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3일, 일요일






 어제 너무 늦게 자서이기도 하고, 오늘은 일요일이기도 하여 당연히 늦게 일어났습니다. 아마 또 뭔갈 해먹고 했을텐데 사진이 없으니,





"이야기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우리는 침묵해야 한다." -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그렇습니다. 이미 너무 많은 세월이 흐르고, 너무 많은 기억들이 그 세월에 씻겨나갔네요. 그러니 오늘의 이야기는, 오후 6시 20분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바로 제가 새로운 살미아끼 한 봉투를 살 때부터죠.


살미아끼


 샀다!




 왜 살미아끼를 샀을까요? 그건 뭐, 아마 유니카페에서 이른 저녁을 먹었을 테고 입가심할 게 필요했을 테니까겠죠. 살미아끼의 맛에 관해서는 저번에 포스팅한 것이 있으니 참고하시고 ^~^, 저는 이처럼 살미아끼 한 봉투를 들고 오늘의 파티, 싯싯(sitsit)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헬싱키 중앙역


 가는 도중에 괜히 찍어 본 헬싱키 중앙역.







 그러니까 싯싯에 가는데, 싯싯이 무엇인고? 하니,




 일단 공통점은 앉아서 뭔갈 먹고 마시면서 노래를 부르는 파티. 입니다만 사실 저도 이번 한 번 밖에 못 가봐서 말은 못하겠군옄ㅋㅋㅋㅋ 적어도 여기서 느낀 건 그랬습니다. 여러 동아리나 학과 등에서 많은 싯싯을 주최하기 때문에, 다 챙겨 나가는 것도 힘들기도 하구요. 



 저같은 경우는 CISSI라는, "International Social Scientists in University of Helsinki"...라는 동아리... 아니 근데 이게 어떻게 CISSI지. 제가 모르는 핀란드어나 아님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아무튼 저 동아리에서 주관하는 싯싯에 가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제목은 '개강파티'라고 달았지만 종강때도 합니다. 그냥 파티라고 하면 여기서 모여서 노는 건 다 파티니까...



 다만 그 전에 미리 신청을 해야 하고, 참가비가 있는데 약간 셉니다. 그치만 뭐 음식과 술을 주니까 그다지 비싸다는 느낌은 들지 않구요, 학생 동아리에서 준비한 것 치고는 굉장히 스케일이 큰 것 같습니다. 아 제가 동아리 활동 같은 걸 제대로 안 해서 이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고... ㅠㅠ





 근데 역시 너무 빨리 갔습니다. 아직 참교육이 부족했던 그 때의 이야기입니다 ^_^;




 크으 참교육...! 참교육...! 물론 이러한 실수는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게 됩니다.




 지금 보이는 옷걸이 등등에 저의 마이(아이슬란드 갈 때 샀던)와 가방을 걸어두었습니다.






 그리고 곧 사람들이 바글바글 들어차고, 싯싯이 시작됩니다. 각자 자리가 정해져 있는데 제가 앉은 자리에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음 ^____^;



싯싯


 지금 제 쪽을 살짝 돌아본 안경 낀 이탈리아 친구, 니콜라와 아는 사이입니다만 너무 멉니다. 부들부들. 아무튼 저기 서 계시는 키 크고 훤칠하신 분이 아마 CISSI 회장님이시고, 당시만 해도 리스닝이 지금보다도 훨씬 부족해서 제대로 알아듣진 못했지만, 아무튼 싯싯 시작!



싯싯


 그러더니 갑자기 노래를...




 싯싯에는 여러 룰들이 있는데,



 ① ★ 노래를 불러야 할 때는 먹을 수도, 마실 수도 없습니다. ★ 중요



 ② 누구나 노래를 신청할 수 있고, 이 때 숟가락이나 포크로 잔을 쳐 소리를 냅니다. 노래를 부르면 열심히 따라 부릅니다.



 ③ 노래는 대충 사람들이 알만한 것이면 아무 거나 괜찮습니다. 미리 따라 부르기 쉬운 노래집을 나눠 주지만, 마카레나 같은 것도 신청합니다. 다만 뭐 싯싯마다 금지곡을 선정하는 경우도 있는데... 아래에서 후술합니다.






 노래집은 책 형태로 된 건 돈 받고 팔고, 프린트물은 그냥 나눠 줍니다. 핀란드어, 스웨덴어, 영어 노래들이 있는데 하나같이 가사가 ㅋㅋㅋㅋ



 19. 제3제국의 불알들(balls)


 히틀러는 불알이 하나밖에 없었고

 

 괴링은 불알이 둘밖에 없었지만 작았고


 힘러는 비슷한 걸 가졌지만


 불쌍하고 늙은 괴벨스는 불알이 없었네 ㅠㅠ




 뭐 이건 뜬금없는 드립일 수도 있지만 20번 곡은 ㅋㅋㅋㅋㅋㅋㅋ 예스터데이 멜로디에 저 가사를 붙여서 부른다고 생각해 보세요. 검열 걸릴까봐 해석을 못하겠네요 ㅋㅋㅋㅋ


 이 외에도 정말 웃긴 노래로 Yogi Bear라는 노래가 있습니다만 가사 사진이 없을 뿐더러 이것도 내용도 영 그래서 링크로 대체합니다ㅋㅋㅋㅋㅋㅋ


Yogi Bear 가사


싯싯


 계속해서 누군가 일어나고, 박수를 치고, 먹다가 포크를 놓고, 노래를 같이 부르고, ㅁㅊㄷ ㅁㅊㅇ...



싯싯


 ㅁㅊㄷ ㅁㅊㅇ...


싯싯


 ...초콜렛 브라우니 같은 건데 사진이 똥처럼 나왔네요 ^_^;;


싯싯


 아무튼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어 가고, 제 플메 중 한 명인 안드레이가 러시아 민요 카츄사를 불러서, 저도 쓸데 없이 뽕에 맞고 자멸을 자초하게 되는데...


싯싯


 옆에서 누군가 일어난 걸 본 글렌의 표정이 인상적입니다. !? 이런 표정이네유.




  


 제가 이 당시에 아는 핀란드어로 된 노래는 핀란드 국가인 Maamme밖에 없었고, 그냥 핀란드인이 많으니까 핀란드 국가를 핀란드어로 부르면 좋아하겠지... 싶은 생각에,


싯싯


 일어섰는데,








 알고 보니 제가 리스닝을 제대로 못 한 회장님의 말씀은 


"과도한 민족주의를 막기 위해 국가는 제외" 였습니다. 






리스닝의 중요성...











 아니 근데 저도 뭔가 국가 얘기를 들은 것 같기도 하고 않기도 해서, 옆에 앉은 작년에도 왔다는 러시아 여자사람한테 물어봤더니 그런 건 상관이 없다고 해서 그냥 국가 부르자고 한건데 올해부터 새로 룰이 생겼는지 뭔지... 아무튼 무슨 지구 반대편에서 참으로 쪽팔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저는 떨떠름하게 결국 그냥 다른 노래 아무거나 프린트에서 골라서 불렀고... 눈물이ㅠㅠㅠㅠㅠㅠㅠ















못난 교환학생을 둔 나라에게 정말



미안하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앍!!!!!







 뭐 대충 이런 심정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실 이런 파티가 다 그렇고, 동양인 많고, 어차피 좀 있음 모국에 돌아가는데 이런 바보같은 짓 했다고 얼마나 기억하겠어요. 당연히 아무도 신경 안 쓰는데 아직 철이 덜 든 저인지라 괜히 혼자만 신경쓰임... ㅠㅠ










 열심히 노래 부르면서 적당히 취한 뒤에는 테이블을 치우고, 모두 즐거이 술마시면서 놀았습니다. 한국에 교환 갔다 온 독일 교환학생... 교환 만렙 학생도 만났는데, 한국이 파티하기 제일 좋은 곳이라고. 






 한국 전쟁때 한국 도와줬다고 콜부심 부리는 콜롬비아 출신 교환학생도 만났는데 얘랑은 그 뒤로도 친하게 지내게 되었습니다. ㅋㅋㅋㅋㅋ 근데 찾아보니 그때 얘기했던 친구들 중 당시 2차대전 패전국이라 못 도와준 독일 빼곤 다 파병했다는 게 함정...







 페라스가 취해서 마지막에 보드카를 막 쏘지 않나, 그러다가 새벽 네 시가 거의 되어 집에 가려고 하는데,
























마이가...없다.








출처:이말년씨리즈



 그렇습니다. 아이슬란드 갈 때 산, 70유로였나 60유로였나 아무튼 엄청 비싼 돈 쓰면서 산 마이가 사라졌습니다 ㅠㅠ 마이가 죽어씀다 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저는 마지막까지 옷걸이에 걸려 있던, 상당히 짧고 얇은 마이 하나를 걸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술에 취해서인지 마이가 되게 많이 바뀌었다는데, 제가 제가 가져간 마이의 브랜드와 치수 등을 페이스북 이벤트 페이지에 올리니 여자사람 한 명이 연락 와서 자기 거라고 해서 돌려줬습니다만, 저의 마이는 돌아오지 않았음... ^________^








 뭐 물론 갈수록 점입가경의 병신짓을 하면서 돈을 더 날려먹은 지금에야 그러려니 하겠습니다만, 당시 6~70유로의 충격은 굉장히 컸습니다. 입맛이 뚝 떨어질 정도. 최근의 병신짓을 생각하면, 재밌게 놀 때마다 돈을 크게 잃는 게 저의 요즘 트렌드인 것 같네요.






 뭐 어찌 되었건 저는 신나는 파티 끝에 이런 멘붕한 마음을 끌어안고, 너무 늦었기에 제 방 말고 글렌 방으로 들어가 잠에 들었습니다 ㅠㅠㅠㅠㅠㅠ












꼐속








9월 12일, 토요일 오후 8시









 ...저번 포스트에서 언급했던 그 엄청난 일이란, 






약속된 메탈의 땅 핀란드에서 






콘서트에 간다는 거였습니다.







뭐 메탈이 아니고 포스트락이지만...





 콘서트장은 뙬뢰(Töölö) 근처에 있었습니다. 참 글자만 봐도 어지러운데 발음하기 너무힘듦 ^_^;;




 뭔가 사람이 모여있는 걸 보니 이곳이구나!



도-착


 들어가기 전에 맞은편 마트에서 맥주를 한 캔씹 삽니다. 마침 살 수 있는 술의 개수가 팍 줄어드는 9시 직전이어서 타임어택의 느낌이 났네요. 들어가길 기다리고 있으니 우왕ㅋ굳ㅋ 너무 설렘...







 제가 이번에 온 콘서트는 God Is an Astronaut이라는 아일랜드 포스트락 밴드의 공연입니다.




 사실 포스트락?하면 굉장히 낯선 장르인데요. 저한테도 그렇습니다. 파워/심포닉 메탈 때문에 핀란드를 알게 된 거지 포스트락은... 시규어 로스라고 아이슬란드 밴드가 유명한데, 몇 번 듣다 안 맞아서 안 들은 기억밖에는ㅠㅠ 물론 포스트-어쩌구 들어가는 것이니 당연히 설명하기도 힘듭니다.






 일단 포스트락 곡들을 하나로 묶는 건 힘들겠지만, 하나의 지향점이라면 '락의 해체'나 '락의 극복'이고, 그러한 경향이 굉장히 다양한 방향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통일성을 제시하기는 힘들어요. 특징이라면 반주가 굉장히 길다는 것 정도가 생각나는데 이거야 제가 뭐 많이 들어 본 적이 없으니... 같이 '반주가 길다' 하더라도 제가 위에 쓴 시규어 로스의 경우 가사/반주의 비중이 일반 락과 대동소이하다면 이번에 듣는 God Is an Astronaut의 경우 거의 보컬 부분이 없다시피합니다. 이쯤되면 뭐 락을 뛰어넘는 걸 넘어서 일반적인 밴드 음악을 뛰어넘으려는 시도 같은 느낌이죠.



 그치만 일단 저 말고도 저희 튜터 그룹에서 셋이나 같이 갈 수 있는 락/메탈 콘서트가 여기가 처음이었기도 하고, 그 같이 가는 친구들이 다 친한 애들이었으며, 게다가 가격도 20유로대로 비교적 저렴하고 (나이트위시는 50유로가량^_^), 유투브에서 이 분들의 음악을 들어보니 굉장히 독특하면서 신비한 느낌이 들어서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매우 잘 한 선택이었음!





 근데 이때까지만 해도 적응 안 됐던 Security Fee 때문에 짜증이. 3유로를 더 내야 한다길래 덥기도 해서 티셔츠랑 바지 빼고 다 벗어서 맡겨버렸습니다 부들부들. 한국은 안 이런데 왜 이러지 생각하다가, 한국에서 콘서트장이나 클럽 가 본 기억이 없으니 뭐 비교도 못 하겠군요. 뭐 파리 테러가 난 것을 아는 지금으로서는 여기에 불만을 가지지는 말아야겠습니다...




 무대가 세팅중인 콘서트장. 콘서트라고 해서 막 큰 경기장이나 홀이 아니고, 사각형 모양의 꽤 작은 강당같은 느낌의 장소입니다.





 그리고 온 기념 사진...




 ...은 개뿔.







 그러니까 후레쉬로 너네부터 찍고,






 같이 찍습니다.





 왼쪽부터 어제 베이스를 친 이탈리아에서 온 알레산드로와 포르투갈에서 온 로드리고, 항상 개꿀잼인 영국에서 온 글렌, 그리고 저...







 ...음 네 그렇습니다.



아이슬란드 티셔츠I had... had...


 아이슬란드에서 산 이 티셔츠를 입었습니다. 솔직히 입을 때 어차피 셔츠 안이니까 하고 별 생각 없이 입었는데 이렇게 다 벗게 되니 굉장히 전위적인 느낌이군요. 마치 회의장에서 정장을 입거나 예식장에서 턱시도를 입은 것처럼, 콘서트장에서는 엘프 티셔츠, 굉장히 잘 갖춰 입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아이슬란드 최고의 인기 직업



부러운 직업입니다.







 아무튼 곧 누군가가 들어옵니다.



 그런데 기다리던 God Is an Astronaut은 아니고, 어떤 핀란드 기타리스트 아재인데 굉장히 기타를 특이하게 치면서 특이한 노래를 특이하게 부릅니다. 처음엔 뭥미 했는데 퍼포먼스가 웃기셨음ㅋㅋㅋ



 몇 곡 하시고 박수 받으면서 내려가십니다.











 그리고... 곧 등장.


God Is an AstronautGod Is an Astronaut


 우와잉으읨ㅇ느리ㅡㅍ큼ㅇㄴ르밍ㄻ으리ㅡ빋ㄱㅂ


 락이나 메탈 콘서트 처음인데 격렬하고 빠른 음악이 아니어서 그러니 굉장히 무겁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등장해서 바로 음악을 시작하는데 너무 부드러워서 좋았음...


God Is an Astronaut


 그러니 여러분도 음악을 들으면서 그 느낌을 느껴보세요. 물론 어마어마하게 취향을 탈 것 같습니다.




2013년 앨범, All Is Violent, All Is Bright




God Is an Astronaut


 으으앙닁ㅁ름릪ㅍㅁㄴㄻㄹㅇㅁ


 저는 콘서트 처음 가서 (몇 번이나 말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알게 된 건데, 확실히 컴퓨터나 이어폰으로 듣는 거랑 빵빵한 스피커로 열광적인 분위기에서 듣는 건 정말 차원이 다른 것 같습니다. 컴퓨터로 들을 때는 몽환적이면서 묵직한 분위기에 비해 파워가 떨어져서 락같지 않다고 느꼈는데, 콘서트장에서 들으니 그 파워가 충분히 보강되어서 정말 최고...


God Is an Astronaut


  한 곡 끝날 때마다 "Thanks a lot!"이라고 인사해 주십니다.


God Is an Astronaut


 아무튼 그러니까 포스트락을 저처럼 별로 안 좋아해도 콘서트장 가면 느낌이 다르다는 결론입니다. 핀란드는 락/메탈 인프라가 정말 좋아서 많이들 공연을 오니까, 평소에 듣던 밴드가 아니더라도 합리적인 가격에 기회 되면 꼭 가세요 두번 가세요.


God Is an Astronaut




2015년 앨범, Helios Erebus




 사실 조회수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렇게 인기있는 밴드는 아닙니다. 그래서 콘서트 가격도 저렴했던 것이기도 하구요.


God Is an Astronaut


 그치만 정말 약간 다리가 아픈 것 말곤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God Is an Astronaut


 이 쯤 되어 기존 공연이 끝나고 앵콜 곡들이 나올 차례인데, 정말 웃겼던게 ㅋㅋㅋ


 기타리스트가 앞으로 나오더니,


 "원래 이제 우리가 들어가고 여러분이 우릴 불러낼 차례입니다. 그치만 지금은 2015년이잖아? 다 알잖아요, 그런 거 다 귀찮고 다 아니까 그냥 잠깐 불 끄고 뒤로 돌아섰다 올테니 박수 많이 쳐주세여."


 하고 불끄고 뒤돌아서서 3걸음 걷고 박수듣고 다시 돌아옴ㅋㅋㅋㅋㅋㅋㅋ완전 쿨하면서 웃겼습니다 ㅋㅋㅋㅋ


God Is an Astronaut


 마지막!


God Is an Astronaut


 으으... 끝이다 ㅠㅠ




 끝났습니다.




 밖에서 사인을 해 주고 계시길래 엘프 티셔츠에 사인을 받을까 하다가 몇번 빨면 지워지겠지 해서 걍 안 하는 걸로. 








 지금 글 쓰고 있는 12월 16일 기준으로, 제가 더 좋아하는 밴드인 스웨덴 파워 메탈 밴드인 사바톤(Sabaton)이 12월 19일에 헬싱키 근처 에스포(Espoo) 스트라토바리우스, 감마 레이와 함께 공연을 하는데, 정말 가고 싶은데 같이 갈 사람도 없고 요즘 삽질해서 돈도 어마어마하게 많이 날렸는데 가격도 55유로나 해서 못 갈 것 같은 걸 생각하면, 정말 이 때는 행복한 시절이었군요. 광광 우럭따...











 그리고 여운을 안은 채 친구들과 헤어져 집에 간 뒤, 멍때리면서 게임 좀 하다가, 새벽에 라면을 끓여먹고 있는데 ...















엥!?







갑자기 네덜란드 플메 둘이 소파를 들고 올라옴...






"버리려던 걸 주웠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





 들고오자 마자 갑자기 내려가서 하나 더 들고 와서, 소파가 두개나 되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




 버려져 있던 거라 불안하긴 한데, 대충 닦아내고 말리고 하니까 뭐 의외로 냄새도 안 나더군요 ㅋㅋㅋㅋㅋ 진짜 뭔가 새벽에 파티 끝나고 소파를 들고 올라오다니, 이게 자유의 나라 네덜란드인가 ... 정말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한다는 게 이런 느낌인가 봅니다 ^오^




 그리고 뭐 어찌 되었든 플랫에 소파가 생겨 급 행복해진 저는, 행복한 느낌을 조금이라도 더 간직하기 위해 더 이상 깨어 있어 궁상떨지 않고 빨리 자야겠다고 다짐하고 잠에 듭니다.

















꼐속











9월 10일, 목요일






 네 오늘은 아침수업이 있습니다. PO아침수업WER... 오늘 자그마치 첫 수업인 Introduction to Nordic Welfare States, 그러니까 노르딕 복지 국가 개론이지요. 아침에 일어나 학교를 가는데 흥미로운 포스터가 붙어 있어서 찍었습니다. Suomi Says Welcome. 당시 난민 문제로 굉장히 시끄러웠던 때라 더 인상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학교로 열심히 달렸습니다만,



 아침을 못 먹어 빵을 먹으려고 하다가 빵 가격 보고 포기. 가격을 보니까 식욕이 달아나요 식욕이.




헬싱키 대학교 강의실


 근데 강의실엔 제가 첫빠로 도착함 우왕ㅋ굳ㅋ.




 ...이럴 줄 알았으면 제대로 먹고 올걸 서럽습니다.








 곧 시작된 수업. 이 수업은 팀 티칭으로 진행되어서 첫 교수님이 다음 수업도 맡진 않는다지만, 핀란드식 억양이 너무 강해서 처음엔 1도 못 알아들었습니다. 거센소리를 모두 된소리로 발음하시고 강세가 없는 그런 영어... 너란 영어... 물론 제가 영어 듣기를 잘 못 하는 것도 이유가 되겠습니다만.


 대충 북유럽 복지 국가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수업과 평가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정도의 소개로 첫 수업은 끝이 났고, 저는 오늘도 유니카페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유니카페


 ...네 그냥 주니까 먹습니다.




 핀란드 음식은 소박하고 정갈한 게 특색이에요. 그러니까 자극적인 맛, 맵고 짜고 뜨거운 맛에 익숙한 한국인에게는 익숙해지기 힘든 맛이기도 합니다. 프랑스 음식이나 이탈리아 음식이야 워낙 다양한 풍미가 있고, 독일 음식처럼 기름지고 짠 음식이 많으면 또 먹을 만 한데, 핀란드 음식은... 유니카페에서 싸고 푸짐한 맛에 먹긴 하는데 식도락의 재미는 느끼기 힘듭니다. 영국 음식보다야 낫겠지 하고 생각은 해 봅니다만 ^_____^;






 그리하여 저는 오늘 집에서 해 먹을 음식을 생각합니다. 그것은 바로....
















김치버터삼겹살





 TRINITY















 사실 이 요리는 대학교 신입생 시절 신림동 고시촌의 '동차합격'이라는 조그마한 음식점에서 처음 먹게 된 건데 정말 너무나도 맛있어서 학교 다닐 때 생각날 때마다 계속 찾다가, 좀 먼 곳으로 이사한 후부터는 귀찮아서도 있고 좀 더 싸서도 있고 집에서 매일 해먹기 시작했었습니다. 비록 핀란드에 오긴 왔으나, 삼겹살도 있고 김치도 있고 버터도 있는데, 무엇을 망설이리...






 그리고 동차합격 간판메뉴가 이거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람들이 이거만 줄창시킵니다 다른 메뉴의 존재의의를 모르겠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먹는 사람 한 명인가 봤을겁니다... 지금 생각하니 저도 다른 메뉴가 궁금해지는데 귀국하면 가서 다른 메뉴 시켜봐야겠습니다 ㅠ_ㅠ








 솔직히 한국인 식도락 인생의 3대 요소인 소금과 지방, 고춧가루를 모두 갖췄는데 무슨 말이 더 必要韓紙?







 삼겹살은 K SUPERMARKET에서 팝니다. 다만 좀 큰 곳에서만 파는데, 깜삐(Kamppi)와 꼰뚤라(Kontula)에서 파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전 처음엔 잘 몰라서 깜삐에서 샀다가 그 다음부턴 당연히 집 앞 꼰뚤라에서... 다만 파는 곳마다 포장량이 조금씩 다릅니다.






 그리고 하까니에미 아시안 마켓, 동방슈퍼에서 구입한 김치.






 그리고 마늘도 삽니다. 이거 쓰고 있는 현재 마늘 먹은 지가 엄청 오래 됐네요. 아무래도 한국에서 중국산 깐마늘만 먹다가 직접 까려니 너무 귀찮은 듯ㅠㅠㅠㅠㅠ 그치만 확실히 넣기만 하면 풍미도 살아나고, 내가 먹는 건 기름 범벅 김버삼이 아니라 건강한 마늘이 들어간 건강식이라는 정신승리를 하는데도 일말의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가위가 음슴...






 ... 고기용 가위가 없어서, 그냥 스테이크 자르듯이 나이프로 열심히 자릅니다. 그런데 왜 사진 색감이 갑자기 이렇게 구려졌을까요? 제 휴대폰 참 대단한 것 같아요. 









준비 완료!









 그런데 러시아 친구 바실리가 요리를 하고 있어서 기다리며 사진을 몇 장 찍었습니다.



 음...



맛있어 보인다 ^_^;;





 아무튼 저도 요리를 시작합니다.











 뭐 요리법은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간단한데,






 1. 버터를 팬에 바르고,






 2. 고기와 김치, 마늘을 올리고,






 3. 잘 익도록 두루 구워 주시면 됩니다 ^_^;





우왕ㅋ굳ㅋ




허엌...헠..헠...




 설거지가 귀찮아질 것 같아 그릇에도 안 담고 팬에 바로 먹었는데... 그야말로 고향이 느껴지는 짭쪼름함과 기름짐에 저는 그만 눈물을 ㅠㅠㅠ



 물론 외국에 왔으니 외국 식문화를 즐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제가 뭐 프랑스나 이탈리아에 온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 고생 엄청 많이 했잖아요? 그러니까 식기 전에 걍 엄청 빨리 먹읍시다 김치버터삼겹살을...





 이렇게 너무나 완벽한 식생활을 영위한 저는, 스르륵 잠에 드는데...























9월 11일, 금요일






 응? 꿈이었나...




 당연히 꿈은 아닌데, 어제 게임을 하다가 좀 늦게 잔 후 학교에 언어 교류 프로그램에 있어 거길 갔다 오고, 삼겹살을 안 사 온 바람에 어제의 화려한 식단에 이어서 오늘은 다시 감자로 복귀 ㅠㅠㅠ






 감자(+설탕)-김치-올리브... 뭔가 괴악한 조합이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그런데 저의 구원 투수 안드레이가 갑자기 러시아 요리를 해 줬습니다. 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정말 감자전 맛이 나요! 어제에 이어 맛본 고향의 맛에 또 눈물을 흘렸습니다. 다만 약간 싱거워서 간장을 찍어 먹었더니 안드레이도 간장을 찍어 먹어 보고는 확실히 낫다고 그렇게 먹습니다. 오오 훈훈한 문화 교류의 장...







 그리고 밤이 되어 길을 나섭니다.




 오오 전철에 아무도없다 신기...





 이 날 길을 나선 건 밤에 무슨 보트에서 파티를 한다고 해서 튜터 그룹 친구들과 같이 가기로 한 거에요. 다만 저의 경우, 세탁을 하고 건조기에 옷을 넣었는데 어이없게도 건조 스타트 버튼을 안 눌러서 엄청 늦었다고 생각해서, 굉장히 침울했었습니다.




 하까니에미 근처.



 저 보튼데...



 !?!?!?!?!?!?


 사람 개 많음 ㅠㅠㅠ





 그런데 친구란 놈들은 연락도 안 되고 올 생각도 안 하고, 집에 가야 하나 짜증나네 하면서 기다리고 있으니 1시간 뒤에 옵니다.







 옷이 그렇게 빨리 마를 줄 몰랐다나 뭐라나 ...









 순간, 유럽 XX끼들아! 파티하면 늦고 실수하고 그러면 죽고, 그러면서도, 하까니에미에서 허벌나게 치욕적 비난받고 기숙사로 갑니다. 동양인을 살... 하고 분노가 약간 치밀어 올랐으나, 이미 힘도 쭉쭉 다 빠졌고 정말 몰랐던 것 같아 같이 기다리기로 합니다.









 그런데 기다리면 뭐해 사람 너무 많음 노답 ㅠ







 결국 입장 막힘.





 왜왔냐 ㅠㅠ





 게임이 그립습니다 게임이...






 어떤 나이트 클럽엘 다 같이 가자고 해서 갔는데 몇 명이 여권을 안 가져와서 fail.




 여기 가자마자 하다가 대분열.




 결국 예전에 왔던 아이리시 펍에서 맥주 홀짝홀짝하다가 상황종료.






 너무 배고팠기에 가판대에서 햄버거를 사먹습니다. 핀란드어로 함뿌리라이넨. 그리고 생각합니다. 잊지 않겠다... 이 배고픔을... ㅂㄷㅂㄷ











9월 12일, 토요일






그리하여 저는



 눈을 뜨자 바로 콜라부터 샀습니다. 그런데 바닐라 콜라를 처음 봤기에 사 봤는데 적어도 제 취향에는 노멀 콜라가 1023918015배 낫습니다. 



 마늘도 까고,



 맛있게 김버삼을... 아 카메라 진짜 왜 이러지...



 갤놋3은 증기에 매우 약한가 봅니다. 아 지금 12월에 이거 쓰고 있는데 지금까지 찍은 음식 사진이 다 이러할 것이란 말인가 ㅠㅠ



 그래도 사진이 비록 매우 좋은 상태는 아니나 보고 있자니 제 위와 입이 고통받는 걸 보니 여러분에게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으리라 짐작이 됩니다. 어허헣.



 요리 다 된거 찍지도 않고 먹다가 허겁직버 중간에 사진샷.




 그리고 안드레이가 사온 생선 병조림?을 먹었는데 꽤 맛있습니다. 생선 조각이 액체에 둥둥 떠다니는 비주얼입니다만 그렇게 특이한 맛은 아니되 좀 신 맛이 나서 밥이랑 같이 먹으면 밥도둑될 듯... ^__^;



 그리고 콜라와 함께 식후의 여유를 즐깁니다. 바닐라 콜라만 아니었더라도... 부들부들...




 그러나 오늘의 일정은 끝난 게 아니라, 김치버터삼겹살과 콜라로 식욕을 흡족히 충족시킨 저는, 저녁에 핀란드 최초의 유니크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제발꼐속









9월 9일, 수요일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이 12월 16일인 것을 생각해 보면, 사실 한 달 뒤의 일기가 '사진역사학'이었고 두 달 뒤의 일기가 '사진고고학'이었다면 지금은 뭐 '사진방사선측정학'정도는 될 것 같은 느낌입니다. 기억의 재구성... 기억의 재구성... 그렇지만 다행히 9월 9일의 이 일기는 10월 말에 사진을 업로드해 두었으므로, 그 때의 온기가 남아 있...나? 


 현장감이 생명인 이런 류의 생활기를 지금 쓴다는 것은 착잡하지만 제가 이걸 쓰는 목적은 무의미의 침식에 맞서기 위함이므로 일단 씁시다.













 이 날은 첫 한국어 수업이 있는 날이었을 겁니다. 아마두요. 저는 한국어 3 수업과 한국어 2 수업의 도우미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신기하게 딱 한 단계 차이가 나는데 구성원의 느낌이 확 달라요. 한국어 2 수업이 한국어와 기타 동양어를 전공하는 저학년 학생들 위주라면 한국어 3 수업은 연령대가 대체로 높고 전공도 다양한 느낌? 그리고 교수님의 말씀대로라면 한국어 2 수업은 분위기가 좀 별로...고 3 수업은 굉장히 화목하다고 하시는데, 제 생각에는 그냥 한국어 2 수업 학생들이 한국어를 잘 못해서... 였던 것 같아요.




 아무튼 이날은 한국어 3 수업이었습니다. 한 분을 제외하고는 다 여자 분들이었어요. 몇몇 핀란드 학생들과 말을 틀 수 있었는데, 한국 갔다 온 분들도 굉장히 많았고 한 명의 남자 분은 한국을 스2 때문에 좋아하게 되었고 한국인 여자친구도 있으시다고!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 여학생 세 명과 함께 한국어 도우미를 했습니다. 아마 저는 한국어가 통하는 핀란드인을 만난 게 너무 신기해서 말을 너무 빨리해서 많이들 당황하셨던 것으로 기억...





헬싱키 대학교 유니카페


 수업이 끝나고 같이 밥을 먹습니다. 사진을 보니까 배가 고프네요. 그런데 아마 보나마나 간이 덜 되어 있을 거라서요, 소금이 필요한 식단입니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 헬싱키 하드 락 카페에서 각자가 악기를 가져와서 공연할 수 있는, 오픈 스테이지 행사가 있다고 해서 거기에 가기로 결심하고, 뭔가 집에 갔다 오긴 시간이 애매해서 학교에서 기다리기로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헬싱키 대학교는 8시에 닫아요...








그런데 행사는 10시에 시작...




ㅠㅠ





학교 앞 맥도날드


 그래서 맥도날드에서 시간을 떼우기로 합니다. 아 맥날 보니까 더 배고프다ㅠㅠ


 신기했던 게 예전의 그... 뻘쭘하게 서 있었던 클럽에서 만난 사람들 중 한 명, 제 튜터 베이코의 룸메 중 한 명이 여기서 알바를 하고 있었어요. 우왕ㅋ굳ㅋ. 뭔가 헬싱키 대학교라니까 맥도날드 알바가 안 어울린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나봅니다. 그치만 여긴 핀란드니까요. 사교육 시장이 그리 크지도 않을 뿐더러, 맥도날드의 페이도 굉장히 높으니 문제는 없습니다. 물론 덕분에 햄버거 값도 비싸구요.




 한편 약속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고 생각하여, 저는 9시 50분까지 도착하려 길을 나섭니다.



헬싱키 하드 락 카페


 도착했다.


























 ...그리고 시작된 참교육.











 안 와요 안 와.






 ... 절대 약속시간에 오면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저의 교환학생 친구들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니 오늘 온다는 사람들, 이탈리아 셋, 이스라엘 하나, 체코 하나... 그렇습니다. 다 남쪽 사람들이군요 ㅠㅠ... 피부로 느낀 먼나라 이웃나라는 가혹했다...



헬싱키 하드 락 카페


 다행히 뭐 9월이라 밤이라고 춥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참교육의 감동이 온 몸을 전율시키는 것은 막지 못했습니다.







헬싱키 하드 락 카페


 그러나 결국 기나긴 기다린 끝에, 입장.




헬싱키 하드 락 카페


 누군가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하드 락 카페에 온 건 처음이에요. 인도에서 소고기를 파는 거의 유일한 음식점이라길래 갈까 하다가 비싸서 가지 않았었습니다. 한국에는 잠실과 해운대에 있다고 해요.


헬싱키 하드 락 카페


"...where the classes could happily mingle."


 ...가격을 보고 얘기합시다 양심이 있으세요 업주님? ^_^;




헬싱키 하드 락 카페


 벽에는 유명 락 스타들의 물건들이 걸려 있습니다. 뭐 당연히 레플리카겠지만유.



헬싱키 하드 락 카페


본 조비의 기타..!



헬싱키 하드 락 카페


 마돈나, 리한나, 그런데 리한나가 락이었나, 몰랐네유. 아님 그냥 셀레브리티라서 걸어 둔 건가. 하긴 워낙 다양한 음악을 하긴 하지만요.



헬싱키 하드 락 카페


 빠질 수 없는 존 레논.


헬싱키 하드 락 카페


 그런데 저희 팀 앞에 하도 팀이 많았어서 자리가 정리되는 분위기.


 물론 제가 공연을 했으면 좋겠지만... 저는 공부밖에 모르는 사람이라, 아니 요즘은 공부도 모르지만, 하여튼 게으른 사람이라 공연은 못 하고, 그냥 공연하는 친구들 응원하러 온 것입니다. 그런데 너무 늦어버려서 이미 판이 다 정리되는 분위기이니, 더욱 열렬히 응원해야겠죠. 물론 늦은 것은 너희들이 나를 기다리게 한 응분의 댓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____^


헬싱키 하드 락 카페


 그러니까 기다리는 도중에 셀카나 찍읍시다.


헬싱키 하드 락 카페


 이렇게.


 요즘 보는 모습이랑 머리가 많이 달라서 사진 보면서 제가 깜짝깜짝 놀라네요.


 

헬싱키 하드 락 카페


 어느덧 준비를 완료한 친구들. 페라스는 드럼을 치고, 이탈리아에서 온 알레산드로는 베이스를 칩니다. 그리고 한 명은... 아마 스탭 같아요. 


헬싱키 하드 락 카페


 우와아아으으우와아




 공연 동영상도 찍었는데 제가 몸을 너무 상하로 많이 흔들어서... 아마 기분이 좋아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나쁘지 않은 공연이었어요. 관중석은 적막했지만... ^_^;;


 이렇게 저는 오늘도 생존을 마치고 밤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하였었다고 추측합니다.



















제발... 꼐속








노르웨이 여행 둘째날(2): 2015년 10월 18일 일요일, 16:30




 마지막 교환학생 일기는 10월 27일에 업로드되었고, 지금 제가 드디어 이 여행기를 쓰는 오늘의 날짜는 12월 15일. 열심히 쓰겠다는 수많은 약속, 모두 의미가 없었습니다. 제가 활동이 없어서였는지 심지어 댓글을 다셨다 지우신 분들도 있으시더라구요. 그런 고로 더 이상의 약속은 어차피 신용이 없을 게 뻔하므로 안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ㅠㅠ... 어디부터 써야 되는지도 기억이 안 나네...


 뭐 굳이 앞으로의 계획, 청사진 같은 걸 말씀드리자면 그때 그때의 감정, 느낌이 살아있는 게 중요한 '일기'보다는, 나중에 봐도 느낌을 쉬이 떠올릴 수 있는 여행기를 다 쓰는 데에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그러니까 '존재할 수도 있었던' 이데아적인 글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그나마 여행기가 품질의 열화가 덜할 것 같아서요. 그렇더라도 집에 가서 뭐 학교를 다니건 고시 공부를 하건 완결은 낼 겁니다. (물론 안 믿으셔도 됨) 교환학생 생활 자체가 여행이었으니까요.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오슬로 시청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노벨 평화 센터! 사실 오슬로에 오기를 결정하고 오슬로에 대해 알아보면서 가장 기대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아시다시피 노벨은 스웨덴 사람이고, 노벨상은 (노벨이 창시하지 않은 경제학상만 제외하면) 스웨덴 한림원에서 수상자를 선정하여 시상합니다. 그런데 평화상만은 노르웨이 의회 노벨상 위원회에서 선정하고 오슬로에서 시상합니다. 사실 노벨이 왜 평화상만 노르웨이에 권한을 넘겼는 지 모르겠어서 대충 웹서핑을 해봤는데 명백한 근거는 없고 여러 가지 설들이 있더군요. 아무튼 이로 인해 오슬로는 '평화의 도시'라는 이명을 얻었습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입장권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입장권


 노벨 평화 센터 입장권입니다. 스티커 형태인데, 특이하게도 노벨 평화상 수상자 이름과 수상 연도가 적힌 스티커를 손에 붙여 줍니다. 저의 스티커는 1975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안드레이 사하로프! 옛 소련의 반(反)핵-인권 운동가입니다.





 캐서린은 하루 종일 돌아다녔더니 피곤하다고 쉰대서... 알겠다고 하고 센터로 들어갑니다. 근데 캐서린이 벨라루스 출신이라 그런지 반미-반서방적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 그것 때문인가 싶기도 하고 ^_^;;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기념품점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기념품점


 기념품점 쪽으로 먼저 들어가봤는데, 여러 기념품들이 있지만 역시 역대 수상자들의 얼굴이 나온 엽서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띄네요. 기념품점은 나중에 나올 때 또 들릅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전시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전시


 1층에서는 TARGET이라는 이름의 전시를 하고 있었어요. 들어오기 전에 노벨 평화 센터 밖에 그 이름이 걸려 있었죠. 이처럼 센터 1층은 평화와 관련된 전시 공간으로 운영되고, 센터 2층은 노벨 평화상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전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TARGET은 말 그대로 '표적'이죠. 수많은 '표적'들, 세계 각국의 여러 무력 집단에서 살인 훈련을 위해 사용하는 다양한 표적들의 이미지와, 그 표적들로 훈련을 받는 군인들, 그로 인해 변화하는 '적(Enemy)'에 대한 이미지와 관념이 전시의 핵심입니다. 지금 보니 제가 가기 한 달 전인 9월 25일에 시작했었고, 내년(2016년) 5월 22일까지 전시가 계속되는군요.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각국 병역제도 현황을 나타낸 지도.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나라별 병력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세계 각국의 병역 및 병력 현황. 대한민국도 역시 붉은색(징병제)으로 칠해져 있습니다. 병력은 65만 5천 명.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군인들. 군인들 사이에는 사람이 아닌, 그러나 사람 얼굴의 모양을 한 표적이 있네요.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당연히 한국군 병장님의 얼굴에 잠시 시선이 가 박혔습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첫번째가 가장 어렵다는 것은 신화다. 나에게는 하나도 어렵지 않았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더 많은 군인들, 누군가에겐 총의 표적일 군인들의 모습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제가 지내고 있는 핀란드 사진도 있네요. 핀란드의 전사자 묘지의 모습입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중동의 미군. 전쟁은 모두에게 끔찍합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총기로 누군가를 죽이는 것은 뇌가 아니라, 우리가 '근육 기억'이라 부르는 것에 의해 이뤄진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동영상 전시실. 세 면에서 동영상이 나옵니다. 한 쪽에서 표적이 총을 맞고 쓰러지면, 다른 쪽에서 표적이 튀어오르고... 피도 전혀 튀지 않지만 총소리와 과녁만으로 전쟁의 끔찍함을 전해줍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전쟁은 정치인들의 체스 게임이고 우리는 말이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음성 자료를 들을 수 있는 곳입니다. "킬러의 독백"이 굉장히 인상깊었어요. 다만 제가 못 찾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음성은 영어로 나오는데 자막은 꿋꿋이 노르웨이어로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_^;;



 이 전시에 대해 궁금하시면 오른쪽 링크를 눌러 공식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시길! 노벨 평화 센터 TARGETS 전시 공식 웹사이트






















 총소리와 표적들 사이에서 멍한 시간을 보냈던 1층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본격적인 노벨 평화상 전시 공간이 나옵니다.


 




 가장 먼저 저를 맞아주시는 분은, 2014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카일라시 사티아르티! 인도에서 평생 아동 인권과 교육에 투신하여 오신 분입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전시카일라시 사티아르티


 예전에 인도에 여행을 갔었던 게 생각나 홀린 듯 글을 읽었습니다. 너무나도 강한 전통을 지녀 변화가 가장 느리고 더딘, 게다가 가난까지 겹친 거대한 나라 인도의 그 많은 어린이들을 품으려면 얼마나 큰 마음을 지니고 있어야 할까요. 정말이지 생각만 해도 아득하고 존경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아마... 엥!? 2014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 어린 여자애 아니였냐? 라고 하신다면 맞습니다. 작년에는 이 아저씨와 말랄라가 공동 수상했습니다. 여자애만 기억해주는 더러운 세상...은 아닙니다만 최연소 수상이라는 말랄라의 너무나 큰 이슈성에 살짝 묻힌 감이 있긴 합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전시


 두 수상자의 수락 연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전시말랄라 유사프자이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는, 아동 인권, 교육, 나아가 정의와 관용의 상징이자 화신이 된 말랄라. 평범한 인간인 저로서는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할 용기를 낸 97년생 10대 소녀.  탈레반에 지배받고 있는 파키스탄의 극도로 근본주의적인 지역에서도 배움의 의지를 놓지 않았고, 탈레반의 살해 협박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과 느낌을 글로 써냈고, 그로 인해 결국 총을 맞게 되었지만 기적과 같이 살아나 노벨 평화상을 받았고, 지금도 근본주의와 가난에 대항하여 아동 교육과 인권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전시




"모든 아동은 언론의 자유가 있다."



"모든 아동은 교육의 권리가 있다."



"모든 아동은 쉬고 놀 권리가 있다."



"모든 아동은 해로운 노동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이 둘의 전시 공간을 지나 보게 된 곳은,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의 모습이 스크린에 담겨 빛나는 정말 아름다운 방이었습니다. 헉 소리 나게 아름다웠는데 어두운 공간이어서인지 사진이 그 아름다움을 다 담지를 못하네요. 다만 역시 너무 감동해서인지 중국인 커플이 DSLR로 찰칵찰칵 소리를 내면서 막 사진을 찍고 다녔는데 그러진 맙시다 제발ㅠㅠ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빛나는 수상자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유일한 한국인 수상자의 사진도 있네요.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김대중 전 대통령, '햇볕 정치인'으로 설명되어 있습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얼마 전 미얀마 총선에서 승리한 아웅 산 수 지 여사의 스크린입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민주주의는 자유와 합치하는 유일한 이념입니다. 


민주주의는 또한 평화를 추구하고 굳건히 하는 이념입니다. 


그러므로 민주주의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유일한 이념입니다. 


이것이 제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이 투쟁에 참여하는 이유입니다."








 당시 노벨 평화상 2015년 수상자로 튀니지 국민4자대화기구가 선정된 지 약 1달 후였는데, 공식 시상식이 아직 이뤄지지 않아서인지 스크린에는 없었습니다. 아마 지금 쯤엔 카일라시와 말랄라의 전시도 튀니지 국민4자대화기구로 바뀌지 않았을까 싶네요.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다음 방에는 책 모양의 전시물이 있습니다. 정말 책은 아니고 영사된 것입니다. 책장을 넘기면 다음 스크린이 펼쳐집니다. 노벨의 노벨상 제정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사실 오래되어 내용이 기억이 안 나네요 죄송합니다ㅠㅠㅠ 이래서 기록은 바로 바로 남겨야 하는 것이거늘...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그러나 책 자체는 아름다웠습니다. 실제 책이 아니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해상도가 높았어요.





 




 그 다음 방에 들어서자, 칠판이 저를 맞이합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PEACE


 세계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에서 온 수많은 사람들의 글들이 쓰여 있어 너무나도 아름다웠습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이 방의 주인공은 달라이 라마. 1989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지요. 티벳 독립 운동의 지도자입니다. 현재 무장 투쟁 노선을 포기하고 평화적 노선으로 선회하였으며, 인도 북부 맥그로드 간즈에 거처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소심하게, 세계 평화라고 쓰고 나왔습니다. 


못난 글씨체를 둔 독자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다음 전시실에서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 선정 과정에 대해 다루고 있었습니다. 역대 노벨 평화상 수상자, 각국 의회 의원, 법학·정치학·역사학 교수 등 자격을 갖춘 사람들에 의해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된 수많은 후보자 중, 노르웨이 의회 구성원 중 5명으로 구성된 노벨 위원회에서 심사하여 최종 수상자를 선정합니다. 위의 사진은 노벨 평화상 후보 심사 과정에서 사용된 카드인데, 여러 쟁쟁한 후보들 중 사람이나 단체를 꼽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노벨 평화상 수상에 잡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평화'라는 개념 자체가 굉장히 정치적이기 때문이죠. 대표적으로 미국 대통령 시어도어 루즈벨트는 '러일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한 공로'로 1906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고, 이로 인해 한일합방이 확정되었습니다. 노벨 평화상도 제국주의라는 시대적 배경을 초월할 수는 없었기에 어쩔 수 없다지만 씁쓸한 일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점점 이처럼 반-평화적 인물에 평화상을 주는 일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흔히들 노벨 평화상의 공신력 얘기가 나오면 거론되는 것이, 히틀러나 전두환, 푸틴도 후보에 올랐다는 것이지만, 이는 각국 의회 의원이나 관련 분야 교수 등 다양한 사람들이 노벨 평화상 후보를 추천 가능하기에 일어나는 문제일 뿐, 최종 심사에서 이러한 사람들이 노벨상을 받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비록 때로 정치적 지향 때문에 급진적이거나 모호한 이유로 노벨상을 수여하기도 하지만, 근래에는 배제될 사람들은 상식 선에서 배제되어 왔고, 투명하게 운영되어 왔습니다.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에 관해 말이 많았죠. 지금도 논쟁적인 문제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노벨상 수상의 이유로 거론되었던 햇볕 정책의 의도나 효과에 대해 비판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노벨상 위원회에 뇌물을 줬다느니 음모론을 펼치는 것은 무리수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아웅산 수 지, 만델라, 시린 에바디 …….


 전시가 끝나고 다시 1층으로 내려가는 마지막 공간에, 여러 수상자들의 사진이 걸려있습니다. 바로 감옥에 갇힌 적이 있었던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입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그리고 바웬사, 마틴 루터 킹 주니어, 카를 폰 오시에츠키, …….


 정말 수많은 수상자들이 한때 감옥에 갇혔었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인권이 누구의 희생으로 얻어진 것인지, 되돌아보도록 하는 공간입니다. 가장 왼쪽에 보이는 카를 폰 오시에츠키는 나치 독일 치하에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였고, 결국 1938년 수용소에서 결핵으로 사망하기까지 했습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류샤오보.


 그리고 단 한 명, 단 한 명이 아직 갇혀 있습니다. 2010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중국의 운동가 류샤오보는 국가 전복 혐의로 11년형을 선고받아 현재 교도소에서 복역 중입니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지 못하도록 막았을 뿐 아니라, 그 동료들과 가족, 친척들의 출국까지 모두 막아, 노벨 평화상을 빈 의자에 수상하는 유례 없는 일이 벌어졌었죠. 언제 중국에 진정한, 아니 적어도 한국 정도의 언론의 자유가 가능하게 될 지, 류샤오보가 언제 출옥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언젠간 가능하리라 한 번 믿어 봅시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기념품점


 내려온 기념품점. 엽서를 몇 담았습니다. 이 사진에서 왼쪽이 프리드쇼프 난센, 중간이 민족자결주의와 국제연맹의 제창자 우드로 윌슨, 그리고 오른쪽이 테디 베어로 유명한, 그리고 한일합방을 확정지은 시어도어 루스벨트입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기념품점No tanks, thanks.


 묘하게 어떤 한국인이 생각나는 엽서네요.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기념품점愛, 安


 사랑과 평안.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기념품점


 재활용품으로 만든 장신구들. 굉장히 예뻤습니다만, 노르웨지언 프라이스... 허헣 ^_^;;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기념품점


 정말 마음에 드는 티셔츠인데! 티셔츠인데!! 아동용 사이즈밖에 없습니다. 티셔츠가 너무 비싸서 다른 건 살 맘이 안 들고, 이거 하나 사고 싶었는데 못 사서 눈물이ㅠㅠ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서점


 기념품점에는 서점이 같이 있는데, 여기서 또 노벨 위원회에 한번 놀랐습니다. 마더 테레사는 1979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죠. 그런데 마더 테레사의 위인전 뿐 아니라, 마더 테레사가 위선자라고 엄청나게 비판한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책 The Missionary Position도 나란히 진열되어 있는 위엄찬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한국어로는 '자비를 팔다'로 번역되었습니다만, 원래는 '선교사의 위치'를 의미하며, 사실 일반적으로 '정상위(네, 그 체위)'를 의미합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서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기념품점


 흥미로운 세계지도. 긁으면 색이 나옵니다. 어린이들에게 사 주면 지리에 관심이 좀 더 생기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게임이 훨씬 빠르겠습니다만 저처럼 인생이 망하니까...






 노벨 평화 센터에서 나와, 엄청 배고파 보이는 캐서린과 함께 뭔갈 먹으러 갑니다.


오슬로 페페스 피자


 너무 비싸서 먹을 엄두도 못 내면서 놀아다니다가, 아몰랑 그냥 먹자!해서 들어간 피자집.



오슬로 페페스 피자


 페페스 피자. 앞으로도 자주 보게 됩니다만 먹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



오슬로 페페스 피자


 피자 하나당 2~3만원 하는 아름다운 모습. 게다가 노르웨이까지 와서 이탈리아-미국 음식이라니 ㅠㅠ





오슬로 페페스 피자


 다만 엑스트라는 쌉니다. 저거만 먹고 떼울까 하는 생각을 0.3초동안 했다가 포기. 피자 한 판과 사이드 샐러드를 시킵니다.




오슬로 페페스 피자


 그치만 나온 피자는 어마어마하게 만족스러운 크기와 질감이었습니다. 오오 페페스 피자 오오. 하긴 이 돈 냈는데 맛없으면 굉장히 빡쳤을 듯. ^_____^






오슬로 페페스 피자


 으아아아아 잠깐 물가를 잊고 식도락에 빠집니다. 먹고 나서 어마어마한 지출에 후회했지만 먹을 때 쾌락을 보장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웃긴 게 오른쪽 테이블에 굉장히 근육 우락부락한 남자 둘이 피자 먹고 있길래, 캐서린이 오오 멋지다 했는데 갑자기 둘이 격렬 키스를...





... 정말 이건가










 근데 올리고 보니 저는 smart도 nice도 handsome도 아닌데 여집합의 정의는 없군여 어허헣 ㅠㅠㅠ





오슬로의 밤 거리


 어느새 어두워진 오슬로.


오슬로의 밤 거리


 ...그런데 정류장을 지나치기까지 해서, 결국 숙소로 돌아옵니다.






 숙소에서 에어비앤비 호스트였던 표트르, 지나와 얘기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희 기차가 새벽 4시 15분이었는데, 단 1박 요금만 냈음에도 불구하고 밤까지 계속 있게 해 주고, 심지어는 가면서 배고플 거라고 요구르트까지 ㅠㅠ



요구르트


 요구르트 받으면서 정말이지 너무 감동했습니다 ㅠㅠ 으아 이 동네의 미친 물가를 생각하면 정말 더더욱 감격스럽죠.












 근데 하필 여기서 캐서린과 싸움이 나서,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아침에 이어) "You never listen to me."라며 단단히 화가 났습니다. 제가 아침에 캐서린 말 안 듣고 했다가 밥 망친 것 하며, 제가 낮의 바이킹 박물관에서 찍은, 캐서린이 웃기게 나온 사진을 페북 단체방에 올린 것 때문에 화가 났다는데요. 


 근데 저는 아침에 밥을 제가 알아서 잘 하고 싶었을 뿐이고, 그건 미안하지만, 아니 사진때문에 갑자기 엄청 화내면서 그러는 게 너무 이해가 안 되어서 짜증이 나는 바람에, 장기전으로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그 사진을 올리지 말라고 했다는데 전 다른 사진 올리지 말라고 한 건 기억나지만 그 사진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안 나기도 하구요, 더군다나 노트북도 안 가져와서 계속 쓰게 해 줘서 할 일도 잘 못 하고 있었고, 계획 등등 많이 맞춰 줬다고 생각했는데 별 것 아닌 걸로 너무 짜증 내니까 돈 몇 푼 아끼려고 왜 얘랑 같이 왔지 하는 생각까지 들어서 기분은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콩간지내가 속이 더럽게 좁은건가...





 뭐 사실 그냥 미안하다고 했으면 될 일인데 피곤과 짜증까지 겹쳐 굉장히 속이 좁은 모습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노벨 평화 센터를 보고 온 정신상태 치고는 정말 글러먹긴 했네요. ^___^;









 결국 에어비앤비 호스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어색하지만 중앙역으로 향합니다.


오슬로 버스 터미널


 거의 막차를 타고 나왔는데 기차역은 아직 열리지 않아, 좀 더 기다리기 위해 찾은, 역 근처의 버스 터미널.


오슬로 버스 터미널


 역 대합실에서 블로깅을 했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블로그에 글을 썼구나, 사진을 보고 깨닫습니다 ㅋㅋㅋㅋ


오슬로 버스 터미널


 나쁘지 않은 라운지 풍경. 쌀쌀하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열심히 잡니다.








오슬로 중앙역


 그리고 마침내 문이 열려 들어올 수 있었던 기차역! 3시 56분이라는 시간을 보니 제가 다 답답하네요 ^_^; 스타방에르로 가는 4시 15분 첫 열차를 타기 위해 플랫폼으로 향합니다.


오슬로 중앙역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잠시 기다리는데, 한국인 두 명이 지나갔습니다. 남자 한 분과 여자 한 분인데, 자전거로 여행 중이셨어요. 그런데 시간도 시간이고 멍-하니 있다가 놓쳐버리고 말았습니다.



노르웨이 기차


 마침내 기차에 탑승, 기차는 스타방에르로, 자그마치 8시간의 여행을 시작합니다.











노르웨이 여행 지도, 10/19노르웨이 여행 지도, 10/19


...그렇게 저는, 스타방에르로 가...가버렷!



스타방에르에서 꼐속









9월 8일, 화요일






 8일 화요일. 오늘은 한국인 파티가 있는 날입니다.







 웰컴 페어에 이어 있었던 정신 없는 파티의 시기에, 헬싱키의 타이거 클럽에서 다른 학교로 온 한국 교환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죠. 그래서 다른 학교 교환학생들과 같이 모여서 한국 음식도 해먹고 등등 파티를 하기로 한 날이, 바로 오늘... ^_^;;











 그.러.나. 오늘은 또한 수업이 있는 날이기도 하니 일단 수업을 들읍시다.




 핀란드의 학식, 유니카페에서 먹은 밥. 2.6유로 치고 정말 혜자하게 나왔습니다만 이건 운이 좋았을 때입니다. 운이 안 좋으면 그냥 샐러드만 왕창 담게 되는 수가 ㅐㅇ겨요. 저거 다시 보니까 배가 고프네... 아무튼 혜자하게 나온 유니카페 감사하게 먹어줍시다.




 헬싱키 대학교 학생들과 모여서 가기로 했으니 그 전까지 도서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리고 할 것이 없어서 도서관을 이리저리. 마치 중도에 있는 이상한 아저씨들 같네요 지금 생각하니 ^_^;;



 한국어 서적도 도서관 한 켠에 비치되어 있었습니다. 언어 위주로 책이 갖춰져 있었습니다.



 그렇게 기다리다 수업을 마친 다른 학생들과 함께 아시안 마켓에 들러서 음식들을 좀 샀습니다.



 김치와 라면 등등... 하카니에미 역 거의 바로 옆에 있는, 동방슈퍼에서 샀어요. 그리고 K수퍼마켓을 들러 삼겹살과 다른 고기 조금을 삽니다. 너무 예전이라 기억이 잘 안 나네욬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쓸데 없이 장엄한 역 시계탑을 뒤로 하고, 다른 학생들과 모두 만나 자그마치 여섯 명이서, 출발!








 파실라는 중앙역에서 딱 한 정거장, 통근열차를 타고 가면 있어요. 통근열차다 보니 메트로보단 역 간격이 길지만, 그래도 조금 무리하면 걸어다닐 수도 있을 만한 거리입니다. 이런 곳에서 살고 있다니 여기 사는 사람들 부럽습니다ㅠㅠㅠㅠ 콘툴라는 존나 최악인데...













 그리고...








고-기





 고기를 열심히 구워 먹읍시다.





 사실 클럽에서 만난 것이고 그마저도 저와 일부 뿐이라 많은 사람들은 거의 일면식도 없는 상태여서 걱정했는데, 먼저 파실라에 있는 사람들이 반겨 주어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ㅠㅠ 저희 쪽에서 여섯 명, 그리고 파실라에 네 명이 더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는 헬싱키 대학교에서 항상 여초로 지냈는데 이쪽엔 남자가 더 많은 것 같더라구요. 신기했습니다. 





 저렇게 고기를 계속 굽고, 맥주와 사이더를 마셨습니다.



 입이 너무 많아 고기가 금방 동나자, 곧 동원된 파스타에,




감자튀김과 계란말이까지 ㅠㅠㅠ



 저 계란말이는 진심 존맛이었습니다... 으아 계란말이 잘 하는 남자 부럽다 ㅠㅠ





 시간이 늦어 플랫에서 계속 파티를 하기 좀 거시기해지자,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파실라 근처의 야경이 보여서 나름의 운치가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술을 마시고 과자를 먹으며 조금씩 이야기를 하다가, 시간이 되어 헤어졌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때 파티 이후로 여기 파실라 한국 학생들이랑 1번도 못 봄ㅠㅠ 저와 같이 간 여자애들은 그 뒤에 수오멘린나로 놀러가고 해서 친하게 지내나 했는데 뭔가 자연스럽게 만날 일이 없고 하니 교류가 없어진 모양입니다. 노르웨이 여행 끝나고 11월쯤에 다시 만남을 추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집에 돌아간 저는 자기 전에 홀로 마지막 만찬을...











무.파.마.






그렇습니다.




성공한 자의 상징.

사회적 성공의 징표, 무파마.







 사실 무파마는 파실라에서 끓여먹으려고 동방슈퍼에서 산 것인데, 너무 융숭하게 대접을 받아 많이들 남겨 주고, 하나만 제가 가져왔습니다. 물론 이 하나 산 만큼의 돈은 제가 전체 다른 사람들에게 지불하였습니다. 저의 회계는 철저합니다 ^_^;;



 그리고 좀 행운이 있었던 게 평소에는 동방슈퍼에 라면이 거의 없어요. 한국 라면 자주 있는 게 이상한 첨 들어보는 '감자면' 정도. 비 보안에는 라면이 많지만 정작 무파마는 별로 없습니다. 아아 무파마를 먹을 수 있던 이 날은 얼마나 은혜로운 날이었던가.



끓입니다.






끓습니다. 계란 투하!






 후루룩 쩝쩝





꺼-억





 잘 먹었다.






 아침의 유니카페부터, 저녁의 파티와 밤의 무파마까지. 하루 종일 먹을 복이 가득했던 하루를 끝마치고, 저는 내일을 위해 잠에 듭니다.












꼐속








9월 7일, 월요일






그렇습니다. 9월 7일, 드디어,



제 인생은 개강하였습니다.















출처: 먼나라 이웃나라 독일편출처: 먼나라 이웃나라 독일편


이 얼마나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일입니까?








 첫 주에 있던 수업을 수강신청 취소하면서까지 미루고 미루려고 했던 개강이, 드디어 9월 7일, 9월의 둘째 주가 되어 다가오고 말았던 것입니다ㅠㅠ







 정말이지 비탄을 금할 길이 없네요...










 그치만 다행인 건 개강한 수업은 하나 뿐이라는 것입니다. 월요일 아침 수업은 다음 주에 개강, 저녁(자그마치 오후 6시)에 진행되는 핀란드어 수업만 오늘 개강하였습니다. 어찌 되었건 수업 하나가 개강했으니, 저는 교재를 구해야 하는데...




 그러니 저녁 수업인데 귀찮기도 합니다만 일단 집을 나섭시다.




 도서관에서는 매우 당연하게 이미 다 대여가 끝났습니다. 도대체 개강 당일날 대여를 노리다니 어떤 멍청이인지 제가 다 궁금하네요 ;;






 도서관에서 실패를 맛본 저는 일단 sitsit 파티에 돈을 내러 갑니다. 얼마 전에 신청한 학생 파티인데 참가비가 자그마치 15유로. 그런데 사실 그 값을 하긴 합니다 ㅎ;ㅎ;.. 가는 길에 러시아 플메 안드레이를 만났는데 안드레이도 sitsit에 간다고. sitsit에 관해서는 조만간 포스팅하게 되겠지요.



 요런 건물에서 학생들이 돈을 수납하고 있었습니다. 이 건물은 그 뒤로 가 본 적이 없네요 ^_^;;





 아... 이 쯤 하여 사실 한 것도 없는 저는 배가 고파졌으므로 밥을 먹습니다. 어떤 식충인지 제가 다 궁금해지네요;;





 그리고 저는 학교 구내 서점이 있던 게 생각나서 그 곳을 찾기로 합니다.





 음...





헬싱키 대학교 구내서점헬싱키 대학교 구내서점




아담-합니다




 네. 보시다시피 별로 넓지가 않고, 책 뿐 아니라 기념품이라거나 음료라거나 다른 것들도 팔고 있어서 책 진열하는 부분은 더더욱 좁습니다. 혹시나 해서 물어봤지만 역시나 제 교재는 없습니다. 사실 교환학생을 위한 핀란드어 수업 중에서도 쓸 데 없이 마이너한 걸 고르는 바람에 제 인생이 좀 꼬였는데, 여러분은 그 꼬여가는 과정의 극히 초반부를 지금 감상하시고 계신 것입니다. 어헣 어헣.




 그리하여 저는 헬싱키에서 매-우 유명한 서점인, 아카테미넨 서점(Akateeminen Kirjakauppa)에 가기로 합니다.




아카테미넨 서점 정문아카테미넨 서점 정문


 이 곳이 바로 아카테미넨 서점. 도심 근처, 스톡만 바로 옆에 있습니다.




 이 곳은 사실 단순히 책 사는 곳으로뿐만 아니라, 관광지로도 유명합니다. 바로 핀란드의 유명한 건축가인 알바르 알토(Alvar Aalto)가 지은 건물이기 때문이에요. 대가의 이름 답게, 정말 북유럽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건물입니다.






 으아아. 헬싱키 대학교 도서관도 그렇고, 하늘이 뻥 뚫린 구조가 대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반원 모양으로 한쪽 귀퉁이를 뚫어 놓은 도서관과는 달리 아카테미넨 서점은 사각형으로 중앙이 뚫려 있어요. 간결하고 깔끔한 느낌을 줍니다. 물론 필터떡칠은 필송합니다.



 진열된 책들.



 천장에는 창이 뚫려 있어, 밖에서는 자연광이 들어오고 그 창 옆에는 전등이 달려 은은한 느낌을 더해 줍니다. 



 위층에서 본 아카테미넨 서점 내부.



 윗층에서는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3층에서 진행중이었던 전시는 바로 시벨리우스 전시!



 핀란드의 비공식적 국가인 '핀란디아'를 작곡한 시벨리우스. 헬싱키에 아직 찾아가보지는 않았지만 시벨리우스 기념 공원도 있는 만큼^_^;; 핀란드 사람들은 시벨리우스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제가 여기에 온 이유는 원래 책을 사기 위해서였죠. 












그러나 저는 책을 사지 못했습니다.




왜냐면요,








책 한 권에 40유로행...







 이건 미친 짓이야 난 여기서 나가야겠어 ㅠㅠ








 게다가 제가 사려한 책이 멋들어진 하드커버나 두껍두껍한 책도 아닌, 한 권에 200페이지 가량 되면서 품질도 그닥... 거의 신림동 복사집에서 만들 만한 품질의 책들이고, 두 권을 사야 하니 자그마치 지출은 80유로가 되는 상황이었습니다ㅠㅠㅠ 으아아아아아아










 아마 핀란드에서는 저자들한테 로열티를 많이 주어서가 아닌가 싶은데요... 이 상황을 맞이한 저는 일단 눈물을 삼키며 후퇴할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수업에 가기 전에 잠깐 단스케 방크에 들려, HOAS 임대료를 냅니다.



 현지 통장을 개설하지 않으면 송금 떄 5유로의 수수료가 듭니다. 자그마치 한국 돈 7,000원...! 어마어마한 돈인데, 또 통장을 개설하려면 뭔가 아주 복잡한 절차가 있고 수수료도 든다는 얘기를 들어서 그냥 한 학기 동안만 이걸 내기로 합니다. 사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좀 더 자세히 알아볼 걸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미 3개월이나 임대료를 냈는데 지금 와서 또 신청하자니 지금까지 쌩돈 낸게 아깝네요. 남은 기간 동안에도 잘 수수료 내야겠습니다. 어헣...





 그리고 수업이 진행되는 건물은,



 의사당 광장 바로 옆 건물! 대성당에서 바로 보이는 멋들어진 건물이 헬싱키 대학교 메인 빌딩입니다 ㅠㅠㅠ






 딱 봐도 굉장히 오래 된 느낌이 나는 복도.





 강의실에 들어왔습니다. 당연히 시간이 넘쳐나는 저는 수업 시작 1시간 전에 도착했기 때문에,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렇게 벽에 걸린 초상화를 보며, 저 분들은 어떤 분이실까 생각하고 있던 와중에, 하나 하나 다른 학생들이 들어오네요.






 여기서 가장 먼저 만났고 친해진 사람은 석사과정에 다니고 있는 스코틀랜드 출신 미셸. 글렌과는 달리 영어 억양도 알아듣기 엄청 쉽고, 드립도 웃기고 해서 바로 되게 친해졌습니다. 헬싱키에서 공부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핀란드인 남자친구가 있어서 핀란드어 수업을 듣게 되었다고 해요. 이 외에도 몇 명들이 들어와서 인사를 하고 얘기를 하다가, 당연히 수업 시간이 다가오면서 우르르 사람들이 몰려 와서 곧 상황은 정리.




 그리고 친해진 미셸이 책을 보여주겠다고 해서 다행히 책 걱정을 덜 수 있었습니다. 수업은 대체로 PPT 위주로 진행이 되고 유인물도 자주 나눠줘서, 책이 항상 필요하진 않은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정말 다행이었습니다ㅠㅠ




 그리고 이 수업, 'Intensive Finnish for beginners'인데,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핀란드어를 공부하겠다고 '인텐시브'를 택한 제가 두 인텐시브 수업 중 굳이 늦은 이 수업을 선택한 건 물론 시간표상의 문제 때문이었지만, 이 때문에 한 학기 내내 고통을 받게 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 좋은 점이 있었는데, 다른 한 수업은 교과서의 저자께서 수업을 하세요. 그럼 아무래도 책을 안 사면 매우 눈치가 보였겠죠ㅠㅠ. 이처럼 월수목 저녁 7시 30분 하교의 저주에도 좋은 측면이 있다..하고 자위합니다.











 첫 날 수업은 간단한 오리엔테이션과 인사말 정도였습니다. 이 때만 해도 내가 이 수업을 잘 따라갈 거라고 생각했지... 그랬었지...ㅠㅠ 흐르는 이 것은 눈물인지 뭔지...ㅠㅠ





 수업을 마치고 나와서 본 대성당. 대성당은 앞으로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이 보게 됩니다. 지겹도록이라고 쓰려 했는데, 전 두 달째 대성당을 보고 있지만 아직 지겨워지지는 않았으니 그 표현은 빼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어제 먹다 남긴 삼겹살을 먹고 자는 것으로 오늘의 일정은 종료.













 내일은 화요일입니다. 화요일엔 원래 두 개의 수업이 있는데, 하나는 아직 개강을 안 했고 하나는 내일 개강. 으으으...^_^; 설레는 마음을 품은 채 저는 잠에 듭니다.











꼐속








노르웨이 여행 둘째날(1): 2015년 10월 18일 일요일




 사실 노르웨이 여행 첫날의 이야기를 자그마치 네 개의 포스트로 나눠 쓰는 바람에 굉장히 분량이 창렬해진 점, 인정합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중간에 끊고 포스팅을 마치고 싶은 충동이 들더라도 최대한 자제하여 가능한 한 한 포스트에 많은 분량을 담도록 하겠습니다.










 노르웨이에서의, 오슬로에서의 둘째날의 아침은, 밥을 짓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밥을 지읍시다. 밥을.






 그런데 문제는 저는 태어나서 딱 ①한 번 밥을 지어 본 적이 있는데 그게 얼마 전이고, ②그 밥조차 그냥 전기밥솥에 지은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캐서린이 밥을 하려고 했는데, 뭔가 얘기를 들어보니 벨라루스식 밥짓기와 한국식 밥짓기가 다른 것 같아서 제가 대충 하다가... 





 결국 태워먹고 맙니다. 아랫부분은 바닥에 눌어붙고 윗부분은 설익은 완벽한 태워먹기. 캐서린은 "You never listen to me."라고 말하며 조금 빡친 것 같은 표정을 짓습니다. 이건 저의 잘못이 명백하니 뭐라 대꾸할 수도 없습니다. 캐서린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제가 열심히 해 보고 싶어서 뻘짓을 한 거긴 한데, 어쨌건 밥이 망했으니 그것도 잘못이죠.




 반찬은 어제 산 연어.




 그리고 저는 핀란드에서 가져온 김...을 곁들입니다. 연어에 김이라니 뭐 진수성찬이네요 ^_____^; 쌀이 계속 씹힌다는 점을 빼면...






 아무튼 밥을 먹고 나옵니다. 밖에서 찍은 표트르와 지나의 아파트. 저번에 봤을 땐 그렇게 좋은 지 몰랐는데, 지금 보니 저 한 층을 두 가구만 쓴다면 정말 딱 봐도 넓어 보이네요. 




 그리고 환승을 위해 도착한 중앙역입니다. 중앙역 바깥 유리벽, 어제는 밖에서 안을 쳐다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몰랐는데 ^_^;; 휘날리는 종이처럼 보이는 디자인이 인상적입니다.





 여기서 새로이 24시간 대중교통권을 구입한 저희는, 어제부터 가야지 가야지 가야지 하고 벼르고 있던 ☆노르웨이 최고의 박물관☆ 프람 박물관으로 향합니다.













 지도에서 보시다시피 프람 박물관은 반도의 끝에 있기 때문에, 여름에는 페리를 타면 됩니다만 페리 따위 없는 저주받은 계절에 온 저희는 그리로 가는 버스를 타고 하염없이...하염없이... 기다려야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 ^_^



우오오






 사실 저 모아이는 콘 티키 박물관에 딸려 있는 것이지 프람 박물관 건 아닙니다만, 눈에 바로 들어오는 건 어쩔 수 없네요 ㅋㅋㅋㅋ 바로 모아이와 격렬하게 포옹해줍니다.




 사실 저는 여기 오기 전까지도 콘 티키 박물관이 여기 있는 줄 몰랐는데, 도대체 아는 게 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콘 티키 박물관도 꽤 흥미로워 보였습니다. 콘 티키가 뭐냐면, 노르웨이의 인류학자 토르 헤이에르달이 남아메리카에서 이스터 섬까지 타고 간 아주 작은 목선입니다. 이 양반은 이스터 섬의 문명이 남아메리카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믿었는데, 학계에서 그 견해를 받아들이지 않자 그걸 증명한답시고 본인이 직접 배를 타고 남아메리카에서도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겁니다. 오오 끓는 피 오오...!





 그렇지만 함정은 여행의 가장 큰 장애물인 훔볼트 해류는 다른 배의 도움을 통해 넘었다는 점. 가장 큰 장애물을 고려하지 않고 탐험을 한 셈입니다. 무엇보다 유전자 검사 결과 이스터 섬 주민들의 조상은 폴리네시아계인 것으로 밝혀져 헤이에르달의 학설은 매장크리... 그렇지만 이스터 섬으로의 항해 이후에도 모로코에서 서인도 제도까지, 메소포타미아에서 인도까지 조악한 배를 타고 항해를 계속했습니다. 정말이지 자신이 믿는 바를 위해 몸을 던지는 그 열정은 정말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뭐 한편으로는 기존에 이미 나와 있는 고고학, 인류학적 근거들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항해를 한 걸 보면,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 싶기도 하지만요;;






 그리고 눈 앞에 보이는 사람 모양 돌 조형물과 셀카를.







평화-롭다





이미 박물관은 안중에도 없고 해변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모습입니다.




 ...그치만 해변에도 볼 것들이 좀 있으니, 천천히 살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바다 건너 보이는 오슬로의 가장 번화한 곳들.




 유럽의 북쪽 끝에 있는 나라인데도, 거의 정오의 햇살을 맞고 있으니 굉장히 따뜻합니다. 열대 휴양지에 온 것 같은 착각이 0.3초간 들었습니다.





 그리고 금속 판이 세워져 있어서 들여다 보니,




 베트남 보트 난민들을 받아 준 것에 대한 감사패로군요.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베트남 사람들이 뭔가 베트남 본토의 인구나 이미지에 비해서 굉장히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핀란드에도 그렇구요. 그것이 베트남 전쟁 이후 난민들이 유럽에 많이 정착했기 때문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선원들과 한 컷. 저 떄는 몰랐는데, 프람 박물관 옆에 있었으니 아마 전설적인 선원들이었을 것 같네요.



 요트 타고 싶다...








 이렇게 해안을 돌면서 바다를 흠뻑 느낀 저는, 이제 프람 박물관으로 들어섭니다.




프람 박물관 정문프람 박물관 정문


THE BEST MUSEUM IN NORWAY





 으아아 들어가는 문부터 위풍당당.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프람 박물관이 무엇을 다룬 박물관인지도 몰랐습니다.





 여러분의 어이가 상실되는 소리가 벌써부터 들리는데요. 그렇습니다. 그냥 여기 가자고 한 것은 캐서린이 가자고 해서이고, 아 뭐 박물관 좀 들러야지 생각하던 김에 노르웨이 최고의 박물관이라니 그냥 거기 가자 해서 온 겁니다. 으아아아아아... 저는 여기 들어오고 나서 처음으로 프람 박물관이 무엇을 다룬 박물관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거슨...배.






목선.





...그런데 그냥 목선이 아닌,




북극과 남국의의 유빙 사이를 휘젓고 다니던,




극지 탐사용 목선.


















ㅁㅊㄷ ㅁㅊㅇ














간지폭풍간지폭풍



 아아 극지 탐사선이라니 ㅠㅠㅠ저는 프람 박물관이 내뿜는 간지포...포풍에 실신해 버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으아아아아아아 '프람'이란 극지 탐사선의 이름이었던 것입니다!! 마음 속에는 진심 개쩐다... 개쩐다 생각만.






 입장료는 기억이 안 나는데 인터넷을 보니 학생은 40크로네랍니다. 다만 옆의 노르웨이 해양 박물관(NMM)과 연계한 표를 판매하는데, 저희는 시간이 많이 없어서 해양 박물관은 포기했습니다.







 오래 되어서인지 아니면 방부 처리를 잘못한 것인지 무언가가 새는 모습으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_^;;


프람 박물관 1층 벽면프람 박물관 1층 벽면     프람 박물관 1층 벽면프람 박물관 1층 벽면


 장-대한 프람 호의 여정. 북극은 몇 번이나 탐사해서 난센이 북위 86도 14분까지 갈 수 있게 한 데다가, 자그마치 아문센의 남극 정복에도 함께한 배입니다. 




프람 박물관 1층 포스터프람 박물관 1층 포스터




 먼저 본격적인 전시물이 없는 1층을 둘러보는데, 스발바르에서 프란츠 요제프 제도로 가는 프로그램의 포스터가 떡하니 붙어 있었습니다. 와... 프란츠 요제프 제도라니... 감탄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프란츠 요제프 제도(Franz Joseph Lands), 그러니까 젬랴프란차요시파는 북극해에 있는 러시아령의 무인도 군도입니다. 1865년에 노르웨이의 고래잡이들이 발견했다고 하나 공식 보고된 것은 아니고, 약간은 뜬금없지만 1873년에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탐험대에 의해 발견되었어요.







빙하와 어둠의 공포빙하와 어둠의 공포



 제가 이 제도에 대해 접하게 된 것은, 크리스토프 란스마이어의 『빙하와 어둠의 공포』라는 책을 통해서였습니다. 이 책은 예전에 프란츠 요제프 제도를 발견한 탐험대의 이야기와, 그 탐험대의 뒤를 좇다 스발바르에서 사라진 청년의 이야기, 두 이야기를 교차시키며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저는 특히나 북극해에서의 탐험대의 사투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저자는 약간은 건조하지만 아름다운 어조로 배를 죄어 오는 빙하와 무시무시한 추위, 그리고 공포와 공허함을 서술하고, 저는 이 문장들을 읽으며 극지라는 곳이 주는 어떠한 원초적인 적막함과 공허에 대한 환상을 키웠습니다.







 그런데 이 섬들에, 비록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탐험대의 경로가 아니라 프람의 경로이긴 하지만, 가 볼 수가 있다니...!








는 FAIL.



가장 싼 곳이 1인당 6,930달러, 현재 환율로 781만 7,040원. ^___^





 이건 뭐 핀란드 한 학기 생활비를 2주에 꼴아박게 되겠군요. 박물관 방문자에 한해 5% 할인해준다고 하는데, 그래도 여전히 742만 6,000원... 나중에 제가 저 비용을 부담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벌게 되었을 때, 그 때가 되면 북극해의 접근성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하며, 일단 들뜬 마음을 억누릅니다.







 프람 박물관 내에는 작은 매점이 있는데 별로 비싸지 않았습니다. 잘 안 팔려서일까요 ^_^;;



 다만 테이블은 이렇게 극지 컨셉으로 꾸며 놓았습니다. 저기 스크린에서는 극지 탐사 영상이 계속 나와요. 굉장히 컨셉에 신경을 쓴 박물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층 오른쪽, 기념품 상점 근처에 가면 아마 어린이들이 대상인 듯한 여러 체험들을 할 수 있는데요, 저는 정신연령이 초딩급이므로 역시 시도해보았습니다.



 이건 극지 반응 속도 테스트인데, 시작하면 저 하얀 버튼들 중 하나에 불이 들어오고, 그 불이 들어온 것을 눌러야 하는 겁니다. 두더지 잡기를 생각하시면 쉬울 텐데요, 다만 보시다시피 버튼들이 굉장히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어서 ^_^;; 몸의 순발력도 중요하지만 빨리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묘하게 중독성이 있어서 네댓번은 한것 같네요 ㅋㅋㅋ





 이건 극지에서 짐 끌기 체험. 왼쪽 건 가볍고 오른쪽 건 말도 안 되게 무겁습니다. 게다가 보시다 시피 사람들이 얼마나 열심히 시도했는지 바닥의 도료가 다 벗겨져 있는데, 그래서 마찰이 안 생깁니다. 족족 미끄러져서 도저히 앞으로 나갈 수가 없습니다 ㅋㅋㅋㅋㅋㅋ 그래도 갖가지 편법을 동원해서 앞으로 나아갔을 때는 쾌감이 쩝니다. 덧붙여 제가 극지에서 저런 짐을 끌고 있다면 끔살당할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인 전시를 보러 위로 올라갔는데...



☆ 한국어 지원 ☆











엄지 척





 으아니 이게 얼마만에 보는 한국어인가요... 여러 언어들이 다 지원돼도 한국어는 항상 빠져 있었는데 한국어 지원이라니ㅠㅠㅠ 너무 감동입니다. 게다가 흔히 보이는 말도 안 되는 한국어도 아니고, 번역투 느낌이 나긴 해도 정상적인 한국어 문장들입니다.



 위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벽들을 따라 여러 전시가 되어 있는데, 설명이 벽에는 영어와 노르웨이어로 써 있고, 옆의 스크린으로 다른 언어 버젼을 볼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으아아 한국어라니 갓-람 박물관 인정합니다ㅠㅠ





 그런데 저는 정작 전시와 설명 부분은 사진을 많이 안 찍은 것 같네요. 정말 재밌게 보고 읽었는데, 위치도 좀 그렇고 글 위주라서 사진 찍기 애매했던 점이 없지 않습니다. 그럼 이제 프람 호로 올라갑시다.



프람 호 갑판프람 호 갑판


 이게 그 프람 호란 말인가...? (먼산)




프람 호 갑판프람 호 갑판


 위풍당당합니다.





프람 호 갑판프람 호 갑판


 그리고 그 위에 서 있는 저는 위풍당당...이 아니라 목 앞으로 푹 숙인 거북목 크리.



프람 호 갑판에서프람 호 갑판에서


 거북목이 너무 심하게 진행되어 목의 기능이 퇴화된 저의 모습. 마치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플라잉 더치맨에 붙어버린 선원들 같네요.







프람 호 갑판에서프람 호 갑판에서


 ...헛소리는 그만하고 이제 프람 호 내부로 들어갑시다. 셀카 말고 다른 사진에는 저 문이 안 나와있네요. 무슨 이런 데서 셀카를 찍었지 ㅡㅡ 노답인 듯.



프람 호 내부프람 호 내부


 프람 호의 짬밥은 여기서 만들어졌겠죠. 


프람 호 내부프람 호 내부


 타이타닉을 생각나게 하는 엔진들.


프람 호 내부프람 호 내부


 선원실. 저기 보이는 조그마한 구획이 침상입니다. 잠을 제대로 자기나 했을까 가슴이 아프네요ㅠㅠ


프람 호 선창프람 호 선창


 ...약간 내려가면 선창을 볼 수 있는데,


프람 호 선창프람 호 선창


 어김 없이 빽빽히 들어차 있는 낙서들. 유심히 살펴봤는데도 한국어를 못 봤습니다. ^_^. 몽주니어 1패 추가하겠습니다.



프람 호 내부프람 호 내부


 그 와중에 발견한, 프람 호 제3차 탐험을 기념하는 명판. 아문센의 이름이 가장 위에 보입니다. 키야 아문센뽕에 취합니다!





프람 호 내부프람 호 내부


 축음기. 옆에 있는 건 피아노입니다.



프람 호 내부프람 호 내부


 아마 의료용 도구들. 저 거울과 핀들을 보자니, 으으... 여기서 제대로 된 마치도 없이 치과 시술을 받았을 선원들에게 애도를ㅠㅠㅠ








 프람 호를 둘러 보고 나와 다시 전시와 설명들을 보다가, 한 체험 공간을 발견했습니다. 이름하야 열파참...이 아니라 '극지 탐험 체험'!



 ...들어갑시다.





는 호러.




'극지 탐험'의 로망보다는 보단 빙하와 어둠의 공포에 중점을 둔 모습입니다 ㅋㅋㅋㅋ





 저 문? 배? 밖의 얼음들은 계속 번쩍번쩍거립니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작은 통로가 있는데...






히-익



엌ㅋㅋㅋㅋㅋ







 어차피 길이도 짧으니 잠깐 돌아보기에 손색이 없는, 매우 재미있는 체험 코너였습니다ㅋㅋㅋㅋ




 기념품점에서는 특기할만한 건 없습니다. 다만 시계가 '한정판'이래놓고 할인하고 Don't miss it! 써 놓으니까 좀 없어보일 뿐;;







 이후 저희는 버스로 세 정거장 전에 있던 바이킹 박물관에 갔습니다.


오슬로 바이킹 박물관오슬로 바이킹 박물관


 바이킹 박물관의 전경.



오슬로 바이킹 박물관오슬로 바이킹 박물관


 사실 이 박물관 자체의 문제인지 저희가 프람 박물관을 보고 와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깊은 인상은 들지 않았습니다.




오슬로 바이킹 박물관오슬로 바이킹 박물관


 이렇게 잘 보존된 롱보트와 거의 다 부서진 롱보트, 롱보트 총 세 개가 있고...


오슬로 바이킹 박물관오슬로 바이킹 박물관


 그 이외의 바이킹 유물들도 이런 홀 하나 분량. 좀 더 보존이 필요한 유물들을 위한 작은 방 하나가 따로 있습니다.


오슬로 바이킹 박물관오슬로 바이킹 박물관


 뭐 그나마 보기엔 나쁘지 않지만... 이 쯤 되면 왜 바이킹 박물관을 제목에 안 썼는지 다들 파악하시고도 남았을 듯 ^_^;;







 바이킹 박물관을 둘러 보고 나니 오후 2시. 일단 중앙역으로 돌아갑니다. 이 때 돌아간 이유는 심카드를 등록하기 위해서인데... 오늘이 일요일이라서 비록 중앙역의 Netcom 영업점은 열었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은 일을 안 해서 심카드 등록은 안 된다네요. 또 한 번 좌절을 맛본 후, 샌드위치로 점심을 떼웁니다.



 노르웨이에서 식도락은 사치입니다 ㅠㅠ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이 다음은 다시 시청 광장으로 돌아와, 계속 오슬로 앞 바다에서 보았던 아케르스후스 요새로 향합니다.




 아케르스후스 요새는 오슬로를 수비하기 위해 13세기에 만들어졌다고 해요. 주로 스웨덴과의 전투가 많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케르스후스'는 오슬로 시를 둘러싼 군(County)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 뜻밖의 루스벨트. 설명도 없습니다. 처음엔 웬 루스벨트인가 했는데, 아마 제2차 세계대전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노르웨이는 중립을 선포했음에도 나치에 점령당한 흑역사가 있었고, 결국 연합군에 의해 해방되었으니까요.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아케르스후스으로 들어가는 길. 신기하게도 이 정도 규모의 성인데, 입장료도 겁문소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노르웨이에서는 어디서나 디자인이 있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 고궁이나 성 안에 이런 작품들을 설치하면 반발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고독해 보이는 은색 남자와 고독해 보이는 저, 둘의 투샷입니다.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아까 걔 여기서 도망나온 건 아니겠죠.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총을 받들고 큰걸음으로 걸어가는 군인. 옛날 생각 나니까 그만 했으면 ^_^;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아케르스후스 성의 다른 방향 입구입니다. 주차장이 있네요.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그리고 유럽의 성이나 요새에서 항상 가장 좋은 부분인 녹지.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대포들을 보니 수오멘린나가 생각나네요. 바다가 보이는 넓은 녹지에 반해서, 여기에 꽤 눌러 앉아 있었습니다.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아케르스후스 측면 성벽.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아케르스후스에서 보는 오슬로 앞바다.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이 건물 아래에 꽤 괜찮은 풀밭이 있어서 또 오랫동안 누워 있었습니다. 햇살도 좋고... 오랫만에 정말 기분 좋게 나른한 오후. 골방에서 보내는 나른함 말고.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해안 성벽을 따라 길이 나 있습니다.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높은 곳에선 정말 높습니다. 떨어지면 끔살당할듯;;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중간에 투르쿠 때처럼 아케르스후스 내성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이미 시간도 없고 돈도 아깝기에 기념품점만 둘러보고 나가려고 합니다.




노르웨이 메테-마리트 왕세자비노르웨이 메테-마리트 왕세자비


 노르웨이의 왕세자비 메테-마리트. 사실 메테-마리트는 왕세자와 결혼 전, 마약 갱 두목과 동거해서 사생아까지 낳은 걸로 엄청 유명했었습니다. 그래서 그 사생활에 개방적인 노르딕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반대가 엄청났다고 해요. 그래서 메테-마리트가 공개적으로 '자신은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고 싶을 뿐'이라며 갱생해서 다른 사람이 될 거라고 눈물을 뿌리며 호소한 결과 국민들의 반발이 가라앉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또 긴장이 풀렸는지 태도 문제 등등 여러 구설수가 생기고 있고 왕자와의 관계도 소원해 보인다니 역시 사람은 쉽게 안 바뀌는 걸까요.





 사실 여기서 왕관을 쓰고 칼을 들고 사진을 찍은 게 있는데 빛 반대편이어서 얼굴에 그림자가 너무 드리워서 안 그래도 못난 얼굴 더 못나게 보이게 하니까 생략합니다.





 오슬로 트래블 가이드. 이 사진을 보고서야 아... 조각 공원엘 안 갔구나... 하는 생각이 났습니다. 그치만 저는 여행 마지막 날인 26일에서 오슬로에서 하루 있을 예정이니 너무 마음을 급하게 먹지 않아도 될 것...같습니다 ^_^;; 물론 이 글을 쓰고 있는 24일 현재, 저는 시험 공부를 1도 안했다는 준엄한 사실에 짓눌려 있습니다만...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이제 성에서 나가기로 하는데, 성도 참 큽니다.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레지스탕스 박물관. 저걸 보고 가고 싶었는데, 제가 부르는 걸 캐서린이 못 들었던 듯 ^_^;; 그냥 지나칩니다.






 저희는 어느덧 다시 시청 앞으로 거의 돌아왔고, 시간은 오후 4시 30분.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노벨 평화 센터로 향합니다.
















꼐속








9월 6일, 일요일






 어제 페라스의 생일 파티로 늦게까지 놀고 나서, 저는 또한 해가 중천에 걸린 후에야 일어납니다. 바야흐로 오후 12시, 사실상 제 입장에서는 굉장히 이른 기상이기는 합니다. 




 이른 기상을 한 기념으로 뭔가 다른 요리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자랑 계란 좀 그만 삶고 뭔가 다른 것... 다른 것.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인지 계란찜 생각이 나서, 자취할 때 몇 번 해 먹었던 전자레인지 계란찜을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릇에 계란을 풀고, 물을 좀 붓고, 소금을 뿌리고, 우유를 좀 넣으려 하는데 우유가 없네요. 어쩌지 어쩌지 하다가, 잠깐 우유를 빌리기로 하는데...

















.... 후두둑













 우유를 기울이자 나온 것들은, 제가 생각한 흰색 줄기가 아니라, 불길한 흰색 덩어리들이었습니다.





유통기한: 8월 25일




 도대체 이거, 지금까지 안 버리고 뭐한 거냐고 따지고 싶은 생각도 문득 들었지만 몰래 우유 갖다 쓴 주제에 따질 수도 없고 ^-^;; 오히려 도둑이 제대로 속아 넘어간 꼴이 되었습니다.











 아 진짜 계란찜이고 뭐고 다 때려치려다가, 이렇게 된 이상 더 제대로 해 먹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으아아아아 분노한 저는 마트에 가서 우유와 계란 등등을 재빠르게 사 옵니다.









 그리고 비장의 무기...





마늘





 어디에 넣어도 깊은 풍미를 더해주는 한국인의 필수 조미료 마늘...!





 사실 서양에서는 마늘 냄새 나면 싫어한다 그래서 좀 걱정했는데 뭐 저한테 얘기를 안 하는 건지, 아직 그런 느낌을 못 받았습니다. 당장 남유럽 사람들만 해도 마늘을 많이 먹어요. 아무튼 더 채를 썰어야 마늘 맛이 퍼질 텐데, 더 이상 채 썰기는 귀찮고 해서 그냥 저 정도 썰었습니다.




 완성된 계란찜...인데 비주얼은 좀 그래도ㅠㅠ 굉장히 맛있었습니다. 다만 맛이 조금 싱거워서 간장을 넣어 먹었습니다.












 그리고 저녁은 드디어, 얼마 전에 샀던 삼겹살을 먹는, 최초의 삼겹살 시간.





 이것도 비쥬얼이 ㅠㅠㅠ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이 때쯤 되니 슬슬 긴장이 풀어졌었나 봐요. 완전히 핀란드에 적응한 게 느껴지는 사진입니다. 한국에서 뭐 열심히 사진 안 찍었었으니까...







 삼겹살은 보통 K수퍼마켓에서 팝니다.. 작은 K마켓 말고, 육류 코너가 있는, 캄피나 콘툴라에 있는 꽤 넓은 곳에는 꼭 팝니다. 다른 곳에서는 파는 지 모르겠네요. 리들에선 안 파는 것 같고.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아서 저의 경우 요즘은 거의 주식입니다. ^_^;;






 두 개를 뜯었더니 엄청 많아 보입니다. 진짜 웃긴게 오랫만에 먹는 삼겹살이라 그런지, 저걸 보고도 답이 없다고 생각을 안 했습니다ㅋㅋㅋㅋ





 그렇지만 답이 없는 건 너무 명백하여 곧 깨닫게 되죠. 그런데 이미 삼겹살 통들은 다 버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멍ㅋㅋㅋ청ㅋㅋㅋㅋㅋ






 그렇습니다.













답이 없습니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답이 없는 현 상황을 맞아, 저는 그냥 강행돌파하기로 결정합니다. 아몰랑 일단 다 굽고 생각하자^_^





 그리고 항상 옳은 기름, 항상 맛있는 기름 버-터를 투하.



 물론 한국에 조금만 살아도 알게 되는 사실, 삼겹살 굽는 데는 버터가 필요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버터를 넣어 먹으면 그 풍미가 좋아서 버터에 삼겹살을 굽는 걸 좋아합니다. 기름+기름덩어리=기름*2. 기름이 이리도 많다니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도네요.





 그리고 여러분은 못 보셨겠지만 미리 썰어놨던 양파와 파프리카, 그리고 마늘을 투하합니다.







 괜히 중국집 주방장처럼 기분을 내면서 마구 휘저어 줍니다. 엣헴엣헴. 아래쪽에 삼겹살이 약간 덜 익었네요. 다 구웠을 떈 익었을 겁니다 ^_^





 그런데 삼겹살을 굽다 보니까 가위가 없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_^;; 뒤늦게 발견했는데 지금 와서 칼로 자르 수도 없어서, 그냥 통인 채로 구워 냅니다.





으아아 삼겹살ㅠㅠ




 비록 조악한 삼겹살이지만 이역 만리에서 삼겹살을 보는 그 감정은 참으로 남다릅니다.





 그리고 가위가 없으므로 삼겹살을 마치 스테이크처럼 나이프로 잘라 먹는 진풍경을 보실 수가 있었습니다 ^_^;;;







 그렇게 먹고, 먹고, 또 열심히 먹었건만...



 처음에 삼겹살 두 세트를 뜯었을 때부터 재앙은 예견된 거였죠. 약 6~700g 가량을 요리했는데, 아무리 고깃집 1인분이 적다고 해도 3인분은 저같은 멸치가 먹기엔 무리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도저히 이걸 어떻게 할 지를 모르겠더라구요. 이걸 그냥 통쨰로 냉장고에 넣어야 하나? 고민하던 도중...





 러시아인 플랫메이트 안드레이가 절 보더니 툭 던집니다.


 "플라스틱 통에 넣으면 되잖아?"





 아니 통이 있었단 말인가...?





있었습니다.





 ...아니 그럼 진작에 삼겹살 안 굽고 너무 많다 싶었을떄 통에 넣어서 냉동실에 넣어 버렸으면 됐을 텐데 ㅠㅠㅠ하는 생각이 온 몸을 휘감지만 일단은 삼겹살을 맛있게 먹었으니 즐거이, 즐겁게, 즐겁게 남은 삼겹살을 냉장고에 보관하며, 개강 전 마지막 일요일을 마감합니다.





 과연 개강하면 나의 삶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꼐속








노르웨이 여행 첫날(4): 2015년 10월 17일 토요일, 15:00




 하루 여행에 포스팅 네 개라니, 뭔가 어마어마하게 많은 느낌이네요 ㅋㅋㅋㅋ... 아무래도 동행이 있으니 사진의 볼륨이 다른 것 같습니다. 캐서린이 게을러 터진 저와는 다르게, 이곳저곳 가자고 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가 아니라 그게 맞는 듯... 도대체 섬 갈 생각을 제가 했을 리가 없습니다.






 대중교통 1일권의 자비를 느끼며 배에 오르자, 곧 배는 출항합니다.




 떠나가는 배에서 본 아케르스후스 요새.





 정말 신기한 게, 여러 곳 관광을 하며 배를 지금까지 정말 많이 탔지만 여전히 배를 타고 바닷바람을 맞을 때마다 설레는 건 변함이 없습니다. 출렁이는 물결 위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는 배라는 교통수단이 갖는 필연적 느낌일까요. 바로 앞바다를 지나는 작은 배를 타건, 탈린 갈 때처럼 어마어마하게 크고 아름다운 배를 타건, 이러한 느낌 자체에는 큰 다름이 없네요.






 멀어지는 오슬로. 



안녕ㅠㅠㅠㅠㅠ





 저와 비슷한 감성을 공유하는 것 같은 사람들이 설레어 사진을 찍으시는 듯 합니다 ^_^




 이게 오슬로 앞 바다의 지도입니다. 저번 포스트 사진에 엄청 작게 나온 지도에서 보실 분들은 보셨겠지만... 이 페리는 굉장히 여러 섬들을 경유합니다. 먼저 호베되야(Hovedøya)를 갔다가, 린되야(Lindøya) 동쪽 부두, 블레이쾨야(Bleikøya), 람베르괴야(Rambergøya)를 거쳐, 낙크홀멘(Nakkholmen)에 갔다가 린되야 서쪽 부두와 다시 호베되야를 거쳐 오슬로 부두로 돌아가는 구조...


 이해가 안 되신다면 시계 방향으로 도는데 린되야는 동쪽과 서쪽에 각가 한 번씩, 호베되야는 두 번 선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근데 사실 딱히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호베되야에서 내리신다면 돌아가는 페리를 타고 30~40분만에 돌아갈 수 있고, 다른 곳에서는 1시간을 기다려야 된다는 정도만 생각하시면 아무 문제 없죠 ^_^;




 저도 어느 섬을 찍었는지 구분이 안 가거든요. 대충 큰 섬이고 첫 사진이니 호베되야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대충 보기에는 작은 섬인데 그래도 배와 집들이 좀 있는 편이죠. 오슬로 앞바다이니 그리 놀랄 건 없지만서도 ^_^;







 배를 타고, 물살을 헤치며 흘러갑니다. 날씨도 그닥 춥지 않은데다가 북유럽의 청정한 하늘과 깊고 푸른 바다에 취해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여긴 사람이 많이 없는 섬. 아마 가장 남쪽에 있는 람베르괴야를 지나면서 찍었던 것 같아요. 


 동쪽 섬 블레이쾨야를 못 찍었는데, 블레이쾨야에 배가 접안했을 때 내리고 오르는 사람도 너무 없고 집도 하나도 안 보여서 레알 역대급 황-량한 청정구역인 것 같았습니다만 뭔가 재미도 없을 것 같아서 그곳은 지나쳤었는데, 구글 맵으로 보니 부두 반대편에 집들이 몰려 있더군요. 신기... 오슬로가 그렇게 싫었던 것인가.





 마지막으로 찾은 낙크홀멘. 뭔가 더 기다리면 이제 봤던 섬이고, 한 군데에서도 안 내리기도 조금 뭐하고, ......




















안되겠소, 내립시다!











 그리하여 내렸습니다. ^_^;;









 아 머리 맘에 안 든다. 미용사 고소하고 싶다. ㅠㅠ







 그리하여 선착장 옆에서 발견한, 현지 어선이 정착하는 부두 같은 곳에서, 저는 온갖 회한과 기쁨, 그리고 머리에 대한 분노를 담아 바다 너머를 응시합니다.



평화-롭다




 페리마저 떠나가버린 섬의 선착장, 바로 바다 건너에 있는 오슬로의 번화함을 우습게 여기는 듯이 섬은 너무나도 평화로워서, 저는 넋을 잠시 잃고 부두에 한참을 앉아 있었습니다. 물론 아주 한참은 아니구요. 사진을 돌아가면서 찍어 주어야 했으니까 ^_^;;




 부두를 뒤로 하고 섬을 걸어 올라가니, 더욱더 전원적인 풍경들이 펼쳐집니다.




 섬에 유일해 보이는 운동장. 바로 옆에 있는 건물은 섬의 유일한 상점입니다. 



 운동장 너머로 펼쳐진 것은 평화-로운 바다.




 섬 주민 몇 명이 상점 옆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것을 보면서, 저희는 섬을 걸었습니다. 처음에는 집 사이들을 걸었는데, 왜인지는 몰라도 사진이 남아있지가 않네요. 아무래도 너무 좋아서 사진을 못 찍었나 봅니다 ^_^;; 그래서 해안을 걸으면서 사진을 몇 장 박았습니다.





 왜 제 사진이 없냐면, 머리가 마음에 안 들어서입니다.













 ...곧 돌아갈 때가 되어 섬을 가로질러 선착장으로 가다가 섬 사이에 있는 작은 만에 다다랐는데, 조금씩 지는 해와 맞물려 너무 멋졌습니다.




 오슬로와 가까워 그렇게 불편해 보이지 않으면서도, 완벽한 고요함과 평안함. 정말이지 살고 싶은 곳으로 전혀 손색이 없어 보였습니다ㅠㅠ





 으아아 낙크홀멘 ㅠ_ㅠ 정말 잃기 싫었던 평화를 뒤로 하고, 저희는 다시 육지로 돌아옵니다.










 선착장 바로 옆에 있는 노벨 평화 센터. 다른 노벨상과는 다르게 노벨 평화상만은 노르웨이에서 수상자를 선정하고, 시상하는데요. 오늘은 시간이 벌써 오후 5시를 넘어 찾아가지 않기로 합니다.





 대신 저희가 찾아가기로 한 곳은 오페라 하우스. 중앙 역에 가깝고, 굳이 안을 안 들어가도 바깥 외관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페라 하우스 근처에 내렸는데 미친 오슬로 그냥 오피스 빌딩들도 석양 받으니까 너무 멋있어서 찍었습니다ㅠㅠㅠㅠㅠㅠ 


 저 하얀색 건물에 삼각형모양 창문이 뚫려 있는 건물은 회계법인 딜로이트(Deloitte)의 건물이에요. 과연 저의 옛 후임 염 모씨는 회계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을런지...




 그리고 고개를 돌리니 보이는 오페라 하우스!



 사실 여기서 봤을 땐 이게 뭐가 멋지고 뭐가 관광 명소인 지 몰랐는데요.








관광명소 ㅇㅈ합니다.

















 자그마치 천장이 사면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사면을 따라 옥상까지도 걸어 올라갈 수 있는 구조. 게다가 오슬로 시 구역과의 사이에 작은 물길이 흐르는 데다, 저 옥상 사면은 바다까지 이어져 마치 섬과 같은 느낌을 주는 간지포풍 오페라 하우스.












무슨 마약하시길래 이런 생각을...?










 정말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처럼 대충 아무 각도에서나 봐도 헉...하는 건축물은 아닐지라도, 북유럽의 간결하고 세련된 미와 바다와의 조화까지 갖춘 건축물임에 틀림없다고 문외한 입장에서 주제넘게 결론내리면서 감탄해 봅니다 ;;





 오페라 하우스 내부도 참 멋집니다만 오페라를 볼 것도 아니고 벌써부터 발이 근질근질.







 사면을 오릅시다.




 사실 이놈의 사면이 안전하다기엔 조금 가파릅니다. 그래서 보시다시피 왼쪽엔 계단이 있어요. 사면 오르는 게 느낌이 너무 좋아서 저의 다 떨어진 뉴발 운동화로 막 뛰다가, 중간에 살짝 서리가 낀 부분이 있어 갑자기 미끌미끌해져서 등골이 서늘했던 기억이 나네요 ^_^;; 여기서 미끄러져서 떨어지면 어떤 기분일 지 상상도 안 갑니다.



 옥상에 도착해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찍은 사면. 그렇습니다 아래는 대충 저렇게 생겼습니다.






 ...죽을려고 환장했나. 사실 충분히 할 만한 포즈이지만 잠깐 전 서리를 밟고 등골이 서늘해졌던 저는 걍 본능적으로 닥치고 몸을 사립니다.







 대신, 일몰을 눈에 담았습니다. 오슬로의 일몰을요.






 아래는 파노라마입니다. 옆으로 보세요.





 일몰은 항상 자연이 선물한 최고의 장관 중 하나이지만, 오페라 하우스의 옥상에서 감상하는 일몰은 조금 남다르네요. 산에 올라온 것도 아닌데, 괜히 그런 것처럼, 이 일몰이 그냥 생각 없이 살다가 주어진 일몰이 아니고 내가 올라와 얻어낸 일몰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투입한 노력으로 생각하면 웃기긴 하지만, 그런 느낌까지 줄 수 있는게 이 오페라 하우스의 건축이겠죠.









 심심해서 아래를 내려다 봐봅니다. 저 돌바닥에 떨어지면 즉사 예상합니다 ^_^; 그리고 올라간 사면의 반대쪽으로 내려옵니다. 반대쪽엔 계단이 없어서, 여전히 사면을 타고 내려오는데 아무래도 내려오면서 아래를 보다 보니 아주 약간 무서웠네요.





 오페라 하우스를 끝으로, 오늘의 관광은 막을 내립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났던 걸 생각하면, 참으로 긴 하루였네요. 그 하루 동안 조금은 피곤하고 말수도 적고 머리도 망했고 셀카도 적게 찍었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하루였습니다.





 저녁은 중앙역에서 버거킹으로... 아무래도 비싼 동네를 여행할 때 밥은 간단하게 떼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_^;; 보는 건 어디건 공짜지만 먹는 건 가격 차이가 크니까요... 이 날은 점심, 저녁 모두 버거킹. 9월 27일에 간 포르보 여행에서도 점심, 저녁 모두 버거킹. 인간의 물가 공포는 끝이 없고 같은 버거킹을 반복한다.









 버스를 타고 숙소 근처에 내려 마트를 들렀습니다. 쌀은... 아까 보신 것처럼 ^_^;; 당연히 싸 왔는데, 쌀과 같이 먹을 음식이 없으니까요. 물론 전 저번에 파티 때 사고 안 먹은 김이 남아 있길래 그것까지 싸왔습니다만...




 그러다 문득 발견한 코카 콜라 라이프. 코카 콜라 바닐라 맛은 핀란드에서 보고 놀랐었는데 라이프는 처음 보네요. 저칼로리 컨셉인 것 같은데, 참 모르긴 몰라도 저 꾸므레한 초록색을 보니까 식욕이 확 떨어지는 걸 보니 다이어트는 제대로 될 듯;;







 마트에서 발견한 '스시'...! 영락없는 김밥인데 스시라고 되어 있습니다! 으으. 물론 일본에서도 김밥을 먹긴 하지만 재료가 저렇게 많이 들어간 비쥬얼은 영락없이 한국 김밥인 것 같은데ㅠㅠ 뭐 비슷한 음식이 여러 나라에 걸쳐 있으면, 더 잘 알려진 나라의 음식으로 알려지는 게 씁쓸하지만 가능성이 높겟죠. 그래도 '스시'라니 뭔가 기분이 영 찝찝하네요 ^_^;;




 결국 그래도 노르웨이답게, 내일은 밥과 함께 연어를 먹기로 합니다.






 집에 돌아가니 낮에 봤던 표트르 말고도 지나가 와 있어서 간단하게 인사를 합니다. 자그마치 미성년자일 때 자기 동네에 놀러 온 외국인과 사기기로 했다는 당찬 호스트의 실제 모습에 놀라면서^_^;; 저는 이 블로그에 포스트를 참으로 집중하여 유례 없이 열심히 쓰다가 잠에 듭니다...











꼐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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