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8월 25일"이라고 쓰고 있자니, 거의 두 달이 다 되어가는데 한심한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노오오오오오오오답이네요. 아이슬란드 여행 쓰는 데 너무 진이 빠져서 그런가... 사진을 그렇게 많이 때려박았으니 그렇지... 게다가 사실 몇일 전에 이어서 쓰려고 했는데 마우스가 반 쯤 고장나서 (왼쪽 버튼이 조금만 세게 눌러도 계속 눌립니다ㅠㅠ) 의욕을 상실해서 때려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 있는 학교에서였다면 그냥 걸어서 중전 가면 되는데 헬싱키대는 도서관이 일찍 닫아요. 인민에어는 다 좋은데 터치 감이 너무 안 좋아서... 터치패드로 글 쓰기가 너무 빡칩니다.


 그러나 10월 중순을 지나고 있는 지금, 게다가 곧 노르웨이 여행을 갈 것인 지금... 사실 이미 답이 없지만 더 이상 밀리면 답이 없을 것 같을 뿐더러, 요즘 것부터 쓰려 했지만 또 그러자니 등장인물들이 너무 생소해질 것 같기에 일단 8월 25일부터 첫 주를 쓰고, 그러면서 등장인물들을 소개하고... 계속 이어서 쓰던지 요즘 걸 쓰던지 해야겠네요. 아무래도 제 교환학생 일기가 계속 쓰인다면, 가장 중요한 등장인물들이 될 플랫메이트들과 튜터그룹 친구들이 나올 곳이니까요.


 그런데 교환학생 일기라면 live한 느낌을 받아야 독자 여러분들께서 읽어 주실 텐데 이건 뭐ㅠㅠㅠㅠ 으으 그저 독자 분들의 자비를 바랄 뿐.


 (8월 18~24일의 내용은 "아이슬란드 여행기" 카테고리에 담았습니다.)

















2015년 8월 25일, 일요일




 8월 25일, 아이슬란드에서 돌아온 첫 날입니다. 아이슬란드와 핀란드의 시차는 3시간. 따라서 저의 수면에서 3시간이 증발해버린 셈이죠. 그렇기에 오전 9시의 헬싱키 거리였지만, 저의 허기와 피로는 엄청났습니다.



메뉴판을_찍어_놓고_왜_먹지를_못_했니.jpg








 그렇습니다. 메뉴판을 찍었을 때 까지만 해도 쌩쌩함을 느끼며 비행기에서 뭐 보지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저는, 거짓말처럼 곧 잠에 빠져들고 맙니다.














그리고 세 시간 반 만에 도착한 헬싱키!






 공항 인증 샷을 왜 버스 도착 예고 스크린으로 찍었는지는 며느리도 모른다 카더라...






 3시간 30분을 날아왔는데 6시간 30분이 지나 있습니다. 으으 눈부시고 피곤하고... 아무튼 힘듭니다. 힘들어요. 아무 생각 없이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메트로를 타고 콘툴라로 향합시다.




 콘툴라 인증샷은 대체 왜 맥도날드인걸까.






 난 서브웨이를 먹었건만.






 이 때는 아직 유니카페의 가격을 몰랐을 때이고 유니카페에서 먹을 수도 없었던 때이니, 지금 보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가격의 서브웨이를 먹어 줍니다. 어떻게 먹었더라...











그리고 좀비처럼 캐리어를 끌고 기숙사에 도착한 저는 침대에 쓰러져 잠들었다 카더라... 



향년 만 23세...



















 ...는 무슨. 저녁이 되니 눈이 떠집니다. 시각은 저녁 7시. 밖이 시끄러워 나가봤더니 체코 플메 둘과 처음 보는 백인 한 명이 있는데, 인사하니 오스트리아 출신이라고 합니다. 다짜고짜 카드게임을 하자고 해서 나갔는데, 뭔가 다른 카드 게임입니다.



 이런 카드를 씁니다. 체코 플레잉 카드...!







 이렇게 생겼음. 카드가 4종류인 건 일반 플레잉 카드와 같은데, 무늬가 다르고 한 무늬당 카드 개수도 적어요.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헝가리에서도 쓰고, 오스트리아에서도 쓰는 걸로 봐서 중부 유럽에서 쓰이는 카드인가 봅니다.






 두 종류의 게임을 했는데, '시기시'라는 체코 게임이 굉장히 재밌었어요. 간단히 말하면 속이는 게임이고, '시기시'는 체코어로 '너 구라지' 정도의 의미입니다. ^_^; 처음 내는 사람이 자신이 어떤 무늬를 낼 것을 선언하고 그 사람부터 차례대로 카드를 하나씩 내는데, 구라를 치는 것 같으면 한 사람이 카드를 까볼 수 있습니다. 깐 카드가 구라면 그 카드를 낸 사람이 바닥에 놓인 모든 카드를 가져가야 하고, 깐 사람이 카드를 내게 됩니다. 다만 깐 카드가 제대로 된 카드라면 깐 사람이 모든 카드를 가져갑니다. 먼저 손에서 카드를 모두 털어내는 사람이 승리.


 플레잉 카드로도 가능한데 숫자가 너무 많아서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요. 그런데 플레잉 카드로도 비슷한 게임이 있더라구요. 카드를 한 번에 여러 개 털어낼 수 있는 게임이 있었는데, 이 게임에 대해서는 탈린 여행에서... ^_^;;











밖이 추워져서 안으로 옮겨서 계속 합니다. 그런데...






벌칙은 하우카르틀






 그렇습니다. 제가 아이슬란드에서 가져온 그 하우카르틀 맞습니다. 아무래도 원래 하우카르틀과 궁합이 잘 맞는다는 술, 브레니빈이 있으니까 우리 플메들 사정은 저보다 낫네요^_^; 그러나 지금 사진에 나온 아담은 동의하지 못하는 듯한 표정입니다.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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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가_느껴진다.jpg






 그리고 곧 새로운 룸메를 만납니다. 사실 이미 만났는데 사진을 안 찍어서 여기서 만난 걸로 처리할게요 ^_^;; 바실리는 러시아 출신인데, 시베리아에서 왔습니다. 사하 공화국 야쿠츠크 출신입니다. 그래서 외모는 완전 몽골인 같은 느낌...! 참고로 사하 공화국은 러시아 내의 행정 구역인 주제에 면적이 프랑스의 5배고, 세계에서 가장 추운 도시/마을 등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인구는 단 백만 명...


     


 바실리가 가져 온 시베리아의 기상이 느껴지는 술. 이 때 마시지는 않았고 나중에 마셨습니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과연 할 수 있을지 ^_^;; 이름은 적힌 걸로만 봐서는 '케스킬'인 것 같은데 정작 들은 것은 기억이 안 나는지라, 틀렸으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 저녁에 두 명의 플랫메이트들이 더 도착해서, 마침내 저희 플랫은 가득 찼습니다. 8명이라... 많기도 하여라. 바실리의 룸메이트인 안드레이, 저의 룸메이트인 티엔이 도착했거든요. 티엔은 중국에서 왔는데, 저와 같은 사회과학대 소속이라 내일 오리엔테이션에 같이 가기로 약속했습니다. 물론 안드레이도 같은 사회과학대 소속이었는데 이 땐 다른 방이라...






최종_플랫_멤버들.jpg







'루크', '루드'라고 써 보니 뭔가 형제같은데 '루크'는 L이고 '루드'는 R입니다. 어헣. 보면 국적 별로 방을 나눈 것 같죠? 제가 이 때는 몰랐는데, 지금 와서 보니 이 아파트 단지에서 한국인 남자는 저 뿐인 것 같습니다. 한국인 여자는 한 명 봤네요. 뭔가 싸고 먼 곳이라 그런가 한국사람들은 다른 데 많은 듯... 슬프다.











 ...그리고 평온하게 잠에 들게 되는 저는, 이 다음 날 있을 참사를 예견하지 못하는데...








꼐속













아이슬란드 여행 셋째날(2): 2015년 8월 20일, 목요일, 21:00




 레이캬비크에서 내렸다 안 내렸다 하는 비나 맞아가며 고생하다 겨우 숙소로 돌아온 저는, 뭔가 해야겠다는 강한 충동을 느끼지만 과연 뭘 해야 할 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갑자기 생각난 게 있었으니,



















하! 우! 카! 르! 틀!






 하우카르틀을 쉽게 이야기하면 아이슬란드의 홍어입니다. 하우카르틀은 상어로 만드는데, 상어는 골격 때문에 체내에 암모니아가 남아 있고, 이를 빼내지 않고 숙성시키면 발효되어서 굉장히 향긋한(...) 냄새와 맛을 갖게 되는데요.
















 제가 한번 먹어보겠습니다!

















 저번에 마트에서 봤던 하우카르틀...! 자그마치 6,599크로나(약 60,000원)에 달하는 가격을 보고 포기할까 했지만, 실제 가격은 저 가격이 아닙니다. 저도 자세히 안 봤는데 단위당 가격 같아요. 제가 실제로 지불한 금액은 약 1,300크로나 정도.






 하우카르틀은 보통은 저렇게 진공 포장된 상태나 통조림으로 팔립니다. 홍어와는 다르게 굉장히 많은 마트에서 볼 수 있어요. 제가 가 본 곳이야 세 군데 정도 뿐이지만 다 하우카르틀이 있었던 것 같아요. 으아아니.






하우카르틀하우카르틀


으으...


 발효로 인해 모양이 약간씩 흐물흐물해진 많은 사각형 덩어리들이 뭉쳐있는 게 보입니다. 

















하우카르틀하우카르틀


흠...











 제가 이렇게 식탁에 하우카르틀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쓰란두르 씨 가족이 돌아왔습니다. "Are you gonna eat it?" 







안 먹을 거면 왜 샀겠습니까?






... 그런데 약간 떨리네요 ㅠㅠ











마지막까지 먹겠다는 의지의 징표로, 우유와 펩시를 준비했습니다.
















아아... 떠다니는 국물들...과 흰색 파편들 ... ;;















굉장히 불길합니다.











개봉박두!



조금씩 칼로 잘라내기 시작합니다. 얼마나 긴장했는지 사진이 흔들렸네여 ^_^;;








완전히 개봉되고 주머니 안에 공기가 들어찹니다... 아아 보는 내가 다 떨리네



















접시에 옮겨 담았습니다.







...참 맛있겠죠?
























하우카르틀하우카르틀





음...











 눈을 딱 감습니다.












먼저 코에 살짝 갖다댑니다.


















이 곳의 냄새가 납니다.




...이건 미친 짓이야 여기서 나가야겠어...













제가 냄새를 맡으며 얼굴을 찡그리자 마리아(쓰란두르 씨의 딸)가, "Shark's piss"가 아니냐... 하는데,









진짜 상어 발효된 게 아니고 상어 오줌 덩어리 같습니다 ㅠㅠㅠㅠㅠ














그래도 샀으니 맛은 봐야겠죠.































먹습니다.


























크오오오오오오오오오...!














나쁘지 않은 질감








괜찮은 씹는 느낌














그러나 세 번 씹으면 한 번 꼴로 코로 직통으로 올라오는 암모니아...!















암모니아 너란 분자...

















...잠시 수저를 내려 놓고 생각합니다.



























우암 송시열 선생을 생각합니다.










저는 오줌 맛 나는 상어 고기쪼가리 하나 먹기도 참 힘든데,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오줌을 몇 년이나 받아마신 














요로법의 수호자 요로나이트 송시열선생니뮤ㅠㅠㅠㅠㅠㅠ










※ 요로법의 효능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바 없습니다.



 























아무래도 다음에 귀국하면 대전에 있는 송시열 선생 사당이라도 찾아서




같은 오줌이터들끼리 회포를 풀어야 할 것 같습니다 ^_^;;



















... 아무튼




















좀 줄어들었나요???





한 열 조각 정도 먹었는데 티도 안 납니다 ^_^;;









그런데 옆에서 마리아가 말하길, 








"원래 많이 먹어도 한번에 6~7개밖에 안 먹는 것"이라고 ^_^;;







10개 먹었다니까 so impressive하답니다.






저도 그 말 듣고 바로 덮었습니다. 


















덧붙이자면 






1. 하우카르틀은 보통 브레니빈(Brennivín)이라는 술과 같이 먹는다고 합니다. 브레니빈은 감자로 만든 슈냅슨데, 이건 또 이거대로 굉장히 머리아픈 맛 ^_^;;






2. 하우카르틀을 못 먹는 사람도 많답니다. 쓰란두르 씨 가족은 모두 하우카르틀을 안 먹고, 쓰란두르 씨의 아버님께서 살아계실 때 혼자 드셨다고 해요...






3. 그리고 보통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하우카르틀을 먹는 건 일종의 담력 테스트로 여겨지기도 한다고 합니다 ^_^;;














더 이상의 악몽을 꾸지 않기 위해 바로 잤는데




 양치를 했는데도 중간중간에 목인지 입인지 상상 속인지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자다 몇 번이나 깼습니다 ^_^;
































 ...그리고 저는 하우카르틀을 안 쓰는 아이스크림 보관용 플라스틱 상자에 담아 냉동실에 넣었는데, 플라스틱이 저온으로 인해 뒤틀려서 상자에서 냄새가 새어나오게 되었고, 그걸 모르고 핀란드로 돌아갈 때 캐리어에 넣은 하우카르틀 때문에 캐리어에도 온통 하우카르틀 냄새가 배어서, 냄새 밴 옷은 다 빨았는데 캐리어는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카더라... 몇 달 뒤에 다시 빠지려나...










꼐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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