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 일기: 2015년 9월 30일 수요일 






 ...



 다음 날. 수업이고 뭐고 두 시에 일어났습니다. 제 방에 있던 탁자를 꺼내 놓은 모습과 탁자 위에 놓여 있는 단 한 병의 먹다 남은 보드카가 어제의 광란의 흔적으로 남아 있을 뿐이군요. 속도 안 좋고 머리도 울렁거렸지만, 오늘은 튜터 그룹끼리 하는 신입생 오리엔티어링 행사가 있어요. 그래서 허겁지겁 씻고 갑니다.
















 네 사실 저는 좀 늦었습니다. 아무튼 이건 우리 그룹끼리 뭐 지정된 장소들을 돌아다니면서 하는 오리엔티어링... 그런 건데,












상태가 너무 안 좋음...










그냥 막 자고 싶고 피곤합니다. 여기 왜 온 거지 대체.



별로 안 친한 셋. 죄송합니다...





 다섯 명이서 나가서 뭐 하라는 거에요. 저한테도 나가라는 얘기가 있었지만 저는 피곤합니다 피곤해요.




안 돼. 피곤해. 안 할거야. 돌아가.






 네 다섯 명이서 사진 몇 개를 보고 급속히 이야기를 잇는 과제를 하고 있습니다.




잘 했겠죠? 잘 했을 겁니다. 우리 사랑하는 튜터 그룹... 잘 했을 거야...








 다음 장소는 어떤 천문대를 가야 한다는데, 트램을 타고 남쪽으로 향합니다. 저 위에 나온, 별로 안 친한 튜터...인 율리우스에게 물어봤더니, 카이보푸이스토(Kaivopuisto; 우물 공원)로 간다고 해요. 헬싱키 남부에 있는 공원인데, 주변에 외국 대사관 등등이 많은 굉장히 럭셔리 한 동네라는 것은 들었습니다. 우와 뭔가 그래도 자연을 보니까 머리도 살짝 상큼해지고 씐나는 느낌이 나네요.



그래도 다리가 휘청거리는 건 어쩔 수 없다.






니콜라는




뭐가 이리



신이 났던 걸까요.




어찌 되었던 공원이 굉장히 넓고 좋네요. 헬싱키엔 이런 공원들이 정말 많아서 좋습니다. 그 중에서도 여긴 굉장히 조용하면서 좋았던 것 같아요.



응 알았어 갈게.





그리고 마침내 도달한 우르사(Ursa) 천문대. 1926년에 세워졌다고 합니다.





천문대에 올라가니




이게 도심에 있는 공원인가...







녹지는 너무나 아름답고,






멀리는 바다가 보이네요.




바다가 너무 예뻐서 뜬금포로 뛰어가서 좀 더 가까이에서 찍었습니다. 저런 섬에 집 갖고 있으면 참 좋곘다...




하늘도 더없이 아름답구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저희가 찾아야 하는 천문대가 이 곳이 아니었던 겁니다. 천문대가 한 군데 더 있다네요. 무슨 공원에 있는 천문대가 둘이나 있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천문대 안에서 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렇게 닫혀 있는 곳이 아니라고.





 지도를 보니 맞았습니다. 오히려 저희가 온 카이보푸이스토 말고, 태흐티토르넨부오렌 푸이스토(Tähtitorninvuoren puisto), 그러니까 한국어로는 '천문대 공원(...)'인 공원이 근처에 존재하는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저희는 저 공원을 지나쳐 왔어요... 으아 율리우스 왜 우리를 여기로 데려왔느냐 부들부들. 


 뭐 그래도 경치가 좋았었으니 됐습니다. 여러분 카이보푸이스토 꼭 가세요, 두 번 가세요. 제가 가 보진 않았지만 카페 우르술라(Ursula)라는 굉장히 좋은 카페가 있대요.






오오 뭔가 좀 큰 건물 등장. 이래야 천문대답지..!?




진행하는 사람들도 보이구요.




들어갑시다.





오오 뭔가 좀 천문대같...!?긴 한데,


저는 수업에 가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ㅠㅠ 어휴 슬퍼라





오늘도 나중에 시험 어차피 망칠 핀란드어 수업을 들으러 열심히 트램을 뻘래뻘래 타고 학교로 돌아갑니다.




시간이 좀 남아서 유니카페에서 밥 고기 마카로니를 왕창 쓸어담아 후다닥 먹고 수업에를 갑니다.






근데 걸어다닐때도 상태 안 좋은데 수업 가서도 당연히 상태 안 좋아서 거의 비몽사몽으로 수업에 임함;;






그런데도 집에 돌아오니 또 배가 너무 고프니 삼겹살이나 먹읍시다.





도대체가 건설적인 일들은 다 하기 싫고 즉각적인 결핍에만 반응하는 나란 인간은 정말 어떤 인간인가 ;;





본능에는 참 충실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먹고 자고 마시는 본능...






솔직히 김치버터삼겹살 먹고있으면 내가 있는 곳이 헬싱키인지 한국인지 모르겠습니다. ㅇㄱㄹㅇ...

















그러나 이 때까지만 해도 생일 파티 후유증을 겪었을 뿐이지, 남들한테 쪽팔릴 정도로 대놓고 노답 행동은 안 하던 제가, 

















곧 정말 술자리에서 우려먹을만한 엄청난 시련을 겪게 되는데...

















(아 근데 생각해보니 저거보다 멍청한 일들도 교환 끝날때까지 계속 겪겠구나ㅠㅠ)



















아무튼 꼐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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