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여행 첫날(2): 2015년 10월 17일 토요일, 09:00




노르웨이 여행 지도, 10/17노르웨이 여행 지도, 10/17




 저번 화에서 보셨다시피 드디어 노르웨이의 오슬로 공항에 내리긴 했는데... 했는데... 시각도 오전 8시고, 사전 조사를 하나도 안 해서 뭘 해야 할 지를 몰라 먼저 공항의 인포메이션 센터에 물어봤습니다. 오슬로로 가려면 버스나 기차를 타야 하고, 대중교통은 1일권을 구입해서 사용하면 싸다고 해서 그냥 대충 그렇게 하기로 했는데, 나중에 보니 이놈의 인포메이션 센터 굉장히 부실했습니다... ㅠㅠ



오슬로 대중교통 1일권오슬로 대중교통 1일권


 예를 들어 이 오슬로 내에서만 사용가능한 1일 교통카드는 90크로네입니다. 그런데 인포메이션 센터에서는 이 교통카드가 있으면 오슬로까지 가는 열차(Flytoget)의 할인을 받아서 60크로네만 내면 된다고 했는데, 












(...)



...는 개뿔, 조금만 들어가서 열차 담당자한테 물어보면 학생 할인만 있고, 학생 할인받으면 90크로네를 내야 한다고 말해줍니다. 인포메이션 센터 얘기를 하니까 무슨 헛소리냐고ㅠㅠ 여전히 버스는 110크로나였기 때문에 기차가 낫긴 한데, 웬지 버스 가격도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잘못 가르쳐줬을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갑자기...





※ 10월 19일 기준, 1유로 = 9.22 노르웨이 크로네, 1 노르웨이 크로네 = 139.3원입니다.







 열차 타러 가는 길에 예기치 않게 만난 앙증맞은 모형 비행기.







 오슬로로 갑시다. 옆에 일반 열차도 이용할 수 있는데, 학생 할인도 되겠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하니 그냥 공항철도를 이용합시다ㅠㅠ.



 환전소도 9시부터고, 뭐 어물쩡하다가 9시가 넘어서야 표를 뽑았네요. 내가 여기 온 게 몇 신데... 부들부들.






 그리고 열차를 탑니다.





 시설이 좋습니다. 역시 우와 석유의 힘 하면서 감탄합니다.






 그리고 쾌적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엥?



 오슬로 중앙역에 순식간에 도착합니다. 공항에서 단 19분 걸린다네요. 너무 빨리 도착해서 뭔가 매우 쾌적했던 의자 등받이가 그리워짐 ㅠㅠㅠ






 보시다시피 저는 코트를 입고 있고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열차에 한국어로 인사말이 적혀 있어서 반가워서 찍었어요. 다만 인사말은 이 열차의 출입문들에 어림잡아 40개언어로 적혀 있는 듯 ^_^;;









 그리고... 오슬로, 추웠습니다. 아니 분명히 일기예보 어플에 의하면 헬싱키보다 따뜻했는데... 생각하다가, 문득 일기예보 어플이 노르웨이 기상청 것이었다는 것을 떠올립니다. 아아. 관광객 좀 끌어모으려고 양심을 팔아넘긴건가... ㅠㅠ








 도착 인증샷.






 프롤로그에서 설명이 부족했는데, 캐서린은 그냥 교환학생 같은 튜터 그룹 친구일 뿐이고 전혀 아무런 사이도 아닙니다.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그렇고 그런 사이도 아님★. 다만 제가 노르웨이에 간다고 햇는데 본인도 노르웨이 가기로 했다고, 처음 몇일 간 동행하자고 해서 동행하는 그런 매우 평범한 사이입니다 .^___^;






 물론 동양남보다는 슬라브 미녀가 있으면 사람들의 호감도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게 함정. ^_^;














 사실 오슬로 중앙역에서 호스트들에게 먼저 연락하고 가려고 했는데, 문제가




 1. 제가 한국 유심으로 심카드를 다시 바꿔서 연락하려 했는데, 왜인지 몰라도 문자가 안 보내졌습니다 ㅡㅡ


 도대체 진짜 왜인지 모를 이유인게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되거든요. 진짜 엄청 답답하고 당혹했습니다.








 2. 그래서 노르웨이 심카드를 샀는데, 이번엔 인증이 안 됩니다.


 도대체 진짜 왜인지 모를 이유인게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되거든요. 진짜 엄청 답답하고 당혹했습니다. 사실 세븐일레븐에서 "두유해브심카드?"라고 물어봤을 때 "노"했는데 바로 옆에 심카드가 있었을 때부터, 이상함을 눈치챘어야 했는지도 모르겠네요...


 분명히 영어로 설명이 쓰여 있는 걸 보고 샀는데, 인증이 안 됩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노르웨이어 부분엔 뭔가 설명이 길어 고객센터에 전화했더니, 영어를 잘 못 하시는 아주머니께서 받아서 쏼라쏼라하는데 대충 노르웨이 Social Security Number가 있어야 심카드를 인증할 수 있는 것 같더라구요. 심카드는 29크로네라서 그렇게 아깝다는 느낌은 안 들었지만, 그냥 날린 시간이 아깝고 어떻게 호스트들에게 연락하나 전전긍긍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외국인이 심카드를 사용하려면 통신사 영업점에 찾아가서 신청해야 합니다. 영업점은 중앙역에 있는데 토요일엔 심카드 신청은 안 되어요. 저는 바쁘게 돌아다니다 보니 신청을 결국 못 했고, 삼일 째 스타방에르 갈 때 결국 참극이... )








 3. 그래서 캐서린이 핀란드 유심으로 연락하니까 연락됨


 ㅁㅊㄷ ㅁㅊㅇ


 허-무하다











 그냥 나도 핀란드 유심이나 계속 쓸 걸 뭐하러 유심 갈아낀건지 참으로 부들부들...










 게다가 노르웨이는 관광 스팟에는 웬만하면 와이파이가 다 되어서, 사실 저는 데이터의 필요를 크게 못 느꼈습니다. 결국 저는 이 유심을 갖고 다니다가 베르겐에서 걍 아몰랑 귀찮아 하며 버리게 됩니다 ^_^;;





 이런 수많은 삽질을 하였고, 일단 힘드니 배부터 채웁시다. 중앙역 버거킹에서는 더블치즈버거와 치킨버거를 29크로네에 단품으로 팔고 있었습니다. 미친 노르웨이 물가를 생각하면 어마어마하게 싼 물가죠. 뭐 햄버거 양이 창렬이긴 한데... 그래도 감사하게 먹었습니다.





마침내, 10시가 넘어서야 처음으로 보게 된 오슬로!








건물들이 참 북유럽-북유럽 하면서도, 핀란드보다 더 세련된 느낌입니다.









 버스엔 비싸보이는 스크린까지 달려있어요. 역시 석유파워 ㄷㄷㄷ




 인상적인 건 버스 하나하나가 굉장히 깁니다. 거의 대부분의 버스가 굴절버스였던 느낌. 저희가 관광객이라 주요 라인만 타서 그랬던 것일 지도 모르겠지만요.







 사실 카우치서핑을 계속 시도하다가 너무 늦게 시작해서인지 잘 안 되어서, 급하게 에어비앤비를 잡은 거라 숙소가 좀 멀어 걱정했는데, 굉장히 자주 오는 버스로 20분에 버스정류장 내리면 바로 숙소가 있어서 굉장히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게다가 노르웨이 물가를 생각하면 저렴한 가격인 40유로+수수료 6유로 해서 46유로였으니까요. 익스피디아에 숙소 찾아봤는데 늦어서 그런지 최소 10만원 가량부터 시작하더라구요.





 문 앞에서 다시 전화하니 전화를 받습니다. 그래서 안으로 들어왔는데, 굉장히 호감가고 착하게 생긴 젊은 백인 남성이 맞이해줘서 굉장한 안도감이 ...!








 호스트는 Piotr와 Gina, 결혼은 안 했는데 동거하는 커플인 것 같았어요. 신기한 게 표트르는 폴란드 출신이고, 지나는 헝가리 출신인데 7살 때 노르웨이로 왔다고. 더욱 비범한 것은 표트르는 지나가 미성년자일 때 사귀기로 했고 지나는 미성년자일 때 표트르를 보러 폴란드에 찾아가고 했다는 점입니다. 유럽의 기상인가... 


 

 표트르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하고 있고, 지나는 노인 요양 센터같은 곳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어요. 이 때는 지나는 일을 하러 나간 상태라, 표트르 혼자 저희를 맞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오자 마자 차 따라 주고, 유심 카드 문제 있다고 하니까 바로 고객센터에 전화 걸어서 얘기해 주고, 정말 모든 면에서 친절해서 너무나 감동ㅠㅠ




 환대에 몸둘 바를 모르는 캐서린.







 그런데 저의 삽질은 노르웨이에서도 계속됩니다.








...엥!? 뭔가 잘못된 것 아니냐?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쌀잌ㅋㅋㅋㅋㅋ쌀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참 어이가 없어서.






 그러니까 저는 노르웨이의 물가에 지레 겁을 먹고, 최대한 밥을 지어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통에 쌀을 담아 왔습니다. 문제는 이게 락앤락 뭐 그런 게 아니라 되게 약한 통이었다는 것. 캐리어에 넣고 좀 흔들리니까 뚜껑이 열려버려서, 제 캐리어 전체에 쌀의 홍수가 ^_^;;





 주워 담으려다 보니 바닥에 떨어지고, 점점 노답이 되어가다가,,, 그냥 모든 물건을 다 들어내고 캐리어 바닥에 쌓인 쌀을 모아 담기로 합니다. 참 신기하게도 헤어드라이어에 쌀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갔어요 ...ㅋㅋㅋㅋㅋ



 그런데 예전에 문제는 캐리어 제습제가 터진 적이 있는데 그 잔여물이 캐리어에 남아있었습니다. 그러니까 DO NOT EAT 적힌 그 물건들이랑 쌀들이랑 섞여버린 것입니다 ^_^;; 다행히 제습제는 주황색이라 구분은 가능했지만, 쌀이나 제습제나 너무 작아서... 최대한 구분하긴 했는데 나도 모르게 몇 알 들어갔을수도 ㅠㅠ 뭐 한두 알 먹는다고 안 죽겠죠...?










 아무튼 이렇게 핀란드에서 출발 전에 한 삽질에 이어, 노르웨이에서도 장대한 삽질로 첫 날을 시작한 저는, 쌀을 정리하고 1시 가까이 되어 숙소를 나서, 드디어 오슬로 거리를 걷기 시작합니다.









꼐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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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13일, 목요일






 앞의 글을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HOAS 기숙사 내에서 심각한 히키코모리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습니다. 이틀 동안 혼자서 방에 틀어박혀...는 아니고 가끔 마트에 갔다오는 것 말고는 하는 일도 없이, 지나가는 시간을 무심히 바라보며 하루...이틀...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뭐, 당연히 헬싱키 시내로 다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헬싱키가 넓은 도시는 아니지만, 아직 못 본 곳이 더 많으니까요. 게다가 휴대폰도 개통을 안 했고, 필요한 물건 몇 개도 없다 싶어서 나왔습니다.













그리하여 ... ^_^




























 숲을 보고 너무 흥분해서 필터떡칠 사진을 찍습니다. 아아 핀란드 숲 너무좋음 ㅠㅠ






 한국가면 숲 대신 신림동에 깔린 시멘트 아스팔트만 봐야한다니 약간 눈물이 나네요. 그만큼 나에게 여기에서의 시간이 소중한 거구나 하는 생각이 나 약간 감동. 나중에 꼭 신림동에 나무를 심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하는 초딩스러운 생각을 1초간 했다가 재개발 보상비 등등 복잡한 문제가 생각나므로 바로 포기합니다. 뭐 어차피 관악산이 있잖아?













 이날 참 기분이 High했던 모양인지, 콘툴라 역으로 가는 길에서도 사진을 찍었네요. 하늘이 참 예쁩니다. 폰카로 이정도 하늘의 질감이 나오다니 괜히 제 휴대폰에 감동하게 되는 하루입니다. 그나저나 시간이 좀 되어 보이네요. 늦게 나간듯.







 먼저 중앙역 R kioski에서 심카드를 삽니다. 여러 회사 걸 파는데, 저는 친구한테 들어서 가장 싼 elisa - saunalahti의 카드를 샀습니다. 서울대 교환학생 후기를 보면 안 좋다고 쓰지 말라고 쓰여 있긴 한데... 사실관계는 잘 모릅니다. 확실히 처음에 잠깐 데이터로밍 땐 속도 느려서 빡쳤는데 그래도 싼게 비지떡이죠. 핀란드는 비싼 나라입니다. 금수저들은 그걸 몰라요.







 심카드 가격은 6유로였던 것 같습니다.








 적당히 뜯어서 꽂아주면 해결. 심카드 뜯어낸 부분이 커 보이지만, 3단계인가 여러 단계로 분리할 수 있게 되어 있으므로 자신의 폰에 맞게 잘 분리해서 쓰면 됩니다.






 일단 이 상태는 폰에 '6유로'가 충전되어 있는 상태일 거에요(잘모름). 이 카드를 꽂은 뒤, 인터넷에 접속하여 설명서에 안내된 사이트에 접속하면, 여러 패키지들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론 데이터 패키지에 다들 관심이 많겠죠. 여기서 뭐 전화나 문자 많이 할 것도 아니고 요즘 스마트폰이면 다 되는 세상에. 





 제가 구매한건 자그마치..




데이터 6개월 무제한, 27.8유로




 오오...






 오오...






 물론 속도는 느립니다. 3G라서, 사진 여러개 볼땐 힘들어요. 그래도 크게 무리는 없는 수준이고 가장 기본적인 메시지, 페이스북, 지도가 되니 개이득. 처음엔 느려서 속터지는 줄 알았는데 적당히 위키질도 되고 아무 무리 없습니다.





 한국 통신사들은 왜 3G를 못쓰게 하고 LTE만 쓰게 하는 건지, 부들부들...




 대기업의 독과점과 정부의 묵인으로 인한 죽창유발정책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냥 소비자들의 선호 때문일까요? 




 3사 중 한 회사라도 3G 지원해주면 좋겠는데 ㅠㅠ










 웬일인지 찍은 핀란드 복권. 여담이지만 핀란드는 도박을 굉장히 좋아하는 나라 같습니다. 동네 마트나 펍 등에도 도박 기계는 항상 있어요. 가끔 마트에서 아주머니들 장바구니 들고 꿍한 표정으로 도박하고 있으면 약간의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중앙 역 광장 등에는 카지노도 있는데 이건 뭐 그렇게 크게 위화감은 안 느껴지지만 작은 술집에도 슬롯 머신 꼭 하나씩 있는 거 보면 뭥미 싶습니다. 심심한 겨울에 도박이라도 해야 해서일까요, 아님 뭐 바다이야기와는 다르게 핀란드에선 도박 허용해도 중독자가 크게 안 나오기 때문일까요. 핀란드인 친해지면 물어봐야할듯. 






 그리고 드디어 정보문명의 이기를 손에 넣은 저는 우스펜스키 대성당으로 향합니다.




가면서 찍은 역광장. 이때까지만 해도 Dinner in the Sky는 하는 중이었구나.



가면서 찍은 알렉산데린카투.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은 헬싱키 대학교 건물입니다.




가면서 찍은... 엥?







그렇습니다.




우스펜스키 대성당이란 곳을 가려면 헬싱키 중앙역에서 어차피 헬싱키 대성당을 지나서 가야됨 ㅎ.ㅎ;




저번에 한번에 봤으면 좋았을텐데...같은, 이런 패배주의적인 생각은 집어치우고, 그냥 도심 경관을 더 보게 되었으니 좋아라 합시다.




그리고 위에서 보시다시피 헬싱키 대성당 앞엔 뭔가 거대한 천막이...! 진짜 여긴 항상 뭔가를 해요 ㅋㅋ














그리고 마침내 시야에 들어온 우스펜스키 대성당...!






오오... 우스펜스키 오오...







이날의 기분에 맞게 셀카를 하나 찍어봅니다.














...


이 사진에 대한 저의 느낌은, 제가 페이스북에 올렸던 아래의 글로 대신하도록 하겠습니다.





 살아있는 셀카계의 인간문화재이자 빛의 마법사 박지우 여사는 여행지에서의 사진에 대해 일컫기를, "내 얼굴이 안 들어갈 거면 그냥 인터넷으로 보지 왜 가서 사진을 찍냐"며 "무조건 내 얼굴이 나온 사진을 많이 찍어야 한다."고 일갈하였다. 

 그러나 나는 오늘 처음으로 박지우 여사의 견해를 참고하여 사진을 찍다가, 박지우 여사가 말한 "나"는 일반명사로 청자들을 가정하고 쓴 단어가 아니라 오직 그녀만을 일컫는 단어였음을, 평생 셀카 안 찍다가 셀카봉도 없이 짧은 팔로 찍어보려다 내 머리가 정작 건물보다 크게 나오는 이 경악스러운 사진 구도 속에서 표정도 망가지고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는 이 현실을 통해 깨닫고 말았다...ㅠㅠ

 아무래도 사진에 얼굴을 넣기에는 "인증"의 쾌감이 내 얼굴이 들어감으로 인해 사진에 발생하는 "미적 요소의 저하"를 상쇄하지 못하기에 일단 어디서 뭐라도 배워 얼굴크기를 줄이기 전까지 이런 사진들은 찍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제가 이 때는 몰랐는데, 바로 길을 건너가면 올라가는 길이 있더군요. 그렇지만 몰랐던 웬지 앞이 절벽같아 뒤로 올라가기로 하고, 부두 쪽으로 갑니다. 그런데 여기가 너무 예뻤어요. 




와 정말


여기가 헬싱킨지 베니슨지


예뻐서 한참을 쳐다봤습니다.





여길 돌아 뒤로 경사길을 올라가니 나타난....













우스펜스키 대성당.


휴대폰 좀만 더 들어올려서 바닥 자르고 첨탑 살릴걸... 부들부들











 관광객들이 많습니다. 저 분들은 한국인 중년 관광객.











 우스펜스키 대성당에서 찍은 지나온 길. 뭐 딱히 높은 곳이라 할 것도 없지만서두. 없지만서두... 이날 왜이렇게 기분이 좋았지? 사진을 막 찍었네요.


 날씨가 정말 좋아서 그랬나보다. 하늘이 참 예뻤어요.










 이때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서, 게다가 전역한 후임들이 페북에 전역했다고 소식을 올려서 하트 셀카도 찍었습니다.




 은셔갸 죄경아 샬앙행






 여러분 저는 마약하지 않았습니다.

























여긴 제 셀카...에 배경으로 나온 경사진 풀밭입니다. 사람들이 한가롭게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걸 볼 수 있어요. 헬싱키 사람들도 많고 관광객들도 많이 있어서 저도 휴식을 취해볼까 했는데,


햇살이 너무 따가움ㅠㅠ


다들 엎드려 누워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엎드려 등에 햇살을 받으며 좋아하다가 제가 낭비한 시간들이 생각나 이러면 안되겠다 하며 일어나 다시 관광길에 오릅니다.















대성당 내부.




헬싱키 대성당과 다르게 여긴 외관도 내관도 정교회 양식이죠. 그런데 지금은 정교회 교회가 아닌 걸로 알고 있습니다.







대충 대성당을 한 바퀴 돌아본 저는 아까 보여드렸던 풀밭쪽으로 내려옵니다. 정면 지름길 부들부들... 할 뻔 했지만, 돌아올라간 예쁜 부두의 사진을 얻을 수 있었으니 참습니다.







지나가면서 본 어떤 건물인데 경비원이 제목 빼입고 지키고 있어서 뭥미 싶어 봤는데 뭔지 모르겠어요. 미스테리다.







여긴 적혀 있는 PRESIDENTIN...을 딱 보면 아시겠지만 지도에 자그마치 '대통령궁'이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대통령궁이 그냥 시내 부두 옆에, 펜스 달랑 하나 두르고 있는 클라스에 지림;;



그래서 저도 아직 여기가 대통령궁인지 아닌지 확신을 못 내렸습니다. 믿을수가없어서...





굉장히 평화로운 모습의 대통령궁.










 이윽고 제가 향한 곳은 에스플라나디(Esplanadi)에요. 시장 광장에서부터 쭉 이어져있는, 도심 공원 같은 곳입니다. 항상 가보면 사람도 많고 뭔가 공연도 하고 있어요 ㅋㅋ







아까 햇살을 과잉으로 받았는지 심각하게 나른해진 오후, 여기서 뻗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참습니다.















에스플라나디 중앙에 있는 것은 핀란드의 민족 시인 루네베르그의 동상. 새가 머리 위에 앉아 있는 게 정말 평화로워서 흐뭇...






 그러나 저는 계속 앉아 있을 수가 없는 운명이었습니다. 잠시 쉬면서 풍광을 감상하자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는 사람도 없는 헬싱키에서 혼자 있는 주제에 이틀이라는 세월을 허송세월한 저는 그러한 잠깐의 휴식도 용납받지 못할 죄를 저지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물론 헬싱키 관광 타임어택도 아니고 이틀 낭비했다고 채찍질하는 건 좀 웃기지만, 유럽여행이라고 생각하니 부들부들... 다른 곳 갔다 올수도 있었다 생각하니 부들부들... 부들부들...



 그런데 이제 오후도 시간이 넘어가서, 늦기 전에 생필품을 사야지! 하고 발걸음을 돌립니다. 일단 목표는 헤어드라이어와 슬리퍼. 그런데 도저히 제값 주고 물건들 살 엄두가 안 나서, 중고매장을 가기로 하고 터벅터벅 걸어갑니다.











 이건 가다가 본 무료 화장실. 분명히 2년 전에 왔을 때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화장실이 유료였던 것 같은데, 이제 몇몇 건물 내 화장실을 제외하면 공중화장실은 대부분 무료로 바뀌었습니다. 개꿀ㅋ




 예전에 너무 화장실에 돈을 내기 싫어서 계속 참으면서 눈덮힌 헬싱키 시내를 터벅터벅 걸어다녔던 걸 생각하니 참... 감개가 무량...










 그런데 가다보니 갑자기 배가 고파졌는데 레스토랑은 도저히 꿈도 못 꾸겠고 카페에 들어갑니다 ...









 그리고 레스토랑에 들어가니 다른 음식은 꿈도 못 꾸겠고 결국 빵 하나 커피 한 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참 저의 상황을 잘 나타내는 사진이 아닐 수 없네요.



 

 여담이지만 핀란드는 세계에서 1인당 커피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입니다. 1인당 연간 소비량이 9kg라고 합니다. 도대체 왜케 커피를 많이 쳐묵쳐묵하는지 모르겠는데 요즘은 파티때문에 많이 먹는건가 싶음 ㅋㅋㅋㅋㅋㅋㅋ


 다만 전 요즘 위장이 안 좋아서 커피를 끊었습니다. 밀가루랑 술 먹으려면 커피라도 끊어야죠 ㅠㅠ








 이 때부터 갑자기 바람이 불고 추워지기 시작해서 우울해집니다. 그래서 사진이 별로 없나봐요. 일단 구글에서 찾은 중고매장 한군데를 가는데...








 그렇습니다. 사실 현지인도 중고가게 딱 맞게 가기 힘들텐데 헬싱키의 로빈슨 크루소인 제가 원하는 걸 딱 구할 턱이 있나.





 슬리퍼를 사려고 했는데 거의 없는데다 있는 건 굉장히 비쌉니다. 포기.





 아 진짜 슬리퍼 왜안가져왔지 이 글 쓰면서도 빡치네요.









 그래서 결국 메인 쇼핑 센터, 깜삐에 도착했습니다.



 깜삐는 매우 큰 건물 컴플렉스입니다. 사진에서도 건물이 여러개 쭉 늘어 있는 걸 보실 수 있죠. 처음엔 뭔가 엄청 비싼 느낌이었는데 그 정도까진 아니고... 그냥 찾기 귀찮을 때 가기 편한 중간 가격대 쇼핑몰인 느낌입니다. 건물 안에 마트도 있는데, 어제 만난 한국인 여자애가 삼겹살을 싸게 판다고 해서 지금 가볼까 생각중입니다. 이땐 그걸 몰랐지, 그래서 지금까지 올드보이처럼 감자만 까먹고 살았지...







 저는 일단 드라이어를 사기 위해 클라스 올손(clas ohlson) 매장을 찾았습니다. 각종 공구-생활가전류를 다 파는 매장이에요. 아쉽게도 슬리퍼는 없습니다 ㅠㅠ





 오오 크기 오오



 뭐 일개 쇼핑센터 안에 있는 건물이라 이케아와 빗댈 정도는 아니지만, 진열 구도 등이 이케아를 떠올리게 하네요.
















 제일 싼 토스터기 16.99유로. 신림동에서 제일 싸게 산 8,000원짜리 토스터가 한 학기가 지난 지금도 정상적으로 잘 작동하고 있는 걸 생각해서 바로 기각합니다. 



 근데 사실 뭐 후라이팬 등등 많으니 뭐 굳이 꼭 빵을 먹어야할 이유도없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토스트는 신 토스트다... 세뇌합니다...






 마침내 발견한 헤어드라이어.




 가정용은 21.95유로...!!!! 현재환율 한국돈 약 3만원..!










 이래야 노르딕 물가답지!






그림판... 그송합니다.




 역시 한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만원에 산 헤어드라이어를 몇년째 잘 써먹은 걸 생각하니 괜히 사기가 싫습니다.



 그런데 뭐 사실 이것만으로 노르딕 물가 어쩌구 하는 것은 되게 오바인게, 저는 한국에서 온갖 저가로 살 수 있는 수단들을 동원해서 샀지만, 여기서는 시내 한복판에 있는 쇼핑센터에 떡하니 왔으니까요. 1:1로 비교하는 게 무리긴 합니다.








 과연 3만원을 들여서 내가 머리를 좀 더 잘 말린다고 해봤자 내가 얼마나 더 잘생겨질 것인가? 그리고 그 미세한 잘생겨짐이 여기서 얼마나 큰 효용이 있을 것인가?에 대한 실존적인 고민을 하면서 한 시간을 배회한 결과, '나를 위한 선물'이라는 흔해빠지고 식상한 핑계로 결국 이 헤어드라이어를 사기로 합니다. 으아아아아 



























21.95유로면... 감자가 거의 30킬로그램인데 ㅠㅠ 







이땐 그걸 몰랐지 헤어드라이어와 맞바꾼 감자 30kg ㅠㅠ





물론 저때 산 헤어드라이어는 사흘에 한 번 꼴로 잘 쓰고 있습니다.








 그 다음 목표는 슬리퍼! 그래서 1층의 ANTTILA에 들어갔습니다. 보면 대부분 화장품이나 세면도구 종류인데, 좀 들어가서 음반 파는 곳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의류매장이 나옵니다. 저는 찾느라 굉장히 헤맸음... 사람은 많이 없었어요.






















 그리고 ...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저 10.54유로짜리도 찾고 찾아서 찾은 건데 웬지 엄청 성의없게 사기 싫게 만들어 둔 것입니다. 저거보다 좀만 더 퀄리티 좋으면, 비슷한 그냥 판때기 하나에 끈 두개 달려 있는 슬리퍼도 15유로, 20유로대...









ㅁㅊㄷ ㅁㅊㅇ...














 저는 여기서 또 실존적 고민에 빠집니다. 가난하다고 해서 발의 쾌적함을 모르겠는가? 그러나 도저히 집에서 3천원하는 삼선스레빠면 충분한데 저 돈을 주고 차마 살 수 없었던 저는 고민 끝에 슬리퍼를 포기합니다. 그리고 집에선 운동화를 구겨 신으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근데 이러다 보니 운동화 뒤쪽이 되게 빨리 부서짐. 그냥 여러분은 혹시 저런 상황을 맞이하게 되면 눈물나지만 피눈물 흘리면서 슬리퍼 사세요.ㅠㅠ


















 한 번의 구매와 한 번의 포기. 두 번의 선택의 기로에서 실존적 고민들을 깊은 단계로 하게 된 저는 이로 인한 피로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아파트로 돌아가는 메트로에 오릅니다.



 콘툴라 역 도착. 해가 지고 있네요.







 너무나도 큰 정신적 고통을 겪은 저는 도저히 뭔가를 해먹을 생각이 안 나 음식을 사 먹으려 하였으나... ①제일 가까웠던 그릴 고기집은 비싸고, ②패스트푸드는 먹기가 싫었으며, ③제가 늦었던 관계로 싼 집들은 문닫았습니다. 어헣




 그렇습니다. 아시안 웍 먹어보려했는데 문닫음. 게다가 가격표 보면 막 그렇게 싼 것도 아니에요. 여기선 가격을 볼 때마다 동일한 가격이 감자의 중량이 몇kg가 될 지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나누기 1.4!









 ... 그래서 하는 쇼핑. 이번엔 맥주 말고 사이더를 먹어 봅시다. 



 한국에서 '사이다'라는 단어가 탄산음료를 뜻하는 건 미국의 사투리에서 왔다고 해요. 유럽에서 Cider는 일관되게 사과주, 또는 과실주 전반을 뜻합니다. 그리고 전 사이더를 엄청 좋아함 ㅎ;ㅎ 프랑스에 가면 여러 종류의 Cider들이 있는데 다 되게 맛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시내 레스토랑에선 아무 것도 먹을 수가 없었고 오직 빵 한쪼가리 커피 한 잔밖에는 목으로 넘길 수 없었던, 불쌍한 자의 저녁식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에 산 건 그라브락스 말고 훈제연어...! 





 이 사진을 보니 노량진이 생각난다. 회 먹고 싶다.




 사실 연어가 좀 느끼하기 쉬운데 저는 올리브랑 같이 먹으니까 약간 덮이더군요. 



 ... 요리는 하기 귀찮고, 최대한 맛있게 먹으려고 발악을 한 모습.







근데 진짜로 맛있습니다. 맛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 와서 빵도 버터 감자도 버터 연어도 버터.... 정말 버터 중독될 것 같습니다. 어차피 살도 쪄야하고...







 그리고 또 피곤하고 식욕도 채운 저는 참... 동물적 욕구에 충실한 저는 스르르...잠이듭니다.









 과연 핀란드의 로빈슨 크루소 시리즈는 분량조절에 실패하지 않고 下편에서 끝을 맺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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