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 일기: 2015년 9월 29일 화요일 







아침에 일어나 라면+계란+치즈를 해 먹고, 한국어 도우미를 갔다오고 한국전근대사 수업을 듣고...








두시 반이 되었습니다.





열심히 준비를 해야죠.

















바로 오늘은 제 생일 파티 겸 추석 파티를 하는 날이니까요 ^____^;;





제 생일은 9월 28일, 추석은 9월 27일이었지만, 뭐 그런 것은 딱히 중요한 게 아니고, 어찌 됐든 파티를 열심히 합시다.





마트에 가서,




마늘과 애호박을 열심히 고릅니다. 오늘은 생일+추석 파티이니 음식은 최대한 한국의 추석 음식으로 준비해 봅시다!









짜잔






애호박, 대파, 양파, 마늘, 햄, 계란, 감자, 간 고기,


그리고 맥주!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는 사실 어마어마한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게 뭘까요?




















 그게 뭘까요?















저는 태어나서 전을 한 번도 부쳐 본 적이 없습니다.









 아이템이 있으면 뭐합니까. 스킬을 안 찍어서 못 쓰는데 ㅠㅠ







 자취를 오래 하긴 했지만 거의 오뚜기밥이 주식이었던 저에게, 그리고 계란 후라이나 김, 종갓집 김치 등 몇 개의 간단한 반찬으로만 몇 년을 돌려막으며 살아 온 저에게 전이라니요...








 게다가 저희 집에서 요즘 명절도 안 쇠는 편이고, 전 부칠 때도 많이 하면 남는다고 큰집에서만 아주 조금 부칠 정도라, 평소에 딱히 전을 부칠 기회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추석에 한국이라고 전을 부치려고 큰 소리 뻥 뻥 치고 재료 사 오긴 했으니, 뭐 어찌 되었든 해결을 하긴 해야 하구요...








 그래도 전 부치기라는 게 어마어마한 전문성을 요하는 건 아닐테니, 네이버 블로그 글들을 최대한 열심히 보면서 전을 부쳐 봅시다.





일단 감자전부터. 감자 껍질을 열심히, 정말 열심히 벗겨 내고...





 강판에 감자를 열심히 갈아서 감자를 오체분시합니다.





 오 뭔가 되어가는 느낌인데?





그리고 체에 걸러서 즙들은 따라 내 주고,





내린 것들 중 녹말은 따로 갖다가 쓰기로 하고, 지금까지 잘 다진 감자를 전으로 만들어 보려 하는데...!


















...






fail




프라이팬에 다 눌러붙어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건져낸 것은 얼마 되지도 않는 거의 다 타버린 조각들...











근데 점점 파티 시간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7시 30분 정도부터 와도 된다고 했는데, 저 감자전을 파.괘.해 버린 것은 7시 경. 더 이상 남은 시간이 없어서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다가, 애호박이랑 햄 같은 경우는 빨리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냥 열심히 감자를 채썰고 강판에 갈고, 애호박을 썰고 하면서 준비를 해 보려고 발버둥치긴 하지만, 운명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 오기로 한 사람들 중 가장 빠르게, 한국인 여학생들이 도착합니다. 그리고...









고민 해결






 가장 빨리 오셔서 적당히 채썬감자와 간 감자를 섞고, 기름을 충-분히 두르고 팬에 올림으로써 감자전 조리의 문제를 한큐에 해결해 버리는 갇-현지니뮤. 전 부쳐본 적도 없으시다는데... 








민수님은 애호박도 잘 자릅니다.








 뭔가 저의 요리 책임을 다 떠넘기는 느낌이 들었다면, 그것은 기분탓입니다. 아니 제발 기분탓이라고 믿어줘...









크고 아름다운 햄. 저는... 또 감자를 다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보니 고개를 정말 과도하게 앞으로 많이 숙이는군요. 근데 고쳐야지 고쳐야지 해도 안 고쳐짐ㅠㅠ






추석 파티를 주최한 왕위팅과 그의 친구 홍콩 출신 요랜(Yoland). 중화권의 여학생들도... 오자마자 가차없이 요리에 징발됩니다.








뭔가 돌아다니는 유머 중 '요리 하는 법' 같은 게 생각나네요.


"엄마 이거 어떻게 해?" -> "어떻게 어떻게" -> "이건 어떻게 해?" -> "어이구 이놈아 나와 봐라" -> "짜잔 완성"







여러분 저 정도는 아닙니다. 저도 열심히 했어요. ㅠㅠ.







이무튼 고기전에 들어갈 파 등 채소들을 찢고 자르는 모습입니다.  ;;;






그 와중에 착착 완성되어 식탁으로 오는 애호박전과 감자전. 감자전 비쥬얼이 좀 그렇지만 뭐 어쩌겠어요.






 고기전은 좀 망했습니다. 밀가루와 계란을 충분히 팍팍 넣어야 했던 것 같은데, 경험의 미비로 그러지 못했어요. 그래서 사실상 '전'이 아니라, 간 고기와 잘게 자른 야채를 구워서 뿌려 놓은 듯한 음식이 되긴 했는데, 그래서 그냥 숟가락으로 퍼먹었어요...





 마지막으로 나온 햄전. 햄전이 제일 싸고 만들기도 가장 편했습니다 ㅋㅋㅋ 이 이후로 햄전 생각나서 혼자서도 전으로 많이 부쳐먹었습니다. 별로 건강한 습관은 아니겠습니다만.
















 여학생들이 음식 만드는 것에 프리라이딩하느라...가 아니라 파티 준비하느라... (엄격, 근엄, 진지) 너무 노오오오오오력을 해서 청소도 하고 하느라 땀도 많이 났는데 씻지도 못하고 뭐 그런 상태로 들어오는 다른 사람들을 맞았습니다. 그치만 보시다시피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왔어요! 허헣






 무엇보다 같은 튜터 그룹 친구들은 도무스에서 같이 생일 파티 하고도 또 와 줘서 넘나 넘나 감동인 것! ㅠㅠ









가득 찼습니다. 가득 찼어요.





넘나 기분 좋아 보이는 저.




그리고 그렇게 음식을 먹고 펩시...가 아니라 술을 마시죠.




 콜롬비아에서 온 항상 긍정적이고 유쾌한, 저의 부정적 논증을 들을 때마다 한없는 긍정성으로 응답하는 비비아나가 한없이 긍정적인 미소를 보여주고 있고, 인혜는 쑥스러워하고 있고, 민수는 햄전을 음미하고 있군요. 햄 저거 엄청 싼 건데 고급진 사람이 드니까 고급져 보임.




Kippis!






표정 관리 안 되는 거 보소...






 교환학생 때 가장 즐거웠던 것들이, 굳이 생일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 집에 모여서 같이 노는 하우스 파티? 문화였습니다. 뭐 사실 펍 같은 곳이 너무 비싸서 이런 것도 있긴 하지만, 집에서 충분히 저렴하고 재밌게, 요리도 해서 즐길 수 있는데 왜 굳이 맨날 술집에 가서 바가지 돈을 내면서 안주를 사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많이 들었습니다. 



 뭐 아직 이성을 집에 데려가면 삐딱하게 보는 문화적 이유도 있을 테고, 학교/직장은 서울에 있지만 집은 서울과 경기도 전역에 분포하고 있다는 과밀화에 의한 지리적 이유도 있을 법 하네요. 그치만 주말에라면 집에 모여서 이렇게 노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제가 친구가 많이 없어서 그런 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논 기억은 남자애들끼리 술 엄청 먹을 때밖에 없어서... ^_^;;







그래서 여기에서라도 많이 먹고 많이 마십니다.





뭔가를 생각하는 캐서린.





드립을 쳤더니 코를 잡아당김. 뒤에서 아담이 뭐하는 짓이지 하고 쳐다보고 가네요.





























근데 엥!?





엥!?








전 사실 이런 서프라이즈 생각도 안 했는데... 그리고 제 플랫에서 하는 거라서 제가 계획 안 했으니 딱히 계획도 다들 안 했으리라 생각했는데...


정말 너무 벅차오르는 감동이었습니다 ㅠ_ㅠ









 정말 지금 봐도 교환학생 때 행복하게 살았구나, 하는 게 느껴지는 게 이 생일파티 사진들인 것 같아요 ㅋㅋㅋ 삶이 우울할 때마다 교환학생 때,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때들의 기억을 떠올리며, 비록 우울하고 슬프더라도, 아직 내 남은 삶에서 내가 경험하지 못한 행복할 일이 더 많이 남았으리라고 짐작하며 꾸역꾸역 살아갑니다.










생일 (롤) 케이크.





민수가 생일 선물로 준 앱솔루트 보드카. 어제도 보드카를 선물로 받았는데 나의 이미지는 그냥 보드카인건가... ^_^;


이 때부터 술을 줄였으면 지금 술 마실 때마다 술병이 도지는 일은 없었을 텐데...






기분이 너무 좋아 보입니다. 나 만취였니?






부어라. 마셔라.





응 음식도 계속 먹을거야.



병 돌리기로 진입. 진실을 없애고 벌칙만 해서, 저 때 아마 티엔이 걸렸던 듯 합니다?





안 걸려서 빵-긋. 네 사죄합니다.. 제가 남자들끼리 뽀뽀를 시켰었습니다... 미안해 안드레이...



사실 이건 제가 이 전에 계-속 생일자란 이유만으로 벌칙 뽀뽀를 볼에 당해서 그런겁니다. 폭력은 전염됩니다. ㅠㅠ.






너무 격렬하게 돌아가는 분위기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 구석의 삼인방.







여전히 병을 돌리고 있는 상황인데, 네 명이 각각 다른 곳을 보고 있는 게 인상적인 사진.









다 비켜! 저 술은 내 꺼야!









 그러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제 플랫은 너무나 아쉽게도 중심지에서 매우 멀리 떨어진 콘툴라에 있기 때문에, 막차가 끊기니까 사람들은 집에 가야 합니다. 







 한 시 쯤에 마지막으로 생일+추석파티가 파하고, 살아남은 우리 플랫 사람들만 술을 더 먹다가...










ㅋㅋㅋ.








분명히 청소를 하다가 남은 술이 있어서, 가위바위보로 진 사람이 마시기 시작한 건데,








어느 새 보드카 한 병을 거의 비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버티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마는 그.















루카스........









세상의 무게를 다 짊어진 듯한 그의 고개가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아마 이 당시 그의 심경은, 




































원작: 붓싼문학 타피오카편




딱 이 만화의 상황이 아니었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유투브 동영상 같은 걸 보면서도 느낀 거지만, 정말 러시아 사람들은 무섭습니다. 항상 막 이상한 목숨 건 도전 같은 거 러시아 사람들이 하잖아요. 똘끼가 대단합니다. 루카스의 방에 살짝 들어가서 루카스가 뻗어 자고 있는 걸 알고는, 보드카도 못 마시는 겁쟁이라며 이제 루카스(Lukas)가 아니라 루카푸시(Lukapussy)라고 불러야한다고... 그리고 상응하는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고... 흠좀무.


(오해를 막기 위해 첨언하면, 이 때의 pussy는 저도 예전에 들은 적이 있듯이, '여자같이 나약한 청년'의 용례이죠. 직접적 비속어는 아니지만 성차별적 단어일 수 는 있겠습니다. 근데 여자들도 막 써서...)







출처:먼나라 이웃나라



이 얼마나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생각이니?







근데 우린 다 취해서 딱히 자제력을 발휘할 상황이 아니었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기에 ㅋㅋㅋㅋ안드레이는 일사천리로 행동에 나섰습니다.




방에 잠입해서,





이마에 흔적을 남겨줍니다.




근데,





정말 잘 잔다... 인정.













완성.












체코의 루카스는 아무것도 몰라요

















정말이지 이런 이상한 데에 집념을 기하는 불곰국의 위엄 ㄷㄷ


역시 유투브나 홈비디오 같은 거 보면 몸을 사리지 않고 목숨을 아끼지 않는 익스트림한 동영상들은 다 러시아 꺼던데 ;;


러시아의 위엄을 실감합니다. 마더 러시아!





이런 루카푸시 증서를 만들어서 냉장고에 떡하니 붙여 놓습니다. 이제 30일로 넘어갔으니 30일!









 그리고 만취한 혹시 기억을 잃을까봐 저는 내일의 저에게 남기는 영상편지...즉 꽐라의 횡설수설을 바실리의 휴대폰에 남기고... 그리고 아무도 내 얼굴에 매직으로 낙서를 하지 못하게 문을 잘 닫고, 잠이 들었습니다. 















꼐속 














혹시 재밌게 읽으셨다면, 아래의 하트 한 번 클릭 부탁드립니다! ^___^;






 

 





 장난삼아 페이스북에서 지금 쓰고 있는 교환일기를 '사진고고학'이라고 칭한 적 있다. 이름은 '일기'인데, 정작 20일 전의 일을 쓰고 있으니 고고학이 아닌가.


 그런데 쓰고 보니 고고학은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고고학이라는 학문은 선사시대, 결국 남겨진 기록이 없는 시대의 유물과 유적을 통해 그 시기의 삶과 모습을 추적하는 학문인데, 나의 경우는 내가 쓴 글은 없더라도 내 머리 속에 든 기억이 있으니까. 블로그에 이렇게 써야지, 했던 (부질없는) 기억들. 내가 느꼈던 주관적인 감정들. 생각들. 그 편린들이 남아있고 결국 내가 쓰는 글에도 그러한 내용들이 반영되는 것을 보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사진고고학이 아니라 사진역사학이다. 


 이러한 감정과 생각들이 사라지고, 켜켜이 쌓인 시간의 먼지로 탈색되어 머리 속에 남은 것은 잿빛 심상 뿐이고, 남은 사진이 전달하는 정보의 수준과 별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가 되었을 때, 그때야말로 내가 할 지도 모를 그 작업은 사진고고학이 될 것인데, 결국 내가 이렇게 사진역사학을 하면서 나의 게시물들을 정리하는 것이 내 사진들이 사진고고학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고 있는 것이구나. 


 그러니까 열심히 쓰겠습니다.







2015년 8월 11일, 화요일


 

 

 

 어쨌든 지금까지 신세를 진 핀란드 학생은 학교를 다녀야 해서 낮엔 못 보고, 걔네 집이랑 제 집도 멀고, 케미도 잘 안 맞는 것 같아서(물론 제 인성의 문제가 크겠으나^_^) 저는 제 HOAS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여전히 밤 사이에 아무도 왔다가지 않은 듯한 아파트, 텅 빈 거실로 내리쬐는 햇살을 보고 있자니 정말 무인도에 남겨진 것 같다는 중2병스러운 착각이 들었습니다. 무인도라뇨. 개소리죠. 주변에 널린 게 영어 하는 사람이고 호주머니엔 환전해 온 현금도 많이 남아있었는데(자랑아님). 그렇지만 그땐 웬지, 그렇게 느꼈습니다.

 

 

 

 

 무인도에서 살아남으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자원이 어느 정도인 지 알아보는 것이죠. 물론 지금 쓰고 있는 이 키감 참 쓰레기같은(다른 건 다 좋습니다) 인민에어4를 비롯해서, 한국에서 가져온 배낭 하나 캐리어 하나 분량의 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제 일기를 처음부터 보셨으면 알잖아요. 너무 급하게 챙겨서 정작 필요한 물컵 접시 이런 건 하나도 없음ㅋㅋㅋ 젓가락 하나 달랑 가져왔습니다 여기 젓가락 없을까봐.

 

 

 

 

 그래서 내가 가진 자원이 어느 정도인가 정찰하려고 부엌을 쑤셔보는데...

 

 

 


 

 

오오...

 

 

 

 

 

 

 

 

 

 

 

 

 

오오...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존나좋군?

 

 

 

모처럼 핀란드까지 왔으니 북극곰도 ^오^

 

 

 

 

 아무튼 이로 인해 식기/취사도구 등은 해결되었습니다. 저 넘쳐나는 식기의 향연...

 

 

 

 

 이 글을 읽으시는 분 들 중, HOAS에 입주하셔서 아무것도 없었던 분들 분명히 계실거에요. 뭐 어쩌겠어요 인생이 이런건데. 여러분 한국에 식기 많잖아요. 저 진짜 여기서나마 금수저 한 번만 좀 해봅시다 ㅠㅠㅠㅠ

 

ㅇㅇㅇ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꽉 찬 찬장을 보고 너무 행복했듬...

 

 

 

 

 

 이전에 산 중국인 학생들이 있었던지 중국 소스랑 약도 몇 개 놔두고 갔는데, 그건 유통기한 지난 것도 해서 신경끕니다. 저 식기만 씻어서 써도 얼마야...

 

 

 

 

 

 

 

 

 여러분, 이래서 제가 헬싱키의 '로빈슨 크루소'라고 제목을 단 거에요. 로빈슨 크루소 책을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로빈슨 크루소는 난파당한 주제에 무슨 가진 게 그리도 많습니다. 우리 다니엘 디포 선생님께서 로빈슨 크루소에게 무한한 자비를 베푸셔서 배가 암초에 걸려서 넘어 갈랑말랑넘어갈랑말랑 계속 밀당하는 동안, 로빈슨 크루소는 배 안에 들어가서 털어올 거 다 털어옵니다. 사람은 하나인 주제에 총을 열다섯자루나 갖추고 벙커를 만들고, 곡물을 경작하고, 나중엔 노예까지 부리는 무지막지한 놈이 로빈슨 크루소에요. 가히 조난자계의 재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로빈슨 크루소 하고, 혹시나 일찍 오셔서 사람도 없는 기숙사에 혼자 계시게 된 교환님들은 페덱스 택배 급도 안 되는 짐 뜯어보면서 배구공에 물감묻혀서 소리나 지르셈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미 죽창맞은 블로거입니다.)

 

 

 

 

 

 

 

 

 

 죄송합니다 항상 죽창을 조심합시다. 넵.

 

 

 

 

 

 

 

 

 한편 적막에 싸인 한낮의 아파트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솔직히 혼자 사는 집 안 같습니다.

 

 

 

 

 

 

 

 

...아무튼 너무 쉽게 식기/조리기구 문제가 해결되어 허무하지만, 이번 편의 테마는 학습이 될 것 같습셒슾....

 

 

 

 

 

지금까지 안을 살폈으니 밖을 살펴야 할 때가 되었고, 어제도 갔던 마트로 가서 뭔가 배워봅시다.

 

 

 

 

 

 

 

 목표는 바로 이것. 핀란드의 맥주. 원래 어떤 나라에 가면 그 나라의 술을 마셔야, 그 나라를 제대로 느낀 거 아니겠습니까? 다행히 핀란드에도 토종 맥주가 많이 있습니다. 사실 토종인지 수입인지 전 잘 구별은 못합니다만 Sininen은 핀란드어 맞는 것 같아요.

 

 

 

 

 

 

 

 

 

 핀란드에서 꼼꼼하게 살림하려면 알아두어야 할, 공병보상금. 다 마시고 나서 공병을 가져가면 캔류는 15센트, 페트병류는 20센트를 다시 돌려줍니다. 은근히 쏠쏠합니다. 마트에서 89센트 정도 헐값에 파는 캔맥주는 공병보상금은 제하면 74센트가 되죠. 사실 밖에서 마신 캔은 가방 안에 흐를까봐 가져오기가 쉽지 않지만, 페트병은 꼭 챙겨오게 되더라구요.

 

 밖에서 술을 마실 때 주변에 공병을 줍는 노인 분들이 계시면 그 분들께 드리거나 그 분들 눈에 잘 띄는 곳에 모아 놓으면 윈윈할 수 있기도 합니다. 사실 한국도 재활용품 수거하시는 노인 분들이 많은데, 핀란드 정도는 아니더라도 인간적인 삶을 보장할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이 보장되길 바랍니다.

 

 

 

 공병은 초록색 버튼을 누른 뒤 기계에 투입하면 자동으로 캔/페트병이 분류되고, 금액을 계산하여 바우처를 뽑아 줍니다. 이를 계산대에 제시하면 현금을 받을 수 있고, 아니면 쇼핑을 한 후 계산할 때 말 그대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14유로 쇼핑을 하고 공병보상금 바우쳐 2유로가 있으면, 이를 먼저 제하고 12유로로 계산하는 식입니다.

 

 

 

 아무튼 그렇게 산 맥주를 가져가서 설정샷.

 

 

 

 

 캬....

 

 

 햇살, 맥주, 게임... 삼위일체

 

 

 무릉도원이네요 ^오^

 

 

 

 

 

 그러나 왠지 게임은 하기가 싫습니다. 구라파까지 게임폐인되려고 날아왔나? 설정샷을 찍고 나서 게임은 살포시 끕니다.

 

 끄고 나니 배가 고픕니다. 아.... 아까 사왔으면 좋았을텐데, 사온 건 안주 뿐입니다. ㅋㅋㅋㅋㅋㅋ와 진짜 나란인간... 한심.

 

 

 다시 마트에 먹을 걸 사러 나가면서, 건물도 전체적으로 둘러봅니다.

 

 

 

 여긴 세탁실. 세탁은 공짜입니다. 세제도 살 필요가 없어요 ^오^ 지금 찍힌 건 건조기인데, 이 세탁실에 세탁기 여섯, 건조기 여섯이 있습니다. 하루에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만 사용이 가능하구요, 예약도 가능하긴 한데 제 경험 상 갔을 때 세탁을 못 한 적은 없네요.

 

 다만 주의할 점은 오후 10시까지만 가능하기 때문에, 오후 9시 20분 이렇게 어정쩡하게 가서 안 될 때가 있어요. 그럴땐 애벌세탁 빼고, 최대한 짧은 코스로 돌리면 예상 시간이 줄어들어서 사용이 됩니다.

 

 

 

 

 

 

 이곳은 분리수거장, 가건물 같은 곳이 둘 있고, 각 건물 내에 분리수거함이 있습니다. 설명을 읽어보면 어려울 건 없는데, Biowaste(음식물) 버릴 때 냄새가 나는 것이 약간 고역일 뿐...

 

 

 

 

 

 

 이제 다시 알레파 마트로 갑시다.

 

 

 

 

 

 

 

 

 

 

       

 

 무민 캐릭터가 붙은 상품이 굉장히 많습니다. 사실 저는 무민에 대해선 잘 몰랐어요 ^_^;; 핀란드에 관심 갖기 전까진 아예 듣도보도 못한 캐릭터였습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꽤 유명하고 한국에서도 아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놀라웠음 ㅎㅎ

 

 

 

 

 

 

 

 

 고기 가격 핵극혐......ㅠㅠ

 

 

 

 

 

 

 

 

 

       

 

연어. 갑자기 연어가 먹고싶었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왼쪽은 염장 연어, 오른쪽은 그라브 락스. 전 그라브 락스가 뭔지도 모르고 골랐습니다. 비극의 시작 ㅠ

 

 

 

 

 

 

 

 

 

 

 

 

그리고 앞으로 핀란드 인생의 동반자가 될 올리브. 99센트. 검은 올리브는 80센트대에 팝니다.

 

 

 

 

 

 

바야흐로 오늘의 만찬은 그라브락스 연어와 올리브!

 

와...진심...

 

느끼해죽는줄 ㅠㅠㅠ

 

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이건 저게 뭔지도 모르고 산 저의 잘못이긴 합니다만...

 

그래서 어제 먹고 남은 빵도 꺼내서, 올리브랑 같이 열심히 쳐묵쳐묵합니다.

 

으으.비려...비.....려...하면서 열심히 먹었는데, 먹는 도중의 사진은 없네요. 어헣... 사실 빵 위에 올리브를 올려서 어떻게든 고급지게 보이려고 한 사진들이 있습니다만, 너무 흔들려서..

 

 

 

 

 

         

 

아래에 놓인게 고기여 빵이여 뭐시기여...

 

 

 

 

굉장히 알 수 없는 사진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으으. 느끼했던 그라브락스 연어를 다 먹어치우기 위해 발휘해야만 했던 눈물겨운 노력이 지금도 느껴지네요...



그리고 배가 불러진 저는 이윽고 잠에 듭니다.










2015년 8월 12일, 수요일




 이 날은 사진이 별로 없어요. 사료가 별로 안 남아 있다고 볼 수 있죠. 그러니 약간 상상과 추측을 가미해서 열심히 씁시다.


 


 아파트에서 첫 샤워를 했는데, 욕실 등이 굉장히 깜빡거립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 등은 몇 일 내로 고장나고 마는데요. HOAS에 리포트를 넣었지만 20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리를 안 해 주는 비범함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한 번 리포트를 넣었고, 다른 플랫메이트가 리포트를 더 넣었는데도... 이제 9월이 되었으니 리포트를 또 넣어볼까 합니다 ^_^





 아무튼 이날 그리 빨리 일어나지 않은 저는, 또 점심 겸 저녁을 사먹고자 체육복을 입고 밖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 혐짤주의
















^오^






 여긴 아파트 건물에서 30m도 채 안 떨어진 곳이에요. 큰 길로 나가는 사이에 나무들이 엄청 많아서, 얼핏 보면 숲처럼 느껴집니다. 캬 크-린한 숲이 바로 눈앞에 있으니 너무 기분이 좋아져서 첫 셀카를 찍었습니다 ^_^







 이번엔 가격의 차이를 느껴보고자 메트로 역 근처에 있는 대형마트에 가기로 결심합니다.












 콘툴라 역 가는 길!진짜 사소한 거지만 평범한 인도-가로수-차도 구도인데도 녹지가 엄청 넓은 걸 느낄 수 있어요 ㅋㅋㅋㅋㅋ


 



 아직 추위를 맛보지 못해서 그런지 핀란드 하면 이제 눈보다는 나무가 떠오릅니다.






 콘툴라 역 근처에는 대형마트들이 몰려있습니다. S MARKET, LiDL, K SUPERMARKET 등이 있는데, 가격은 독일계 회사인 LiDL이 제일 싼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때는 그런 걸 몰랐던 관계로 가장 눈에 먼저 띄었던 K SUPERMARKET으로 들어갔습니다.






Alepa와는 다른, 탁 트인 마트의 전경














역시나 경축스러운 가격의 바나나















경축스러운 가격의 청포도














빵의브레드의 가격의프라이스는 울부짖음의샤우팅을내뱉었다... "79센트"










... 이것은 비쌈









과일주스 1리터에 75센트 ...


요즘(글 쓰는 지금) 기준 귀찮아서 집근처 Alepa에서 1유로 넘는 주스 사먹었는데 이 사진 보니까 갑자기 저의 낭비벽에 개빡치네요 ㅡㅡ


내일부턴 메트로역간다 ㅡ











 프링글스도 알레파보다 더 쌉니다. 물론! 예전에 한국에서 팔았던, 한국보다 더 큰 사이즈에 맛 종류도 많네요.








 담고 싶은 거 다 담아서 집으로 가져왔더니 아래와 같습니다.






캬-


진수성찬ㅠ_ㅠ





금수저가 된 이느낌...오오...




감동해서 쳐묵쳐묵했는지 제가 먹은 과정은 찍지도 못했네요. 아마 주스 하나 뜯고, 우유랑 올리브랑 빵, 사이다, 바나나 등등 먹었을 듯... 합니다.



그리고 이걸 다 먹은 저는 침대에 누워서 까똑 까똑 하다가 잠에 빠졌겠죠.








 이렇게 저는 혼자서 드넓은 기숙사 아파트에서 이틀을 보내었습니다.


 꼐속












2015년 8월 10일, 월요일


 그렇습니다 드디어 월요일입니다.


 드디어 HOAS에 가서 키를 받도록 합니다.

 


 

 

 HOAS 오피스는 캄피(Kamppi) 역 근처에 있습니다. 아아... 자세한 주소는...

 

 

 

 

 

 

 

 

 

 

 

 

 

 

 

 

 


 

 


 구글지도 검색하면 나옵니다. 당시 아침 정말 덥고 귀찮았던 게 생각나니 그 느낌을 담아 귀찮게 쓸겁니다.





 HOAS는 Helsingin... 아무튼 헬싱키 학생 숙소 뭐 그런 뜻인데, 쉽게 말해 헬싱키 전체의 학생 기숙사를 담당하는 기관입니다. 한국에서 각 학교별로 기숙사를 운영하는 것과 다르게, 헬싱키에서는 HOAS라는 조직에서 헬싱키 전체의 학생 기숙사를 담당합니다. 제 경우도 지금 8인용 아파트에 4명은 헬싱키 대학교, 4명은 메트로폴리아 대학교 학생이 살고 있습니다.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는 것 같은데, 일단 지금은 다른 학교 학생들과 만날 수 있어서 좋은 점이 큰 것 같아요. 물론 행정적으로 많이 굼뜰 수 있겠죠.




 사실 뭐 신청은 인터넷으로 다 했을 거고, HOAS 오피스에 가서 할 일은 키를 받는 일밖에 없습니다. 으으... 직원은 친절합니다. 아무튼 뭐 몇 개 홍보 책자와, 열쇠 두 개를 받고는 HOAS를 나옵니다. 그리고 귀찮네 ㅅㅂㄻ를 연발하며 메트로를 탑니다.





그리고 콘툴라(Kontula)역에 내립니다.





저번에 보셨던 헬싱키 메트로 노선도인데, 끝에서 두 개로 갈라지죠. 저 둘 중 위쪽으로 가면 콘툴라입니다. 혹시 잘못 타지 않게 조심.






 콘툴라 역에 내려서 하염없이 걷습니다. 캐리어를 끌고 배낭을 메고... 구글 지도를 보며, 길을 한 번 잘못 들기도 하고... 주변의 시선은 커녕 그냥 쿨하게 지나가는 핀란드 아줌마, 아저씨, 할아버지, 할머니, 누나, 형, 동생, 어린...이는 말고, 아무튼 모두의 모습들을 햇살에 흔들리는 눈빛으로 조금씩 스쳐가며 





 진짜 하필 이럴 때만 쓸데 없이 찬란한 태양빛이 내리쬡니다. 으어어어








 근데 내가 살아야 할 R동은 아무리 찾아봐도 안보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동, Q동은 찾겠는데 도대체 R동은 어디에? 







 와 진짜 한 20분은 헤맨거같았습니다 ㅋㅋㅋㅋ 다 와놓고 안보이니까 어이가없더군여 ㅋㅋㅋㅋ







 뭔가... 내가 정신분열증인가 ... 뷰티풀..마인드...후후훗..크큭...








 이 끊임없는 미로 속에서 미쳐버리는 것만이 핀란드라는 나라가 나에게 허락한... 단 하나의 마약이니까 ...







 그러나 결국 발견했습니다.












잡았다 요놈








왜 다른건 엄청 커-다란데 네놈만 이따위냐






내가 왜소한 동양인이라고 인종차별하는건가 ...? 갑자기 울컥합니다






문을 따고 들어갑시다











헥헥거리며 4층까지 올라가니 문이 또 있습니다.





열어젖힙시다.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여기서 함께할 친구인가!?!?!?!?!?









HELLO EVERYONE!!







하는 즐거운 마음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문엔 사람 살던 흔적이 있네요. 뭔가 붙혀 놨네.





그러나..





그러나..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아무도 없습니다.










학기는 9월부터 시작이지요. 




그러니까 뭔가 저처럼 경제관념 없는 사람이 아닌 이상, 8/10부터 여기 와 있을 리가 없겠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이건 지금 없는 거일 뿐이죠. 어허헣





다른 사람들이 어딘가 놀러 갔거나 관광 중이라는 희망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해봅니다 ^오^











 제가 살게 될 방입니다. 책상도 하나에 의자도 하나라 당혹스럽지만, 뭐 이 정도면 괜찮죠?




 8명이 사는 아파트에 방이 4개 딸려 있고, 그 중 하나인 2인실입니다. 사실 Shared room in shared apartment는 제가 사는 이곳밖에 없어요. 나머지는 대부분 1인실... 싼맛도 있고, 많이 모여 놀면 더 재밌을 것 같아 신청했는데 자그마치 8인실이네요 우왕ㅋ굳ㅋ




 일단 빛이 마음에 드네요. 게다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지상 4층의 창문 밖에 보이는 나무...!







 베란다로 본 주변 풍경입니다. 아아 녹지 아아 핀란드





 핀란드는 항상 나무가 저를 감동시키네요




 이렇게 녹지뽕에 취하다가... 배가 고픕니다. 그렇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인데 나무 몇 그루 보는데 당연히 밥이 필요하죠. 




 오면서 대충 봐둔 마트에 갑니다.






 콘툴라 메트로 근처에는 꽤 큰 마트들이 있습니다. K SUPERMARKET, S MARKET, LiDL 등인데 보통 LiDL이 제일 쌉니다. 그치만 이 당시에는 잘 모르기도 했고, 전철역까지 다시 걸어갈 자신이 없어서, 방에서 가까운 수퍼마켓 Alepa에 갔습니다.





 방토 한 상자에 1.49유로. 그런데 상자가 한국보단 좀 작아서, 그렇게 싼 가격은 아닙니다.







 바나나 1킬로그램에 1.59유로


이건 뭐 경축스러운 가격.



 확실히 한국이 노동력은 싼데, 원자재는 비싼게 느껴집니다. 핀란드의 경우 농산물, 채소, 우유 등은 확실히 한국보다 비슷하거나 싸요. 대신 고기가 비싸서 눈물이 나긴 하는데, 감자로 밥을 떼우다 보면 뭐 한국보다 더 싼 식비에 감동하느라 그렇게 크게 불만은 안 생깁니다.





 이건 야채 살 때 필요한 중량계. 핀란드에서는 가격을 KG당으로 매겨 팔기 때문에, 야채 등을 살 때는 비닐봉투에 담아 저울에 올린 후 가격표를 뽑아야 합니다. 옆에 어마어마하게 많이 붙여진 것들처럼 저렇게 스티커가 촥 하고 나옵니다. 아마 저건 사려다가 가격을 보고 식욕이 다 떨어져 버린 스티커같네요.





한국에서 너프되기 전의 사이즈 그대로의 프링글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그리웠어 ㅠㅠ






그리하여 바나나, 우유, 핀란드식 호밀빵, 버터.


이것이 저의 단촐한 점심이 되겠습니다.





 정말 아무도 없는 널따란 집에서 혼자 햇살 받으며 부엌에서 먹으니 신선...은 개뿔이고 로빈슨 크루소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우리 집만 아무도 없는 게 아니라, 옆집 옆건물 등등도 사람 엄청 없어서 조용...고요...


 

 아무튼 그 고요함과 조용함 속에 스마트폰 중독자 답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빵을 먹습니다. 꼭씹어라 두번씹어먹어라...








 먹고 나니


 참으로 고요하고 적막하고 배부른 것이 ...


 되게 복잡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로빈슨 크루소가 이런 심정이었을까.








 아니야, 닥쳐. 분명히 다른 사람이 있을거야. 









 그래서 슬슬 일어나 벽에 붙어 있는 여러 물건들을 살펴보는데, 당혹스러운 건
















 지도가 2012년 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이건 사람이 산다는 게 아니라 그냥;; 옛날부터 쭉 붙어 있던 유적에 불과했습니다. 어헣ㅋㅋㅋ



아무도없구나... 역시...






잠깐 현자타임 ..







그치만 역시나 또, 저는 불현듯 깨닫습니다.





아 내가 혼자는 아니잖아?




그 몇일간 같이 살았던, 케미 안 맞는 핀란드인 친구에게, 저는 잡채를 빚지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



구글 맵으로 보니 엄청 멀지만, 한국인의 명예를 위해서, 갑니다, 잡채를 하러.











사실 잡채를 하는 과정은 못 찍었고, 결과만 찍었는데, 결과는 ...











이것은 잡채가 아니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가 '이미지의 배반'을 나타냈다면, '이것은 잡채가 아니다'는 그냥...그냥...





하 ㅠㅠㅠ





실패를 인정하기가 싫네요





내가 속이 더럽게 좁은건가...









 채소를 너무 굵게 썰었고, 당면은...뭐 그럭저럭 튀겼는데, 마지막에 당면에 실수로 설탕을 왕창 쏟아버려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설탕 맛을 없애기 위해 간장과 참기름을 또 왕창 치고, 그래서, 그래서, 그냥 먹는데,









 뭐 그냥 먹을만했습니다. 일단 달아서 맛이 없지는 않더군요 ㅠㅠ 크으 설탕 다섯 숫가락이면 당면 한 사발도 뚝딱!









 그리고 예상하셨겠지만 저는 이쯤 되니까 또 졸려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자고 가기로 합니다. 와 내가 쓰면서도 한심하다. ㅁㅊㄷ ㅁㅊ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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