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17일, 월요일




 




 일어나자마자 걱정부터 되었습니다. 우와, 오늘이 당분간 헬싱키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겠구나. 크으... 생각하니 아침부터 가슴이 저릿저릿합니다. 내일 떠나면 25일날이 되어서야 비로소 아이슬란드에서 저는 돌아옵니다. 그리고 26일은 오리엔테이션이구요. 그래, 오늘이 바로 (나의) 헬싱키 최후의 날이구나... 너무 긴장해서 다리가 후덜거립니다.












 게다가 메일까지 와 있습니다. 저는 University of Helsinki, Faculty of Social Sciences의 Economics 전공의 교환학생으로 와 있는데요, Economics 전공을 맡은 튜터 두 사람이 오기 전에 먼저 인사하자고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답장을 썼는데 다른 사람들의 메일의 내용들을 보니 대부분... 20일이 넘어서야 도착하리라는 내용들이네요. 나는 왜이렇게 먼저 온 것인가 ㅋㅋㅋㅋ 그렇지만 뭐 나름 재밌게 지냈습니다! 괜찮아요!











 헬싱키를 많이 구경하지 못한 아담은 수오멘린나를 보러 일찍 나갔습니다. 그러나 나는 일찍 와서 수오멘린나 따위 이미 다 봤지... 어헣헣헣. 저는 관광할 시간 따위 없습니다. 관광은 미루고 아이슬란드에서 필요한 물건 쇼핑하기만 해도 빠듯한 겁니다. 그러니까 출발합시다. 




 늦은 아침의 거리인데 악사들이 연주를 하고 있습니다. 헬싱키도 유럽이구나...를 또 새삼 느낍니다. 파리에서는 정말 전철역마다 악사들이 연주를 하고 있었는데, 길거리 음악 연주는 유럽을 나타내는 선명한 특징 중 하나인 것 같아요. 물론 한국도 요즘들어 많이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유럽만큼은 아니니까요.








 하늘이 너무 예뻐 기분 좋아 찍은, 헬싱키 대학교 건물. 위로 길이 뻗어 있는데 오른쪽은 죄다 헬싱키대학교입니다.






HELSINGIN YLIOPISTO

HELSINGFORS UNIVERSITET

UNIVERSITY OF HELSINKI






 빨리 학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했을 때마다 후회했으므로 그 생각은 집어넣어두...어야 하나? 한국에서 재학생 입장에서 개강하는 것과 교환학생의 개강은 다를 것 같습니다. 그냥 학교에 다시 가는 것과 생판 혼자인 상황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것ㅠㅠ













 그래서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H&M. 저에게 비싼 옷을 살 돈은 없습니다. 싼 옷을 삽시다. 가격도 한국이랑 크게 차이나지 않습니다.










 제가 여기서 사야 할 것은 따뜻한 옷! 지금 핀란드가 적당히 따뜻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따뜻한 옷을 하나도 가져오지 않았을 뿐더러, 심지어 글을 쓰고 있는 지금(9월 8일)까지도 소포를 발송받지 않았습니다. 몇일 전에야 소포 생각이 나서... 진짜 ㅁㅊㄷ ㅁㅊㅇ... 아무튼 아이슬란드에 가야하기 때문에 방한이 되는 적절한 옷을 사기 위해 들렀습니다.




 H&M에서 나오는 옷은 전세계 동일한 것 같습니다. 핀란드에서 반가운 한국어를 봄 ^_^








 그런데 저는 옷 사는 거에 정말 안 익숙해요. 사실 혼자 와서 옷을 사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정말 거의 없어요. 평소에 워낙 옷에 관심이 없으니까... 그런데 여기 와보고 나니까 이정도 가격이면 옷도 어느 정도 살 만하겠다, 싶었습니다. 문제는 핀란드 1인당 GDP는 한국의 2배인데 옷 가격은 한국과 똑같다는 거겠죠. 그나마 H&M이니까 똑같지 더 비싸기도 하다는데 저는 옷에 대해 잘 몰라서... 조용히 하겠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저는 두 벌의 옷을 삽니다.



  



??왜 뜬금없이 블레이져가??  그냥 사고 싶었습니다.





 근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둘 다 정확히 저 옷은 아닙니다. 그런데 저 옷들을 사이트에서 못찾겠음 ... 모자 달린 점퍼는 약 50~60유로, 블레이져는 80유로정도였던 것 같은데 이것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도대체 정확한 게 없네요 ㅠㅠ








 원래 아이슬란드는 비가 자주, 조금씩 오는 곳이기도 하고, 빙하 관광 등을 하려면 필히 방수 점퍼를 사야 합니다만, 저는 그런 걸 살 돈이 없어서... 결국 아이슬란드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저의 다음 목적지는 운동용품 매장입니다. 수영복을 사기 위해서인데요. 물론 저는 서울에 수영복, 수영모자, 수경을 다 갖고 있습니다 ^^ 부들부들... 아 원통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여기 온 것은 아이슬란드의 주요 관광지, 블루 라군 때문입니다.





보기만 해도 입이 뜨억 벌어지는 이 곳은 블루 라군...



 




 사실 H&M에서 반바지를 보고 고민을 했습니다. 그냥 대충 반바지를 살까, 수영복을 살까? 그런데 어차피 지금 반바지도 없어서 반바지 사는 데 돈이 들고, 헬싱키가 곧 추워지기 때문에 반바지 입을 일은 없을 것 같고, 전 어차피 집에서도 반바지를 잘 안 입어서 수영복으로 했는데 지금 보니 반바지가 나을 것 같네요. 수영복도 한 학기 내내 안 입는 건 똑같고 집 가면 원래 쓰던 수영복 있음...시무룩...ㅠㅠ







뭔가 삐까뻔쩍한데 사람은 없는 스포츠용품점, 인터스포트(Intersport). 











아디다스 슬리퍼가 19유로..!












 저거 한 켤레면 저희가 집에서 신고다니는 일반 삼디다스 슬리퍼를 9개나 신을 수 있군요. 


 진짜 슬리퍼뽕에 취해다닐 듯 합니다 ㄷㄷㄷ





 수영복 발견.




 이 사진을 왜 찍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네요. 











 수영복을 막 뒤지다가 60%나 할인해서 파는 15유로? 짜리가 있길래 아싸 이거다 하고 구입하려다가, 혹시나 '안 맞으면 어쩌지'하는 생각으로(너무 크면 어쩌지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수영복을 당겨 봤는데...









아뿔싸.









 아동용이었습니다 ^_^;




 사이즈가 다국적 치수로 적혀 있는데, AUSTRALIA 부분에 센치미터나 인치가 아닌, 6YEAR OLD라고 적혀있네요 ^^







 제가 아무리 말랐더라도 성인 남성의 골반이 들어가기에는 너무나도 작아 보였습니다. 역시 싼 데에는 이유가 있는 법! 또 공돈 날릴 뻔 했네요... 그나저나 그럼 성인용은 싼 게 없단 말인가 ㅠㅠ 하고 울면서 찾던 도중, 정말 디자인이 구려보이는 남성용 수영복 하나가 50%인가 할인하길래 그걸로 질렀습니다.













 평생 팔자에 없는 옷을 사느라 너무나 힘든 시간들을 보낸 저는 처음으로 헬싱키에서 맥도날드를 갑니다...



 학생 식당인 유니카페가 있는 이상 적어도 겨울방학이 되기 전에는 다시는 가지 않을 것 같은 맥도날드. 고급도 아니고 가격은 유니카페가 더 싸니까.











 그러나 정작 메뉴판을 보니 돈이 아까워서... 치즈버거세트를 시켰는데, 참 양이 적네요. 감동입니다. ㅠㅠ.







 맥도날드를 나와 다시 중앙역 쪽으로 걸으니... 하늘이 참 푸른게 뭔가 눈이 시립니다. 눈물이 나네...








 이쯤해서 저는 아담과 연락해서 저녁에 보기로 약속했습니다. 수오멘린나에서 돌아오면, 또 그 대성당 앞에서 만나기로요. 그런데 이제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었다고 하니, 시간을 떼울 곳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다가 적합한 곳을 발견했습니다.



카이사니에미 공원(Kaisaniemi Park)




 위의 지도에서 초록색으로 나타나 있는 곳이 카이사니에미 공원이에요. 도심이라고 할 수 있는 중앙역광장 바로 옆에 있는, 넓고 아름다운 공원입니다. 헬싱키대학 역의 옛 이름이 카이사니에미 역이기도 했어요.





 ...그런데 제가 굳이 이 곳을 고른 건, 2년 전 여기서 개고생하던 일이 떠올라서입니다. 2년 전 3월 초, 친구와 함께 유럽 여행에 오른 저는 헬싱키에서 환승하면서 하루동안 체류하게 되는데... 저는 "3월의 유럽 날씨"란 한국보단 따뜻한, 비 좀 오는 날씨라고 생각했건만, 헬싱키에서 저를 맞이한 건 칼바람과 하늘 끝까지 쌓인 눈... 그나마도 저는 중앙역에 내린 뒤 길을 잘못 들어 도심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카이사니에미 공원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게 됩니다. 이 방황과, 공항 노숙 등으로 인한 피로 누적으로 인해 저는 감기에 걸렸고, 유럽 여행 내내 감기는 저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하... 그런데 그 곳이 이렇게 아름답고 따뜻한 곳이었다니. 눈물이 났습니다. ㅠㅠ






 그리고 분명히 맨 위에서 관광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하다고 써 놓은 것 같긴 하지만 그냥 넘깁시다. 의례적 수사일 뿐이었습니다.










 사실 필터를 안 먹인 게 더 예쁜데 필터 안 먹인 사진이 몇 개 없는데 섞이면 이상할 것 같아 필터 먹인 사진들만 올렸습니다. 역 광장에서 건물 하나만 지나면 나오는 공원이라니 너무 마음에 드는데 같이 올 사람이 없는 게 함정이다...












 카이사니에미 공원에서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던 저는, 이제 슬슬 약속시간이 다 된 것 같아 대성당으로 향합니다. 



 대성당으로 향하던 도중에 지나게 된 에스플라나디. 참으로 평화로운 모습입니다. 그런데...









엥!?
















엥!? 전도몬 그거 완전 한국에만 있는 거 아니냐?



















 그런데 있네요...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떤 미국인 관광객 행렬이 지나가더니... 그 가장 뒤에 있는 사람이었는지 반대편에서 오던 사람이었는지 확실치는 않으나, 한 명이 떨어져 나와서, 길가 카페에서 커피 마시는 사람들한테 고래고래 소리를 지릅니다.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는데, 대충 뭐 이런.




"TRUST JESUS!!! TRUST JESUS!!! JESUS IS COMING!!! END IS COMING"

그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찬송가를 부르더니

"GOD HATES SIN!!! !@()*!@(#_#!(_@# THIS CITY WILL BURN!!!"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너무 황당하고 웃겨서 빵터졌습니다 ㅋㅋㅋㅋ지나가는 사람들도 다 웃고, 카페에 앉아있는 사람들도 황당해서 웃고, 전도몬님만 혼자 소리치다가 가버립니다. 진짜 순간 정신병자를 본 줄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습니다. 사람이 꾸준히 병신같으면 직업이 됩니다.







 ...제가 이 블로그로 생계를 떼우지 못하는 것도, 제가 꾸준히 병신같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좀 꾸준히 병신같아야겠다... 다짐하는 하루입니다.







 사실 제가 전도하는 사람을 본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에요. 중앙역 지하 메트로에서 어떤 아주머니께 기독교 홍보 책자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그냥 책자일 뿐이고, 뭐 추태를 부리거나 강요를 한 것도 아니라서 별로 기분 나쁘지 않았고, 오히려 핀란드에선 전도도 점잖게 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래서 저는 저 사람이 미국 관광객인 것 같은데 정확한 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ㅋㅋㅋㅋ








 어느새 도착한 대성당. 시간은 4시 30분을 가리키네요.








 갓렉산드르 2세 대제님 안녕히 계셨습니까.





 연락이 안 되어서, 근처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를 마셨습니다.





 그래서 커피 받아서 대충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도착했다고 해서 허겁지겁 커피 입에 털어넣고 광장으로 다시 나감ㅠㅠ. 아아 오늘 왜 이러지.







 아담과 함께 카페에를 가려 하는데, 헬싱키대학교 카페가...! 우왕ㅋ굳ㅋ 디자인도 좋고 해서 그냥 드러갑니다.







 어헣.어헣.







 차마 커피를 또 마실 수는 없어서 이번엔 아이스티를... 그런데 먹고 나니까 갑자기 피곤해집니다. 도대체 나따위가 뭘 했다고 피곤한 걸까... 참 자책감이 들지만 그래도 피곤은 운명인 걸 어쩌겠습니까. 집으로 갑시다.






 

 ...게다가 아이슬란드 갈 준비도 안 하기도 했구요. 












...








"You are not prepared."

일리단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는 느낌이 듭니다.










 가는 길에 감자를 산 아담의 선택은 감자향신료오븐구이. 감자를 적당히 자르고, 향신료, 식용유? 등등 해서 오븐에 굽는 건데, 핀란드에 처음 도착했을 때 살았던 곳에서 먹은 요리와 거의 똑같아요.






 우오 흔들렸다.








 그 와중에 전 제가 산 요리들을 셋팅합니다. 특히 피자와 연어. 연어는 이번에는 새로운 걸 시도해 보려고 또 새로운 걸... 가져왔는데 사실 진짜 저게 뭔지는 기억이 안 납니다... ㅠㅠ 감자에 맛들이고, 요즘은 삼겹살도 발견하고, 게다가 유니카페까지 있는 상태에서 연어를 거의 안 먹게 되었네요...








 그런데 여기까지 셋팅된 상황에서, 갑자기 돌발상황이 발생합니다.









 갑자기 현관문이 열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오오 새로운 플랫메이트가 ...!








 새로운 플랫메이트가 도착한 것이었습니다. 우와. 이름은 루카스. 아담과 같이 체코에서 왔다고 하고, 같은 학교를 다니고, 같은 방을 쓸 거랍니다. 충격과 공포.










 어쨌건 새로운 사람이 온 이상 접시도 하나 더 세팅하고 맥주도 하나 더 놓습니다. 








 여기에 감자까지 셋팅 ^오^ 맛있겠다... 이제 먹어야지...


















그런데 ...
























갑자기 두 명의 플랫메이트가 더 도착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 동안 한 명도 안 오다가, 

내가 아이슬란드 가기 직전, 

바로 전날에 세 명이 동시에 오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

말도 안 됨 ㅋㅋㅋㅋㅋ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FOREVER ALONE 










 새로 온 두 명은 네덜란드에서 왔다고 하고, 아담/루카스와 같은 메트로폴리아 대학교를 다닐 거라고 합니다. 한 명은 루크, 한 명은 류드였나. 이름이 확실치가 않네요 요즘 얘기를 안하다보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 플랫메이트의 이렇게 대홍수가 하루에 몰아닥치다니 정말 헬싱키 최후의 날 답구나 ㅋㅋㅋㅋㅋㅋㅋ













 하... 괜히 삼일 전 고독감에 못 이겨 아이슬란드 티켓을 끊었나 싶은 생각이 살짝 들면서 ... 열 시에 방에 틀어박혀, 아이슬란드에 가기 위한 짐을 싸고 침대에 눕지만. 쉬이 잠이 오질 않습니다.









과연 천기섭은 아이슬란드에 무사 도착하여 적당히 뽕을 뽑고 살아돌아올 수 있을 것인가 ...











꼐속









2015년 8월 15일, 토요일




 어느덧 이역만리에서 지낸 것도 1주째, 핀란드에서 광복절을 맞게 되었네요. 예전에는 외국에 있으면 광복절을 피부로 못 느꼈을 것 같은데, 요즘은 인터넷이 있다 보니까 ^_^ 광복절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집니다. 





 그래서 저도 아침부터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며 오오 광복절 오오...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영화 암살을 못 봤는데, 특히 암살이 보고싶어졌었어요 ㅋㅋㅋ 그러다가 다시 피곤해져서 이불을 올려 덮었습니다.















 사실 뭐 이미 아이슬란드 여행 예매했겠다, 플랫메이트들에 대한 기대는 이미 접었습니다. 여덟 명 방에서 혼자 사니까 뭔가 나 홀로 집에에 나오는 케빈같은! 거대한 집을 혼자 쓰는 거대한 해방감...!이 느껴지기 시작해서 뭐 언젠간 오겠지 싶은 생각으로 뻗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덜컹, 덜컹,







갑자기 들려오는 문고리 소리에 신경이 곤두섭니다.










미지와의 조우...








 정작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날이 왔는데, 엄청나게 떨렸습니다. 과연 오늘이 우리나라의 광복절임과 동시에 저에게도 고독으로부터 해방되는 날이 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스트레스가 추가되는 날이 될 것인지...




 


 아무튼,







HELLO!!!!!!







 제가 만난 것은 캐리어를 옮기며 이제 막 현관문을 젖히고 들어온, 한 명의 유럽 청년이었습니다. 검은 머리에 검은 눈, 땀, 선해 보이는 눈동자, 곱슬머리, 선명한 이목구비,






 솔직히 위에 쓴 불안감은 그 전에 느꼈던 거고, 막상 사람 보니까 너무 반가워서 헬로!!!!를 외치며 캐리어를 손수 옮겨드렸습니다 ㅠㅠ













 그리고 캐리어가 어느 정도 정리되자, 이 친구가 꺼내놓은 것은...




알콜 럽...♥






 일회용 컵까지 준비해 온 치밀함을 보인 친구는 바로 술을 꺼내듭니다. 진심 너무 마음에 듭니다 ㅠㅠ





 저 병 안에 든 술은 친자노는 아니고, 할머니께서 운영하는 양조장에서 만든 술이라고 합니다. 도수는 약 50도...!





 고독했던 세월을 떠올리며 원샷 ㅠㅠ










 간단한 먹을거리를 먹으며 얘기를 합니다. 저와 같이 핀란드 교환학생을 온 이 친구의 국적은 체코, 이름은 아담, 전공은... 공대였던 것 같은데 세부전공은 잘 ~_~ 헬싱키 대학교가 아니라 메트로폴리아 대학교를 다니러 왔다고 합니다. 오늘 착륙해서 바로 여기로 왔다고. 으아아 너무 반가워여...




 체코어로 고마워는 데뀨유, 건배는 나즈데라비~





 지금까지도 거의 제일 많이 쓰고 있는 체코어, 나즈데라비 ㅋㅋㅋㅋㅋㅋ





 우리의 새 플랫메이트는 짐을 정리하고, 저는 다시 침대에 눕습니다. 으아아아 이게 인간의 삶인가. 조금 쉬고 저녁에 같이 근처 펍에 가서 맥주를 가볍게 한 잔 하기로 합니다 ^오^





 그렇게... 누워서 빈둥거리다 컴퓨터 하다가 아무튼 시간이 가고...







 해가 지고 있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정말 나무가 많아요 ㅋㅋㅋ 녹지에 감동하며 펍으로 갑니다.










 사실 콘툴라는 그냥 주거지역이고 딱히 번화가도 아니라서, 그렇게 막 재밌게 놀 곳은 없어요. 콘툴라 역 근처 마트들 있는 곳에 레스토랑, 패스트푸드점, 펍 몇 군데가 있는데, 그냥 그 중 아무데나 들어갔습니다.




 맥주 한 잔씩 시키고 착석.





 ...했는데,







 자리가 부족하다고 핀란드 아줌마아저씨들이 옆에 앉아버렸습니다.






 흠좀무 ...






 덕분에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아





 그리고 여기 들어올땐 몰랐는데 가라오케였습니다. 노래방 기계가 있고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는데, 잘 못 부르는 것 같은 사람들도 나와서 열심히 부르더라구요 ㅋㅋㅋ 게다가 노래방처럼 밀폐된 것도 아닌, 불특정 다수가 듣고 있는 이런 펍에서... 뭔가 잘 불러야만 뽐낼 수 있는 한국이랑 다른건가 패기넘친다 싶기도...





 그런데 문제는 가라오케 노래소리 + 옆의 아저씨아주머니들 말소리때문에 저랑 아담이랑 얘기해도 하나도안들림 ㅠㅠㅠㅠ ㅋㅋㅋㅋㅋㅋㅋ 하...





 조금씩 재미가 없어지던 중, 옆의 핀란드 아주머니가 말을 겁니다. 다만 핀란드 아주머니는 반대편에 있어서 주로 아담에게 말을 거네요. 그치만 뭐 미안해서인 것 같고 ... 그냥 핀란드 물가가 비싸냐, 어디서 왔냐 이런 것들을 물어봅니다. 아담이 "핀란드 물가 되게 비싸다"고 해서, 제가 "한국보다 싼 것도 있다."고 말하려 했는데, 너무 시끄럽고 해서 테이블 건너로 말은 못하겠고 ... 그렇게 그렇게, 시간이 가다가...!
















갑자기 아주머니의 질문



















"Where is your mother?"

(번역: 니 어무이 어디 계시노?)















뭐지... 패드립인가?

(진지하게 당황했습니다. 아주머니...야갤하세여...?)
















도저히 맥락을 파악할 수 없는 질문에 당황한 제가, 


더듬으며 "어무이는 한국에 계시지예."라고 말하자, 


아주머니의 손이 움직입니다.


















2*2=4유로행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아주머니는 덧붙입니다. "어머니가 같이 안 계시고 이렇게 떨어져 있으니까, 마치 내가 어머니가 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니까 이 돈을 받으려무나."





 오오 핀란드 아주머니 오오 감동...이긴 한데, 도저히 감동을 받지 못함 ㅋㅋㅋㅋㅋㅋ 저도 당황하고, 아담도 당황하고, 






 애초에 아무리 우리가 여기 비싸다 비싸다 해도 쓸 돈이 없었으면 왔을 리가 없잖아요 아주머니 ㅠㅠ


 



 급하거나 아쉬울 때 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무난하게 잘 지내고 있는데 갑자기 뜬금없이 동전 두개를 주니 거지가 된 것 같은 이기분...

















나이 25에 글로벌 거지행ㅋㅋㅋ









 이렇게 또 인생을 배우네요.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의도를 전달하는 방법이 나쁘면 소용이 없다. 넵. 저는 유럽 와서 처음으로 기분이 상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 게다가 거절을 하는데, 아무리 거절을 해도 받아들이질 않습니다. 전 받고 싶은데 체면 때문에 거절하고 있는 게 아니에요. 진짜 받기 싫어요 아주머니 ...











 그렇지만 저는 정말 힘들게 거절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왜냐?





















★일류가 되기 위하여...★

물론 일류라 해봤자 일류거지행...















 4유로를 거절하기 위해 진땀을 빼다가, 묘수를 떠올렸습니다.






 사실 지금 체코 플메도 그렇고, 유럽인들은 대체로 동양 국가들에 크게 관심이 없고 있다 해도 피상적인 관심이 대부분입니다. 아무래도 현대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서구 문명의 발상지가 유럽이다 보니, 유럽 이외의 나라들은 유럽의 문화 등에 관심이 많은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요즘 TV에서 한류 한류 아무리 떠들어도, 그런 한국 대중문화를 즐기는 것 자체가 주류문화는 아니에요. 물론 요즘 들어 늘어나긴 했지만 그럼에도 거의 백에 한 명 정도죠.








 게다가 그 동양에 대한 관심의 대부분은 인도, 중국, 일본... 한국은...



















더 이상 말이 必要韓紙?















 즉 한국이란 나라를 잘 아는 사람은 거의 없고, 동양은 막연히 이럴 것이다-는 생각만 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이라면 더더욱 그러하구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주머니, 매우 감사합니다만, 한국의 전통에 의하면 처음 만난 사람에게 돈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돈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자 그전까지 돌려받기를 완강히 거부하시던 아주머니도 굉장히 뻘쭘한 표정으로 돈을 거둬들이심... 그리고 저와 아담은 ㅌㅌㅌㅌ







 하.............................








 돌아가면서 저희는 어이없음을 공유하며, 도대체 왜 그 아주머니가 그런 행동을 했을까, 요인 분석을 해 보았습니다.








1. 아담이 "핀란드 물가가 정말 비싸다."고 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가장 유력한 가설. 그래서 아담은 다음에 핀란드 물가에 대해 물어본다면 그냥 "Shut up"해야겠다고 언급합니다. ㅠㅠ





2. 내가 후줄근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제가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밖으로 내뱉지 못한 요인.






2-1. 어찌 보면 아담도 후줄근하게 생겼다.

 게다가 그날 도착한 밤이라서 피곤했죠. 아담아 미안하다. Promiňte.






3. South Korea와 North Korea를 착각했다.

 가능성 있음.














뭐 그 아주머니에게 물어보지 않는 이상 진짜 이유는 알 수 없겠지요 ... 





















진실은 저 너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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