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 일기: 2015년 9월 27일 일요일, 23:00 







그렇습니다. 사실, 9월 27일 오늘은,






추석







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뭐 사실 한인교회 같은 곳에서 추석 행사를 하기도 했는데 저는 투르쿠에 가야 된다고 해서 안 갔죠. 미리 예매를 다 해 놓은 상태라 ...




 그런데 이 페이스북 글을 보고 여긴 가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좋아요 갯수 보소 ㅎㄷㄷ



 대만에서 온, 저번에 한국인 여자애 생일 파티에서 본 왕위팅이라는 친구인데 추석이라고 '문 케이크'를 많이 만들어놨다고 와서 먹으랍니다. 아마 문 케이크는 월병이겠죠? 사실 당연히 투르쿠 가니까 못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굉장히 늦은 밤까지 같이 놀 거라고 해서 헬싱키에 도착해서 연락하니까 오라고 합니다.

 해외에 와서 추석을 못 챙긴 게 엄청 아쉬웠는데, 동양인 학생들끼리 추석을 같이 쇨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어찌 가지 않겠는가... 갑시다 가요.



근데 헬싱키 역에 내리니까 이미 엄청 어둡다... 달을 찍은 것 같은데 태양처럼 빛나는군요.




 왕위팅의 집인 깜삐 근처의 HOAS에 도착했는데, 문을 안 열어줍니다. 페북으로 연락해도 답이 없다가, 한 5분쯤 뒤에 달 보러 해변 갈거라고. 그리고 진짜 5분을 기다리니 우르르.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일본, 한국에서 온 10명 좀 넘는 학생들이 우르르 내려왔습니다. 너무 분위기가 좋아 보여서 투르쿠에서 피곤에 절어 있다 온 저와 괜히 대비가 되어 보이던 ^__^;




 그리고 정신은 없지만 이야기를 하며 20분 정도 걸으니 바다가 나오네요. 사진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지만 분명히 바다입니다. 도무스에서 조금만 걸으면 백사장이랑 바다가 있다는 게 부러웠어요. 





 정말 달은 휘영청하게 떠 있었습니다. 추석이란 게 실감이 났어요. 솔직히 한국은 하나도 안 그리웠지만 부모님과 동생은 그리웠습니다.












 그런데 동양인끼리 해변에 엄청 모여서 놀고 있으니까 - 그리고 성비가 여자가 많으니까 - 신기했는지 주변에서 술을 마시던 핀란드 남자들이 다가왔어요. 뭐 세계의 술들을 모으는 게 취민데, 그거 모아서 지금 마시고 있다고. 그래서 아 그런가 보다 했는데, 제가 한국에서 왔다니까 저한테 맥주 한 병을 턱 줍니다.









 

 





엥!?








그런데_그것이_실제로_일어났습니다.jpg








추석날 헬싱키 백사장에서 이런 걸 얻게 될 거라곤 저의 빈약한 상상력으론 도저히 상상도 못 했습니다... 






세상 참 좁고, 계속 살아온 보람이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침 생일도 됐겠다, 오늘도 생일 축하를 받으며 그닥 맛있진 않은 고향의 맛 맥주를 열심히 마셨습니다. ^__^;;










 그렇게 추석을 떠나보내고, 생일을 맞고, 하이트를 마시고, 다시 왕위팅네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참으로 먼 집에 갈 대중교통수단이 이미 바닥나서 별 수가 없는지라 ... ;; 아까 나온 사람들에다가 해변에서 만난 핀란드인까지 중국식 추석음식들을 열심히 먹으러, 또는 다른 이유 때문에..? 올라갑니다.

 


 월병. 저는 겉보기만 봤을 땐 좀 바삭바삭한 호떡이나 만두 같은 걸 생각했는데 의외로 텁텁해서 좀 우울했습니다. 그치만 정성들여 만들어준 음식을 공짜로 먹는데 불평불만을 너무 가져선 안 되겠죠. 제가 월병을 잘 못 먹어서 그런지 위팅갑이 피자도 갖다 줘서 그걸 먹었습니다 ^_^;






 반면에 이 뭔지 모르게 나온 국은 맛있었습니다. 야채 국이었는데, 되게 강렬한 허브향이 들어있어서 피로가 풀리는 느낌?_?








 그런데 그래도 첫차까지 버티는 느낌의 파티는 아니었고(술도 많이 안 먹고) 해서, 결국 두 시 쯤 파했습니다. 제가 왕위팅 근처 방에 사는 일본인인 신야네 방에서 자기로 한 건데요. 글렌내 방과는 다르게 따로 여분의 침대가 없어서, 그냥 땅바닥에서 옷 깔고+덮고 자기로 했습니다.







 사실 신야가 침대에 와서 자도 된다고 얘기했지만, 도저히 안심이 안 돼서....








 근데 이게 굉장한 실수였습니다.








 한국 방과는 다르게 핀란드는 바닥 난방이 안 되는데, 너무 피곤해서 그 사실을 완전히 까먹고 그냥 잠들어 버렸던 것입니다. 







 그래서 자고 아침에 일어나니 몸과 기관지에 느낌이 오는게... 






출처:이말년씨리즈



감기크리 ㅠㅠ








온몸이 으슬으슬하고, 머리도 멍하고, 목도 따갑고, 콧물도 나오려고 하는 이건 뭐 감기 종합선물셋트......







 이역만리에서 생일에 감기나 걸리고, 한심함의 끝판왕을 달리고 있는 저는 핀란드에서 계속 생존해낼 수 있을 것인가...


(근데 이미 다 생존해 와서 한 학기 학교 다니고 난 뒤인 지금 이러니까 참 얼척없긴 하네요 ㅋㅋㅋㅋ)











 꼐속











혹시 글을 재밌게 읽으셨다면, 아래의 하트 한 번만 클릭 부탁드립니다! ^___^;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