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7일, 목요일




 이 글은 9월 19일에 작성되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저는 아직 이전의 글들을 마무리짓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건 사실 제가 중간에 포스팅을 엄청나게 오래 쉰 탓이긴 합니다만 ... ^_^;; 제가 날짜 순서대로 쓰고 있는 글들은 지금 아이슬란드를 여행하고 있고, 8월 22일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에는 지금 시간 순대로 쓰고 있는 글들을 빨리 써서, 나아가고 있는 시간에 맞추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아이슬란드 여행 부분은 여러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가게 되어 하루 분량을 2~3 포스트로 나누게 되었고, 자연히 서술 속도가 저하되었습니다. 게다가 한 타임라인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몇 개 연달아 쓰는 것은 저처럼 끈기 없고 잘 질리는 저에게 굉장히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아무리 빨리 쓰더라도 오늘의 일을 쓸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며 잃게 될 저의 기억들이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핀란드 교환학생으로 있는 매우 소중한 시간들, 이 시간들의 기억을 망각 속으로 날려보낸다는 것은 정말 싫은 일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예전의 것들도 계속 쓰면서, 지금 겪은 일들도 계속 쓰기로 결심하였습니다. 물론 현재의 시간에 맞춰 쓰는 것도 늦어질 수 있겠지만, 비록 듬성듬성 쓴다고 해도 나중에 시간 순으로 빈 틈을 메꿔나갈 때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여행자 신분이 아닌 학생 신분이니 막 엄청 컴팩트하게 쓰진 않을 것 같고, 막 빵꾸날 일은 적을 것이라 짐작합니다. 아무튼 안 쓰는 것보단 쓰는 게 나을테니 일단 써나가겠습니다. ^_^;;


 

 사실 처음엔 포스팅 순서가 오름차순으로 안 되는 게 짜증날 것 같아 안 쓰려고 했는데 티스토리는 수정할 때 등록일 변경이 되죠. 우왕ㅋ굳ㅋ.








 목요일은 수업이 세 개나 있는 날입니다. 첫 수업인 Introduction to Nordic Welfare State의 강사가 늦게 도착했을 때, 그리고 늦게 도착한 강사가 PPT를 띄워주며 읽기 스킬을 시전했을 때에는 굉장히 짜증이 났지만,



 점심으로 치킨이 나오자 그 짜증은 싹 풀렸습니다. 치킨이 짱이에요 으허허허헣. 메뉴에 치킨 커리 어쩌구가 나오면 무조건 그 쪽을 갑시다. 치킨 국물과 후추가 적당히 버무려지면 싱겁기만 한 유니카페 밥도 뚝딱!


 이 때만 해도 그 사단이 날 줄은 몰랐지...







 포르타니아 건물 1층 게시판에 있어서 찍은 쪽지들. 2h+k+kph+p, 2 MH+OH+RH+RT+BK+KPH, 무슨 암호들인지 짐작가세요? 저희는 한참 유심히 쳐다보다가 부동산 옵션에 관련된 게 아닐까 하고 결론내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쯤하여, 총파업을 보기 위해 오늘 저녁에 영국 친구 집에서 잘 결심을 합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내일은 총파업이 있는 날이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대중교통이 올스톱되고, 수많은 상점들도 문을 닫고, 학교 유니카페도 일부만 시간을 단축하여 운영하고, 중앙역 광장에서는 시위가 벌어질 예정입니다.


 



 기사에 기차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중단된다고 쓰여 있었고, 패컬티 친구들이 다른 기사에서 버스는 오전 3시부터 다음 날 오전 3시까지 하루 종일 중단되며 일부 버스와 트램만 운행한다는 것을 알려 주었습니다. 다른 상점들은 오후 6시까지 중단, 그 이후 영업. 






 그래서 저는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대규모 파업의 현장을 목도하고자 친구네 집에서 자기로 하였습니다. 사실 시위라면 한국에서도 매우, 자주 하지만 이런 대규모 파업은 거의 못 봤으니가요. 저번에 시끌벅적했던 철도 파업도 나라 전체가 마비되는 이런 유럽-클라스 파업에 비하면 애교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피닉제님 말 대로 파업이 핵폭탄이면 핀란드 파업은 짜르봄바행;; 헬싱키 노바야젬랴행;;ㅋㅋ



 오후 6시면 지하철이 다시 운행할 테니, 친구네 집에서 자고 오전 11시에 중앙역 광장 시위를 본 후에, 시간이 지나면 집으로 돌아가야겠지, 뭐 그런 생각이었습니다.









 두번째 수업은 핀란드사개론이었는데, 이것도 노르딕 웰페어 스테이트처럼 팀 티칭. 저는 이번에는 제발 들어보고자 제일 앞자리에 앉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이번 수업을 맡은 노교수님은 뜬금없이 왼쪽의 화이트보드를 쓰시는군요. 오른쪽에 있는 저는 이번에도 아무것도 안들려행... 게다가 발트 해 지도만 그리고 더 이상 화이트 보드엔 손도 안 대심... 그러면 컴퓨터로 띄워 주셔도 되잖아요 교수님 ㅠㅠㅠㅠㅠㅠ



 아무튼 마지막 핀란드어 수업이 오후 7시 30분에 끝났고, 저는 깜삐 근처 친구가 묵고 있는 도무스 아카데미아로 향합니다. 도무스는 월 600유로를 내는 기숙사계의 럭셔리 오브 럭셔리 하우스. 제가 사는 콘툴라 방은 한 달에 241유로밖에 내지 않습니다. 오오 빈부격차 오오. 도무스는 1인 1실이 기본인데, 1인 1실인데도 여분의 바퀴 달린 매트리스가 침대 밑에 있고(...), 방 넓이도 한국 웬만한 오피스텔 원룸 정도 넓이가 되며, 시트를 갈아 주고 바닥 청소를 해 주는 사람이 정기적으로 들어옵니다. 오오 금수저방 오오...






 저는 친구네 집에서 해 먹으려고 라면을 가져왔는데, 젓가락을 가져 오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 태어나서 처음으로 포크로 라면취식 ☆





 으오오 너무 배고파서 계란을 두 개나 투입했습니다. 사실 계란은 숙박비 느낌으로 10개 새로 샀는데, 10개에 2유로라 크게 부담은 없었습니다. ^____^




 포크로 말아 먹으니까 양이 가늠이 안 되어서 처음에는 막 놓치고 주변에 국물 튀고 했는데, 먹다 보니까 익숙해 지더군요. 젓가락 안 쓰는 나라들은 평소에 인스턴트 라면을 하면 포크로 먹는다고 합니다. 그치만 뭐 전 기숙사에 여러 가재도구들이 넘치는 헬싱키의 로빈슨 크루소니까 어차피 평소엔 젓가락 쓰겠군요 ^___^;






 사실 며칠 동안 대여섯시간밖에 못 자고, 오늘 새벽 4시에 일어나서ㅠㅠ 얘네 집에서 자고, 새벽에 일어나서 책을 보건 뭘 좀 공부하건 하다가 시위를 보러 가려는 게 저의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도무스 공동실에 패컬티 친구들이 많아서 걔네랑 얘기하다 보니 클럽 왜 안 가는 거냐고 다 가자고 합니다. 근데 전 진짜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기 때문에 거절했는데, 공동실에 같이 있던 독일 사람 한 명의 생일을 축하하러 가자고 프랑스 애가 드립쳤는데. 생일 파티날로 예정된 날에 제가 아마 못 갈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하고, 그냥 맥주나 마시지 뭐 하는 생각으로 클럽엘 갔습니다.



 그리고 패컬티 여자 사람이 '난 네가 쿨한 Korean인 줄 알았더니 이제 보니 클럽도 안 가고 pussy일 뿐이었다.'라고 해서 쓸데 없이 당황한 것도 있네요. 물론 pussy라는 단어에는 여러 의미가 있지만 당혹스러운 건 사실이었음.ㅠㅠ





 근데 피곤해서 춤은 원래 못 추고 맥주조차 마시기 싫음. 근데 제 키가 없으니까 뭐 먼저 갈 수도 없음. 영국 친구가 열심히 여자사람들과 얘기하는 동안 저는 아 피곤해... 피곤해... 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이었으면 피씨방 갈텐데 여기는 그런 것도 없고...



 저번엔 한국인이라도 몇 명 만나고, 사람들 구경하고 재밌게 놀았는데 지금은 야경이나 감상하고 있습니다 ^_____________^ 진짜 이 클럽이 야경은 짱이긴 한데... 뭔가 형언할 수 없는 빡침이...ㅠㅠ





몸이 "절대 가지 마라 가면 죽는다"고 애원할 때는 절대 가지 말야아 한다는 것을 느낀 밤이었습니다.





 클럽은 새벽 네 시에 문을 닫았고 저는 다섯 시에야 잠에 들게 됩니다. 















9월 18일, 금요일




 아침이 되었습니다. 다섯 시간 자고 저는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비가 옵니다.






 영국인 친구가 밖을 보며 시위하는 사람들 불쌍하다길래 뭔 소린가 했더니 바로 창문에 후두둑 소리가 들립니다. 으어어어어어. 문제는 제가 어제 우산을 안 가지고 나왔다는 것. 거의 항상 가지고 다니는데, 한번 쓰고 말린다고 플랫에 두고, 아침에 아파트 대문 바로 앞에서 없는 것 깨닫고도 안 가지고 나왔더니 이렇게 천벌을 받게 됩니다. 영국인 친구는 이래도 갈 거냐 하는데, 그럼 여기까지 왔는데 안 가면 나의 클럽 개고생은 뭐가 되는가 ㅠㅠ




 그러면서 멍때리다가 옷을 입을까 말까 하고 있던 찰나,







문이 열리고 흑형이 들어옵니다.








 알고 보니까 오늘이 그 시트 갈고 바닥 청소하는 날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빨리 가방 등도 의자에 올리고 따로 꺼낸 매트리스도 넣어줘야 합니다. 으아아아아아아. 11시에 시위 시작이라는데 4시간밖에 못 잔데다가 정신마저 혼란스러워진 제가 일찍 나가려고 하자 영국인 친구가 친절하게도 바람막이 하나를 가져가라고 줍니다. 으아아아아 갓-글렌 ㅠㅠ 엉엉 글렌의 하사품에 감동받은 저는 광광 우럭따...




 캄피 근처인데 비가 쏟아지는 모습입니다.





 파업에도 불구하고 R Kioski는 성업 중.




 K MARKET 닫을 거래서 그제 식료품 잔뜩 사 놨었는데, 이렇게 봐서는 영업하는지 안 하는지 분간이 안 가네요.



 중앙역 근처에 가자 시위 군중이 점점 보이기 시작합니다.



 비가 와서인지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네요.

 


 중앙역 로비쪽에서 본 사진.




 으아아아아아 정정합니다... 많습니다 많아요. 시위 군중 여러분 무시해서 죄송합니다.



 본격적인 집회 시작하기 전인 것 같은데, 비가 온다고 It's Raining을 틀어버리는 센스 으엌ㅋㅋㅋㅋ 동영상에는 It's raining man! 부분은 안 나왔는데, 그 부분 나올 때마다 뭔가 웃겼습니다 ㅋㅋㅋㅋ



 대부분의 자료들이 핀란드어로 되어 있고, 국내 사안에 대한 시위라 저도 정확한 건 모르고 구경만 하러 갔었는데, 노동 조건에 대한 시위인 것 같습니다. 정부에서 1. 첫 병가 날에 대한 도킹 페이(docking pay, 감봉을 뜻하는 듯)를 요구했고, 2. 은행의 휴일을 월 2일 줄였으며, 3. 초과 근무와 일요일 근무에 대한 수당을 줄일 것으로 요구했다네요.



 ...그러나 저는 전날은 새벽 4시에 일어났고, 오늘은 4시간밖에 못 잔 상태. 死경을 헤매고 있기에, 뭐 먹고 빨리 자야지 하는 생각으로 시위 현장을 빠져나옵니다.

















 그런데,




 아아 나는 이런 식의, 다국어로 된 큰 광고판을 부착한 손수레/리어카를 몰고 다니며 하는 전도는 한국만의 풍습인 줄 알았는데, 핀란드에도 있었네요. 하긴 그래도 '불신지옥' 안 넣고 '회개하라' 넣은 게 어디야. 













 풍선이 알록달록한 게 많아서 뭔가 예쁘다는 느낌이 듭니다. 




 중요 인사로 보이는 아저씨께서 뭐라뭐라 말을 하시는데 당연히 핀란드어라 알아듣지 못함. 죄송합니다ㅠㅠㅠ




 그리고 저는 자주 가던 Porthania 유니카페가 파업으로 인해 영업을 중지해서, 처음 가는 의사당 광장 옆 메인 빌딩 유니카페를 가게 됩니다. 그런데 상태가 안 좋아서 + 원래 멍청해서 받는 순서를 착각해서 굉장히 쪽팔렸음. 미트볼과 감자를 먹었습니다. 사진도 안 찍었네.










 그리고 잘 곳을 찾다가, 도서관 3층의 비스듬히 눕는 곳이 다 누군가에게 점유되어 있어서 위층을 시도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2층으로 내려가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합니다.











그리고 4시간 후,













 오후 5시 30분, 저는 정신을 차립니다. 하루 여덟 시간 수면을 다시 되찾은 기적의 수면력 ㄷㄷㄷㄷㄷㄷ 다행히 글렌에게 메세지를 보내니 5층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하네요. 저는 6시가 되면 메트로가 하니까 그때까지 반의식 상태를 즐겨야지 하는 생각으로 책상에 더 엎드려 있다가, 6시를 6시 10분 쯤 5층으로 가 글렌에게 바람막이를 돌려 줍니다. 그리고 메트로 역으로 향하는데...












!?!?!?!?!?!?!?





 망연자실행...





 알고 보니 기차만 6시 이후에 하고, 버스, 트램, 메트로는 다 쉬는 거였습니다. 생각해 보면 기차는 VR 소속, 메트로는 버스, 트램과 같이 HSL 소속이니 메트로도 쉴 가능성이 더 높다는 걸 바로 알 수 있는데, 기차 6시에 다시 한다는 것 보고 아무 생각 없이 메트로도 6시에 한다고 생각해버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멍청하다..






 결국 저의 선택은 두 가지가 있는데,



 1. 글렌 집에서 신세를 하루 더 진다.



 2. 기차를 타고 최대한 동쪽으로 가서, 집까지 걸어간다.









 처음에는 1번도 끌렸지만 검색해 보니 5km만 걸으면 되고, 비도 거의 그친 것 같아 저는 2번을 선택합니다. 아이슬란드에서 얼마나 많이 걸었는데 이까짓 것...!






 최단거리의 상태가...!?


 


 뭔가 숲과 사람 없는 곳만 골라서 지나가는 느낌이네요. 으아아아 그렇지만 좀 안전하자고 10분이 넘는 시간을 쓰기에는 고민하는 동안 밤이 거의 다 되어 기온이 쌀쌀하니 일단 최단거리로 갑시다.




 오랫만에 보는 말미 역.



 기차는 떠나가고... 말미 역 맞은 편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파업에도 불구하고 운행하는 버스들 중 동쪽으로 가는 버스는 단 1도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밝은 길을 따라 가다가...



 ㅁㅊㄷ ㅁㅊㅇ




 아 진심 갑자기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몸이 휘청했습니다. 나무들이 일제히 흔들려서 와 바람때문에 날아가서 죽으면 완전 허무하겠다... 생각햇는데 다행히 죽진 않았네요.




 다시 밝은 도로쪽으로 나온 저. 이제 도시 순환도로를 지나야 합니다.



 최단거리는 여기서 터널을 지나면 안 되고 왼쪽 길로 나가야 하는데... 님아 굴다리를 지나지 마오... 그러나 지났습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막 걸을 때도 사람이 거의 없어서 별로 안 무서웠는데, 여긴 사람들이 자꾸 지나다니니까 무섭네요. 으아. 역시 사람은 어중간하게 많은 게 제일 무서움...



 뒤늦게 잘못된 걸 깨달았지만 다시 돌아가기는 죽어도 싫은 저는 그냥 굴다리 반대편 경사로로 올라갑니다.



 !? 뭔가 잘못된 걸 깨닫기 시작 ^_^;



 교차로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안 되는 거에요. 으으. 중간에 풀밭을 지나 다시 북쪽으로 올라갑니다.



 최단경로는 이 다리를 지나야 하는 것입니다. 그 다리 밑을 남에서 북으로 지나고 있는데, 4.4m의 벽이 정말 크게 느껴지네요.





 결국 횡단보도 따위 없는 순환도로를 건너는 정신나간 기행을 저지르며 저는 최단경로에 합류합니다.






 좀 밝은 곳이 지나자,



 ...



 ※ 주의: 실제로 본 시야




 참 일류 선진국 핀란드의 수도에서 21세기에 별 꼴을 다 당합니다. 물론 저의 멍청함 때문이지만 ^_^;;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니 포장도로와 평행하게 지나는 흙길에 들어서서 길이 보이기 시작했고, 곧 저는 기숙사에 도착합니다.








배고픔과 피로에 지친 스스로에게 선사하는 분노의 김치버터마늘양파삼겹살




잘 익었습니다.













마시쪙.






 정말 좀 그만 걷고 싶다... 북유럽에 걸으러 왔나 진짜 많이 걷네요 어헣 ^_^;; 빨리 삽질을 그만두는 날이 오길 바라며...







꼐속












※ 이 글은 9월 19일에 작성되었으나 일기의 날짜순 정렬을 위해 12월 18일 수정되었습니다.








9월 15일, 화요일









 저번 주에 한국어 3 수업 도우미로 처음 들어갔는데, 오늘은 한국어 2 수업 도우미를 처음 하는 날입니다.










 한국어 2 수업은 놀랍게도 전원 핀란드 여학생이고 교수님도 여자고 다른 한국어 도우미들도 여자라서 저 혼자 남자였습니다.














오오 의자왕 오오

















는 개뿔, 























오오 내시 오오... 















 이전에 클럽에서 만난 학생이 한 명 있어서 그건 괜찮았는데, 아무래도 대체로 한국어를 못하는 편이다 보니 + 핀란드 성격상 조용한 편이다 보니 = 말이 적고, 저는 영어를 하면 안 되고... 같이 얘기를 하거나 문제를 푸는데 정말 저 혼자밖에 안 떠드는 대참사가 ㅠㅠ





 그래서 교수님이 답답해하시긴 했습니다만, 그런데 사실 뭐 교재 수준 같은 걸 봤을 때 한국어 2 레벨에서 말을 많이 하는 게 더 힘들 것 같아요. 저도 중국어를 살짝 배웠지만 중국어 수업을 들으면서 말을 열심히 해 봐라, 이러면 말할 자신이 없긴 합니다. 더군다나 핀란드처럼 조용한 문화권이라면 더 그럴테구요.




 아무튼 굉장히 뻘쭘하고 힘든 15분을 보낸 뒤, 다음 수업으로 향했습니다.







 그 다음 수업은...



















Korean Premodern History

한국전근대사








출처:이말년씨리즈 / 이렇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유ㅠㅠ


 물론 학점 따기 쉬운 것도 분명히 있긴 있겠습니다만은!! 외국인 교수님의 한국사에 대한 견해, 다양한 생각을 들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들은 수업입니다ㅠㅠ 영국 출신 Andrew Logie 교수님의 수업인데, 한국에서 유학했고 굉장히 한국에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전통 문화에 대해서라면 보통 한국인보다 더요. 수업 시작 전에 판소리나 강강술래 틀어 주시는데 저나 외국인 학생들이나 별로 즐거운 느낌이 아니지만 교수님은 굉장히 굉장히 들으면서 즐거워하십니다. 흠좀무.






 수업 들으러 가는 중. 이렇게 녹음이 우거졌었구나.








 아무튼 첫 수업이니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저는 시간을 떼웁니다. 원래 수업은 이걸로 끝이지만, 오늘 한국어 교수님께서 한국어 공부하는 핀란드 학생들을 소개해주신다고 하셔서요. 도서관에서 시간을 떼우다가 시간이 되어 교수님 연구실로 갑니다.



 학교 건물 벽에 붙어 있던 작은 포스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감 123539150147091배를 느낍니다...





 



 교수님 연구실에서는 세 명의 핀란드 학생을 만날 수 있었어요. 여학생 둘, 남학생 하나였는데 남학생분은 나이가 좀 있으셨습니다. 세 분 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해서 놀랐어요. 핀란드어로 된 한국어 학습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다음 약속이 있을 때까지 기다리며 들으며 많이 느꼈습니다.





 그리고... 여러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ESN 카드 발급을 받으러 갔다가, 예전에는 그냥 셀카로 되길래 될 줄 알고 갔는데 안 되어서 좌절하고 그냥 밥을 먹습니다. 웃긴게 알고보니 지갑 안에 증명사진이 있었음 ^___^;; 허탈해져서 집에 온 뒤 뒹굴뒹굴 잉여하다가, 수요일도 한국어 도우미 수업이 있으니 내일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하고 잠에 듭니다.














9월 16일 수요일





 네 그렇습니다. 오늘은 지난 주에 이어, 한국어 3의 두번째 수업이 있는 날이죠.



 뭔가 유니카페 사진들 보면서 묘한 게, 학기 초엔 이렇게 유니카페를 많이 먹었구나 싶거든요. 갈수록 유니카페는 거의 안 먹고 해먹기 시작해서, 거의 다 해먹기만 한 학기 말을 생각하면... 유니카페가 굉장히 어색합니다 ^__^;





 한국어 3 수업은 이번이 두번째였지만,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서 즐거웠습니다. 게다가 이번 수업 전날이 학생 중 한 분인 Minna씨의 생일이어서, Minna씨께서 쿠키를 만들어 오셔서 개꿀... 개꿀 하며 먹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저녁에 핀란드어 수업이 있어 플랫에 늦게 돌아오니 일곱시 반,













 파프리카마늘버터김치삼겹살로 힐링을 하고,




 플랫메이트들과 살미아끼 술을 따서 즐겁게 나눠 마시다가,




 어느덧... 웹서핑을 하다가 해가 밝았습니다 ㅡㅡ;; 오전 7시에 감자와 김치를 먹고는 잠에 듭니다.



















 점점 적응해가면서, 핀란드 교환학생으로서도, 한국어 도우미로서도, 적응해가면서, 시에 한국에서와 같은 삶으로, 즉 막장으로 흘러가는 저의 삶은 이리 순탄히 흘러가는 듯 했으나,











 저는 저에게 내일-모레 닥칠 평지풍파를 이 때만 해도 예측하지 못했는데...















 꼐속








9월 14일, 월요일





어제 싯싯 파티 끝나고 저는 글렌 방에서 잤습니다.



 경치 좋네요.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저 쪽으로 가면 해변이 굉장히 가까이 있습니다. 그치만 어쨌든 평일이니 학교엘 가야겠죠. 무엇보다 오늘은 한국어 2 첫 수업이 있는 날입니다.




 아침의 중앙역. 중앙역을 아침에 오는 건 처음이네유.



귀찮아서 대충 떼우려고 R Kioski에 들어갔다가 본 가격. 충격적인게, 우유에 따라 1L에 1.3유로짜리도 있는데 500mL은 1.5유로로 통일. 저때 자세히 살펴봤는데 별 프리미엄 차이도 안 나는 것 같았는데 왜 이런건지 아무튼 놀라운 가격 책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전 1L짜리를 사서 마시고 남은 건 가방에 넣고 수업에 갔습니다.








 그리고 아직 이후의 수업은 개강을 안 해서, 하까니에미 근처 아시안 마켓에서 먹을 걸 좀 삽니다.




헬싱키 아시안 마켓


 여긴 동방슈퍼. 감자면이 너무 신기해서. 이놈의 감자면은 도대체 왜케 많이 사다 놓은 걸까요 맛대가리도 없어 보이는데. 아 먹어보진 않았습니다 ^____^




헬싱키 아시안 마켓     헬싱키 아시안 마켓


 뭐 한국 음료수들도 있고... 반가웠다, 박카스는 흑흑흑




K 수퍼마켓에 들러 삼겹살도 사갑니다만,















여러분 이거 다~~ 서론인거 아시죠?
















오늘의 본론






알코!






핀란드 술 전매점, 알코


 꼰뚤라 역 근처에 알코가 보이길래, 냉큼 들어갔습니다.


핀란드 술 전매점, 알코


 그런데 알코가 뭐냐구요? 간단히 말하면 술 전매점인데, 사실 술은 다른 곳에서도 팔죠. 다만 높은 도수의 술은 알코에서만 살 수 있어요.










 이 기회를 빌어 핀란드의 술 규제 체계에 대해 간략히 말씀드리면, 대충 아래의 표로 정리할 수 있어요.



도수 

판매점

판매 시간 

 0 ~ 2.8%

 일반 마트 및 알코

제한 없음 (마트 영업 시간 내)

 2.8 ~ 4.7%

 일반 마트 및 알코

오전 9시 ~ 오후 9시

 4.7% 초과

오직 알코

영업 시간 내



 그러니까 일반 마트에서는 4.7%를 넘는 술은 찾아볼 수가 없고(!), 그것마저도 9시가 넘으면 2.8%, 뭐 맹물과 아주 약간 차이나는 술밖에 못 마시는 것이 핀란드의 주류 규제입니다. 굉장히 빡빡합니다;; 





 게다가 오후 9시 이후면 뭐 마트도 대부분 닫을 시간인데, 그 때부터 2.8% 안 되는 술을 팔아봤자 얼마나 돈을 벌겠어요? 그래서 작은 마트들은 아예 9시가 넘으면 술 진열대에 셔터를 닫아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인지 영어 자료에서도 9시 이후에 술을 아예 못 산다고 설명하고 있는 것들도 많은데, 분명히 큰 마트에서는 낮은 도수의 술을 팔긴 팝니다. 다만 역시 대부분의 핀란드인들은 미리 술을 사 놓죠. 에스토니아에서^__^;





 술 판매 시간 규제를 알리는 마트 표지판입니다.




 사실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 굉장히, 굉장히 빡빡한데요. 모두가 이 술 규제에 대해 불평을 합니다. 게다가 술값도 정말 너무 비싸요. 그렇다고 해서 뭐 아주 불합리한 건 아닌게, 정말 핀란드에 있으면 알콜 중독되신 분들이 눈에 띄게 많아서 어느 정도 개선이 필요한 건 사실이구요. 조금만 참거나 미리 사 놓으면 되고, 정 술값이 아까우면 에스토니아에 갔다 오면 되는 일이라 다들 그러려니... 해요. 처음 온 사람들이야 불편하고 놀라지만요.





핀란드 술 전매점, 알코


 알코 영업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입니다. 아무튼 저는 아직 월요일 낮, 완벽한 영업시간 내이니 알코 구경 좀 합시다.



핀란드 술 전매점, 알코


PARADISE...



 엥!? 여기 완전 낙원 아니냐!?




핀란드 술 전매점, 알코


 핀란드에서 처음 보는 병에 담긴 도수 높은 술들이 쌓여 있는 모습에, 저는 가슴이 뛰는 것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핀란드 술 전매점, 알코


 위의 표를 읽으셨으면 아시겠지만 알코에선 도수 낮은 술도 팝니다. 물론 2.8% 이하의 술은 굳이 팔 필요가 없으니 안 파는 것 같아요.






핀란드 술 전매점, 알코진로 수출용         핀란드 술 전매점, 알코핀란디아 보드카



아니네요, 아닙니다.









낙원이 아니에요.









...뭐가 이리 더럽게 비싸...












답이 없다답이 없습니다.



 가격이 답이 없습니다. 아니 무슨 진로 소주 한 병에 9유로(한화 약 11,500원)에, 핀란디아 보드카는 대용량이긴 하지만 55유로면 뭐 지금(12월 17일 기준) 환율이 엄청 떨어졌는데도 7만원을 넘어가고, 답이 없습니다. 정말 이나라의 술값은 답이 없습니다.







핀란드 술 전매점, 알코살미아키 술


 그러나 그 와중에 살미아끼 술을 발견해서, 물론 여전히 비싸지만 이런 특색 있는 술을 놓칠 수는 없어 눈물을 머금고 요거 한 병만 샀고, 알코를 나옵니다.
















 살미아끼 술도 샀겠다, 아시안 마켓도 들렀겠다 경축의 라면흡입!









 그리고 다시 수업을 들으러 학교에를 나갑니다 ㅠ_ㅠ





 메트로 역 가서 메트로 타고 나가려니 눈물이 나네요 눈물이 나... 그치만 이때까지는 아직 착한 학생이었네요.




 수업 들을때마다 보는 대성당도, 아직까지 푸른 하늘이 배경이었습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고 저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다시 장을 보는데,



 핀란드의 자비로운, 뭐 그래봤자 한국보다 비싸지만 어쨌거나, 콜라 가격도 맞보게 ㄷ





 고추를 살까 고민하다가 뭔가 고추 들어간 음식은 하기 귀찮고 김치로도 충분할 것 같아서,




 자비로운 가격의 마늘을 주워담은 뒤,






 석양이 지는 콘툴라 거리를 따라 기숙사에 도착해서,




 파프리카양파버터삼겹살^_____________^을 해먹고는,













 내일을 기약하며 잠에 듭니다.










꼐속








9월 13일, 일요일






 어제 너무 늦게 자서이기도 하고, 오늘은 일요일이기도 하여 당연히 늦게 일어났습니다. 아마 또 뭔갈 해먹고 했을텐데 사진이 없으니,





"이야기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우리는 침묵해야 한다." -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그렇습니다. 이미 너무 많은 세월이 흐르고, 너무 많은 기억들이 그 세월에 씻겨나갔네요. 그러니 오늘의 이야기는, 오후 6시 20분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바로 제가 새로운 살미아끼 한 봉투를 살 때부터죠.


살미아끼


 샀다!




 왜 살미아끼를 샀을까요? 그건 뭐, 아마 유니카페에서 이른 저녁을 먹었을 테고 입가심할 게 필요했을 테니까겠죠. 살미아끼의 맛에 관해서는 저번에 포스팅한 것이 있으니 참고하시고 ^~^, 저는 이처럼 살미아끼 한 봉투를 들고 오늘의 파티, 싯싯(sitsit)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헬싱키 중앙역


 가는 도중에 괜히 찍어 본 헬싱키 중앙역.







 그러니까 싯싯에 가는데, 싯싯이 무엇인고? 하니,




 일단 공통점은 앉아서 뭔갈 먹고 마시면서 노래를 부르는 파티. 입니다만 사실 저도 이번 한 번 밖에 못 가봐서 말은 못하겠군옄ㅋㅋㅋㅋ 적어도 여기서 느낀 건 그랬습니다. 여러 동아리나 학과 등에서 많은 싯싯을 주최하기 때문에, 다 챙겨 나가는 것도 힘들기도 하구요. 



 저같은 경우는 CISSI라는, "International Social Scientists in University of Helsinki"...라는 동아리... 아니 근데 이게 어떻게 CISSI지. 제가 모르는 핀란드어나 아님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아무튼 저 동아리에서 주관하는 싯싯에 가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제목은 '개강파티'라고 달았지만 종강때도 합니다. 그냥 파티라고 하면 여기서 모여서 노는 건 다 파티니까...



 다만 그 전에 미리 신청을 해야 하고, 참가비가 있는데 약간 셉니다. 그치만 뭐 음식과 술을 주니까 그다지 비싸다는 느낌은 들지 않구요, 학생 동아리에서 준비한 것 치고는 굉장히 스케일이 큰 것 같습니다. 아 제가 동아리 활동 같은 걸 제대로 안 해서 이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고... ㅠㅠ





 근데 역시 너무 빨리 갔습니다. 아직 참교육이 부족했던 그 때의 이야기입니다 ^_^;




 크으 참교육...! 참교육...! 물론 이러한 실수는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게 됩니다.




 지금 보이는 옷걸이 등등에 저의 마이(아이슬란드 갈 때 샀던)와 가방을 걸어두었습니다.






 그리고 곧 사람들이 바글바글 들어차고, 싯싯이 시작됩니다. 각자 자리가 정해져 있는데 제가 앉은 자리에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음 ^____^;



싯싯


 지금 제 쪽을 살짝 돌아본 안경 낀 이탈리아 친구, 니콜라와 아는 사이입니다만 너무 멉니다. 부들부들. 아무튼 저기 서 계시는 키 크고 훤칠하신 분이 아마 CISSI 회장님이시고, 당시만 해도 리스닝이 지금보다도 훨씬 부족해서 제대로 알아듣진 못했지만, 아무튼 싯싯 시작!



싯싯


 그러더니 갑자기 노래를...




 싯싯에는 여러 룰들이 있는데,



 ① ★ 노래를 불러야 할 때는 먹을 수도, 마실 수도 없습니다. ★ 중요



 ② 누구나 노래를 신청할 수 있고, 이 때 숟가락이나 포크로 잔을 쳐 소리를 냅니다. 노래를 부르면 열심히 따라 부릅니다.



 ③ 노래는 대충 사람들이 알만한 것이면 아무 거나 괜찮습니다. 미리 따라 부르기 쉬운 노래집을 나눠 주지만, 마카레나 같은 것도 신청합니다. 다만 뭐 싯싯마다 금지곡을 선정하는 경우도 있는데... 아래에서 후술합니다.






 노래집은 책 형태로 된 건 돈 받고 팔고, 프린트물은 그냥 나눠 줍니다. 핀란드어, 스웨덴어, 영어 노래들이 있는데 하나같이 가사가 ㅋㅋㅋㅋ



 19. 제3제국의 불알들(balls)


 히틀러는 불알이 하나밖에 없었고

 

 괴링은 불알이 둘밖에 없었지만 작았고


 힘러는 비슷한 걸 가졌지만


 불쌍하고 늙은 괴벨스는 불알이 없었네 ㅠㅠ




 뭐 이건 뜬금없는 드립일 수도 있지만 20번 곡은 ㅋㅋㅋㅋㅋㅋㅋ 예스터데이 멜로디에 저 가사를 붙여서 부른다고 생각해 보세요. 검열 걸릴까봐 해석을 못하겠네요 ㅋㅋㅋㅋ


 이 외에도 정말 웃긴 노래로 Yogi Bear라는 노래가 있습니다만 가사 사진이 없을 뿐더러 이것도 내용도 영 그래서 링크로 대체합니다ㅋㅋㅋㅋㅋㅋ


Yogi Bear 가사


싯싯


 계속해서 누군가 일어나고, 박수를 치고, 먹다가 포크를 놓고, 노래를 같이 부르고, ㅁㅊㄷ ㅁㅊㅇ...



싯싯


 ㅁㅊㄷ ㅁㅊㅇ...


싯싯


 ...초콜렛 브라우니 같은 건데 사진이 똥처럼 나왔네요 ^_^;;


싯싯


 아무튼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어 가고, 제 플메 중 한 명인 안드레이가 러시아 민요 카츄사를 불러서, 저도 쓸데 없이 뽕에 맞고 자멸을 자초하게 되는데...


싯싯


 옆에서 누군가 일어난 걸 본 글렌의 표정이 인상적입니다. !? 이런 표정이네유.




  


 제가 이 당시에 아는 핀란드어로 된 노래는 핀란드 국가인 Maamme밖에 없었고, 그냥 핀란드인이 많으니까 핀란드 국가를 핀란드어로 부르면 좋아하겠지... 싶은 생각에,


싯싯


 일어섰는데,








 알고 보니 제가 리스닝을 제대로 못 한 회장님의 말씀은 


"과도한 민족주의를 막기 위해 국가는 제외" 였습니다. 






리스닝의 중요성...











 아니 근데 저도 뭔가 국가 얘기를 들은 것 같기도 하고 않기도 해서, 옆에 앉은 작년에도 왔다는 러시아 여자사람한테 물어봤더니 그런 건 상관이 없다고 해서 그냥 국가 부르자고 한건데 올해부터 새로 룰이 생겼는지 뭔지... 아무튼 무슨 지구 반대편에서 참으로 쪽팔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저는 떨떠름하게 결국 그냥 다른 노래 아무거나 프린트에서 골라서 불렀고... 눈물이ㅠㅠㅠㅠㅠㅠㅠ















못난 교환학생을 둔 나라에게 정말



미안하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앍!!!!!







 뭐 대충 이런 심정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실 이런 파티가 다 그렇고, 동양인 많고, 어차피 좀 있음 모국에 돌아가는데 이런 바보같은 짓 했다고 얼마나 기억하겠어요. 당연히 아무도 신경 안 쓰는데 아직 철이 덜 든 저인지라 괜히 혼자만 신경쓰임... ㅠㅠ










 열심히 노래 부르면서 적당히 취한 뒤에는 테이블을 치우고, 모두 즐거이 술마시면서 놀았습니다. 한국에 교환 갔다 온 독일 교환학생... 교환 만렙 학생도 만났는데, 한국이 파티하기 제일 좋은 곳이라고. 






 한국 전쟁때 한국 도와줬다고 콜부심 부리는 콜롬비아 출신 교환학생도 만났는데 얘랑은 그 뒤로도 친하게 지내게 되었습니다. ㅋㅋㅋㅋㅋ 근데 찾아보니 그때 얘기했던 친구들 중 당시 2차대전 패전국이라 못 도와준 독일 빼곤 다 파병했다는 게 함정...







 페라스가 취해서 마지막에 보드카를 막 쏘지 않나, 그러다가 새벽 네 시가 거의 되어 집에 가려고 하는데,
























마이가...없다.








출처:이말년씨리즈



 그렇습니다. 아이슬란드 갈 때 산, 70유로였나 60유로였나 아무튼 엄청 비싼 돈 쓰면서 산 마이가 사라졌습니다 ㅠㅠ 마이가 죽어씀다 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저는 마지막까지 옷걸이에 걸려 있던, 상당히 짧고 얇은 마이 하나를 걸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술에 취해서인지 마이가 되게 많이 바뀌었다는데, 제가 제가 가져간 마이의 브랜드와 치수 등을 페이스북 이벤트 페이지에 올리니 여자사람 한 명이 연락 와서 자기 거라고 해서 돌려줬습니다만, 저의 마이는 돌아오지 않았음... ^________^








 뭐 물론 갈수록 점입가경의 병신짓을 하면서 돈을 더 날려먹은 지금에야 그러려니 하겠습니다만, 당시 6~70유로의 충격은 굉장히 컸습니다. 입맛이 뚝 떨어질 정도. 최근의 병신짓을 생각하면, 재밌게 놀 때마다 돈을 크게 잃는 게 저의 요즘 트렌드인 것 같네요.






 뭐 어찌 되었건 저는 신나는 파티 끝에 이런 멘붕한 마음을 끌어안고, 너무 늦었기에 제 방 말고 글렌 방으로 들어가 잠에 들었습니다 ㅠㅠㅠㅠㅠㅠ












꼐속








9월 12일, 토요일 오후 8시









 ...저번 포스트에서 언급했던 그 엄청난 일이란, 






약속된 메탈의 땅 핀란드에서 






콘서트에 간다는 거였습니다.







뭐 메탈이 아니고 포스트락이지만...





 콘서트장은 뙬뢰(Töölö) 근처에 있었습니다. 참 글자만 봐도 어지러운데 발음하기 너무힘듦 ^_^;;




 뭔가 사람이 모여있는 걸 보니 이곳이구나!



도-착


 들어가기 전에 맞은편 마트에서 맥주를 한 캔씹 삽니다. 마침 살 수 있는 술의 개수가 팍 줄어드는 9시 직전이어서 타임어택의 느낌이 났네요. 들어가길 기다리고 있으니 우왕ㅋ굳ㅋ 너무 설렘...







 제가 이번에 온 콘서트는 God Is an Astronaut이라는 아일랜드 포스트락 밴드의 공연입니다.




 사실 포스트락?하면 굉장히 낯선 장르인데요. 저한테도 그렇습니다. 파워/심포닉 메탈 때문에 핀란드를 알게 된 거지 포스트락은... 시규어 로스라고 아이슬란드 밴드가 유명한데, 몇 번 듣다 안 맞아서 안 들은 기억밖에는ㅠㅠ 물론 포스트-어쩌구 들어가는 것이니 당연히 설명하기도 힘듭니다.






 일단 포스트락 곡들을 하나로 묶는 건 힘들겠지만, 하나의 지향점이라면 '락의 해체'나 '락의 극복'이고, 그러한 경향이 굉장히 다양한 방향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통일성을 제시하기는 힘들어요. 특징이라면 반주가 굉장히 길다는 것 정도가 생각나는데 이거야 제가 뭐 많이 들어 본 적이 없으니... 같이 '반주가 길다' 하더라도 제가 위에 쓴 시규어 로스의 경우 가사/반주의 비중이 일반 락과 대동소이하다면 이번에 듣는 God Is an Astronaut의 경우 거의 보컬 부분이 없다시피합니다. 이쯤되면 뭐 락을 뛰어넘는 걸 넘어서 일반적인 밴드 음악을 뛰어넘으려는 시도 같은 느낌이죠.



 그치만 일단 저 말고도 저희 튜터 그룹에서 셋이나 같이 갈 수 있는 락/메탈 콘서트가 여기가 처음이었기도 하고, 그 같이 가는 친구들이 다 친한 애들이었으며, 게다가 가격도 20유로대로 비교적 저렴하고 (나이트위시는 50유로가량^_^), 유투브에서 이 분들의 음악을 들어보니 굉장히 독특하면서 신비한 느낌이 들어서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매우 잘 한 선택이었음!





 근데 이때까지만 해도 적응 안 됐던 Security Fee 때문에 짜증이. 3유로를 더 내야 한다길래 덥기도 해서 티셔츠랑 바지 빼고 다 벗어서 맡겨버렸습니다 부들부들. 한국은 안 이런데 왜 이러지 생각하다가, 한국에서 콘서트장이나 클럽 가 본 기억이 없으니 뭐 비교도 못 하겠군요. 뭐 파리 테러가 난 것을 아는 지금으로서는 여기에 불만을 가지지는 말아야겠습니다...




 무대가 세팅중인 콘서트장. 콘서트라고 해서 막 큰 경기장이나 홀이 아니고, 사각형 모양의 꽤 작은 강당같은 느낌의 장소입니다.





 그리고 온 기념 사진...




 ...은 개뿔.







 그러니까 후레쉬로 너네부터 찍고,






 같이 찍습니다.





 왼쪽부터 어제 베이스를 친 이탈리아에서 온 알레산드로와 포르투갈에서 온 로드리고, 항상 개꿀잼인 영국에서 온 글렌, 그리고 저...







 ...음 네 그렇습니다.



아이슬란드 티셔츠I had... had...


 아이슬란드에서 산 이 티셔츠를 입었습니다. 솔직히 입을 때 어차피 셔츠 안이니까 하고 별 생각 없이 입었는데 이렇게 다 벗게 되니 굉장히 전위적인 느낌이군요. 마치 회의장에서 정장을 입거나 예식장에서 턱시도를 입은 것처럼, 콘서트장에서는 엘프 티셔츠, 굉장히 잘 갖춰 입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아이슬란드 최고의 인기 직업



부러운 직업입니다.







 아무튼 곧 누군가가 들어옵니다.



 그런데 기다리던 God Is an Astronaut은 아니고, 어떤 핀란드 기타리스트 아재인데 굉장히 기타를 특이하게 치면서 특이한 노래를 특이하게 부릅니다. 처음엔 뭥미 했는데 퍼포먼스가 웃기셨음ㅋㅋㅋ



 몇 곡 하시고 박수 받으면서 내려가십니다.











 그리고... 곧 등장.


God Is an AstronautGod Is an Astronaut


 우와잉으읨ㅇ느리ㅡㅍ큼ㅇㄴ르밍ㄻ으리ㅡ빋ㄱㅂ


 락이나 메탈 콘서트 처음인데 격렬하고 빠른 음악이 아니어서 그러니 굉장히 무겁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등장해서 바로 음악을 시작하는데 너무 부드러워서 좋았음...


God Is an Astronaut


 그러니 여러분도 음악을 들으면서 그 느낌을 느껴보세요. 물론 어마어마하게 취향을 탈 것 같습니다.




2013년 앨범, All Is Violent, All Is Bright




God Is an Astronaut


 으으앙닁ㅁ름릪ㅍㅁㄴㄻㄹㅇㅁ


 저는 콘서트 처음 가서 (몇 번이나 말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알게 된 건데, 확실히 컴퓨터나 이어폰으로 듣는 거랑 빵빵한 스피커로 열광적인 분위기에서 듣는 건 정말 차원이 다른 것 같습니다. 컴퓨터로 들을 때는 몽환적이면서 묵직한 분위기에 비해 파워가 떨어져서 락같지 않다고 느꼈는데, 콘서트장에서 들으니 그 파워가 충분히 보강되어서 정말 최고...


God Is an Astronaut


  한 곡 끝날 때마다 "Thanks a lot!"이라고 인사해 주십니다.


God Is an Astronaut


 아무튼 그러니까 포스트락을 저처럼 별로 안 좋아해도 콘서트장 가면 느낌이 다르다는 결론입니다. 핀란드는 락/메탈 인프라가 정말 좋아서 많이들 공연을 오니까, 평소에 듣던 밴드가 아니더라도 합리적인 가격에 기회 되면 꼭 가세요 두번 가세요.


God Is an Astronaut




2015년 앨범, Helios Erebus




 사실 조회수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렇게 인기있는 밴드는 아닙니다. 그래서 콘서트 가격도 저렴했던 것이기도 하구요.


God Is an Astronaut


 그치만 정말 약간 다리가 아픈 것 말곤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God Is an Astronaut


 이 쯤 되어 기존 공연이 끝나고 앵콜 곡들이 나올 차례인데, 정말 웃겼던게 ㅋㅋㅋ


 기타리스트가 앞으로 나오더니,


 "원래 이제 우리가 들어가고 여러분이 우릴 불러낼 차례입니다. 그치만 지금은 2015년이잖아? 다 알잖아요, 그런 거 다 귀찮고 다 아니까 그냥 잠깐 불 끄고 뒤로 돌아섰다 올테니 박수 많이 쳐주세여."


 하고 불끄고 뒤돌아서서 3걸음 걷고 박수듣고 다시 돌아옴ㅋㅋㅋㅋㅋㅋㅋ완전 쿨하면서 웃겼습니다 ㅋㅋㅋㅋ


God Is an Astronaut


 마지막!


God Is an Astronaut


 으으... 끝이다 ㅠㅠ




 끝났습니다.




 밖에서 사인을 해 주고 계시길래 엘프 티셔츠에 사인을 받을까 하다가 몇번 빨면 지워지겠지 해서 걍 안 하는 걸로. 








 지금 글 쓰고 있는 12월 16일 기준으로, 제가 더 좋아하는 밴드인 스웨덴 파워 메탈 밴드인 사바톤(Sabaton)이 12월 19일에 헬싱키 근처 에스포(Espoo) 스트라토바리우스, 감마 레이와 함께 공연을 하는데, 정말 가고 싶은데 같이 갈 사람도 없고 요즘 삽질해서 돈도 어마어마하게 많이 날렸는데 가격도 55유로나 해서 못 갈 것 같은 걸 생각하면, 정말 이 때는 행복한 시절이었군요. 광광 우럭따...











 그리고 여운을 안은 채 친구들과 헤어져 집에 간 뒤, 멍때리면서 게임 좀 하다가, 새벽에 라면을 끓여먹고 있는데 ...















엥!?







갑자기 네덜란드 플메 둘이 소파를 들고 올라옴...






"버리려던 걸 주웠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





 들고오자 마자 갑자기 내려가서 하나 더 들고 와서, 소파가 두개나 되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




 버려져 있던 거라 불안하긴 한데, 대충 닦아내고 말리고 하니까 뭐 의외로 냄새도 안 나더군요 ㅋㅋㅋㅋㅋ 진짜 뭔가 새벽에 파티 끝나고 소파를 들고 올라오다니, 이게 자유의 나라 네덜란드인가 ... 정말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한다는 게 이런 느낌인가 봅니다 ^오^




 그리고 뭐 어찌 되었든 플랫에 소파가 생겨 급 행복해진 저는, 행복한 느낌을 조금이라도 더 간직하기 위해 더 이상 깨어 있어 궁상떨지 않고 빨리 자야겠다고 다짐하고 잠에 듭니다.

















꼐속











9월 10일, 목요일






 네 오늘은 아침수업이 있습니다. PO아침수업WER... 오늘 자그마치 첫 수업인 Introduction to Nordic Welfare States, 그러니까 노르딕 복지 국가 개론이지요. 아침에 일어나 학교를 가는데 흥미로운 포스터가 붙어 있어서 찍었습니다. Suomi Says Welcome. 당시 난민 문제로 굉장히 시끄러웠던 때라 더 인상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학교로 열심히 달렸습니다만,



 아침을 못 먹어 빵을 먹으려고 하다가 빵 가격 보고 포기. 가격을 보니까 식욕이 달아나요 식욕이.




헬싱키 대학교 강의실


 근데 강의실엔 제가 첫빠로 도착함 우왕ㅋ굳ㅋ.




 ...이럴 줄 알았으면 제대로 먹고 올걸 서럽습니다.








 곧 시작된 수업. 이 수업은 팀 티칭으로 진행되어서 첫 교수님이 다음 수업도 맡진 않는다지만, 핀란드식 억양이 너무 강해서 처음엔 1도 못 알아들었습니다. 거센소리를 모두 된소리로 발음하시고 강세가 없는 그런 영어... 너란 영어... 물론 제가 영어 듣기를 잘 못 하는 것도 이유가 되겠습니다만.


 대충 북유럽 복지 국가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수업과 평가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정도의 소개로 첫 수업은 끝이 났고, 저는 오늘도 유니카페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유니카페


 ...네 그냥 주니까 먹습니다.




 핀란드 음식은 소박하고 정갈한 게 특색이에요. 그러니까 자극적인 맛, 맵고 짜고 뜨거운 맛에 익숙한 한국인에게는 익숙해지기 힘든 맛이기도 합니다. 프랑스 음식이나 이탈리아 음식이야 워낙 다양한 풍미가 있고, 독일 음식처럼 기름지고 짠 음식이 많으면 또 먹을 만 한데, 핀란드 음식은... 유니카페에서 싸고 푸짐한 맛에 먹긴 하는데 식도락의 재미는 느끼기 힘듭니다. 영국 음식보다야 낫겠지 하고 생각은 해 봅니다만 ^_____^;






 그리하여 저는 오늘 집에서 해 먹을 음식을 생각합니다. 그것은 바로....
















김치버터삼겹살





 TRINITY















 사실 이 요리는 대학교 신입생 시절 신림동 고시촌의 '동차합격'이라는 조그마한 음식점에서 처음 먹게 된 건데 정말 너무나도 맛있어서 학교 다닐 때 생각날 때마다 계속 찾다가, 좀 먼 곳으로 이사한 후부터는 귀찮아서도 있고 좀 더 싸서도 있고 집에서 매일 해먹기 시작했었습니다. 비록 핀란드에 오긴 왔으나, 삼겹살도 있고 김치도 있고 버터도 있는데, 무엇을 망설이리...






 그리고 동차합격 간판메뉴가 이거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람들이 이거만 줄창시킵니다 다른 메뉴의 존재의의를 모르겠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먹는 사람 한 명인가 봤을겁니다... 지금 생각하니 저도 다른 메뉴가 궁금해지는데 귀국하면 가서 다른 메뉴 시켜봐야겠습니다 ㅠ_ㅠ








 솔직히 한국인 식도락 인생의 3대 요소인 소금과 지방, 고춧가루를 모두 갖췄는데 무슨 말이 더 必要韓紙?







 삼겹살은 K SUPERMARKET에서 팝니다. 다만 좀 큰 곳에서만 파는데, 깜삐(Kamppi)와 꼰뚤라(Kontula)에서 파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전 처음엔 잘 몰라서 깜삐에서 샀다가 그 다음부턴 당연히 집 앞 꼰뚤라에서... 다만 파는 곳마다 포장량이 조금씩 다릅니다.






 그리고 하까니에미 아시안 마켓, 동방슈퍼에서 구입한 김치.






 그리고 마늘도 삽니다. 이거 쓰고 있는 현재 마늘 먹은 지가 엄청 오래 됐네요. 아무래도 한국에서 중국산 깐마늘만 먹다가 직접 까려니 너무 귀찮은 듯ㅠㅠㅠㅠㅠ 그치만 확실히 넣기만 하면 풍미도 살아나고, 내가 먹는 건 기름 범벅 김버삼이 아니라 건강한 마늘이 들어간 건강식이라는 정신승리를 하는데도 일말의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가위가 음슴...






 ... 고기용 가위가 없어서, 그냥 스테이크 자르듯이 나이프로 열심히 자릅니다. 그런데 왜 사진 색감이 갑자기 이렇게 구려졌을까요? 제 휴대폰 참 대단한 것 같아요. 









준비 완료!









 그런데 러시아 친구 바실리가 요리를 하고 있어서 기다리며 사진을 몇 장 찍었습니다.



 음...



맛있어 보인다 ^_^;;





 아무튼 저도 요리를 시작합니다.











 뭐 요리법은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간단한데,






 1. 버터를 팬에 바르고,






 2. 고기와 김치, 마늘을 올리고,






 3. 잘 익도록 두루 구워 주시면 됩니다 ^_^;





우왕ㅋ굳ㅋ




허엌...헠..헠...




 설거지가 귀찮아질 것 같아 그릇에도 안 담고 팬에 바로 먹었는데... 그야말로 고향이 느껴지는 짭쪼름함과 기름짐에 저는 그만 눈물을 ㅠㅠㅠ



 물론 외국에 왔으니 외국 식문화를 즐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제가 뭐 프랑스나 이탈리아에 온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 고생 엄청 많이 했잖아요? 그러니까 식기 전에 걍 엄청 빨리 먹읍시다 김치버터삼겹살을...





 이렇게 너무나 완벽한 식생활을 영위한 저는, 스르륵 잠에 드는데...























9월 11일, 금요일






 응? 꿈이었나...




 당연히 꿈은 아닌데, 어제 게임을 하다가 좀 늦게 잔 후 학교에 언어 교류 프로그램에 있어 거길 갔다 오고, 삼겹살을 안 사 온 바람에 어제의 화려한 식단에 이어서 오늘은 다시 감자로 복귀 ㅠㅠㅠ






 감자(+설탕)-김치-올리브... 뭔가 괴악한 조합이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그런데 저의 구원 투수 안드레이가 갑자기 러시아 요리를 해 줬습니다. 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정말 감자전 맛이 나요! 어제에 이어 맛본 고향의 맛에 또 눈물을 흘렸습니다. 다만 약간 싱거워서 간장을 찍어 먹었더니 안드레이도 간장을 찍어 먹어 보고는 확실히 낫다고 그렇게 먹습니다. 오오 훈훈한 문화 교류의 장...







 그리고 밤이 되어 길을 나섭니다.




 오오 전철에 아무도없다 신기...





 이 날 길을 나선 건 밤에 무슨 보트에서 파티를 한다고 해서 튜터 그룹 친구들과 같이 가기로 한 거에요. 다만 저의 경우, 세탁을 하고 건조기에 옷을 넣었는데 어이없게도 건조 스타트 버튼을 안 눌러서 엄청 늦었다고 생각해서, 굉장히 침울했었습니다.




 하까니에미 근처.



 저 보튼데...



 !?!?!?!?!?!?


 사람 개 많음 ㅠㅠㅠ





 그런데 친구란 놈들은 연락도 안 되고 올 생각도 안 하고, 집에 가야 하나 짜증나네 하면서 기다리고 있으니 1시간 뒤에 옵니다.







 옷이 그렇게 빨리 마를 줄 몰랐다나 뭐라나 ...









 순간, 유럽 XX끼들아! 파티하면 늦고 실수하고 그러면 죽고, 그러면서도, 하까니에미에서 허벌나게 치욕적 비난받고 기숙사로 갑니다. 동양인을 살... 하고 분노가 약간 치밀어 올랐으나, 이미 힘도 쭉쭉 다 빠졌고 정말 몰랐던 것 같아 같이 기다리기로 합니다.









 그런데 기다리면 뭐해 사람 너무 많음 노답 ㅠ







 결국 입장 막힘.





 왜왔냐 ㅠㅠ





 게임이 그립습니다 게임이...






 어떤 나이트 클럽엘 다 같이 가자고 해서 갔는데 몇 명이 여권을 안 가져와서 fail.




 여기 가자마자 하다가 대분열.




 결국 예전에 왔던 아이리시 펍에서 맥주 홀짝홀짝하다가 상황종료.






 너무 배고팠기에 가판대에서 햄버거를 사먹습니다. 핀란드어로 함뿌리라이넨. 그리고 생각합니다. 잊지 않겠다... 이 배고픔을... ㅂㄷㅂㄷ











9월 12일, 토요일






그리하여 저는



 눈을 뜨자 바로 콜라부터 샀습니다. 그런데 바닐라 콜라를 처음 봤기에 사 봤는데 적어도 제 취향에는 노멀 콜라가 1023918015배 낫습니다. 



 마늘도 까고,



 맛있게 김버삼을... 아 카메라 진짜 왜 이러지...



 갤놋3은 증기에 매우 약한가 봅니다. 아 지금 12월에 이거 쓰고 있는데 지금까지 찍은 음식 사진이 다 이러할 것이란 말인가 ㅠㅠ



 그래도 사진이 비록 매우 좋은 상태는 아니나 보고 있자니 제 위와 입이 고통받는 걸 보니 여러분에게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으리라 짐작이 됩니다. 어허헣.



 요리 다 된거 찍지도 않고 먹다가 허겁직버 중간에 사진샷.




 그리고 안드레이가 사온 생선 병조림?을 먹었는데 꽤 맛있습니다. 생선 조각이 액체에 둥둥 떠다니는 비주얼입니다만 그렇게 특이한 맛은 아니되 좀 신 맛이 나서 밥이랑 같이 먹으면 밥도둑될 듯... ^__^;



 그리고 콜라와 함께 식후의 여유를 즐깁니다. 바닐라 콜라만 아니었더라도... 부들부들...




 그러나 오늘의 일정은 끝난 게 아니라, 김치버터삼겹살과 콜라로 식욕을 흡족히 충족시킨 저는, 저녁에 핀란드 최초의 유니크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제발꼐속









9월 9일, 수요일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이 12월 16일인 것을 생각해 보면, 사실 한 달 뒤의 일기가 '사진역사학'이었고 두 달 뒤의 일기가 '사진고고학'이었다면 지금은 뭐 '사진방사선측정학'정도는 될 것 같은 느낌입니다. 기억의 재구성... 기억의 재구성... 그렇지만 다행히 9월 9일의 이 일기는 10월 말에 사진을 업로드해 두었으므로, 그 때의 온기가 남아 있...나? 


 현장감이 생명인 이런 류의 생활기를 지금 쓴다는 것은 착잡하지만 제가 이걸 쓰는 목적은 무의미의 침식에 맞서기 위함이므로 일단 씁시다.













 이 날은 첫 한국어 수업이 있는 날이었을 겁니다. 아마두요. 저는 한국어 3 수업과 한국어 2 수업의 도우미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신기하게 딱 한 단계 차이가 나는데 구성원의 느낌이 확 달라요. 한국어 2 수업이 한국어와 기타 동양어를 전공하는 저학년 학생들 위주라면 한국어 3 수업은 연령대가 대체로 높고 전공도 다양한 느낌? 그리고 교수님의 말씀대로라면 한국어 2 수업은 분위기가 좀 별로...고 3 수업은 굉장히 화목하다고 하시는데, 제 생각에는 그냥 한국어 2 수업 학생들이 한국어를 잘 못해서... 였던 것 같아요.




 아무튼 이날은 한국어 3 수업이었습니다. 한 분을 제외하고는 다 여자 분들이었어요. 몇몇 핀란드 학생들과 말을 틀 수 있었는데, 한국 갔다 온 분들도 굉장히 많았고 한 명의 남자 분은 한국을 스2 때문에 좋아하게 되었고 한국인 여자친구도 있으시다고!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 여학생 세 명과 함께 한국어 도우미를 했습니다. 아마 저는 한국어가 통하는 핀란드인을 만난 게 너무 신기해서 말을 너무 빨리해서 많이들 당황하셨던 것으로 기억...





헬싱키 대학교 유니카페


 수업이 끝나고 같이 밥을 먹습니다. 사진을 보니까 배가 고프네요. 그런데 아마 보나마나 간이 덜 되어 있을 거라서요, 소금이 필요한 식단입니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 헬싱키 하드 락 카페에서 각자가 악기를 가져와서 공연할 수 있는, 오픈 스테이지 행사가 있다고 해서 거기에 가기로 결심하고, 뭔가 집에 갔다 오긴 시간이 애매해서 학교에서 기다리기로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헬싱키 대학교는 8시에 닫아요...








그런데 행사는 10시에 시작...




ㅠㅠ





학교 앞 맥도날드


 그래서 맥도날드에서 시간을 떼우기로 합니다. 아 맥날 보니까 더 배고프다ㅠㅠ


 신기했던 게 예전의 그... 뻘쭘하게 서 있었던 클럽에서 만난 사람들 중 한 명, 제 튜터 베이코의 룸메 중 한 명이 여기서 알바를 하고 있었어요. 우왕ㅋ굳ㅋ. 뭔가 헬싱키 대학교라니까 맥도날드 알바가 안 어울린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나봅니다. 그치만 여긴 핀란드니까요. 사교육 시장이 그리 크지도 않을 뿐더러, 맥도날드의 페이도 굉장히 높으니 문제는 없습니다. 물론 덕분에 햄버거 값도 비싸구요.




 한편 약속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고 생각하여, 저는 9시 50분까지 도착하려 길을 나섭니다.



헬싱키 하드 락 카페


 도착했다.


























 ...그리고 시작된 참교육.











 안 와요 안 와.






 ... 절대 약속시간에 오면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저의 교환학생 친구들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니 오늘 온다는 사람들, 이탈리아 셋, 이스라엘 하나, 체코 하나... 그렇습니다. 다 남쪽 사람들이군요 ㅠㅠ... 피부로 느낀 먼나라 이웃나라는 가혹했다...



헬싱키 하드 락 카페


 다행히 뭐 9월이라 밤이라고 춥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참교육의 감동이 온 몸을 전율시키는 것은 막지 못했습니다.







헬싱키 하드 락 카페


 그러나 결국 기나긴 기다린 끝에, 입장.




헬싱키 하드 락 카페


 누군가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하드 락 카페에 온 건 처음이에요. 인도에서 소고기를 파는 거의 유일한 음식점이라길래 갈까 하다가 비싸서 가지 않았었습니다. 한국에는 잠실과 해운대에 있다고 해요.


헬싱키 하드 락 카페


"...where the classes could happily mingle."


 ...가격을 보고 얘기합시다 양심이 있으세요 업주님? ^_^;




헬싱키 하드 락 카페


 벽에는 유명 락 스타들의 물건들이 걸려 있습니다. 뭐 당연히 레플리카겠지만유.



헬싱키 하드 락 카페


본 조비의 기타..!



헬싱키 하드 락 카페


 마돈나, 리한나, 그런데 리한나가 락이었나, 몰랐네유. 아님 그냥 셀레브리티라서 걸어 둔 건가. 하긴 워낙 다양한 음악을 하긴 하지만요.



헬싱키 하드 락 카페


 빠질 수 없는 존 레논.


헬싱키 하드 락 카페


 그런데 저희 팀 앞에 하도 팀이 많았어서 자리가 정리되는 분위기.


 물론 제가 공연을 했으면 좋겠지만... 저는 공부밖에 모르는 사람이라, 아니 요즘은 공부도 모르지만, 하여튼 게으른 사람이라 공연은 못 하고, 그냥 공연하는 친구들 응원하러 온 것입니다. 그런데 너무 늦어버려서 이미 판이 다 정리되는 분위기이니, 더욱 열렬히 응원해야겠죠. 물론 늦은 것은 너희들이 나를 기다리게 한 응분의 댓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____^


헬싱키 하드 락 카페


 그러니까 기다리는 도중에 셀카나 찍읍시다.


헬싱키 하드 락 카페


 이렇게.


 요즘 보는 모습이랑 머리가 많이 달라서 사진 보면서 제가 깜짝깜짝 놀라네요.


 

헬싱키 하드 락 카페


 어느덧 준비를 완료한 친구들. 페라스는 드럼을 치고, 이탈리아에서 온 알레산드로는 베이스를 칩니다. 그리고 한 명은... 아마 스탭 같아요. 


헬싱키 하드 락 카페


 우와아아으으우와아




 공연 동영상도 찍었는데 제가 몸을 너무 상하로 많이 흔들어서... 아마 기분이 좋아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나쁘지 않은 공연이었어요. 관중석은 적막했지만... ^_^;;


 이렇게 저는 오늘도 생존을 마치고 밤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하였었다고 추측합니다.



















제발... 꼐속








노르웨이 여행 둘째날(2): 2015년 10월 18일 일요일, 16:30




 마지막 교환학생 일기는 10월 27일에 업로드되었고, 지금 제가 드디어 이 여행기를 쓰는 오늘의 날짜는 12월 15일. 열심히 쓰겠다는 수많은 약속, 모두 의미가 없었습니다. 제가 활동이 없어서였는지 심지어 댓글을 다셨다 지우신 분들도 있으시더라구요. 그런 고로 더 이상의 약속은 어차피 신용이 없을 게 뻔하므로 안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ㅠㅠ... 어디부터 써야 되는지도 기억이 안 나네...


 뭐 굳이 앞으로의 계획, 청사진 같은 걸 말씀드리자면 그때 그때의 감정, 느낌이 살아있는 게 중요한 '일기'보다는, 나중에 봐도 느낌을 쉬이 떠올릴 수 있는 여행기를 다 쓰는 데에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그러니까 '존재할 수도 있었던' 이데아적인 글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그나마 여행기가 품질의 열화가 덜할 것 같아서요. 그렇더라도 집에 가서 뭐 학교를 다니건 고시 공부를 하건 완결은 낼 겁니다. (물론 안 믿으셔도 됨) 교환학생 생활 자체가 여행이었으니까요.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오슬로 시청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노벨 평화 센터! 사실 오슬로에 오기를 결정하고 오슬로에 대해 알아보면서 가장 기대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아시다시피 노벨은 스웨덴 사람이고, 노벨상은 (노벨이 창시하지 않은 경제학상만 제외하면) 스웨덴 한림원에서 수상자를 선정하여 시상합니다. 그런데 평화상만은 노르웨이 의회 노벨상 위원회에서 선정하고 오슬로에서 시상합니다. 사실 노벨이 왜 평화상만 노르웨이에 권한을 넘겼는 지 모르겠어서 대충 웹서핑을 해봤는데 명백한 근거는 없고 여러 가지 설들이 있더군요. 아무튼 이로 인해 오슬로는 '평화의 도시'라는 이명을 얻었습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입장권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입장권


 노벨 평화 센터 입장권입니다. 스티커 형태인데, 특이하게도 노벨 평화상 수상자 이름과 수상 연도가 적힌 스티커를 손에 붙여 줍니다. 저의 스티커는 1975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안드레이 사하로프! 옛 소련의 반(反)핵-인권 운동가입니다.





 캐서린은 하루 종일 돌아다녔더니 피곤하다고 쉰대서... 알겠다고 하고 센터로 들어갑니다. 근데 캐서린이 벨라루스 출신이라 그런지 반미-반서방적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 그것 때문인가 싶기도 하고 ^_^;;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기념품점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기념품점


 기념품점 쪽으로 먼저 들어가봤는데, 여러 기념품들이 있지만 역시 역대 수상자들의 얼굴이 나온 엽서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띄네요. 기념품점은 나중에 나올 때 또 들릅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전시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전시


 1층에서는 TARGET이라는 이름의 전시를 하고 있었어요. 들어오기 전에 노벨 평화 센터 밖에 그 이름이 걸려 있었죠. 이처럼 센터 1층은 평화와 관련된 전시 공간으로 운영되고, 센터 2층은 노벨 평화상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전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TARGET은 말 그대로 '표적'이죠. 수많은 '표적'들, 세계 각국의 여러 무력 집단에서 살인 훈련을 위해 사용하는 다양한 표적들의 이미지와, 그 표적들로 훈련을 받는 군인들, 그로 인해 변화하는 '적(Enemy)'에 대한 이미지와 관념이 전시의 핵심입니다. 지금 보니 제가 가기 한 달 전인 9월 25일에 시작했었고, 내년(2016년) 5월 22일까지 전시가 계속되는군요.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각국 병역제도 현황을 나타낸 지도.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나라별 병력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세계 각국의 병역 및 병력 현황. 대한민국도 역시 붉은색(징병제)으로 칠해져 있습니다. 병력은 65만 5천 명.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군인들. 군인들 사이에는 사람이 아닌, 그러나 사람 얼굴의 모양을 한 표적이 있네요.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당연히 한국군 병장님의 얼굴에 잠시 시선이 가 박혔습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첫번째가 가장 어렵다는 것은 신화다. 나에게는 하나도 어렵지 않았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더 많은 군인들, 누군가에겐 총의 표적일 군인들의 모습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제가 지내고 있는 핀란드 사진도 있네요. 핀란드의 전사자 묘지의 모습입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중동의 미군. 전쟁은 모두에게 끔찍합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총기로 누군가를 죽이는 것은 뇌가 아니라, 우리가 '근육 기억'이라 부르는 것에 의해 이뤄진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동영상 전시실. 세 면에서 동영상이 나옵니다. 한 쪽에서 표적이 총을 맞고 쓰러지면, 다른 쪽에서 표적이 튀어오르고... 피도 전혀 튀지 않지만 총소리와 과녁만으로 전쟁의 끔찍함을 전해줍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전쟁은 정치인들의 체스 게임이고 우리는 말이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음성 자료를 들을 수 있는 곳입니다. "킬러의 독백"이 굉장히 인상깊었어요. 다만 제가 못 찾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음성은 영어로 나오는데 자막은 꿋꿋이 노르웨이어로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_^;;



 이 전시에 대해 궁금하시면 오른쪽 링크를 눌러 공식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시길! 노벨 평화 센터 TARGETS 전시 공식 웹사이트






















 총소리와 표적들 사이에서 멍한 시간을 보냈던 1층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본격적인 노벨 평화상 전시 공간이 나옵니다.


 




 가장 먼저 저를 맞아주시는 분은, 2014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카일라시 사티아르티! 인도에서 평생 아동 인권과 교육에 투신하여 오신 분입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전시카일라시 사티아르티


 예전에 인도에 여행을 갔었던 게 생각나 홀린 듯 글을 읽었습니다. 너무나도 강한 전통을 지녀 변화가 가장 느리고 더딘, 게다가 가난까지 겹친 거대한 나라 인도의 그 많은 어린이들을 품으려면 얼마나 큰 마음을 지니고 있어야 할까요. 정말이지 생각만 해도 아득하고 존경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아마... 엥!? 2014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 어린 여자애 아니였냐? 라고 하신다면 맞습니다. 작년에는 이 아저씨와 말랄라가 공동 수상했습니다. 여자애만 기억해주는 더러운 세상...은 아닙니다만 최연소 수상이라는 말랄라의 너무나 큰 이슈성에 살짝 묻힌 감이 있긴 합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전시


 두 수상자의 수락 연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전시말랄라 유사프자이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는, 아동 인권, 교육, 나아가 정의와 관용의 상징이자 화신이 된 말랄라. 평범한 인간인 저로서는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할 용기를 낸 97년생 10대 소녀.  탈레반에 지배받고 있는 파키스탄의 극도로 근본주의적인 지역에서도 배움의 의지를 놓지 않았고, 탈레반의 살해 협박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과 느낌을 글로 써냈고, 그로 인해 결국 총을 맞게 되었지만 기적과 같이 살아나 노벨 평화상을 받았고, 지금도 근본주의와 가난에 대항하여 아동 교육과 인권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전시




"모든 아동은 언론의 자유가 있다."



"모든 아동은 교육의 권리가 있다."



"모든 아동은 쉬고 놀 권리가 있다."



"모든 아동은 해로운 노동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이 둘의 전시 공간을 지나 보게 된 곳은,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의 모습이 스크린에 담겨 빛나는 정말 아름다운 방이었습니다. 헉 소리 나게 아름다웠는데 어두운 공간이어서인지 사진이 그 아름다움을 다 담지를 못하네요. 다만 역시 너무 감동해서인지 중국인 커플이 DSLR로 찰칵찰칵 소리를 내면서 막 사진을 찍고 다녔는데 그러진 맙시다 제발ㅠㅠ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빛나는 수상자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유일한 한국인 수상자의 사진도 있네요.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김대중 전 대통령, '햇볕 정치인'으로 설명되어 있습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얼마 전 미얀마 총선에서 승리한 아웅 산 수 지 여사의 스크린입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민주주의는 자유와 합치하는 유일한 이념입니다. 


민주주의는 또한 평화를 추구하고 굳건히 하는 이념입니다. 


그러므로 민주주의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유일한 이념입니다. 


이것이 제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이 투쟁에 참여하는 이유입니다."








 당시 노벨 평화상 2015년 수상자로 튀니지 국민4자대화기구가 선정된 지 약 1달 후였는데, 공식 시상식이 아직 이뤄지지 않아서인지 스크린에는 없었습니다. 아마 지금 쯤엔 카일라시와 말랄라의 전시도 튀니지 국민4자대화기구로 바뀌지 않았을까 싶네요.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다음 방에는 책 모양의 전시물이 있습니다. 정말 책은 아니고 영사된 것입니다. 책장을 넘기면 다음 스크린이 펼쳐집니다. 노벨의 노벨상 제정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사실 오래되어 내용이 기억이 안 나네요 죄송합니다ㅠㅠㅠ 이래서 기록은 바로 바로 남겨야 하는 것이거늘...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그러나 책 자체는 아름다웠습니다. 실제 책이 아니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해상도가 높았어요.





 




 그 다음 방에 들어서자, 칠판이 저를 맞이합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PEACE


 세계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에서 온 수많은 사람들의 글들이 쓰여 있어 너무나도 아름다웠습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이 방의 주인공은 달라이 라마. 1989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지요. 티벳 독립 운동의 지도자입니다. 현재 무장 투쟁 노선을 포기하고 평화적 노선으로 선회하였으며, 인도 북부 맥그로드 간즈에 거처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소심하게, 세계 평화라고 쓰고 나왔습니다. 


못난 글씨체를 둔 독자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다음 전시실에서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 선정 과정에 대해 다루고 있었습니다. 역대 노벨 평화상 수상자, 각국 의회 의원, 법학·정치학·역사학 교수 등 자격을 갖춘 사람들에 의해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된 수많은 후보자 중, 노르웨이 의회 구성원 중 5명으로 구성된 노벨 위원회에서 심사하여 최종 수상자를 선정합니다. 위의 사진은 노벨 평화상 후보 심사 과정에서 사용된 카드인데, 여러 쟁쟁한 후보들 중 사람이나 단체를 꼽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노벨 평화상 수상에 잡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평화'라는 개념 자체가 굉장히 정치적이기 때문이죠. 대표적으로 미국 대통령 시어도어 루즈벨트는 '러일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한 공로'로 1906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고, 이로 인해 한일합방이 확정되었습니다. 노벨 평화상도 제국주의라는 시대적 배경을 초월할 수는 없었기에 어쩔 수 없다지만 씁쓸한 일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점점 이처럼 반-평화적 인물에 평화상을 주는 일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흔히들 노벨 평화상의 공신력 얘기가 나오면 거론되는 것이, 히틀러나 전두환, 푸틴도 후보에 올랐다는 것이지만, 이는 각국 의회 의원이나 관련 분야 교수 등 다양한 사람들이 노벨 평화상 후보를 추천 가능하기에 일어나는 문제일 뿐, 최종 심사에서 이러한 사람들이 노벨상을 받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비록 때로 정치적 지향 때문에 급진적이거나 모호한 이유로 노벨상을 수여하기도 하지만, 근래에는 배제될 사람들은 상식 선에서 배제되어 왔고, 투명하게 운영되어 왔습니다.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에 관해 말이 많았죠. 지금도 논쟁적인 문제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노벨상 수상의 이유로 거론되었던 햇볕 정책의 의도나 효과에 대해 비판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노벨상 위원회에 뇌물을 줬다느니 음모론을 펼치는 것은 무리수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아웅산 수 지, 만델라, 시린 에바디 …….


 전시가 끝나고 다시 1층으로 내려가는 마지막 공간에, 여러 수상자들의 사진이 걸려있습니다. 바로 감옥에 갇힌 적이 있었던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입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그리고 바웬사, 마틴 루터 킹 주니어, 카를 폰 오시에츠키, …….


 정말 수많은 수상자들이 한때 감옥에 갇혔었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인권이 누구의 희생으로 얻어진 것인지, 되돌아보도록 하는 공간입니다. 가장 왼쪽에 보이는 카를 폰 오시에츠키는 나치 독일 치하에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였고, 결국 1938년 수용소에서 결핵으로 사망하기까지 했습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류샤오보.


 그리고 단 한 명, 단 한 명이 아직 갇혀 있습니다. 2010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중국의 운동가 류샤오보는 국가 전복 혐의로 11년형을 선고받아 현재 교도소에서 복역 중입니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지 못하도록 막았을 뿐 아니라, 그 동료들과 가족, 친척들의 출국까지 모두 막아, 노벨 평화상을 빈 의자에 수상하는 유례 없는 일이 벌어졌었죠. 언제 중국에 진정한, 아니 적어도 한국 정도의 언론의 자유가 가능하게 될 지, 류샤오보가 언제 출옥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언젠간 가능하리라 한 번 믿어 봅시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기념품점


 내려온 기념품점. 엽서를 몇 담았습니다. 이 사진에서 왼쪽이 프리드쇼프 난센, 중간이 민족자결주의와 국제연맹의 제창자 우드로 윌슨, 그리고 오른쪽이 테디 베어로 유명한, 그리고 한일합방을 확정지은 시어도어 루스벨트입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기념품점No tanks, thanks.


 묘하게 어떤 한국인이 생각나는 엽서네요.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기념품점愛, 安


 사랑과 평안.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기념품점


 재활용품으로 만든 장신구들. 굉장히 예뻤습니다만, 노르웨지언 프라이스... 허헣 ^_^;;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기념품점


 정말 마음에 드는 티셔츠인데! 티셔츠인데!! 아동용 사이즈밖에 없습니다. 티셔츠가 너무 비싸서 다른 건 살 맘이 안 들고, 이거 하나 사고 싶었는데 못 사서 눈물이ㅠㅠ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서점


 기념품점에는 서점이 같이 있는데, 여기서 또 노벨 위원회에 한번 놀랐습니다. 마더 테레사는 1979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죠. 그런데 마더 테레사의 위인전 뿐 아니라, 마더 테레사가 위선자라고 엄청나게 비판한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책 The Missionary Position도 나란히 진열되어 있는 위엄찬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한국어로는 '자비를 팔다'로 번역되었습니다만, 원래는 '선교사의 위치'를 의미하며, 사실 일반적으로 '정상위(네, 그 체위)'를 의미합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서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기념품점


 흥미로운 세계지도. 긁으면 색이 나옵니다. 어린이들에게 사 주면 지리에 관심이 좀 더 생기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게임이 훨씬 빠르겠습니다만 저처럼 인생이 망하니까...






 노벨 평화 센터에서 나와, 엄청 배고파 보이는 캐서린과 함께 뭔갈 먹으러 갑니다.


오슬로 페페스 피자


 너무 비싸서 먹을 엄두도 못 내면서 놀아다니다가, 아몰랑 그냥 먹자!해서 들어간 피자집.



오슬로 페페스 피자


 페페스 피자. 앞으로도 자주 보게 됩니다만 먹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



오슬로 페페스 피자


 피자 하나당 2~3만원 하는 아름다운 모습. 게다가 노르웨이까지 와서 이탈리아-미국 음식이라니 ㅠㅠ





오슬로 페페스 피자


 다만 엑스트라는 쌉니다. 저거만 먹고 떼울까 하는 생각을 0.3초동안 했다가 포기. 피자 한 판과 사이드 샐러드를 시킵니다.




오슬로 페페스 피자


 그치만 나온 피자는 어마어마하게 만족스러운 크기와 질감이었습니다. 오오 페페스 피자 오오. 하긴 이 돈 냈는데 맛없으면 굉장히 빡쳤을 듯. ^_____^






오슬로 페페스 피자


 으아아아아 잠깐 물가를 잊고 식도락에 빠집니다. 먹고 나서 어마어마한 지출에 후회했지만 먹을 때 쾌락을 보장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웃긴 게 오른쪽 테이블에 굉장히 근육 우락부락한 남자 둘이 피자 먹고 있길래, 캐서린이 오오 멋지다 했는데 갑자기 둘이 격렬 키스를...





... 정말 이건가










 근데 올리고 보니 저는 smart도 nice도 handsome도 아닌데 여집합의 정의는 없군여 어허헣 ㅠㅠㅠ





오슬로의 밤 거리


 어느새 어두워진 오슬로.


오슬로의 밤 거리


 ...그런데 정류장을 지나치기까지 해서, 결국 숙소로 돌아옵니다.






 숙소에서 에어비앤비 호스트였던 표트르, 지나와 얘기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희 기차가 새벽 4시 15분이었는데, 단 1박 요금만 냈음에도 불구하고 밤까지 계속 있게 해 주고, 심지어는 가면서 배고플 거라고 요구르트까지 ㅠㅠ



요구르트


 요구르트 받으면서 정말이지 너무 감동했습니다 ㅠㅠ 으아 이 동네의 미친 물가를 생각하면 정말 더더욱 감격스럽죠.












 근데 하필 여기서 캐서린과 싸움이 나서,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아침에 이어) "You never listen to me."라며 단단히 화가 났습니다. 제가 아침에 캐서린 말 안 듣고 했다가 밥 망친 것 하며, 제가 낮의 바이킹 박물관에서 찍은, 캐서린이 웃기게 나온 사진을 페북 단체방에 올린 것 때문에 화가 났다는데요. 


 근데 저는 아침에 밥을 제가 알아서 잘 하고 싶었을 뿐이고, 그건 미안하지만, 아니 사진때문에 갑자기 엄청 화내면서 그러는 게 너무 이해가 안 되어서 짜증이 나는 바람에, 장기전으로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그 사진을 올리지 말라고 했다는데 전 다른 사진 올리지 말라고 한 건 기억나지만 그 사진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안 나기도 하구요, 더군다나 노트북도 안 가져와서 계속 쓰게 해 줘서 할 일도 잘 못 하고 있었고, 계획 등등 많이 맞춰 줬다고 생각했는데 별 것 아닌 걸로 너무 짜증 내니까 돈 몇 푼 아끼려고 왜 얘랑 같이 왔지 하는 생각까지 들어서 기분은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콩간지내가 속이 더럽게 좁은건가...





 뭐 사실 그냥 미안하다고 했으면 될 일인데 피곤과 짜증까지 겹쳐 굉장히 속이 좁은 모습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노벨 평화 센터를 보고 온 정신상태 치고는 정말 글러먹긴 했네요. ^___^;









 결국 에어비앤비 호스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어색하지만 중앙역으로 향합니다.


오슬로 버스 터미널


 거의 막차를 타고 나왔는데 기차역은 아직 열리지 않아, 좀 더 기다리기 위해 찾은, 역 근처의 버스 터미널.


오슬로 버스 터미널


 역 대합실에서 블로깅을 했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블로그에 글을 썼구나, 사진을 보고 깨닫습니다 ㅋㅋㅋㅋ


오슬로 버스 터미널


 나쁘지 않은 라운지 풍경. 쌀쌀하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열심히 잡니다.








오슬로 중앙역


 그리고 마침내 문이 열려 들어올 수 있었던 기차역! 3시 56분이라는 시간을 보니 제가 다 답답하네요 ^_^; 스타방에르로 가는 4시 15분 첫 열차를 타기 위해 플랫폼으로 향합니다.


오슬로 중앙역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잠시 기다리는데, 한국인 두 명이 지나갔습니다. 남자 한 분과 여자 한 분인데, 자전거로 여행 중이셨어요. 그런데 시간도 시간이고 멍-하니 있다가 놓쳐버리고 말았습니다.



노르웨이 기차


 마침내 기차에 탑승, 기차는 스타방에르로, 자그마치 8시간의 여행을 시작합니다.











노르웨이 여행 지도, 10/19노르웨이 여행 지도, 10/19


...그렇게 저는, 스타방에르로 가...가버렷!



스타방에르에서 꼐속









9월 8일, 화요일






 8일 화요일. 오늘은 한국인 파티가 있는 날입니다.







 웰컴 페어에 이어 있었던 정신 없는 파티의 시기에, 헬싱키의 타이거 클럽에서 다른 학교로 온 한국 교환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죠. 그래서 다른 학교 교환학생들과 같이 모여서 한국 음식도 해먹고 등등 파티를 하기로 한 날이, 바로 오늘... ^_^;;











 그.러.나. 오늘은 또한 수업이 있는 날이기도 하니 일단 수업을 들읍시다.




 핀란드의 학식, 유니카페에서 먹은 밥. 2.6유로 치고 정말 혜자하게 나왔습니다만 이건 운이 좋았을 때입니다. 운이 안 좋으면 그냥 샐러드만 왕창 담게 되는 수가 ㅐㅇ겨요. 저거 다시 보니까 배가 고프네... 아무튼 혜자하게 나온 유니카페 감사하게 먹어줍시다.




 헬싱키 대학교 학생들과 모여서 가기로 했으니 그 전까지 도서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리고 할 것이 없어서 도서관을 이리저리. 마치 중도에 있는 이상한 아저씨들 같네요 지금 생각하니 ^_^;;



 한국어 서적도 도서관 한 켠에 비치되어 있었습니다. 언어 위주로 책이 갖춰져 있었습니다.



 그렇게 기다리다 수업을 마친 다른 학생들과 함께 아시안 마켓에 들러서 음식들을 좀 샀습니다.



 김치와 라면 등등... 하카니에미 역 거의 바로 옆에 있는, 동방슈퍼에서 샀어요. 그리고 K수퍼마켓을 들러 삼겹살과 다른 고기 조금을 삽니다. 너무 예전이라 기억이 잘 안 나네욬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쓸데 없이 장엄한 역 시계탑을 뒤로 하고, 다른 학생들과 모두 만나 자그마치 여섯 명이서, 출발!








 파실라는 중앙역에서 딱 한 정거장, 통근열차를 타고 가면 있어요. 통근열차다 보니 메트로보단 역 간격이 길지만, 그래도 조금 무리하면 걸어다닐 수도 있을 만한 거리입니다. 이런 곳에서 살고 있다니 여기 사는 사람들 부럽습니다ㅠㅠㅠㅠ 콘툴라는 존나 최악인데...













 그리고...








고-기





 고기를 열심히 구워 먹읍시다.





 사실 클럽에서 만난 것이고 그마저도 저와 일부 뿐이라 많은 사람들은 거의 일면식도 없는 상태여서 걱정했는데, 먼저 파실라에 있는 사람들이 반겨 주어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ㅠㅠ 저희 쪽에서 여섯 명, 그리고 파실라에 네 명이 더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는 헬싱키 대학교에서 항상 여초로 지냈는데 이쪽엔 남자가 더 많은 것 같더라구요. 신기했습니다. 





 저렇게 고기를 계속 굽고, 맥주와 사이더를 마셨습니다.



 입이 너무 많아 고기가 금방 동나자, 곧 동원된 파스타에,




감자튀김과 계란말이까지 ㅠㅠㅠ



 저 계란말이는 진심 존맛이었습니다... 으아 계란말이 잘 하는 남자 부럽다 ㅠㅠ





 시간이 늦어 플랫에서 계속 파티를 하기 좀 거시기해지자,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파실라 근처의 야경이 보여서 나름의 운치가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술을 마시고 과자를 먹으며 조금씩 이야기를 하다가, 시간이 되어 헤어졌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때 파티 이후로 여기 파실라 한국 학생들이랑 1번도 못 봄ㅠㅠ 저와 같이 간 여자애들은 그 뒤에 수오멘린나로 놀러가고 해서 친하게 지내나 했는데 뭔가 자연스럽게 만날 일이 없고 하니 교류가 없어진 모양입니다. 노르웨이 여행 끝나고 11월쯤에 다시 만남을 추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집에 돌아간 저는 자기 전에 홀로 마지막 만찬을...











무.파.마.






그렇습니다.




성공한 자의 상징.

사회적 성공의 징표, 무파마.







 사실 무파마는 파실라에서 끓여먹으려고 동방슈퍼에서 산 것인데, 너무 융숭하게 대접을 받아 많이들 남겨 주고, 하나만 제가 가져왔습니다. 물론 이 하나 산 만큼의 돈은 제가 전체 다른 사람들에게 지불하였습니다. 저의 회계는 철저합니다 ^_^;;



 그리고 좀 행운이 있었던 게 평소에는 동방슈퍼에 라면이 거의 없어요. 한국 라면 자주 있는 게 이상한 첨 들어보는 '감자면' 정도. 비 보안에는 라면이 많지만 정작 무파마는 별로 없습니다. 아아 무파마를 먹을 수 있던 이 날은 얼마나 은혜로운 날이었던가.



끓입니다.






끓습니다. 계란 투하!






 후루룩 쩝쩝





꺼-억





 잘 먹었다.






 아침의 유니카페부터, 저녁의 파티와 밤의 무파마까지. 하루 종일 먹을 복이 가득했던 하루를 끝마치고, 저는 내일을 위해 잠에 듭니다.












꼐속








9월 7일, 월요일






그렇습니다. 9월 7일, 드디어,



제 인생은 개강하였습니다.















출처: 먼나라 이웃나라 독일편출처: 먼나라 이웃나라 독일편


이 얼마나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일입니까?








 첫 주에 있던 수업을 수강신청 취소하면서까지 미루고 미루려고 했던 개강이, 드디어 9월 7일, 9월의 둘째 주가 되어 다가오고 말았던 것입니다ㅠㅠ







 정말이지 비탄을 금할 길이 없네요...










 그치만 다행인 건 개강한 수업은 하나 뿐이라는 것입니다. 월요일 아침 수업은 다음 주에 개강, 저녁(자그마치 오후 6시)에 진행되는 핀란드어 수업만 오늘 개강하였습니다. 어찌 되었건 수업 하나가 개강했으니, 저는 교재를 구해야 하는데...




 그러니 저녁 수업인데 귀찮기도 합니다만 일단 집을 나섭시다.




 도서관에서는 매우 당연하게 이미 다 대여가 끝났습니다. 도대체 개강 당일날 대여를 노리다니 어떤 멍청이인지 제가 다 궁금하네요 ;;






 도서관에서 실패를 맛본 저는 일단 sitsit 파티에 돈을 내러 갑니다. 얼마 전에 신청한 학생 파티인데 참가비가 자그마치 15유로. 그런데 사실 그 값을 하긴 합니다 ㅎ;ㅎ;.. 가는 길에 러시아 플메 안드레이를 만났는데 안드레이도 sitsit에 간다고. sitsit에 관해서는 조만간 포스팅하게 되겠지요.



 요런 건물에서 학생들이 돈을 수납하고 있었습니다. 이 건물은 그 뒤로 가 본 적이 없네요 ^_^;;





 아... 이 쯤 하여 사실 한 것도 없는 저는 배가 고파졌으므로 밥을 먹습니다. 어떤 식충인지 제가 다 궁금해지네요;;





 그리고 저는 학교 구내 서점이 있던 게 생각나서 그 곳을 찾기로 합니다.





 음...





헬싱키 대학교 구내서점헬싱키 대학교 구내서점




아담-합니다




 네. 보시다시피 별로 넓지가 않고, 책 뿐 아니라 기념품이라거나 음료라거나 다른 것들도 팔고 있어서 책 진열하는 부분은 더더욱 좁습니다. 혹시나 해서 물어봤지만 역시나 제 교재는 없습니다. 사실 교환학생을 위한 핀란드어 수업 중에서도 쓸 데 없이 마이너한 걸 고르는 바람에 제 인생이 좀 꼬였는데, 여러분은 그 꼬여가는 과정의 극히 초반부를 지금 감상하시고 계신 것입니다. 어헣 어헣.




 그리하여 저는 헬싱키에서 매-우 유명한 서점인, 아카테미넨 서점(Akateeminen Kirjakauppa)에 가기로 합니다.




아카테미넨 서점 정문아카테미넨 서점 정문


 이 곳이 바로 아카테미넨 서점. 도심 근처, 스톡만 바로 옆에 있습니다.




 이 곳은 사실 단순히 책 사는 곳으로뿐만 아니라, 관광지로도 유명합니다. 바로 핀란드의 유명한 건축가인 알바르 알토(Alvar Aalto)가 지은 건물이기 때문이에요. 대가의 이름 답게, 정말 북유럽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건물입니다.






 으아아. 헬싱키 대학교 도서관도 그렇고, 하늘이 뻥 뚫린 구조가 대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반원 모양으로 한쪽 귀퉁이를 뚫어 놓은 도서관과는 달리 아카테미넨 서점은 사각형으로 중앙이 뚫려 있어요. 간결하고 깔끔한 느낌을 줍니다. 물론 필터떡칠은 필송합니다.



 진열된 책들.



 천장에는 창이 뚫려 있어, 밖에서는 자연광이 들어오고 그 창 옆에는 전등이 달려 은은한 느낌을 더해 줍니다. 



 위층에서 본 아카테미넨 서점 내부.



 윗층에서는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3층에서 진행중이었던 전시는 바로 시벨리우스 전시!



 핀란드의 비공식적 국가인 '핀란디아'를 작곡한 시벨리우스. 헬싱키에 아직 찾아가보지는 않았지만 시벨리우스 기념 공원도 있는 만큼^_^;; 핀란드 사람들은 시벨리우스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제가 여기에 온 이유는 원래 책을 사기 위해서였죠. 












그러나 저는 책을 사지 못했습니다.




왜냐면요,








책 한 권에 40유로행...







 이건 미친 짓이야 난 여기서 나가야겠어 ㅠㅠ








 게다가 제가 사려한 책이 멋들어진 하드커버나 두껍두껍한 책도 아닌, 한 권에 200페이지 가량 되면서 품질도 그닥... 거의 신림동 복사집에서 만들 만한 품질의 책들이고, 두 권을 사야 하니 자그마치 지출은 80유로가 되는 상황이었습니다ㅠㅠㅠ 으아아아아아아










 아마 핀란드에서는 저자들한테 로열티를 많이 주어서가 아닌가 싶은데요... 이 상황을 맞이한 저는 일단 눈물을 삼키며 후퇴할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수업에 가기 전에 잠깐 단스케 방크에 들려, HOAS 임대료를 냅니다.



 현지 통장을 개설하지 않으면 송금 떄 5유로의 수수료가 듭니다. 자그마치 한국 돈 7,000원...! 어마어마한 돈인데, 또 통장을 개설하려면 뭔가 아주 복잡한 절차가 있고 수수료도 든다는 얘기를 들어서 그냥 한 학기 동안만 이걸 내기로 합니다. 사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좀 더 자세히 알아볼 걸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미 3개월이나 임대료를 냈는데 지금 와서 또 신청하자니 지금까지 쌩돈 낸게 아깝네요. 남은 기간 동안에도 잘 수수료 내야겠습니다. 어헣...





 그리고 수업이 진행되는 건물은,



 의사당 광장 바로 옆 건물! 대성당에서 바로 보이는 멋들어진 건물이 헬싱키 대학교 메인 빌딩입니다 ㅠㅠㅠ






 딱 봐도 굉장히 오래 된 느낌이 나는 복도.





 강의실에 들어왔습니다. 당연히 시간이 넘쳐나는 저는 수업 시작 1시간 전에 도착했기 때문에,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렇게 벽에 걸린 초상화를 보며, 저 분들은 어떤 분이실까 생각하고 있던 와중에, 하나 하나 다른 학생들이 들어오네요.






 여기서 가장 먼저 만났고 친해진 사람은 석사과정에 다니고 있는 스코틀랜드 출신 미셸. 글렌과는 달리 영어 억양도 알아듣기 엄청 쉽고, 드립도 웃기고 해서 바로 되게 친해졌습니다. 헬싱키에서 공부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핀란드인 남자친구가 있어서 핀란드어 수업을 듣게 되었다고 해요. 이 외에도 몇 명들이 들어와서 인사를 하고 얘기를 하다가, 당연히 수업 시간이 다가오면서 우르르 사람들이 몰려 와서 곧 상황은 정리.




 그리고 친해진 미셸이 책을 보여주겠다고 해서 다행히 책 걱정을 덜 수 있었습니다. 수업은 대체로 PPT 위주로 진행이 되고 유인물도 자주 나눠줘서, 책이 항상 필요하진 않은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정말 다행이었습니다ㅠㅠ




 그리고 이 수업, 'Intensive Finnish for beginners'인데,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핀란드어를 공부하겠다고 '인텐시브'를 택한 제가 두 인텐시브 수업 중 굳이 늦은 이 수업을 선택한 건 물론 시간표상의 문제 때문이었지만, 이 때문에 한 학기 내내 고통을 받게 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 좋은 점이 있었는데, 다른 한 수업은 교과서의 저자께서 수업을 하세요. 그럼 아무래도 책을 안 사면 매우 눈치가 보였겠죠ㅠㅠ. 이처럼 월수목 저녁 7시 30분 하교의 저주에도 좋은 측면이 있다..하고 자위합니다.











 첫 날 수업은 간단한 오리엔테이션과 인사말 정도였습니다. 이 때만 해도 내가 이 수업을 잘 따라갈 거라고 생각했지... 그랬었지...ㅠㅠ 흐르는 이 것은 눈물인지 뭔지...ㅠㅠ





 수업을 마치고 나와서 본 대성당. 대성당은 앞으로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이 보게 됩니다. 지겹도록이라고 쓰려 했는데, 전 두 달째 대성당을 보고 있지만 아직 지겨워지지는 않았으니 그 표현은 빼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어제 먹다 남긴 삼겹살을 먹고 자는 것으로 오늘의 일정은 종료.













 내일은 화요일입니다. 화요일엔 원래 두 개의 수업이 있는데, 하나는 아직 개강을 안 했고 하나는 내일 개강. 으으으...^_^; 설레는 마음을 품은 채 저는 잠에 듭니다.











꼐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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