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여행 다섯째날(3): 2015년 8월 22일 토요일, 18:00




 버스는 도심으로 들어가지 않고 BSI 터미널 근처에서 정차했습니다. 도심으로 들어가는 길은 막혀 있었습니다. 오오 축제 오오. 헬가펠에서의 생사의 넘나드는 경험 이후 당장 숙소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던 저였지만, 교통 통제 구간부터 뭔가 시끌시끌한 걸 보니 마음이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BSI 터미널 근처에서 중국인 학생 둘을 만났는데, 아이슬란드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낸다고. 정말 부러웠습니다... 그렇지만 뭐 핀란드도 좋은 나라니까... 안 부러워해야지 생각하면서도 속으로는 부들부들... 으아





 티외르닌 호수 쪽으로 가면서 본 놀이 기구들. 사실 (여기선 기본 날씨인) 비가 조금씩 내렸다가 안 내렸다가 하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타진 않았지만 오오 축제 하나 제대로 하네... 하면서 지나갔습니다.


 



 티외르닌 호수 건너로 보이는 시청사.



 그리고 여전한 오리떼.



 『오리떼와 시 청사』, 갤럭시 노트 3으로 촬영, 900px*506px, 2015. 



 사실 말 수가 극도로 줄어들긴 했는데, 할 말이 실제로 없습니다. 저는 그저 아... 힘들어... 배고파... 발 아파... 하면서 놀이기구를 지나 호수 변을 걸어가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아무런 감상도 장기적인 플랜도 없이, 시티 센터로 가면 뭔가 있겠지...하는 생각으로 발을 옮기던 일종의 좀비에 불과했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시티 센터. 확실히 사람이 많아 보이긴 합니다. ㄷㄷ 평소 대비 2배로 늘어난 듯. 그리고 메인 스트릿인 라우가베귀르 거리로 들어서니...









엥!?




 비범한 러시아 국기 전사가 성큼성큼 걸어가며 이미 축제가 여기선 한참 전에 시작되었음을 알립니다...



 엥!? 이거 완전 메탈리카 아니냐?



 ...는 당연히 아니지만, 아재들 노래 열심히 부릅니다ㅠㅠ 나도 지금부터 배워볼까... 하고 몇 년간 항상 생각해왔지만 전혀 배운 악기가 없다...




 멋진 아재들 공연 때문에 길거리 다 블락킹행ㅋ 그래도 행복해보입니다. 겨울도 아닌데 초현실적으로 시린 느낌의 제 발과 행복해보이는 거리의 광경이 묘한 대조를 이루는군요.




 좀 지나가다 본 또다른 공연. 누나 예쁘긴 한데 노래는 아까 아재들이 훨 나았습니다. 아재들 찬양해...





 산타클로스에게 보내는 우체통입니다. 핀란드 산타마을이 파산한 틈을 타 귀신같이 산타를 빼앗아가는 아이슬란드 ㄷㄷ해;




 중간에 들른 서점, 전통 아이슬란드 요리의 대표주자는 역시 스비드...! 이견이 있을 수가 엄슴니닷...








 길 가다가 거리에서 본 일본인 마술사. 끈 하나로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주셔서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퍼포먼스도 짱 좋으심. 부럽다.




 


 그런데 역시 저는 먹을 게 걱정입니다. 비싸서 걱정에다가, 사람 너무 많아서 자리도 없어서 걱정. 발도 시린데 배까지 고픔 ㅠㅠ





 여러 곳을 돌아다녔지만 결론은 "아이슬란드의 음식점은 세 종류가 있다: 비싼 집, 꽉찬 집, 이상한 집..."







 그러던 와중 유일하게 먹을 만한 가격의 국수 집을 발견하지만, 저번에 영국산 빵+수프를 먹어놓고 이번에도 국수를 먹자니 내 항공권이 부끄럽다 포기. ㅠㅠ





 다시 들어온 서점에서 굉장히 아스트랄한 내용의 책들을 보고



 오 이런 거 하나 있으면 분위기 있겠다 생각하다가 돈 보고 바로 포기하고



 다 때려치고 감자튀김을 먹을까 하다가 이번에도 역시 줄 때문에 포기하고




 저번에 봤던 어마어마하게 큰 교회 근처에서 하는 공연을 보다가 역시 음악으로는 배를 채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ㅠㅠ







 꽉찬 물고기집도 지나가고



 무슨놈의 1,680크로나짜리 양 수프집은 비좁아터졌는데도 줄이 산더미라 도저히 시킬 수가 없습니다.





 하...



 다 때려치고 숙소에나 들어갈까 하던 찰나,





 아까 사람이 많았던 물고기집의 줄이 거의 사라진 걸 보고 조심스레 줄 서 봅니다.






 그리고 요리를 시켰습니다. Steamed Fish. 가격은 기억이 안 나는데 역시 착한 가격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외딴 자리에 혼자 앉아서, 아 이것만 먹고 들어가서 쉬어야지 생각하는데...






 제 옆 테이블에 앉은 아저씨 한 분이 저를 쳐다보셔서, 저도 말을 걸었습니다. 약간 벌개진 얼굴에 덩치(+배) 있는 백인 아저씨여서 약간은 긴장했는데, 벨기에에서 오셨다네요. 약간 억양이 특이하긴 해도 영어도 엄청 잘 하고 해서 저도 맥주 시켜서 계속 얘기함ㅋㅋㅋ



 캬 참으로 착한 맥주 가격 1,000 크로나...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옆 테이블에 앉은 젊은 남녀와도 얘기하게 되었는데, 여자는 타이완 사람이었고 남자는 한국계였습니다. 오오 한국계 오오. 그런데 홍콩 출신에 미국에 산댔나 뭐랬나... 아무튼 굉장히 복잡한 성장 배경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영어가 자연스러워서 부러웠음.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 나온 Steamed Fish. 이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요리인데 맹맹합니다. 으아아아아아.



 타이완 여자 분 리액션이 좋으셔서 오래 재미있게 얘기를 하고, 곧 둘은 나갑니다. 저는 벨기에 아저씨와 얘기하다가, 그냥 집에 가버릴까... 했지만, 그래도 불꽃놀이는 봐야 하지 않겠냐! 하는 사자후에 바로 넘어가서 남기로 합니다.



 오후 10시의 레이캬비크 축제 풍경.



 길에는 간이 클럽이 있네요. 사람들 춤추고 있음 ㅋㅋㅋㅋㅋ



 중간에 벨기에 아저씨가 술 잔뜩 취하셔서 옷이나 살까 하고 들어간 모직품 상점인데 이건 뭐 저 따위는 도저히 살 수 없는 가격입니다 ㅠ_ㅠ


 벨기에 아저씨도 보다가 나옴..



 ...뭔가 사람이 많아 보입니다.



으아아아 정녕 이 도시가 광역권 포함 인구 20만 도시란 말인가



 ...



 ...



 엥!?



지금 시야에 들어오는 사람이 아이슬란드 전체 인구의 30%는 넘지 않을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아이슬란드어로 공연 중인데, 뭔가 씐나는 분위기이긴 한데 너무 멀어서 하나도 안 보임ㅋㅋㅋㅋㅋㅋ 술을 좋아하시는 벨기에 아저씨에 이끌려 저는 맥주를 한 잔 더 하기로 합니다. 끄아아아아 내 피같은 만원. 핀란드에서는 클럽같은 데서 맥주 한 잔 5,000원도 아까워서 못 먹는데... 역시 술맛은 분위기에 달렸습니다.



 술을 마시며 이야기. 알고 보니 아저씨는 부가가치세법 전공 변호사였습니다. 구글에 이름 검색하면 나올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사실 저는 술 취해서 만난 40살 나이 차이 나 보이는 인연끼리 무슨 더 연락을 하면 받아 주기나 할까... 아니 일단 나부터가 뻘쭘하다 싶어서 지금까지 안 했는데 이 글을 쓰다 보니 연락을 해 봐야겠거니 싶기도 합니다.




 구글에 검색하니 웬 간지나 보이는 미중년이...! 으아아아아아





 그러나 관광지에서라면 막장 잉여 대학생도, 부가가치세법 변호사님도 모두 맥주 원샷...! 너도 나도 맥주 한 잔이면...!





 맥주를 비우고 다시 찾아간 콘서트장, 콘서트는 어느새 끝나 있고,




 시간이 되자 무언가가 솟아오릅니다...!





 도대체 불꽃놀이는 얼마만에 보는 것인지, 나이가 들면서 점점 불꽃놀이에 감흥도 느끼지 못하게 되었었는데,




 시린 발, 피곤한 다리, 허전했던 마음, 부실한 준비로 인한 후회, 그 모든 것이,




 불꽃놀이와 함께 조금씩 녹아내리는 게 느껴졌습니다.




 잠시 소강 상태가 있고 나서 하이라이트...!






 정말 화려했던 마지막 불꽃놀이로, 



 그렇게, 축제는 끝났습니다.






 저는 원래 타던 정규 버스를 타기 위해 빨리 달려서 막차 시간에 맞추려 했는데요, 축제로 정규 버스는 편성이 안 되고 대신 특별 버스가 편셩되어 있습니다. 원리는 어떤 지 모르겠지만, 행선지를 말해주면 현장에 있는 경찰들이 어디로 가서 줄 서서 버스를 타라고 말해줍니다.




 그리고 저는 비록 3일 버스권을 날린 건 아쉬웠지만, 취기가 도는 몸으로 매우 무난히 숙소에 도달합니다.



















그러나 저는 곧 노트북 모니터를 보고 


아이슬란드 여행 최후최대의 삽질, 


저의 가혹한 운명에 좌절하게 되는데...
















꼐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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