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일, 목요일




 오늘은 '가장 큰 신입생 행사'라는... 이름은 기억이 안 나고, 아무튼 오리엔티어링을 하는 날입니다. 팀을 짜 헬싱키 시내에 있는 여러 곳들에 가서 주어진 미션을 하여 순위를 가리는... 그런 행사인데요, 열심히 걸어야 하는 행사인 걸 알 수 있죠. 그런데 비가 오는군요.


헬싱키 대성당헬싱키 대성당


 네. 비가 옵니다. 다행히 많이 오지는 않고, 조금 오다가 안 오다 오다가 안 오다가... 계속 반복이었습니다. 아무튼 여러 신입생 팀들 중 교환학생 팀도 세 팀이 있으니, 그 세 팀에 소속되어서 오리엔티어링을 진행합니다.




헬싱키 대학교 오리엔티어링헬싱키 대학교 오리엔티어링     헬싱키 대학교 오리엔티어링헬싱키 대학교 오리엔티어링


 학교 건물인 포르타니아 앞에서 진행한 첫 미션은 즉석 파티. 주어진 소품들을 가지고 파티를 해야 합니다. 보시다시피 비가 조금씩 오고 있는데, 우승 상품이 뭔지도 모르면서 열심히 열심히 파티를 합니다. 글렌은 말 가면을 썼는데, 저는 저런 좋은 소품을 선점하지 못하여 두루마리 휴지를 뽑아 봉산탈춤을 췄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다른 곳에 가서 무슨 쓰레기 봉투 경주같은 걸 했는데...
















가.야.댐.ㅠㅠ
















 엥? 왜 가야 되냐구요?












 헬싱키 대학교 한국어 수업에서 "한국어 도우미"를 맡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헬싱키 대학교에도 한국어 수업이 있습니다. 'Asian Studies' 학부에 한국학과가 있는데, 거기에 한국어 수업이 1부터 4까지 있어서, '김정영' 교수님께서 수업을 하고 계셔요. 한국어 교환학생들은 원어민 도우미같은 개념으로 핀란드 학생들과 한국어로 얘기할 수 있습니다. 한 번에 15분이라는 짧은 시간을 들여서 한국에 관심 있는 핀란드 학생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기회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죠. 그리고 이 날이 바로 한국어 도우미 오리엔테이션 날이어서, 저는 중간에 행사를 빠지고 한국어 도우미 오리엔테이션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비가 추적추적 오는 거리를 걸어서, 중간에 건물을 잘못 찾아서 헤매다가, 한국어 도우미 오리엔테이션 장소로 들어갔는데...














성비가 여자 10 : 남자 1 ;;
















 오오 개이득...!이 아니라, 이 상황에서 어찌 될 지는 남자 수준에 달렸죠. 여자가 많은 곳에 남자가 달랑 있다고 다 의자왕이 되는 게 아니니까요. 왕이 거느린 궁녀들 이면에는 항상 그 궁녀들을 뒷바라지하기위해 노력하던 수많은 내시들의 희생이 있는 법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내시가 될 것 같은 강한 예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와 별개로 어쨌건 이 성비는 놀랍긴 했습니다. 저희 학교에서는 남자 둘, 여자 한 명이 왔는데 남자 후배가 시간이 안 되어서 한국어 도우미를 못 하게 되었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뭐 성비가 남녀 얼추 맞겠지 생각했는데, K대와 Y대에서 모조리 여자만...! 아무래도 확실히 북유럽이라는 공간의 감수성이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는, 남자들보단 여자들에게 어울리나 봅니다. 한국에서 남성적이고 마초 같은 느낌이면 북유럽보단 다 미국 갈 듯 ^_^;;





 저는 최대한 많은 수업을 맡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핀란드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도 죄다 여학생들이라는 것 같았습니다. 교수님께서는 다른 성끼리 이어주기를 부담스러워 하시는 듯 ^_^;; 그리고 너무 수업을 많이 맡으면 얘가 성실하게 할까 하는 걱정도 있으셨던 것 같구요. 그래서 저와 저희 학교 여자 후배 두 명만 화요일과 수요일, 두 반을 맡게 되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각자 한 반씩을 맡게 되었습니다.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어쩌다 보니 Y대 친구들이랑만 남게 되어 같이 유니카페에 갔는데, 심심해서 우유와 요구르트, 두유를 다 같이 받았더니 이러면 안 된답니다. 그래도 처음이라 그런지 여유롭게 봐주심. ㅋㅋㅋ...










 그리고 저는 제가 딱 1시간 참여한 신입생 행사의 애프터 파티를 가기로 하고 글렌과 연락했는데, 한국인 학생들도 열심히 꼬셔서 같이 가기로 합니다. 그러나 그 사이에 붕 뜨는 시간에 어쩔까 어쩔까 하다가, 아무래도 처음 봐서 너무 어색하니까 대성당 앞에서 글렌도 같이 불러서 놀기로...!







 





헬싱키 대성당헬싱키 대성당


저녁의_대성당.jpg








 흐-뭇. 크고 아름답습니다. 아아 광장을 끼고 보는 헬싱키 대성당은 레알 삶의 활력소같은 느낌입니다. 적어도 아직까진 안 질렸음.












 그리고...













!?!?!?!?








 네 그렇습니다... 갑자기 다가온 완벽한 영국식 영어를 구사하는 글렌. 사실 글렌과 저희 학교 후배 민수는 서로 구면이라 간단히 인사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아직 나도... 이름을 모르는데... ^_^;;









헬싱키 대성당헬싱키 대성당


 와 한국 여자들 예쁘다...






 그리고 저는 뒤에서 쭈그려서 사진을 찍습니다.






계단 위로 올라가서 본 의사당 광장의 풍경.jpg








멋지긴 합니다. 밑에서 보는 것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을 때는 경치에 취할 만 합니다.





       


 아아, 보기 좋은 사람들은 앞으로, 그렇지 않은 자는 가장 뒤로 쳐박혀서...



헬싱키 대성당헬싱키 대성당


 칙칙한 남자들끼리 투샷 찍습니다. 물론 글렌은 조금 칙칙 저는 많이 칙칙 ^_^;; 저 때 매우 힘들었던 것으로 보임...







 그리고 간단하게 담소를...! 종교 건물 앞이라 좀 머쓱했는데 주변에서도 현지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맥주 많이 마시고 있고, 뭐 유럽이라기 좀 애매한 영국 출신이긴 하지만 글렌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기에 맥주로 프리드링킹 조금 했습니다. 글렌에게 술게임을 조금 가르쳐주니까 정말 좋아해서 나중에 튜터 그룹 친구들이랑 같이 하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치만 술게임은 하다보니 항상 시끄러워져서 어글리 코리안이 되지 않기 위해 조금만 했네요. 글렌에 따르면 조금 과민했을 정도임. 진짜입니다.









 그나저나 술게임할 때 벌칙은 계단 내려갔다 올라오기로 했는데... 너무 지루했습니다ㅠㅠ그렇다고 술을 마구마구 마실 수도 없으니.










 정말 이제 와서 사진 다시 보니 저같은 칙칙한 (학부생 치고) 노땅과 놀아준 여학생들에게 감사할 뿌뉴ㅠㅠㅠㅠ 갇갇갇 님드류ㅠㅠㅠㅠㅠㅠ



 



헬싱키 대성당헬싱키 대성당


 어느덧 길고 긴 여름 헬싱키의 해는 지고, 애프터 파티에 갈 만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번 애프터 파티도 어김없이 클럽. 그래서 가야 하나 고민했는데 글렌도 가고 한국인 여학생들도 한 명만 빼고 다들 가 보자고 해서 들어갑니다. 그런데 처음에 당황했던 게 춤을 추는 클럽이 아님. 물론 저는? 개이득ㅋ






 춤 추기보다는 그냥 공연하는 뮤지션들 노래 듣는 게 주인 분위기. 그래서 저도 그냥 서서 맥주 홀짝홀짝. 



 물론 계속 말씀드리지만 클럽이라고 막 원나잇 할 사람 헌팅하고 그런 느낌의 곳은 전혀 아닙니다.




 튜터 그룹에서 많이 왔을까 해서 왔는데 생각보다 별로 오진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이 쯤 되면 파티에 자주 가는 사람과 안 가는 사람이 구별이 되는 듯 합니다. 물론 저는 안 가는 사람...이 되었어야 했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겐 안 되고... 아무튼 모임은 자주 나가고 클럽은 자주 안 가게 되었습니다.


 사진은 왼쪽부터 글렌, 벨라루스에서 온 캐서린, 우리의 튜터 베이코, 이스라엘 국적에 아랍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되 부모님은 기독교인이고 본인은 무신론자인 페라스, 그리고 저입니다. 











 계속되는 공연들.





 중간에 2층으로 올라갔는데 정말 예쁜 여자사람들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글렌과 페라스와 게임을 했는데 져서 여자 번호를 따오라고ㅠㅠㅠㅠㅠㅠ 으아아아아 이게 무슨 소리야. 무슨 서양 여자사람들 얼굴 보는 것도 안 익숙한데 번호라니요. 한국에서도 번호 딴 적 없는데. 


 끙끙 앓고 있다가 한국인 여학생들이 저기 한국어 할 줄 아는 핀란드 여자가 있다고 말해줍니다. 그래서 정말? 반신반의하면서 갔더니 굉장히 예쁜 금발의 핀란드 여자사람이 진짜 한국어를 해요. 정말 신기했는데, 안 그래도 학교에서 한국어 2 수업을 듣는다고 합니다. 결국 이 핀란드 학생이랑은 클럽에서 만났는데, 뭐 별 일은 없었지만, 화요일마다 수업 시간에 보게 된... ^_^;; 그리고 정말 남 힘든 것 보고 바로바로 도와준 한국인 여학생들 갇갇갇ㅠㅠㅠ






 ...그러다가 무슨 음악이 ㅄ같은... 매우 ㅄ같은 음악으로 바뀐 데다가, 튜터 그룹 친구들도 가고 저도 피곤해져서 그냥 집에 가기로 하고, 이렇게 오늘 하루가 또 어영부영 끝이 나게 되었습니다. 으아아아아아아.










꼐속.







아무래도 일기 형식으로 날짜 매겨서 쫓아가면서 쓴다는 최초의 계획은 역시 망한 것 같다. 20일 차이라니!!! 너무나도 놀라운 차이다 어허헣. 그러니까 살면서 특별했던 점을 개관했던 식으로 써야하는 것 같은데... 일단은 이번까지만이라도 걍 써야겠다 싶다. 기억들이 사라진다는 게 너무 싫은 날들, 그리고 그 기억들을 항상 기록하는 사람들의 대단함을 알게 되는 날들이다.


새삼 안네 프랑크의 위대함을느낌... 갓네 프랑크 날 가져요 엉엉ㅠ_ㅠ





2015년 8월 9일, 일요일


 헬싱키의 주말은 상큼합니다. 상큼한 날에는 상큼하게 살아야 합니다. 물론 저의 신체로는 그런 상큼함을 구현하기가 불가능하지만, 교환학생이라는 특별한 지위, 그 특별한 지위에 대한 환상이 있으니 웬지 될 것도 같습니다. 결국 교환학생이라는 활동을 지탱하는 두 축의 환상은 관광과 문화 교류입니다. 그래서 이번엔 ①헬싱키 대성당②수오멘린나를 방문하고 이후 ③한국 음식을 해 보기로 합니다.



 일단 아침은 이렇게 먹습니다.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네요. 저기 훈제 연어?가 굉장히 맛있습니다. 마치 한국 참치 캔 말린 것처럼 결따라 분리되는데, 짭짤하면서 담백하고 아... 침이 고인다... 근데 우리 집 주변엔 저런 비슷한 걸 안 팔아요. 왜 안 팔지 짜증나네, 전철 역 근처 마트를 다시 한 번 날 잡고 뒤져보기로 다짐합니다.





 아침 먹다 감동해서 찍은 창 밖 사진. 나무들이 엄청 키가 크죠. 4층에서 찍었는데, 4층인데도 창 바로 밖에 나무가 있다니 너무나도 감격스러워서... 사실 지금 기숙사도 4층인데 밖에 나무가 있어요. 핀란드는 전체적으로 도시에 녹지가 굉장히 많아서 보고 있으면 굉장히 흐뭇합니다. 흐뭇...방긋방긋 어헣어헣... 용택이0:3 어헣..







????????






 헬싱키 중앙역에 내려서 발견한 특별한 이벤트, dinner in the sky. 크레인으로 하늘에서 음식을 쳐묵쳐묵... 처음에 뭥미 했다가 고도 보고 다리가 후들후들;; 오늘은 말고 다음엔 꼭 가고자 다짐했건만 날짜를 까먹어버리고 맙니다. 이거 16일까지였는데. ㅠㅠ제길.




 중앙역에서 알렉산데린카투(Alexanderinkatu)를 조금 걷자 바로 의사당 광장(Senaatintori)과 헬싱키 대성당이 나옵니다.












 광장이 공사판인데 아마 콘서트장을 설치하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봐서 여기서 뭔가 행사를 많이 하더라구요. 역시 약속된 메탈의 땅 핀란드...









 스스로가 되게 웃겼던 게, 2년 전에 헬싱키에 왔을 때는 길을 좀 헤매다가 옆으로 돌아 오느라 의사당 광장을 못 봐서, 헬싱키 대성당 건물만 보고 이게 무슨 관광명소지??? 존나 추워죽겠네 ㅅㅂㄻ하고 생각했는데, 광장을 끼고 보니까 웅장한 느낌이 나긴 나네요. 관광명소 인정합니다. 




 그리고 솔직히 2년 전에도 느꼈지만 대성당 내부는 별 거 없습니다. ㅇㄱㄹㅇ 안들어가도 돼요.



 게다가 이 대성당 가는 길에 제가 이번에 다닐 헬싱키 대학도 지나쳤는데, 헬싱키 대학 지나간 지도 몰랐음 ㅎ;ㅎ;







 의사당 광장 중앙에 간지나게 서 있는 동상은 러시아의 황제 알렉산드르 2세의 동상입니다. 여러분이 중학교 때 사회 과목에 관심이 많았다면, 그리고 사회 선생님이 진도를 제대로 나가 줬다면, 아니면 고딩때 세계사를... 아무튼, 다양한 경로를 통해 알 수 있는 황제입니다. 핀란드는 스웨덴에 의해 긴 지배를 받다가, 19세기 초부터 100년간 러시아의 지배를 받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황제의 동상을 철거하지 않은 것을 보면 역시 갓렉산드르 2세☆ 답습니다. 





 알렉산드르 2세는 농노 해방령을 반포하고 개혁 정책을 펼치는 등 노력했으나 당시 러시아 사회의 후진성을 고려했을 때 사회 질서 유지와 서구적 이상을 가지고 있었던 지식인들의 이상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그가 모두 충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했고, 결국 황제가 너무 보수적이라고 생각한 아나키스트들에 의해 암살당하고 맙니다. 아이러니는 알렉산데르 2세가 암살당했을 때, 그는 자유주의적 의회(두마)를 설치하기 위해 궁으로 가는 중이었다는 것. 


 그 이후 즉위한 알렉산데르 3세는, 아빠가 봐줬더니 간나새끼들이 황제 높으신 줄 모른다는 생각으로 반동 정치를 펼치게 되죠. 결국 아나키스트/사회주의자와 중도진보 자유주의자들은 모두 탄압당하게 되고... 결국 레닌이... 이에 의한 정치적 교훈은 견해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이하생략.


 사실 알렉산드르 2세는 프랑스의 나폴레옹 3세가 선물한 방탄 마차에 타고 있어서 첫 폭탄 투척으로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상황을 살피고 주변을 수습하기 위해 마차에서 나왔다가 두번째 폭탄을 맞고 끔살...은 아니고 거의 빈사상태가 되어, 곧 죽게 됩니다. 정말 왕은 착하면 오래 못 사는 건가 싶은게, 오스트리아의 황태자 프란츠 페르디난트도 사라예보에서 암살당할 때 첫 폭탄 테러로 암살당한 중령의 상태를 보러 가려다 다음 암살자에게 걸려 저격당했고, 결국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게 되었으니까요. 그는 반대를 무릅쓰고 왕족 출신이 아니었던 여자와 결혼한 사람이고, 오스트리아를 미국과 같은 연방제로 전환하고자 시도했던 인물이었습니다. 험악했던 시대에는 주변 사람들의 목숨을 살피다 오히려 자신의 목숨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하필이면 그 결과가 씁쓸합니다.





 저도 알렉산데르 2세 폐하와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근데 안올릴거임. 왜냐면 찍어달라고 부탁했는데 찍어준 사람이 바닥이 60%이상 나오게 찍음;; 부들부들... 존..나... 인종차별받은것처럼 울컥합니다. 하기사 허구한날 사진 찍어 올리는 갓-한민국의 스탠더드를 서양인에게 기대한 게 비현실적이었겠죠? 물론 제 현실은 바닥이 아무리 적게 나와도 비율 노답임ㅋ





 가는 길에 휴대폰으로 작별인사를 한 번 해 주고 다음 목적지로 향합니다. 어차피 이번 학기 내내 지겹게 지겹게 보게 되겠지. 그리고 한국인 관광객이 그리울 때마다 오게 되겠지.




 수오멘린나로 가는 배는 시장 광장(Kauppatori)에서 탈 수 있습니다. 사설 페리 업체에서 하는 페리가 있고, 헬싱키 대중교통에서 운영하는 페리가 있습니다. 저는 이 때만 해도 교통카드고 뭐고 없어서 사설 페리 탔는데, '헬싱키 카드'를 구매하면 대중교통 페리를 공짜로 이용할 수 있고, 학생용 교통카드가 있으면 할인이 된다는 것 같기도 하고;; 자세히는;;ㅠㅠ




 티켓 값은 사설 페리 기준, 1인당 7유로입니다.








 캬 핀뽕에 취한다




 근데 의외로 찍은 사진이 별로 없네요 배에서. 뽕이 부족함... 그래서 더 취하진 못하겠고 내립시다.




 

\



선착장 사진입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수오멘린나 수오멘린나 했는데 그 뜻을 모르셨겠죠. 스타쉬피스도 아니고 ..




 수오멘린나(Suomeinlinna)는 '핀란드 요새'라는 뜻인데, 스웨덴이 헬싱키 앞바다에 지은 바다 요새입니다. 러시아 지배 때는 러시아의 요새로 쓰였고, 1917년 핀란드가 독립한 후 겪은 1918년의 핀란드 내전에서는 포로수용소로 사용되기도 했어요.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의 하나입니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무엇보다 요새라고 성과 대포만 있는 게 아니라 내부 조경도 꽤 아름답고, 섬이다 보니 백사장이나 자갈 해변 등에서 피크닉이나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이 보입니다. 개이득ㅋ




 




 수오멘린나 지도. 보시다시피 두 개의 큰 섬과 부속 섬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두 섬 사이에는 다리가 있구요. 꽤 공간이 크니 시간 넉넉히 잡고 천천히 돌아보는 걸 추천합니다.






캬 핀란드 누나들 비키니 개이득...


ㅇㅅㅍㄹㄷ







 왜 거기 사진이 없어졌는지 모르겠지만 ㅡㅡ 여기 대포 말고 저 위에 비키니 누나들 있는 해변에 좀 오래된 대포들이 쭉 늘어서 있는데 굉장히 멋집니다. 근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포신 안엔 쓰레기가 ㅋㅋㅋ 과연 핀란드나 한국이나 핀찐한찐인 걸까요, 아님 외국인 관광객들의 소행일까요. 진실은 저너머에 ...






 교회당 앞에서 여기서 우르르 몰려다니며 떠들던 한국 중고등학생들을 발견했는데, 그렇게 큰 민폐는 아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외국에서 한국인 개념없다 개념없다 해도, 점점 갈수록 해외여행 예절은 나아지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처음엔 에티켓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을 테니까요.






 회당 안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그리고 웃통 까고 다니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여름이라서 좋아서 그런가... 막 수오멘린나 내에서 웃통 벗고 막 다니는데 주변 사람들 신경도 안 쓰고, 근데 남자는 웃통 까고 다니는데 왜 여자는 그런 사람 없죠? 선진복지북유럽노르딕국가도 남녀차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군요? 죽창...죽...창이 필요하다...







 지금 보니 사진 진짜 다 못 찍었다 싶어서 도저히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네요. 수오멘린나 항공사진을 첨부할게요 ..







  이...이것은 겨울...!



이건 엽서에 자주 나오는 구도의 사진.

 




 이제 슬슬 헬싱키로 돌아갑니다. 사진이 너무 없네요. 많이 찍은 것 같았는데 착각이었나. 내 사진이 왜 없어졌지 ;; 내 사진 내놔라 이놈들아






 돌아가던 페리에서 발견한 아재... 아재도 나윗보러 여기왔능교...




 시장 광장(Kauppatori)에 도착. 사진을 안 찍어서 구글 사진으로 대체합니다ㅠㅠ







 일단 밖에 나왔으니, 밖에서 뭐라도 먹고 들어가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시장 광장에서 뭐라도 사먹으려 합니다. 그런데 사람이 너무 많았어요. 일요일+여름+투어스팟...  




 결국 노점 한 군데에서 '연어 수프'를 샀는데, 자리가 없습니다. 존나 빡침 ㅡㅡ 빈 자리 있는 거 보고 거기 앉으려고 갔는데 저보다 1초 빨리 동유럽계로 보이는 여자사람이 와서 자리를 채갑니다. 눈이 마주치자 I'm sorry하고 1초만에 바로앉음 어헣. 보통 이러면 예뻤냐고 물어볼텐데 그 떄의 힘듦+빡침이 너무 겹쳐 예뻤는지는 생각도 안남...



 덕분에 저는 저 위 사진 있죠? 저기 보이는 부두에 걸터앉아 연어 스프를 쳐묵쳐묵합니다. 날아오는 새새끼들은 뽀나스.





 연어 수프. 맛은 있고 먹을만 했습니다. 가격이 비싸고, 꽉 따라 줘서 손에 국물이 묻어서 비린내가 나고, 부두라서 바람이 존나 불어서 심심하면 빵과 휴지가 날아가고, 주기로 했던 커피가 없어서 더 달라 할까봐 그냥 귀찮고 커피 먹어봤자 위장에도 안 좋은데 그냥 먹지 말지 뭐 하면서 괜히 짜증났던 뭐 그런 문제점들을 제외하면요. 가격은 6유로 정도 했던 것 같네요.





핀란드 친구가 먹었던 종합선물셋트. 좀 더 비쌌던 걸로 기억합니다.





 내가 이렇게 햇살을 즐길 동안 한국에선 햇살을 피하고 싶을 거야, 생각하니 괜히 힘이 납니다.





 비둘기야 먹자 구구구구구구 하고 싶지만 비둘기는 없고 오리만.


 


 수오멘린나에서 많이 걷고, 배도 차자 잠이 오네요. 그렇지만 괜히 쓸데없이 한국 요리를 해주겠다고 약속을 해 버렸으니, 아시안 마켓으로 가야 합니다.


 


 도중에 R Kioski - 일종의 편의점에 들러 교통카드를 삽니다. 물론 학생 인증서가 있으면 월간 카드를 받을 수 있지만, 일단은 그런 게 없으니 일반 교통 카드를 샀습니다. 교통카드는 어디서든 살 수 있는데, 개인정보가 인증된 카드는 HSL에서만 살 수 있는 듯. 저는 얘가 캄피에서밖에 안 파는 줄 알고 있었어서... 캄피에서 샀습니다. 크으...




교통카드 하나 사러 이 거대한 쇼핑센터까지 오다니 부들부들...





 아무튼 교통카드도 있으니 이제 메트로를 탑시다. 헬싱키의 아시안 마켓은 '하카니에미(Hakaniemi)' 역 근처에 몰려 있습니다. 네, 사실 핀란드어의 t,k,p는 외래어 표기법상으로는 거센소리로 표기되나, 실제로는 한국어의 된소리와 유사하게 들리기 때문에 원어 식으로 쓰자면 하까니에미입니다. 묘하네요. 영 어감이 좋지가 않습니다;;




 노선도에서 보시다시피, 하카니에미 역은 도심에서 매우 가깝기 때문에 뭐 교환학생이 아니고 여행자라도 무리없이 들를 수 있습니다. 헬싱키 중앙 역에서 두 정거장밖에 안 합니다. 그래서 쉽게 찾아가고, 쉽게 아시안 마켓도... 그럴 리가.




 이 때의 문제는 뭐였냐면, 당연히 한국 음식 파는 곳을 찾아야 하니 네이버에서 검색 때리고 수-많은 블로그 후기들 중 하나를 골라 거기 지도를 보고 가면 되는 건데, 일단 저의 폰이 데이터가 안 되니 그냥 구글에 Asian market Korean food 이딴식으로 검색해서 간 거. 그래서 쓸데없는 인도 음식점 들르고 시행착오를 거치다가, 베트남 식료품점에서 당면과 간장, 참기름 등을 샀습니다.




 하카니에미 역 근처에 Vii Voan이라는 베트남 식료품점과 중국계 식료품점인 Oriental Supermarket, 즉 '동방슈퍼'가 있는데 이 둘만 알면 헬싱키 생활에 거의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여기서 부족하면 조금 떨어져 있는 중국계 식료품점인 Asian Supermarket인가 Ajou Supermarketet인가... 가시면 됩니다. 아주슈퍼는 라면이 5센트 더 쌉니다. ^_^;;




 다만 이 때 베트남 식료품점에서 굉장히 인상적인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500유로 지폐를 실제로 본 것이었습니다.


 베트남인지 중국인지, 아무튼 아주머니 한 분이 오시더니 식료품을 몇 개 사고 대금을 쿨하게 500유로로 결제...






 한 장에 70만원,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나 볼 줄 알았던 500유로를 실제 아줌마의 지갑에서 채소 대금 결제용으로 보자 저는 순간 정신이 멍해집니다. 어헣;;





 그리고 당면과 간장, 참기름과 기타 야채 몇몇을 사들고 저는 숙소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이 재료들이 요리되는 일은 없었다.


관광과 쇼핑에 모든 힘을 쏟은 나는


이어진 저녁에선 거짓말처럼 잠에 들었다.





꼐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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