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1일, 월요일








 네. 월요일입니다.













다시 한 주가 시작되었군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









 오늘은 유고슬라비아사 수업의 개강일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들을 수업을 찾다 넣은 건데, 유고슬라비아 지역사가 굉장히 복잡하고 흥미롭다고 생각해서 일단 넣었습니다만 뭐 아일랜드 출신 교수님의 굉장히 빠른 영어에 당황하고 좌절하고 그렇게 끝났겠군요 보나마나. ㅠㅠ




 오늘의 유니카페. 닭다리를 먹으면서 기운을 차립시다 열심히.






 제가 기운을 차려야 하는 이유는 하나 더 있는데, 그건 바로








 동생느님께서 소포가 배달된 것 같다고 저번 주에 알려왔기 때문입니다.







 핀란드에서는 처음에는 집까지 배송을 해 주는데, 집에 없으면 우체국으로 찾아 오라고 해요. 집에 제가 저 시간에 왜 없었는 지 모르겠지만... HOAS라 대문이 닫혀 있어서 그런 건지, 아무튼 없었기 때문에 저는 콘툴라 역 근처에 있는 우체국까지 가서 소포박스를 가져 오기로 합니다.





 오오 도착. 여권을 확인합니다.







 사실 제가 동생한테 보내 달라고 한 게, ①친구들에게 써 줄 엽서, ②미리 정해놓은 책들, ③겨울 옷, ④☆슬리퍼☆, ⑤불닭볶음면 등등... 이었는데 뭐가 왔을까 굉장히 기대가 되었어요.




 으앗!!











 무거워서 뭔가 했는데 책이 많아서 좌절했지만, 가장 중요한 ☆슬리퍼☆가 왔네요...










 이젠 더 이상 침대에 누워 있다 화장실 갈 때 맨발로 운동화 신어서 기분 잡칠 일이 없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ㅠㅠ


 










 동생에게 엄지 척... 하려다가...


















동생놈이 소포 세 개 보내는 데 

30만원을 썼다고....

















30만원이라니... ㅁㅊㄷ ㅁㅊㅇ













 물론 저 박스 하나로 30만원은 아니고, 세 개로 30만원입니다만 그래도 30만원이라니... 분명히 돈이 너무 많이 들면 좀 빼거나 보내지 말라고 했는데ㅠㅠ 핀란드까지 보내는데 30만원은 많이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동생이... 하긴 뭐 아시아 대륙 반대로, 러시아 반대로 보내는건데...















 뭐 사실 따져 보면 애초에 캐리어 하나만 달랑 끌고 온 저의 명백한 잘못이네요.






















여러분 유럽 올 때, 특히 핀란드 올 때 









무조건 캐리어에 꽉꽉 눌러 담아 오세요.









캐리어 두 개 끌고 오세요. 저 빼고 다 두 개 끌고 왔더이다.







 하.................




 30만원에 망연자실행ㅠㅠ




 그치만 뭐 어쩔 수 없고 동생도 좋은 의도로 한 건데 너무 망연자실할 수는 없으니... 소포를 가져오다 생각난, 그동안 미뤄두었던 엽서를 쓰기로 합니다. ㅠㅠ











 어제 쓴 것도 조금 있죠. 써달라는 애들 몇몇에게 마저 엽서를 썼습니다.



 호주 유학생 군대 후임에게 쓰는 건데 왼쪽 끝의 미친ㅋㅋ가 눈에 띄네요. 








 그리고 또 아이슬란드 면세 서류. 아이슬란드에서 돌아올 때, 실수로 서류를 다 캐리어에 넣고 부쳐버리는 바람에 부가세를 환급받지 못했었죠ㅠㅠ. 부가세 면세 서류도 아이슬란드로 부쳐 줍시다. 



 참고로 이때 부친 면세 서류로, 12월 17일에야 부가세가 환급되었으니 3달이나 걸렸군요. 웬만하면 공항에서 냅시다 ㅠㅠ




 인터내셔널 리펀드에 왜 핀란드는 없는건가 아이슬란드님들.ㅠㅠ





 면세 서류 준비 완료.





 정성스레 쓴 엽서들.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사실입니다.




 뒷면은 이렇습니다. 보면서 느끼는 건데 정말 아이슬란드가 관광에 목숨 거는 나라라 그런지 티셔츠 뿐만 아니라 엽서도 때깔이 다르네요 ㅋㅋㅋㅋㅋㅋ. 여행 기념품은 아이슬란드가 갑인듯... 물론 더럽게 비싸지만 ㅠㅠ

















 그리고 이것들을 다 모아 수업 가기 전에 콘툴라 역 우체국으로 왔습니다.






 우표 하나는 1 유로 해요. 우표를 이렇게 세트로 팔기도 하는데, 핀란드 답게 다양한 자연 경관들이 우표에 나와 있어서 좋았습니다. 








 사기업에서 만드는 엽서는 별론데 국영기업에서 만드는 우표는 멋진 핀란드... 괜히 사회주의 나라 소리 듣는 게 아닌 것 같네요 ^오^






 이 프라이오리티를 엄청 나눠주는데 저는 항상 이걸 붙여서 몰랐는데 국제우편에만 붙이는 것 같아요. 




 원래 우표 사면 그 갯수만큼 주는데 저는 직원이 세트 우표에 프라이오리티 스티커가 같이 붙어있는 걸 몰랐는지...





 우표 붙이니까 뭔가 때깔이 납니다. 아 보니까 엽서 부치고 싶은 생각 확 드는데 돌아가기 전에 좀 부쳐야겠어요.





 우체통에 투하!




 대부분 도착했지만 이 때 보낸 엽서 중 하나는 아직도 도착 안 했다고 해요. 그 엽서 내용을 사진으로 찍어 놔서 친구한테 보여주긴 했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네요. 사람 일이니 실수가 생기는 거겠지만.












 뭐 사실 여기서 일기를 끊어도 되는데, 굳이 더 쓰는 건, 저녁에 있었던 핀란드어 수업이 끝나고 HOAS로 돌아오는 데,






 잘못 왔다...







 라스틸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시다시피 헬싱키 메트로는 끝에서 갈라져요. 열차를 잘못 타면 반대 편으로 오게 되는데, 첫 역에서는 보통 정신놓고 다니느라 눈치를 못 채고 두번째 역에서야 눈치채게 됩니다 ㅠㅠㅠㅠㅠㅠ











 이번이 마지막이었다면 좋겠지만 학기 끝날 때까지 라스틸라 두 번은 더 방문한 듯...허허... 물론 라스틸라에 사는 같이 온 교환학생 학교 후배도 제가 사는 콘툴라 역을 두 번인가 방문했다고 하니 쎔쎔이군요 ^__^;














 한국 서울 5호선처럼 마천행 상일동행 계속 세뇌시키듯이 알려주는 게 아니고, 그냥 처음 탈 때 전광판 보고 타야 하는 거라서, 정신 놓고 다니면 이련 결과가...
















 집에 돌아가는 시간이 늦어서 분노한 저는 다시 전철을 타고 이타케스쿠스까지 가서, 콘툴라에 내려 집까지 들어가야 했기에 분노는 무슨 피곤함밖에 남은 게 없었다 카더라...







 30만원의 피곤함에 환승의 피곤함까지 겹친 저는 집에 오자마자 쓰러져 잠들고 맙니다.













꼐속











2015년 8월 15일, 토요일




 어느덧 이역만리에서 지낸 것도 1주째, 핀란드에서 광복절을 맞게 되었네요. 예전에는 외국에 있으면 광복절을 피부로 못 느꼈을 것 같은데, 요즘은 인터넷이 있다 보니까 ^_^ 광복절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집니다. 





 그래서 저도 아침부터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며 오오 광복절 오오...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영화 암살을 못 봤는데, 특히 암살이 보고싶어졌었어요 ㅋㅋㅋ 그러다가 다시 피곤해져서 이불을 올려 덮었습니다.















 사실 뭐 이미 아이슬란드 여행 예매했겠다, 플랫메이트들에 대한 기대는 이미 접었습니다. 여덟 명 방에서 혼자 사니까 뭔가 나 홀로 집에에 나오는 케빈같은! 거대한 집을 혼자 쓰는 거대한 해방감...!이 느껴지기 시작해서 뭐 언젠간 오겠지 싶은 생각으로 뻗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덜컹, 덜컹,







갑자기 들려오는 문고리 소리에 신경이 곤두섭니다.










미지와의 조우...








 정작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날이 왔는데, 엄청나게 떨렸습니다. 과연 오늘이 우리나라의 광복절임과 동시에 저에게도 고독으로부터 해방되는 날이 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스트레스가 추가되는 날이 될 것인지...




 


 아무튼,







HELLO!!!!!!







 제가 만난 것은 캐리어를 옮기며 이제 막 현관문을 젖히고 들어온, 한 명의 유럽 청년이었습니다. 검은 머리에 검은 눈, 땀, 선해 보이는 눈동자, 곱슬머리, 선명한 이목구비,






 솔직히 위에 쓴 불안감은 그 전에 느꼈던 거고, 막상 사람 보니까 너무 반가워서 헬로!!!!를 외치며 캐리어를 손수 옮겨드렸습니다 ㅠㅠ













 그리고 캐리어가 어느 정도 정리되자, 이 친구가 꺼내놓은 것은...




알콜 럽...♥






 일회용 컵까지 준비해 온 치밀함을 보인 친구는 바로 술을 꺼내듭니다. 진심 너무 마음에 듭니다 ㅠㅠ





 저 병 안에 든 술은 친자노는 아니고, 할머니께서 운영하는 양조장에서 만든 술이라고 합니다. 도수는 약 50도...!





 고독했던 세월을 떠올리며 원샷 ㅠㅠ










 간단한 먹을거리를 먹으며 얘기를 합니다. 저와 같이 핀란드 교환학생을 온 이 친구의 국적은 체코, 이름은 아담, 전공은... 공대였던 것 같은데 세부전공은 잘 ~_~ 헬싱키 대학교가 아니라 메트로폴리아 대학교를 다니러 왔다고 합니다. 오늘 착륙해서 바로 여기로 왔다고. 으아아 너무 반가워여...




 체코어로 고마워는 데뀨유, 건배는 나즈데라비~





 지금까지도 거의 제일 많이 쓰고 있는 체코어, 나즈데라비 ㅋㅋㅋㅋㅋㅋ





 우리의 새 플랫메이트는 짐을 정리하고, 저는 다시 침대에 눕습니다. 으아아아 이게 인간의 삶인가. 조금 쉬고 저녁에 같이 근처 펍에 가서 맥주를 가볍게 한 잔 하기로 합니다 ^오^





 그렇게... 누워서 빈둥거리다 컴퓨터 하다가 아무튼 시간이 가고...







 해가 지고 있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정말 나무가 많아요 ㅋㅋㅋ 녹지에 감동하며 펍으로 갑니다.










 사실 콘툴라는 그냥 주거지역이고 딱히 번화가도 아니라서, 그렇게 막 재밌게 놀 곳은 없어요. 콘툴라 역 근처 마트들 있는 곳에 레스토랑, 패스트푸드점, 펍 몇 군데가 있는데, 그냥 그 중 아무데나 들어갔습니다.




 맥주 한 잔씩 시키고 착석.





 ...했는데,







 자리가 부족하다고 핀란드 아줌마아저씨들이 옆에 앉아버렸습니다.






 흠좀무 ...






 덕분에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아





 그리고 여기 들어올땐 몰랐는데 가라오케였습니다. 노래방 기계가 있고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는데, 잘 못 부르는 것 같은 사람들도 나와서 열심히 부르더라구요 ㅋㅋㅋ 게다가 노래방처럼 밀폐된 것도 아닌, 불특정 다수가 듣고 있는 이런 펍에서... 뭔가 잘 불러야만 뽐낼 수 있는 한국이랑 다른건가 패기넘친다 싶기도...





 그런데 문제는 가라오케 노래소리 + 옆의 아저씨아주머니들 말소리때문에 저랑 아담이랑 얘기해도 하나도안들림 ㅠㅠㅠㅠ ㅋㅋㅋㅋㅋㅋㅋ 하...





 조금씩 재미가 없어지던 중, 옆의 핀란드 아주머니가 말을 겁니다. 다만 핀란드 아주머니는 반대편에 있어서 주로 아담에게 말을 거네요. 그치만 뭐 미안해서인 것 같고 ... 그냥 핀란드 물가가 비싸냐, 어디서 왔냐 이런 것들을 물어봅니다. 아담이 "핀란드 물가 되게 비싸다"고 해서, 제가 "한국보다 싼 것도 있다."고 말하려 했는데, 너무 시끄럽고 해서 테이블 건너로 말은 못하겠고 ... 그렇게 그렇게, 시간이 가다가...!
















갑자기 아주머니의 질문



















"Where is your mother?"

(번역: 니 어무이 어디 계시노?)















뭐지... 패드립인가?

(진지하게 당황했습니다. 아주머니...야갤하세여...?)
















도저히 맥락을 파악할 수 없는 질문에 당황한 제가, 


더듬으며 "어무이는 한국에 계시지예."라고 말하자, 


아주머니의 손이 움직입니다.


















2*2=4유로행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아주머니는 덧붙입니다. "어머니가 같이 안 계시고 이렇게 떨어져 있으니까, 마치 내가 어머니가 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니까 이 돈을 받으려무나."





 오오 핀란드 아주머니 오오 감동...이긴 한데, 도저히 감동을 받지 못함 ㅋㅋㅋㅋㅋㅋ 저도 당황하고, 아담도 당황하고, 






 애초에 아무리 우리가 여기 비싸다 비싸다 해도 쓸 돈이 없었으면 왔을 리가 없잖아요 아주머니 ㅠㅠ


 



 급하거나 아쉬울 때 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무난하게 잘 지내고 있는데 갑자기 뜬금없이 동전 두개를 주니 거지가 된 것 같은 이기분...

















나이 25에 글로벌 거지행ㅋㅋㅋ









 이렇게 또 인생을 배우네요.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의도를 전달하는 방법이 나쁘면 소용이 없다. 넵. 저는 유럽 와서 처음으로 기분이 상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 게다가 거절을 하는데, 아무리 거절을 해도 받아들이질 않습니다. 전 받고 싶은데 체면 때문에 거절하고 있는 게 아니에요. 진짜 받기 싫어요 아주머니 ...











 그렇지만 저는 정말 힘들게 거절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왜냐?





















★일류가 되기 위하여...★

물론 일류라 해봤자 일류거지행...















 4유로를 거절하기 위해 진땀을 빼다가, 묘수를 떠올렸습니다.






 사실 지금 체코 플메도 그렇고, 유럽인들은 대체로 동양 국가들에 크게 관심이 없고 있다 해도 피상적인 관심이 대부분입니다. 아무래도 현대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서구 문명의 발상지가 유럽이다 보니, 유럽 이외의 나라들은 유럽의 문화 등에 관심이 많은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요즘 TV에서 한류 한류 아무리 떠들어도, 그런 한국 대중문화를 즐기는 것 자체가 주류문화는 아니에요. 물론 요즘 들어 늘어나긴 했지만 그럼에도 거의 백에 한 명 정도죠.








 게다가 그 동양에 대한 관심의 대부분은 인도, 중국, 일본... 한국은...



















더 이상 말이 必要韓紙?















 즉 한국이란 나라를 잘 아는 사람은 거의 없고, 동양은 막연히 이럴 것이다-는 생각만 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이라면 더더욱 그러하구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주머니, 매우 감사합니다만, 한국의 전통에 의하면 처음 만난 사람에게 돈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돈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자 그전까지 돌려받기를 완강히 거부하시던 아주머니도 굉장히 뻘쭘한 표정으로 돈을 거둬들이심... 그리고 저와 아담은 ㅌㅌㅌㅌ







 하.............................








 돌아가면서 저희는 어이없음을 공유하며, 도대체 왜 그 아주머니가 그런 행동을 했을까, 요인 분석을 해 보았습니다.








1. 아담이 "핀란드 물가가 정말 비싸다."고 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가장 유력한 가설. 그래서 아담은 다음에 핀란드 물가에 대해 물어본다면 그냥 "Shut up"해야겠다고 언급합니다. ㅠㅠ





2. 내가 후줄근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제가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밖으로 내뱉지 못한 요인.






2-1. 어찌 보면 아담도 후줄근하게 생겼다.

 게다가 그날 도착한 밤이라서 피곤했죠. 아담아 미안하다. Promiňte.






3. South Korea와 North Korea를 착각했다.

 가능성 있음.














뭐 그 아주머니에게 물어보지 않는 이상 진짜 이유는 알 수 없겠지요 ... 





















진실은 저 너머에...










2015년 8월 10일, 월요일


 그렇습니다 드디어 월요일입니다.


 드디어 HOAS에 가서 키를 받도록 합니다.

 


 

 

 HOAS 오피스는 캄피(Kamppi) 역 근처에 있습니다. 아아... 자세한 주소는...

 

 

 

 

 

 

 

 

 

 

 

 

 

 

 

 

 


 

 


 구글지도 검색하면 나옵니다. 당시 아침 정말 덥고 귀찮았던 게 생각나니 그 느낌을 담아 귀찮게 쓸겁니다.





 HOAS는 Helsingin... 아무튼 헬싱키 학생 숙소 뭐 그런 뜻인데, 쉽게 말해 헬싱키 전체의 학생 기숙사를 담당하는 기관입니다. 한국에서 각 학교별로 기숙사를 운영하는 것과 다르게, 헬싱키에서는 HOAS라는 조직에서 헬싱키 전체의 학생 기숙사를 담당합니다. 제 경우도 지금 8인용 아파트에 4명은 헬싱키 대학교, 4명은 메트로폴리아 대학교 학생이 살고 있습니다.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는 것 같은데, 일단 지금은 다른 학교 학생들과 만날 수 있어서 좋은 점이 큰 것 같아요. 물론 행정적으로 많이 굼뜰 수 있겠죠.




 사실 뭐 신청은 인터넷으로 다 했을 거고, HOAS 오피스에 가서 할 일은 키를 받는 일밖에 없습니다. 으으... 직원은 친절합니다. 아무튼 뭐 몇 개 홍보 책자와, 열쇠 두 개를 받고는 HOAS를 나옵니다. 그리고 귀찮네 ㅅㅂㄻ를 연발하며 메트로를 탑니다.





그리고 콘툴라(Kontula)역에 내립니다.





저번에 보셨던 헬싱키 메트로 노선도인데, 끝에서 두 개로 갈라지죠. 저 둘 중 위쪽으로 가면 콘툴라입니다. 혹시 잘못 타지 않게 조심.






 콘툴라 역에 내려서 하염없이 걷습니다. 캐리어를 끌고 배낭을 메고... 구글 지도를 보며, 길을 한 번 잘못 들기도 하고... 주변의 시선은 커녕 그냥 쿨하게 지나가는 핀란드 아줌마, 아저씨, 할아버지, 할머니, 누나, 형, 동생, 어린...이는 말고, 아무튼 모두의 모습들을 햇살에 흔들리는 눈빛으로 조금씩 스쳐가며 





 진짜 하필 이럴 때만 쓸데 없이 찬란한 태양빛이 내리쬡니다. 으어어어








 근데 내가 살아야 할 R동은 아무리 찾아봐도 안보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동, Q동은 찾겠는데 도대체 R동은 어디에? 







 와 진짜 한 20분은 헤맨거같았습니다 ㅋㅋㅋㅋ 다 와놓고 안보이니까 어이가없더군여 ㅋㅋㅋㅋ







 뭔가... 내가 정신분열증인가 ... 뷰티풀..마인드...후후훗..크큭...








 이 끊임없는 미로 속에서 미쳐버리는 것만이 핀란드라는 나라가 나에게 허락한... 단 하나의 마약이니까 ...







 그러나 결국 발견했습니다.












잡았다 요놈








왜 다른건 엄청 커-다란데 네놈만 이따위냐






내가 왜소한 동양인이라고 인종차별하는건가 ...? 갑자기 울컥합니다






문을 따고 들어갑시다











헥헥거리며 4층까지 올라가니 문이 또 있습니다.





열어젖힙시다.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여기서 함께할 친구인가!?!?!?!?!?









HELLO EVERYONE!!







하는 즐거운 마음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문엔 사람 살던 흔적이 있네요. 뭔가 붙혀 놨네.





그러나..





그러나..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아무도 없습니다.










학기는 9월부터 시작이지요. 




그러니까 뭔가 저처럼 경제관념 없는 사람이 아닌 이상, 8/10부터 여기 와 있을 리가 없겠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이건 지금 없는 거일 뿐이죠. 어허헣





다른 사람들이 어딘가 놀러 갔거나 관광 중이라는 희망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해봅니다 ^오^











 제가 살게 될 방입니다. 책상도 하나에 의자도 하나라 당혹스럽지만, 뭐 이 정도면 괜찮죠?




 8명이 사는 아파트에 방이 4개 딸려 있고, 그 중 하나인 2인실입니다. 사실 Shared room in shared apartment는 제가 사는 이곳밖에 없어요. 나머지는 대부분 1인실... 싼맛도 있고, 많이 모여 놀면 더 재밌을 것 같아 신청했는데 자그마치 8인실이네요 우왕ㅋ굳ㅋ




 일단 빛이 마음에 드네요. 게다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지상 4층의 창문 밖에 보이는 나무...!







 베란다로 본 주변 풍경입니다. 아아 녹지 아아 핀란드





 핀란드는 항상 나무가 저를 감동시키네요




 이렇게 녹지뽕에 취하다가... 배가 고픕니다. 그렇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인데 나무 몇 그루 보는데 당연히 밥이 필요하죠. 




 오면서 대충 봐둔 마트에 갑니다.






 콘툴라 메트로 근처에는 꽤 큰 마트들이 있습니다. K SUPERMARKET, S MARKET, LiDL 등인데 보통 LiDL이 제일 쌉니다. 그치만 이 당시에는 잘 모르기도 했고, 전철역까지 다시 걸어갈 자신이 없어서, 방에서 가까운 수퍼마켓 Alepa에 갔습니다.





 방토 한 상자에 1.49유로. 그런데 상자가 한국보단 좀 작아서, 그렇게 싼 가격은 아닙니다.







 바나나 1킬로그램에 1.59유로


이건 뭐 경축스러운 가격.



 확실히 한국이 노동력은 싼데, 원자재는 비싼게 느껴집니다. 핀란드의 경우 농산물, 채소, 우유 등은 확실히 한국보다 비슷하거나 싸요. 대신 고기가 비싸서 눈물이 나긴 하는데, 감자로 밥을 떼우다 보면 뭐 한국보다 더 싼 식비에 감동하느라 그렇게 크게 불만은 안 생깁니다.





 이건 야채 살 때 필요한 중량계. 핀란드에서는 가격을 KG당으로 매겨 팔기 때문에, 야채 등을 살 때는 비닐봉투에 담아 저울에 올린 후 가격표를 뽑아야 합니다. 옆에 어마어마하게 많이 붙여진 것들처럼 저렇게 스티커가 촥 하고 나옵니다. 아마 저건 사려다가 가격을 보고 식욕이 다 떨어져 버린 스티커같네요.





한국에서 너프되기 전의 사이즈 그대로의 프링글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그리웠어 ㅠㅠ






그리하여 바나나, 우유, 핀란드식 호밀빵, 버터.


이것이 저의 단촐한 점심이 되겠습니다.





 정말 아무도 없는 널따란 집에서 혼자 햇살 받으며 부엌에서 먹으니 신선...은 개뿔이고 로빈슨 크루소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우리 집만 아무도 없는 게 아니라, 옆집 옆건물 등등도 사람 엄청 없어서 조용...고요...


 

 아무튼 그 고요함과 조용함 속에 스마트폰 중독자 답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빵을 먹습니다. 꼭씹어라 두번씹어먹어라...








 먹고 나니


 참으로 고요하고 적막하고 배부른 것이 ...


 되게 복잡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로빈슨 크루소가 이런 심정이었을까.








 아니야, 닥쳐. 분명히 다른 사람이 있을거야. 









 그래서 슬슬 일어나 벽에 붙어 있는 여러 물건들을 살펴보는데, 당혹스러운 건
















 지도가 2012년 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이건 사람이 산다는 게 아니라 그냥;; 옛날부터 쭉 붙어 있던 유적에 불과했습니다. 어헣ㅋㅋㅋ



아무도없구나... 역시...






잠깐 현자타임 ..







그치만 역시나 또, 저는 불현듯 깨닫습니다.





아 내가 혼자는 아니잖아?




그 몇일간 같이 살았던, 케미 안 맞는 핀란드인 친구에게, 저는 잡채를 빚지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



구글 맵으로 보니 엄청 멀지만, 한국인의 명예를 위해서, 갑니다, 잡채를 하러.











사실 잡채를 하는 과정은 못 찍었고, 결과만 찍었는데, 결과는 ...











이것은 잡채가 아니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가 '이미지의 배반'을 나타냈다면, '이것은 잡채가 아니다'는 그냥...그냥...





하 ㅠㅠㅠ





실패를 인정하기가 싫네요





내가 속이 더럽게 좁은건가...









 채소를 너무 굵게 썰었고, 당면은...뭐 그럭저럭 튀겼는데, 마지막에 당면에 실수로 설탕을 왕창 쏟아버려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설탕 맛을 없애기 위해 간장과 참기름을 또 왕창 치고, 그래서, 그래서, 그냥 먹는데,









 뭐 그냥 먹을만했습니다. 일단 달아서 맛이 없지는 않더군요 ㅠㅠ 크으 설탕 다섯 숫가락이면 당면 한 사발도 뚝딱!









 그리고 예상하셨겠지만 저는 이쯤 되니까 또 졸려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자고 가기로 합니다. 와 내가 쓰면서도 한심하다. ㅁㅊㄷ ㅁㅊ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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