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일, 금요일




 오늘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제가 기분이 좋았나봅니다. 어제 예쁜 한국어 하는 핀란드 학생 만나서 그런가. 쓸데없이 일어나서 집 앞에서 셀카 찍은 게 많은데 안구테러 할 일 없으니 이하생략.


 그런데 사실은 첫 사진이 오후 5시임ㅋㅋㅋㅋㅋㅋㅋ 이 날도 블로그 좀 쓰고 빈둥빈둥했으리라 예상해 봅니다.






 그래서 저녁을 집에서 해먹기 매우 귀찮았던 나머지, 저녁 6시에 유니카페에 가서 식사를 합니다. 파스타랑 밥에 소스만 무식하게 끼얹었네요. 








      


      



 저녁을 이렇게 먹고 나니까 뭔가 죄책감이 들었는지 아시안 마켓에 가서 이것저것 사고, 캄피 K 수퍼마켓에 가서 삼겹살(!)도 샀습니다. 그런데 이건 뭐 나중에도 다룰테니 오늘은 이게 중요한 건 아니고...
















 오늘의 핵심





















살미아키(Salmiakki)








 살미아키, 또는 살미아끼라 불리는 이 것, 바로 핀란드의 국민사탕. 그러나 외국인들은 매우 혐오하는 정말 피니쉬, 피니쉬스러운 음식입니다.



 핀란드에서는 여러 맛이 같이 있는 봉지 젤리 같은 경우 무조건 살미아키맛도 같이 있습니다. 하리보 등등...에도 살미아키가 빠지지 않아...





.







 ...그 악명을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던 저는, 그러나 케이 수퍼마켓에서 삼겹살을 사면서, 형언할 수 없는 느낌에 휩싸여 살미아키를 같이 집어왔습니다.







살미아키 믹스살미아키 믹스


호오...?

 



바로 이것.





 언뜻 봐서는 그 악명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살미아키...!살미아키ㅠㅠ



 호오...?





일단 먹어봅시다.







...











.........












...........................















짜다!




 그렇습니다. 소금을 완전히 때려부은듯한 느낌. 예상을 못 하고 먹어서인지 더욱더 짜게 느껴졌습니다. 더군다나 딱딱한데 의외로 끈적해서 이에 붙으니 떨어지지도 않고, 굉장히 큰 놀람과 고통을 느끼면서, 천천히, 천천히, 첫 사탕을 먹습니다. 살미아키의 주 재료는 서양 감초라는, 감초라면 달 감(甘)일 터인데, 어디가 단 것인지 이해불가...





 그리고 이미 뜯어버린 봉지를, 찬찬히 응시합니다.









 다 먹어야 할까.







 고통을 감수하고, 다 먹을 가치가 있을까.







 나는 왜 내 돈을 내고 이런 소금덩어리를 먹어야 하는 것인가.










 ...그러다가 어떤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출처: 이데일리


출처: AVING news network


 단지 한국을 사랑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또는 예의를 지키기 위해, 반강제적으로 갑자기 익숙하지 않은 김치를 먹게 되었으면서도 최대한 싫어하는 내색을 하지 않으려 노력했던, 수많은 외국인들. 그들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김치를 싫어하던 외국인들 중, 많은 수가 계속 먹으면서 김치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사실, 나도 계속 먹으면 이걸 좋아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 이게 뭐, 하우카르틀도 아니고...







 그래서 꾸역꾸역 참고 먹었더니, 한 열 개 정도 먹고 나니까 좀 나아집니다. 정말입니다. 게다가 저 '살미아키 MIX'에는 여러 종류의 살미아키가 있는데, 원형은 좀 박하향이 강하고 마름모 모양은 완전 살미아키 맛이 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스무 개 정도 먹었더니, 원형 살미아키는 이제 완전 먹을만 합니다. 저도 저의 엄청난 적응력에 매우 놀랐습니다 ^_^;;






 그 와중에 심심해서 플랫메이트들에게 살미아키를 줘 봤는데, 네덜란드 플메들만 굉장히 맛있게 먹습니다. 오오 갓덜란드 오오. 알고 보니 네덜란드에서도 살미아키 비슷한 것을 먹는다고...!












 어느덧 한 봉지를 다 비운 저는, 살미아키가 맛있어진 것을 느낍니다. ㅇㄱㄹㅇ..










 사실 이 때는 먹을 만 하네 이 정도였는데, 솔직히 요즘은 길 가다가 뭔가 입 허전하면 살미아키가 생각나는 그런 수준에 다다랐습니다. 파티같은 것 하면 저랑 핀란드 사람들만 살미아키 꾸역꾸역 먹고 앉아있음ㅋㅋㅋㅋㅋㅋ








살미아키담뱃값처럼 생긴, 휴대성이 좋은 살미아키


 마트 계산대 근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성냥갑 모양 살미아끼. 이것 말고도 SUPER SALMIAKKI라는 것도 있는데, 좀 더 짠 맛입니다. 그치만 가격 대비 용량 효율은 제가 처음에 산 SALMIAKKI MIX가 역시 체고시다... 살미아키 믹스 찬양해... 진짜 마트에 갈 때마다 하나씩 집어서 맨날 가방에 넣어 놓습니다.










살미아키 술 ^_^;살미아키 술 ^_^;;



살미아키 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시다시피 도수도 32.5%로 꽤 쎄고, 특징이라면 짠 맛입니다. 살미아키 특유의 맛보다는 짠맛이 강한 느낌이라, 살미아키를 싫어해도 그래도 먹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다만 살미아키와 자주 헷갈리는 게 라크리치(Lakritsi). 둘 다 검은 색에다 비슷하게 생겼고, 감초가 들어간 것이라 착각하기가 쉽습니다.





 다만 라크리치의 경우 살미아키보다 좀 더 달고, 좀 더 끈적하고... 등등, 굉장히 다릅니다. 그냥 약간의 느낌과 색상만 비슷한, 아예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저같은 경우는 원래 단 걸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라크리치를 아무리 먹어도 익숙해지지가 않길래 포기했습니다. 그치만 핀란드 사람들 사이에서는 라크리치도 먹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라크리치는 많이 안 물어봐서 모르겠고 그냥 피해야 하는 걸로만 생각하고 있음~_~ 짠 건 싫고, 좀 독특한 핀란드틱한 걸 먹고싶다 싶으시면 라크리치에 도전해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이렇게 핀란드의 맛을 깨달은, 즉 미각 정체성을 깨달아버린 저는, 내일을 기대하며 잠에 듭니다.














꼐속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