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여행 셋째날: 2015년 10월 19일 월요일




노르웨이 여행 지도, 10/19노르웨이 여행 지도, 10/19


 4시 15분에 몸을 실은 기차는, 여덟 시간을 달린 끝에 서쪽 해안의 도시, 스타방에르에 거의 와 닿았습니다.






스타방에르로 가는 도중


 눈을 떴는데, 잠깐 멈추어 있었습니다. 스타방에르 오기 전에 여러 곳에 조그마한 역들이 있는데, 그 곳 중 하나에 멈춰 선 상태였어요.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게..














 노르웨이 NetCom 유심이 안 되어서 짜증나서 빼고, 








핀란드 유심을 다시 꼈는데 비밀번호를 까먹어버려서,









PIN을 몇 번 쳤는데 안 돼서 먹통이 됨.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PUK 코드가 필요하니 영업점으로 문의하라는데, 나중에 핀란드 가서 문의해도 안 되더라구요. 프리페이드 살 때 등록했는데 그 정보로는 못 찾는다고. 처음 산 케이스는 이미 버렸으니 PUK 코드를 찾을 턱이 없고, 이렇게 남아 있는 충전된 통신료도 사뿐히 날렸습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다 보니 옛날 '의대생의 명절' 만화 마지막 컷 표정이 떠오르더군요. 엉엉ㅠㅠ







 나중에 알고 보니 엘리사 PIN 코드는 처음 살 때 1234인 걸 깨달았다는 슬픈 이야기... 1234를 시도라도 해 봤어야ㅠㅠ






스타방에르로 가는 도중


 이런 저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차는 다시 초원을 지나고 스타방에르로 들어섭니다.









스타방에르역


☆ 도착 ☆





스타방에르역


 도착하니 바로 앞에 스타방에르 역사가 있습니다. 역은 별로 크지 않음.




 

 오슬로에서는 에어비앤비에 묵었는데, 스타방에르에서는 카우치서핑(Couchsurfing)을 통해 구한 집에서 지내기로 했습니다. 카우치서핑이란 아실 분은 다 아시겠지만 ^__^; 자기 집에 공짜로 사람을 재워주고, 게스트들은 거기서 묵으면서 서로 경험과 문화를 교류하도록 사람들을 이어 주는 플랫폼입니다. 







 저는 이란 출신 이민자 한 분께 연락을 드렸는데, 그 분이 자긴 안 되는데 다른 사람이 괜찮다고 해서 그 쪽으로 연락을 했고, 처음 연락한 분이 딱 데려다 주시기만 하셨습니다. 그래서 스타방에르 역에서 기다리기로 했어요.




스타방에르역


 기다리면서 화해했습니다. 역시 화나는 데는 잠이 장땡인가... 일단 당연히 제가 잘못한 것도 있을 뿐더러, 우리는 공론장에서 만난 토론자가 아닌, 어찌 되었건 내일까지 같이 다니기로 했고 핀란드에서 같이 지내는 친구이니까요. 잘잘못을 구태여 따지는 것보다는 좀 안 맞더라도 서로 이해해가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와이파이도 잘 안 잡히고, 전화를 어찌저찌 했더니 어느 은행 앞에 있다고 해서 뭐지 하고 나가서 주변을 헤매며 둘러봤는데,








엥!?










 딱 저런 초록색의 택시를 탄, 동양인 기사 아저씨께서 밝게 웃으시면서 인사를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택시에 태우시더니 바로 출발...















개꿀ㅋㅋㅋㅋㅋ











 예상치 못한 뜻밖의 전개에 어리둥절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집 한 군데에 내려 주시더니, 주인은 저녁에 올 거라고 쿨하게 키를 주시고 가시는 아저씨ㅠㅠ



 





우왕ㅋ굳ㅋ












 넓군요. 넓습니다.











바르샤 팬인 듯한 주인 아저씨.








 경치 좋다.








 이 아저씨의 집은, 감레 스타방에르(Gamle Stavanger)라고 불리는 구시가지에 있었습니다. 18세기 후반의 목재 건물들이 늘어서있고 자갈길이 깔린 옛 스타방에르의 시가지인데, 참 그렇다면 말 그대로 그냥 관광지 내에 있는... 집... 









부럽네요.









아무튼 아직 1시밖에 안 되었고 소중한 시간을 날릴 수는 없으니, 빨리 샤워를 한 뒤 도시를 구경하러 밖에 나섰습니다.







 구름이 약간 껴 있지만 구시가지는 예쁩니다.






 소박하면서 예쁜 노르딕 목조 건물입니다. 레이캬비크 시내랑 비슷한 느낌이네요ㅋㅋㅋ 경사로를 따라서 아래로 내려오니,





 부두가 보입니다.







 크고...아름다운...배들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부두에 정박해있습니다.





 스타방에르는 인구가 123,900명밖에 안 되지만, 노르웨이에서 중요한 산업 도시 중 하나입니다. 노르웨이 인구가 500만 정도니까 사실 저 인구가 그리 적은 건 아니죠. 특히나 석유 산업과 임업이 발달해 있는 도시입니다. 저렇게 크고 아름다운 배들이 많은 것이 놀랍지 않습니다.






 저 멀리에는 관광용인지 커다란 목선이 보이네요. 방주인가... ^_^;;







 부두에는 또한 어시장이 있고, 광장 쪽으로 들어서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버거킹 짱귀엽.... 굉장히 귀여운 버거킹이 있습니다ㅋㅋㅋㅋㅋㅋ







 광장으로 올라와 바라본 부둣가. 배들이 많이 정박해 있는 게 보이시나유. 부두 건너편엔 구시가지가...







 전 아이슬란드 여행을 갔다온 뒤로부터 항상 티셔츠가 눈에 밟힙니다 ㅋㅋㅋㅋ 노점에 티셔츠가 있길래 사려고 봤는데, 아이슬란드만큼의 약빤 티셔츠는 역시 없네요. 하긴 그 정도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광장의 부두 반대편에 우뚝 서 있는 건 스타방에르 돔키르케(Stavanger Domkirke, 돔 교회). 굉장히 작고 별 볼일 없는 교회 같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겉보기엔 작았지만 안으로 굉장히 깊고, 장중한 멋이 있는 교회였습니다.






 작은 교회를 무시하다간 X 되는 거야... 아주 X 되는 거야...





 그리고 교회를 끼고 넘어가니, 교회와 저희가 처음 내린 역 사이에, 브레이아반(Breiavann)이라는 작은 호수가 있었습니다.




 10월 중순의 노르웨이라면 으레 추울 줄 알았는데, 따뜻한 날씨에 나른한 햇살, 그리고 떠다니는 오리들이 너무 감동적이었습니다 ㅠ_ㅠ








 아 노르웨이 돌아가고싶다 ...





 앞의 악어는 무시하시고...





 호수 주변에서 잠시 노닥거리다가 다시 자리를 옮기는데, 큰 나무가 눈에 띄어 찍었습니다.




 교회의 뒷부분 모습입니다. 분명히 광장쪽 앞부분은 매우 소박한데 뒷부분은 거대한 걸 봐서 뭔가 노린 것 같기도 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







 잠깐 H&M에 들러 캐서린이 놓고 온 빗이 잇나 살펴본 뒤,




 없으니까 그냥 스타방에르 시가지로 들어섭니다. 감레 스타방에르에 속하는 곳은 아니고 스타방에르에서 나름 번화한 상가인데도, 북유럽 풍의 멋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요즘 마트에서 북유럽 스타일 한복이니 뭐시기니 까지 하면서 북유럽팔이를 하는 걸까요...











 근데 정말 너무 따뜻한데다가 걷기만 해서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졌습니다.



 맥도날드도 목재간판임ㅋ



 맥플러리 쳐묵쳐묵, 하면서 가이드북을 살짝 보면서 어딜 갈까 생각합니다. 중고서점에서 본 론리플래닛...





 그런데 여러분 지금까지 아마 가보지도 못한 도시에서 생판 남이 걷는 궤적을 머리로 따라오시느라 힘들고 다 때려치고 싶으실 것 같아요. 마치 서울이라고는 가본 적 없는 사람이 김연수의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을 읽는 기분일까...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스타방에르 지도!





 저의 의식의 흐름의 이해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시길 바라며 ^__^;;







 아무튼 이 동네는 뭐 가이드북에도 없고 그런 동네인데, 평범한 상가인데, 길거리 자체가 너무 예뻐서 경축스러웠습니다.






 그리스 식당이 있는 이 거리는 사진 찍기에 좋아보이네요.




 그래 찍어라.








 인구 13만인 이 도시에도 설마 했는데, 중&일 레스토랑이란 신기한 곳을 발견했습니다만 역시 한국 레스토랑은 없습니다 ㅠㅠㅠ 뭐 굳이 여기까지 와서 가고 싶지도 않다만...







 이 블럭을 딱 지나니, 펼쳐진 것은,



















그래피티!







 저런 예쁘고 옛스러운 상가에서 갑자기 그래피티의 광장으로 던져졌습니다.







 옛날에서 누군가 저를 붙잡고 현대로 잡아 끈 느낌이었습니다. 비쥬얼 쇼크.






 미분의 힘이 그대와 함께하기를!











 사실 제가 가려고 한 곳은 석유박물관(Oljemuseum)이었는데, 그 앞에 이렇게 어마어마한 작품들이 있는 지는 몰랐습니다.




 석유박물관은 저 뒤에 보이는 회색 건물이에요. 그리고 그 앞으로 아마 예전엔 부두로 쓰였을 것 같은 광장에, 산업 시대에 종말론을 상상했으면 이랬을 것 같은, 고철, 고무공, 등등 산업 폐기물로 만든 예술품이 가득합니다.




 바트쨔응...




 뭔가 이 도시는 반전매력을 보여주는 게 특기인 듯.




 그리고는 석유박물관에 들어가려 했는데, 아쉽게도 들어가면 20분 후에 닫는다고 해서 포기했습니다. 아무래도 비수기이다 보니 스타방에르의 대부분의 박물관은 아예 문을 안 여는 곳도 많은데, 여기는 메인 박물관이라 열긴 했으나 오후 네시에 문을 닫았어요. 그래피티보다 박물관을 먼저 봤으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해서 아쉽기도 했는데, 뭐 큰 후회는 없습니다.






 박물관 입장이 좌절되어, 그래피티 부두의 끝에서 바다를 노려다봅니다.






 평-화롭다.




 구름이 덮혀 오자 그래피티가 덮힌 고철들이 세상의 끝인 듯한 비장미마저 전해주지만, 해가 남아 있으므로 일단 일어섭시다.




 저희는 무작정 해변을 따라 남쪽으로 걸었습니다. 사실 특별한 계획이 있는 건 아니었고, 뭔가 있는 걸 안 것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확인한 여러 가지 색다른 매력, 다양한 매력들이, 이 도시라면 뭔가 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이끌었던 것 같아요.




 계속 남쪽으로 내려가니 꽤 괜찮은 주택가가 나오고,




 고가도로가 마치 초자연적인 구조물처럼 도시의 하늘을 지납니다.






 그리고 발견한 것은 또 그래피티. 다만 이번엔 여러 가지 재료를 다루기보다는 일반적인 벽화 위주의 그래피티입니다.




 사람의 크기와 비교해 볼 수 있는 그래피티의 크기.


 이 어마어마한 것을 그리기 위해 얼마나 큰 장잉력이 필요했을까요.







 살짝 보였던 괜찮은 주택가는 일시적 현상이었는지, 그 곳이 지나자 낡고 오래된 건물들이 나타납니다. 그래피티의 수준은 보시다시피 매우 조악한 것으로부터,




 타이포그래피 수준의 것까지 있구요.



 제가 그림이나 그래피티를 잘 몰라서 말로 잘 못 옮기고 있는 것이 너무 유감입니다ㅠㅠ 역시 사람은 공부를 해야해요 ㅠㅠ







 하다하다 바닥에 스티커까지.






 뜬금 귀여운 곰이 붉은 페인트로 글자를 씁니다.





 공단인 듯 어마어마하게 큰 시멘트 구조물이 보입니다. 아까 석유박물관 근처가 주변이 깔끔하고 정돈되어있어 정말 '예술'적인 느낌을 줬다면, 이 곳의 그래피티들은 산업 구조물, 쇠락한 건물들과 맞물려 그래피티적인 분위기, 맥락들을 창조해내는 듯한 느낌입니다.








 가다가 발견한 인상적인 그래피티.



 놓칠 수 없죠.




 스트레스를 더 받고 싶은 사람은 없겠죠? 그래서 오른쪽으로 갔더니,



 다시 바다가 ㅠ_ㅠ 그런데 이제 다른 구조물들도 안 보이고, 멀리 구릉들, 피오르들이 보이는 바다입니다.







 적당히 따뜻한 온도, 바다 너머 보이는 구릉과 피오르들, 지나온 그래피티, 오른쪽에 있는 깔끔한 건축물까지, 모든 게 너무나 완벽한 순간이라 파노라마를 찍어봤습니다.




 그치만 여기서 물러나긴 좀 그러니까, 오른쪽 건축물 앞 부두까지만 가 보기로 합니다.






 가는 길은 완전 공사판이에요.





 완전 새로 지은 듯한 깔쌈한 건축물. Innovation Dock. 혁신 부두입니다. 인터넷 홒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혁신을 테마로 꾸민 공동작업, 교육, 기업 컴플렉스입니다. 



 정말 이런 곳에서 일하면 일할 말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순진한 생각이겠지만요 ...



 돌아본 스타방에르. 고가도로가 저 멀리 보이는 걸 보니 많이 오긴 왔나 봅니다.




 혁신 부두의 끝에서.



 이 광경이 영원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여기서 계속 바다 건너만을 바라보았습니다. (물론 이 생각은 내일 되어서 깨집니다ㅋㅋㅋㅋㅋ.)




 그치만 늦었으니 돌아가야죠. 호스트 아저씨도 어떤 사람인지 봐야 할 거구요. 정말 오래 걸어 왔으니 빨리 걸어 돌아갑시다.




     


보도블럭에 새겨진 집의 모습. 저렇게 생긴 집 앞 보도블럭에 저런 모양을 새겨놨어요 ㅋㅋ




 오덕오덕.




오는 길에 못 봤던 멋진 그래피티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태국 음식점이 아주 가까운 곳에 두 군데나 있는 게 신기해서 찰칵.




히-익







 그렇게 부두 앞 광장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온 기념으로 광장에 있던 동상과 기념샷을 ^____^ 반가워 동상아 ...











 으으 제가 봐도 저희 진짜 많이 걸은 듯...^_^;;





 솔직히 세상에 존재하는 지도 몰랐던 도시였는데... 오길 잘 한 것 같습니다.




 날이 많이 어두워졌으니 빨리 숙소로 돌아갑시다.





 내려온 구시가지를 지나...









 도착하니,










 정말, 정말 한국 동네 아저씨처럼 생긴 호스트께서 저희를 맞아주십니다.




그리고 밥(+보드카)부터.










 저희를 호스트해 준 카우치서퍼 마틴 후시니 씨는 아프가니스탄 난민 출신이에요. 완전 동양인 외모라서 신기했는데, 본인은 타지크계라서 중앙아시아 혈통이라고 합니다. 13년 전 아프가니스탄을 떠나, 이란과 러시아 터키 등을 거쳐 노르웨이에 도착한 지 10년 여가 되었다고 해요. 그래서 국적은 노르웨이랍니다. 직업은 화가라고 합니다.








 요즘 난민 문제가 굉장히 이슈인데 난민을 직접 볼 기회는 없었잖아요. 실제 난민 출신 정착민을 만나니 굉장히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만나자 마자 감자와 닭고기 요리를 직접 해 주셔서 굉장히 편했습니다. 어마어마하게 친절했어요. 물론 그게 저 때문인지 캐서린 때문인지 확신이 안 갈 수도 있긴 합니다만 일단 그랬습니다^__^; 일단 전체적으로 성공적으로 노르웨이 사회에 정착하신 것 같아 보기 좋았어요. 직업도 있고 집도 괜찮은 곳 구하고 프로 카우치서핑 호스트도 하고 부러운 삶을 살고계신...







 스타방에르의 야경.






 TV도 엄청 좋고 컴퓨터랑 연결도 됩니다. 오오 노르웨이 오오. 밥을 먹고 나서 유투브로 음악을 들으면서 얘기하고 놀았습니다. 주로 내일 갈 프레이케스톨른(Preikestolen)에 대해 얘기했지만, 그 외에도 스타방에르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 카우치서핑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셋이서 사진. 아 머리스타일도 그렇고 표정도 그렇고 진짜 왜케 이상하지 짜증난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여기 오기 전에 핀란드에서 머리를 했는데 머리스타일은 도 그거때매 파.괘하고싶고 표정은 대체 왜 이러지ㅠㅠㅠㅠㅠㅠㅠ 본판이 안되니 어쩔 수 없나 싶지만 그래도 분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어찌 되었든 유투브와 맥주로 재밌게 놀다가, 내일 프레이케스톨른... 스타방에르에 온 이유인 프레이케스톨른에 가야 했기 때문에! 일단 일찍 잠자리에 듭니다.














 우리는 과연 내일 프레이케스톨른에 무사히 도달할 수 있을 것인가...?... 나도모르겠음 ㅠㅠ









꼐속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