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여행 일곱째날(2): 2015년 8월 24일 월요일, 16:00




(요즘 정신이 없어 연재가 정말 많이 늦어졌네요. 으으... 제가 게을러서인지 시간이 항상 부족합니다. 그래도 다시 글 써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회한에 젖어, 드디어 마지막이구나 생각하며 저는 버스에서 창 밖만을 바라보며 멍때립니다. 레이캬비크는 뒤이고 이제 아이슬란드에서 남은 곳은 블루 라군 뿐.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합니다. 블루 라군은 어떨까? 정말 재밌을까? 예쁠까? 가서 당황하지 않을까? 나의 근육1도없는 멸치 몸을 사람들에게 내보여도 괜찮은 걸까? 덕내난다고 뭐라 하지 않을까? 등등...










 사실 제가 뭐 그렇게 활동적인 사람도 아니기에 처음에는 블루 라군에 그냥 가지 말까 생각했었습니다. 그렇지만 미국 하면 자유의 여신상, 프랑스 하면 에펠탑, 아이슬란드 하면 블루 라군일 정도로, 공항 근처이기도 하고 해서 굉장히 유명한 관광지라 안 가면 어마어마하게 아까울 것 같아서... ^_^;; 그래서 헬싱키 최후의 날에 그 난리를 치면서 수영복을 샀었죠... 아아 애처롭다.






















 근데 솔직히 말하면 블루 라군 자체도 유명하긴 한데 좀 듣보잡이죠. ^_^ 아이슬란드라는 나라 자체가 한국에 잘 안 알려져서 ㅠㅠ 오히려 브룩 쉴즈 나오는 블루 라군 영화가 훨씬 더 유명한 것 같아요. 전 고등학생 때 블루 라군 2의 주인공 밀라 요보비치를 좋아해서 이 영화를 알게 됐습니다. 보지는 않았습니다 진짜임 ^_____^















 아마 아이슬란드 당국이 '산호초'도 '석호'도 아닌 이 온천을 '블루 라군'이라고 명명한 것은, 저 영화의 인지도의 덕을 보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네요.












 아무튼 각설하고, 헬가펠 하이킹 때 봤던 황량한 용암 평원을 멍...때리며 복잡한 감정의 격류를 느끼다가, 갑자기...














와와와와아미친미친미친ㅁㅊㄷㅁㅊㅇ완전개예쁘가파랑ㄴ흼ㄴㅇ르ㅏㅂㅁ즤!!









 와...



 갑자기 증기가 솟아오르는 게 보이다가, 뙇!하고 하늘색, 너무나도 아름다운 하늘색 연못들이 황량한 화산 평야 사이에서 뙇!하고, 뙇!!!!!!하고 나타나는데, 너무 예뻐서 기절할뻔;;; 미쳤습니다 미쳤어요...













 블루 라군의 광경을 보고 너무나도 행복해져서, 잠시, 아주 잠시 저의 멸치 몸에 대해 잊을 수 있었습니다.









 블루 라군 정문입니다. 당연히 보시면 바로 아실 수 있지만, 왼쪽에 있는 건물에 짐을 맡길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캐리어를 맡겼고 백팩은 가지고 들어갔습니다. 이 때 보관증을 떼는데, 찾을 때는 원래는 안에서 도장을 받아 와야 하는데, 제가 까먹고 안 받아왔는데도 그냥 저는 짐을 찾았습니다. 도장은 왜 필요한 것인가...








 그리고 잠시, 주변이 화산암으로 둘러싸인 통로를 지나면...



















우와...








물이 하늘색입니다. 하늘색이에요. 게다가 김이 모락모락 ^_^;







 굳이 입장 안 하셔도 이 주변에서 블루 라군을 둘러보기만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넓습니다. 넓어요. 









 구글 어스로 본 블루 라군. 하늘에서 봐도 하늘색입니다. 너무 예쁨... 꽤 넓은 걸 알 수 있습니다. 그 중 왼쪽에 보이는, 동그랗게 둘러싸인 곳만 일반 대상으로 영업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오른쪽엔 뭔가 프라이빗 풀 같은 느낌의 직사각형 공간들이 보입니다. ㅂㄷㅂㄷ.





















 입장권을 제시하면 팔찌로 바꿔줍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블루 라군의 위엄을 느낄 수 있음. 팔찌에 흰색 이물질들이 굉장히 많이 붙어 있습니다. 블루 라군에 엄청나게 많이 함유되어 있는 실리카 때문입니다. 이 팔찌는 어떤 입장 옵션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다른 색을 받습니다. 그리고 블루 라군 내에서 이 팔찌로 계산을 하고, 결제는 나중에 하는 뭐 그런 시스템...입니다.





 그러고 보니 블루 라군 요금제에 대해 안 말씀드렸네요. 가격은 기간마다 조금씩 다른데, 아래와 같습니다.





블루 라군 여름 입장료






블루 라군 겨울 입장료


 여기서 "여름"은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입니다. 와 8월 24일날 왔는데, 완전 쌀쌀하고 춥고 완전 끝물인데 10유로나 더 냈었다니... 부들부들...


  





 저는 COMFORT를 선택했는데, 지금 보니 그냥 타월만 가져갔으면 STANDARD도 괜찮았을 것 같네요. COMFORT는 STANDARD와 PREMIUM 사이에 끼여서 좀 애매해 보입니다. 그 와중에 LUXURY 지젼;;










 증정품으로 화장품들을 줍니다. 우왕ㅋ굳ㅋ.










 그리고... 탈의와 샤워를 마친 후 ^_^;;





 

 들어왔습니다.



 개쩜ㅋㅋㅋㅋㅋㅋ



 그러나 방수커버는 아이슬란드에서 너무 비싸서 안 샀기 때문에 사진은 뭍에서만 찍고 폰을 얌전히 다시 사물함에 반납한 후 물질을 하고 놉니다. 으아아아아 방수커버, 셀카봉 등등 한국에서 샀으면 쌌을텐데 정말 준비성 부족 때문에 수 차례 피눈물을 흘리네요.





 사람은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중국인들이 좀 많은 것 같아요. 사실 아이슬란드 섬 자체에 중국 사람들이 엄청 많음 ㅋㅋㅋㅋ 관광지 중 이렇게 중국인 비중이 높은 곳은 처음 봤습니다. 아마 아이슬란드 금융 말아먹은 것 때문에 그거 갚아보려고 어떻게 중국 관광 시장 개척 중인 듯;;







 



 일단 블루 라군 바닥은 평평하지 않습니다. 약간 튀어나온 부분도 있어서 좀 걱정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한데, 뭐 이렇게 자연이 만든 신비에 시멘트질을 하기도 뭐하니 그러려니 합니다. 물은 실리카가 함유되어 잇어서 맨들맨들. 감촉이 정말 좋습니다 ^______^ 온도도 정말 적당하게 따뜻합니다.





 




 블루 라군 앞에는 이런 바?가 있어서 음식을 먹을 수 있지만, 저는 돈이 없고 이하생략.










 그런데 솔직히 물 밖이 너무 춥습니다. 홀딱 벗고 수영복 하나 입고 온 몸에 물이 묻으니 체감온도가 진짜 노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답임. 타월을 두르고 다녀보지만 여전히 답이 없음. 부르르 떨면서 뛰어가니까 아주머니 한 명이 부르르 떨면서 웃습니다. 







 그래서 실내로 들어와서 폰질이나 좀 하려고 하는데...














;;


반도의 작은 스꼴커뮤니티까지 접속 막아놓다니 뭔가 대단합니다 블루 라군;; 왜 막아놨지?








 그러니 그냥 페북이나 하고 사진이나 찍읍시다.



 소심한 셀카. 눈갱. 도저히 추워서 안 되겠어서 셔츠 가져와서 돌아다니면서 사진 찍었습니다. 








 저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엔 실리카 통이 있습니다. 큰 통에 실리카가 엄청 많이 담겨 있어요. 저도 저기 가서 온 얼굴과 팔에 다 발랐습니다. 약간 지점토 같은 느낌인데 매끈매끈합니다. 사람들이 엄청 많이 퍼다 써서, 굉장히 실리카가 빨리 떨어져요. 통이 비었을 때 기다리고 있다가, 새 통이 오면 사람들이 우르르르르 몰려 들어서 실리카를 다 가져갑니다. 흐으.



 멀리는 산이 보이네요. 황량하다 황량해. 정말 이런 황량한 감수성이 온천을 둘러싸고 있는 게 블루 라군의 이채로움 중 하나입니다. 블루 라군 다시 가고 싶다...













는 ☆커플천국 솔로지옥 블루라군









 커플이 정말 너무너무 많습니다. 저는 혼자 왔는데, 뭐 여기 사람들한테 말 걸자니 뻘쭘하고, 괜히 밖은 춥고, 커플들이 온갖, 한국과는 비교도 안 되는 애정행각들을 하는 것 보면서 비통함을 키워갑니다.







 따뜻하고 매끈한 물과 황량한 광경을 보며 좋아하다가도 

커플들을 보면 아주 날카로운 죽창이 생각나는, 그런 하루였습니다.


다음에 돌아온다면 나, 커플이 되어 돌아오리... ㅂㄷㅂㄷ



























 지금까지 날씨 안 좋은 날, 뭍에서만 찍은 사진들, 게다가 멸치남의 셀카까지 보시느라 여러분의 눈과 정신이 참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블루라군 공식 홈페이지에서 괜찮은 사진 몇 개 퍼왔으니 보시고 노여움을 푸세요...












퍄퍄퍄...







 ...이 사진은 좀 어색하네요. 분명히 저런 지형에서 저렇게 앉아 있으면 찔려서 엉덩이 완전 아플듯 ^_^;; 아니면 사진용 투명의자를 한 거라 생각해봅니다.










퍄퍄퍄 2




 아아 좋다. 저는 수영은 안 했지만 (허가되어 있는 지도 잘 모르곘습니다.) 실리카가 많아서 그런지 확실히 몸이 일반 물보다 잘 떠요.









 비 오는 날 사진. 모델 누나 추워 죽겠다 이놈들아.






..............




할 말을 잊었습니다.




너무 멋짐 ㅠㅠ



















 에... 그런데... 왜 예쁜 여자 사진만 올리냐구요... 죄송합니다 ㅠㅠ 저의 취향을 반영한 선택입니다... 다른 사진들도 올릴게요...














 사실 뭐 블루 라군의 보통 풍경은 위처럼 혼자 고독한 느낌이 아니라 이런 거죠. 사람들 우글우글. 다만 이 사진에서 중국인 비율의 20% 정도 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위처럼 혼자서 노는 건 금수저라야 가능한 기행이죠. ^_^;; 









 겨울 블루 라군. 눈 덮힌 황야 한가운데에 온천이라니, 너무 멋지지 않나요. 다만 저 안에 들어가있는 사람들은 말도 못하게 추울 것 같다 ^_^;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저는 돌아가야 하죠. 케플라비크 공항에 가기 위해 정말 나가기 싫었지만 눈물을 머금고 블루 라군에서 나옵니다. ㅠㅠ



 이 사진은 도대체 왜 찍은거지. 안 찍은 줄 알았나.



 배가 고픕니다. 가격표를 봅니다. 잊습니다. 아이슬란드에서의 쇼핑공식.










 이 곳은 게이트를 나와서 있는 매점입니다. 참 먹을 것들 더럽게 많네... 부들부들...






 괜히 배고파서 한 번 더 쳐다봅니다.









 블루 라군 매점이에요.








 방수팩.... 가격 노오오오오오오오답 ^_^;; ㅠㅠ





 점원 한 명이 계속 try해 볼거냐고 저를 좇아다니면서 물어봅니다. 으아아아아아 무서워서 알겠다고 하고 try. 맨들맨들한 느낌이 매우 좋습니다. 그래서 괜히 여기서 로션도 바르고 수분크림도 발라봤습니다 ^_^; 그렇지만 하나도 사진 않음. 화장품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인터넷으로 구매 가능한데, 크게 가격 차이도 안 나서...








 




 나왔습니다.



 정말 마지막이구나. 풍경은 아름다운데, 왜 이리 슬플까요.





 올 땐 다른 길로 왔습니다. 곳곳에 조그마한 연못 같은 곳들이 있네요. 당연히 온천으로 쓰이는 곳들은 아니겠지만 정말 예쁜듯 ㅠㅠ




 협곡 같은 느낌마저 납니다.



 혼자 뜬금포로 멀리 있는 연못 ^_^;;















 그리고 저는 정문에서 짐을 되찾고, 버스를 기다립니다. 



 이놈의 자판기는 뭘 먹고 싶은데 먹을 수가 없음. 카드 아무리 긁어도 안 됨. 아아 정말 더럽게 화나서 마치 볼케이노 킴처럼 화산같이 분노했습니다.










 


 그런데 버스가 하도 안 와서 시간표를 보니,



현재 시각은 20:08인데 케플라비크로 가는 버스는 21:30에 오네요 ^_^;;


















 와 진짜 배고파 죽을 것 같은데 이런 무자비한 버스 시간표 ㅠㅠ 뭐 미리 버스 시간표를 숙지하지 못한 저의 잘못입니다...





















 너무나 아쉽게도 블루 라군에서 나와 아이슬란드 여행의 모든 일정을 다 끝낸 저는, 즐거움, 아쉬움, 후회, 섭섭함, 후련함, 아련함이 뒤죽박죽된 혼란스러운 감정을 지닌 채 스티븐 시걸의 표정을 지으며 나른한 몸을 이끌고 케플라비크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에 오릅니다.





















꼐속










2015년 8월 17일, 월요일




 




 일어나자마자 걱정부터 되었습니다. 우와, 오늘이 당분간 헬싱키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겠구나. 크으... 생각하니 아침부터 가슴이 저릿저릿합니다. 내일 떠나면 25일날이 되어서야 비로소 아이슬란드에서 저는 돌아옵니다. 그리고 26일은 오리엔테이션이구요. 그래, 오늘이 바로 (나의) 헬싱키 최후의 날이구나... 너무 긴장해서 다리가 후덜거립니다.












 게다가 메일까지 와 있습니다. 저는 University of Helsinki, Faculty of Social Sciences의 Economics 전공의 교환학생으로 와 있는데요, Economics 전공을 맡은 튜터 두 사람이 오기 전에 먼저 인사하자고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답장을 썼는데 다른 사람들의 메일의 내용들을 보니 대부분... 20일이 넘어서야 도착하리라는 내용들이네요. 나는 왜이렇게 먼저 온 것인가 ㅋㅋㅋㅋ 그렇지만 뭐 나름 재밌게 지냈습니다! 괜찮아요!











 헬싱키를 많이 구경하지 못한 아담은 수오멘린나를 보러 일찍 나갔습니다. 그러나 나는 일찍 와서 수오멘린나 따위 이미 다 봤지... 어헣헣헣. 저는 관광할 시간 따위 없습니다. 관광은 미루고 아이슬란드에서 필요한 물건 쇼핑하기만 해도 빠듯한 겁니다. 그러니까 출발합시다. 




 늦은 아침의 거리인데 악사들이 연주를 하고 있습니다. 헬싱키도 유럽이구나...를 또 새삼 느낍니다. 파리에서는 정말 전철역마다 악사들이 연주를 하고 있었는데, 길거리 음악 연주는 유럽을 나타내는 선명한 특징 중 하나인 것 같아요. 물론 한국도 요즘들어 많이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유럽만큼은 아니니까요.








 하늘이 너무 예뻐 기분 좋아 찍은, 헬싱키 대학교 건물. 위로 길이 뻗어 있는데 오른쪽은 죄다 헬싱키대학교입니다.






HELSINGIN YLIOPISTO

HELSINGFORS UNIVERSITET

UNIVERSITY OF HELSINKI






 빨리 학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했을 때마다 후회했으므로 그 생각은 집어넣어두...어야 하나? 한국에서 재학생 입장에서 개강하는 것과 교환학생의 개강은 다를 것 같습니다. 그냥 학교에 다시 가는 것과 생판 혼자인 상황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것ㅠㅠ













 그래서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H&M. 저에게 비싼 옷을 살 돈은 없습니다. 싼 옷을 삽시다. 가격도 한국이랑 크게 차이나지 않습니다.










 제가 여기서 사야 할 것은 따뜻한 옷! 지금 핀란드가 적당히 따뜻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따뜻한 옷을 하나도 가져오지 않았을 뿐더러, 심지어 글을 쓰고 있는 지금(9월 8일)까지도 소포를 발송받지 않았습니다. 몇일 전에야 소포 생각이 나서... 진짜 ㅁㅊㄷ ㅁㅊㅇ... 아무튼 아이슬란드에 가야하기 때문에 방한이 되는 적절한 옷을 사기 위해 들렀습니다.




 H&M에서 나오는 옷은 전세계 동일한 것 같습니다. 핀란드에서 반가운 한국어를 봄 ^_^








 그런데 저는 옷 사는 거에 정말 안 익숙해요. 사실 혼자 와서 옷을 사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정말 거의 없어요. 평소에 워낙 옷에 관심이 없으니까... 그런데 여기 와보고 나니까 이정도 가격이면 옷도 어느 정도 살 만하겠다, 싶었습니다. 문제는 핀란드 1인당 GDP는 한국의 2배인데 옷 가격은 한국과 똑같다는 거겠죠. 그나마 H&M이니까 똑같지 더 비싸기도 하다는데 저는 옷에 대해 잘 몰라서... 조용히 하겠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저는 두 벌의 옷을 삽니다.



  



??왜 뜬금없이 블레이져가??  그냥 사고 싶었습니다.





 근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둘 다 정확히 저 옷은 아닙니다. 그런데 저 옷들을 사이트에서 못찾겠음 ... 모자 달린 점퍼는 약 50~60유로, 블레이져는 80유로정도였던 것 같은데 이것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도대체 정확한 게 없네요 ㅠㅠ








 원래 아이슬란드는 비가 자주, 조금씩 오는 곳이기도 하고, 빙하 관광 등을 하려면 필히 방수 점퍼를 사야 합니다만, 저는 그런 걸 살 돈이 없어서... 결국 아이슬란드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저의 다음 목적지는 운동용품 매장입니다. 수영복을 사기 위해서인데요. 물론 저는 서울에 수영복, 수영모자, 수경을 다 갖고 있습니다 ^^ 부들부들... 아 원통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여기 온 것은 아이슬란드의 주요 관광지, 블루 라군 때문입니다.





보기만 해도 입이 뜨억 벌어지는 이 곳은 블루 라군...



 




 사실 H&M에서 반바지를 보고 고민을 했습니다. 그냥 대충 반바지를 살까, 수영복을 살까? 그런데 어차피 지금 반바지도 없어서 반바지 사는 데 돈이 들고, 헬싱키가 곧 추워지기 때문에 반바지 입을 일은 없을 것 같고, 전 어차피 집에서도 반바지를 잘 안 입어서 수영복으로 했는데 지금 보니 반바지가 나을 것 같네요. 수영복도 한 학기 내내 안 입는 건 똑같고 집 가면 원래 쓰던 수영복 있음...시무룩...ㅠㅠ







뭔가 삐까뻔쩍한데 사람은 없는 스포츠용품점, 인터스포트(Intersport). 











아디다스 슬리퍼가 19유로..!












 저거 한 켤레면 저희가 집에서 신고다니는 일반 삼디다스 슬리퍼를 9개나 신을 수 있군요. 


 진짜 슬리퍼뽕에 취해다닐 듯 합니다 ㄷㄷㄷ





 수영복 발견.




 이 사진을 왜 찍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네요. 











 수영복을 막 뒤지다가 60%나 할인해서 파는 15유로? 짜리가 있길래 아싸 이거다 하고 구입하려다가, 혹시나 '안 맞으면 어쩌지'하는 생각으로(너무 크면 어쩌지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수영복을 당겨 봤는데...









아뿔싸.









 아동용이었습니다 ^_^;




 사이즈가 다국적 치수로 적혀 있는데, AUSTRALIA 부분에 센치미터나 인치가 아닌, 6YEAR OLD라고 적혀있네요 ^^







 제가 아무리 말랐더라도 성인 남성의 골반이 들어가기에는 너무나도 작아 보였습니다. 역시 싼 데에는 이유가 있는 법! 또 공돈 날릴 뻔 했네요... 그나저나 그럼 성인용은 싼 게 없단 말인가 ㅠㅠ 하고 울면서 찾던 도중, 정말 디자인이 구려보이는 남성용 수영복 하나가 50%인가 할인하길래 그걸로 질렀습니다.













 평생 팔자에 없는 옷을 사느라 너무나 힘든 시간들을 보낸 저는 처음으로 헬싱키에서 맥도날드를 갑니다...



 학생 식당인 유니카페가 있는 이상 적어도 겨울방학이 되기 전에는 다시는 가지 않을 것 같은 맥도날드. 고급도 아니고 가격은 유니카페가 더 싸니까.











 그러나 정작 메뉴판을 보니 돈이 아까워서... 치즈버거세트를 시켰는데, 참 양이 적네요. 감동입니다. ㅠㅠ.







 맥도날드를 나와 다시 중앙역 쪽으로 걸으니... 하늘이 참 푸른게 뭔가 눈이 시립니다. 눈물이 나네...








 이쯤해서 저는 아담과 연락해서 저녁에 보기로 약속했습니다. 수오멘린나에서 돌아오면, 또 그 대성당 앞에서 만나기로요. 그런데 이제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었다고 하니, 시간을 떼울 곳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다가 적합한 곳을 발견했습니다.



카이사니에미 공원(Kaisaniemi Park)




 위의 지도에서 초록색으로 나타나 있는 곳이 카이사니에미 공원이에요. 도심이라고 할 수 있는 중앙역광장 바로 옆에 있는, 넓고 아름다운 공원입니다. 헬싱키대학 역의 옛 이름이 카이사니에미 역이기도 했어요.





 ...그런데 제가 굳이 이 곳을 고른 건, 2년 전 여기서 개고생하던 일이 떠올라서입니다. 2년 전 3월 초, 친구와 함께 유럽 여행에 오른 저는 헬싱키에서 환승하면서 하루동안 체류하게 되는데... 저는 "3월의 유럽 날씨"란 한국보단 따뜻한, 비 좀 오는 날씨라고 생각했건만, 헬싱키에서 저를 맞이한 건 칼바람과 하늘 끝까지 쌓인 눈... 그나마도 저는 중앙역에 내린 뒤 길을 잘못 들어 도심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카이사니에미 공원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게 됩니다. 이 방황과, 공항 노숙 등으로 인한 피로 누적으로 인해 저는 감기에 걸렸고, 유럽 여행 내내 감기는 저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하... 그런데 그 곳이 이렇게 아름답고 따뜻한 곳이었다니. 눈물이 났습니다. ㅠㅠ






 그리고 분명히 맨 위에서 관광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하다고 써 놓은 것 같긴 하지만 그냥 넘깁시다. 의례적 수사일 뿐이었습니다.










 사실 필터를 안 먹인 게 더 예쁜데 필터 안 먹인 사진이 몇 개 없는데 섞이면 이상할 것 같아 필터 먹인 사진들만 올렸습니다. 역 광장에서 건물 하나만 지나면 나오는 공원이라니 너무 마음에 드는데 같이 올 사람이 없는 게 함정이다...












 카이사니에미 공원에서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던 저는, 이제 슬슬 약속시간이 다 된 것 같아 대성당으로 향합니다. 



 대성당으로 향하던 도중에 지나게 된 에스플라나디. 참으로 평화로운 모습입니다. 그런데...









엥!?
















엥!? 전도몬 그거 완전 한국에만 있는 거 아니냐?



















 그런데 있네요...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떤 미국인 관광객 행렬이 지나가더니... 그 가장 뒤에 있는 사람이었는지 반대편에서 오던 사람이었는지 확실치는 않으나, 한 명이 떨어져 나와서, 길가 카페에서 커피 마시는 사람들한테 고래고래 소리를 지릅니다.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는데, 대충 뭐 이런.




"TRUST JESUS!!! TRUST JESUS!!! JESUS IS COMING!!! END IS COMING"

그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찬송가를 부르더니

"GOD HATES SIN!!! !@()*!@(#_#!(_@# THIS CITY WILL BURN!!!"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너무 황당하고 웃겨서 빵터졌습니다 ㅋㅋㅋㅋ지나가는 사람들도 다 웃고, 카페에 앉아있는 사람들도 황당해서 웃고, 전도몬님만 혼자 소리치다가 가버립니다. 진짜 순간 정신병자를 본 줄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습니다. 사람이 꾸준히 병신같으면 직업이 됩니다.







 ...제가 이 블로그로 생계를 떼우지 못하는 것도, 제가 꾸준히 병신같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좀 꾸준히 병신같아야겠다... 다짐하는 하루입니다.







 사실 제가 전도하는 사람을 본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에요. 중앙역 지하 메트로에서 어떤 아주머니께 기독교 홍보 책자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그냥 책자일 뿐이고, 뭐 추태를 부리거나 강요를 한 것도 아니라서 별로 기분 나쁘지 않았고, 오히려 핀란드에선 전도도 점잖게 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래서 저는 저 사람이 미국 관광객인 것 같은데 정확한 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ㅋㅋㅋㅋ








 어느새 도착한 대성당. 시간은 4시 30분을 가리키네요.








 갓렉산드르 2세 대제님 안녕히 계셨습니까.





 연락이 안 되어서, 근처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를 마셨습니다.





 그래서 커피 받아서 대충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도착했다고 해서 허겁지겁 커피 입에 털어넣고 광장으로 다시 나감ㅠㅠ. 아아 오늘 왜 이러지.







 아담과 함께 카페에를 가려 하는데, 헬싱키대학교 카페가...! 우왕ㅋ굳ㅋ 디자인도 좋고 해서 그냥 드러갑니다.







 어헣.어헣.







 차마 커피를 또 마실 수는 없어서 이번엔 아이스티를... 그런데 먹고 나니까 갑자기 피곤해집니다. 도대체 나따위가 뭘 했다고 피곤한 걸까... 참 자책감이 들지만 그래도 피곤은 운명인 걸 어쩌겠습니까. 집으로 갑시다.






 

 ...게다가 아이슬란드 갈 준비도 안 하기도 했구요. 












...








"You are not prepared."

일리단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는 느낌이 듭니다.










 가는 길에 감자를 산 아담의 선택은 감자향신료오븐구이. 감자를 적당히 자르고, 향신료, 식용유? 등등 해서 오븐에 굽는 건데, 핀란드에 처음 도착했을 때 살았던 곳에서 먹은 요리와 거의 똑같아요.






 우오 흔들렸다.








 그 와중에 전 제가 산 요리들을 셋팅합니다. 특히 피자와 연어. 연어는 이번에는 새로운 걸 시도해 보려고 또 새로운 걸... 가져왔는데 사실 진짜 저게 뭔지는 기억이 안 납니다... ㅠㅠ 감자에 맛들이고, 요즘은 삼겹살도 발견하고, 게다가 유니카페까지 있는 상태에서 연어를 거의 안 먹게 되었네요...








 그런데 여기까지 셋팅된 상황에서, 갑자기 돌발상황이 발생합니다.









 갑자기 현관문이 열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오오 새로운 플랫메이트가 ...!








 새로운 플랫메이트가 도착한 것이었습니다. 우와. 이름은 루카스. 아담과 같이 체코에서 왔다고 하고, 같은 학교를 다니고, 같은 방을 쓸 거랍니다. 충격과 공포.










 어쨌건 새로운 사람이 온 이상 접시도 하나 더 세팅하고 맥주도 하나 더 놓습니다. 








 여기에 감자까지 셋팅 ^오^ 맛있겠다... 이제 먹어야지...


















그런데 ...
























갑자기 두 명의 플랫메이트가 더 도착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 동안 한 명도 안 오다가, 

내가 아이슬란드 가기 직전, 

바로 전날에 세 명이 동시에 오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

말도 안 됨 ㅋㅋㅋㅋㅋ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FOREVER ALONE 










 새로 온 두 명은 네덜란드에서 왔다고 하고, 아담/루카스와 같은 메트로폴리아 대학교를 다닐 거라고 합니다. 한 명은 루크, 한 명은 류드였나. 이름이 확실치가 않네요 요즘 얘기를 안하다보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 플랫메이트의 이렇게 대홍수가 하루에 몰아닥치다니 정말 헬싱키 최후의 날 답구나 ㅋㅋㅋㅋㅋㅋㅋ













 하... 괜히 삼일 전 고독감에 못 이겨 아이슬란드 티켓을 끊었나 싶은 생각이 살짝 들면서 ... 열 시에 방에 틀어박혀, 아이슬란드에 가기 위한 짐을 싸고 침대에 눕지만. 쉬이 잠이 오질 않습니다.









과연 천기섭은 아이슬란드에 무사 도착하여 적당히 뽕을 뽑고 살아돌아올 수 있을 것인가 ...











꼐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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