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복귀와 함께 소치 올림픽이 끝났다.

본질적으로 세상은 불공정하다. 세상의 수없이 많은 요소들이 공정함을 원하는 인간의 주관적 의지와는 무관하게 발생한 것이니까. 인간 중에는 태어날 때부터 천재인 사람도 있고 조울증이나 자폐증을 갖고 태어나는 사람도 있으며 모태미녀로 태어날 수도 있고 사산될 수도 있다. 사회적 차원에서 본다면 이런 불공정함은 더 현저하고 클 것이다. 그러나 이 공정함과 관계 없이 발생한 우주에서 인간들은 공정함을 갈망하고, 그 가장 대표적이면서 장엄하고 희극적이면서도 엄숙한 상징은 스포츠, 그 중에서도 오륜기가 내걸리고 성화가 타오르는 올림픽일 것이다.

여자 피겨 경기가 끝나고 결과가 확정된 순간 모두가 분노했던 것은 국뽕 뿐만이 아니라 아마 (또는 바라건대) 이 때문이었을 거다. 불공정한 세상에 유일하게 공정한 가상의 경기장, 세계평화와 인류의 화합을 돕기 위해 개최된다는 올림픽에서마저 그런 열망을 무시한, 너무나도 뻔뻔하고 명백한 불공정한 판정이 있었으니까. 일상에서 마주하는 불공정에 지쳐 이미 감수성이 마모되어버린 사람들마저 격한, 좌절과 탄식과 울분과 또 그 이상의 무언가가 섞인 감정을 쏟아낼 수밖에 없었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올림픽이 의미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어쨌거나 일상에서 수도 없이 많은 불공정함 속에서, 공정함을 지향하고, 저 경기장 내에서라면 공정하게 경기가 진행되리라는 착각까지 주었으니까. 올림픽이 없었더라면 사람들이 그런, 완전히 공정한 선의의 경쟁이 가능하다는 생각이나 했을까. 

비록 때로 지나친 상업주의에 휘둘릴지라도, 또는 불공정 시비에 휘말릴지라도, 쇼비니즘의 선전장이 될 지라도, 국가간 화합이 아닌 경쟁과 불화의 통로로 때때로 변질될지라도, 독재자의 홍보 도구가 되었을 지라도, 명목상의 명분이고 때로는 조롱의 의미로 인용되기는 하지만, 공정하게 경기하고 결과에 승복한다는 스포츠 정신과 참가와 도전에도 박수를 보낸다는 올림픽 정신을 2년마다 세계인들에게 각인시켜 준다는 것. 이것이 오륜기가 계속 펄럭여야 하는 이유, 올림픽 성화가 꺼져서는 안 될 이유이다.

리우 올림픽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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