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0일, 목요일






 네 오늘은 아침수업이 있습니다. PO아침수업WER... 오늘 자그마치 첫 수업인 Introduction to Nordic Welfare States, 그러니까 노르딕 복지 국가 개론이지요. 아침에 일어나 학교를 가는데 흥미로운 포스터가 붙어 있어서 찍었습니다. Suomi Says Welcome. 당시 난민 문제로 굉장히 시끄러웠던 때라 더 인상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학교로 열심히 달렸습니다만,



 아침을 못 먹어 빵을 먹으려고 하다가 빵 가격 보고 포기. 가격을 보니까 식욕이 달아나요 식욕이.




헬싱키 대학교 강의실


 근데 강의실엔 제가 첫빠로 도착함 우왕ㅋ굳ㅋ.




 ...이럴 줄 알았으면 제대로 먹고 올걸 서럽습니다.








 곧 시작된 수업. 이 수업은 팀 티칭으로 진행되어서 첫 교수님이 다음 수업도 맡진 않는다지만, 핀란드식 억양이 너무 강해서 처음엔 1도 못 알아들었습니다. 거센소리를 모두 된소리로 발음하시고 강세가 없는 그런 영어... 너란 영어... 물론 제가 영어 듣기를 잘 못 하는 것도 이유가 되겠습니다만.


 대충 북유럽 복지 국가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수업과 평가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정도의 소개로 첫 수업은 끝이 났고, 저는 오늘도 유니카페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유니카페


 ...네 그냥 주니까 먹습니다.




 핀란드 음식은 소박하고 정갈한 게 특색이에요. 그러니까 자극적인 맛, 맵고 짜고 뜨거운 맛에 익숙한 한국인에게는 익숙해지기 힘든 맛이기도 합니다. 프랑스 음식이나 이탈리아 음식이야 워낙 다양한 풍미가 있고, 독일 음식처럼 기름지고 짠 음식이 많으면 또 먹을 만 한데, 핀란드 음식은... 유니카페에서 싸고 푸짐한 맛에 먹긴 하는데 식도락의 재미는 느끼기 힘듭니다. 영국 음식보다야 낫겠지 하고 생각은 해 봅니다만 ^_____^;






 그리하여 저는 오늘 집에서 해 먹을 음식을 생각합니다. 그것은 바로....
















김치버터삼겹살





 TRINITY















 사실 이 요리는 대학교 신입생 시절 신림동 고시촌의 '동차합격'이라는 조그마한 음식점에서 처음 먹게 된 건데 정말 너무나도 맛있어서 학교 다닐 때 생각날 때마다 계속 찾다가, 좀 먼 곳으로 이사한 후부터는 귀찮아서도 있고 좀 더 싸서도 있고 집에서 매일 해먹기 시작했었습니다. 비록 핀란드에 오긴 왔으나, 삼겹살도 있고 김치도 있고 버터도 있는데, 무엇을 망설이리...






 그리고 동차합격 간판메뉴가 이거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람들이 이거만 줄창시킵니다 다른 메뉴의 존재의의를 모르겠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먹는 사람 한 명인가 봤을겁니다... 지금 생각하니 저도 다른 메뉴가 궁금해지는데 귀국하면 가서 다른 메뉴 시켜봐야겠습니다 ㅠ_ㅠ








 솔직히 한국인 식도락 인생의 3대 요소인 소금과 지방, 고춧가루를 모두 갖췄는데 무슨 말이 더 必要韓紙?







 삼겹살은 K SUPERMARKET에서 팝니다. 다만 좀 큰 곳에서만 파는데, 깜삐(Kamppi)와 꼰뚤라(Kontula)에서 파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전 처음엔 잘 몰라서 깜삐에서 샀다가 그 다음부턴 당연히 집 앞 꼰뚤라에서... 다만 파는 곳마다 포장량이 조금씩 다릅니다.






 그리고 하까니에미 아시안 마켓, 동방슈퍼에서 구입한 김치.






 그리고 마늘도 삽니다. 이거 쓰고 있는 현재 마늘 먹은 지가 엄청 오래 됐네요. 아무래도 한국에서 중국산 깐마늘만 먹다가 직접 까려니 너무 귀찮은 듯ㅠㅠㅠㅠㅠ 그치만 확실히 넣기만 하면 풍미도 살아나고, 내가 먹는 건 기름 범벅 김버삼이 아니라 건강한 마늘이 들어간 건강식이라는 정신승리를 하는데도 일말의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가위가 음슴...






 ... 고기용 가위가 없어서, 그냥 스테이크 자르듯이 나이프로 열심히 자릅니다. 그런데 왜 사진 색감이 갑자기 이렇게 구려졌을까요? 제 휴대폰 참 대단한 것 같아요. 









준비 완료!









 그런데 러시아 친구 바실리가 요리를 하고 있어서 기다리며 사진을 몇 장 찍었습니다.



 음...



맛있어 보인다 ^_^;;





 아무튼 저도 요리를 시작합니다.











 뭐 요리법은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간단한데,






 1. 버터를 팬에 바르고,






 2. 고기와 김치, 마늘을 올리고,






 3. 잘 익도록 두루 구워 주시면 됩니다 ^_^;





우왕ㅋ굳ㅋ




허엌...헠..헠...




 설거지가 귀찮아질 것 같아 그릇에도 안 담고 팬에 바로 먹었는데... 그야말로 고향이 느껴지는 짭쪼름함과 기름짐에 저는 그만 눈물을 ㅠㅠㅠ



 물론 외국에 왔으니 외국 식문화를 즐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제가 뭐 프랑스나 이탈리아에 온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 고생 엄청 많이 했잖아요? 그러니까 식기 전에 걍 엄청 빨리 먹읍시다 김치버터삼겹살을...





 이렇게 너무나 완벽한 식생활을 영위한 저는, 스르륵 잠에 드는데...























9월 11일, 금요일






 응? 꿈이었나...




 당연히 꿈은 아닌데, 어제 게임을 하다가 좀 늦게 잔 후 학교에 언어 교류 프로그램에 있어 거길 갔다 오고, 삼겹살을 안 사 온 바람에 어제의 화려한 식단에 이어서 오늘은 다시 감자로 복귀 ㅠㅠㅠ






 감자(+설탕)-김치-올리브... 뭔가 괴악한 조합이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그런데 저의 구원 투수 안드레이가 갑자기 러시아 요리를 해 줬습니다. 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정말 감자전 맛이 나요! 어제에 이어 맛본 고향의 맛에 또 눈물을 흘렸습니다. 다만 약간 싱거워서 간장을 찍어 먹었더니 안드레이도 간장을 찍어 먹어 보고는 확실히 낫다고 그렇게 먹습니다. 오오 훈훈한 문화 교류의 장...







 그리고 밤이 되어 길을 나섭니다.




 오오 전철에 아무도없다 신기...





 이 날 길을 나선 건 밤에 무슨 보트에서 파티를 한다고 해서 튜터 그룹 친구들과 같이 가기로 한 거에요. 다만 저의 경우, 세탁을 하고 건조기에 옷을 넣었는데 어이없게도 건조 스타트 버튼을 안 눌러서 엄청 늦었다고 생각해서, 굉장히 침울했었습니다.




 하까니에미 근처.



 저 보튼데...



 !?!?!?!?!?!?


 사람 개 많음 ㅠㅠㅠ





 그런데 친구란 놈들은 연락도 안 되고 올 생각도 안 하고, 집에 가야 하나 짜증나네 하면서 기다리고 있으니 1시간 뒤에 옵니다.







 옷이 그렇게 빨리 마를 줄 몰랐다나 뭐라나 ...









 순간, 유럽 XX끼들아! 파티하면 늦고 실수하고 그러면 죽고, 그러면서도, 하까니에미에서 허벌나게 치욕적 비난받고 기숙사로 갑니다. 동양인을 살... 하고 분노가 약간 치밀어 올랐으나, 이미 힘도 쭉쭉 다 빠졌고 정말 몰랐던 것 같아 같이 기다리기로 합니다.









 그런데 기다리면 뭐해 사람 너무 많음 노답 ㅠ







 결국 입장 막힘.





 왜왔냐 ㅠㅠ





 게임이 그립습니다 게임이...






 어떤 나이트 클럽엘 다 같이 가자고 해서 갔는데 몇 명이 여권을 안 가져와서 fail.




 여기 가자마자 하다가 대분열.




 결국 예전에 왔던 아이리시 펍에서 맥주 홀짝홀짝하다가 상황종료.






 너무 배고팠기에 가판대에서 햄버거를 사먹습니다. 핀란드어로 함뿌리라이넨. 그리고 생각합니다. 잊지 않겠다... 이 배고픔을... ㅂㄷㅂㄷ











9월 12일, 토요일






그리하여 저는



 눈을 뜨자 바로 콜라부터 샀습니다. 그런데 바닐라 콜라를 처음 봤기에 사 봤는데 적어도 제 취향에는 노멀 콜라가 1023918015배 낫습니다. 



 마늘도 까고,



 맛있게 김버삼을... 아 카메라 진짜 왜 이러지...



 갤놋3은 증기에 매우 약한가 봅니다. 아 지금 12월에 이거 쓰고 있는데 지금까지 찍은 음식 사진이 다 이러할 것이란 말인가 ㅠㅠ



 그래도 사진이 비록 매우 좋은 상태는 아니나 보고 있자니 제 위와 입이 고통받는 걸 보니 여러분에게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으리라 짐작이 됩니다. 어허헣.



 요리 다 된거 찍지도 않고 먹다가 허겁직버 중간에 사진샷.




 그리고 안드레이가 사온 생선 병조림?을 먹었는데 꽤 맛있습니다. 생선 조각이 액체에 둥둥 떠다니는 비주얼입니다만 그렇게 특이한 맛은 아니되 좀 신 맛이 나서 밥이랑 같이 먹으면 밥도둑될 듯... ^__^;



 그리고 콜라와 함께 식후의 여유를 즐깁니다. 바닐라 콜라만 아니었더라도... 부들부들...




 그러나 오늘의 일정은 끝난 게 아니라, 김치버터삼겹살과 콜라로 식욕을 흡족히 충족시킨 저는, 저녁에 핀란드 최초의 유니크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제발꼐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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