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5일, 화요일









 저번 주에 한국어 3 수업 도우미로 처음 들어갔는데, 오늘은 한국어 2 수업 도우미를 처음 하는 날입니다.










 한국어 2 수업은 놀랍게도 전원 핀란드 여학생이고 교수님도 여자고 다른 한국어 도우미들도 여자라서 저 혼자 남자였습니다.














오오 의자왕 오오

















는 개뿔, 























오오 내시 오오... 















 이전에 클럽에서 만난 학생이 한 명 있어서 그건 괜찮았는데, 아무래도 대체로 한국어를 못하는 편이다 보니 + 핀란드 성격상 조용한 편이다 보니 = 말이 적고, 저는 영어를 하면 안 되고... 같이 얘기를 하거나 문제를 푸는데 정말 저 혼자밖에 안 떠드는 대참사가 ㅠㅠ





 그래서 교수님이 답답해하시긴 했습니다만, 그런데 사실 뭐 교재 수준 같은 걸 봤을 때 한국어 2 레벨에서 말을 많이 하는 게 더 힘들 것 같아요. 저도 중국어를 살짝 배웠지만 중국어 수업을 들으면서 말을 열심히 해 봐라, 이러면 말할 자신이 없긴 합니다. 더군다나 핀란드처럼 조용한 문화권이라면 더 그럴테구요.




 아무튼 굉장히 뻘쭘하고 힘든 15분을 보낸 뒤, 다음 수업으로 향했습니다.







 그 다음 수업은...



















Korean Premodern History

한국전근대사








출처:이말년씨리즈 / 이렇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유ㅠㅠ


 물론 학점 따기 쉬운 것도 분명히 있긴 있겠습니다만은!! 외국인 교수님의 한국사에 대한 견해, 다양한 생각을 들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들은 수업입니다ㅠㅠ 영국 출신 Andrew Logie 교수님의 수업인데, 한국에서 유학했고 굉장히 한국에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전통 문화에 대해서라면 보통 한국인보다 더요. 수업 시작 전에 판소리나 강강술래 틀어 주시는데 저나 외국인 학생들이나 별로 즐거운 느낌이 아니지만 교수님은 굉장히 굉장히 들으면서 즐거워하십니다. 흠좀무.






 수업 들으러 가는 중. 이렇게 녹음이 우거졌었구나.








 아무튼 첫 수업이니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저는 시간을 떼웁니다. 원래 수업은 이걸로 끝이지만, 오늘 한국어 교수님께서 한국어 공부하는 핀란드 학생들을 소개해주신다고 하셔서요. 도서관에서 시간을 떼우다가 시간이 되어 교수님 연구실로 갑니다.



 학교 건물 벽에 붙어 있던 작은 포스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감 123539150147091배를 느낍니다...





 



 교수님 연구실에서는 세 명의 핀란드 학생을 만날 수 있었어요. 여학생 둘, 남학생 하나였는데 남학생분은 나이가 좀 있으셨습니다. 세 분 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해서 놀랐어요. 핀란드어로 된 한국어 학습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다음 약속이 있을 때까지 기다리며 들으며 많이 느꼈습니다.





 그리고... 여러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ESN 카드 발급을 받으러 갔다가, 예전에는 그냥 셀카로 되길래 될 줄 알고 갔는데 안 되어서 좌절하고 그냥 밥을 먹습니다. 웃긴게 알고보니 지갑 안에 증명사진이 있었음 ^___^;; 허탈해져서 집에 온 뒤 뒹굴뒹굴 잉여하다가, 수요일도 한국어 도우미 수업이 있으니 내일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하고 잠에 듭니다.














9월 16일 수요일





 네 그렇습니다. 오늘은 지난 주에 이어, 한국어 3의 두번째 수업이 있는 날이죠.



 뭔가 유니카페 사진들 보면서 묘한 게, 학기 초엔 이렇게 유니카페를 많이 먹었구나 싶거든요. 갈수록 유니카페는 거의 안 먹고 해먹기 시작해서, 거의 다 해먹기만 한 학기 말을 생각하면... 유니카페가 굉장히 어색합니다 ^__^;





 한국어 3 수업은 이번이 두번째였지만,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서 즐거웠습니다. 게다가 이번 수업 전날이 학생 중 한 분인 Minna씨의 생일이어서, Minna씨께서 쿠키를 만들어 오셔서 개꿀... 개꿀 하며 먹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저녁에 핀란드어 수업이 있어 플랫에 늦게 돌아오니 일곱시 반,













 파프리카마늘버터김치삼겹살로 힐링을 하고,




 플랫메이트들과 살미아끼 술을 따서 즐겁게 나눠 마시다가,




 어느덧... 웹서핑을 하다가 해가 밝았습니다 ㅡㅡ;; 오전 7시에 감자와 김치를 먹고는 잠에 듭니다.



















 점점 적응해가면서, 핀란드 교환학생으로서도, 한국어 도우미로서도, 적응해가면서, 시에 한국에서와 같은 삶으로, 즉 막장으로 흘러가는 저의 삶은 이리 순탄히 흘러가는 듯 했으나,











 저는 저에게 내일-모레 닥칠 평지풍파를 이 때만 해도 예측하지 못했는데...















 꼐속








9월 9일, 수요일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이 12월 16일인 것을 생각해 보면, 사실 한 달 뒤의 일기가 '사진역사학'이었고 두 달 뒤의 일기가 '사진고고학'이었다면 지금은 뭐 '사진방사선측정학'정도는 될 것 같은 느낌입니다. 기억의 재구성... 기억의 재구성... 그렇지만 다행히 9월 9일의 이 일기는 10월 말에 사진을 업로드해 두었으므로, 그 때의 온기가 남아 있...나? 


 현장감이 생명인 이런 류의 생활기를 지금 쓴다는 것은 착잡하지만 제가 이걸 쓰는 목적은 무의미의 침식에 맞서기 위함이므로 일단 씁시다.













 이 날은 첫 한국어 수업이 있는 날이었을 겁니다. 아마두요. 저는 한국어 3 수업과 한국어 2 수업의 도우미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신기하게 딱 한 단계 차이가 나는데 구성원의 느낌이 확 달라요. 한국어 2 수업이 한국어와 기타 동양어를 전공하는 저학년 학생들 위주라면 한국어 3 수업은 연령대가 대체로 높고 전공도 다양한 느낌? 그리고 교수님의 말씀대로라면 한국어 2 수업은 분위기가 좀 별로...고 3 수업은 굉장히 화목하다고 하시는데, 제 생각에는 그냥 한국어 2 수업 학생들이 한국어를 잘 못해서... 였던 것 같아요.




 아무튼 이날은 한국어 3 수업이었습니다. 한 분을 제외하고는 다 여자 분들이었어요. 몇몇 핀란드 학생들과 말을 틀 수 있었는데, 한국 갔다 온 분들도 굉장히 많았고 한 명의 남자 분은 한국을 스2 때문에 좋아하게 되었고 한국인 여자친구도 있으시다고!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 여학생 세 명과 함께 한국어 도우미를 했습니다. 아마 저는 한국어가 통하는 핀란드인을 만난 게 너무 신기해서 말을 너무 빨리해서 많이들 당황하셨던 것으로 기억...





헬싱키 대학교 유니카페


 수업이 끝나고 같이 밥을 먹습니다. 사진을 보니까 배가 고프네요. 그런데 아마 보나마나 간이 덜 되어 있을 거라서요, 소금이 필요한 식단입니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 헬싱키 하드 락 카페에서 각자가 악기를 가져와서 공연할 수 있는, 오픈 스테이지 행사가 있다고 해서 거기에 가기로 결심하고, 뭔가 집에 갔다 오긴 시간이 애매해서 학교에서 기다리기로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헬싱키 대학교는 8시에 닫아요...








그런데 행사는 10시에 시작...




ㅠㅠ





학교 앞 맥도날드


 그래서 맥도날드에서 시간을 떼우기로 합니다. 아 맥날 보니까 더 배고프다ㅠㅠ


 신기했던 게 예전의 그... 뻘쭘하게 서 있었던 클럽에서 만난 사람들 중 한 명, 제 튜터 베이코의 룸메 중 한 명이 여기서 알바를 하고 있었어요. 우왕ㅋ굳ㅋ. 뭔가 헬싱키 대학교라니까 맥도날드 알바가 안 어울린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나봅니다. 그치만 여긴 핀란드니까요. 사교육 시장이 그리 크지도 않을 뿐더러, 맥도날드의 페이도 굉장히 높으니 문제는 없습니다. 물론 덕분에 햄버거 값도 비싸구요.




 한편 약속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고 생각하여, 저는 9시 50분까지 도착하려 길을 나섭니다.



헬싱키 하드 락 카페


 도착했다.


























 ...그리고 시작된 참교육.











 안 와요 안 와.






 ... 절대 약속시간에 오면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저의 교환학생 친구들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니 오늘 온다는 사람들, 이탈리아 셋, 이스라엘 하나, 체코 하나... 그렇습니다. 다 남쪽 사람들이군요 ㅠㅠ... 피부로 느낀 먼나라 이웃나라는 가혹했다...



헬싱키 하드 락 카페


 다행히 뭐 9월이라 밤이라고 춥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참교육의 감동이 온 몸을 전율시키는 것은 막지 못했습니다.







헬싱키 하드 락 카페


 그러나 결국 기나긴 기다린 끝에, 입장.




헬싱키 하드 락 카페


 누군가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하드 락 카페에 온 건 처음이에요. 인도에서 소고기를 파는 거의 유일한 음식점이라길래 갈까 하다가 비싸서 가지 않았었습니다. 한국에는 잠실과 해운대에 있다고 해요.


헬싱키 하드 락 카페


"...where the classes could happily mingle."


 ...가격을 보고 얘기합시다 양심이 있으세요 업주님? ^_^;




헬싱키 하드 락 카페


 벽에는 유명 락 스타들의 물건들이 걸려 있습니다. 뭐 당연히 레플리카겠지만유.



헬싱키 하드 락 카페


본 조비의 기타..!



헬싱키 하드 락 카페


 마돈나, 리한나, 그런데 리한나가 락이었나, 몰랐네유. 아님 그냥 셀레브리티라서 걸어 둔 건가. 하긴 워낙 다양한 음악을 하긴 하지만요.



헬싱키 하드 락 카페


 빠질 수 없는 존 레논.


헬싱키 하드 락 카페


 그런데 저희 팀 앞에 하도 팀이 많았어서 자리가 정리되는 분위기.


 물론 제가 공연을 했으면 좋겠지만... 저는 공부밖에 모르는 사람이라, 아니 요즘은 공부도 모르지만, 하여튼 게으른 사람이라 공연은 못 하고, 그냥 공연하는 친구들 응원하러 온 것입니다. 그런데 너무 늦어버려서 이미 판이 다 정리되는 분위기이니, 더욱 열렬히 응원해야겠죠. 물론 늦은 것은 너희들이 나를 기다리게 한 응분의 댓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____^


헬싱키 하드 락 카페


 그러니까 기다리는 도중에 셀카나 찍읍시다.


헬싱키 하드 락 카페


 이렇게.


 요즘 보는 모습이랑 머리가 많이 달라서 사진 보면서 제가 깜짝깜짝 놀라네요.


 

헬싱키 하드 락 카페


 어느덧 준비를 완료한 친구들. 페라스는 드럼을 치고, 이탈리아에서 온 알레산드로는 베이스를 칩니다. 그리고 한 명은... 아마 스탭 같아요. 


헬싱키 하드 락 카페


 우와아아으으우와아




 공연 동영상도 찍었는데 제가 몸을 너무 상하로 많이 흔들어서... 아마 기분이 좋아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나쁘지 않은 공연이었어요. 관중석은 적막했지만... ^_^;;


 이렇게 저는 오늘도 생존을 마치고 밤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하였었다고 추측합니다.



















제발... 꼐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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