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일, 토요일
항상 느끼지만 여기서 무슨 파티 무슨 파티를 해도 생일 파티가 가장 재밌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이 있고 스토리도 확실하면서, 다들 재밌게 놀 각오를 하고 열심히 오니까요. 뭐 한국에서도 생일 축하가 가장 재밌었던 것 같네요 그러고 보니 ^___^;
그리하여 또 생일 파티 얘기인데, 오늘은 두 명의 생일 파티가 있었어요. 한 명은 한국인 교환학생, Y대 출신 미녀 이 모 님, 한 명은 우리 튜터 그룹에 있는 독일에서 온 라베아. 당연히 누구의 생파에 갈까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미 저는 라베아가 '자기 생일 축하' 어쩌구 해서 끌려간 클럽에서 힘들게 밤을 보냈고, 또 아무래도 라베아 생일 축하하러 가는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 같아, 같은 김치남녀끼리의 우정을 발휘해야하지 않나 싶어 일단 이 모 양의 파티에 갔습니다.
이 모 양은 까넬마끼(Kannelmäki)에 있는 HOAS에 살고 있어요. 페라스 생일 파티 때 갔던 곳 바로 옆 건물이었습니다.
열려라 참깨.
아직 참교육의 세례가 부족한 저는 아직까지도 먼저 도착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도착하니 있는 것은 이 모 님, 이 모 님과 같은 학교에서 온 C 양, 그리고 이 모 님의 플랫메이트 둘 정도였습니다. 으으... 뭐 누군가 사다 놓은 닭고기를 열심히 요리하며 파티를 준비합니다.
아 폰 쓰레기 화질을 욕하려다가 이쯤되면 찍는놈이 문제인 것 같아 저의 손을 욕합니다.
닭고기가 준비되었고, 이제 돼지고기 차례. 열심히 준비하고, 한 명 한 명 오는데...
엥!? 얘네 다 여자 아니냐?
그렇습니다 국적은 다양한데 모두 다 여자군요.
뭐 말로는 분명히 남자 더 초대했다는데, 아무도 오는 사람이 없군요.
내가 또 내시라니...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구... 흐헣헣헣
그렇습니다. 뭐 솔직히 말씀드리면 다들 어색하고 그랬기 때문에 저도 같이 어색했을 뿐이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생일 케잌을 전달하는 장면에 나온 제가 너무 너무 너무 어색해 보여서 노답입니다.
그리고 적당히 다들 기분이 좋아졌는지 해피 버스데이 하면서 막 노는데,
역시 수많은 여성들 사이에서 개 어색한 저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ㅠㅠ 안쓰럽다.
뭐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나 잠깐 생각을 해 봤는데 아무래도 특히 동양쪽에는 핀란드는 남성적인 느낌보다 여성적인 느낌이 강한 것 같아요. 남성적이고 화끈한 그런 느낌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은 미국엘 가겠지 핀란드에 올 리가... 그러다 보니 굳이 한국이 아니더라도 일본이나 중국계 국가들에서도 남학생보단 여학생들이 많이 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만 뭐 가설일 뿐입니다.
아무튼 여학생들밖에 없었기 때문인지 이 모 님의 미모에 다들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처음에는 열두시를 넘기네 뭐네 하던 파티는 열한 시 쯤에 끝이 났고, 저는 집에 돌아가기 위해 전철을 타고 중앙역으로 가는데,
까넬마끼 역에서 같은 튜터 그룹의 캐서린을 만남...
사실 이 모 님 생일 때문에 못 간다고 말까지 했던 터라, 다시 가기도 뻘쭘하고 해서 안 갈까 했는데 당연히 가는 게 나은 선택이겠죠. 비록 여자사람들 사이에만 있어 매우 피곤했으나 미안함도 덜 겸 라베아의 파티에도 갑니다. 가서, 어차피 같은 튜터 그룹끼리 다시 만난 것이니 글렌 등과 함께 재밌게 맥주 마시면서 얘기하다가, 12시가 되지 마자 생일 축하를 ^__^;
갑작스런 사진촬영에 눈갱이 되어버린 저의 모습. 라베아 HAPPY BIRTHDAY!
그리고 기숙사 공동실이 문을 닫아 저희가 간 곳은, 처음으로 가 보는 핀란드 가라오케였습니다. 부르주아들의 기숙사인 도무스 아카데미아의 맞은 편에 있는 가라오케 펍인데 앞으로 어마어마하게 가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 날은 첫 날이고 익숙하지 않고 너무 피곤해서 매우 재미가 없었습니다. 여러분도 글을 읽으면서 노잼을 느끼고 계시죠? 딱 이런 느낌이었ㅅ브니다.
이렇게 스크린이 있고 앞에 테이블들이 있습니다. 저는 노래는 안 부르고 그냥 구경만... 영어 노래 반, 핀란드어 노래 반 정도 나옵니다.
다른 사람들이 구경하는 동안 열심히 사진이나 찍읍시다.
우왕ㅋ굳ㅋ 개꿀. 그치만 이미 두번째 파티라 너무 피곤하다 ㅠㅠ그래서 두 시가 넘었을때 일어나 집에를 갑니다. ㅠㅠ 미안해 얘들아. 늦게 와서 일찍 가는 최악의 얌체 친구입니다.
그런 저를 응징하기 위한 것인지,
버스에서는 술먹고 싸움이. 빗뚜(Vittu) 하면서 고성이 오가더니 누군가 정류장에서 내리면서 따라 내려서 붙어 보자고 잡아끌고, 손이 왔다갔다합니다. 으으 미친 놈들 마실거면 곱게 마실것이지. 어딜 가나 또라이는 있습니다. 핀란드의 주류 규제가 어느 정도 이해되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저는 너무나 배가 고팠던 나머지, 라면을 마늘과 같이 끓여서 치즈 두 장을 띄운 라면을 먹고, 보람찬 일요일을 위해 일찍 잠에 듭니다. ^____^
9월 20일, 일요일
오늘은 주말, 즐거운 일요일!^__^
...그러나 이 날을 살게 되는 일은 없었다.
토요일에 모든 힘을 쏟아낸 천기섭은
이어지는 일요일에는 거짓말같이 하루를 잠으로 보냈다.
일어나니 이미 하루는 가버렸고, 할 일은 다시 자는 것 뿐이었습니다.
다만 시간이 남아서 친구들한테 쓸 엽서를 몇 통 쓰려다가 두 통인가 쓰고 컴퓨터만 줄창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군요.
손글씨 개못쓴다 우웩. 저의 손글씨로 저런 글 쓰다니, 김영하 작가님 죄송합니다ㅠㅠㅠ
과연 천기섭은 노잼으로 치달아가는 이놈의 교환학생 일기를 언제부터 다시 복구할 수 있을 것인가...
꼐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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