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 일기: 2015년 9월 27일 일요일, 14:00




 그렇습니다. 우리는 뜬금 없이 투르쿠 시내에서 벗어나 있는, 마을 박물관인 퀼래매키(Kylämäki) 생활사 마을 박물관으로 뜬금없이 떠나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다만 구글 지도로 4km니까, 좀 힘들기만 할 뿐 그렇게 많이 힘들지는 않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을 품고 출발했을 뿐이지요.



 투르쿠 시가지가 거의 끝나기 전에 있었던 크고 아름다지 못한... 건물. 



 도시의 끝을 굉장히 우악스럽게 알리고 있습니다.



 투르쿠 구경을 왔는데 투르쿠에서 뛰쳐나온 우리들.



 도시를 벗어난 것을 즐거워하고 있었는데...



 엥!? 이건 너무 국도 삘 아니냐? 하는 느낌이 드는 곳까지 나와 버렸습니다. 게다가 빗방울이 한둘씩 송송 떨어지기 시작...




돌아갈까? 말까? 





아몰랑 니네들이 알아서 해



 비슷한 사람끼리 놀러와시 비슷한 사람끼리 피곤하다고 귀찮아하고 버거킹가고 비슷한 사람끼리 서로 상대방의 결정을 기다리며 책임을 떠넘기는, (저를 포함하여) 매우 아름다운 국제적 문화 교류의 장면이었습니다. 국제-잉여-교류회 같은건가...



 그래서 제가, 그래도 절반 이상 왔는데 그냥 가는 게 낫지 않겠냐 했더니, 로드리고가 "그래 니 생일이라서 가는거니까 따라준다!" 이럽니다. 아니, 내가 가기로 한 게 아니고 저기 캐가 아가씨님이 가자고 하신 것인데 ㅠㅠ 억울하지만 그냥 부지런히 걸읍시다...






날씨가 어둑어둑해 진게 눈에 명백히 들어옵니다. 그리고 우리는 국도변을 터덜터덜 걷습니다.



터덜터덜 걷는다고.



그냥 존나 걷는거야. 



 그렇게 스트레스가 점점 더 쌓여서 너무나 슬픈 마음이 사무쳐 오기 직전, 우리는 문명의 흔적을 발견하고, 이것이 생활사 마을 박물관 바로 전인 것을 깨닫습니다.




이 곳이...!?





 뭔가 엽서에서만 본 핀란드 전원 마을 같은 느낌을 확 풍깁니다. 네.



평화-롭다...



 물론 발과 다리와 위장은 여전히 피로를 느끼고 있지만, 어느덧 보슬비가 완전히 그쳐 맑게 갠 하늘, 그 햇살을 받고 있는 전원 마을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한결 나아졌습니다.



아 그런데 어떤 건물이 있길래 뭐 하는 곳인가 싶어서 들어가봤는데, 



뭔가 영업을 안 하는 분위기(...)라 다시 나왔습니다.



 여기 사시는 분들인지, 투르쿠에서 오신 분들인지, 현지인들(보통 노인들)도 꽤 보였습니다.




 자연을 보며 입맛을 다시는 로드리고와 밝은 피부가 더 밝아진 글렌.



의미심장한 표정의 캐서린.




그것은 바로 이 그네샷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핀란드에 와서 줄곧 헬싱키에만 있어, 핀란드의 이런 깨끗하고 맑은 모습을 몰랐는데, 다행히 투르쿠 밖으로 나와서 참교육 받는 모습입니다.




 말 먹이를 줄 수 있는 곳도 있어서, 아이들이 말 먹이를 주고 있었습니다. 근데 분명히 근접샷 찍었는데 어따 뒀는지/누가 갖고 있는지 모르겠음 ㅡㅡ;; 덕분에 이 파트에 제 사진이 없네요 ^_


 이런 아름다운 자연에 내 얼굴이 비집고 들어오지 않는 것에 감사해야 하나...




 "생활사" 박물관 답게, 과거의 생활상이 보존되어 있는 집들도 많습니다. 빈 축사, 옛날에 쓰던 가정용 기계 등이 있는데, '박물관'처럼 전시되어 있다기보다는 정말 옛날 창고처럼 되어 있어요. 



 음... 그런데 그러고 보니 정말 사람 사는 곳이었던 건가. 




사진 좀 그만 찍어라.



나가기 전에 파노라마 한 번 보고 갑시다. 서울에 돌아와 있는, 글을 쓰는 지금에 보니 정말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드는 풍경입니다. 






근데 아까 비가 살짝 오다가 그쳤는데, 이젠 폭우가 무시무시하게 쏟아짐 ㅠㅠ






온 몸이 뜬금포로 정말 다 젖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자그마치 저 혼자 가져온 접는 작은 우산 하나에 넷이 딱 붙어서 들어가서 이십 분을 기다리는데, 엄청 불편하더라구요. 


 넷이서 어색하게 비 안 맞으려고 가방 앞으로 메고,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생각나는 온갖 농담들을 열심히, 열심히 해 봅니다.... 열심히...











 뭐 걸어가니 마니 할 것도 없이, 그렇게 얌전히 버스를 타고... 저희는 투르쿠 시내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저희가 간 곳은...!













사탕가게.



명제: 사람은 항상 당이 충전되어있어야 합니다.




 핀란드에서는 마트마다 이렇게 한국 놀이공원에서 볼 수 있는 듯한, 무게로 달아서 파는 사탕 판매 코너가 있습니다. 근데 여긴 아예 사탕 판매 전문! 사탕, 초콜릿, 젤리 등등... 인생의 참된 동반자들이 한데 모여 있습니다. ^_^;;


 핀란드인들이 전반적으로 좀 살이 찐 게 이런 것들을 너무 많이 먹어선가 싶기도 하고...





정말 아름답다





핀란드 토종 에너지 드링크, 레드불 먹을 돈이 없어서 저는 이걸 좋아합니다. ^_^;





그리고 견과류도! 저는 견과류와 젤리를 수북히 담았습니다.




투르쿠 시내에 돌아와 사탕을 모조리 쓸어담아 당을 충전한 저희는, 새로운 곳을 향한 여정에 나서는데...








꼐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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