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4일, 목요일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 이브, 이브인데... 뭐 여자친구도 없으니까 한국에 있었어도 저에게 큰 의미가 없었을 그럴 날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이 날 있었던 모든 일이 더 이상은 슬프지 않네요 ^___^;





 아무튼 이 날 저는 뜬금없이 거의 새벽 같은, 굉장히 이른 아침에 일어납니다. 친구...?를 라플란드로 보내고, 바로 마트로 가니 다행히 마트가 열려 있네요.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라서, 모든 가게가 닫는데 다행히 마트는 오전에는 열었습니다. 대중교통도 오후 네 시까지만 운행해서 그 이후로는 옴짝달싹할 수 없는... ^_^;;




핀란드 교환학생 크리스마스 이브



 아침 마트에 갔더니 30% 할인하는 고기가 있어 냉큼 샀습니다. 이땐 왜 이렇게 할인을 많이 하지 했는데, 생각해보니 크리스마스 시즌이기 때문인 것 같네요.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오늘 못 팔면 내일도 못 팔고, 12월 26일도 Boxing Day라고 해서 그날도 되게 많이 쉽니다. 지금 제가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이기도 한데 마트도 잠깐 네 시간 열었었고 매장들이 엄청 많이 닫았었어요. 그래서 상하기 전에 판 것 같구만유 ㅠㅠ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취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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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시간 뒤 일어나 요리를 합니다. 



핀란드 교환학생 크리스마스 이브


 ...버터를 두르고 굽는데, 이 고기는 처음 구워본 데다가 피곤해서 그런지 좀 탄 느낌입니다. 그치만 뭐 비교적 싼 가격에 고기 많이 먹었으니 이 정도면 만족이구만유.











 그리고 저는 좀비처럼 네 시간을 누웠다 앉았다 하며 보냅니다. 그러다가, 두 시 삼십 분이 너어서야 밖으로 나섭니다.







 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이건만, 아니 이브라서 남은 사람이 거의 하나도 없습니다. 유럽 친구들은 대부분 크리스마스를 가족과 보내기 위해 집으로 돌아갔고, 아시아 친구들은 관광에 열심인 이 시즌. 게다가 헬싱키 시내 가게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대중교통도 오후 네 시 끝ㅠㅠ 정말이지 처음에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뭐 하지- 생각했을 때 막연히 모여서 한국 크리스마스 생각하고 뭐 쇼핑 시즌이겠지, 그냥 파티나 하지 했는데 이제 현실을 깨달은 것이었습니다.











여러분 핀란드 교환학생 가면

 

크리스마스 계획 꼭 미리 세우세요, 


두 개 세우세요.









그렇습니다, 이렇게 될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여긴 한국이 아니에요...






 그리하여 매우 급하게 연락을 돌렸는데 정말 되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일단 저는 정말 어리석게도 핀란드인 친구를 거의 못 만들었기에 가능성이 확 줄어들었습니다. 다행히 정교회권에서 온 친구들은 따로 정교회 크리스마스(1월 7일)를 지내고, 동양인 친구들 중 저같은 멍청한 생각을 한 사람 몇몇이 남았습니다. 그리하여 당일날! 일본인 남자 둘과 캐서린이 된다고 해서, 러시아인 플메 안드레이까지 핀란드인에게 초청받았다고 자리를 비우는 플랫에서, 넷이서 모여 놀기로 했습니다. 제 플랫이 멀기도 하고 해서 중앙역에서 세 시에 만나기로 했기에, 일단 중앙역으로 향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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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으로 밝-디 밝-은 오후 두 시 반의 헬싱키. 



 중앙역에 도착하니 일본인 둘은 와 있고, 캐서린은 세 시 반에 온다고 합니다. 이십 분 정도 시간이 나서, 주변을 둘러보는데,


핀란드 교환학생 크리스마스 이브


흔한_21세기_선진국의_수도_도심_풍경.jpg



핀란드 교환학생 크리스마스 이브


 휑합니다. 휑------------합니다. ㅠㅠ






핀란드 교환학생 크리스마스 이브


 여기 어제까지만 해도 사람이 꽉 차 있었는데 이제는 몇몇 관광객 뿐입니다. 관광객 노부부 사진을 찍어드리니 환하게 웃으셨는데, 그 분들도 구공산권인 크로아티아에서 오셔서 그런지 이런 전면적인 노답휴무는 예상치 못하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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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은 마치 명동 롯데백화점 앞에 사람이 아무도 없는 듯한 그런 느낌. 아 그리고 이 사진의 시각은 오후 3시 17분입니다 ^___^; 어둑-어둑... 동지 3일 후의 북위 60도의 위엄을 보여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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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전설이다


 이 영화가 생각나는 건 기분 탓이리라 생각합니다 ^_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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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도시에 크리스마스 시즌에 

계획도 없이 남아 있을 생각을 했었다니, 

ㅁㅊㄷ ㅁㅊㅇ...













 아무튼 이렇게 유령도시 관광을 잘 하고 나서 보니 캐서린이 도착해 있길래, 늦지 않도록 허겁지겁 메트로를 잡아타고 저의 머나먼 플랫으로 향했습니다.







 계획따윈 없고 그냥 술마시고 음악 듣고 노는 걸로 ...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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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뜬금 등판한 일본판 초코송이. 초코송이는 맛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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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 때 가져온 보드카와 레드불로 칵테일을 만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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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율이 꽤 괜찮게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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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굉장히 부자연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저와 자그마치 도쿄대를 다니는 신야, 추요대를 다니는 술에 취하면 매우 귀여워지는 마사시, 그리고 여러분이 이 블로그를 많이 보셨다면 질리도록 보셨을 수도 있을 캐서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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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갑자기 생각난 게,







 몇 달 전 탈린에 갔을 때 와인을 사 두고 아직까지 한 번도 안 먹고 있었습니다 ㅠㅠ







 생각나서 꺼냅니다. 자그마치 종이 곽에 든 3리터짜리 와인인데! 와인인데! 이제 여기 있을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과연 언제 다 마실 수 있을런지ㅋㅋㅋㅋㅋㅋㅋㅋ



 저렇게 오른쪽에 수도꼭지 비슷하게 생긴 걸 꺼내서 마시는 건데, 수도꼭지를 못 찾겠어서 윗부분을 뜯어서 와인이 든 비닐 봉투를 들어올린 다음에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손잡이는 더이상은... naver... 그렇습니다. 와인마저 박살나는,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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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열심히 술을 마시는데... 아 물론 소주는 엄청 인기 없습니다. 사실상 물+에탄올이니 당연한 거겠지만ㅋㅋㅋㅋ 과일소주는 그나마 선호가 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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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마사시가 뻗었습니다. 이 때 두락(Durak)이라는 러시아 카드게임을 하면서 진 사람이 술 마시기를 했는데, 마사시쨔응이 계속 마시다가 뻗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두락 하는 사진이 없네유. 아니 왜 없지... 부들부들. 내일 사진도 봤는데 내일도 한 장 뿐, 엄청 많이 했는데 뭔가 아쉽습니다. 뭐 규칙 귀찮아서 설명하기도 귀찮으니 사진이 없는 것이 다행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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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 관우 수준.






그것도 비현실적으로 빨갰던, 삼국지2의 관우가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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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 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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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서린의 난입.
















 그리고...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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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캬 역시 열도 최고의 엘리트들은 난입방법도 색다릅니다. 퍄퍄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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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마사시를 빈방에 눕힙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이브인데도 아무 것도 없어서 쓸쓸했는데 청소도구함을 열어보니 크리스마스 장식이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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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도 없고 뻐킹 지구 온난화 때문에 눈도 없지만 이거라도 어디야, 그냥 열심히 크리스마스 기분 내 봅시다. 춤도 못 추는데 에이브릴 라빈 노래 들으니까 신나서 HEY HEY YOU YOU I DON'T LIKE YOUR GIRLFRIENDDDDDDDDDD!!!! 하면서 방방 뛰어다녔는데 여러분이 보신다면 눈이 썩으실테니 그 부분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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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배가 고프니 고기를 먹습니다. 고기를 먹읍시다 고기를. 아침에 산 그 고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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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고기를 먹으면서도 셀카를 놓치지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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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KYO-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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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할 생각하니까 살짝 답답해지지만 어차피 이 당시에는 술 취했으니 별 느낌 없었을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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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는 왜 이리 난입을 좋아하는가... 음... 궁금하니 오늘 물어봐야겠습니다. 뭐 덕분에 사진은 재밌어졌지만 ^__^;





핀란드 교환학생 크리스마스 이브


 크리스마스니까 크리스마스답게 데코레이션 하고, 딴에 고기니까 딴에 레드 와인도 곁들여가며 먹읍시다 헤헿.








 이렇게 먹고 마시고, 에이브릴 라빈 노래 듣고 하다가, 마침내 12시!














메에뤼이 크리쓰마쓰!!!!!!!!!!












원본 : 더 지니어스 시즌2 룰 브레이커

 



정말 만취한 것이 느껴지는 동영상입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저희가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자마자, 두 가지의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1. 저희가 너무 소리를 크게 질러서인지, 술에 꽐라가 되어 자던 마사시가 깨어난 것이고,



 2. 핀란드인들과 크리스마스 같이 보낸다며 떠난 러시아 플메 안드레이가 돌아온 것입니다. 퍄퍄퍄.











 오호... 제가 천성부터가 노잼이라 셋이서 어떻게 해도 노잼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다행히 둘이 다시 합세해서 재밌어졌습니다. 














 게다가! 마사시와 안드레이는 한국 문화에 꽂히게 되는데!










 ①마사시의 경우에는 걸그룹이었습니다. 



 마사시가 카라 미스터가 좋다고 하길래, 아직도 카라 보냐 하면서(카밀리아 여러분 죄송합니다ㅠㅠ) 군대에서 줄창 보던 EXID 하니 직캠★걸스데이 뮤비, 트러블메이커 등등을 틀어줬더니, 그 때부터 컴퓨터 앞 붙박이행...





 하니 직캠 무한 재생행...






 게다가 더욱더 놀라운 것은

















 ②안드레이는 ★화투★에 꽂힘ㅋㅋㅋㅋㅋㅋㅋㅋ 




핀란드 교환학생 크리스마스 이브


 그래요 바로 이거. 월별로 정리는 안 되어 있지만 아무튼 이거입니다. 이거!



핀란드 교환학생 크리스마스 이브


 패를 보는...





 안드레이. ^___^;




 여러분 보셨습니까. 화투 치는 러시아인을...




 사실 저도 고스톱 규칙 거의 모르고 혹시 할 때는 그 때마다 같이 치는 사람에게 배워서 했고, 사실 혹시 한국인끼리 할 일이 있을까 해서 가져온 화투인데, 정작 한국인들끼리는 한 번도 안 치고 안드레이가 워낙 고스톱을 좋아해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막 몇 판이고 치다 보니, 결국 거의 알지도 못하던 규칙들을 꽤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맞고는 인터넷에 규칙 안 찾고도 할 수 있을듯ㅋㅋㅋㅋㅋㅋㅋ


핀란드 교환학생 크리스마스 이브


 제가 고스톱은 패끼리 짝 소리가 나게 해야 한다고 하니까 열심히 조준해서 패를 내는 안드레이. 






 뭐 알고 있었던 거지만, 정작 화투의 고향인 일본에서는 화투를 거의 안 친다더라구요. 가끔 명절에만 치는데 보통 나이 많으신 분들이나 야쿠자! 들이 하는 놀이로 인식되어 잇다고 해요. 그래서 신야와 마사시 모두 화투패를 본 적은 있어도 실제로 쳐 본적은 없다더라구요.







 사실 고스톱은 말 그대로 운팔기이, 운구기일이라고 하잖아요. 물론 제가 잘 몰라서 그런 걸수도 있겠지만ㅋㅋㅋㅋ 일단 어느정도 패 보는 법을 배우고, 규칙을 숙지하니 점점 안드레이도 가끔씩은 이기기 시작합니다. 7연패를 달리던 안드레이가 마지막 라운드를 광박으로 끝내자 만족하여 게임을 끝내는데 이 때 이미 시간은 새벽 네 시. ㅋㅋㅋ
















 그렇습니다. 결국 저의 핀란드에서의 크리스마스 이브는, 그냥 혼자서 망할 뻔 했다가, 술 마시고 노래 듣고 춤 추며 놀다가, 메에뤼이 크리쓰마쓰!!!!를 엄청 크게 외쳤더니 이게 뭐 메리 크리스마스가 아닌 익스펙토 페트로눔인 마냥, 걸그룹 바라기와 고스톱! 고스톱! 바라기를 소환해내어, 새벽까지 맞고를 치다 끝나는 그런 날이었습니다. 쓰고 보니 그닥 나쁘지 않군요. ^___^;



 사실 뭐 한국에서도 도박을 하는 게 아니면, 화투는 보통 명절에 치니까요. 핀란드의 명절인 크리스마스를 제대로 맞이했다...고 어떻게 우겨 볼 수 있겠군요.



 여러분들도 모두 즐겁고 신나는 크리스마스 이브, 크리스마스를 보내셨길 바라며,

















꼐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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