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3일, 일요일






 어제 너무 늦게 자서이기도 하고, 오늘은 일요일이기도 하여 당연히 늦게 일어났습니다. 아마 또 뭔갈 해먹고 했을텐데 사진이 없으니,





"이야기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우리는 침묵해야 한다." -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그렇습니다. 이미 너무 많은 세월이 흐르고, 너무 많은 기억들이 그 세월에 씻겨나갔네요. 그러니 오늘의 이야기는, 오후 6시 20분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바로 제가 새로운 살미아끼 한 봉투를 살 때부터죠.


살미아끼


 샀다!




 왜 살미아끼를 샀을까요? 그건 뭐, 아마 유니카페에서 이른 저녁을 먹었을 테고 입가심할 게 필요했을 테니까겠죠. 살미아끼의 맛에 관해서는 저번에 포스팅한 것이 있으니 참고하시고 ^~^, 저는 이처럼 살미아끼 한 봉투를 들고 오늘의 파티, 싯싯(sitsit)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헬싱키 중앙역


 가는 도중에 괜히 찍어 본 헬싱키 중앙역.







 그러니까 싯싯에 가는데, 싯싯이 무엇인고? 하니,




 일단 공통점은 앉아서 뭔갈 먹고 마시면서 노래를 부르는 파티. 입니다만 사실 저도 이번 한 번 밖에 못 가봐서 말은 못하겠군옄ㅋㅋㅋㅋ 적어도 여기서 느낀 건 그랬습니다. 여러 동아리나 학과 등에서 많은 싯싯을 주최하기 때문에, 다 챙겨 나가는 것도 힘들기도 하구요. 



 저같은 경우는 CISSI라는, "International Social Scientists in University of Helsinki"...라는 동아리... 아니 근데 이게 어떻게 CISSI지. 제가 모르는 핀란드어나 아님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아무튼 저 동아리에서 주관하는 싯싯에 가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제목은 '개강파티'라고 달았지만 종강때도 합니다. 그냥 파티라고 하면 여기서 모여서 노는 건 다 파티니까...



 다만 그 전에 미리 신청을 해야 하고, 참가비가 있는데 약간 셉니다. 그치만 뭐 음식과 술을 주니까 그다지 비싸다는 느낌은 들지 않구요, 학생 동아리에서 준비한 것 치고는 굉장히 스케일이 큰 것 같습니다. 아 제가 동아리 활동 같은 걸 제대로 안 해서 이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고... ㅠㅠ





 근데 역시 너무 빨리 갔습니다. 아직 참교육이 부족했던 그 때의 이야기입니다 ^_^;




 크으 참교육...! 참교육...! 물론 이러한 실수는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게 됩니다.




 지금 보이는 옷걸이 등등에 저의 마이(아이슬란드 갈 때 샀던)와 가방을 걸어두었습니다.






 그리고 곧 사람들이 바글바글 들어차고, 싯싯이 시작됩니다. 각자 자리가 정해져 있는데 제가 앉은 자리에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음 ^____^;



싯싯


 지금 제 쪽을 살짝 돌아본 안경 낀 이탈리아 친구, 니콜라와 아는 사이입니다만 너무 멉니다. 부들부들. 아무튼 저기 서 계시는 키 크고 훤칠하신 분이 아마 CISSI 회장님이시고, 당시만 해도 리스닝이 지금보다도 훨씬 부족해서 제대로 알아듣진 못했지만, 아무튼 싯싯 시작!



싯싯


 그러더니 갑자기 노래를...




 싯싯에는 여러 룰들이 있는데,



 ① ★ 노래를 불러야 할 때는 먹을 수도, 마실 수도 없습니다. ★ 중요



 ② 누구나 노래를 신청할 수 있고, 이 때 숟가락이나 포크로 잔을 쳐 소리를 냅니다. 노래를 부르면 열심히 따라 부릅니다.



 ③ 노래는 대충 사람들이 알만한 것이면 아무 거나 괜찮습니다. 미리 따라 부르기 쉬운 노래집을 나눠 주지만, 마카레나 같은 것도 신청합니다. 다만 뭐 싯싯마다 금지곡을 선정하는 경우도 있는데... 아래에서 후술합니다.






 노래집은 책 형태로 된 건 돈 받고 팔고, 프린트물은 그냥 나눠 줍니다. 핀란드어, 스웨덴어, 영어 노래들이 있는데 하나같이 가사가 ㅋㅋㅋㅋ



 19. 제3제국의 불알들(balls)


 히틀러는 불알이 하나밖에 없었고

 

 괴링은 불알이 둘밖에 없었지만 작았고


 힘러는 비슷한 걸 가졌지만


 불쌍하고 늙은 괴벨스는 불알이 없었네 ㅠㅠ




 뭐 이건 뜬금없는 드립일 수도 있지만 20번 곡은 ㅋㅋㅋㅋㅋㅋㅋ 예스터데이 멜로디에 저 가사를 붙여서 부른다고 생각해 보세요. 검열 걸릴까봐 해석을 못하겠네요 ㅋㅋㅋㅋ


 이 외에도 정말 웃긴 노래로 Yogi Bear라는 노래가 있습니다만 가사 사진이 없을 뿐더러 이것도 내용도 영 그래서 링크로 대체합니다ㅋㅋㅋㅋㅋㅋ


Yogi Bear 가사


싯싯


 계속해서 누군가 일어나고, 박수를 치고, 먹다가 포크를 놓고, 노래를 같이 부르고, ㅁㅊㄷ ㅁㅊㅇ...



싯싯


 ㅁㅊㄷ ㅁㅊㅇ...


싯싯


 ...초콜렛 브라우니 같은 건데 사진이 똥처럼 나왔네요 ^_^;;


싯싯


 아무튼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어 가고, 제 플메 중 한 명인 안드레이가 러시아 민요 카츄사를 불러서, 저도 쓸데 없이 뽕에 맞고 자멸을 자초하게 되는데...


싯싯


 옆에서 누군가 일어난 걸 본 글렌의 표정이 인상적입니다. !? 이런 표정이네유.




  


 제가 이 당시에 아는 핀란드어로 된 노래는 핀란드 국가인 Maamme밖에 없었고, 그냥 핀란드인이 많으니까 핀란드 국가를 핀란드어로 부르면 좋아하겠지... 싶은 생각에,


싯싯


 일어섰는데,








 알고 보니 제가 리스닝을 제대로 못 한 회장님의 말씀은 


"과도한 민족주의를 막기 위해 국가는 제외" 였습니다. 






리스닝의 중요성...











 아니 근데 저도 뭔가 국가 얘기를 들은 것 같기도 하고 않기도 해서, 옆에 앉은 작년에도 왔다는 러시아 여자사람한테 물어봤더니 그런 건 상관이 없다고 해서 그냥 국가 부르자고 한건데 올해부터 새로 룰이 생겼는지 뭔지... 아무튼 무슨 지구 반대편에서 참으로 쪽팔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저는 떨떠름하게 결국 그냥 다른 노래 아무거나 프린트에서 골라서 불렀고... 눈물이ㅠㅠㅠㅠㅠㅠㅠ















못난 교환학생을 둔 나라에게 정말



미안하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앍!!!!!







 뭐 대충 이런 심정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실 이런 파티가 다 그렇고, 동양인 많고, 어차피 좀 있음 모국에 돌아가는데 이런 바보같은 짓 했다고 얼마나 기억하겠어요. 당연히 아무도 신경 안 쓰는데 아직 철이 덜 든 저인지라 괜히 혼자만 신경쓰임... ㅠㅠ










 열심히 노래 부르면서 적당히 취한 뒤에는 테이블을 치우고, 모두 즐거이 술마시면서 놀았습니다. 한국에 교환 갔다 온 독일 교환학생... 교환 만렙 학생도 만났는데, 한국이 파티하기 제일 좋은 곳이라고. 






 한국 전쟁때 한국 도와줬다고 콜부심 부리는 콜롬비아 출신 교환학생도 만났는데 얘랑은 그 뒤로도 친하게 지내게 되었습니다. ㅋㅋㅋㅋㅋ 근데 찾아보니 그때 얘기했던 친구들 중 당시 2차대전 패전국이라 못 도와준 독일 빼곤 다 파병했다는 게 함정...







 페라스가 취해서 마지막에 보드카를 막 쏘지 않나, 그러다가 새벽 네 시가 거의 되어 집에 가려고 하는데,
























마이가...없다.








출처:이말년씨리즈



 그렇습니다. 아이슬란드 갈 때 산, 70유로였나 60유로였나 아무튼 엄청 비싼 돈 쓰면서 산 마이가 사라졌습니다 ㅠㅠ 마이가 죽어씀다 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저는 마지막까지 옷걸이에 걸려 있던, 상당히 짧고 얇은 마이 하나를 걸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술에 취해서인지 마이가 되게 많이 바뀌었다는데, 제가 제가 가져간 마이의 브랜드와 치수 등을 페이스북 이벤트 페이지에 올리니 여자사람 한 명이 연락 와서 자기 거라고 해서 돌려줬습니다만, 저의 마이는 돌아오지 않았음... ^________^








 뭐 물론 갈수록 점입가경의 병신짓을 하면서 돈을 더 날려먹은 지금에야 그러려니 하겠습니다만, 당시 6~70유로의 충격은 굉장히 컸습니다. 입맛이 뚝 떨어질 정도. 최근의 병신짓을 생각하면, 재밌게 놀 때마다 돈을 크게 잃는 게 저의 요즘 트렌드인 것 같네요.






 뭐 어찌 되었건 저는 신나는 파티 끝에 이런 멘붕한 마음을 끌어안고, 너무 늦었기에 제 방 말고 글렌 방으로 들어가 잠에 들었습니다 ㅠㅠㅠㅠㅠㅠ












꼐속








9월 4일, 금요일




 오늘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제가 기분이 좋았나봅니다. 어제 예쁜 한국어 하는 핀란드 학생 만나서 그런가. 쓸데없이 일어나서 집 앞에서 셀카 찍은 게 많은데 안구테러 할 일 없으니 이하생략.


 그런데 사실은 첫 사진이 오후 5시임ㅋㅋㅋㅋㅋㅋㅋ 이 날도 블로그 좀 쓰고 빈둥빈둥했으리라 예상해 봅니다.






 그래서 저녁을 집에서 해먹기 매우 귀찮았던 나머지, 저녁 6시에 유니카페에 가서 식사를 합니다. 파스타랑 밥에 소스만 무식하게 끼얹었네요. 








      


      



 저녁을 이렇게 먹고 나니까 뭔가 죄책감이 들었는지 아시안 마켓에 가서 이것저것 사고, 캄피 K 수퍼마켓에 가서 삼겹살(!)도 샀습니다. 그런데 이건 뭐 나중에도 다룰테니 오늘은 이게 중요한 건 아니고...
















 오늘의 핵심





















살미아키(Salmiakki)








 살미아키, 또는 살미아끼라 불리는 이 것, 바로 핀란드의 국민사탕. 그러나 외국인들은 매우 혐오하는 정말 피니쉬, 피니쉬스러운 음식입니다.



 핀란드에서는 여러 맛이 같이 있는 봉지 젤리 같은 경우 무조건 살미아키맛도 같이 있습니다. 하리보 등등...에도 살미아키가 빠지지 않아...





.







 ...그 악명을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던 저는, 그러나 케이 수퍼마켓에서 삼겹살을 사면서, 형언할 수 없는 느낌에 휩싸여 살미아키를 같이 집어왔습니다.







살미아키 믹스살미아키 믹스


호오...?

 



바로 이것.





 언뜻 봐서는 그 악명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살미아키...!살미아키ㅠㅠ



 호오...?





일단 먹어봅시다.







...











.........












...........................















짜다!




 그렇습니다. 소금을 완전히 때려부은듯한 느낌. 예상을 못 하고 먹어서인지 더욱더 짜게 느껴졌습니다. 더군다나 딱딱한데 의외로 끈적해서 이에 붙으니 떨어지지도 않고, 굉장히 큰 놀람과 고통을 느끼면서, 천천히, 천천히, 첫 사탕을 먹습니다. 살미아키의 주 재료는 서양 감초라는, 감초라면 달 감(甘)일 터인데, 어디가 단 것인지 이해불가...





 그리고 이미 뜯어버린 봉지를, 찬찬히 응시합니다.









 다 먹어야 할까.







 고통을 감수하고, 다 먹을 가치가 있을까.







 나는 왜 내 돈을 내고 이런 소금덩어리를 먹어야 하는 것인가.










 ...그러다가 어떤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출처: 이데일리


출처: AVING news network


 단지 한국을 사랑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또는 예의를 지키기 위해, 반강제적으로 갑자기 익숙하지 않은 김치를 먹게 되었으면서도 최대한 싫어하는 내색을 하지 않으려 노력했던, 수많은 외국인들. 그들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김치를 싫어하던 외국인들 중, 많은 수가 계속 먹으면서 김치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사실, 나도 계속 먹으면 이걸 좋아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 이게 뭐, 하우카르틀도 아니고...







 그래서 꾸역꾸역 참고 먹었더니, 한 열 개 정도 먹고 나니까 좀 나아집니다. 정말입니다. 게다가 저 '살미아키 MIX'에는 여러 종류의 살미아키가 있는데, 원형은 좀 박하향이 강하고 마름모 모양은 완전 살미아키 맛이 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스무 개 정도 먹었더니, 원형 살미아키는 이제 완전 먹을만 합니다. 저도 저의 엄청난 적응력에 매우 놀랐습니다 ^_^;;






 그 와중에 심심해서 플랫메이트들에게 살미아키를 줘 봤는데, 네덜란드 플메들만 굉장히 맛있게 먹습니다. 오오 갓덜란드 오오. 알고 보니 네덜란드에서도 살미아키 비슷한 것을 먹는다고...!












 어느덧 한 봉지를 다 비운 저는, 살미아키가 맛있어진 것을 느낍니다. ㅇㄱㄹㅇ..










 사실 이 때는 먹을 만 하네 이 정도였는데, 솔직히 요즘은 길 가다가 뭔가 입 허전하면 살미아키가 생각나는 그런 수준에 다다랐습니다. 파티같은 것 하면 저랑 핀란드 사람들만 살미아키 꾸역꾸역 먹고 앉아있음ㅋㅋㅋㅋㅋㅋ








살미아키담뱃값처럼 생긴, 휴대성이 좋은 살미아키


 마트 계산대 근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성냥갑 모양 살미아끼. 이것 말고도 SUPER SALMIAKKI라는 것도 있는데, 좀 더 짠 맛입니다. 그치만 가격 대비 용량 효율은 제가 처음에 산 SALMIAKKI MIX가 역시 체고시다... 살미아키 믹스 찬양해... 진짜 마트에 갈 때마다 하나씩 집어서 맨날 가방에 넣어 놓습니다.










살미아키 술 ^_^;살미아키 술 ^_^;;



살미아키 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시다시피 도수도 32.5%로 꽤 쎄고, 특징이라면 짠 맛입니다. 살미아키 특유의 맛보다는 짠맛이 강한 느낌이라, 살미아키를 싫어해도 그래도 먹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다만 살미아키와 자주 헷갈리는 게 라크리치(Lakritsi). 둘 다 검은 색에다 비슷하게 생겼고, 감초가 들어간 것이라 착각하기가 쉽습니다.





 다만 라크리치의 경우 살미아키보다 좀 더 달고, 좀 더 끈적하고... 등등, 굉장히 다릅니다. 그냥 약간의 느낌과 색상만 비슷한, 아예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저같은 경우는 원래 단 걸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라크리치를 아무리 먹어도 익숙해지지가 않길래 포기했습니다. 그치만 핀란드 사람들 사이에서는 라크리치도 먹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라크리치는 많이 안 물어봐서 모르겠고 그냥 피해야 하는 걸로만 생각하고 있음~_~ 짠 건 싫고, 좀 독특한 핀란드틱한 걸 먹고싶다 싶으시면 라크리치에 도전해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이렇게 핀란드의 맛을 깨달은, 즉 미각 정체성을 깨달아버린 저는, 내일을 기대하며 잠에 듭니다.














꼐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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