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10일, 월요일


 그렇습니다 드디어 월요일입니다.


 드디어 HOAS에 가서 키를 받도록 합니다.

 


 

 

 HOAS 오피스는 캄피(Kamppi) 역 근처에 있습니다. 아아... 자세한 주소는...

 

 

 

 

 

 

 

 

 

 

 

 

 

 

 

 

 


 

 


 구글지도 검색하면 나옵니다. 당시 아침 정말 덥고 귀찮았던 게 생각나니 그 느낌을 담아 귀찮게 쓸겁니다.





 HOAS는 Helsingin... 아무튼 헬싱키 학생 숙소 뭐 그런 뜻인데, 쉽게 말해 헬싱키 전체의 학생 기숙사를 담당하는 기관입니다. 한국에서 각 학교별로 기숙사를 운영하는 것과 다르게, 헬싱키에서는 HOAS라는 조직에서 헬싱키 전체의 학생 기숙사를 담당합니다. 제 경우도 지금 8인용 아파트에 4명은 헬싱키 대학교, 4명은 메트로폴리아 대학교 학생이 살고 있습니다.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는 것 같은데, 일단 지금은 다른 학교 학생들과 만날 수 있어서 좋은 점이 큰 것 같아요. 물론 행정적으로 많이 굼뜰 수 있겠죠.




 사실 뭐 신청은 인터넷으로 다 했을 거고, HOAS 오피스에 가서 할 일은 키를 받는 일밖에 없습니다. 으으... 직원은 친절합니다. 아무튼 뭐 몇 개 홍보 책자와, 열쇠 두 개를 받고는 HOAS를 나옵니다. 그리고 귀찮네 ㅅㅂㄻ를 연발하며 메트로를 탑니다.





그리고 콘툴라(Kontula)역에 내립니다.





저번에 보셨던 헬싱키 메트로 노선도인데, 끝에서 두 개로 갈라지죠. 저 둘 중 위쪽으로 가면 콘툴라입니다. 혹시 잘못 타지 않게 조심.






 콘툴라 역에 내려서 하염없이 걷습니다. 캐리어를 끌고 배낭을 메고... 구글 지도를 보며, 길을 한 번 잘못 들기도 하고... 주변의 시선은 커녕 그냥 쿨하게 지나가는 핀란드 아줌마, 아저씨, 할아버지, 할머니, 누나, 형, 동생, 어린...이는 말고, 아무튼 모두의 모습들을 햇살에 흔들리는 눈빛으로 조금씩 스쳐가며 





 진짜 하필 이럴 때만 쓸데 없이 찬란한 태양빛이 내리쬡니다. 으어어어








 근데 내가 살아야 할 R동은 아무리 찾아봐도 안보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동, Q동은 찾겠는데 도대체 R동은 어디에? 







 와 진짜 한 20분은 헤맨거같았습니다 ㅋㅋㅋㅋ 다 와놓고 안보이니까 어이가없더군여 ㅋㅋㅋㅋ







 뭔가... 내가 정신분열증인가 ... 뷰티풀..마인드...후후훗..크큭...








 이 끊임없는 미로 속에서 미쳐버리는 것만이 핀란드라는 나라가 나에게 허락한... 단 하나의 마약이니까 ...







 그러나 결국 발견했습니다.












잡았다 요놈








왜 다른건 엄청 커-다란데 네놈만 이따위냐






내가 왜소한 동양인이라고 인종차별하는건가 ...? 갑자기 울컥합니다






문을 따고 들어갑시다











헥헥거리며 4층까지 올라가니 문이 또 있습니다.





열어젖힙시다.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여기서 함께할 친구인가!?!?!?!?!?









HELLO EVERYONE!!







하는 즐거운 마음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문엔 사람 살던 흔적이 있네요. 뭔가 붙혀 놨네.





그러나..





그러나..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아무도 없습니다.










학기는 9월부터 시작이지요. 




그러니까 뭔가 저처럼 경제관념 없는 사람이 아닌 이상, 8/10부터 여기 와 있을 리가 없겠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이건 지금 없는 거일 뿐이죠. 어허헣





다른 사람들이 어딘가 놀러 갔거나 관광 중이라는 희망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해봅니다 ^오^











 제가 살게 될 방입니다. 책상도 하나에 의자도 하나라 당혹스럽지만, 뭐 이 정도면 괜찮죠?




 8명이 사는 아파트에 방이 4개 딸려 있고, 그 중 하나인 2인실입니다. 사실 Shared room in shared apartment는 제가 사는 이곳밖에 없어요. 나머지는 대부분 1인실... 싼맛도 있고, 많이 모여 놀면 더 재밌을 것 같아 신청했는데 자그마치 8인실이네요 우왕ㅋ굳ㅋ




 일단 빛이 마음에 드네요. 게다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지상 4층의 창문 밖에 보이는 나무...!







 베란다로 본 주변 풍경입니다. 아아 녹지 아아 핀란드





 핀란드는 항상 나무가 저를 감동시키네요




 이렇게 녹지뽕에 취하다가... 배가 고픕니다. 그렇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인데 나무 몇 그루 보는데 당연히 밥이 필요하죠. 




 오면서 대충 봐둔 마트에 갑니다.






 콘툴라 메트로 근처에는 꽤 큰 마트들이 있습니다. K SUPERMARKET, S MARKET, LiDL 등인데 보통 LiDL이 제일 쌉니다. 그치만 이 당시에는 잘 모르기도 했고, 전철역까지 다시 걸어갈 자신이 없어서, 방에서 가까운 수퍼마켓 Alepa에 갔습니다.





 방토 한 상자에 1.49유로. 그런데 상자가 한국보단 좀 작아서, 그렇게 싼 가격은 아닙니다.







 바나나 1킬로그램에 1.59유로


이건 뭐 경축스러운 가격.



 확실히 한국이 노동력은 싼데, 원자재는 비싼게 느껴집니다. 핀란드의 경우 농산물, 채소, 우유 등은 확실히 한국보다 비슷하거나 싸요. 대신 고기가 비싸서 눈물이 나긴 하는데, 감자로 밥을 떼우다 보면 뭐 한국보다 더 싼 식비에 감동하느라 그렇게 크게 불만은 안 생깁니다.





 이건 야채 살 때 필요한 중량계. 핀란드에서는 가격을 KG당으로 매겨 팔기 때문에, 야채 등을 살 때는 비닐봉투에 담아 저울에 올린 후 가격표를 뽑아야 합니다. 옆에 어마어마하게 많이 붙여진 것들처럼 저렇게 스티커가 촥 하고 나옵니다. 아마 저건 사려다가 가격을 보고 식욕이 다 떨어져 버린 스티커같네요.





한국에서 너프되기 전의 사이즈 그대로의 프링글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그리웠어 ㅠㅠ






그리하여 바나나, 우유, 핀란드식 호밀빵, 버터.


이것이 저의 단촐한 점심이 되겠습니다.





 정말 아무도 없는 널따란 집에서 혼자 햇살 받으며 부엌에서 먹으니 신선...은 개뿔이고 로빈슨 크루소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우리 집만 아무도 없는 게 아니라, 옆집 옆건물 등등도 사람 엄청 없어서 조용...고요...


 

 아무튼 그 고요함과 조용함 속에 스마트폰 중독자 답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빵을 먹습니다. 꼭씹어라 두번씹어먹어라...








 먹고 나니


 참으로 고요하고 적막하고 배부른 것이 ...


 되게 복잡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로빈슨 크루소가 이런 심정이었을까.








 아니야, 닥쳐. 분명히 다른 사람이 있을거야. 









 그래서 슬슬 일어나 벽에 붙어 있는 여러 물건들을 살펴보는데, 당혹스러운 건
















 지도가 2012년 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이건 사람이 산다는 게 아니라 그냥;; 옛날부터 쭉 붙어 있던 유적에 불과했습니다. 어헣ㅋㅋㅋ



아무도없구나... 역시...






잠깐 현자타임 ..







그치만 역시나 또, 저는 불현듯 깨닫습니다.





아 내가 혼자는 아니잖아?




그 몇일간 같이 살았던, 케미 안 맞는 핀란드인 친구에게, 저는 잡채를 빚지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



구글 맵으로 보니 엄청 멀지만, 한국인의 명예를 위해서, 갑니다, 잡채를 하러.











사실 잡채를 하는 과정은 못 찍었고, 결과만 찍었는데, 결과는 ...











이것은 잡채가 아니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가 '이미지의 배반'을 나타냈다면, '이것은 잡채가 아니다'는 그냥...그냥...





하 ㅠㅠㅠ





실패를 인정하기가 싫네요





내가 속이 더럽게 좁은건가...









 채소를 너무 굵게 썰었고, 당면은...뭐 그럭저럭 튀겼는데, 마지막에 당면에 실수로 설탕을 왕창 쏟아버려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설탕 맛을 없애기 위해 간장과 참기름을 또 왕창 치고, 그래서, 그래서, 그냥 먹는데,









 뭐 그냥 먹을만했습니다. 일단 달아서 맛이 없지는 않더군요 ㅠㅠ 크으 설탕 다섯 숫가락이면 당면 한 사발도 뚝딱!









 그리고 예상하셨겠지만 저는 이쯤 되니까 또 졸려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자고 가기로 합니다. 와 내가 쓰면서도 한심하다. ㅁㅊㄷ ㅁㅊ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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