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5일, 금요일







 네.


 


 9월 22일에 세관에서 편지가 날아왔었죠. 관세를 내지 않으면 소포를 주지 않겠다. 그러니까 세관에를 갑시다.




핀란드 세관 Tulli


 엄청 오랫만에 헬싱키를 벗어나네요. 추가 요금을 내니 기분이 꿀꿀합니다. 









 사실 '아니 소포로 30만원이나 더 썼는데 관세까지 내라니...' 하는 생각에 망연자실했습니다만 뭐 주체가 별개니까 어쩔 수 없죠. ㅠㅠ..






핀란드 세관 Tulli


 사실 인터넷으로 검색했을 때 세관 사무소는 몇 군데 더 있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저는 당시에 사실 동생이 뭘 얼마나 집어넣었는지도 정확히 모르고, 저녁에 약속이 있으니 실패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어서 혹시 뭐 모호하면 꺼내볼 수 있을까봐 공항 세관까지 간 것입니다.





 공항 전철역에서 내려서 공항 셔틀을 타지 않고 열심히 걷습니다. 걷다 보면,




핀란드 세관 Tulli


 렌토...뭐요? 구글 번역기를 돌려 보니 Air Freight Forwarding, 그러니까 화물 처리 센터네요 오오.










 그런데 여기까지 왔는데도 도저히 못 찾겠음... 그리하여 마구마구 헤매다가



핀란드 세관 Tulli


 핀에어 카고 센터가 보이고,







핀란드 세관 Tulli


엥!?










뭔가 크고 아름다운 것을 기대하고 찾아갔건만...










핀란드 세관 Tulli



이 마크는 현실에서는














핀란드 세관 Tulli


이랬습니다.








 세관이라는 곳을 처음 찾아가서 괜히 쓸데없는 생각만 들었나 봅니다. 역시 인생은 길게 살고 경험하고 배울 일이군요 ^_______^;






 철조망을 다 돌아 뭔가 허접해보이는 컨테이너 박스에서 신분증을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핀란드 세관 Tulli


 그리고 여기서 기다리다가 차례가 되어 창구로 갔습니다.
















대망의 세관 신고 시간...!




















1. 제가 생각했던 핀란드 세관 신고



핀란드 세관 Tulli원본: 삼국지 11 설전 / 지금 게임이 없어 발합성 죄송합니다.





























2. 현실의 핀란드 세관 신고



개꿀



















 일단 번호표를 뽑고 가서 영어로 얘기하면 됩니다. 세관 사무원 분이 영어가 엄청 유창하진 않았는데 그래도 두 번씩 얘기하고 하면 다 알아들으십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박스 안에 정확히 뭐가 든 지는 모르지만 든 것은 헌 옷과 라면 뿐이라고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가액도 얼마 안 된다고 하니까, 들으시더니,

 

























면-세












전리품.jpg



세율은 24%이나 세금은 0유로이다.








 나의승리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정말 오랫만의 금전적으로 기분 좋은 일이군요 ^____^;









 아무래도 세관 직원 분들이 적극적이고 큰 탈세 관심을 주로 둬서 불쌍하게 생긴 동양인 교환학생은 그냥 귀찮기도 하니까 봐 준 것 같습니다. 사실 가액 얘기 때, 가을 코트 하나가 온 걸 알고 있어서 가액을 좀 높게 말했는데도 그거 상관없이 그냥 면세...




 아니면 여기서 수입해서 부가가치 창출하는 것만 과세 대상이라 제 건 애초에 과세 대상이 아닌 걸까요? 관세 쪽으로 뭐 아는 게 없으니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일단 세금이 없다는 사실이 기쁨은 변하지 않습니다 ㅋㅋㅋ











 게다가 학교로 돌아가는데 일이 빨리 끝나서 아직까지 오면서 찍은 카드가 유효하네요어허헣허헣헣ㅎ

 













 이 승리의 여운을 안고 유니카페를 찾아 파스타를 먹은 저는, 저녁 약속으로 향하는데...
















꼐속









9월 22일, 화요일














 보람찬 오늘 화요일은,

























 국뽕으로 시작합니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이 상표가 너무 웃겼던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마이에 소포에, 피같은 돈들이 날아가고 있으니 정신이 나갔나 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국어 2 수업 도우미를 이번에도 어렵게...어렵게...어렵게 끝마치고











 한국사 수업도 끝마친 뒤,












 두 시에 있던 핀란드사개론 수업을 들어러 가서 자리에 앉았습니다만,











 앉았습니다만,














때는 9월 말의 핀란드. 




계절은 가을로 접어들고, 




바람이 좀 불지만 여름의 온기가 남아 있고, 




하늘은 푸르고 공기는 맑고, 




모두들 젊음과 즐거움을 발산하고 있는




초가을의 아름다운 핀란드에서,












 뭐... 제가 젊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가뜩이나 팀 티칭인데 핀란드 억양 알아듣기 힘든 교수님들이 자꾸 들어오는데 수업 자료마저 나눠주지 않는, 이 수업의 어두운 강의실에서 멍-하니 한시간 반을 더 앉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짜증이 났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드랍☆












 제가 앉아있다가 갑자기 드랍을 외치면서 짐을 싸고 가방을 메자,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일본 애들이 굉장히 놀라워합니다. 이렇게 충동적인 인간을 처음 보는 듯... 다시 생각해보라고, 그냥 끝까지 들으라고 하지만 드랍, 드랍하겠다고 하며 그냥 짐을 싸서 나옵니다. 










 그리고 짐을 싸고 나가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같은 수업을 듣는 학교 후배 한국인 교환학생을 만났습니다. 왜 드랍하냐고, 그냥 같이 듣자고 하지만, 난 그냥 "드랍할래" 하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옵니다.









 솔직히 드랍 한 과목 한다고 별 거 아닌데, 한국에서 숱하게 해 본 건데, 핀란드에서 하는 거기도 하고 사람들이 말리기도 하니 굉장히 신기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뭐, 이런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현실은 이거겠지만...














 강의실을 나서니 갑자기 몸의 움직임이 경쾌해지고 빨라지고, 온 몸에 생기가 돌아옵니다. 그러면 다시 이 갑자기 늘어난 생기를 적절한 수준으로 줄여 줘야겠죠.



잠시 마침 함박스테이크가 나온 유니카페로 허기를 채운 뒤!









알코에 갑시다 우왕ㅋ굳ㅋ



(알코에 대해서는 9월 14일 일기를 참조해 주시구요...!)




 비록 가격 때문에 낙원은 아니지만, 그래도 보는 것만으로도 흡족하잖아요?



 이 술은 저번에 이 모 님의 생일파티 때 마셨던 술인데 정말 맛있습니다. 그러나 너무 비싸니 에스토니아에서 사는 걸로.




 이걸로 정했다. 8.99유로짜리 장미와인 리큐르를 사서 해방 기념으로 오늘 밤에 마시기로 합니다 ^___^ 








 와 정말 막장이구나.








 집에 가니 우체국에서 세관 관련해서 뭔가 와 있습니다. 읽어보니까 세관에서 온 거네요... 동생이 30만원이나 써서 보낸 세 개의 박스 중 하나만 도착한 것은 이것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은 이미 늦었으니 세관을 알아보고 며칠 뒤에 가도록 합니다.





마늘파프리카버터햄삼겹살...과 오늘 산 술로 대미를 장식하며 오늘도 이렇게 하루를 끝마칩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혹시 눈치채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아직 드랍 서류를 내지 않았죠.






 핀란드에서 드랍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수업에 그냥 안 간다.








2. PROFIT!









 정말입니다. 정말이에요. 


 튜터한테 물어보니까 "그냥 안 가면 됨."이라고 하더라구요. 기말고사 안 가면 그냥 성적에 안 남는다고 합니다. 그나마 예의를 위해 교수님께 드랍한다고 메일을 보낸다고 해서, 저도 새벽에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러니 다음 날 저녁에 좋은 가을을 보내라는 답장을 보내 주셨군요. 뭔가 싸인 기한 전에 받으려고 전전긍긍하던 저의 모습이 생각나 눈물이ㅠㅠ 핀란드 찬양해...




 근데 이 나이 먹고 드랍하는 게 자랑은 아닐텐데 끄아아...!*_@)(_@*$_)!@$(_)!@$(_)!@*%@(%+%)@_+%











9월 23일, 수요일






 뭐 어찌 되었건, 그리고 기분 좋게 먹고 마시고 드랍 편지도 보내고 일어나서 오늘도 유고슬라비아 수업을 들으러 학교에 갔다가, 다시 공강 시간에 집에 왔다, 한국어 3 수업 도우미를 하러 학교로 돌아가는데,




 갑자기 기분이 더러워집니다 ^___^;;





 하긴 핀란드는 2차대전 때 나치 동맹국이었으니까...상관없나... 모르겠다...





 아무래도 난민 문제때문에 극우 세력이 유럽 전체적으로 힘을 얻고 있는데, 핀란드에서도 그걸 느낄 수가 있네요.











 한국어 3 수업은 평소랑 같이, 뭐 얼마나 했다고 평소랑 같은 지는 모르겠지만, 무리 없이 진행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다들 한국어를 어느 정도 하니까 제가 부담감도 덜 느끼는 것 같아요. 뭐 저는 핀란드어가 1도 늘지 않고 있지만 ㅠㅠ 




 한국어 수업 뒤, 오늘의 유니카페는 미트볼입니다. 나쁘지 않네요. 이걸 먹고 7시 30분 수업까지 듣습니다.





 오후 7시 30분에 핀란드어 수업마저 끝나고, 헤드폰이 고장나서 이어폰을 사려고 하는데, 싼 맛에 이걸 샀더니 소리고 뭐고 쓰레기. 여러분은 돈 좀 보태서 좋은 거 사세요...






 엥!? 이거 완전 거저 아니냐?



 콘툴라 K 수퍼마켓에서 계란을 보고 냉큼 삽니다. 앞으로도 계란은 저의 주식이 됨. 참 자취 몇 년 하면서 계란 후라이 하나 제 모양으로 못 만들었는데, 여러분은 여기서 제가 여러 번의 시도 끝에 결국 예-쁜 계란 후라이를 만들어 내는 것까지 보실 수 있습니다 어헣.





 그러나 지금은 9월, 아직까지 계란 후라이를 만드는 기술 따위는 발달하지 않은 때라 남은 감자와 함께 그냥 삶아 먹기로 합니다...ㅋㅋ...ㅋ;;



 삼겹살만 요즘 너무 많이 먹어서 택한 식단이긴 한데, 오히려 더 건강해 보이죠. 요즘 귀찮아서 야채도 잘 안 해먹는 제 모습을 생각하니 이렇게 또 해 먹어야겠네요.





9월 24일, 목요일





 목요일에 저는 이것, 라크릿치(Lakritsi)를 처음으로 먹어보게 됩니다.


라크릿치라크릿치


 살미아끼 포스트 때 다뤘습니다만 결론은 맛없습니다. 먹지 마세요. 뭐 물론 제가 살미아끼를 대부분의 독자 여러분과 달리 좋아하는 만큼, 이 걸 좋아하는 분도 있으실 수 있겠으나 저는 정말 싫었습니다ㅠㅠ





 오늘 무슨 행사가 있어서, 화장실에 이런 종이들이 붙어 있었습니다. 남녀 화장실 표시를 가려 놓은 것인데요, 정말 이렇게 하나 해서 남자화장실 들어갔더니 당장 여자사람과 마주칩니다. 이런 건 철저히 지키시는듯 ^__^;

 





 그리고 오늘도 핀란드사 수업이 없다는 사실에 해방감을 느끼지만, 핀란드어가 7시 30분까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학교에 남아 있다, 뒤늦게 집으로 돌아와 체코 플메 아담과 축배를 들곤 다시 삼겹살을 먹습니다.


     





 드랍으로 삶의 질이 한층 높아짐을 느꼈으나 사실 아직까지 정말 막장은 되지 않았고, 별 큰 일들은 일어나지 않는 평온한 날들이 하루 하루 지나가던, 9월 말의 핀란드 교환학생의 일상이었네요.


















꼐속












노르웨이 여행 셋째날: 2015년 10월 19일 월요일




노르웨이 여행 지도, 10/19노르웨이 여행 지도, 10/19


 4시 15분에 몸을 실은 기차는, 여덟 시간을 달린 끝에 서쪽 해안의 도시, 스타방에르에 거의 와 닿았습니다.






스타방에르로 가는 도중


 눈을 떴는데, 잠깐 멈추어 있었습니다. 스타방에르 오기 전에 여러 곳에 조그마한 역들이 있는데, 그 곳 중 하나에 멈춰 선 상태였어요.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게..














 노르웨이 NetCom 유심이 안 되어서 짜증나서 빼고, 








핀란드 유심을 다시 꼈는데 비밀번호를 까먹어버려서,









PIN을 몇 번 쳤는데 안 돼서 먹통이 됨.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PUK 코드가 필요하니 영업점으로 문의하라는데, 나중에 핀란드 가서 문의해도 안 되더라구요. 프리페이드 살 때 등록했는데 그 정보로는 못 찾는다고. 처음 산 케이스는 이미 버렸으니 PUK 코드를 찾을 턱이 없고, 이렇게 남아 있는 충전된 통신료도 사뿐히 날렸습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다 보니 옛날 '의대생의 명절' 만화 마지막 컷 표정이 떠오르더군요. 엉엉ㅠㅠ







 나중에 알고 보니 엘리사 PIN 코드는 처음 살 때 1234인 걸 깨달았다는 슬픈 이야기... 1234를 시도라도 해 봤어야ㅠㅠ






스타방에르로 가는 도중


 이런 저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차는 다시 초원을 지나고 스타방에르로 들어섭니다.









스타방에르역


☆ 도착 ☆





스타방에르역


 도착하니 바로 앞에 스타방에르 역사가 있습니다. 역은 별로 크지 않음.




 

 오슬로에서는 에어비앤비에 묵었는데, 스타방에르에서는 카우치서핑(Couchsurfing)을 통해 구한 집에서 지내기로 했습니다. 카우치서핑이란 아실 분은 다 아시겠지만 ^__^; 자기 집에 공짜로 사람을 재워주고, 게스트들은 거기서 묵으면서 서로 경험과 문화를 교류하도록 사람들을 이어 주는 플랫폼입니다. 







 저는 이란 출신 이민자 한 분께 연락을 드렸는데, 그 분이 자긴 안 되는데 다른 사람이 괜찮다고 해서 그 쪽으로 연락을 했고, 처음 연락한 분이 딱 데려다 주시기만 하셨습니다. 그래서 스타방에르 역에서 기다리기로 했어요.




스타방에르역


 기다리면서 화해했습니다. 역시 화나는 데는 잠이 장땡인가... 일단 당연히 제가 잘못한 것도 있을 뿐더러, 우리는 공론장에서 만난 토론자가 아닌, 어찌 되었건 내일까지 같이 다니기로 했고 핀란드에서 같이 지내는 친구이니까요. 잘잘못을 구태여 따지는 것보다는 좀 안 맞더라도 서로 이해해가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와이파이도 잘 안 잡히고, 전화를 어찌저찌 했더니 어느 은행 앞에 있다고 해서 뭐지 하고 나가서 주변을 헤매며 둘러봤는데,








엥!?










 딱 저런 초록색의 택시를 탄, 동양인 기사 아저씨께서 밝게 웃으시면서 인사를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택시에 태우시더니 바로 출발...















개꿀ㅋㅋㅋㅋㅋ











 예상치 못한 뜻밖의 전개에 어리둥절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집 한 군데에 내려 주시더니, 주인은 저녁에 올 거라고 쿨하게 키를 주시고 가시는 아저씨ㅠㅠ



 





우왕ㅋ굳ㅋ












 넓군요. 넓습니다.











바르샤 팬인 듯한 주인 아저씨.








 경치 좋다.








 이 아저씨의 집은, 감레 스타방에르(Gamle Stavanger)라고 불리는 구시가지에 있었습니다. 18세기 후반의 목재 건물들이 늘어서있고 자갈길이 깔린 옛 스타방에르의 시가지인데, 참 그렇다면 말 그대로 그냥 관광지 내에 있는... 집... 









부럽네요.









아무튼 아직 1시밖에 안 되었고 소중한 시간을 날릴 수는 없으니, 빨리 샤워를 한 뒤 도시를 구경하러 밖에 나섰습니다.







 구름이 약간 껴 있지만 구시가지는 예쁩니다.






 소박하면서 예쁜 노르딕 목조 건물입니다. 레이캬비크 시내랑 비슷한 느낌이네요ㅋㅋㅋ 경사로를 따라서 아래로 내려오니,





 부두가 보입니다.







 크고...아름다운...배들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부두에 정박해있습니다.





 스타방에르는 인구가 123,900명밖에 안 되지만, 노르웨이에서 중요한 산업 도시 중 하나입니다. 노르웨이 인구가 500만 정도니까 사실 저 인구가 그리 적은 건 아니죠. 특히나 석유 산업과 임업이 발달해 있는 도시입니다. 저렇게 크고 아름다운 배들이 많은 것이 놀랍지 않습니다.






 저 멀리에는 관광용인지 커다란 목선이 보이네요. 방주인가... ^_^;;







 부두에는 또한 어시장이 있고, 광장 쪽으로 들어서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버거킹 짱귀엽.... 굉장히 귀여운 버거킹이 있습니다ㅋㅋㅋㅋㅋㅋ







 광장으로 올라와 바라본 부둣가. 배들이 많이 정박해 있는 게 보이시나유. 부두 건너편엔 구시가지가...







 전 아이슬란드 여행을 갔다온 뒤로부터 항상 티셔츠가 눈에 밟힙니다 ㅋㅋㅋㅋ 노점에 티셔츠가 있길래 사려고 봤는데, 아이슬란드만큼의 약빤 티셔츠는 역시 없네요. 하긴 그 정도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광장의 부두 반대편에 우뚝 서 있는 건 스타방에르 돔키르케(Stavanger Domkirke, 돔 교회). 굉장히 작고 별 볼일 없는 교회 같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겉보기엔 작았지만 안으로 굉장히 깊고, 장중한 멋이 있는 교회였습니다.






 작은 교회를 무시하다간 X 되는 거야... 아주 X 되는 거야...





 그리고 교회를 끼고 넘어가니, 교회와 저희가 처음 내린 역 사이에, 브레이아반(Breiavann)이라는 작은 호수가 있었습니다.




 10월 중순의 노르웨이라면 으레 추울 줄 알았는데, 따뜻한 날씨에 나른한 햇살, 그리고 떠다니는 오리들이 너무 감동적이었습니다 ㅠ_ㅠ








 아 노르웨이 돌아가고싶다 ...





 앞의 악어는 무시하시고...





 호수 주변에서 잠시 노닥거리다가 다시 자리를 옮기는데, 큰 나무가 눈에 띄어 찍었습니다.




 교회의 뒷부분 모습입니다. 분명히 광장쪽 앞부분은 매우 소박한데 뒷부분은 거대한 걸 봐서 뭔가 노린 것 같기도 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







 잠깐 H&M에 들러 캐서린이 놓고 온 빗이 잇나 살펴본 뒤,




 없으니까 그냥 스타방에르 시가지로 들어섭니다. 감레 스타방에르에 속하는 곳은 아니고 스타방에르에서 나름 번화한 상가인데도, 북유럽 풍의 멋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요즘 마트에서 북유럽 스타일 한복이니 뭐시기니 까지 하면서 북유럽팔이를 하는 걸까요...











 근데 정말 너무 따뜻한데다가 걷기만 해서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졌습니다.



 맥도날드도 목재간판임ㅋ



 맥플러리 쳐묵쳐묵, 하면서 가이드북을 살짝 보면서 어딜 갈까 생각합니다. 중고서점에서 본 론리플래닛...





 그런데 여러분 지금까지 아마 가보지도 못한 도시에서 생판 남이 걷는 궤적을 머리로 따라오시느라 힘들고 다 때려치고 싶으실 것 같아요. 마치 서울이라고는 가본 적 없는 사람이 김연수의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을 읽는 기분일까...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스타방에르 지도!





 저의 의식의 흐름의 이해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시길 바라며 ^__^;;







 아무튼 이 동네는 뭐 가이드북에도 없고 그런 동네인데, 평범한 상가인데, 길거리 자체가 너무 예뻐서 경축스러웠습니다.






 그리스 식당이 있는 이 거리는 사진 찍기에 좋아보이네요.




 그래 찍어라.








 인구 13만인 이 도시에도 설마 했는데, 중&일 레스토랑이란 신기한 곳을 발견했습니다만 역시 한국 레스토랑은 없습니다 ㅠㅠㅠ 뭐 굳이 여기까지 와서 가고 싶지도 않다만...







 이 블럭을 딱 지나니, 펼쳐진 것은,



















그래피티!







 저런 예쁘고 옛스러운 상가에서 갑자기 그래피티의 광장으로 던져졌습니다.







 옛날에서 누군가 저를 붙잡고 현대로 잡아 끈 느낌이었습니다. 비쥬얼 쇼크.






 미분의 힘이 그대와 함께하기를!











 사실 제가 가려고 한 곳은 석유박물관(Oljemuseum)이었는데, 그 앞에 이렇게 어마어마한 작품들이 있는 지는 몰랐습니다.




 석유박물관은 저 뒤에 보이는 회색 건물이에요. 그리고 그 앞으로 아마 예전엔 부두로 쓰였을 것 같은 광장에, 산업 시대에 종말론을 상상했으면 이랬을 것 같은, 고철, 고무공, 등등 산업 폐기물로 만든 예술품이 가득합니다.




 바트쨔응...




 뭔가 이 도시는 반전매력을 보여주는 게 특기인 듯.




 그리고는 석유박물관에 들어가려 했는데, 아쉽게도 들어가면 20분 후에 닫는다고 해서 포기했습니다. 아무래도 비수기이다 보니 스타방에르의 대부분의 박물관은 아예 문을 안 여는 곳도 많은데, 여기는 메인 박물관이라 열긴 했으나 오후 네시에 문을 닫았어요. 그래피티보다 박물관을 먼저 봤으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해서 아쉽기도 했는데, 뭐 큰 후회는 없습니다.






 박물관 입장이 좌절되어, 그래피티 부두의 끝에서 바다를 노려다봅니다.






 평-화롭다.




 구름이 덮혀 오자 그래피티가 덮힌 고철들이 세상의 끝인 듯한 비장미마저 전해주지만, 해가 남아 있으므로 일단 일어섭시다.




 저희는 무작정 해변을 따라 남쪽으로 걸었습니다. 사실 특별한 계획이 있는 건 아니었고, 뭔가 있는 걸 안 것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확인한 여러 가지 색다른 매력, 다양한 매력들이, 이 도시라면 뭔가 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이끌었던 것 같아요.




 계속 남쪽으로 내려가니 꽤 괜찮은 주택가가 나오고,




 고가도로가 마치 초자연적인 구조물처럼 도시의 하늘을 지납니다.






 그리고 발견한 것은 또 그래피티. 다만 이번엔 여러 가지 재료를 다루기보다는 일반적인 벽화 위주의 그래피티입니다.




 사람의 크기와 비교해 볼 수 있는 그래피티의 크기.


 이 어마어마한 것을 그리기 위해 얼마나 큰 장잉력이 필요했을까요.







 살짝 보였던 괜찮은 주택가는 일시적 현상이었는지, 그 곳이 지나자 낡고 오래된 건물들이 나타납니다. 그래피티의 수준은 보시다시피 매우 조악한 것으로부터,




 타이포그래피 수준의 것까지 있구요.



 제가 그림이나 그래피티를 잘 몰라서 말로 잘 못 옮기고 있는 것이 너무 유감입니다ㅠㅠ 역시 사람은 공부를 해야해요 ㅠㅠ







 하다하다 바닥에 스티커까지.






 뜬금 귀여운 곰이 붉은 페인트로 글자를 씁니다.





 공단인 듯 어마어마하게 큰 시멘트 구조물이 보입니다. 아까 석유박물관 근처가 주변이 깔끔하고 정돈되어있어 정말 '예술'적인 느낌을 줬다면, 이 곳의 그래피티들은 산업 구조물, 쇠락한 건물들과 맞물려 그래피티적인 분위기, 맥락들을 창조해내는 듯한 느낌입니다.








 가다가 발견한 인상적인 그래피티.



 놓칠 수 없죠.




 스트레스를 더 받고 싶은 사람은 없겠죠? 그래서 오른쪽으로 갔더니,



 다시 바다가 ㅠ_ㅠ 그런데 이제 다른 구조물들도 안 보이고, 멀리 구릉들, 피오르들이 보이는 바다입니다.







 적당히 따뜻한 온도, 바다 너머 보이는 구릉과 피오르들, 지나온 그래피티, 오른쪽에 있는 깔끔한 건축물까지, 모든 게 너무나 완벽한 순간이라 파노라마를 찍어봤습니다.




 그치만 여기서 물러나긴 좀 그러니까, 오른쪽 건축물 앞 부두까지만 가 보기로 합니다.






 가는 길은 완전 공사판이에요.





 완전 새로 지은 듯한 깔쌈한 건축물. Innovation Dock. 혁신 부두입니다. 인터넷 홒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혁신을 테마로 꾸민 공동작업, 교육, 기업 컴플렉스입니다. 



 정말 이런 곳에서 일하면 일할 말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순진한 생각이겠지만요 ...



 돌아본 스타방에르. 고가도로가 저 멀리 보이는 걸 보니 많이 오긴 왔나 봅니다.




 혁신 부두의 끝에서.



 이 광경이 영원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여기서 계속 바다 건너만을 바라보았습니다. (물론 이 생각은 내일 되어서 깨집니다ㅋㅋㅋㅋㅋ.)




 그치만 늦었으니 돌아가야죠. 호스트 아저씨도 어떤 사람인지 봐야 할 거구요. 정말 오래 걸어 왔으니 빨리 걸어 돌아갑시다.




     


보도블럭에 새겨진 집의 모습. 저렇게 생긴 집 앞 보도블럭에 저런 모양을 새겨놨어요 ㅋㅋ




 오덕오덕.




오는 길에 못 봤던 멋진 그래피티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태국 음식점이 아주 가까운 곳에 두 군데나 있는 게 신기해서 찰칵.




히-익







 그렇게 부두 앞 광장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온 기념으로 광장에 있던 동상과 기념샷을 ^____^ 반가워 동상아 ...











 으으 제가 봐도 저희 진짜 많이 걸은 듯...^_^;;





 솔직히 세상에 존재하는 지도 몰랐던 도시였는데... 오길 잘 한 것 같습니다.




 날이 많이 어두워졌으니 빨리 숙소로 돌아갑시다.





 내려온 구시가지를 지나...









 도착하니,










 정말, 정말 한국 동네 아저씨처럼 생긴 호스트께서 저희를 맞아주십니다.




그리고 밥(+보드카)부터.










 저희를 호스트해 준 카우치서퍼 마틴 후시니 씨는 아프가니스탄 난민 출신이에요. 완전 동양인 외모라서 신기했는데, 본인은 타지크계라서 중앙아시아 혈통이라고 합니다. 13년 전 아프가니스탄을 떠나, 이란과 러시아 터키 등을 거쳐 노르웨이에 도착한 지 10년 여가 되었다고 해요. 그래서 국적은 노르웨이랍니다. 직업은 화가라고 합니다.








 요즘 난민 문제가 굉장히 이슈인데 난민을 직접 볼 기회는 없었잖아요. 실제 난민 출신 정착민을 만나니 굉장히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만나자 마자 감자와 닭고기 요리를 직접 해 주셔서 굉장히 편했습니다. 어마어마하게 친절했어요. 물론 그게 저 때문인지 캐서린 때문인지 확신이 안 갈 수도 있긴 합니다만 일단 그랬습니다^__^; 일단 전체적으로 성공적으로 노르웨이 사회에 정착하신 것 같아 보기 좋았어요. 직업도 있고 집도 괜찮은 곳 구하고 프로 카우치서핑 호스트도 하고 부러운 삶을 살고계신...







 스타방에르의 야경.






 TV도 엄청 좋고 컴퓨터랑 연결도 됩니다. 오오 노르웨이 오오. 밥을 먹고 나서 유투브로 음악을 들으면서 얘기하고 놀았습니다. 주로 내일 갈 프레이케스톨른(Preikestolen)에 대해 얘기했지만, 그 외에도 스타방에르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 카우치서핑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셋이서 사진. 아 머리스타일도 그렇고 표정도 그렇고 진짜 왜케 이상하지 짜증난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여기 오기 전에 핀란드에서 머리를 했는데 머리스타일은 도 그거때매 파.괘하고싶고 표정은 대체 왜 이러지ㅠㅠㅠㅠㅠㅠㅠ 본판이 안되니 어쩔 수 없나 싶지만 그래도 분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어찌 되었든 유투브와 맥주로 재밌게 놀다가, 내일 프레이케스톨른... 스타방에르에 온 이유인 프레이케스톨른에 가야 했기 때문에! 일단 일찍 잠자리에 듭니다.














 우리는 과연 내일 프레이케스톨른에 무사히 도달할 수 있을 것인가...?... 나도모르겠음 ㅠㅠ









꼐속









9월 21일, 월요일








 네. 월요일입니다.













다시 한 주가 시작되었군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









 오늘은 유고슬라비아사 수업의 개강일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들을 수업을 찾다 넣은 건데, 유고슬라비아 지역사가 굉장히 복잡하고 흥미롭다고 생각해서 일단 넣었습니다만 뭐 아일랜드 출신 교수님의 굉장히 빠른 영어에 당황하고 좌절하고 그렇게 끝났겠군요 보나마나. ㅠㅠ




 오늘의 유니카페. 닭다리를 먹으면서 기운을 차립시다 열심히.






 제가 기운을 차려야 하는 이유는 하나 더 있는데, 그건 바로








 동생느님께서 소포가 배달된 것 같다고 저번 주에 알려왔기 때문입니다.







 핀란드에서는 처음에는 집까지 배송을 해 주는데, 집에 없으면 우체국으로 찾아 오라고 해요. 집에 제가 저 시간에 왜 없었는 지 모르겠지만... HOAS라 대문이 닫혀 있어서 그런 건지, 아무튼 없었기 때문에 저는 콘툴라 역 근처에 있는 우체국까지 가서 소포박스를 가져 오기로 합니다.





 오오 도착. 여권을 확인합니다.







 사실 제가 동생한테 보내 달라고 한 게, ①친구들에게 써 줄 엽서, ②미리 정해놓은 책들, ③겨울 옷, ④☆슬리퍼☆, ⑤불닭볶음면 등등... 이었는데 뭐가 왔을까 굉장히 기대가 되었어요.




 으앗!!











 무거워서 뭔가 했는데 책이 많아서 좌절했지만, 가장 중요한 ☆슬리퍼☆가 왔네요...










 이젠 더 이상 침대에 누워 있다 화장실 갈 때 맨발로 운동화 신어서 기분 잡칠 일이 없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ㅠㅠ


 










 동생에게 엄지 척... 하려다가...


















동생놈이 소포 세 개 보내는 데 

30만원을 썼다고....

















30만원이라니... ㅁㅊㄷ ㅁㅊㅇ













 물론 저 박스 하나로 30만원은 아니고, 세 개로 30만원입니다만 그래도 30만원이라니... 분명히 돈이 너무 많이 들면 좀 빼거나 보내지 말라고 했는데ㅠㅠ 핀란드까지 보내는데 30만원은 많이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동생이... 하긴 뭐 아시아 대륙 반대로, 러시아 반대로 보내는건데...















 뭐 사실 따져 보면 애초에 캐리어 하나만 달랑 끌고 온 저의 명백한 잘못이네요.






















여러분 유럽 올 때, 특히 핀란드 올 때 









무조건 캐리어에 꽉꽉 눌러 담아 오세요.









캐리어 두 개 끌고 오세요. 저 빼고 다 두 개 끌고 왔더이다.







 하.................




 30만원에 망연자실행ㅠㅠ




 그치만 뭐 어쩔 수 없고 동생도 좋은 의도로 한 건데 너무 망연자실할 수는 없으니... 소포를 가져오다 생각난, 그동안 미뤄두었던 엽서를 쓰기로 합니다. ㅠㅠ











 어제 쓴 것도 조금 있죠. 써달라는 애들 몇몇에게 마저 엽서를 썼습니다.



 호주 유학생 군대 후임에게 쓰는 건데 왼쪽 끝의 미친ㅋㅋ가 눈에 띄네요. 








 그리고 또 아이슬란드 면세 서류. 아이슬란드에서 돌아올 때, 실수로 서류를 다 캐리어에 넣고 부쳐버리는 바람에 부가세를 환급받지 못했었죠ㅠㅠ. 부가세 면세 서류도 아이슬란드로 부쳐 줍시다. 



 참고로 이때 부친 면세 서류로, 12월 17일에야 부가세가 환급되었으니 3달이나 걸렸군요. 웬만하면 공항에서 냅시다 ㅠㅠ




 인터내셔널 리펀드에 왜 핀란드는 없는건가 아이슬란드님들.ㅠㅠ





 면세 서류 준비 완료.





 정성스레 쓴 엽서들.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사실입니다.




 뒷면은 이렇습니다. 보면서 느끼는 건데 정말 아이슬란드가 관광에 목숨 거는 나라라 그런지 티셔츠 뿐만 아니라 엽서도 때깔이 다르네요 ㅋㅋㅋㅋㅋㅋ. 여행 기념품은 아이슬란드가 갑인듯... 물론 더럽게 비싸지만 ㅠㅠ

















 그리고 이것들을 다 모아 수업 가기 전에 콘툴라 역 우체국으로 왔습니다.






 우표 하나는 1 유로 해요. 우표를 이렇게 세트로 팔기도 하는데, 핀란드 답게 다양한 자연 경관들이 우표에 나와 있어서 좋았습니다. 








 사기업에서 만드는 엽서는 별론데 국영기업에서 만드는 우표는 멋진 핀란드... 괜히 사회주의 나라 소리 듣는 게 아닌 것 같네요 ^오^






 이 프라이오리티를 엄청 나눠주는데 저는 항상 이걸 붙여서 몰랐는데 국제우편에만 붙이는 것 같아요. 




 원래 우표 사면 그 갯수만큼 주는데 저는 직원이 세트 우표에 프라이오리티 스티커가 같이 붙어있는 걸 몰랐는지...





 우표 붙이니까 뭔가 때깔이 납니다. 아 보니까 엽서 부치고 싶은 생각 확 드는데 돌아가기 전에 좀 부쳐야겠어요.





 우체통에 투하!




 대부분 도착했지만 이 때 보낸 엽서 중 하나는 아직도 도착 안 했다고 해요. 그 엽서 내용을 사진으로 찍어 놔서 친구한테 보여주긴 했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네요. 사람 일이니 실수가 생기는 거겠지만.












 뭐 사실 여기서 일기를 끊어도 되는데, 굳이 더 쓰는 건, 저녁에 있었던 핀란드어 수업이 끝나고 HOAS로 돌아오는 데,






 잘못 왔다...







 라스틸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시다시피 헬싱키 메트로는 끝에서 갈라져요. 열차를 잘못 타면 반대 편으로 오게 되는데, 첫 역에서는 보통 정신놓고 다니느라 눈치를 못 채고 두번째 역에서야 눈치채게 됩니다 ㅠㅠㅠㅠㅠㅠ











 이번이 마지막이었다면 좋겠지만 학기 끝날 때까지 라스틸라 두 번은 더 방문한 듯...허허... 물론 라스틸라에 사는 같이 온 교환학생 학교 후배도 제가 사는 콘툴라 역을 두 번인가 방문했다고 하니 쎔쎔이군요 ^__^;














 한국 서울 5호선처럼 마천행 상일동행 계속 세뇌시키듯이 알려주는 게 아니고, 그냥 처음 탈 때 전광판 보고 타야 하는 거라서, 정신 놓고 다니면 이련 결과가...
















 집에 돌아가는 시간이 늦어서 분노한 저는 다시 전철을 타고 이타케스쿠스까지 가서, 콘툴라에 내려 집까지 들어가야 했기에 분노는 무슨 피곤함밖에 남은 게 없었다 카더라...







 30만원의 피곤함에 환승의 피곤함까지 겹친 저는 집에 오자마자 쓰러져 잠들고 맙니다.













꼐속











9월 19일, 토요일







 항상 느끼지만 여기서 무슨 파티 무슨 파티를 해도 생일 파티가 가장 재밌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이 있고 스토리도 확실하면서, 다들 재밌게 놀 각오를 하고 열심히 오니까요. 뭐 한국에서도 생일 축하가 가장 재밌었던 것 같네요 그러고 보니 ^___^;



 그리하여 또 생일 파티 얘기인데, 오늘은 두 명의 생일 파티가 있었어요. 한 명은 한국인 교환학생, Y대 출신 미녀 이 모 님, 한 명은 우리 튜터 그룹에 있는 독일에서 온 라베아. 당연히 누구의 생파에 갈까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미 저는 라베아가 '자기 생일 축하' 어쩌구 해서 끌려간 클럽에서 힘들게 밤을 보냈고, 또 아무래도 라베아 생일 축하하러 가는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 같아, 같은 김치남녀끼리의 우정을 발휘해야하지 않나 싶어 일단 이 모 양의 파티에 갔습니다.





 이 모 양은 까넬마끼(Kannelmäki)에 있는 HOAS에 살고 있어요. 페라스 생일 파티 때 갔던 곳 바로 옆 건물이었습니다. 





 열려라 참깨.






 아직 참교육의 세례가 부족한 저는 아직까지도 먼저 도착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도착하니 있는 것은 이 모 님, 이 모 님과 같은 학교에서 온 C 양, 그리고 이 모 님의 플랫메이트 둘 정도였습니다. 으으... 뭐 누군가 사다 놓은 닭고기를 열심히 요리하며 파티를 준비합니다.



 아 폰 쓰레기 화질을 욕하려다가 이쯤되면 찍는놈이 문제인 것 같아 저의 손을 욕합니다.




 닭고기가 준비되었고, 이제 돼지고기 차례. 열심히 준비하고, 한 명 한 명 오는데...















엥!? 얘네 다 여자 아니냐?














 그렇습니다 국적은 다양한데 모두 다 여자군요.








뭐 말로는 분명히 남자 더 초대했다는데, 아무도 오는 사람이 없군요.















내가 또 내시라니...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구... 흐헣헣헣


















그렇습니다. 뭐 솔직히 말씀드리면 다들 어색하고 그랬기 때문에 저도 같이 어색했을 뿐이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생일 케잌을 전달하는 장면에 나온 제가 너무 너무 너무 어색해 보여서 노답입니다. 





 그리고 적당히 다들 기분이 좋아졌는지 해피 버스데이 하면서 막 노는데,





 역시 수많은 여성들 사이에서 개 어색한 저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ㅠㅠ 안쓰럽다.














 뭐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나 잠깐 생각을 해 봤는데 아무래도 특히 동양쪽에는 핀란드는 남성적인 느낌보다 여성적인 느낌이 강한 것 같아요. 남성적이고 화끈한 그런 느낌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은 미국엘 가겠지 핀란드에 올 리가... 그러다 보니 굳이 한국이 아니더라도 일본이나 중국계 국가들에서도 남학생보단 여학생들이 많이 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만 뭐 가설일 뿐입니다.










 아무튼 여학생들밖에 없었기 때문인지 이 모 님의 미모에 다들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처음에는 열두시를 넘기네 뭐네 하던 파티는 열한 시 쯤에 끝이 났고, 저는 집에 돌아가기 위해 전철을 타고 중앙역으로 가는데,













 까넬마끼 역에서 같은 튜터 그룹의 캐서린을 만남...









 



 사실 이 모 님 생일 때문에 못 간다고 말까지 했던 터라, 다시 가기도 뻘쭘하고 해서 안 갈까 했는데 당연히 가는 게 나은 선택이겠죠. 비록 여자사람들 사이에만 있어 매우 피곤했으나 미안함도 덜 겸 라베아의 파티에도 갑니다. 가서, 어차피 같은 튜터 그룹끼리 다시 만난 것이니 글렌 등과 함께 재밌게 맥주 마시면서 얘기하다가, 12시가 되지 마자 생일 축하를 ^__^;



 갑작스런 사진촬영에 눈갱이 되어버린 저의 모습. 라베아 HAPPY BIRTHDAY!





 






 그리고 기숙사 공동실이 문을 닫아 저희가 간 곳은, 처음으로 가 보는 핀란드 가라오케였습니다. 부르주아들의 기숙사인 도무스 아카데미아의 맞은 편에 있는 가라오케 펍인데 앞으로 어마어마하게 가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 날은 첫 날이고 익숙하지 않고 너무 피곤해서 매우 재미가 없었습니다. 여러분도 글을 읽으면서 노잼을 느끼고 계시죠? 딱 이런 느낌이었ㅅ브니다.



 이렇게 스크린이 있고 앞에 테이블들이 있습니다. 저는 노래는 안 부르고 그냥 구경만... 영어 노래 반, 핀란드어 노래 반 정도 나옵니다.



 다른 사람들이 구경하는 동안 열심히 사진이나 찍읍시다.



 우왕ㅋ굳ㅋ 개꿀. 그치만 이미 두번째 파티라 너무 피곤하다 ㅠㅠ그래서 두 시가 넘었을때 일어나 집에를 갑니다. ㅠㅠ 미안해 얘들아. 늦게 와서 일찍 가는 최악의 얌체 친구입니다. 













 그런 저를 응징하기 위한 것인지,




 버스에서는 술먹고 싸움이. 빗뚜(Vittu) 하면서 고성이 오가더니 누군가 정류장에서 내리면서 따라 내려서 붙어 보자고 잡아끌고, 손이 왔다갔다합니다. 으으 미친 놈들 마실거면 곱게 마실것이지. 어딜 가나 또라이는 있습니다. 핀란드의 주류 규제가 어느 정도 이해되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저는 너무나 배가 고팠던 나머지, 라면을 마늘과 같이 끓여서 치즈 두 장을 띄운 라면을 먹고, 보람찬 일요일을 위해 일찍 잠에 듭니다. ^____^

















9월 20일, 일요일


















오늘은 주말, 즐거운 일요일!^__^
























...그러나 이 날을 살게 되는 일은 없었다.

토요일에 모든 힘을 쏟아낸 천기섭은

이어지는 일요일에는 거짓말같이 하루를 잠으로 보냈다.











 일어나니 이미 하루는 가버렸고, 할 일은 다시 자는 것 뿐이었습니다. 









 다만 시간이 남아서 친구들한테 쓸 엽서를 몇 통 쓰려다가 두 통인가 쓰고 컴퓨터만 줄창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군요.





 손글씨 개못쓴다 우웩. 저의 손글씨로 저런 글 쓰다니, 김영하 작가님 죄송합니다ㅠㅠㅠ





















 과연 천기섭은 노잼으로 치달아가는 이놈의 교환학생 일기를 언제부터 다시 복구할 수 있을 것인가...










꼐속...











9월 17일, 목요일




 이 글은 9월 19일에 작성되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저는 아직 이전의 글들을 마무리짓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건 사실 제가 중간에 포스팅을 엄청나게 오래 쉰 탓이긴 합니다만 ... ^_^;; 제가 날짜 순서대로 쓰고 있는 글들은 지금 아이슬란드를 여행하고 있고, 8월 22일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에는 지금 시간 순대로 쓰고 있는 글들을 빨리 써서, 나아가고 있는 시간에 맞추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아이슬란드 여행 부분은 여러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가게 되어 하루 분량을 2~3 포스트로 나누게 되었고, 자연히 서술 속도가 저하되었습니다. 게다가 한 타임라인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몇 개 연달아 쓰는 것은 저처럼 끈기 없고 잘 질리는 저에게 굉장히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아무리 빨리 쓰더라도 오늘의 일을 쓸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며 잃게 될 저의 기억들이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핀란드 교환학생으로 있는 매우 소중한 시간들, 이 시간들의 기억을 망각 속으로 날려보낸다는 것은 정말 싫은 일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예전의 것들도 계속 쓰면서, 지금 겪은 일들도 계속 쓰기로 결심하였습니다. 물론 현재의 시간에 맞춰 쓰는 것도 늦어질 수 있겠지만, 비록 듬성듬성 쓴다고 해도 나중에 시간 순으로 빈 틈을 메꿔나갈 때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여행자 신분이 아닌 학생 신분이니 막 엄청 컴팩트하게 쓰진 않을 것 같고, 막 빵꾸날 일은 적을 것이라 짐작합니다. 아무튼 안 쓰는 것보단 쓰는 게 나을테니 일단 써나가겠습니다. ^_^;;


 

 사실 처음엔 포스팅 순서가 오름차순으로 안 되는 게 짜증날 것 같아 안 쓰려고 했는데 티스토리는 수정할 때 등록일 변경이 되죠. 우왕ㅋ굳ㅋ.








 목요일은 수업이 세 개나 있는 날입니다. 첫 수업인 Introduction to Nordic Welfare State의 강사가 늦게 도착했을 때, 그리고 늦게 도착한 강사가 PPT를 띄워주며 읽기 스킬을 시전했을 때에는 굉장히 짜증이 났지만,



 점심으로 치킨이 나오자 그 짜증은 싹 풀렸습니다. 치킨이 짱이에요 으허허허헣. 메뉴에 치킨 커리 어쩌구가 나오면 무조건 그 쪽을 갑시다. 치킨 국물과 후추가 적당히 버무려지면 싱겁기만 한 유니카페 밥도 뚝딱!


 이 때만 해도 그 사단이 날 줄은 몰랐지...







 포르타니아 건물 1층 게시판에 있어서 찍은 쪽지들. 2h+k+kph+p, 2 MH+OH+RH+RT+BK+KPH, 무슨 암호들인지 짐작가세요? 저희는 한참 유심히 쳐다보다가 부동산 옵션에 관련된 게 아닐까 하고 결론내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쯤하여, 총파업을 보기 위해 오늘 저녁에 영국 친구 집에서 잘 결심을 합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내일은 총파업이 있는 날이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대중교통이 올스톱되고, 수많은 상점들도 문을 닫고, 학교 유니카페도 일부만 시간을 단축하여 운영하고, 중앙역 광장에서는 시위가 벌어질 예정입니다.


 



 기사에 기차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중단된다고 쓰여 있었고, 패컬티 친구들이 다른 기사에서 버스는 오전 3시부터 다음 날 오전 3시까지 하루 종일 중단되며 일부 버스와 트램만 운행한다는 것을 알려 주었습니다. 다른 상점들은 오후 6시까지 중단, 그 이후 영업. 






 그래서 저는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대규모 파업의 현장을 목도하고자 친구네 집에서 자기로 하였습니다. 사실 시위라면 한국에서도 매우, 자주 하지만 이런 대규모 파업은 거의 못 봤으니가요. 저번에 시끌벅적했던 철도 파업도 나라 전체가 마비되는 이런 유럽-클라스 파업에 비하면 애교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피닉제님 말 대로 파업이 핵폭탄이면 핀란드 파업은 짜르봄바행;; 헬싱키 노바야젬랴행;;ㅋㅋ



 오후 6시면 지하철이 다시 운행할 테니, 친구네 집에서 자고 오전 11시에 중앙역 광장 시위를 본 후에, 시간이 지나면 집으로 돌아가야겠지, 뭐 그런 생각이었습니다.









 두번째 수업은 핀란드사개론이었는데, 이것도 노르딕 웰페어 스테이트처럼 팀 티칭. 저는 이번에는 제발 들어보고자 제일 앞자리에 앉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이번 수업을 맡은 노교수님은 뜬금없이 왼쪽의 화이트보드를 쓰시는군요. 오른쪽에 있는 저는 이번에도 아무것도 안들려행... 게다가 발트 해 지도만 그리고 더 이상 화이트 보드엔 손도 안 대심... 그러면 컴퓨터로 띄워 주셔도 되잖아요 교수님 ㅠㅠㅠㅠㅠㅠ



 아무튼 마지막 핀란드어 수업이 오후 7시 30분에 끝났고, 저는 깜삐 근처 친구가 묵고 있는 도무스 아카데미아로 향합니다. 도무스는 월 600유로를 내는 기숙사계의 럭셔리 오브 럭셔리 하우스. 제가 사는 콘툴라 방은 한 달에 241유로밖에 내지 않습니다. 오오 빈부격차 오오. 도무스는 1인 1실이 기본인데, 1인 1실인데도 여분의 바퀴 달린 매트리스가 침대 밑에 있고(...), 방 넓이도 한국 웬만한 오피스텔 원룸 정도 넓이가 되며, 시트를 갈아 주고 바닥 청소를 해 주는 사람이 정기적으로 들어옵니다. 오오 금수저방 오오...






 저는 친구네 집에서 해 먹으려고 라면을 가져왔는데, 젓가락을 가져 오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 태어나서 처음으로 포크로 라면취식 ☆





 으오오 너무 배고파서 계란을 두 개나 투입했습니다. 사실 계란은 숙박비 느낌으로 10개 새로 샀는데, 10개에 2유로라 크게 부담은 없었습니다. ^____^




 포크로 말아 먹으니까 양이 가늠이 안 되어서 처음에는 막 놓치고 주변에 국물 튀고 했는데, 먹다 보니까 익숙해 지더군요. 젓가락 안 쓰는 나라들은 평소에 인스턴트 라면을 하면 포크로 먹는다고 합니다. 그치만 뭐 전 기숙사에 여러 가재도구들이 넘치는 헬싱키의 로빈슨 크루소니까 어차피 평소엔 젓가락 쓰겠군요 ^___^;






 사실 며칠 동안 대여섯시간밖에 못 자고, 오늘 새벽 4시에 일어나서ㅠㅠ 얘네 집에서 자고, 새벽에 일어나서 책을 보건 뭘 좀 공부하건 하다가 시위를 보러 가려는 게 저의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도무스 공동실에 패컬티 친구들이 많아서 걔네랑 얘기하다 보니 클럽 왜 안 가는 거냐고 다 가자고 합니다. 근데 전 진짜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기 때문에 거절했는데, 공동실에 같이 있던 독일 사람 한 명의 생일을 축하하러 가자고 프랑스 애가 드립쳤는데. 생일 파티날로 예정된 날에 제가 아마 못 갈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하고, 그냥 맥주나 마시지 뭐 하는 생각으로 클럽엘 갔습니다.



 그리고 패컬티 여자 사람이 '난 네가 쿨한 Korean인 줄 알았더니 이제 보니 클럽도 안 가고 pussy일 뿐이었다.'라고 해서 쓸데 없이 당황한 것도 있네요. 물론 pussy라는 단어에는 여러 의미가 있지만 당혹스러운 건 사실이었음.ㅠㅠ





 근데 피곤해서 춤은 원래 못 추고 맥주조차 마시기 싫음. 근데 제 키가 없으니까 뭐 먼저 갈 수도 없음. 영국 친구가 열심히 여자사람들과 얘기하는 동안 저는 아 피곤해... 피곤해... 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이었으면 피씨방 갈텐데 여기는 그런 것도 없고...



 저번엔 한국인이라도 몇 명 만나고, 사람들 구경하고 재밌게 놀았는데 지금은 야경이나 감상하고 있습니다 ^_____________^ 진짜 이 클럽이 야경은 짱이긴 한데... 뭔가 형언할 수 없는 빡침이...ㅠㅠ





몸이 "절대 가지 마라 가면 죽는다"고 애원할 때는 절대 가지 말야아 한다는 것을 느낀 밤이었습니다.





 클럽은 새벽 네 시에 문을 닫았고 저는 다섯 시에야 잠에 들게 됩니다. 















9월 18일, 금요일




 아침이 되었습니다. 다섯 시간 자고 저는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비가 옵니다.






 영국인 친구가 밖을 보며 시위하는 사람들 불쌍하다길래 뭔 소린가 했더니 바로 창문에 후두둑 소리가 들립니다. 으어어어어어. 문제는 제가 어제 우산을 안 가지고 나왔다는 것. 거의 항상 가지고 다니는데, 한번 쓰고 말린다고 플랫에 두고, 아침에 아파트 대문 바로 앞에서 없는 것 깨닫고도 안 가지고 나왔더니 이렇게 천벌을 받게 됩니다. 영국인 친구는 이래도 갈 거냐 하는데, 그럼 여기까지 왔는데 안 가면 나의 클럽 개고생은 뭐가 되는가 ㅠㅠ




 그러면서 멍때리다가 옷을 입을까 말까 하고 있던 찰나,







문이 열리고 흑형이 들어옵니다.








 알고 보니까 오늘이 그 시트 갈고 바닥 청소하는 날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빨리 가방 등도 의자에 올리고 따로 꺼낸 매트리스도 넣어줘야 합니다. 으아아아아아아. 11시에 시위 시작이라는데 4시간밖에 못 잔데다가 정신마저 혼란스러워진 제가 일찍 나가려고 하자 영국인 친구가 친절하게도 바람막이 하나를 가져가라고 줍니다. 으아아아아 갓-글렌 ㅠㅠ 엉엉 글렌의 하사품에 감동받은 저는 광광 우럭따...




 캄피 근처인데 비가 쏟아지는 모습입니다.





 파업에도 불구하고 R Kioski는 성업 중.




 K MARKET 닫을 거래서 그제 식료품 잔뜩 사 놨었는데, 이렇게 봐서는 영업하는지 안 하는지 분간이 안 가네요.



 중앙역 근처에 가자 시위 군중이 점점 보이기 시작합니다.



 비가 와서인지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네요.

 


 중앙역 로비쪽에서 본 사진.




 으아아아아아 정정합니다... 많습니다 많아요. 시위 군중 여러분 무시해서 죄송합니다.



 본격적인 집회 시작하기 전인 것 같은데, 비가 온다고 It's Raining을 틀어버리는 센스 으엌ㅋㅋㅋㅋ 동영상에는 It's raining man! 부분은 안 나왔는데, 그 부분 나올 때마다 뭔가 웃겼습니다 ㅋㅋㅋㅋ



 대부분의 자료들이 핀란드어로 되어 있고, 국내 사안에 대한 시위라 저도 정확한 건 모르고 구경만 하러 갔었는데, 노동 조건에 대한 시위인 것 같습니다. 정부에서 1. 첫 병가 날에 대한 도킹 페이(docking pay, 감봉을 뜻하는 듯)를 요구했고, 2. 은행의 휴일을 월 2일 줄였으며, 3. 초과 근무와 일요일 근무에 대한 수당을 줄일 것으로 요구했다네요.



 ...그러나 저는 전날은 새벽 4시에 일어났고, 오늘은 4시간밖에 못 잔 상태. 死경을 헤매고 있기에, 뭐 먹고 빨리 자야지 하는 생각으로 시위 현장을 빠져나옵니다.

















 그런데,




 아아 나는 이런 식의, 다국어로 된 큰 광고판을 부착한 손수레/리어카를 몰고 다니며 하는 전도는 한국만의 풍습인 줄 알았는데, 핀란드에도 있었네요. 하긴 그래도 '불신지옥' 안 넣고 '회개하라' 넣은 게 어디야. 













 풍선이 알록달록한 게 많아서 뭔가 예쁘다는 느낌이 듭니다. 




 중요 인사로 보이는 아저씨께서 뭐라뭐라 말을 하시는데 당연히 핀란드어라 알아듣지 못함. 죄송합니다ㅠㅠㅠ




 그리고 저는 자주 가던 Porthania 유니카페가 파업으로 인해 영업을 중지해서, 처음 가는 의사당 광장 옆 메인 빌딩 유니카페를 가게 됩니다. 그런데 상태가 안 좋아서 + 원래 멍청해서 받는 순서를 착각해서 굉장히 쪽팔렸음. 미트볼과 감자를 먹었습니다. 사진도 안 찍었네.










 그리고 잘 곳을 찾다가, 도서관 3층의 비스듬히 눕는 곳이 다 누군가에게 점유되어 있어서 위층을 시도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2층으로 내려가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합니다.











그리고 4시간 후,













 오후 5시 30분, 저는 정신을 차립니다. 하루 여덟 시간 수면을 다시 되찾은 기적의 수면력 ㄷㄷㄷㄷㄷㄷ 다행히 글렌에게 메세지를 보내니 5층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하네요. 저는 6시가 되면 메트로가 하니까 그때까지 반의식 상태를 즐겨야지 하는 생각으로 책상에 더 엎드려 있다가, 6시를 6시 10분 쯤 5층으로 가 글렌에게 바람막이를 돌려 줍니다. 그리고 메트로 역으로 향하는데...












!?!?!?!?!?!?!?





 망연자실행...





 알고 보니 기차만 6시 이후에 하고, 버스, 트램, 메트로는 다 쉬는 거였습니다. 생각해 보면 기차는 VR 소속, 메트로는 버스, 트램과 같이 HSL 소속이니 메트로도 쉴 가능성이 더 높다는 걸 바로 알 수 있는데, 기차 6시에 다시 한다는 것 보고 아무 생각 없이 메트로도 6시에 한다고 생각해버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멍청하다..






 결국 저의 선택은 두 가지가 있는데,



 1. 글렌 집에서 신세를 하루 더 진다.



 2. 기차를 타고 최대한 동쪽으로 가서, 집까지 걸어간다.









 처음에는 1번도 끌렸지만 검색해 보니 5km만 걸으면 되고, 비도 거의 그친 것 같아 저는 2번을 선택합니다. 아이슬란드에서 얼마나 많이 걸었는데 이까짓 것...!






 최단거리의 상태가...!?


 


 뭔가 숲과 사람 없는 곳만 골라서 지나가는 느낌이네요. 으아아아 그렇지만 좀 안전하자고 10분이 넘는 시간을 쓰기에는 고민하는 동안 밤이 거의 다 되어 기온이 쌀쌀하니 일단 최단거리로 갑시다.




 오랫만에 보는 말미 역.



 기차는 떠나가고... 말미 역 맞은 편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파업에도 불구하고 운행하는 버스들 중 동쪽으로 가는 버스는 단 1도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밝은 길을 따라 가다가...



 ㅁㅊㄷ ㅁㅊㅇ




 아 진심 갑자기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몸이 휘청했습니다. 나무들이 일제히 흔들려서 와 바람때문에 날아가서 죽으면 완전 허무하겠다... 생각햇는데 다행히 죽진 않았네요.




 다시 밝은 도로쪽으로 나온 저. 이제 도시 순환도로를 지나야 합니다.



 최단거리는 여기서 터널을 지나면 안 되고 왼쪽 길로 나가야 하는데... 님아 굴다리를 지나지 마오... 그러나 지났습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막 걸을 때도 사람이 거의 없어서 별로 안 무서웠는데, 여긴 사람들이 자꾸 지나다니니까 무섭네요. 으아. 역시 사람은 어중간하게 많은 게 제일 무서움...



 뒤늦게 잘못된 걸 깨달았지만 다시 돌아가기는 죽어도 싫은 저는 그냥 굴다리 반대편 경사로로 올라갑니다.



 !? 뭔가 잘못된 걸 깨닫기 시작 ^_^;



 교차로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안 되는 거에요. 으으. 중간에 풀밭을 지나 다시 북쪽으로 올라갑니다.



 최단경로는 이 다리를 지나야 하는 것입니다. 그 다리 밑을 남에서 북으로 지나고 있는데, 4.4m의 벽이 정말 크게 느껴지네요.





 결국 횡단보도 따위 없는 순환도로를 건너는 정신나간 기행을 저지르며 저는 최단경로에 합류합니다.






 좀 밝은 곳이 지나자,



 ...



 ※ 주의: 실제로 본 시야




 참 일류 선진국 핀란드의 수도에서 21세기에 별 꼴을 다 당합니다. 물론 저의 멍청함 때문이지만 ^_^;;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니 포장도로와 평행하게 지나는 흙길에 들어서서 길이 보이기 시작했고, 곧 저는 기숙사에 도착합니다.








배고픔과 피로에 지친 스스로에게 선사하는 분노의 김치버터마늘양파삼겹살




잘 익었습니다.













마시쪙.






 정말 좀 그만 걷고 싶다... 북유럽에 걸으러 왔나 진짜 많이 걷네요 어헣 ^_^;; 빨리 삽질을 그만두는 날이 오길 바라며...







꼐속












※ 이 글은 9월 19일에 작성되었으나 일기의 날짜순 정렬을 위해 12월 18일 수정되었습니다.








9월 15일, 화요일









 저번 주에 한국어 3 수업 도우미로 처음 들어갔는데, 오늘은 한국어 2 수업 도우미를 처음 하는 날입니다.










 한국어 2 수업은 놀랍게도 전원 핀란드 여학생이고 교수님도 여자고 다른 한국어 도우미들도 여자라서 저 혼자 남자였습니다.














오오 의자왕 오오

















는 개뿔, 























오오 내시 오오... 















 이전에 클럽에서 만난 학생이 한 명 있어서 그건 괜찮았는데, 아무래도 대체로 한국어를 못하는 편이다 보니 + 핀란드 성격상 조용한 편이다 보니 = 말이 적고, 저는 영어를 하면 안 되고... 같이 얘기를 하거나 문제를 푸는데 정말 저 혼자밖에 안 떠드는 대참사가 ㅠㅠ





 그래서 교수님이 답답해하시긴 했습니다만, 그런데 사실 뭐 교재 수준 같은 걸 봤을 때 한국어 2 레벨에서 말을 많이 하는 게 더 힘들 것 같아요. 저도 중국어를 살짝 배웠지만 중국어 수업을 들으면서 말을 열심히 해 봐라, 이러면 말할 자신이 없긴 합니다. 더군다나 핀란드처럼 조용한 문화권이라면 더 그럴테구요.




 아무튼 굉장히 뻘쭘하고 힘든 15분을 보낸 뒤, 다음 수업으로 향했습니다.







 그 다음 수업은...



















Korean Premodern History

한국전근대사








출처:이말년씨리즈 / 이렇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유ㅠㅠ


 물론 학점 따기 쉬운 것도 분명히 있긴 있겠습니다만은!! 외국인 교수님의 한국사에 대한 견해, 다양한 생각을 들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들은 수업입니다ㅠㅠ 영국 출신 Andrew Logie 교수님의 수업인데, 한국에서 유학했고 굉장히 한국에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전통 문화에 대해서라면 보통 한국인보다 더요. 수업 시작 전에 판소리나 강강술래 틀어 주시는데 저나 외국인 학생들이나 별로 즐거운 느낌이 아니지만 교수님은 굉장히 굉장히 들으면서 즐거워하십니다. 흠좀무.






 수업 들으러 가는 중. 이렇게 녹음이 우거졌었구나.








 아무튼 첫 수업이니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저는 시간을 떼웁니다. 원래 수업은 이걸로 끝이지만, 오늘 한국어 교수님께서 한국어 공부하는 핀란드 학생들을 소개해주신다고 하셔서요. 도서관에서 시간을 떼우다가 시간이 되어 교수님 연구실로 갑니다.



 학교 건물 벽에 붙어 있던 작은 포스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감 123539150147091배를 느낍니다...





 



 교수님 연구실에서는 세 명의 핀란드 학생을 만날 수 있었어요. 여학생 둘, 남학생 하나였는데 남학생분은 나이가 좀 있으셨습니다. 세 분 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해서 놀랐어요. 핀란드어로 된 한국어 학습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다음 약속이 있을 때까지 기다리며 들으며 많이 느꼈습니다.





 그리고... 여러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ESN 카드 발급을 받으러 갔다가, 예전에는 그냥 셀카로 되길래 될 줄 알고 갔는데 안 되어서 좌절하고 그냥 밥을 먹습니다. 웃긴게 알고보니 지갑 안에 증명사진이 있었음 ^___^;; 허탈해져서 집에 온 뒤 뒹굴뒹굴 잉여하다가, 수요일도 한국어 도우미 수업이 있으니 내일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하고 잠에 듭니다.














9월 16일 수요일





 네 그렇습니다. 오늘은 지난 주에 이어, 한국어 3의 두번째 수업이 있는 날이죠.



 뭔가 유니카페 사진들 보면서 묘한 게, 학기 초엔 이렇게 유니카페를 많이 먹었구나 싶거든요. 갈수록 유니카페는 거의 안 먹고 해먹기 시작해서, 거의 다 해먹기만 한 학기 말을 생각하면... 유니카페가 굉장히 어색합니다 ^__^;





 한국어 3 수업은 이번이 두번째였지만,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서 즐거웠습니다. 게다가 이번 수업 전날이 학생 중 한 분인 Minna씨의 생일이어서, Minna씨께서 쿠키를 만들어 오셔서 개꿀... 개꿀 하며 먹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저녁에 핀란드어 수업이 있어 플랫에 늦게 돌아오니 일곱시 반,













 파프리카마늘버터김치삼겹살로 힐링을 하고,




 플랫메이트들과 살미아끼 술을 따서 즐겁게 나눠 마시다가,




 어느덧... 웹서핑을 하다가 해가 밝았습니다 ㅡㅡ;; 오전 7시에 감자와 김치를 먹고는 잠에 듭니다.



















 점점 적응해가면서, 핀란드 교환학생으로서도, 한국어 도우미로서도, 적응해가면서, 시에 한국에서와 같은 삶으로, 즉 막장으로 흘러가는 저의 삶은 이리 순탄히 흘러가는 듯 했으나,











 저는 저에게 내일-모레 닥칠 평지풍파를 이 때만 해도 예측하지 못했는데...















 꼐속








9월 14일, 월요일





어제 싯싯 파티 끝나고 저는 글렌 방에서 잤습니다.



 경치 좋네요.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저 쪽으로 가면 해변이 굉장히 가까이 있습니다. 그치만 어쨌든 평일이니 학교엘 가야겠죠. 무엇보다 오늘은 한국어 2 첫 수업이 있는 날입니다.




 아침의 중앙역. 중앙역을 아침에 오는 건 처음이네유.



귀찮아서 대충 떼우려고 R Kioski에 들어갔다가 본 가격. 충격적인게, 우유에 따라 1L에 1.3유로짜리도 있는데 500mL은 1.5유로로 통일. 저때 자세히 살펴봤는데 별 프리미엄 차이도 안 나는 것 같았는데 왜 이런건지 아무튼 놀라운 가격 책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전 1L짜리를 사서 마시고 남은 건 가방에 넣고 수업에 갔습니다.








 그리고 아직 이후의 수업은 개강을 안 해서, 하까니에미 근처 아시안 마켓에서 먹을 걸 좀 삽니다.




헬싱키 아시안 마켓


 여긴 동방슈퍼. 감자면이 너무 신기해서. 이놈의 감자면은 도대체 왜케 많이 사다 놓은 걸까요 맛대가리도 없어 보이는데. 아 먹어보진 않았습니다 ^____^




헬싱키 아시안 마켓     헬싱키 아시안 마켓


 뭐 한국 음료수들도 있고... 반가웠다, 박카스는 흑흑흑




K 수퍼마켓에 들러 삼겹살도 사갑니다만,















여러분 이거 다~~ 서론인거 아시죠?
















오늘의 본론






알코!






핀란드 술 전매점, 알코


 꼰뚤라 역 근처에 알코가 보이길래, 냉큼 들어갔습니다.


핀란드 술 전매점, 알코


 그런데 알코가 뭐냐구요? 간단히 말하면 술 전매점인데, 사실 술은 다른 곳에서도 팔죠. 다만 높은 도수의 술은 알코에서만 살 수 있어요.










 이 기회를 빌어 핀란드의 술 규제 체계에 대해 간략히 말씀드리면, 대충 아래의 표로 정리할 수 있어요.



도수 

판매점

판매 시간 

 0 ~ 2.8%

 일반 마트 및 알코

제한 없음 (마트 영업 시간 내)

 2.8 ~ 4.7%

 일반 마트 및 알코

오전 9시 ~ 오후 9시

 4.7% 초과

오직 알코

영업 시간 내



 그러니까 일반 마트에서는 4.7%를 넘는 술은 찾아볼 수가 없고(!), 그것마저도 9시가 넘으면 2.8%, 뭐 맹물과 아주 약간 차이나는 술밖에 못 마시는 것이 핀란드의 주류 규제입니다. 굉장히 빡빡합니다;; 





 게다가 오후 9시 이후면 뭐 마트도 대부분 닫을 시간인데, 그 때부터 2.8% 안 되는 술을 팔아봤자 얼마나 돈을 벌겠어요? 그래서 작은 마트들은 아예 9시가 넘으면 술 진열대에 셔터를 닫아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인지 영어 자료에서도 9시 이후에 술을 아예 못 산다고 설명하고 있는 것들도 많은데, 분명히 큰 마트에서는 낮은 도수의 술을 팔긴 팝니다. 다만 역시 대부분의 핀란드인들은 미리 술을 사 놓죠. 에스토니아에서^__^;





 술 판매 시간 규제를 알리는 마트 표지판입니다.




 사실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 굉장히, 굉장히 빡빡한데요. 모두가 이 술 규제에 대해 불평을 합니다. 게다가 술값도 정말 너무 비싸요. 그렇다고 해서 뭐 아주 불합리한 건 아닌게, 정말 핀란드에 있으면 알콜 중독되신 분들이 눈에 띄게 많아서 어느 정도 개선이 필요한 건 사실이구요. 조금만 참거나 미리 사 놓으면 되고, 정 술값이 아까우면 에스토니아에 갔다 오면 되는 일이라 다들 그러려니... 해요. 처음 온 사람들이야 불편하고 놀라지만요.





핀란드 술 전매점, 알코


 알코 영업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입니다. 아무튼 저는 아직 월요일 낮, 완벽한 영업시간 내이니 알코 구경 좀 합시다.



핀란드 술 전매점, 알코


PARADISE...



 엥!? 여기 완전 낙원 아니냐!?




핀란드 술 전매점, 알코


 핀란드에서 처음 보는 병에 담긴 도수 높은 술들이 쌓여 있는 모습에, 저는 가슴이 뛰는 것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핀란드 술 전매점, 알코


 위의 표를 읽으셨으면 아시겠지만 알코에선 도수 낮은 술도 팝니다. 물론 2.8% 이하의 술은 굳이 팔 필요가 없으니 안 파는 것 같아요.






핀란드 술 전매점, 알코진로 수출용         핀란드 술 전매점, 알코핀란디아 보드카



아니네요, 아닙니다.









낙원이 아니에요.









...뭐가 이리 더럽게 비싸...












답이 없다답이 없습니다.



 가격이 답이 없습니다. 아니 무슨 진로 소주 한 병에 9유로(한화 약 11,500원)에, 핀란디아 보드카는 대용량이긴 하지만 55유로면 뭐 지금(12월 17일 기준) 환율이 엄청 떨어졌는데도 7만원을 넘어가고, 답이 없습니다. 정말 이나라의 술값은 답이 없습니다.







핀란드 술 전매점, 알코살미아키 술


 그러나 그 와중에 살미아끼 술을 발견해서, 물론 여전히 비싸지만 이런 특색 있는 술을 놓칠 수는 없어 눈물을 머금고 요거 한 병만 샀고, 알코를 나옵니다.
















 살미아끼 술도 샀겠다, 아시안 마켓도 들렀겠다 경축의 라면흡입!









 그리고 다시 수업을 들으러 학교에를 나갑니다 ㅠ_ㅠ





 메트로 역 가서 메트로 타고 나가려니 눈물이 나네요 눈물이 나... 그치만 이때까지는 아직 착한 학생이었네요.




 수업 들을때마다 보는 대성당도, 아직까지 푸른 하늘이 배경이었습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고 저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다시 장을 보는데,



 핀란드의 자비로운, 뭐 그래봤자 한국보다 비싸지만 어쨌거나, 콜라 가격도 맞보게 ㄷ





 고추를 살까 고민하다가 뭔가 고추 들어간 음식은 하기 귀찮고 김치로도 충분할 것 같아서,




 자비로운 가격의 마늘을 주워담은 뒤,






 석양이 지는 콘툴라 거리를 따라 기숙사에 도착해서,




 파프리카양파버터삼겹살^_____________^을 해먹고는,













 내일을 기약하며 잠에 듭니다.










꼐속








9월 13일, 일요일






 어제 너무 늦게 자서이기도 하고, 오늘은 일요일이기도 하여 당연히 늦게 일어났습니다. 아마 또 뭔갈 해먹고 했을텐데 사진이 없으니,





"이야기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우리는 침묵해야 한다." -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그렇습니다. 이미 너무 많은 세월이 흐르고, 너무 많은 기억들이 그 세월에 씻겨나갔네요. 그러니 오늘의 이야기는, 오후 6시 20분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바로 제가 새로운 살미아끼 한 봉투를 살 때부터죠.


살미아끼


 샀다!




 왜 살미아끼를 샀을까요? 그건 뭐, 아마 유니카페에서 이른 저녁을 먹었을 테고 입가심할 게 필요했을 테니까겠죠. 살미아끼의 맛에 관해서는 저번에 포스팅한 것이 있으니 참고하시고 ^~^, 저는 이처럼 살미아끼 한 봉투를 들고 오늘의 파티, 싯싯(sitsit)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헬싱키 중앙역


 가는 도중에 괜히 찍어 본 헬싱키 중앙역.







 그러니까 싯싯에 가는데, 싯싯이 무엇인고? 하니,




 일단 공통점은 앉아서 뭔갈 먹고 마시면서 노래를 부르는 파티. 입니다만 사실 저도 이번 한 번 밖에 못 가봐서 말은 못하겠군옄ㅋㅋㅋㅋ 적어도 여기서 느낀 건 그랬습니다. 여러 동아리나 학과 등에서 많은 싯싯을 주최하기 때문에, 다 챙겨 나가는 것도 힘들기도 하구요. 



 저같은 경우는 CISSI라는, "International Social Scientists in University of Helsinki"...라는 동아리... 아니 근데 이게 어떻게 CISSI지. 제가 모르는 핀란드어나 아님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아무튼 저 동아리에서 주관하는 싯싯에 가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제목은 '개강파티'라고 달았지만 종강때도 합니다. 그냥 파티라고 하면 여기서 모여서 노는 건 다 파티니까...



 다만 그 전에 미리 신청을 해야 하고, 참가비가 있는데 약간 셉니다. 그치만 뭐 음식과 술을 주니까 그다지 비싸다는 느낌은 들지 않구요, 학생 동아리에서 준비한 것 치고는 굉장히 스케일이 큰 것 같습니다. 아 제가 동아리 활동 같은 걸 제대로 안 해서 이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고... ㅠㅠ





 근데 역시 너무 빨리 갔습니다. 아직 참교육이 부족했던 그 때의 이야기입니다 ^_^;




 크으 참교육...! 참교육...! 물론 이러한 실수는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게 됩니다.




 지금 보이는 옷걸이 등등에 저의 마이(아이슬란드 갈 때 샀던)와 가방을 걸어두었습니다.






 그리고 곧 사람들이 바글바글 들어차고, 싯싯이 시작됩니다. 각자 자리가 정해져 있는데 제가 앉은 자리에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음 ^____^;



싯싯


 지금 제 쪽을 살짝 돌아본 안경 낀 이탈리아 친구, 니콜라와 아는 사이입니다만 너무 멉니다. 부들부들. 아무튼 저기 서 계시는 키 크고 훤칠하신 분이 아마 CISSI 회장님이시고, 당시만 해도 리스닝이 지금보다도 훨씬 부족해서 제대로 알아듣진 못했지만, 아무튼 싯싯 시작!



싯싯


 그러더니 갑자기 노래를...




 싯싯에는 여러 룰들이 있는데,



 ① ★ 노래를 불러야 할 때는 먹을 수도, 마실 수도 없습니다. ★ 중요



 ② 누구나 노래를 신청할 수 있고, 이 때 숟가락이나 포크로 잔을 쳐 소리를 냅니다. 노래를 부르면 열심히 따라 부릅니다.



 ③ 노래는 대충 사람들이 알만한 것이면 아무 거나 괜찮습니다. 미리 따라 부르기 쉬운 노래집을 나눠 주지만, 마카레나 같은 것도 신청합니다. 다만 뭐 싯싯마다 금지곡을 선정하는 경우도 있는데... 아래에서 후술합니다.






 노래집은 책 형태로 된 건 돈 받고 팔고, 프린트물은 그냥 나눠 줍니다. 핀란드어, 스웨덴어, 영어 노래들이 있는데 하나같이 가사가 ㅋㅋㅋㅋ



 19. 제3제국의 불알들(balls)


 히틀러는 불알이 하나밖에 없었고

 

 괴링은 불알이 둘밖에 없었지만 작았고


 힘러는 비슷한 걸 가졌지만


 불쌍하고 늙은 괴벨스는 불알이 없었네 ㅠㅠ




 뭐 이건 뜬금없는 드립일 수도 있지만 20번 곡은 ㅋㅋㅋㅋㅋㅋㅋ 예스터데이 멜로디에 저 가사를 붙여서 부른다고 생각해 보세요. 검열 걸릴까봐 해석을 못하겠네요 ㅋㅋㅋㅋ


 이 외에도 정말 웃긴 노래로 Yogi Bear라는 노래가 있습니다만 가사 사진이 없을 뿐더러 이것도 내용도 영 그래서 링크로 대체합니다ㅋㅋㅋㅋㅋㅋ


Yogi Bear 가사


싯싯


 계속해서 누군가 일어나고, 박수를 치고, 먹다가 포크를 놓고, 노래를 같이 부르고, ㅁㅊㄷ ㅁㅊㅇ...



싯싯


 ㅁㅊㄷ ㅁㅊㅇ...


싯싯


 ...초콜렛 브라우니 같은 건데 사진이 똥처럼 나왔네요 ^_^;;


싯싯


 아무튼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어 가고, 제 플메 중 한 명인 안드레이가 러시아 민요 카츄사를 불러서, 저도 쓸데 없이 뽕에 맞고 자멸을 자초하게 되는데...


싯싯


 옆에서 누군가 일어난 걸 본 글렌의 표정이 인상적입니다. !? 이런 표정이네유.




  


 제가 이 당시에 아는 핀란드어로 된 노래는 핀란드 국가인 Maamme밖에 없었고, 그냥 핀란드인이 많으니까 핀란드 국가를 핀란드어로 부르면 좋아하겠지... 싶은 생각에,


싯싯


 일어섰는데,








 알고 보니 제가 리스닝을 제대로 못 한 회장님의 말씀은 


"과도한 민족주의를 막기 위해 국가는 제외" 였습니다. 






리스닝의 중요성...











 아니 근데 저도 뭔가 국가 얘기를 들은 것 같기도 하고 않기도 해서, 옆에 앉은 작년에도 왔다는 러시아 여자사람한테 물어봤더니 그런 건 상관이 없다고 해서 그냥 국가 부르자고 한건데 올해부터 새로 룰이 생겼는지 뭔지... 아무튼 무슨 지구 반대편에서 참으로 쪽팔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저는 떨떠름하게 결국 그냥 다른 노래 아무거나 프린트에서 골라서 불렀고... 눈물이ㅠㅠㅠㅠㅠㅠㅠ















못난 교환학생을 둔 나라에게 정말



미안하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앍!!!!!







 뭐 대충 이런 심정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실 이런 파티가 다 그렇고, 동양인 많고, 어차피 좀 있음 모국에 돌아가는데 이런 바보같은 짓 했다고 얼마나 기억하겠어요. 당연히 아무도 신경 안 쓰는데 아직 철이 덜 든 저인지라 괜히 혼자만 신경쓰임... ㅠㅠ










 열심히 노래 부르면서 적당히 취한 뒤에는 테이블을 치우고, 모두 즐거이 술마시면서 놀았습니다. 한국에 교환 갔다 온 독일 교환학생... 교환 만렙 학생도 만났는데, 한국이 파티하기 제일 좋은 곳이라고. 






 한국 전쟁때 한국 도와줬다고 콜부심 부리는 콜롬비아 출신 교환학생도 만났는데 얘랑은 그 뒤로도 친하게 지내게 되었습니다. ㅋㅋㅋㅋㅋ 근데 찾아보니 그때 얘기했던 친구들 중 당시 2차대전 패전국이라 못 도와준 독일 빼곤 다 파병했다는 게 함정...







 페라스가 취해서 마지막에 보드카를 막 쏘지 않나, 그러다가 새벽 네 시가 거의 되어 집에 가려고 하는데,
























마이가...없다.








출처:이말년씨리즈



 그렇습니다. 아이슬란드 갈 때 산, 70유로였나 60유로였나 아무튼 엄청 비싼 돈 쓰면서 산 마이가 사라졌습니다 ㅠㅠ 마이가 죽어씀다 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저는 마지막까지 옷걸이에 걸려 있던, 상당히 짧고 얇은 마이 하나를 걸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술에 취해서인지 마이가 되게 많이 바뀌었다는데, 제가 제가 가져간 마이의 브랜드와 치수 등을 페이스북 이벤트 페이지에 올리니 여자사람 한 명이 연락 와서 자기 거라고 해서 돌려줬습니다만, 저의 마이는 돌아오지 않았음... ^________^








 뭐 물론 갈수록 점입가경의 병신짓을 하면서 돈을 더 날려먹은 지금에야 그러려니 하겠습니다만, 당시 6~70유로의 충격은 굉장히 컸습니다. 입맛이 뚝 떨어질 정도. 최근의 병신짓을 생각하면, 재밌게 놀 때마다 돈을 크게 잃는 게 저의 요즘 트렌드인 것 같네요.






 뭐 어찌 되었건 저는 신나는 파티 끝에 이런 멘붕한 마음을 끌어안고, 너무 늦었기에 제 방 말고 글렌 방으로 들어가 잠에 들었습니다 ㅠㅠㅠㅠㅠㅠ












꼐속








9월 12일, 토요일 오후 8시









 ...저번 포스트에서 언급했던 그 엄청난 일이란, 






약속된 메탈의 땅 핀란드에서 






콘서트에 간다는 거였습니다.







뭐 메탈이 아니고 포스트락이지만...





 콘서트장은 뙬뢰(Töölö) 근처에 있었습니다. 참 글자만 봐도 어지러운데 발음하기 너무힘듦 ^_^;;




 뭔가 사람이 모여있는 걸 보니 이곳이구나!



도-착


 들어가기 전에 맞은편 마트에서 맥주를 한 캔씹 삽니다. 마침 살 수 있는 술의 개수가 팍 줄어드는 9시 직전이어서 타임어택의 느낌이 났네요. 들어가길 기다리고 있으니 우왕ㅋ굳ㅋ 너무 설렘...







 제가 이번에 온 콘서트는 God Is an Astronaut이라는 아일랜드 포스트락 밴드의 공연입니다.




 사실 포스트락?하면 굉장히 낯선 장르인데요. 저한테도 그렇습니다. 파워/심포닉 메탈 때문에 핀란드를 알게 된 거지 포스트락은... 시규어 로스라고 아이슬란드 밴드가 유명한데, 몇 번 듣다 안 맞아서 안 들은 기억밖에는ㅠㅠ 물론 포스트-어쩌구 들어가는 것이니 당연히 설명하기도 힘듭니다.






 일단 포스트락 곡들을 하나로 묶는 건 힘들겠지만, 하나의 지향점이라면 '락의 해체'나 '락의 극복'이고, 그러한 경향이 굉장히 다양한 방향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통일성을 제시하기는 힘들어요. 특징이라면 반주가 굉장히 길다는 것 정도가 생각나는데 이거야 제가 뭐 많이 들어 본 적이 없으니... 같이 '반주가 길다' 하더라도 제가 위에 쓴 시규어 로스의 경우 가사/반주의 비중이 일반 락과 대동소이하다면 이번에 듣는 God Is an Astronaut의 경우 거의 보컬 부분이 없다시피합니다. 이쯤되면 뭐 락을 뛰어넘는 걸 넘어서 일반적인 밴드 음악을 뛰어넘으려는 시도 같은 느낌이죠.



 그치만 일단 저 말고도 저희 튜터 그룹에서 셋이나 같이 갈 수 있는 락/메탈 콘서트가 여기가 처음이었기도 하고, 그 같이 가는 친구들이 다 친한 애들이었으며, 게다가 가격도 20유로대로 비교적 저렴하고 (나이트위시는 50유로가량^_^), 유투브에서 이 분들의 음악을 들어보니 굉장히 독특하면서 신비한 느낌이 들어서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매우 잘 한 선택이었음!





 근데 이때까지만 해도 적응 안 됐던 Security Fee 때문에 짜증이. 3유로를 더 내야 한다길래 덥기도 해서 티셔츠랑 바지 빼고 다 벗어서 맡겨버렸습니다 부들부들. 한국은 안 이런데 왜 이러지 생각하다가, 한국에서 콘서트장이나 클럽 가 본 기억이 없으니 뭐 비교도 못 하겠군요. 뭐 파리 테러가 난 것을 아는 지금으로서는 여기에 불만을 가지지는 말아야겠습니다...




 무대가 세팅중인 콘서트장. 콘서트라고 해서 막 큰 경기장이나 홀이 아니고, 사각형 모양의 꽤 작은 강당같은 느낌의 장소입니다.





 그리고 온 기념 사진...




 ...은 개뿔.







 그러니까 후레쉬로 너네부터 찍고,






 같이 찍습니다.





 왼쪽부터 어제 베이스를 친 이탈리아에서 온 알레산드로와 포르투갈에서 온 로드리고, 항상 개꿀잼인 영국에서 온 글렌, 그리고 저...







 ...음 네 그렇습니다.



아이슬란드 티셔츠I had... had...


 아이슬란드에서 산 이 티셔츠를 입었습니다. 솔직히 입을 때 어차피 셔츠 안이니까 하고 별 생각 없이 입었는데 이렇게 다 벗게 되니 굉장히 전위적인 느낌이군요. 마치 회의장에서 정장을 입거나 예식장에서 턱시도를 입은 것처럼, 콘서트장에서는 엘프 티셔츠, 굉장히 잘 갖춰 입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아이슬란드 최고의 인기 직업



부러운 직업입니다.







 아무튼 곧 누군가가 들어옵니다.



 그런데 기다리던 God Is an Astronaut은 아니고, 어떤 핀란드 기타리스트 아재인데 굉장히 기타를 특이하게 치면서 특이한 노래를 특이하게 부릅니다. 처음엔 뭥미 했는데 퍼포먼스가 웃기셨음ㅋㅋㅋ



 몇 곡 하시고 박수 받으면서 내려가십니다.











 그리고... 곧 등장.


God Is an AstronautGod Is an Astronaut


 우와잉으읨ㅇ느리ㅡㅍ큼ㅇㄴ르밍ㄻ으리ㅡ빋ㄱㅂ


 락이나 메탈 콘서트 처음인데 격렬하고 빠른 음악이 아니어서 그러니 굉장히 무겁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등장해서 바로 음악을 시작하는데 너무 부드러워서 좋았음...


God Is an Astronaut


 그러니 여러분도 음악을 들으면서 그 느낌을 느껴보세요. 물론 어마어마하게 취향을 탈 것 같습니다.




2013년 앨범, All Is Violent, All Is Bright




God Is an Astronaut


 으으앙닁ㅁ름릪ㅍㅁㄴㄻㄹㅇㅁ


 저는 콘서트 처음 가서 (몇 번이나 말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알게 된 건데, 확실히 컴퓨터나 이어폰으로 듣는 거랑 빵빵한 스피커로 열광적인 분위기에서 듣는 건 정말 차원이 다른 것 같습니다. 컴퓨터로 들을 때는 몽환적이면서 묵직한 분위기에 비해 파워가 떨어져서 락같지 않다고 느꼈는데, 콘서트장에서 들으니 그 파워가 충분히 보강되어서 정말 최고...


God Is an Astronaut


  한 곡 끝날 때마다 "Thanks a lot!"이라고 인사해 주십니다.


God Is an Astronaut


 아무튼 그러니까 포스트락을 저처럼 별로 안 좋아해도 콘서트장 가면 느낌이 다르다는 결론입니다. 핀란드는 락/메탈 인프라가 정말 좋아서 많이들 공연을 오니까, 평소에 듣던 밴드가 아니더라도 합리적인 가격에 기회 되면 꼭 가세요 두번 가세요.


God Is an Astronaut




2015년 앨범, Helios Erebus




 사실 조회수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렇게 인기있는 밴드는 아닙니다. 그래서 콘서트 가격도 저렴했던 것이기도 하구요.


God Is an Astronaut


 그치만 정말 약간 다리가 아픈 것 말곤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God Is an Astronaut


 이 쯤 되어 기존 공연이 끝나고 앵콜 곡들이 나올 차례인데, 정말 웃겼던게 ㅋㅋㅋ


 기타리스트가 앞으로 나오더니,


 "원래 이제 우리가 들어가고 여러분이 우릴 불러낼 차례입니다. 그치만 지금은 2015년이잖아? 다 알잖아요, 그런 거 다 귀찮고 다 아니까 그냥 잠깐 불 끄고 뒤로 돌아섰다 올테니 박수 많이 쳐주세여."


 하고 불끄고 뒤돌아서서 3걸음 걷고 박수듣고 다시 돌아옴ㅋㅋㅋㅋㅋㅋㅋ완전 쿨하면서 웃겼습니다 ㅋㅋㅋㅋ


God Is an Astronaut


 마지막!


God Is an Astronaut


 으으... 끝이다 ㅠㅠ




 끝났습니다.




 밖에서 사인을 해 주고 계시길래 엘프 티셔츠에 사인을 받을까 하다가 몇번 빨면 지워지겠지 해서 걍 안 하는 걸로. 








 지금 글 쓰고 있는 12월 16일 기준으로, 제가 더 좋아하는 밴드인 스웨덴 파워 메탈 밴드인 사바톤(Sabaton)이 12월 19일에 헬싱키 근처 에스포(Espoo) 스트라토바리우스, 감마 레이와 함께 공연을 하는데, 정말 가고 싶은데 같이 갈 사람도 없고 요즘 삽질해서 돈도 어마어마하게 많이 날렸는데 가격도 55유로나 해서 못 갈 것 같은 걸 생각하면, 정말 이 때는 행복한 시절이었군요. 광광 우럭따...











 그리고 여운을 안은 채 친구들과 헤어져 집에 간 뒤, 멍때리면서 게임 좀 하다가, 새벽에 라면을 끓여먹고 있는데 ...















엥!?







갑자기 네덜란드 플메 둘이 소파를 들고 올라옴...






"버리려던 걸 주웠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





 들고오자 마자 갑자기 내려가서 하나 더 들고 와서, 소파가 두개나 되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




 버려져 있던 거라 불안하긴 한데, 대충 닦아내고 말리고 하니까 뭐 의외로 냄새도 안 나더군요 ㅋㅋㅋㅋㅋ 진짜 뭔가 새벽에 파티 끝나고 소파를 들고 올라오다니, 이게 자유의 나라 네덜란드인가 ... 정말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한다는 게 이런 느낌인가 봅니다 ^오^




 그리고 뭐 어찌 되었든 플랫에 소파가 생겨 급 행복해진 저는, 행복한 느낌을 조금이라도 더 간직하기 위해 더 이상 깨어 있어 궁상떨지 않고 빨리 자야겠다고 다짐하고 잠에 듭니다.

















꼐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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