음을 재확인했다. 적당히 숙성되어 감칠맛이 풍부한 회를 먹고, 술을 안 마셨음에도 서로 오래 알아온 시간과 그 동안의 삶이 감정을 취하게 하는 것을 느끼면서, 진짜 오랜만에 모든 음식을 싹싹 비웠다. 요즘 식욕이 별로 없어서 계속 몸무게가 떨어지고 있었는데, 친구 덕분에 이 날부터 몸무게가 반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회사에서 조금만 더 일을 하고 퇴근. 메모 2개만 하면 더 이상 일이 없다는 점에 기쁨의 전율을... 느끼며 일단 퇴각.


4월 20일(토)

 

오늘은 부산에 왔다. 하필이면 비가 오고, 감기 증상이 갑자기 심해져서 약속을 미룰까도 생각했는데, 너무 결심이 늦었고 서울 가기 전에 부산도 가고 싶긴 해서 와버렸다. 

 

처음 예약했던 식당은 테이블이 아닌 바밖에 없어서 포기하고, 비를 뚫르며 다른 식당을 찾고자 방황했다.

 

 

그래서 오게 된 고흐드. 정석적인 이탈리아 음식들이었는데 다 정말 맛있었다. 몸이 안 좋아서 술을 많이 못 마시는 게 아쉬웠을 뿐.

 

 

바로 옆의 카페도 인테리어와 분위기가 색달라서 좋았고.

 

 

올라올 땐 오랜만에 무궁화호에 타서 기록하려고 사진을 찍었다. 춥고 비 오는 날에 부산에 들르니, 느리지만 좀 더 포근한 무궁화호가 끌렸다. 이제 체력도 떨어지고 시간도 부족하고 N카드를 사용하면 KTX도 많이 안 비싸기도 해서 무궁화호는 거의 안 타는 편인데, 오랜만에 타니까 반갑더라. 그러면서 이젠 곧 없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아쉽기도 하고.


4월 21일(일)

 

 

머리도 멍하고 고민과 생각도 많아서였는지 늦게 잠들었다. 일어나니까 진짜 갑자기 너무 피자가 땡겨서 빽스피자에서 페페로니 피자를 시킴. 핫소스를 철철 뿌려먹으니까 너무 맛있었는데, 다음 조각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다. 식욕이 그래도 꽤나 돌아왔구나.

 

마지막 남은 일을 끝내러 회사로. 얼마만에 먹는 컵라면인지.

 

 

이 곳에서의 마지막 주말근무도, 야간근무도 모두 끝났다. 다음 주에는 정말 업무적으로는 할 일이 없다(다른 해야 할 일들은 산더미이지만...^^;). 시원하면서, 섭섭하면서, 감기기운에 멍하면서, 졸리면서, 또 그런 것들의 핑계를 대며 내일의 시험을 거의 준비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약간의 현타를 느낀 순간이었다. 어쨌든, 이제 정말 곧 서울이다!

 

 


 

일요일 저녁에 쓸 시간을 안 마련해 놓으니까 사진첩을 못 턴 채 시간이 훅훅 넘어가버린다. 이젠 꼭 일요일 저녁은 비워서 사진첩도 털고 다른 생각도 정리할 예비 시간 같은 걸로 만들어 놓거나, 주중에 하루 정도 미리 조금이라도 작성을 해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도 이렇게 몇 주도 못 가고 일기쓰기를 포기하면 안 되니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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