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여행 첫날(2): 2015년 10월 17일 토요일, 09:00




노르웨이 여행 지도, 10/17노르웨이 여행 지도, 10/17




 저번 화에서 보셨다시피 드디어 노르웨이의 오슬로 공항에 내리긴 했는데... 했는데... 시각도 오전 8시고, 사전 조사를 하나도 안 해서 뭘 해야 할 지를 몰라 먼저 공항의 인포메이션 센터에 물어봤습니다. 오슬로로 가려면 버스나 기차를 타야 하고, 대중교통은 1일권을 구입해서 사용하면 싸다고 해서 그냥 대충 그렇게 하기로 했는데, 나중에 보니 이놈의 인포메이션 센터 굉장히 부실했습니다... ㅠㅠ



오슬로 대중교통 1일권오슬로 대중교통 1일권


 예를 들어 이 오슬로 내에서만 사용가능한 1일 교통카드는 90크로네입니다. 그런데 인포메이션 센터에서는 이 교통카드가 있으면 오슬로까지 가는 열차(Flytoget)의 할인을 받아서 60크로네만 내면 된다고 했는데, 












(...)



...는 개뿔, 조금만 들어가서 열차 담당자한테 물어보면 학생 할인만 있고, 학생 할인받으면 90크로네를 내야 한다고 말해줍니다. 인포메이션 센터 얘기를 하니까 무슨 헛소리냐고ㅠㅠ 여전히 버스는 110크로나였기 때문에 기차가 낫긴 한데, 웬지 버스 가격도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잘못 가르쳐줬을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갑자기...





※ 10월 19일 기준, 1유로 = 9.22 노르웨이 크로네, 1 노르웨이 크로네 = 139.3원입니다.







 열차 타러 가는 길에 예기치 않게 만난 앙증맞은 모형 비행기.







 오슬로로 갑시다. 옆에 일반 열차도 이용할 수 있는데, 학생 할인도 되겠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하니 그냥 공항철도를 이용합시다ㅠㅠ.



 환전소도 9시부터고, 뭐 어물쩡하다가 9시가 넘어서야 표를 뽑았네요. 내가 여기 온 게 몇 신데... 부들부들.






 그리고 열차를 탑니다.





 시설이 좋습니다. 역시 우와 석유의 힘 하면서 감탄합니다.






 그리고 쾌적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엥?



 오슬로 중앙역에 순식간에 도착합니다. 공항에서 단 19분 걸린다네요. 너무 빨리 도착해서 뭔가 매우 쾌적했던 의자 등받이가 그리워짐 ㅠㅠㅠ






 보시다시피 저는 코트를 입고 있고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열차에 한국어로 인사말이 적혀 있어서 반가워서 찍었어요. 다만 인사말은 이 열차의 출입문들에 어림잡아 40개언어로 적혀 있는 듯 ^_^;;









 그리고... 오슬로, 추웠습니다. 아니 분명히 일기예보 어플에 의하면 헬싱키보다 따뜻했는데... 생각하다가, 문득 일기예보 어플이 노르웨이 기상청 것이었다는 것을 떠올립니다. 아아. 관광객 좀 끌어모으려고 양심을 팔아넘긴건가... ㅠㅠ








 도착 인증샷.






 프롤로그에서 설명이 부족했는데, 캐서린은 그냥 교환학생 같은 튜터 그룹 친구일 뿐이고 전혀 아무런 사이도 아닙니다.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그렇고 그런 사이도 아님★. 다만 제가 노르웨이에 간다고 햇는데 본인도 노르웨이 가기로 했다고, 처음 몇일 간 동행하자고 해서 동행하는 그런 매우 평범한 사이입니다 .^___^;






 물론 동양남보다는 슬라브 미녀가 있으면 사람들의 호감도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게 함정. ^_^;














 사실 오슬로 중앙역에서 호스트들에게 먼저 연락하고 가려고 했는데, 문제가




 1. 제가 한국 유심으로 심카드를 다시 바꿔서 연락하려 했는데, 왜인지 몰라도 문자가 안 보내졌습니다 ㅡㅡ


 도대체 진짜 왜인지 모를 이유인게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되거든요. 진짜 엄청 답답하고 당혹했습니다.








 2. 그래서 노르웨이 심카드를 샀는데, 이번엔 인증이 안 됩니다.


 도대체 진짜 왜인지 모를 이유인게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되거든요. 진짜 엄청 답답하고 당혹했습니다. 사실 세븐일레븐에서 "두유해브심카드?"라고 물어봤을 때 "노"했는데 바로 옆에 심카드가 있었을 때부터, 이상함을 눈치챘어야 했는지도 모르겠네요...


 분명히 영어로 설명이 쓰여 있는 걸 보고 샀는데, 인증이 안 됩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노르웨이어 부분엔 뭔가 설명이 길어 고객센터에 전화했더니, 영어를 잘 못 하시는 아주머니께서 받아서 쏼라쏼라하는데 대충 노르웨이 Social Security Number가 있어야 심카드를 인증할 수 있는 것 같더라구요. 심카드는 29크로네라서 그렇게 아깝다는 느낌은 안 들었지만, 그냥 날린 시간이 아깝고 어떻게 호스트들에게 연락하나 전전긍긍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외국인이 심카드를 사용하려면 통신사 영업점에 찾아가서 신청해야 합니다. 영업점은 중앙역에 있는데 토요일엔 심카드 신청은 안 되어요. 저는 바쁘게 돌아다니다 보니 신청을 결국 못 했고, 삼일 째 스타방에르 갈 때 결국 참극이... )








 3. 그래서 캐서린이 핀란드 유심으로 연락하니까 연락됨


 ㅁㅊㄷ ㅁㅊㅇ


 허-무하다











 그냥 나도 핀란드 유심이나 계속 쓸 걸 뭐하러 유심 갈아낀건지 참으로 부들부들...










 게다가 노르웨이는 관광 스팟에는 웬만하면 와이파이가 다 되어서, 사실 저는 데이터의 필요를 크게 못 느꼈습니다. 결국 저는 이 유심을 갖고 다니다가 베르겐에서 걍 아몰랑 귀찮아 하며 버리게 됩니다 ^_^;;





 이런 수많은 삽질을 하였고, 일단 힘드니 배부터 채웁시다. 중앙역 버거킹에서는 더블치즈버거와 치킨버거를 29크로네에 단품으로 팔고 있었습니다. 미친 노르웨이 물가를 생각하면 어마어마하게 싼 물가죠. 뭐 햄버거 양이 창렬이긴 한데... 그래도 감사하게 먹었습니다.





마침내, 10시가 넘어서야 처음으로 보게 된 오슬로!








건물들이 참 북유럽-북유럽 하면서도, 핀란드보다 더 세련된 느낌입니다.









 버스엔 비싸보이는 스크린까지 달려있어요. 역시 석유파워 ㄷㄷㄷ




 인상적인 건 버스 하나하나가 굉장히 깁니다. 거의 대부분의 버스가 굴절버스였던 느낌. 저희가 관광객이라 주요 라인만 타서 그랬던 것일 지도 모르겠지만요.







 사실 카우치서핑을 계속 시도하다가 너무 늦게 시작해서인지 잘 안 되어서, 급하게 에어비앤비를 잡은 거라 숙소가 좀 멀어 걱정했는데, 굉장히 자주 오는 버스로 20분에 버스정류장 내리면 바로 숙소가 있어서 굉장히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게다가 노르웨이 물가를 생각하면 저렴한 가격인 40유로+수수료 6유로 해서 46유로였으니까요. 익스피디아에 숙소 찾아봤는데 늦어서 그런지 최소 10만원 가량부터 시작하더라구요.





 문 앞에서 다시 전화하니 전화를 받습니다. 그래서 안으로 들어왔는데, 굉장히 호감가고 착하게 생긴 젊은 백인 남성이 맞이해줘서 굉장한 안도감이 ...!








 호스트는 Piotr와 Gina, 결혼은 안 했는데 동거하는 커플인 것 같았어요. 신기한 게 표트르는 폴란드 출신이고, 지나는 헝가리 출신인데 7살 때 노르웨이로 왔다고. 더욱 비범한 것은 표트르는 지나가 미성년자일 때 사귀기로 했고 지나는 미성년자일 때 표트르를 보러 폴란드에 찾아가고 했다는 점입니다. 유럽의 기상인가... 


 

 표트르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하고 있고, 지나는 노인 요양 센터같은 곳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어요. 이 때는 지나는 일을 하러 나간 상태라, 표트르 혼자 저희를 맞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오자 마자 차 따라 주고, 유심 카드 문제 있다고 하니까 바로 고객센터에 전화 걸어서 얘기해 주고, 정말 모든 면에서 친절해서 너무나 감동ㅠㅠ




 환대에 몸둘 바를 모르는 캐서린.







 그런데 저의 삽질은 노르웨이에서도 계속됩니다.








...엥!? 뭔가 잘못된 것 아니냐?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쌀잌ㅋㅋㅋㅋㅋ쌀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참 어이가 없어서.






 그러니까 저는 노르웨이의 물가에 지레 겁을 먹고, 최대한 밥을 지어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통에 쌀을 담아 왔습니다. 문제는 이게 락앤락 뭐 그런 게 아니라 되게 약한 통이었다는 것. 캐리어에 넣고 좀 흔들리니까 뚜껑이 열려버려서, 제 캐리어 전체에 쌀의 홍수가 ^_^;;





 주워 담으려다 보니 바닥에 떨어지고, 점점 노답이 되어가다가,,, 그냥 모든 물건을 다 들어내고 캐리어 바닥에 쌓인 쌀을 모아 담기로 합니다. 참 신기하게도 헤어드라이어에 쌀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갔어요 ...ㅋㅋㅋㅋㅋ



 그런데 예전에 문제는 캐리어 제습제가 터진 적이 있는데 그 잔여물이 캐리어에 남아있었습니다. 그러니까 DO NOT EAT 적힌 그 물건들이랑 쌀들이랑 섞여버린 것입니다 ^_^;; 다행히 제습제는 주황색이라 구분은 가능했지만, 쌀이나 제습제나 너무 작아서... 최대한 구분하긴 했는데 나도 모르게 몇 알 들어갔을수도 ㅠㅠ 뭐 한두 알 먹는다고 안 죽겠죠...?










 아무튼 이렇게 핀란드에서 출발 전에 한 삽질에 이어, 노르웨이에서도 장대한 삽질로 첫 날을 시작한 저는, 쌀을 정리하고 1시 가까이 되어 숙소를 나서, 드디어 오슬로 거리를 걷기 시작합니다.









꼐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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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4일, 금요일




 오늘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제가 기분이 좋았나봅니다. 어제 예쁜 한국어 하는 핀란드 학생 만나서 그런가. 쓸데없이 일어나서 집 앞에서 셀카 찍은 게 많은데 안구테러 할 일 없으니 이하생략.


 그런데 사실은 첫 사진이 오후 5시임ㅋㅋㅋㅋㅋㅋㅋ 이 날도 블로그 좀 쓰고 빈둥빈둥했으리라 예상해 봅니다.






 그래서 저녁을 집에서 해먹기 매우 귀찮았던 나머지, 저녁 6시에 유니카페에 가서 식사를 합니다. 파스타랑 밥에 소스만 무식하게 끼얹었네요. 








      


      



 저녁을 이렇게 먹고 나니까 뭔가 죄책감이 들었는지 아시안 마켓에 가서 이것저것 사고, 캄피 K 수퍼마켓에 가서 삼겹살(!)도 샀습니다. 그런데 이건 뭐 나중에도 다룰테니 오늘은 이게 중요한 건 아니고...
















 오늘의 핵심





















살미아키(Salmiakki)








 살미아키, 또는 살미아끼라 불리는 이 것, 바로 핀란드의 국민사탕. 그러나 외국인들은 매우 혐오하는 정말 피니쉬, 피니쉬스러운 음식입니다.



 핀란드에서는 여러 맛이 같이 있는 봉지 젤리 같은 경우 무조건 살미아키맛도 같이 있습니다. 하리보 등등...에도 살미아키가 빠지지 않아...





.







 ...그 악명을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던 저는, 그러나 케이 수퍼마켓에서 삼겹살을 사면서, 형언할 수 없는 느낌에 휩싸여 살미아키를 같이 집어왔습니다.







살미아키 믹스살미아키 믹스


호오...?

 



바로 이것.





 언뜻 봐서는 그 악명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살미아키...!살미아키ㅠㅠ



 호오...?





일단 먹어봅시다.







...











.........












...........................















짜다!




 그렇습니다. 소금을 완전히 때려부은듯한 느낌. 예상을 못 하고 먹어서인지 더욱더 짜게 느껴졌습니다. 더군다나 딱딱한데 의외로 끈적해서 이에 붙으니 떨어지지도 않고, 굉장히 큰 놀람과 고통을 느끼면서, 천천히, 천천히, 첫 사탕을 먹습니다. 살미아키의 주 재료는 서양 감초라는, 감초라면 달 감(甘)일 터인데, 어디가 단 것인지 이해불가...





 그리고 이미 뜯어버린 봉지를, 찬찬히 응시합니다.









 다 먹어야 할까.







 고통을 감수하고, 다 먹을 가치가 있을까.







 나는 왜 내 돈을 내고 이런 소금덩어리를 먹어야 하는 것인가.










 ...그러다가 어떤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출처: 이데일리


출처: AVING news network


 단지 한국을 사랑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또는 예의를 지키기 위해, 반강제적으로 갑자기 익숙하지 않은 김치를 먹게 되었으면서도 최대한 싫어하는 내색을 하지 않으려 노력했던, 수많은 외국인들. 그들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김치를 싫어하던 외국인들 중, 많은 수가 계속 먹으면서 김치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사실, 나도 계속 먹으면 이걸 좋아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 이게 뭐, 하우카르틀도 아니고...







 그래서 꾸역꾸역 참고 먹었더니, 한 열 개 정도 먹고 나니까 좀 나아집니다. 정말입니다. 게다가 저 '살미아키 MIX'에는 여러 종류의 살미아키가 있는데, 원형은 좀 박하향이 강하고 마름모 모양은 완전 살미아키 맛이 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스무 개 정도 먹었더니, 원형 살미아키는 이제 완전 먹을만 합니다. 저도 저의 엄청난 적응력에 매우 놀랐습니다 ^_^;;






 그 와중에 심심해서 플랫메이트들에게 살미아키를 줘 봤는데, 네덜란드 플메들만 굉장히 맛있게 먹습니다. 오오 갓덜란드 오오. 알고 보니 네덜란드에서도 살미아키 비슷한 것을 먹는다고...!












 어느덧 한 봉지를 다 비운 저는, 살미아키가 맛있어진 것을 느낍니다. ㅇㄱㄹㅇ..










 사실 이 때는 먹을 만 하네 이 정도였는데, 솔직히 요즘은 길 가다가 뭔가 입 허전하면 살미아키가 생각나는 그런 수준에 다다랐습니다. 파티같은 것 하면 저랑 핀란드 사람들만 살미아키 꾸역꾸역 먹고 앉아있음ㅋㅋㅋㅋㅋㅋ








살미아키담뱃값처럼 생긴, 휴대성이 좋은 살미아키


 마트 계산대 근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성냥갑 모양 살미아끼. 이것 말고도 SUPER SALMIAKKI라는 것도 있는데, 좀 더 짠 맛입니다. 그치만 가격 대비 용량 효율은 제가 처음에 산 SALMIAKKI MIX가 역시 체고시다... 살미아키 믹스 찬양해... 진짜 마트에 갈 때마다 하나씩 집어서 맨날 가방에 넣어 놓습니다.










살미아키 술 ^_^;살미아키 술 ^_^;;



살미아키 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시다시피 도수도 32.5%로 꽤 쎄고, 특징이라면 짠 맛입니다. 살미아키 특유의 맛보다는 짠맛이 강한 느낌이라, 살미아키를 싫어해도 그래도 먹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다만 살미아키와 자주 헷갈리는 게 라크리치(Lakritsi). 둘 다 검은 색에다 비슷하게 생겼고, 감초가 들어간 것이라 착각하기가 쉽습니다.





 다만 라크리치의 경우 살미아키보다 좀 더 달고, 좀 더 끈적하고... 등등, 굉장히 다릅니다. 그냥 약간의 느낌과 색상만 비슷한, 아예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저같은 경우는 원래 단 걸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라크리치를 아무리 먹어도 익숙해지지가 않길래 포기했습니다. 그치만 핀란드 사람들 사이에서는 라크리치도 먹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라크리치는 많이 안 물어봐서 모르겠고 그냥 피해야 하는 걸로만 생각하고 있음~_~ 짠 건 싫고, 좀 독특한 핀란드틱한 걸 먹고싶다 싶으시면 라크리치에 도전해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이렇게 핀란드의 맛을 깨달은, 즉 미각 정체성을 깨달아버린 저는, 내일을 기대하며 잠에 듭니다.














꼐속










노르웨이 여행 첫날(1): 2015년 10월 17일 토요일, 04:00








 ...그렇습니다.






 모든 문제는, 이 세가지 이유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 비행기 출발시각이 아침 7시 15분인 것



그리하여, 안전하게 아무리 늦어도 5시 30분까진 공항에 도착해야 했습니다.








2. 어제 핀란드인 튜터 베이코의 생일파티가 있었다는 것.









제가 일기를 하도 밀려서 지금 당장은 안 썼지만 말입니다...

어제는 베이코의 생일파티였고, 당연히 갔고, 그래서 (보시다시피) 미친듯이 놀고 마셨을 뿐이고...














3. 마지막으로, 오늘이 토요일이었다는 것.



그리하여, 공항으로 가는 첫 전철이 늦게 출발한다는 것...

즉, 그걸 타면 6시 22분에야 공항에 닿는다는 것...











 이 세 요소의 환상의 콜라보레이션. 트리니티. 삼위일체.





 누가 예상이나 했겠습니까. 젠장ㅠㅠ




















 저는 정말 늦을까봐 겁이 나서, 어찌저찌하다가 노르웨이에서 첫 4일간 동행하기로 한 캐서린의 플랫에 가서, 짐을 다 미리 갖다 놓고, 또 못 일어날까봐 공용 구역에 있는 탁자에서, 딱 세 시간 잠을 청하고 일어났던 것입니다. 


 7시 15분 비행기니, 5시 45분까지 닿는다 치고, 카넬마키에서 5시 15분까지만 출발하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으로요.








 그치만 캐서린이 일어나서 샤워를 하는 도중에 발견한 위의 스크린샷.



 

그러니까 첫차가 5시 56분이라는 것.












공항에 빨리 가 닿는, 그런 기차 따위는 있을 수가 없다는 것.
















 그리하여 저는 딜레마 아니... 트릴레마에 빠집니다.








 1. 걍 늦던 말던 기다리고 기차 탄 다음에 공항에서 미친듯이 뛰어 볼 것인가?











 2. 아니면 얼마인 지도 모르겠지만 비싼 걸 감수하고 택시를 탈 것인가?












 3. 그도 아니라면, 1.2km을 십사 분에, 

새벽 네 시에 모르는 길을 캐리어를 끌고 뛰어 볼 것인가?


























결론은 삼 번.









 그렇습니다. 샤워를 하고 나온 캐서린을 기다린 것은 저의 '지금 안 뛰면 늦는데 뛸까 말까'라는 저의 말이었습니다. 매우 단시간에 뛸 것을 결정한 저희는, 정말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합니다.







 원래 저는 당연히 배낭여행에서 배낭 하나만 메고 다니는 걸 선호하지만, 이번 핀란드 교환학생은 잘 아시다시피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생각 없이 오는 바람에 ^_^ 노르웨이에 10일간 갈 예정이라, 그 짐은 캐리어를 써야 할 수준이었고, 캐리어에 담으면 항상 그렇게 되는게 담다 보면 공간이 남고 그냥 꽉꽉 채우고 싶어지고... 덕분에 무거운 캐리어 질질 끌고, 아스팔트길, 돌길, 숲길 등을 새벽에 가로지릅니다.



























진짜 뜬금 없이 숲이 튀어나왔을 땐 나 참 어이가 없어서...




RUN!! FOREST!!! RUN!!!!!







 진짜 말 그대로 런 포레스트 런 ㅋㅋㅋㅋㅋ 정신줄 놓고 저딴 말 외쳐가며 뛰었습니다 ㅋㅋㅋㅋㅋ







 ...진짜 내 여행은 왜 항상 이러지. ㅠㅠ




 아이슬란드에서 새벽에 뜬금없이 걷게 되었을 때는 가면서 사진을 좀 찍었는데, 이번엔 진짜 너무나 급박해서 사진따위는 찍을 겨를이 없었습니다. 이 캡쳐를 할 때도 캡쳐 따위 하느라 속도가 늦어져서 늦으면 어떡하나 걱정할 정도였으니까요ㅠㅠ 절반 쯤 온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아아 정말 비행기가 뭐라고... 노르웨이가 뭐라고........... ㅠㅠ









 정말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숨이 너무 차올라서, 아 이거 그냥 놓치고 택시 탈까 하는 생각이 굴뚝같이 생겨났습니다. 게다가 만약 시간에 아슬아슬하게 맞춰 가더라도 변수로 인해 혹시 버스가 먼저 지나가버린다면, 모든 수고가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거니까요. 






 







그러나 결국 미친듯한 뜀박질 끝에, 4시 47분에 목표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모습입니다.






감동 ㅠㅠ







 보시면 4시 50분 다음 버스가 6시 25분. 그러니까 4시 50분 버스는 진짜 이른 새벽에 일 있는 사람들을 위해 긴급히 딱 한 대만 운영하는 버스였던 것 같습니다. 이걸 놓쳤으면 택시로 바가지를 뭉텅 쓰는 수 이외에는 정말 꿈도 희망도 없는 상황에서, 버스가 도착하고... 정말 감격 그자체였습니다 ㅠㅠ









 공항에 도착하니 기진맥진. 셀프체크인을 하는데 저가항공에 수화물 추가 과금으로 유명한 노르웨이 항공(Norwegian Air, 노르위전 항공), 을 타는데도 짐을 두 개까지나 무료로 실어주네요. 처음엔 설마 노르웨이 항공이...?라는 생각으로 짐 두개라는 건 화물 하나 백팩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화물 둘이었습니다. 내가 좋은 조건으로 산 건지 아니면 뭐 바가지를 쓴 건지 모르겠다... 생각할 힘도 없다 ㅠㅠ 하나는 기념품으로 챙겼습니다.





 오슬로 가는 줄. 줄이 어마어마하게 깁니다. 아무튼 줄을 다 지나서 드러갑니다. 캐서린이 몇 개 인스펙션에 걸렸는데 뭐 별 일은 없었고, 시간 좀 걸리고 끝났습니다.












 그리고 면세점을 이용하는 이유.



 핀란디아 보드카 ^_^



 예전엔 이런 거 없었던 것 같아서 긴가민가...한데 EU 내 항공편과 EU 외 항공편의 가격이 다릅니다. EU 내는 솔직히 헬싱키 시내에서 사는 것과 별 차이 없는 수준입니다. 으아니...!? 노르웨이도 EU는 아니지만 솅겐조약 가맹국이라 혹시나...했는데 뭐 역시나, 노르웨이는 EU 외랍니다. ^_^




 따라서 저는 16.95유로에 노르딕 베리향 핀란디아 1L 겟...! 와아 핀란드 술 물가 생각하면 더더욱 감격적인 득템입니다.




 ...위에서 본 긴 줄의 사람들은 모두 여기 있습니다. 꽉-꽉 찼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이륙.



 헬싱키 빠이염ㅠㅠㅠㅠ 그리고 나의 의식도 빠이염ㅠㅠ 잠에 잘 못 드는 성격이지만, 어찌 됐든 목베개를 하고 최대한 등을 기댔고 이 이후는 생각이 안 나네요. 어제의 파티, 두 시간의 잠, 그리고 새벽의 달리기. 여러 고통을 당한 저의 육신은, 잠을 잤나 안 잤나 확실치는 않은데 아무튼 쉬었습니다. 잘 쉬었습니다.









오슬로 도착.







 처음에 사람도 엄청 많고 통로도 하나 뿐이라 어느 세월에 내리나 했는데, 비행기 뒷문을 열어주네요ㅋㅋㅋㅋㅋ 공항에서 그냥 맨 땅에 내려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횡단보도를 따라가면 올라가는 계단이 있습니다.






 그런데 오슬로, 쌀쌀합니다. 티셔츠, 셔츠, 스웨터, 재킷, 코트까지 입고 왔는데 춥다니... 분명히 일기예보를 봤을 때 그렇게 춥지 않았는데... 생각하다가, 제가 쓰는 일기예보 어플이 노르웨이 기상청에서 만들었다는 데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설마 노르웨이에서 관광객들을 끌여들이기 위해 일기예보를 주작한 것일까요...?









 뭐 사실 노르웨이 자체가 날씨가 안정적인 나라는 아니니까 이해는 해야지요. 한국 기상청에서도 자주 틀리는데... 그치만 찜찜한 건 어쩔 수 음슴 ^_^;; 낮부턴 다시 꽤 따뜻해졌습니다.






 자비로운 노르웨이도 입국면세점을 운영 중이지만, 면세 받아도 비쌀 뿐더러 피곤하고 정신도 없어서, 저는 면세점은 그냥 지나쳤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저는, 노르웨이 땅에 발을 딛었습니다.









노르웨이 여행 지도, 10/17노르웨이 여행 지도, 10/17





오슬로에 도착했지만, 첫 날부터 삽질의 연속이었던 저의 여행.


















...도대체 저는 앞으로는 얼마나 더 큰 삽질을 하게 될까요? ㅠㅠ











 ...아이슬란드 여행기 때와 다르게, 이번엔 쓰면서 저도 모릅니다. 지금 여행 중이거든요 ^_^;; 백퍼 밀리겠지만, 그래도 여행 중에 절반 정도는 여행기를 끝내는 게 목표입니다. 교환학생 일기도 쓰고, 28일날로 예정된 시험 공부도 하면서요. 가능할까... 모르겠지만, 일단 시작이 반이니까 저는 52%정도 완료한 셈이네요. 어헣어헣. 아무튼 저는 공항을 나서서 오슬로로 향하게 되는데...











꼐속









9월 3일, 목요일




 오늘은 '가장 큰 신입생 행사'라는... 이름은 기억이 안 나고, 아무튼 오리엔티어링을 하는 날입니다. 팀을 짜 헬싱키 시내에 있는 여러 곳들에 가서 주어진 미션을 하여 순위를 가리는... 그런 행사인데요, 열심히 걸어야 하는 행사인 걸 알 수 있죠. 그런데 비가 오는군요.


헬싱키 대성당헬싱키 대성당


 네. 비가 옵니다. 다행히 많이 오지는 않고, 조금 오다가 안 오다 오다가 안 오다가... 계속 반복이었습니다. 아무튼 여러 신입생 팀들 중 교환학생 팀도 세 팀이 있으니, 그 세 팀에 소속되어서 오리엔티어링을 진행합니다.




헬싱키 대학교 오리엔티어링헬싱키 대학교 오리엔티어링     헬싱키 대학교 오리엔티어링헬싱키 대학교 오리엔티어링


 학교 건물인 포르타니아 앞에서 진행한 첫 미션은 즉석 파티. 주어진 소품들을 가지고 파티를 해야 합니다. 보시다시피 비가 조금씩 오고 있는데, 우승 상품이 뭔지도 모르면서 열심히 열심히 파티를 합니다. 글렌은 말 가면을 썼는데, 저는 저런 좋은 소품을 선점하지 못하여 두루마리 휴지를 뽑아 봉산탈춤을 췄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다른 곳에 가서 무슨 쓰레기 봉투 경주같은 걸 했는데...
















가.야.댐.ㅠㅠ
















 엥? 왜 가야 되냐구요?












 헬싱키 대학교 한국어 수업에서 "한국어 도우미"를 맡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헬싱키 대학교에도 한국어 수업이 있습니다. 'Asian Studies' 학부에 한국학과가 있는데, 거기에 한국어 수업이 1부터 4까지 있어서, '김정영' 교수님께서 수업을 하고 계셔요. 한국어 교환학생들은 원어민 도우미같은 개념으로 핀란드 학생들과 한국어로 얘기할 수 있습니다. 한 번에 15분이라는 짧은 시간을 들여서 한국에 관심 있는 핀란드 학생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기회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죠. 그리고 이 날이 바로 한국어 도우미 오리엔테이션 날이어서, 저는 중간에 행사를 빠지고 한국어 도우미 오리엔테이션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비가 추적추적 오는 거리를 걸어서, 중간에 건물을 잘못 찾아서 헤매다가, 한국어 도우미 오리엔테이션 장소로 들어갔는데...














성비가 여자 10 : 남자 1 ;;
















 오오 개이득...!이 아니라, 이 상황에서 어찌 될 지는 남자 수준에 달렸죠. 여자가 많은 곳에 남자가 달랑 있다고 다 의자왕이 되는 게 아니니까요. 왕이 거느린 궁녀들 이면에는 항상 그 궁녀들을 뒷바라지하기위해 노력하던 수많은 내시들의 희생이 있는 법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내시가 될 것 같은 강한 예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와 별개로 어쨌건 이 성비는 놀랍긴 했습니다. 저희 학교에서는 남자 둘, 여자 한 명이 왔는데 남자 후배가 시간이 안 되어서 한국어 도우미를 못 하게 되었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뭐 성비가 남녀 얼추 맞겠지 생각했는데, K대와 Y대에서 모조리 여자만...! 아무래도 확실히 북유럽이라는 공간의 감수성이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는, 남자들보단 여자들에게 어울리나 봅니다. 한국에서 남성적이고 마초 같은 느낌이면 북유럽보단 다 미국 갈 듯 ^_^;;





 저는 최대한 많은 수업을 맡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핀란드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도 죄다 여학생들이라는 것 같았습니다. 교수님께서는 다른 성끼리 이어주기를 부담스러워 하시는 듯 ^_^;; 그리고 너무 수업을 많이 맡으면 얘가 성실하게 할까 하는 걱정도 있으셨던 것 같구요. 그래서 저와 저희 학교 여자 후배 두 명만 화요일과 수요일, 두 반을 맡게 되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각자 한 반씩을 맡게 되었습니다.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어쩌다 보니 Y대 친구들이랑만 남게 되어 같이 유니카페에 갔는데, 심심해서 우유와 요구르트, 두유를 다 같이 받았더니 이러면 안 된답니다. 그래도 처음이라 그런지 여유롭게 봐주심. ㅋㅋㅋ...










 그리고 저는 제가 딱 1시간 참여한 신입생 행사의 애프터 파티를 가기로 하고 글렌과 연락했는데, 한국인 학생들도 열심히 꼬셔서 같이 가기로 합니다. 그러나 그 사이에 붕 뜨는 시간에 어쩔까 어쩔까 하다가, 아무래도 처음 봐서 너무 어색하니까 대성당 앞에서 글렌도 같이 불러서 놀기로...!







 





헬싱키 대성당헬싱키 대성당


저녁의_대성당.jpg








 흐-뭇. 크고 아름답습니다. 아아 광장을 끼고 보는 헬싱키 대성당은 레알 삶의 활력소같은 느낌입니다. 적어도 아직까진 안 질렸음.












 그리고...













!?!?!?!?








 네 그렇습니다... 갑자기 다가온 완벽한 영국식 영어를 구사하는 글렌. 사실 글렌과 저희 학교 후배 민수는 서로 구면이라 간단히 인사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아직 나도... 이름을 모르는데... ^_^;;









헬싱키 대성당헬싱키 대성당


 와 한국 여자들 예쁘다...






 그리고 저는 뒤에서 쭈그려서 사진을 찍습니다.






계단 위로 올라가서 본 의사당 광장의 풍경.jpg








멋지긴 합니다. 밑에서 보는 것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을 때는 경치에 취할 만 합니다.





       


 아아, 보기 좋은 사람들은 앞으로, 그렇지 않은 자는 가장 뒤로 쳐박혀서...



헬싱키 대성당헬싱키 대성당


 칙칙한 남자들끼리 투샷 찍습니다. 물론 글렌은 조금 칙칙 저는 많이 칙칙 ^_^;; 저 때 매우 힘들었던 것으로 보임...







 그리고 간단하게 담소를...! 종교 건물 앞이라 좀 머쓱했는데 주변에서도 현지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맥주 많이 마시고 있고, 뭐 유럽이라기 좀 애매한 영국 출신이긴 하지만 글렌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기에 맥주로 프리드링킹 조금 했습니다. 글렌에게 술게임을 조금 가르쳐주니까 정말 좋아해서 나중에 튜터 그룹 친구들이랑 같이 하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치만 술게임은 하다보니 항상 시끄러워져서 어글리 코리안이 되지 않기 위해 조금만 했네요. 글렌에 따르면 조금 과민했을 정도임. 진짜입니다.









 그나저나 술게임할 때 벌칙은 계단 내려갔다 올라오기로 했는데... 너무 지루했습니다ㅠㅠ그렇다고 술을 마구마구 마실 수도 없으니.










 정말 이제 와서 사진 다시 보니 저같은 칙칙한 (학부생 치고) 노땅과 놀아준 여학생들에게 감사할 뿌뉴ㅠㅠㅠㅠ 갇갇갇 님드류ㅠㅠㅠㅠㅠㅠ



 



헬싱키 대성당헬싱키 대성당


 어느덧 길고 긴 여름 헬싱키의 해는 지고, 애프터 파티에 갈 만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번 애프터 파티도 어김없이 클럽. 그래서 가야 하나 고민했는데 글렌도 가고 한국인 여학생들도 한 명만 빼고 다들 가 보자고 해서 들어갑니다. 그런데 처음에 당황했던 게 춤을 추는 클럽이 아님. 물론 저는? 개이득ㅋ






 춤 추기보다는 그냥 공연하는 뮤지션들 노래 듣는 게 주인 분위기. 그래서 저도 그냥 서서 맥주 홀짝홀짝. 



 물론 계속 말씀드리지만 클럽이라고 막 원나잇 할 사람 헌팅하고 그런 느낌의 곳은 전혀 아닙니다.




 튜터 그룹에서 많이 왔을까 해서 왔는데 생각보다 별로 오진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이 쯤 되면 파티에 자주 가는 사람과 안 가는 사람이 구별이 되는 듯 합니다. 물론 저는 안 가는 사람...이 되었어야 했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겐 안 되고... 아무튼 모임은 자주 나가고 클럽은 자주 안 가게 되었습니다.


 사진은 왼쪽부터 글렌, 벨라루스에서 온 캐서린, 우리의 튜터 베이코, 이스라엘 국적에 아랍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되 부모님은 기독교인이고 본인은 무신론자인 페라스, 그리고 저입니다. 











 계속되는 공연들.





 중간에 2층으로 올라갔는데 정말 예쁜 여자사람들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글렌과 페라스와 게임을 했는데 져서 여자 번호를 따오라고ㅠㅠㅠㅠㅠㅠ 으아아아아 이게 무슨 소리야. 무슨 서양 여자사람들 얼굴 보는 것도 안 익숙한데 번호라니요. 한국에서도 번호 딴 적 없는데. 


 끙끙 앓고 있다가 한국인 여학생들이 저기 한국어 할 줄 아는 핀란드 여자가 있다고 말해줍니다. 그래서 정말? 반신반의하면서 갔더니 굉장히 예쁜 금발의 핀란드 여자사람이 진짜 한국어를 해요. 정말 신기했는데, 안 그래도 학교에서 한국어 2 수업을 듣는다고 합니다. 결국 이 핀란드 학생이랑은 클럽에서 만났는데, 뭐 별 일은 없었지만, 화요일마다 수업 시간에 보게 된... ^_^;; 그리고 정말 남 힘든 것 보고 바로바로 도와준 한국인 여학생들 갇갇갇ㅠㅠㅠ






 ...그러다가 무슨 음악이 ㅄ같은... 매우 ㅄ같은 음악으로 바뀐 데다가, 튜터 그룹 친구들도 가고 저도 피곤해져서 그냥 집에 가기로 하고, 이렇게 오늘 하루가 또 어영부영 끝이 나게 되었습니다. 으아아아아아아.










꼐속.








8월 30일, 일요일




 어제 역사의 공백기를 보내고 허무감에 시달리던 저는, 문득 여기서 육식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밖에선 좀 먹더라도 집에서 먹는 건 매일 감자 뿐... 이러다가 감자마름병에 걸릴 것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하고, 저는 육식의 충동을 충족시키기 위해 마트에 갑니다.




바로_억제됨.jpg






 고기 가격을 보고 억제되는 저의 육식 충동이란 마치 자기보다 쎈 사람 앞에서는 조절되는 분노조절장애처럼 미약한 것이었습니다. 으아아아아아





 그러던 와중에,




400그람에 1.99유로...?




 사실 이걸로 요리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지만, 그래도 고기는 고기겠죠. 사서 해 보기로 합니다.





흐..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안 와서, 걍 대충 뭉쳐서 팬에 올려 놓고 삼겹살처럼 굽기로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금보니까 웃긴데 저 때는 고기를 먹어야겠다는 생각 하나 뿐이었어요ㅋㅋㅋㅋㅋㅋㅋ




아...







ㅁㅊㄷ ㅁㅊㅇ...





 와 제가 지금 봐도 참... 어떻게 이걸 먹을 생각을 했지 싶은,




간 고기 구이 ^_^







 군데군데 제대로 익지도 않았고, 무슨 이상하게 씹으면 뽀독뽀독 고무같은 느낌이 날 뿐더러 기름도 넘쳐 흐르지만 그러려니...하고 먹는 게, 아니라,











복수를 다짐합니다.













8월 31일, 월요일




 ...그러나 숙성된 복수가 맛있는 법,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학교에를 갑시다.



 이제 학교가 개강한 첫 주입니다. 몇몇 수업은 이번 주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미리 수강신청을 하지 않았다면 수강신청을 못 할 공산이 큽니다. 그럴 경우 보통은 메일을 보내면 교수님들이 수강생 명단에 넣어 줍니다. 뭔가 수강신청 경쟁이 빡센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인데, 헬싱키대학교 자체가 그렇게 어마어마하게 큰 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






 그리고 오늘 낮에 뭔가 이벤트를 한다길래 아담과 함께 헬싱키 대학교로 갑니다.




 왼쪽에 보이는 아담.




 ...뭔가 학생 행사 같은데.



 건물 안에 들어가 보니 삘이 옵니다. 동아리 소개제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담은 메트로폴리아 대학교 소속이죠. 뭔가 노잼으로 보이는 것을 바로 눈치챈 아담은 기숙사로 돌아가기로 하고, 저만 남아서 튜터 그룹 친구들일 기다립니다.




 정말 여러 동아리가 있습니다. 당연히 태권도 동아리도 있구요.



 코스프레부...도 있네요.




 Kirjasto는 도서관이라는 뜻인데 뭔가 하는 것 같기도 하면서... 뭘 했더라. 대책 없이 사진을 안 찍었네요.



 사실 중간에 첫 사진에 있는 기린 모양 공기 트렘벌린에 들어가서 막 놀다가 프랑스 남자의 엉덩이에 얼굴이 찍히는 대참사...는 아니고 굴욕을 당하기도 했고, 수시로 실험 참가비를 주는 실험 참가 요청을 받겠다고 원서를 쓰기도 했고(그 뒤로 한 번도 참가 안 했지만), 추첨을 해서 먹을 걸 받기도 했고, 성가 동아리가 노래하는 걸 듣기도 했는데,




 별로 재미가 없었나봅니다. 기억이 안 나고 사진도 안 찍었네요 ㅠㅠ





 다만 사우나의 나라 핀란드 답게 이 사우나는 굉장히 인상깊었나 봅니다.



 핀란드는 워낙 사우나 덕후라, 2차 세계대전 때도 전쟁할 때 막사보다 사우나를 먼저 지었다는 전설이 있는데, 그 전설을 반영하듯 정말 건물들에는 대부분 사우나가 다 있고 사우나가 생활화되어 있습니다. 다만 저는 이 글을 쓰는 지금(10월 15일)까지 한 번도 사우나엘 안 들어가봤네요. 곧 가 봐야지...




 그리고 저도 귀찮아졌는지 그냥 집에 가기로 합니다. 왜 이렇게 귀찮았을까요. 곧 다가올 개강이 싫어서였을까요? ㅠㅠ












9월 1일, 화요일




 드디어 9월이 되었습니다. 사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어야 맞는 건데, 저는 한 주 더 쉬기 위해서 9월 2일의 수업을 빼버렸습니다. ^_^ 참 막장이네요. 그래서 저는 수업이 다음 주부터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늦잠을 늘어지게 자고 낮에 일어나서 블로그에 글을 썼습니다. 이 때 만큼만 썼으면 지금처럼 밀리지도, 기억이 안 나지도 않았을 터인데 ㅠㅠ엉엉






 오늘의 도전은... 전자레인지 계란찜인데.




 음...





 숟가락으로 휘저어 놓으니 좀 계란찜 같습니다. 마늘은 많이 넣었는데 소금이 부족해서 간장을 곁들여 먹다가,










 간장 하니까 베니건스였나 아웃백이었나, 아무튼 빵이 생각나서 빵도 가져와서 찍어먹습니다. ^_^;;





 그런데 계란찜과 빵이라는 요상한 조합을 못 견딘 것인지 옆에서 아담이 뜬금 등장, 간 고기를 요리합니다!



 과연 어떻게 되나 궁금해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저 공들은 곧 형체도 없이 분해되었다 카더라 ㅠㅠ





 그렇습니다 사실 아담도 경험이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저나 아담이나 똑같이, 고기와 야채만으로 모양을 만드려는 말도 안 되는, 그러나 그때는 왜 말도 안 되었는지 모르는 야심찬 시도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은 또 클럽에서 파티. 이스라엘에서 온 페라스, 잉글랜드에서 온 글렌, 튜터 베이코와 율리우스, 이탈리아에서 온 파울로, 벨라루스에서 온 캐서린과 같이 어딘가에 갔습니다. 당연히 저는 술만 쪽족. 캐서린이 춤 추는 걸 봤는데 어떻게 이렇게 춤을 추나 싶을 정도로 잘 춰서 기겁했습니다.



 이 때만 해도 어떻게 한 학기 동안 여기서 살 지 막막했던 것 같네요. 춤도 못 추는데 맨날 이런 데 가야 하나 엉엉ㅠㅠ 이런 느낌. 






이번_학기_할_게임_추천받습니다.jpg










 아아... 가끔 술을 홀짝거리긴 해도, 댄스 홀에 나가는 친구들을 보고 형언할 수 없는 소외감을 느끼면서, 처음에 저는,


이넘들~ 서양,놈,년들,,,, ㅋㅋㅋ 너네는...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맨날,천,날 춤바람만 났나~~!!ㅋㅋㅋ










 하는 생각을 잠깐 했으나,




 바로 생각을 바꿉니다.






 사실 제가 나이를 스물 다섯살이나 먹으면서 별다른 취미를 갖지 못한 게 문제이니까요. 저 스스로가 그렇게 특출나게 취미를 찾아서 하는 성격이 아니었고, 사회적으로도 우리나라에서는 공부만 중요시되고 공부 이외의 것들은 못 해도 좋거나, 아니면 아예 잡기로 취급받기 때문에, 결국 제가 이런 비극적인 상황에 처하게 된 것 같습니다. 뭐 외국 친구들이라고 다 춤을 잘 추고 그러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추고 아니면 악기를 다루거나, 다 하나씩 하는 건 있더라구요. 결국 부끄러운 건 똑같은데, 부끄러움의 원인은 남이 아닌, 나에게 있었습니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한국의 클럽은 안 가봐서 모르겠는데 여기의 클럽은 딱히 춤 추는 것 빼고 그렇고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뭐 어제의 클럽 타이거에서는 키스하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눈에 띄는건 그만큼 소수이기 때문이었고, 여기는 다 학생들이라 그런지 한 명도 그런 케이스를 못 봤네요. 저도 핀란드에서 클럽 딱 두 군데 가 보고 이렇게 단정하는 건 우습긴 한데, 아무튼 그랬습니다.










 ...결국 피로에 지쳐 새벽에 돌아온 저는 결국 다시 육식을 포기하고, 삶은 감자와 조미료만을 먹는 감자마름병 식단에 일시 항복합니다.








9월 2일, 수요일







 ...그러나 복수의 날은 다가오는 법.





 웬지 저렴한 가격의 마늘과 양파를 찾아 야채를 곁들일 준비를 마칩니다.





 그렇습니다. 오늘의 컨셉은 간 고기에 야채 곁들여 먹기. 과연 이 야채들이 끔찍했던 미친듯한 기름과 고무 씹는 듯한 느낌을 중화해줄 수 있을까요?




 ...야채를 다 썰어 놓고 고기를 덮어버리니 채식같은 느낌.



 그러나 실제로 고기는 많습니다. 엄청 많아요. 소금을 막 뿌려 주고 




 볶...





 음... ^_^;;




 음...!




 싱거우니 간장을 뿌려줍시다.




 그렇게 맛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일단 야채가 있으니 저번보다 훨씬 낫네요.




 팬을 한쪽으로 기울이니 기름이 알아서 빠집니다. 숟가락으로 긁어 먹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저번보다 낫더라도 가루가 된 고기를 먹는다는 점, 식감이 영 안 좋다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결국 문제는 고기 그 자체인 것입니다. 가격 때문에 저 고기를 고를 수밖에 없었던 가난에서 이미 저의 비극이 잉태되어 있던 것입니다. ㅠㅠ. 



꺼-억






 그치만 일단 배도 고팠고 사람이 먹을 수 있을 만한 요리를 했다는 생각에 팬을 말끔히 비웠습니다. ^_^;; 하하 혀도, 마음도 편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발달해가는 저의 육식문화에 위안을 얻어야 할까요...  ㅠㅠ



















 그리고 새벽까지 블로그, 페북질을 합니다. 마침 들어온 아담과 술을. 뜬금없는 권주에 뜬금없어하는 아담 ^_^;





 아담이 처음 가져왔던 친자노로 원샷하고, 저는 잠에 듭니다. 내일은 신입생 행사가 있는 날이자, 한국어 교수님을 만나는 날이라 긴장이 되네요.





















꼐속








8월 26일, 수요일








 ...저는 포근함을 온 몸으로 느끼며 기분 좋게 자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헤이, 헤이"




 ...? 뭐지 설마 나를 부르는 소리는 아니겠지 ...?






 그런데 그 목소리는 커지고... 저는,






 벌떡 일어납니다.









 으아니?








 옆 침대엔 아무도 없고, 문에는 러시아 플랫메이트, 바실리가 서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오리엔테이션 몇 시냐고 묻습니다.




 "아홉시 십오분"


 "나우 잇츠 아홉시 십오분"


 "!?!?"






 웟더뻑???

















 분명히 저는 어제 중국 룸메랑 같이 가자고 말했는데... 옆의 침대는 비어 있을 뿐이고... 머릿 속에는 엥!? 이거 완전 뒤통수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일단은 정말 "서로 깨워 주자"고 약속한 것도 아니니까... 아니니까... 하고 마음을 추스르는데 슬픈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첫날부터 오리엔테이션에 늦은 것입니다.





 그렇다고 오리엔테이션부터 안 씻을 순 없으니 씻읍시다. 씻고, 뜁시다.





 오리엔테이션을 하는 건물은 멧사탈로(Metsätalo). 정말 전철역에서 너무 떨어져있어서 짜증났습니다. 게다가 이 땐 아직 지리 감각도 없던 시절이니.





 들어갑시다.








 들어가니 아직 오리엔테이션은 진행 중!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_^;; 전화번호와 눈치로 튜터도 찾았습니다.





 사실 여기서 저의 자랑스러운 룸메이트 티엔을 만났는데, 왜 안 깨웠느냐고 하니까 "화 낼까봐" 안 깨웠다고 하네요. 나는 안 깨운 것에 대해 화가 났는데... 으으 그치만 뭐 모를 수도 있고, 쑥스러워할 수도 있으니 그러려니 합시다. 대체로 중국 본토에서 온 학생들이 좀 쑥스럼 타는 비율이 높은 것 같았습니다.






 오리엔테이션이 끝났으니 캠퍼스 투어.




 경제학 전공 교환학생들끼리 "튜터 그룹"으로 묶였는데, 총 스무 명이 좀 넘습니다. 그래서 학사 그룹과 석사 그룹으로 나뉘어서 캠퍼스를 투어하게 되었습니다. 학사 그룹을 맡은 핀란드인 튜터는 베이코(Veikko). 처음에는 말을 더듬고 핀란드 억양이 강해서 잘 못 알아들었는데, 정말 재밌고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써 줘서 고마웠습니다. 






 사실 고딩 때 서울대 갔을 때도 그렇지만 캠퍼스 투어 해봤자 몇몇 군데 빼고는 기억도 안 나고, 어차피 다니면서 알게 됩니다. 다만 경제학 전공의 경우는 경제학과 건물은 알토 대학교와 같이 있어서 멀리 있기 때문에(캄피 근처에 있습니다.) 그 점만 특기하면 됩니다. 어차피 모를 수도 없지만요^_^;; 






 경제학과 건물 근처에서 밥을 먹고 "웰컴 페어"에 간다고 해서, 왔는데, 뭐 별 건 아니고 그냥 처음 온 사람들 행정 절차 같은 것 같습니다 ^_^;



 그리고 줄이 엄청나게 깁니다. 사진에 보이는 것은 프랑스에서 온 두 명의 학생들. 프랑스는 모르겠지만 한국인 입장에선 굉장히 길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여기에 적응하셔야 합니다. 핀란드라는 나라의 특성인지 교환학생이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줄 설 일이 굉장히 많습니다 ^_^;;





 웰컴 페어에서는 학생증 신청 안내를 받고, 이메일을 발급받고, 등등 여러 가지 일들을 합니다. 어차피 시키는 대로 따라가면 되니 큰 문제는 없습니다. 역시나 학생증 '신청 안내'를 받는다는 게 엄청 특이했는데, 학생증을 학교에서 주는 게 아니라 학생증 전담 기업이 학생회랑 연계해서 발급합니다. 그래서 학생회에서 여러 가지 사업들을 할 수 있는 재정적 기반이 되는 것 같긴 한데, 학생증 발급에 시간이 많이 걸려서 짜증납니다. 발급 전까지는 여기서 받는 학생 증빙 서류로 학생 신분을 증명하게 됩니다.






 그리고 보시다시피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만큼 시간이 많이 걸리고, 다른 학생들과 얘기할 기회가 많습니다. 지금 앞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은 석사 튜터를 담당했던 율리우스구요... 저는 이때 글렌(Glen)과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영국 남부 켄트 출신이라서인지 정말 100% 영국식 영어를 구사하는데 하나도 못 알아들었습니다. 정말 레알 제가 듣는 영어 중에 가장 어려운 영어같았습니다. 지금은 그래도 글렌이랑 얘기 잘 되는 것을 보면, 근 두 달간 저도 참 많이 바뀌었네요. 진작에 밖에 나와서 언어를 배웠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북유럽답게 아무나 가져가라고 상자에 콘돔이 당겨 있습니다. 베이코는 한 움큼 챙겨갔네요. 그러나 저는 가져 가봤자 딱히 쓸 일도 없을 것 같아서 기념으로 하나만 챙깁니다.





 그리고 여기서 ESN 신청을 받습니다. ESN이란 대충 에라스무스 네트워크...의 약자 같은 건데요, 저도 이 부분에 대해서 거의 모르는데 ^_^;; 유럽 학생들끼리는 에라스무스 네트워크 프로그램이라는 플랫폼 내에서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거랑 별개로 여기서 ESN Card는 아무나 만들 수 있습니다. 저는 이걸 몰랐기에 나중에 카드를 만들기 위해 개고생을 하게 됩니다. ^_^ 튜터들도 당연히 모르구요. 학기 초에 ESN에서 하는 이벤트들이 많고, 학기 중에는 여러 번 단체 여행도 가는데 ESN Card가 있으면 할인혜택이 큽니다. 만드는 데는 5유로밖에 안 들기 때문에 만드는 걸 추천. 웰컴 페어에서 만들면 셀카로도 되지만 나중에 만드려면 사진을 출력해 가야 하니, 웬만하면 여기서 만듭시다.




 물론 파티 안 가고 여행 안 가려면 상관없뜸.




 웰컴 페어에 시간을 너무 많이 썼기에, 벌써 배가고픔ㅠㅠ 이제 다들 흩어지기로 하고, 저녁 먹을 사람만 남아서 버거킹에 가기로 합니다.




 중앙역 버거킹입니다.



 패스트푸드점이 쓸데없이 장엄함. ^_^




 그리고 이후에는 거의 다 흩어지고, 저와 베이코, 글렌, 그리고 이스라엘에서 온 페라스(Feras)만 무슨 보드게임 술집에 가서 보드게임을 했는데... 모노폴리 하다가 처참하게 관광당했습니다. ^_^;; 



 참고로 페라스는 1. 이스라엘 국적이지만 2. 아랍인이고 3. 그런데 부모님은 기독교인이고 4. 그러나 본인은 무신론자입니다. 처음에 듣고 우와... 개멋있다... 생각했는데 대충 보면 멋진 거고 그렇게 사는 게 쉽지는 않겠죠. 본인은 본인이 Minority's minority's minority라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할 줄도 모르는 당구를 치다가, 기숙사로 돌아가서 잠에 듭니다. ^_^;;



















8월 27일, 목요일












그리고... 또 늦잠을...!








아마_여러분의_생각.jpg


마땅한_결과.jpg








 그런데 사실 여기서 말씀드리는 거지만 그렇게 미친 짓은 아니에요. 오늘의 일정은 튜터 그룹끼리 수오멘린나를 가는 건데 저는 수오멘린나를 갔다왔잖아요? 그래서 아침에 피곤해서 좀 더 잤을 뿐입니다. 정말이에요. 그래서 별로 아쉽지도 않았...





그러나 누워서 빈둥거리다 튜터 그룹 단체 사진을 보니 ㅂㄷㅂㄷ해지는 건 사실.



 ...ㅠㅠ




 늦었지만 씻고, 옷 챙겨 입고 열심히 나갑시다. 카우파토리(Kauppatori)에서, 수오멘린나를 보고 돌아온 튜터 그룹을 만납니다. 다음 목적지는 템펠리아우키르코라네요. 어 거기도 갔던 곳인데... ^_^;; 뭔가 괜히 헬싱키를 열심히 돌아다닌 느낌이 들지만, 기분 탓입니다.






 그런데 템펠리아우키르코에 가는 길에, 저는 몰랐던 교회에 들릅니다. 캄피 예베당(EN: Kamppi Chapel, FI: Kampin Kappeli)이라는 곳인데, 사람 통행이 많은 광장 옆에 저렇게 덩그러니 서 있어서 저는 예배당인지도 몰랐네요. 침묵의 예배당이라고도 불리는데, 그 이유는,



조-용




 사실 이건 천장 사진인데 사람들이 앉아있는 곳은 못 찍었습니다. 도저히 카메라 따위를 들이댈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에요. 예배당에 들어서는 순간 어마어마한 침묵을 맞이하게 됩니다.


 종교가 없더라도 빈 시간에 들를 만한 곳인 것 같습니다.










 다시 찾은 템펠리아우키르코.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갑자기 그룹이 해산하고 다시 모인답니다. 오늘 저녁에는 클럽 타이거에 가기로 되어 있는데, 저녁 먹고 씻고 돌아온다네요. 엥? 뭔가 집 가려면 한 시간, 두 시간 넘게 걸리는 서울의 대학생들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정이네요. 근데 저는 바로 그런 대학생입니다. 한 시간은 아니지만 40분이 걸린니까 돌아가기가 너무너무 싫습니다. 그래서 그냥 혼자 시티 센처에서 죽치기로 합니다 ^_^;;







 헬싱키 대학교 역 아래에 있는 헤스버거(Hesburger)에서 혼자서 저녁을 먹습니다. 으으 슬프다... 




 마트를 두리번거리다 발견한 베이코 맥주.





 클럽 타이거는 캄피 옥상에 있습니다. 지금 검은 층에 불 몇 개 켜져 있는 게 클럽이에요. 으아니... 뭔가 굉장히 럭셔리한 곳에 가는 느낌입니다. 그렇지만 ESN 카드가 있으면 5유로, 없으면 3유로에 입장이 가능합니다. 지금에 와서 ESN 카드를 만든 저는 2유로 손해본 셈 ㅂㄷㅂㄷ







 저는 약속 시간에 딱 맞춰 갔는데 두 명 있었네요. 그렇지만 몇 주 지나지 않아 두 명이라도 있던 게 어마어마하게 다행이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_^;; 그리고 모두 모여서 맥주를 마십니다. 여기는 클럽 내에서는 맥주가 비싸니까 미리 맥주를 좀 마시고 들어가는 게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클럽에서 맥주 한 잔에 6유로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또 어마어마한 줄을 선 후... 들어갑니다.










 사실 이 때 저랑 몇몇도 돈 내려고 했는데, 핀란드에서는 9시 이후에는 알콜 도수 2.8% 이상의 술을 못 삽니다. 이게 무슨 소리야!?!? 싶으시겠지만, 현실입니다 ㅠ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미리 맥주를 산 독일 친구에게 신세를 ㅠㅠㅠ











 아무튼 또 어마어마한 줄을 선 후 클럽에 들어가서,



 내려다 본 줄, 무시무시합니다.



 헬싱키의 야경. 철망에 안 가려진 곳도 있는데 왜 이런 곳만 찍었을까.



 여기서 춤 추고 있는 한국 사람 몇 명 발견. 한국인은 정말 멀리서 봐도 한국인이다 딱 감이 오네요. 그렇다고 뭐 별 일 있는 건 아니고...






 그런데 저는 살면서 클럽은 이전에 딱 한 번 가봤는데, 그게 인도에서였고, 그 때는 힌두교에서 술을 금하는 날이라 사람이 1도 없었고, 그래서 뭐... 애당초 춤도 못 추고. 튜터 그룹 사람들끼리 술마시면서 얘기하는 기회라 생각했습니다. 아아 그리고 춤추는 여자사람들 구경하는 기회. 그러다가 시간이 점점 지나서 클럽의 폐장 시간이 되어 나왔습니다. 아마 새벽 네 시경.








그런데 버스가 끊겼고, 비가 오네요.







 버스는 곧 알게 되었지만, 제 집까지 가는 버스는 평일은 새벽 세 시 반이 막차였습니다. 뭔가 클럽이 네 시에 끝나는 게 굉장히 애매한 시간이에요. 첫 차는 다섯 시고 막차는 세 시 반인데 클럽과 술집은 죄다 네 시에 닫습니다. 그래서 집에 가려면 미리 나와 있어야지 절대 한국에서처럼 첫차 탈 테니 기다려야지... 이런게 안 통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비가 온다는 거...



 저는 우산이 있었습니다만 ^_^ 클럽에서 우리의 사랑하는 플메, 아담과 루카스, 그리고 예술을 공부하는 그들의 친구...를 만났기 때문에 그들에게 우산을 씌워 주다 보니 힘이 듭니다. 아무튼, 구글 지도의 힘을 빌려 전철-버스를 환승한 후 꽤 많이 걸어서 집에 가기로 합니다. 아아... 그리고 그 친구 꽤 재밌었는데 그 뒤론 못 만났네요. 물어봐야겠다 누군지...







 먼저 기차를 타고 말미 역으로 갑니다. 거기서 너무 배가 고파서 사워 크림 맛이 나는 감자를 자판기에서 뽑아 먹었는데, 꽤 맛있습니다.







     


 마침내 한 시간 여의 사투 끝에 콘툴라 역에 도착한 남자들의 짓거리들. 아무래도 미친 것 같아요.






 마침내 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둘은 뛰고, 저는 루카스와 종종걸음으로 걸어 방에 들어와 샤워를 합니다.















8월 28일, 금요일






역시나 장대한 늦잠을 자고 일어납니다. 어헣.




 오후의 중앙역 앞. 오늘은 구름이 많이 끼었군요.




 처음으로 먹어 본 유니카페. 저번에 유니카페에서 다들 같이 먹을 때, 저는 배가 아파 못 먹었기에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이후로 앞으로 유니카페에서 먹을 때는 조미료를 때려부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싱거워요... 타바스코 소스가 있으면 주로 그걸 넣는데 타바스코는 많이 없습니다ㅠㅠ 가지고 다녀야 하나... 아 아니다 차라리 고추장을...




 제가 오늘 캠퍼스까지 온 것은 또한 파티 때문. 오늘은 또... CISSI였나, 아무튼 어떤 사회과학 동아리에서 하는 파티가 있습니다. 파티 장소는 캠퍼스 안인데 좀 멀어요. 대성당에서 북쪽으로 쭉 올라가야 합니다. 한국 같은 학교에서 같이 온 여자 후배와 같이 파티 장소로 갑니다.





 파티 장소. 그런데 웃긴 게, 정작 파티 장소로 지정된 곳은 저 약간 반지하같은 느낌의 문으로 들어간 홀 안인데 ^_^;; 사람들은 다 밖에서 술을 홀짝홀짝 마십니다.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같은 듯, 저도 튜터 그룹 사람들이 왔지만 그냥 밖에서 미리 사 온 술을 홀짝홀짝 먹습니다. 안주도 미리 사온 프링글스로 대체. 이렇게 밝았을 때부터 어두워질 때까지 계속 그렇게 맥주 마시면서 얘기하면서 서 있습니다. 안에 들어간 때는 오직 화장실을 쓸 때 뿐 ^_^;









 그리고 정작 한 일은 잔 들고 얘기한 것밖에 없는데, 애프터 파티를 가자고 합니다.



 중앙역 근처 아이리쉬 펍. 웃긴 게 바텐더가 잉글랜드 출신이 있어서, 글렌에게 할인을 해 줬습니다. 개꿀ㅋㅋㅋ싸게 맥주를 마실 수 있었습니다.


 다만 역시 춤 추고 있어서 저는 꿔보신세. 옆에 블랙 잭 테이블이 있어서 할까 하다가, 무승부면 딜러가 먹는다는 룰을 보고 안 될 것 같아 포기. 그렇지만 분위기가 뭐 그리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_^;; 이 펍은 다음에 다시 오게 됨...





 왼쪽부터 마티우스(네덜란드), 베이코(핀란드), 글렌(잉글랜드), 그리고 저. 이렇게 남은 사람들끼리 마지막 인증샷을 찍고 집으로 다들 퇴장합니다. 


 보드게임 펍, 파티, 파티, 삼 일 간 술을 마시면서 뭔가 새내기가 다시 된 듯한 느낌이 들지만 정말 이거야말로 기분 탓입니다. 어디서 이런 말 하고 다니면 안 되겠죠.^_^;





 그리고....




















8월 29일, 토요일







다시 한 번, 역사의 공백.





 보나마나 집에서 빈둥거렸겠지 뭐.


 사실 토요일이니 놀았을 법도 한데, 페이스북 단체채팅 올리다가 도저히 분량이 너무 많아 못 올리겠어서 포기했습니다. 게다가 올려서 다 봤는데 아무 것도 없으면 또 허무할 것 같네요... 



 으아아아아아... 뭐라도 했겠지... 뭐 감자 까먹었겠지... 싶네요. 아마 뒤늦게 너무 놀았더니 몸이 무리한다고 신호를 줘서, 잠시 쉬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______^; 




















 ...











진실은 저 너머에

















꼐속

 








 참, "8월 25일"이라고 쓰고 있자니, 거의 두 달이 다 되어가는데 한심한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노오오오오오오오답이네요. 아이슬란드 여행 쓰는 데 너무 진이 빠져서 그런가... 사진을 그렇게 많이 때려박았으니 그렇지... 게다가 사실 몇일 전에 이어서 쓰려고 했는데 마우스가 반 쯤 고장나서 (왼쪽 버튼이 조금만 세게 눌러도 계속 눌립니다ㅠㅠ) 의욕을 상실해서 때려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 있는 학교에서였다면 그냥 걸어서 중전 가면 되는데 헬싱키대는 도서관이 일찍 닫아요. 인민에어는 다 좋은데 터치 감이 너무 안 좋아서... 터치패드로 글 쓰기가 너무 빡칩니다.


 그러나 10월 중순을 지나고 있는 지금, 게다가 곧 노르웨이 여행을 갈 것인 지금... 사실 이미 답이 없지만 더 이상 밀리면 답이 없을 것 같을 뿐더러, 요즘 것부터 쓰려 했지만 또 그러자니 등장인물들이 너무 생소해질 것 같기에 일단 8월 25일부터 첫 주를 쓰고, 그러면서 등장인물들을 소개하고... 계속 이어서 쓰던지 요즘 걸 쓰던지 해야겠네요. 아무래도 제 교환학생 일기가 계속 쓰인다면, 가장 중요한 등장인물들이 될 플랫메이트들과 튜터그룹 친구들이 나올 곳이니까요.


 그런데 교환학생 일기라면 live한 느낌을 받아야 독자 여러분들께서 읽어 주실 텐데 이건 뭐ㅠㅠㅠㅠ 으으 그저 독자 분들의 자비를 바랄 뿐.


 (8월 18~24일의 내용은 "아이슬란드 여행기" 카테고리에 담았습니다.)

















2015년 8월 25일, 일요일




 8월 25일, 아이슬란드에서 돌아온 첫 날입니다. 아이슬란드와 핀란드의 시차는 3시간. 따라서 저의 수면에서 3시간이 증발해버린 셈이죠. 그렇기에 오전 9시의 헬싱키 거리였지만, 저의 허기와 피로는 엄청났습니다.



메뉴판을_찍어_놓고_왜_먹지를_못_했니.jpg








 그렇습니다. 메뉴판을 찍었을 때 까지만 해도 쌩쌩함을 느끼며 비행기에서 뭐 보지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저는, 거짓말처럼 곧 잠에 빠져들고 맙니다.














그리고 세 시간 반 만에 도착한 헬싱키!






 공항 인증 샷을 왜 버스 도착 예고 스크린으로 찍었는지는 며느리도 모른다 카더라...






 3시간 30분을 날아왔는데 6시간 30분이 지나 있습니다. 으으 눈부시고 피곤하고... 아무튼 힘듭니다. 힘들어요. 아무 생각 없이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메트로를 타고 콘툴라로 향합시다.




 콘툴라 인증샷은 대체 왜 맥도날드인걸까.






 난 서브웨이를 먹었건만.






 이 때는 아직 유니카페의 가격을 몰랐을 때이고 유니카페에서 먹을 수도 없었던 때이니, 지금 보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가격의 서브웨이를 먹어 줍니다. 어떻게 먹었더라...











그리고 좀비처럼 캐리어를 끌고 기숙사에 도착한 저는 침대에 쓰러져 잠들었다 카더라... 



향년 만 23세...



















 ...는 무슨. 저녁이 되니 눈이 떠집니다. 시각은 저녁 7시. 밖이 시끄러워 나가봤더니 체코 플메 둘과 처음 보는 백인 한 명이 있는데, 인사하니 오스트리아 출신이라고 합니다. 다짜고짜 카드게임을 하자고 해서 나갔는데, 뭔가 다른 카드 게임입니다.



 이런 카드를 씁니다. 체코 플레잉 카드...!







 이렇게 생겼음. 카드가 4종류인 건 일반 플레잉 카드와 같은데, 무늬가 다르고 한 무늬당 카드 개수도 적어요.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헝가리에서도 쓰고, 오스트리아에서도 쓰는 걸로 봐서 중부 유럽에서 쓰이는 카드인가 봅니다.






 두 종류의 게임을 했는데, '시기시'라는 체코 게임이 굉장히 재밌었어요. 간단히 말하면 속이는 게임이고, '시기시'는 체코어로 '너 구라지' 정도의 의미입니다. ^_^; 처음 내는 사람이 자신이 어떤 무늬를 낼 것을 선언하고 그 사람부터 차례대로 카드를 하나씩 내는데, 구라를 치는 것 같으면 한 사람이 카드를 까볼 수 있습니다. 깐 카드가 구라면 그 카드를 낸 사람이 바닥에 놓인 모든 카드를 가져가야 하고, 깐 사람이 카드를 내게 됩니다. 다만 깐 카드가 제대로 된 카드라면 깐 사람이 모든 카드를 가져갑니다. 먼저 손에서 카드를 모두 털어내는 사람이 승리.


 플레잉 카드로도 가능한데 숫자가 너무 많아서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요. 그런데 플레잉 카드로도 비슷한 게임이 있더라구요. 카드를 한 번에 여러 개 털어낼 수 있는 게임이 있었는데, 이 게임에 대해서는 탈린 여행에서... ^_^;;











밖이 추워져서 안으로 옮겨서 계속 합니다. 그런데...






벌칙은 하우카르틀






 그렇습니다. 제가 아이슬란드에서 가져온 그 하우카르틀 맞습니다. 아무래도 원래 하우카르틀과 궁합이 잘 맞는다는 술, 브레니빈이 있으니까 우리 플메들 사정은 저보다 낫네요^_^; 그러나 지금 사진에 나온 아담은 동의하지 못하는 듯한 표정입니다.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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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가_느껴진다.jpg






 그리고 곧 새로운 룸메를 만납니다. 사실 이미 만났는데 사진을 안 찍어서 여기서 만난 걸로 처리할게요 ^_^;; 바실리는 러시아 출신인데, 시베리아에서 왔습니다. 사하 공화국 야쿠츠크 출신입니다. 그래서 외모는 완전 몽골인 같은 느낌...! 참고로 사하 공화국은 러시아 내의 행정 구역인 주제에 면적이 프랑스의 5배고, 세계에서 가장 추운 도시/마을 등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인구는 단 백만 명...


     


 바실리가 가져 온 시베리아의 기상이 느껴지는 술. 이 때 마시지는 않았고 나중에 마셨습니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과연 할 수 있을지 ^_^;; 이름은 적힌 걸로만 봐서는 '케스킬'인 것 같은데 정작 들은 것은 기억이 안 나는지라, 틀렸으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 저녁에 두 명의 플랫메이트들이 더 도착해서, 마침내 저희 플랫은 가득 찼습니다. 8명이라... 많기도 하여라. 바실리의 룸메이트인 안드레이, 저의 룸메이트인 티엔이 도착했거든요. 티엔은 중국에서 왔는데, 저와 같은 사회과학대 소속이라 내일 오리엔테이션에 같이 가기로 약속했습니다. 물론 안드레이도 같은 사회과학대 소속이었는데 이 땐 다른 방이라...






최종_플랫_멤버들.jpg







'루크', '루드'라고 써 보니 뭔가 형제같은데 '루크'는 L이고 '루드'는 R입니다. 어헣. 보면 국적 별로 방을 나눈 것 같죠? 제가 이 때는 몰랐는데, 지금 와서 보니 이 아파트 단지에서 한국인 남자는 저 뿐인 것 같습니다. 한국인 여자는 한 명 봤네요. 뭔가 싸고 먼 곳이라 그런가 한국사람들은 다른 데 많은 듯... 슬프다.











 ...그리고 평온하게 잠에 들게 되는 저는, 이 다음 날 있을 참사를 예견하지 못하는데...








꼐속













아이슬란드 여행 마지막날(3): 2015년 8월 24일 월요일, 22:00




 단순히 여행기 연재하는 게 왜 이렇게 힘든 지 모르겠네요 ^_^;; 저의 빈약한 정신력을 잘 보여주는 듯 합니다. 빈약한 끈기도요. 그렇지만 그렇다고 아이슬란드 여행기를 잘라먹는 건 도저히 용납이 안 되니, 드디어 아이슬란드의 마지막 순간에 대해 쓰겠습니다.






 밤에 도착한 케플라비크 공항. 드디어 돌아가는 것인가...



 내가 아이슬란드에서 보낸 날들에 대해 수많은 회의와 후회가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내가 가지 못한 곳, 보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요. 그렇지만 냉정히, 내가 아이슬란드에 온 게 잘못한 일이었나? 생각하면, 그건 아니었네요. 더 좋은 여행을 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여기에 있을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다는 것을, 공항을 바라보면서 느꼈습니다.




 구매 금액이 37,000크로나를 넘는 게 있으면 여기서 도장을 받아야 하는데 전 그렇게 돈을 많이 쓸 수 없으므로 ^_^;; 패스합시다.




      


 공항에서 도저히 안 먹고 버티려다가 그냥 먹기로 했는데, 또 괜히 돈 더 내기 싫어서 빵은 빼고 소세지만 먹습니다. 으으으으으으 부들부들... 그리고 레이캬비크에서 먹던 탄산수처럼 생긴 탄산음료가 생각나서 탄산수처럼 생긴 병을 샀는데 이건 또 그냥 탄산수입니다. ㅠㅠ




헬싱키로 돌아가는 비행기는 1시. 처음엔 데스크가 안 떠서 뭔가 했는데 자동 발권 시스템 이용하라는 거였어요. 




자동 발권은 처음 이용해 봐서 당황했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편했습니다. 여권이었나 e-ticket이었나... 뭔가 스캔하면 바로 뜹니다. 개꿀 신기방기.




     




 처음으로 수화물 띠도 직접 뽑아서 캐리어에 묶어 보고, 방금 뽑힌 따끈따끈한 보딩 패스도 만져 봅니다.




항상 보딩 패스 보면 드는 생각이, 더 예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왜케 이렇게 칙칙하게만 만들까 싶은 겁니다... 비용이 많이 드나?




 그리고 출국 면세점,





 면세점은 정말 면세라서인지 굉장히 쌉니다. 아이슬란드 물가에 비해서요. 하우카르틀과 같이 먹으면 맛있다는 브레니빈을 사기로 합니다. 감자로 만든 아이슬란드 증류주에요.








 그 외에도 정말 수많은 술들이 있지만 돈이 없어서도 있고 세관 기준도 잘 모르고 해서 그냥 한 병만 샀는데 좀 후회되네요 ^_ㅠ







 화장품들... 보다는




 앱솔루트 하니 먹고싶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음에 스톡홀름 갔다올 때 면세점에서 사야겠다 생각을 합니다 ^_^;;





 아이슬란드는 끼워팔기를 정말 잘 하는 것 같아요. 쓸데없이 계속 끌림... 그치만 사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 생각하면 안 산 게 되게 후회돼요. 대부분의 경우 면세점이 개이득이긴 한 것 같아요. 사면 좋습니다.











그런데...



아놔...



 부가세 환급 혜택을 받으려면 여기서 우편을 제출해야 하는데 그걸 까먹은 것이었습니다 ^_ㅠ


 관련 우편들은 모두 캐리어에 쳐넣어버린 상황... 굉장히 당황하고 참담해서 상담원에게 물어봤는데, 다행히 집 가서 우편으로 부치면 된다는데 핀란드 우편으로 가능할 지 안 할 지 어떻게 알아봐야 할 지도 모르겠으니 막막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졸음에 시달리다가, 드디어, 드디어, 아이슬란드를 작별. 



 처음엔 비행기에서 왕좌의 게임 봐야지 생각헀는데 너무 피곤해서 그냥 잠만 쭉 자게 되더군요.









 그렇게 아이슬란드 여행은 결국 마지막 삽질인 면세서류 미제출로 끝나고, 저는 핀란드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저란 사람이 어떻게 후회의 인간인 지, 그리고 후회를 하긴 하지만 그래도 살긴 살아가는 인간인 지 드러내는 여행이 아니었나 싶네요...ㅠㅠ ^_^;;









THE END







핀란드 교환학생 일기로 계속 이어집니다.








아이슬란드 여행 일곱째날(2): 2015년 8월 24일 월요일, 16:00




(요즘 정신이 없어 연재가 정말 많이 늦어졌네요. 으으... 제가 게을러서인지 시간이 항상 부족합니다. 그래도 다시 글 써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회한에 젖어, 드디어 마지막이구나 생각하며 저는 버스에서 창 밖만을 바라보며 멍때립니다. 레이캬비크는 뒤이고 이제 아이슬란드에서 남은 곳은 블루 라군 뿐.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합니다. 블루 라군은 어떨까? 정말 재밌을까? 예쁠까? 가서 당황하지 않을까? 나의 근육1도없는 멸치 몸을 사람들에게 내보여도 괜찮은 걸까? 덕내난다고 뭐라 하지 않을까? 등등...










 사실 제가 뭐 그렇게 활동적인 사람도 아니기에 처음에는 블루 라군에 그냥 가지 말까 생각했었습니다. 그렇지만 미국 하면 자유의 여신상, 프랑스 하면 에펠탑, 아이슬란드 하면 블루 라군일 정도로, 공항 근처이기도 하고 해서 굉장히 유명한 관광지라 안 가면 어마어마하게 아까울 것 같아서... ^_^;; 그래서 헬싱키 최후의 날에 그 난리를 치면서 수영복을 샀었죠... 아아 애처롭다.






















 근데 솔직히 말하면 블루 라군 자체도 유명하긴 한데 좀 듣보잡이죠. ^_^ 아이슬란드라는 나라 자체가 한국에 잘 안 알려져서 ㅠㅠ 오히려 브룩 쉴즈 나오는 블루 라군 영화가 훨씬 더 유명한 것 같아요. 전 고등학생 때 블루 라군 2의 주인공 밀라 요보비치를 좋아해서 이 영화를 알게 됐습니다. 보지는 않았습니다 진짜임 ^_____^















 아마 아이슬란드 당국이 '산호초'도 '석호'도 아닌 이 온천을 '블루 라군'이라고 명명한 것은, 저 영화의 인지도의 덕을 보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네요.












 아무튼 각설하고, 헬가펠 하이킹 때 봤던 황량한 용암 평원을 멍...때리며 복잡한 감정의 격류를 느끼다가, 갑자기...














와와와와아미친미친미친ㅁㅊㄷㅁㅊㅇ완전개예쁘가파랑ㄴ흼ㄴㅇ르ㅏㅂㅁ즤!!









 와...



 갑자기 증기가 솟아오르는 게 보이다가, 뙇!하고 하늘색, 너무나도 아름다운 하늘색 연못들이 황량한 화산 평야 사이에서 뙇!하고, 뙇!!!!!!하고 나타나는데, 너무 예뻐서 기절할뻔;;; 미쳤습니다 미쳤어요...













 블루 라군의 광경을 보고 너무나도 행복해져서, 잠시, 아주 잠시 저의 멸치 몸에 대해 잊을 수 있었습니다.









 블루 라군 정문입니다. 당연히 보시면 바로 아실 수 있지만, 왼쪽에 있는 건물에 짐을 맡길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캐리어를 맡겼고 백팩은 가지고 들어갔습니다. 이 때 보관증을 떼는데, 찾을 때는 원래는 안에서 도장을 받아 와야 하는데, 제가 까먹고 안 받아왔는데도 그냥 저는 짐을 찾았습니다. 도장은 왜 필요한 것인가...








 그리고 잠시, 주변이 화산암으로 둘러싸인 통로를 지나면...



















우와...








물이 하늘색입니다. 하늘색이에요. 게다가 김이 모락모락 ^_^;







 굳이 입장 안 하셔도 이 주변에서 블루 라군을 둘러보기만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넓습니다. 넓어요. 









 구글 어스로 본 블루 라군. 하늘에서 봐도 하늘색입니다. 너무 예쁨... 꽤 넓은 걸 알 수 있습니다. 그 중 왼쪽에 보이는, 동그랗게 둘러싸인 곳만 일반 대상으로 영업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오른쪽엔 뭔가 프라이빗 풀 같은 느낌의 직사각형 공간들이 보입니다. ㅂㄷㅂㄷ.





















 입장권을 제시하면 팔찌로 바꿔줍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블루 라군의 위엄을 느낄 수 있음. 팔찌에 흰색 이물질들이 굉장히 많이 붙어 있습니다. 블루 라군에 엄청나게 많이 함유되어 있는 실리카 때문입니다. 이 팔찌는 어떤 입장 옵션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다른 색을 받습니다. 그리고 블루 라군 내에서 이 팔찌로 계산을 하고, 결제는 나중에 하는 뭐 그런 시스템...입니다.





 그러고 보니 블루 라군 요금제에 대해 안 말씀드렸네요. 가격은 기간마다 조금씩 다른데, 아래와 같습니다.





블루 라군 여름 입장료






블루 라군 겨울 입장료


 여기서 "여름"은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입니다. 와 8월 24일날 왔는데, 완전 쌀쌀하고 춥고 완전 끝물인데 10유로나 더 냈었다니... 부들부들...


  





 저는 COMFORT를 선택했는데, 지금 보니 그냥 타월만 가져갔으면 STANDARD도 괜찮았을 것 같네요. COMFORT는 STANDARD와 PREMIUM 사이에 끼여서 좀 애매해 보입니다. 그 와중에 LUXURY 지젼;;










 증정품으로 화장품들을 줍니다. 우왕ㅋ굳ㅋ.










 그리고... 탈의와 샤워를 마친 후 ^_^;;





 

 들어왔습니다.



 개쩜ㅋㅋㅋㅋㅋㅋ



 그러나 방수커버는 아이슬란드에서 너무 비싸서 안 샀기 때문에 사진은 뭍에서만 찍고 폰을 얌전히 다시 사물함에 반납한 후 물질을 하고 놉니다. 으아아아아 방수커버, 셀카봉 등등 한국에서 샀으면 쌌을텐데 정말 준비성 부족 때문에 수 차례 피눈물을 흘리네요.





 사람은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중국인들이 좀 많은 것 같아요. 사실 아이슬란드 섬 자체에 중국 사람들이 엄청 많음 ㅋㅋㅋㅋ 관광지 중 이렇게 중국인 비중이 높은 곳은 처음 봤습니다. 아마 아이슬란드 금융 말아먹은 것 때문에 그거 갚아보려고 어떻게 중국 관광 시장 개척 중인 듯;;







 



 일단 블루 라군 바닥은 평평하지 않습니다. 약간 튀어나온 부분도 있어서 좀 걱정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한데, 뭐 이렇게 자연이 만든 신비에 시멘트질을 하기도 뭐하니 그러려니 합니다. 물은 실리카가 함유되어 잇어서 맨들맨들. 감촉이 정말 좋습니다 ^______^ 온도도 정말 적당하게 따뜻합니다.





 




 블루 라군 앞에는 이런 바?가 있어서 음식을 먹을 수 있지만, 저는 돈이 없고 이하생략.










 그런데 솔직히 물 밖이 너무 춥습니다. 홀딱 벗고 수영복 하나 입고 온 몸에 물이 묻으니 체감온도가 진짜 노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답임. 타월을 두르고 다녀보지만 여전히 답이 없음. 부르르 떨면서 뛰어가니까 아주머니 한 명이 부르르 떨면서 웃습니다. 







 그래서 실내로 들어와서 폰질이나 좀 하려고 하는데...














;;


반도의 작은 스꼴커뮤니티까지 접속 막아놓다니 뭔가 대단합니다 블루 라군;; 왜 막아놨지?








 그러니 그냥 페북이나 하고 사진이나 찍읍시다.



 소심한 셀카. 눈갱. 도저히 추워서 안 되겠어서 셔츠 가져와서 돌아다니면서 사진 찍었습니다. 








 저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엔 실리카 통이 있습니다. 큰 통에 실리카가 엄청 많이 담겨 있어요. 저도 저기 가서 온 얼굴과 팔에 다 발랐습니다. 약간 지점토 같은 느낌인데 매끈매끈합니다. 사람들이 엄청 많이 퍼다 써서, 굉장히 실리카가 빨리 떨어져요. 통이 비었을 때 기다리고 있다가, 새 통이 오면 사람들이 우르르르르 몰려 들어서 실리카를 다 가져갑니다. 흐으.



 멀리는 산이 보이네요. 황량하다 황량해. 정말 이런 황량한 감수성이 온천을 둘러싸고 있는 게 블루 라군의 이채로움 중 하나입니다. 블루 라군 다시 가고 싶다...













는 ☆커플천국 솔로지옥 블루라군









 커플이 정말 너무너무 많습니다. 저는 혼자 왔는데, 뭐 여기 사람들한테 말 걸자니 뻘쭘하고, 괜히 밖은 춥고, 커플들이 온갖, 한국과는 비교도 안 되는 애정행각들을 하는 것 보면서 비통함을 키워갑니다.







 따뜻하고 매끈한 물과 황량한 광경을 보며 좋아하다가도 

커플들을 보면 아주 날카로운 죽창이 생각나는, 그런 하루였습니다.


다음에 돌아온다면 나, 커플이 되어 돌아오리... ㅂㄷㅂㄷ



























 지금까지 날씨 안 좋은 날, 뭍에서만 찍은 사진들, 게다가 멸치남의 셀카까지 보시느라 여러분의 눈과 정신이 참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블루라군 공식 홈페이지에서 괜찮은 사진 몇 개 퍼왔으니 보시고 노여움을 푸세요...












퍄퍄퍄...







 ...이 사진은 좀 어색하네요. 분명히 저런 지형에서 저렇게 앉아 있으면 찔려서 엉덩이 완전 아플듯 ^_^;; 아니면 사진용 투명의자를 한 거라 생각해봅니다.










퍄퍄퍄 2




 아아 좋다. 저는 수영은 안 했지만 (허가되어 있는 지도 잘 모르곘습니다.) 실리카가 많아서 그런지 확실히 몸이 일반 물보다 잘 떠요.









 비 오는 날 사진. 모델 누나 추워 죽겠다 이놈들아.






..............




할 말을 잊었습니다.




너무 멋짐 ㅠㅠ



















 에... 그런데... 왜 예쁜 여자 사진만 올리냐구요... 죄송합니다 ㅠㅠ 저의 취향을 반영한 선택입니다... 다른 사진들도 올릴게요...














 사실 뭐 블루 라군의 보통 풍경은 위처럼 혼자 고독한 느낌이 아니라 이런 거죠. 사람들 우글우글. 다만 이 사진에서 중국인 비율의 20% 정도 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위처럼 혼자서 노는 건 금수저라야 가능한 기행이죠. ^_^;; 









 겨울 블루 라군. 눈 덮힌 황야 한가운데에 온천이라니, 너무 멋지지 않나요. 다만 저 안에 들어가있는 사람들은 말도 못하게 추울 것 같다 ^_^;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저는 돌아가야 하죠. 케플라비크 공항에 가기 위해 정말 나가기 싫었지만 눈물을 머금고 블루 라군에서 나옵니다. ㅠㅠ



 이 사진은 도대체 왜 찍은거지. 안 찍은 줄 알았나.



 배가 고픕니다. 가격표를 봅니다. 잊습니다. 아이슬란드에서의 쇼핑공식.










 이 곳은 게이트를 나와서 있는 매점입니다. 참 먹을 것들 더럽게 많네... 부들부들...






 괜히 배고파서 한 번 더 쳐다봅니다.









 블루 라군 매점이에요.








 방수팩.... 가격 노오오오오오오오답 ^_^;; ㅠㅠ





 점원 한 명이 계속 try해 볼거냐고 저를 좇아다니면서 물어봅니다. 으아아아아아 무서워서 알겠다고 하고 try. 맨들맨들한 느낌이 매우 좋습니다. 그래서 괜히 여기서 로션도 바르고 수분크림도 발라봤습니다 ^_^; 그렇지만 하나도 사진 않음. 화장품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인터넷으로 구매 가능한데, 크게 가격 차이도 안 나서...








 




 나왔습니다.



 정말 마지막이구나. 풍경은 아름다운데, 왜 이리 슬플까요.





 올 땐 다른 길로 왔습니다. 곳곳에 조그마한 연못 같은 곳들이 있네요. 당연히 온천으로 쓰이는 곳들은 아니겠지만 정말 예쁜듯 ㅠㅠ




 협곡 같은 느낌마저 납니다.



 혼자 뜬금포로 멀리 있는 연못 ^_^;;















 그리고 저는 정문에서 짐을 되찾고, 버스를 기다립니다. 



 이놈의 자판기는 뭘 먹고 싶은데 먹을 수가 없음. 카드 아무리 긁어도 안 됨. 아아 정말 더럽게 화나서 마치 볼케이노 킴처럼 화산같이 분노했습니다.










 


 그런데 버스가 하도 안 와서 시간표를 보니,



현재 시각은 20:08인데 케플라비크로 가는 버스는 21:30에 오네요 ^_^;;


















 와 진짜 배고파 죽을 것 같은데 이런 무자비한 버스 시간표 ㅠㅠ 뭐 미리 버스 시간표를 숙지하지 못한 저의 잘못입니다...





















 너무나 아쉽게도 블루 라군에서 나와 아이슬란드 여행의 모든 일정을 다 끝낸 저는, 즐거움, 아쉬움, 후회, 섭섭함, 후련함, 아련함이 뒤죽박죽된 혼란스러운 감정을 지닌 채 스티븐 시걸의 표정을 지으며 나른한 몸을 이끌고 케플라비크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에 오릅니다.





















꼐속










아이슬란드 여행 일곱째날(1): 2015년 8월 24일 월요일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으로부터 한 달 전, 저는 드디어 레이캬비크에서의 마지막 날을 맞았다는 소회에 잠겨 있었습니다. 아아 드디어 마지막이구나. 그 소회에 잠겨 꿈도 그런 꿈을 꾸었더랬죠. 뭐 제가 하는 일이 항상 그렇듯이, 기억은 안 나지만...








그리고, 일어났더니









갓-냥이가 침대 위에 같이...





냥이찬양해ㅠㅠ







 다가가면 항상 으르렁거려서 내 몸에서 그렇게 마늘 냄새가 심하게 나나... 너한테서는 썩은 계란 냄새가 난단말이야... 하고 부들부들하게 만들었던 우리 고양이가 드디어 저에게 마음을 열었다고 생각하니 감동입니다ㅠㅠ<





 고양이 깨울까봐...도 있지만 사실 피곤해서 또 안 일어나고 침대에서 열심히 헤드뱅잉하고 있으니 쓰란두르님께서 깨워주심. 아 하긴 체크아웃해야지...








 쓰란두르 씨께서는 그간 즐거웠다면서, 방명록을 하나 작성해달라고 하셔서, 작성합니다.




 얼마만에 써 보는 한국어인가. 떨리는 손으로 열심히 씁니다만 사실 오랫만이고 뭐고 다 빼도 그냥 저의 글씨가 쓰렉... 이라서 죄송합니다.ㅠㅠ


 도무지 답이 안 나오는 글씨 수준에 저 자신도 참 황송할 뿐..





 곧 쓰란두르 씨는 일을 하러 나가시고, 저는 남은 하우카르틀을 담은 통을 캐리어에 넣습니다. 






 곧, 아무도 남지 않은 집을 뒤로 하고 저는 길을 나섭니다.



















아...


시원섭섭...은 무슨 전혀 시원하지 않습니다. 섭섭할 뿐ㅠㅠ


좀 더 남아 있고 싶다...는 생각만 듭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ㅠㅠ



 마음이 짠합니다...










 이 순간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싱숭생숭했었는데 정말 그 순간이 되니 가슴이 시리네요.










 어찌 되었든 내가 아이슬란드에 있을 그 날들은 다 지났고, 나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구나, 하는 슬픔이 덮쳐옵니다.



















그치만 내 일상은 핀란드 교환학생이잖아? 개꿀ㅋ









 ㅋㅋㅋ그렇습니다 일상이 핀란드 교환학생행ㅋㅋㅋㅋ 기분이 좋아진 저는 어찌되었든 레이캬비크에서 마지막 쇼핑을 하기로 합니다.







 레이캬비크 시내 거리. 내가 돌아가야 해서 그런가 괜히 거리도 싱숭생숭해 보임.






 살까 말까 계속 고민하던 티를 사기로 합니다. 처음엔 M을 시도했는데 너무 크고, S도 조금 큰 거 같아서 결국 다 XS로 사기롴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진짜 내가 정말 너무나도 작구나... 어릴 때 밤에 게임 그만하고 운동이나 열심히 할 걸... 생각하게 된 날이었습니다.



 아무튼 아이슬란드 티셔츠는 다른 것들에 비해서 뭔가 센스가 돋보여서 좋은 것 같아요... 진짜 사고 싶은 것은 너무 많았는데 너무 비싸서(하나에 3,750크로나) 3개 사면 1개 더 준다는 말에 딱 4개까지만 사기로.















 이건 머그컵. 정작 제가 산 건 '5분만 기다리면 날씨가 바뀐다' 드립인데... 다른 컵들도 나쁘지 않아요. 특히 저 elf in Iceland 디자인은 어디에 들어가 있어도 잘 어울리느 명작입니다.





















예전에 봤던 티셔츠 디자인. 진짜 쎈 디자인인데 너무 매력적이라 이걸로 티셔츠 하나 질렀습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산 공기도 팝니다. 얼마였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싼 가격은 아니었던 걸로...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습니다 ㄷㄷ;;




















직원들은 친절하기 때문에 당연히 입어 볼 수도 있고, 사이즈가 없으면 물어 보면 확인해 줍니다. 확실히 (유럽이 다 그렇지만) XS 사이즈는 많지가 않습니다.






















저는 Don't fuck with Iceland! 티셔츠를 사고 싶었는데 XS 사이즈가 없어서, S 사이즈를 살까 하다가 Don't mess with Iceland! 티셔츠를 대신 샀네요. ㅠㅠ



















 남은 아이슬란드 동전들도 여기에서 모두 털어줍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티셔츠 네 개를 살 수 있었고, 그 중 일부는 부가세 환급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저의 아이슬란드 체류 마지막 삽질로 그 환급 여부는 불확실합니다...










 그리고 저는 걸어서 BSI 터미널로...




 가는 길에 레이캬비크 문화 건축물을 발견하는데... 이제 봐서 뭐하니 저는 버스를 타야해요 ㅠㅠ














 BSI 터미널... 












 티켓을 받습니다. 저는 여기서 블루 라군으로 갔다가 바로 케플라비크로 공항으로 갈 예정입니다.













 염소 머리를 먹었던 음식점에서 이번엔 간단하게 샌드위치류를 먹읍시다. 더럽게 비쌌던 것 같은데 역시 기억 안 남. 안 좋은 기억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고자 하는 방어 기제 때문일까요.




 레이캬비크에서의 마지막 음식.






 그리고 그렇게 다시 돌아올 날을 기다리며, 나는 레이캬비크에 작별을 고했다 카더라...



 (블루 라군 표/버스 표는 블루 라군 홈페이지에서 예매했습니다.)





꼐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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