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여행 첫날(4): 2015년 10월 17일 토요일, 15:00




 하루 여행에 포스팅 네 개라니, 뭔가 어마어마하게 많은 느낌이네요 ㅋㅋㅋㅋ... 아무래도 동행이 있으니 사진의 볼륨이 다른 것 같습니다. 캐서린이 게을러 터진 저와는 다르게, 이곳저곳 가자고 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가 아니라 그게 맞는 듯... 도대체 섬 갈 생각을 제가 했을 리가 없습니다.






 대중교통 1일권의 자비를 느끼며 배에 오르자, 곧 배는 출항합니다.




 떠나가는 배에서 본 아케르스후스 요새.





 정말 신기한 게, 여러 곳 관광을 하며 배를 지금까지 정말 많이 탔지만 여전히 배를 타고 바닷바람을 맞을 때마다 설레는 건 변함이 없습니다. 출렁이는 물결 위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는 배라는 교통수단이 갖는 필연적 느낌일까요. 바로 앞바다를 지나는 작은 배를 타건, 탈린 갈 때처럼 어마어마하게 크고 아름다운 배를 타건, 이러한 느낌 자체에는 큰 다름이 없네요.






 멀어지는 오슬로. 



안녕ㅠㅠㅠㅠㅠ





 저와 비슷한 감성을 공유하는 것 같은 사람들이 설레어 사진을 찍으시는 듯 합니다 ^_^




 이게 오슬로 앞 바다의 지도입니다. 저번 포스트 사진에 엄청 작게 나온 지도에서 보실 분들은 보셨겠지만... 이 페리는 굉장히 여러 섬들을 경유합니다. 먼저 호베되야(Hovedøya)를 갔다가, 린되야(Lindøya) 동쪽 부두, 블레이쾨야(Bleikøya), 람베르괴야(Rambergøya)를 거쳐, 낙크홀멘(Nakkholmen)에 갔다가 린되야 서쪽 부두와 다시 호베되야를 거쳐 오슬로 부두로 돌아가는 구조...


 이해가 안 되신다면 시계 방향으로 도는데 린되야는 동쪽과 서쪽에 각가 한 번씩, 호베되야는 두 번 선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근데 사실 딱히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호베되야에서 내리신다면 돌아가는 페리를 타고 30~40분만에 돌아갈 수 있고, 다른 곳에서는 1시간을 기다려야 된다는 정도만 생각하시면 아무 문제 없죠 ^_^;




 저도 어느 섬을 찍었는지 구분이 안 가거든요. 대충 큰 섬이고 첫 사진이니 호베되야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대충 보기에는 작은 섬인데 그래도 배와 집들이 좀 있는 편이죠. 오슬로 앞바다이니 그리 놀랄 건 없지만서도 ^_^;







 배를 타고, 물살을 헤치며 흘러갑니다. 날씨도 그닥 춥지 않은데다가 북유럽의 청정한 하늘과 깊고 푸른 바다에 취해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여긴 사람이 많이 없는 섬. 아마 가장 남쪽에 있는 람베르괴야를 지나면서 찍었던 것 같아요. 


 동쪽 섬 블레이쾨야를 못 찍었는데, 블레이쾨야에 배가 접안했을 때 내리고 오르는 사람도 너무 없고 집도 하나도 안 보여서 레알 역대급 황-량한 청정구역인 것 같았습니다만 뭔가 재미도 없을 것 같아서 그곳은 지나쳤었는데, 구글 맵으로 보니 부두 반대편에 집들이 몰려 있더군요. 신기... 오슬로가 그렇게 싫었던 것인가.





 마지막으로 찾은 낙크홀멘. 뭔가 더 기다리면 이제 봤던 섬이고, 한 군데에서도 안 내리기도 조금 뭐하고, ......




















안되겠소, 내립시다!











 그리하여 내렸습니다. ^_^;;









 아 머리 맘에 안 든다. 미용사 고소하고 싶다. ㅠㅠ







 그리하여 선착장 옆에서 발견한, 현지 어선이 정착하는 부두 같은 곳에서, 저는 온갖 회한과 기쁨, 그리고 머리에 대한 분노를 담아 바다 너머를 응시합니다.



평화-롭다




 페리마저 떠나가버린 섬의 선착장, 바로 바다 건너에 있는 오슬로의 번화함을 우습게 여기는 듯이 섬은 너무나도 평화로워서, 저는 넋을 잠시 잃고 부두에 한참을 앉아 있었습니다. 물론 아주 한참은 아니구요. 사진을 돌아가면서 찍어 주어야 했으니까 ^_^;;




 부두를 뒤로 하고 섬을 걸어 올라가니, 더욱더 전원적인 풍경들이 펼쳐집니다.




 섬에 유일해 보이는 운동장. 바로 옆에 있는 건물은 섬의 유일한 상점입니다. 



 운동장 너머로 펼쳐진 것은 평화-로운 바다.




 섬 주민 몇 명이 상점 옆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것을 보면서, 저희는 섬을 걸었습니다. 처음에는 집 사이들을 걸었는데, 왜인지는 몰라도 사진이 남아있지가 않네요. 아무래도 너무 좋아서 사진을 못 찍었나 봅니다 ^_^;; 그래서 해안을 걸으면서 사진을 몇 장 박았습니다.





 왜 제 사진이 없냐면, 머리가 마음에 안 들어서입니다.













 ...곧 돌아갈 때가 되어 섬을 가로질러 선착장으로 가다가 섬 사이에 있는 작은 만에 다다랐는데, 조금씩 지는 해와 맞물려 너무 멋졌습니다.




 오슬로와 가까워 그렇게 불편해 보이지 않으면서도, 완벽한 고요함과 평안함. 정말이지 살고 싶은 곳으로 전혀 손색이 없어 보였습니다ㅠㅠ





 으아아 낙크홀멘 ㅠ_ㅠ 정말 잃기 싫었던 평화를 뒤로 하고, 저희는 다시 육지로 돌아옵니다.










 선착장 바로 옆에 있는 노벨 평화 센터. 다른 노벨상과는 다르게 노벨 평화상만은 노르웨이에서 수상자를 선정하고, 시상하는데요. 오늘은 시간이 벌써 오후 5시를 넘어 찾아가지 않기로 합니다.





 대신 저희가 찾아가기로 한 곳은 오페라 하우스. 중앙 역에 가깝고, 굳이 안을 안 들어가도 바깥 외관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페라 하우스 근처에 내렸는데 미친 오슬로 그냥 오피스 빌딩들도 석양 받으니까 너무 멋있어서 찍었습니다ㅠㅠㅠㅠㅠㅠ 


 저 하얀색 건물에 삼각형모양 창문이 뚫려 있는 건물은 회계법인 딜로이트(Deloitte)의 건물이에요. 과연 저의 옛 후임 염 모씨는 회계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을런지...




 그리고 고개를 돌리니 보이는 오페라 하우스!



 사실 여기서 봤을 땐 이게 뭐가 멋지고 뭐가 관광 명소인 지 몰랐는데요.








관광명소 ㅇㅈ합니다.

















 자그마치 천장이 사면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사면을 따라 옥상까지도 걸어 올라갈 수 있는 구조. 게다가 오슬로 시 구역과의 사이에 작은 물길이 흐르는 데다, 저 옥상 사면은 바다까지 이어져 마치 섬과 같은 느낌을 주는 간지포풍 오페라 하우스.












무슨 마약하시길래 이런 생각을...?










 정말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처럼 대충 아무 각도에서나 봐도 헉...하는 건축물은 아닐지라도, 북유럽의 간결하고 세련된 미와 바다와의 조화까지 갖춘 건축물임에 틀림없다고 문외한 입장에서 주제넘게 결론내리면서 감탄해 봅니다 ;;





 오페라 하우스 내부도 참 멋집니다만 오페라를 볼 것도 아니고 벌써부터 발이 근질근질.







 사면을 오릅시다.




 사실 이놈의 사면이 안전하다기엔 조금 가파릅니다. 그래서 보시다시피 왼쪽엔 계단이 있어요. 사면 오르는 게 느낌이 너무 좋아서 저의 다 떨어진 뉴발 운동화로 막 뛰다가, 중간에 살짝 서리가 낀 부분이 있어 갑자기 미끌미끌해져서 등골이 서늘했던 기억이 나네요 ^_^;; 여기서 미끄러져서 떨어지면 어떤 기분일 지 상상도 안 갑니다.



 옥상에 도착해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찍은 사면. 그렇습니다 아래는 대충 저렇게 생겼습니다.






 ...죽을려고 환장했나. 사실 충분히 할 만한 포즈이지만 잠깐 전 서리를 밟고 등골이 서늘해졌던 저는 걍 본능적으로 닥치고 몸을 사립니다.







 대신, 일몰을 눈에 담았습니다. 오슬로의 일몰을요.






 아래는 파노라마입니다. 옆으로 보세요.





 일몰은 항상 자연이 선물한 최고의 장관 중 하나이지만, 오페라 하우스의 옥상에서 감상하는 일몰은 조금 남다르네요. 산에 올라온 것도 아닌데, 괜히 그런 것처럼, 이 일몰이 그냥 생각 없이 살다가 주어진 일몰이 아니고 내가 올라와 얻어낸 일몰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투입한 노력으로 생각하면 웃기긴 하지만, 그런 느낌까지 줄 수 있는게 이 오페라 하우스의 건축이겠죠.









 심심해서 아래를 내려다 봐봅니다. 저 돌바닥에 떨어지면 즉사 예상합니다 ^_^; 그리고 올라간 사면의 반대쪽으로 내려옵니다. 반대쪽엔 계단이 없어서, 여전히 사면을 타고 내려오는데 아무래도 내려오면서 아래를 보다 보니 아주 약간 무서웠네요.





 오페라 하우스를 끝으로, 오늘의 관광은 막을 내립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났던 걸 생각하면, 참으로 긴 하루였네요. 그 하루 동안 조금은 피곤하고 말수도 적고 머리도 망했고 셀카도 적게 찍었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하루였습니다.





 저녁은 중앙역에서 버거킹으로... 아무래도 비싼 동네를 여행할 때 밥은 간단하게 떼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_^;; 보는 건 어디건 공짜지만 먹는 건 가격 차이가 크니까요... 이 날은 점심, 저녁 모두 버거킹. 9월 27일에 간 포르보 여행에서도 점심, 저녁 모두 버거킹. 인간의 물가 공포는 끝이 없고 같은 버거킹을 반복한다.









 버스를 타고 숙소 근처에 내려 마트를 들렀습니다. 쌀은... 아까 보신 것처럼 ^_^;; 당연히 싸 왔는데, 쌀과 같이 먹을 음식이 없으니까요. 물론 전 저번에 파티 때 사고 안 먹은 김이 남아 있길래 그것까지 싸왔습니다만...




 그러다 문득 발견한 코카 콜라 라이프. 코카 콜라 바닐라 맛은 핀란드에서 보고 놀랐었는데 라이프는 처음 보네요. 저칼로리 컨셉인 것 같은데, 참 모르긴 몰라도 저 꾸므레한 초록색을 보니까 식욕이 확 떨어지는 걸 보니 다이어트는 제대로 될 듯;;







 마트에서 발견한 '스시'...! 영락없는 김밥인데 스시라고 되어 있습니다! 으으. 물론 일본에서도 김밥을 먹긴 하지만 재료가 저렇게 많이 들어간 비쥬얼은 영락없이 한국 김밥인 것 같은데ㅠㅠ 뭐 비슷한 음식이 여러 나라에 걸쳐 있으면, 더 잘 알려진 나라의 음식으로 알려지는 게 씁쓸하지만 가능성이 높겟죠. 그래도 '스시'라니 뭔가 기분이 영 찝찝하네요 ^_^;;




 결국 그래도 노르웨이답게, 내일은 밥과 함께 연어를 먹기로 합니다.






 집에 돌아가니 낮에 봤던 표트르 말고도 지나가 와 있어서 간단하게 인사를 합니다. 자그마치 미성년자일 때 자기 동네에 놀러 온 외국인과 사기기로 했다는 당찬 호스트의 실제 모습에 놀라면서^_^;; 저는 이 블로그에 포스트를 참으로 집중하여 유례 없이 열심히 쓰다가 잠에 듭니다...











꼐속









아이슬란드 여행 첫날(2): 2015년 8월 18일 화요일, 18:00





 아이슬란드 여행, 아직도 하루째.




 천천히 레이캬비크로 진입하는 버스. 레이캬비크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차들이 많이 보입니다.



 우와, 레이캬비크도 차 참 많구나.













 ...는 곧 전원적인 풍경이 펼쳐지기도 하는 레이캬비크. 


 그렇습니다. 인구 33만인 나라 아이슬란드, 그리고 그 중 인구 20여 만 명이 집중되어 있는 레이캬비크 수도권. 인구가 20만이면 한국의 중소도시지요. 교통량도 그 정도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혼잡한 곳과, 안 혼잡한 곳이 당연히 동시에 공존하지요.






 버스는 당연히 계속 가서, 저를 BSI 터미널에 내려줄 것...




 이었는데,




 






!?!?!?!?

































여기가... 어디요?






















아... 안심하세요. 여기는 시티 센터에요. 그레이 라인의 종착지에요.


BSI는 다른 회사 거라 이말입니다.






















뭐라구? 여기가 BSI가 아니라구?


기사양반! 기사양반! 이건 말도 안 돼! 말도 안된다고! 어헣헣ㅠㅠ













 ...여기는 BSI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미리 조사한 교통편은 BSI에서 숙소로 가는 것이지, 시티 센터는 웬 듣보잡이었습니다. 아 물론, 이름으로만 들으면 중요한 곳인 것은 틀림 없어 보이긴 한데, 문제는 휴대폰은 인터넷도 안 되고, 도시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으며, 시간은 오후 6시고 더 늦어질 것 같다는 것입니다.



 그치만 사람들에게 묻고 물어 일단 가까운 버스 정류장으로 갑니다. 제가 들은 숙소로 가는 버스는 3번과 4번을 포함한 4개 노선. ㅇㅇ 근처에 버스 정류장이 있으면 그 버스 노선이라도 체크하자 싶어서 열심히 어딘가로 걸었더니...









엥?






 여기 분명히 버스 정류장이 있고, 집으로 가는 3번 버스도 있는데... 운행을 안 한답니다.



 ...







 ...











뜻밖의 그레이 라인... 뜻밖의 운행 중단...


이것은 트루먼 쇼인가...










 갑작스런 상황 변화와 그로 인한 분노로 갑자기 머릿속의 정신분열적 기제가 작동하기 시작한 것을 자각한 저는 일단 정신줄부터 다잡기로 다짐합니다. 



 ..,그리고 힘이 빠져 멍한 눈으로 남쪽을 응시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독일인 아저씨께서 말을 거셨습니다. 아마 아이슬란드 여행와서 혼자 비와 추위에 떠는 동양인 청년이 불쌍해 보이셨나 봅니다. 










 그런데 이 아저씨 목소리나 제스쳐가 너무 여성스러우셔서 웃김ㅋㅋㅋㅋㅋㅋㅋㅋ 외모는 굉장히 전형적인 독일인 중년 아저씬데, 오! 하면서 입을 손에 대면서 눈을 휘둥그레하게 뜬다거나, 말씀하시면서 손가락을 마주댄다거나, 감탄사도 많이 말하시고, 뭔가 굉장히...













이분...을 떠올리게 하는 ^_^;










 아무튼 이 분이 오셔서, "버스가 운행 안 한다고 적혀 있는데 왜 안 하는지 모르겠다, 몇 분 전에 버스 한 대가 여길 지나는 걸 봤다."고 말씀하셔서, 저는 굉장히 안심했습니다. 그리고 덧붙여 한국에서 왔다니까 "독일에선 휸다이, 키아가 잘 나간다."고도 말씀하심. 싸고 품질 좋아서 독일에선 인기가 요즘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저는 들으면서 요즘 독일 청년들도 힘들게 사는구나 생각했습니다. 하긴 나는 차 언제 사지.







 그런데 그렇게 되게 석천이 형 생각을 하며 어색한 대화를 나누고 있던 저희 둘에게, 어떤 아이슬란드 여자 한 사람이 접근하는데 ..






















여신이다!






 그렇습니다. 여신이었습니다. 여신이 강림했습니다.







 여신께서 다가오셔서 말씀하시기를, "여기 버스가 안 다니는 것 같아요." 가로되, 독일인 아저씨께서는 역시 아무 거리낌 없이 다가가셔서 다니는 거 봤으니까 기다리면 올 거라고 하는데, 저는 여신 포스때문에 할 말도 잊고 보고만 있었습니다. 우와...








 사실 유럽 와서 예쁘고 아름다운 사람들 많이 봤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특별하게 그 때 여신이라고 느꼈던 건... 뭔가 그때 힘들고 멍한 상태여서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서구적인 특성을 모두 갖춘 외모인데도 얼굴은 오막조막한 한국 연예인같은 느낌의 미인이라 굉장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면서 감탄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깋다란 눈썹에 웃고 쿨한 인상, 밀리터리 룩까지...! 으으 아니면 내가 옆모습밖에 못 봐서 그런 걸수도 있고...











 그렇게 제가 멍하니 있다가, 사진이라도 찍을까 생각하는 순간, 버스가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독일인 아저씨는 저기 3번 버스 왔다고, 빨리 타라고, 만나서 반가웠다고 쏼라쏼라... 와... 















ㅅ...ㅂ... 















버스를 발견한 독일인 아저씨도, 빨리 온 버스 기사도, 더럽게 비싼 버스비도, 레이캬비크도, 비도, 아무튼 모든 게 짜증나는 순간이었습니다. 부들부들... 부럽네 독일인 아저씨...

아 어차피 아저씨는 여자 신경 안 쓰시려나 ㅠㅠ



 아무튼 회한이 가득 찬 시티 센터를 뒤로 하고 버스는 달립니다. 달려서, 숙소 앞까지 계속 달리겠지...









는 fail.










 반대방향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제가 당황하니 버스기사 아저씨는 환승 티켓을 끊어 줍니다.








 사실 원래 환승 티켓은 타면서 끊겠다고 말해야 하는데, 여기 버스 기사 아저씨들은 융통성을 굉장히 잘 발휘해 줍니다. 일단 아이슬란드가 관광 산업이 매우 커서 관광객들에게 기본적으로 친절한 그런 것도 있고, 버스 표가 3,600원인데 여기서 불친절하면... 죽창...이 날아들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아이슬란드 여행 참 힘드네요. 그렇지만 웃읍시다. 웃으면서, Hlemmur 버스 정류장에서의 하염없는 기다림.






 4번 버스 노선도. 제가 내려야 할 곳은 Gerðouberg입니다. 꽤 멀어 보이네요. 그리고 정작 여기 노선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만... 기대하시라...





 버스는 해안을 달립니다. 만 너머로는 멋진 산세가.




 드디어 도착한 Gerðouberg. 주거지역같은데 여기도 역시 황량하기 그지없다. 큰 도로 뒤편으로 들어가 제가 잘 집을 찾습니다.







 그런데 오두막 다 예쁜 건 좋은데 다 똑같이 생겼음 ㅠㅠ



















 배경만 하늘색이면 정말 예쁜 곳일텐데.















 41번지가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오^









 에어비앤비로 방 구하는 건 처음이라 걱정했는데, 잘 찾아가서 방에 들어갈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집 주인은 Þranur 아저씨이고 사모님, 따님(...)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Þ는 번데기 발음이 나니, 쓰란두르라고 쓰겠습니다. 사실 저를 처음 맞이한 건 젊은 남자분이었는데 아들인 줄 알았더니 아니랍니다. 그래서 누군지 안 물어봤습니다. 딸의 남친인가...



 제가 앞으로 지낼 방. 나쁘지 않죠?




 저 이불의 포메이션은 이틀만에 완전히 파.괘.당하게 됩니다.





 오오 쓰란두르 아저씨도 톨키니스트...!?












 그런데 배가 고픕니다...




 생각해보니 기내에서도 엄청 배고팠는데 바게뜨 하나로 연명한 거라, 드디어 안식처를 찾았다는 안도감이 들자 배가 어마어마하게 고파옵니다. 그래서 지금 마트가 열었나 물어봤는데, 단 하나 연 마트가 있다고 합니다. 쓰란두르 아저씨께서는 그 위치를 설명하시느라 엄청 애를 쓰다가, 결국 지도를 하나 찢어 주셨습니다.




 전화번호부에서 찢어 주신 지도.




 그러나 그런 보람도 없이 '마트 아이슬란드'로 찾아가는 길은 너무나도 쉬웠습니다. ㅠㅠ. 이런 곳까지 지도를 찢어주시다니 정말 친절하신 듯.








 이제 물가 검사를 시작합시다. 빵은 싼 건 99크로나, 비싼 건 319크로나. 1크로나는 9원.






 펩시 큰 캔(500ml)도 99크로나. 오 싼데..?가 아니라 제가 싼 건만 찍은 것입니다...



 즉 앞으론 제가 저것들만 먹고 연명하리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우유도 169크로나로 1,500원 정도, 한국이랑 비슷합니다. 그런데 우유는 정부 보조금으로 싸게 공급하기 때문에 싼 거라고 해요. 그리고 아이슬란드 최강의 병기 하우카르틀의 가격은 6,599크로나...! 근데 저 봉지 하나가 저 가격은 아닌 것 같아요. kg당 가격인지, 아니면 하우카르틀을 할인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 가격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일용할 양식, 프링글스는 299크로나, 2,700원입니다. 한국과 거의 똑같습니다...! 



 게다가 한국 프링글스는 더 작고 얇아진 버젼으로 중량은 2/3밖에 안 되는 버젼입니다. 


 



 으으... 지구상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나라에 갔는데도 프링글스는 한국보다 싸구나... 분노합니다. 정말. 프링글스 한국 수입사엔 죽창이 아깝지 않습니다.




 이렇게 갖추어진 저의 일용할 양식.













 ...그런데 그렇게 배고파서 난리칠 땐 아무 말도 없던 쓰란두르 씨 가족이 저에게 같이 먹겠냐며 먹을 걸 권유합니다. 으아아아아아 감사합니다ㅠㅠ



 먼저 받은 건 일종의 어포. 말린 대구인데, Harðfiskur라는 이름이에요. 한국에서 보통 먹는 어포같은 맛인데, 좀 더 얇고 잘 부서지는 느낌?













 감사히 맛있게 먹겠습니다.











 그 다음 음식을 기다리는데





 갑자기 이상한 냄새가... 








 순간 흠칫한 저는 주변을 둘러보지만, 그 누구의 표정 변화도, 그 어떤 "뽕"하는 소리도 없었습니다. 미스테리...라고 생각했지만, 밤에 샤워하다 알게 된 것인데 아이슬란드의 수돗물에는 소독용으로 황이 첨가됩니다. 그래서 물에서 황 냄새, 즉 썩은 계란...보단 좀 덜 역겨운 냄새가 납니다 ^_^;; 처음에는 지하수를 갖다 써서 그런 줄 알았는데 직접 첨가한다네요. 아마 황이 정말 풍부한 지역이다 보니 염소보다 황이 더 싸서 그런 게 아닐까 싶지만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 냄새 처음에는 이상해도 맡다 보면 익숙해져요... 한 사나흘 맡으면 집같음... 









 아무튼 다음 음식이 나왔습니다 ^_^



!?!?



 "아이슬란드의 해기스"라고 설명받은 이 음식의 이름은 슬라우투르(Slátur). 양의 피나 간으로 만드는데요, 양의 피로 만드는 건 해기스보다는 블랙 푸딩에 좀 더 가깝다네요. 그리고 저런 주재료들 말고도 양의 지방이나 야채 몇 개가 같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이 집 사람들은 먹을 때 버터나 설탕을 곁들여 먹습니다. 






 이건 양 간으로 만든 슬라우투르. 처음엔 "곁들여 먹"으라길래 말 그대로 찍어 먹는 줄 알았건만, 설탕의 경우 자른 단면에 완전 꽉 차게 투척해서 먹습니다 ㅋㅋㅋ. 맛은 괜찮아요, 약간 짠 고기떡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보시다시피 전 버터랑 같이 먹었었습니다.













 위에 보이는 게 피로 만든 슬라우투르. 간으로 만든 것보다 약간 떫은 느낌입니다. 처음에 쓰란두르 씨 온 가족이 슬라우투르를 '피로 만들었다'고 하니 제가 약간 놀라는 걸 보고 좋아하다가, "한국에서도 소 피를 먹는다."고 하니까 시무룩...한게 웃겼음 ㅋㅋㅋㅋㅋㅋ 커여워...














 먹고 남은 슬라우투르. 좋은... 좋은 경험이었다. 사실 이번 아이슬란드 여행에서 제가 맛 본 세 개의 아이슬란드 요리 중 가장 덜 엽기적인 요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저는 패키지 여행을 구매해 놓은 상태라, 오늘은 뻘짓 안하고 바로 잠에 듭니다. 과연 내일 보게 될 아이슬란드는 어떤 곳일까요... 그리고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꼐속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