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여행 마지막날(3): 2015년 8월 24일 월요일, 22:00




 단순히 여행기 연재하는 게 왜 이렇게 힘든 지 모르겠네요 ^_^;; 저의 빈약한 정신력을 잘 보여주는 듯 합니다. 빈약한 끈기도요. 그렇지만 그렇다고 아이슬란드 여행기를 잘라먹는 건 도저히 용납이 안 되니, 드디어 아이슬란드의 마지막 순간에 대해 쓰겠습니다.






 밤에 도착한 케플라비크 공항. 드디어 돌아가는 것인가...



 내가 아이슬란드에서 보낸 날들에 대해 수많은 회의와 후회가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내가 가지 못한 곳, 보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요. 그렇지만 냉정히, 내가 아이슬란드에 온 게 잘못한 일이었나? 생각하면, 그건 아니었네요. 더 좋은 여행을 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여기에 있을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다는 것을, 공항을 바라보면서 느꼈습니다.




 구매 금액이 37,000크로나를 넘는 게 있으면 여기서 도장을 받아야 하는데 전 그렇게 돈을 많이 쓸 수 없으므로 ^_^;; 패스합시다.




      


 공항에서 도저히 안 먹고 버티려다가 그냥 먹기로 했는데, 또 괜히 돈 더 내기 싫어서 빵은 빼고 소세지만 먹습니다. 으으으으으으 부들부들... 그리고 레이캬비크에서 먹던 탄산수처럼 생긴 탄산음료가 생각나서 탄산수처럼 생긴 병을 샀는데 이건 또 그냥 탄산수입니다. ㅠㅠ




헬싱키로 돌아가는 비행기는 1시. 처음엔 데스크가 안 떠서 뭔가 했는데 자동 발권 시스템 이용하라는 거였어요. 




자동 발권은 처음 이용해 봐서 당황했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편했습니다. 여권이었나 e-ticket이었나... 뭔가 스캔하면 바로 뜹니다. 개꿀 신기방기.




     




 처음으로 수화물 띠도 직접 뽑아서 캐리어에 묶어 보고, 방금 뽑힌 따끈따끈한 보딩 패스도 만져 봅니다.




항상 보딩 패스 보면 드는 생각이, 더 예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왜케 이렇게 칙칙하게만 만들까 싶은 겁니다... 비용이 많이 드나?




 그리고 출국 면세점,





 면세점은 정말 면세라서인지 굉장히 쌉니다. 아이슬란드 물가에 비해서요. 하우카르틀과 같이 먹으면 맛있다는 브레니빈을 사기로 합니다. 감자로 만든 아이슬란드 증류주에요.








 그 외에도 정말 수많은 술들이 있지만 돈이 없어서도 있고 세관 기준도 잘 모르고 해서 그냥 한 병만 샀는데 좀 후회되네요 ^_ㅠ







 화장품들... 보다는




 앱솔루트 하니 먹고싶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음에 스톡홀름 갔다올 때 면세점에서 사야겠다 생각을 합니다 ^_^;;





 아이슬란드는 끼워팔기를 정말 잘 하는 것 같아요. 쓸데없이 계속 끌림... 그치만 사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 생각하면 안 산 게 되게 후회돼요. 대부분의 경우 면세점이 개이득이긴 한 것 같아요. 사면 좋습니다.











그런데...



아놔...



 부가세 환급 혜택을 받으려면 여기서 우편을 제출해야 하는데 그걸 까먹은 것이었습니다 ^_ㅠ


 관련 우편들은 모두 캐리어에 쳐넣어버린 상황... 굉장히 당황하고 참담해서 상담원에게 물어봤는데, 다행히 집 가서 우편으로 부치면 된다는데 핀란드 우편으로 가능할 지 안 할 지 어떻게 알아봐야 할 지도 모르겠으니 막막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졸음에 시달리다가, 드디어, 드디어, 아이슬란드를 작별. 



 처음엔 비행기에서 왕좌의 게임 봐야지 생각헀는데 너무 피곤해서 그냥 잠만 쭉 자게 되더군요.









 그렇게 아이슬란드 여행은 결국 마지막 삽질인 면세서류 미제출로 끝나고, 저는 핀란드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저란 사람이 어떻게 후회의 인간인 지, 그리고 후회를 하긴 하지만 그래도 살긴 살아가는 인간인 지 드러내는 여행이 아니었나 싶네요...ㅠㅠ ^_^;;









THE END







핀란드 교환학생 일기로 계속 이어집니다.








아이슬란드 여행 셋째날(2): 2015년 8월 20일, 목요일, 21:00




 레이캬비크에서 내렸다 안 내렸다 하는 비나 맞아가며 고생하다 겨우 숙소로 돌아온 저는, 뭔가 해야겠다는 강한 충동을 느끼지만 과연 뭘 해야 할 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갑자기 생각난 게 있었으니,



















하! 우! 카! 르! 틀!






 하우카르틀을 쉽게 이야기하면 아이슬란드의 홍어입니다. 하우카르틀은 상어로 만드는데, 상어는 골격 때문에 체내에 암모니아가 남아 있고, 이를 빼내지 않고 숙성시키면 발효되어서 굉장히 향긋한(...) 냄새와 맛을 갖게 되는데요.
















 제가 한번 먹어보겠습니다!

















 저번에 마트에서 봤던 하우카르틀...! 자그마치 6,599크로나(약 60,000원)에 달하는 가격을 보고 포기할까 했지만, 실제 가격은 저 가격이 아닙니다. 저도 자세히 안 봤는데 단위당 가격 같아요. 제가 실제로 지불한 금액은 약 1,300크로나 정도.






 하우카르틀은 보통은 저렇게 진공 포장된 상태나 통조림으로 팔립니다. 홍어와는 다르게 굉장히 많은 마트에서 볼 수 있어요. 제가 가 본 곳이야 세 군데 정도 뿐이지만 다 하우카르틀이 있었던 것 같아요. 으아아니.






하우카르틀하우카르틀


으으...


 발효로 인해 모양이 약간씩 흐물흐물해진 많은 사각형 덩어리들이 뭉쳐있는 게 보입니다. 

















하우카르틀하우카르틀


흠...











 제가 이렇게 식탁에 하우카르틀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쓰란두르 씨 가족이 돌아왔습니다. "Are you gonna eat it?" 







안 먹을 거면 왜 샀겠습니까?






... 그런데 약간 떨리네요 ㅠㅠ











마지막까지 먹겠다는 의지의 징표로, 우유와 펩시를 준비했습니다.
















아아... 떠다니는 국물들...과 흰색 파편들 ... ;;















굉장히 불길합니다.











개봉박두!



조금씩 칼로 잘라내기 시작합니다. 얼마나 긴장했는지 사진이 흔들렸네여 ^_^;;








완전히 개봉되고 주머니 안에 공기가 들어찹니다... 아아 보는 내가 다 떨리네



















접시에 옮겨 담았습니다.







...참 맛있겠죠?
























하우카르틀하우카르틀





음...











 눈을 딱 감습니다.












먼저 코에 살짝 갖다댑니다.


















이 곳의 냄새가 납니다.




...이건 미친 짓이야 여기서 나가야겠어...













제가 냄새를 맡으며 얼굴을 찡그리자 마리아(쓰란두르 씨의 딸)가, "Shark's piss"가 아니냐... 하는데,









진짜 상어 발효된 게 아니고 상어 오줌 덩어리 같습니다 ㅠㅠㅠㅠㅠ














그래도 샀으니 맛은 봐야겠죠.































먹습니다.


























크오오오오오오오오오...!














나쁘지 않은 질감








괜찮은 씹는 느낌














그러나 세 번 씹으면 한 번 꼴로 코로 직통으로 올라오는 암모니아...!















암모니아 너란 분자...

















...잠시 수저를 내려 놓고 생각합니다.



























우암 송시열 선생을 생각합니다.










저는 오줌 맛 나는 상어 고기쪼가리 하나 먹기도 참 힘든데,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오줌을 몇 년이나 받아마신 














요로법의 수호자 요로나이트 송시열선생니뮤ㅠㅠㅠㅠㅠㅠ










※ 요로법의 효능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바 없습니다.



 























아무래도 다음에 귀국하면 대전에 있는 송시열 선생 사당이라도 찾아서




같은 오줌이터들끼리 회포를 풀어야 할 것 같습니다 ^_^;;



















... 아무튼




















좀 줄어들었나요???





한 열 조각 정도 먹었는데 티도 안 납니다 ^_^;;









그런데 옆에서 마리아가 말하길, 








"원래 많이 먹어도 한번에 6~7개밖에 안 먹는 것"이라고 ^_^;;







10개 먹었다니까 so impressive하답니다.






저도 그 말 듣고 바로 덮었습니다. 


















덧붙이자면 






1. 하우카르틀은 보통 브레니빈(Brennivín)이라는 술과 같이 먹는다고 합니다. 브레니빈은 감자로 만든 슈냅슨데, 이건 또 이거대로 굉장히 머리아픈 맛 ^_^;;






2. 하우카르틀을 못 먹는 사람도 많답니다. 쓰란두르 씨 가족은 모두 하우카르틀을 안 먹고, 쓰란두르 씨의 아버님께서 살아계실 때 혼자 드셨다고 해요...






3. 그리고 보통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하우카르틀을 먹는 건 일종의 담력 테스트로 여겨지기도 한다고 합니다 ^_^;;














더 이상의 악몽을 꾸지 않기 위해 바로 잤는데




 양치를 했는데도 중간중간에 목인지 입인지 상상 속인지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자다 몇 번이나 깼습니다 ^_^;
































 ...그리고 저는 하우카르틀을 안 쓰는 아이스크림 보관용 플라스틱 상자에 담아 냉동실에 넣었는데, 플라스틱이 저온으로 인해 뒤틀려서 상자에서 냄새가 새어나오게 되었고, 그걸 모르고 핀란드로 돌아갈 때 캐리어에 넣은 하우카르틀 때문에 캐리어에도 온통 하우카르틀 냄새가 배어서, 냄새 밴 옷은 다 빨았는데 캐리어는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카더라... 몇 달 뒤에 다시 빠지려나...










꼐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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