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일, 수요일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이 12월 16일인 것을 생각해 보면, 사실 한 달 뒤의 일기가 '사진역사학'이었고 두 달 뒤의 일기가 '사진고고학'이었다면 지금은 뭐 '사진방사선측정학'정도는 될 것 같은 느낌입니다. 기억의 재구성... 기억의 재구성... 그렇지만 다행히 9월 9일의 이 일기는 10월 말에 사진을 업로드해 두었으므로, 그 때의 온기가 남아 있...나? 


 현장감이 생명인 이런 류의 생활기를 지금 쓴다는 것은 착잡하지만 제가 이걸 쓰는 목적은 무의미의 침식에 맞서기 위함이므로 일단 씁시다.













 이 날은 첫 한국어 수업이 있는 날이었을 겁니다. 아마두요. 저는 한국어 3 수업과 한국어 2 수업의 도우미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신기하게 딱 한 단계 차이가 나는데 구성원의 느낌이 확 달라요. 한국어 2 수업이 한국어와 기타 동양어를 전공하는 저학년 학생들 위주라면 한국어 3 수업은 연령대가 대체로 높고 전공도 다양한 느낌? 그리고 교수님의 말씀대로라면 한국어 2 수업은 분위기가 좀 별로...고 3 수업은 굉장히 화목하다고 하시는데, 제 생각에는 그냥 한국어 2 수업 학생들이 한국어를 잘 못해서... 였던 것 같아요.




 아무튼 이날은 한국어 3 수업이었습니다. 한 분을 제외하고는 다 여자 분들이었어요. 몇몇 핀란드 학생들과 말을 틀 수 있었는데, 한국 갔다 온 분들도 굉장히 많았고 한 명의 남자 분은 한국을 스2 때문에 좋아하게 되었고 한국인 여자친구도 있으시다고!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 여학생 세 명과 함께 한국어 도우미를 했습니다. 아마 저는 한국어가 통하는 핀란드인을 만난 게 너무 신기해서 말을 너무 빨리해서 많이들 당황하셨던 것으로 기억...





헬싱키 대학교 유니카페


 수업이 끝나고 같이 밥을 먹습니다. 사진을 보니까 배가 고프네요. 그런데 아마 보나마나 간이 덜 되어 있을 거라서요, 소금이 필요한 식단입니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 헬싱키 하드 락 카페에서 각자가 악기를 가져와서 공연할 수 있는, 오픈 스테이지 행사가 있다고 해서 거기에 가기로 결심하고, 뭔가 집에 갔다 오긴 시간이 애매해서 학교에서 기다리기로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헬싱키 대학교는 8시에 닫아요...








그런데 행사는 10시에 시작...




ㅠㅠ





학교 앞 맥도날드


 그래서 맥도날드에서 시간을 떼우기로 합니다. 아 맥날 보니까 더 배고프다ㅠㅠ


 신기했던 게 예전의 그... 뻘쭘하게 서 있었던 클럽에서 만난 사람들 중 한 명, 제 튜터 베이코의 룸메 중 한 명이 여기서 알바를 하고 있었어요. 우왕ㅋ굳ㅋ. 뭔가 헬싱키 대학교라니까 맥도날드 알바가 안 어울린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나봅니다. 그치만 여긴 핀란드니까요. 사교육 시장이 그리 크지도 않을 뿐더러, 맥도날드의 페이도 굉장히 높으니 문제는 없습니다. 물론 덕분에 햄버거 값도 비싸구요.




 한편 약속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고 생각하여, 저는 9시 50분까지 도착하려 길을 나섭니다.



헬싱키 하드 락 카페


 도착했다.


























 ...그리고 시작된 참교육.











 안 와요 안 와.






 ... 절대 약속시간에 오면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저의 교환학생 친구들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니 오늘 온다는 사람들, 이탈리아 셋, 이스라엘 하나, 체코 하나... 그렇습니다. 다 남쪽 사람들이군요 ㅠㅠ... 피부로 느낀 먼나라 이웃나라는 가혹했다...



헬싱키 하드 락 카페


 다행히 뭐 9월이라 밤이라고 춥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참교육의 감동이 온 몸을 전율시키는 것은 막지 못했습니다.







헬싱키 하드 락 카페


 그러나 결국 기나긴 기다린 끝에, 입장.




헬싱키 하드 락 카페


 누군가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하드 락 카페에 온 건 처음이에요. 인도에서 소고기를 파는 거의 유일한 음식점이라길래 갈까 하다가 비싸서 가지 않았었습니다. 한국에는 잠실과 해운대에 있다고 해요.


헬싱키 하드 락 카페


"...where the classes could happily mingle."


 ...가격을 보고 얘기합시다 양심이 있으세요 업주님? ^_^;




헬싱키 하드 락 카페


 벽에는 유명 락 스타들의 물건들이 걸려 있습니다. 뭐 당연히 레플리카겠지만유.



헬싱키 하드 락 카페


본 조비의 기타..!



헬싱키 하드 락 카페


 마돈나, 리한나, 그런데 리한나가 락이었나, 몰랐네유. 아님 그냥 셀레브리티라서 걸어 둔 건가. 하긴 워낙 다양한 음악을 하긴 하지만요.



헬싱키 하드 락 카페


 빠질 수 없는 존 레논.


헬싱키 하드 락 카페


 그런데 저희 팀 앞에 하도 팀이 많았어서 자리가 정리되는 분위기.


 물론 제가 공연을 했으면 좋겠지만... 저는 공부밖에 모르는 사람이라, 아니 요즘은 공부도 모르지만, 하여튼 게으른 사람이라 공연은 못 하고, 그냥 공연하는 친구들 응원하러 온 것입니다. 그런데 너무 늦어버려서 이미 판이 다 정리되는 분위기이니, 더욱 열렬히 응원해야겠죠. 물론 늦은 것은 너희들이 나를 기다리게 한 응분의 댓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____^


헬싱키 하드 락 카페


 그러니까 기다리는 도중에 셀카나 찍읍시다.


헬싱키 하드 락 카페


 이렇게.


 요즘 보는 모습이랑 머리가 많이 달라서 사진 보면서 제가 깜짝깜짝 놀라네요.


 

헬싱키 하드 락 카페


 어느덧 준비를 완료한 친구들. 페라스는 드럼을 치고, 이탈리아에서 온 알레산드로는 베이스를 칩니다. 그리고 한 명은... 아마 스탭 같아요. 


헬싱키 하드 락 카페


 우와아아으으우와아




 공연 동영상도 찍었는데 제가 몸을 너무 상하로 많이 흔들어서... 아마 기분이 좋아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나쁘지 않은 공연이었어요. 관중석은 적막했지만... ^_^;;


 이렇게 저는 오늘도 생존을 마치고 밤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하였었다고 추측합니다.



















제발... 꼐속








노르웨이 여행 둘째날(2): 2015년 10월 18일 일요일, 16:30




 마지막 교환학생 일기는 10월 27일에 업로드되었고, 지금 제가 드디어 이 여행기를 쓰는 오늘의 날짜는 12월 15일. 열심히 쓰겠다는 수많은 약속, 모두 의미가 없었습니다. 제가 활동이 없어서였는지 심지어 댓글을 다셨다 지우신 분들도 있으시더라구요. 그런 고로 더 이상의 약속은 어차피 신용이 없을 게 뻔하므로 안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ㅠㅠ... 어디부터 써야 되는지도 기억이 안 나네...


 뭐 굳이 앞으로의 계획, 청사진 같은 걸 말씀드리자면 그때 그때의 감정, 느낌이 살아있는 게 중요한 '일기'보다는, 나중에 봐도 느낌을 쉬이 떠올릴 수 있는 여행기를 다 쓰는 데에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그러니까 '존재할 수도 있었던' 이데아적인 글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그나마 여행기가 품질의 열화가 덜할 것 같아서요. 그렇더라도 집에 가서 뭐 학교를 다니건 고시 공부를 하건 완결은 낼 겁니다. (물론 안 믿으셔도 됨) 교환학생 생활 자체가 여행이었으니까요.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오슬로 시청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노벨 평화 센터! 사실 오슬로에 오기를 결정하고 오슬로에 대해 알아보면서 가장 기대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아시다시피 노벨은 스웨덴 사람이고, 노벨상은 (노벨이 창시하지 않은 경제학상만 제외하면) 스웨덴 한림원에서 수상자를 선정하여 시상합니다. 그런데 평화상만은 노르웨이 의회 노벨상 위원회에서 선정하고 오슬로에서 시상합니다. 사실 노벨이 왜 평화상만 노르웨이에 권한을 넘겼는 지 모르겠어서 대충 웹서핑을 해봤는데 명백한 근거는 없고 여러 가지 설들이 있더군요. 아무튼 이로 인해 오슬로는 '평화의 도시'라는 이명을 얻었습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입장권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입장권


 노벨 평화 센터 입장권입니다. 스티커 형태인데, 특이하게도 노벨 평화상 수상자 이름과 수상 연도가 적힌 스티커를 손에 붙여 줍니다. 저의 스티커는 1975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안드레이 사하로프! 옛 소련의 반(反)핵-인권 운동가입니다.





 캐서린은 하루 종일 돌아다녔더니 피곤하다고 쉰대서... 알겠다고 하고 센터로 들어갑니다. 근데 캐서린이 벨라루스 출신이라 그런지 반미-반서방적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 그것 때문인가 싶기도 하고 ^_^;;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기념품점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기념품점


 기념품점 쪽으로 먼저 들어가봤는데, 여러 기념품들이 있지만 역시 역대 수상자들의 얼굴이 나온 엽서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띄네요. 기념품점은 나중에 나올 때 또 들릅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전시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전시


 1층에서는 TARGET이라는 이름의 전시를 하고 있었어요. 들어오기 전에 노벨 평화 센터 밖에 그 이름이 걸려 있었죠. 이처럼 센터 1층은 평화와 관련된 전시 공간으로 운영되고, 센터 2층은 노벨 평화상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전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TARGET은 말 그대로 '표적'이죠. 수많은 '표적'들, 세계 각국의 여러 무력 집단에서 살인 훈련을 위해 사용하는 다양한 표적들의 이미지와, 그 표적들로 훈련을 받는 군인들, 그로 인해 변화하는 '적(Enemy)'에 대한 이미지와 관념이 전시의 핵심입니다. 지금 보니 제가 가기 한 달 전인 9월 25일에 시작했었고, 내년(2016년) 5월 22일까지 전시가 계속되는군요.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각국 병역제도 현황을 나타낸 지도.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나라별 병력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세계 각국의 병역 및 병력 현황. 대한민국도 역시 붉은색(징병제)으로 칠해져 있습니다. 병력은 65만 5천 명.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군인들. 군인들 사이에는 사람이 아닌, 그러나 사람 얼굴의 모양을 한 표적이 있네요.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당연히 한국군 병장님의 얼굴에 잠시 시선이 가 박혔습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첫번째가 가장 어렵다는 것은 신화다. 나에게는 하나도 어렵지 않았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더 많은 군인들, 누군가에겐 총의 표적일 군인들의 모습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제가 지내고 있는 핀란드 사진도 있네요. 핀란드의 전사자 묘지의 모습입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중동의 미군. 전쟁은 모두에게 끔찍합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총기로 누군가를 죽이는 것은 뇌가 아니라, 우리가 '근육 기억'이라 부르는 것에 의해 이뤄진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동영상 전시실. 세 면에서 동영상이 나옵니다. 한 쪽에서 표적이 총을 맞고 쓰러지면, 다른 쪽에서 표적이 튀어오르고... 피도 전혀 튀지 않지만 총소리와 과녁만으로 전쟁의 끔찍함을 전해줍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전쟁은 정치인들의 체스 게임이고 우리는 말이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음성 자료를 들을 수 있는 곳입니다. "킬러의 독백"이 굉장히 인상깊었어요. 다만 제가 못 찾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음성은 영어로 나오는데 자막은 꿋꿋이 노르웨이어로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_^;;



 이 전시에 대해 궁금하시면 오른쪽 링크를 눌러 공식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시길! 노벨 평화 센터 TARGETS 전시 공식 웹사이트






















 총소리와 표적들 사이에서 멍한 시간을 보냈던 1층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본격적인 노벨 평화상 전시 공간이 나옵니다.


 




 가장 먼저 저를 맞아주시는 분은, 2014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카일라시 사티아르티! 인도에서 평생 아동 인권과 교육에 투신하여 오신 분입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전시카일라시 사티아르티


 예전에 인도에 여행을 갔었던 게 생각나 홀린 듯 글을 읽었습니다. 너무나도 강한 전통을 지녀 변화가 가장 느리고 더딘, 게다가 가난까지 겹친 거대한 나라 인도의 그 많은 어린이들을 품으려면 얼마나 큰 마음을 지니고 있어야 할까요. 정말이지 생각만 해도 아득하고 존경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아마... 엥!? 2014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 어린 여자애 아니였냐? 라고 하신다면 맞습니다. 작년에는 이 아저씨와 말랄라가 공동 수상했습니다. 여자애만 기억해주는 더러운 세상...은 아닙니다만 최연소 수상이라는 말랄라의 너무나 큰 이슈성에 살짝 묻힌 감이 있긴 합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전시


 두 수상자의 수락 연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전시말랄라 유사프자이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는, 아동 인권, 교육, 나아가 정의와 관용의 상징이자 화신이 된 말랄라. 평범한 인간인 저로서는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할 용기를 낸 97년생 10대 소녀.  탈레반에 지배받고 있는 파키스탄의 극도로 근본주의적인 지역에서도 배움의 의지를 놓지 않았고, 탈레반의 살해 협박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과 느낌을 글로 써냈고, 그로 인해 결국 총을 맞게 되었지만 기적과 같이 살아나 노벨 평화상을 받았고, 지금도 근본주의와 가난에 대항하여 아동 교육과 인권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전시




"모든 아동은 언론의 자유가 있다."



"모든 아동은 교육의 권리가 있다."



"모든 아동은 쉬고 놀 권리가 있다."



"모든 아동은 해로운 노동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이 둘의 전시 공간을 지나 보게 된 곳은,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의 모습이 스크린에 담겨 빛나는 정말 아름다운 방이었습니다. 헉 소리 나게 아름다웠는데 어두운 공간이어서인지 사진이 그 아름다움을 다 담지를 못하네요. 다만 역시 너무 감동해서인지 중국인 커플이 DSLR로 찰칵찰칵 소리를 내면서 막 사진을 찍고 다녔는데 그러진 맙시다 제발ㅠㅠ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빛나는 수상자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유일한 한국인 수상자의 사진도 있네요.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김대중 전 대통령, '햇볕 정치인'으로 설명되어 있습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얼마 전 미얀마 총선에서 승리한 아웅 산 수 지 여사의 스크린입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민주주의는 자유와 합치하는 유일한 이념입니다. 


민주주의는 또한 평화를 추구하고 굳건히 하는 이념입니다. 


그러므로 민주주의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유일한 이념입니다. 


이것이 제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이 투쟁에 참여하는 이유입니다."








 당시 노벨 평화상 2015년 수상자로 튀니지 국민4자대화기구가 선정된 지 약 1달 후였는데, 공식 시상식이 아직 이뤄지지 않아서인지 스크린에는 없었습니다. 아마 지금 쯤엔 카일라시와 말랄라의 전시도 튀니지 국민4자대화기구로 바뀌지 않았을까 싶네요.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다음 방에는 책 모양의 전시물이 있습니다. 정말 책은 아니고 영사된 것입니다. 책장을 넘기면 다음 스크린이 펼쳐집니다. 노벨의 노벨상 제정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사실 오래되어 내용이 기억이 안 나네요 죄송합니다ㅠㅠㅠ 이래서 기록은 바로 바로 남겨야 하는 것이거늘...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그러나 책 자체는 아름다웠습니다. 실제 책이 아니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해상도가 높았어요.





 




 그 다음 방에 들어서자, 칠판이 저를 맞이합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PEACE


 세계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에서 온 수많은 사람들의 글들이 쓰여 있어 너무나도 아름다웠습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이 방의 주인공은 달라이 라마. 1989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지요. 티벳 독립 운동의 지도자입니다. 현재 무장 투쟁 노선을 포기하고 평화적 노선으로 선회하였으며, 인도 북부 맥그로드 간즈에 거처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소심하게, 세계 평화라고 쓰고 나왔습니다. 


못난 글씨체를 둔 독자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다음 전시실에서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 선정 과정에 대해 다루고 있었습니다. 역대 노벨 평화상 수상자, 각국 의회 의원, 법학·정치학·역사학 교수 등 자격을 갖춘 사람들에 의해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된 수많은 후보자 중, 노르웨이 의회 구성원 중 5명으로 구성된 노벨 위원회에서 심사하여 최종 수상자를 선정합니다. 위의 사진은 노벨 평화상 후보 심사 과정에서 사용된 카드인데, 여러 쟁쟁한 후보들 중 사람이나 단체를 꼽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노벨 평화상 수상에 잡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평화'라는 개념 자체가 굉장히 정치적이기 때문이죠. 대표적으로 미국 대통령 시어도어 루즈벨트는 '러일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한 공로'로 1906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고, 이로 인해 한일합방이 확정되었습니다. 노벨 평화상도 제국주의라는 시대적 배경을 초월할 수는 없었기에 어쩔 수 없다지만 씁쓸한 일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점점 이처럼 반-평화적 인물에 평화상을 주는 일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흔히들 노벨 평화상의 공신력 얘기가 나오면 거론되는 것이, 히틀러나 전두환, 푸틴도 후보에 올랐다는 것이지만, 이는 각국 의회 의원이나 관련 분야 교수 등 다양한 사람들이 노벨 평화상 후보를 추천 가능하기에 일어나는 문제일 뿐, 최종 심사에서 이러한 사람들이 노벨상을 받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비록 때로 정치적 지향 때문에 급진적이거나 모호한 이유로 노벨상을 수여하기도 하지만, 근래에는 배제될 사람들은 상식 선에서 배제되어 왔고, 투명하게 운영되어 왔습니다.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에 관해 말이 많았죠. 지금도 논쟁적인 문제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노벨상 수상의 이유로 거론되었던 햇볕 정책의 의도나 효과에 대해 비판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노벨상 위원회에 뇌물을 줬다느니 음모론을 펼치는 것은 무리수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아웅산 수 지, 만델라, 시린 에바디 …….


 전시가 끝나고 다시 1층으로 내려가는 마지막 공간에, 여러 수상자들의 사진이 걸려있습니다. 바로 감옥에 갇힌 적이 있었던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입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그리고 바웬사, 마틴 루터 킹 주니어, 카를 폰 오시에츠키, …….


 정말 수많은 수상자들이 한때 감옥에 갇혔었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인권이 누구의 희생으로 얻어진 것인지, 되돌아보도록 하는 공간입니다. 가장 왼쪽에 보이는 카를 폰 오시에츠키는 나치 독일 치하에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였고, 결국 1938년 수용소에서 결핵으로 사망하기까지 했습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류샤오보.


 그리고 단 한 명, 단 한 명이 아직 갇혀 있습니다. 2010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중국의 운동가 류샤오보는 국가 전복 혐의로 11년형을 선고받아 현재 교도소에서 복역 중입니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지 못하도록 막았을 뿐 아니라, 그 동료들과 가족, 친척들의 출국까지 모두 막아, 노벨 평화상을 빈 의자에 수상하는 유례 없는 일이 벌어졌었죠. 언제 중국에 진정한, 아니 적어도 한국 정도의 언론의 자유가 가능하게 될 지, 류샤오보가 언제 출옥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언젠간 가능하리라 한 번 믿어 봅시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기념품점


 내려온 기념품점. 엽서를 몇 담았습니다. 이 사진에서 왼쪽이 프리드쇼프 난센, 중간이 민족자결주의와 국제연맹의 제창자 우드로 윌슨, 그리고 오른쪽이 테디 베어로 유명한, 그리고 한일합방을 확정지은 시어도어 루스벨트입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기념품점No tanks, thanks.


 묘하게 어떤 한국인이 생각나는 엽서네요.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기념품점愛, 安


 사랑과 평안.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기념품점


 재활용품으로 만든 장신구들. 굉장히 예뻤습니다만, 노르웨지언 프라이스... 허헣 ^_^;;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기념품점


 정말 마음에 드는 티셔츠인데! 티셔츠인데!! 아동용 사이즈밖에 없습니다. 티셔츠가 너무 비싸서 다른 건 살 맘이 안 들고, 이거 하나 사고 싶었는데 못 사서 눈물이ㅠㅠ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서점


 기념품점에는 서점이 같이 있는데, 여기서 또 노벨 위원회에 한번 놀랐습니다. 마더 테레사는 1979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죠. 그런데 마더 테레사의 위인전 뿐 아니라, 마더 테레사가 위선자라고 엄청나게 비판한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책 The Missionary Position도 나란히 진열되어 있는 위엄찬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한국어로는 '자비를 팔다'로 번역되었습니다만, 원래는 '선교사의 위치'를 의미하며, 사실 일반적으로 '정상위(네, 그 체위)'를 의미합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서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기념품점


 흥미로운 세계지도. 긁으면 색이 나옵니다. 어린이들에게 사 주면 지리에 관심이 좀 더 생기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게임이 훨씬 빠르겠습니다만 저처럼 인생이 망하니까...






 노벨 평화 센터에서 나와, 엄청 배고파 보이는 캐서린과 함께 뭔갈 먹으러 갑니다.


오슬로 페페스 피자


 너무 비싸서 먹을 엄두도 못 내면서 놀아다니다가, 아몰랑 그냥 먹자!해서 들어간 피자집.



오슬로 페페스 피자


 페페스 피자. 앞으로도 자주 보게 됩니다만 먹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



오슬로 페페스 피자


 피자 하나당 2~3만원 하는 아름다운 모습. 게다가 노르웨이까지 와서 이탈리아-미국 음식이라니 ㅠㅠ





오슬로 페페스 피자


 다만 엑스트라는 쌉니다. 저거만 먹고 떼울까 하는 생각을 0.3초동안 했다가 포기. 피자 한 판과 사이드 샐러드를 시킵니다.




오슬로 페페스 피자


 그치만 나온 피자는 어마어마하게 만족스러운 크기와 질감이었습니다. 오오 페페스 피자 오오. 하긴 이 돈 냈는데 맛없으면 굉장히 빡쳤을 듯. ^_____^






오슬로 페페스 피자


 으아아아아 잠깐 물가를 잊고 식도락에 빠집니다. 먹고 나서 어마어마한 지출에 후회했지만 먹을 때 쾌락을 보장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웃긴 게 오른쪽 테이블에 굉장히 근육 우락부락한 남자 둘이 피자 먹고 있길래, 캐서린이 오오 멋지다 했는데 갑자기 둘이 격렬 키스를...





... 정말 이건가










 근데 올리고 보니 저는 smart도 nice도 handsome도 아닌데 여집합의 정의는 없군여 어허헣 ㅠㅠㅠ





오슬로의 밤 거리


 어느새 어두워진 오슬로.


오슬로의 밤 거리


 ...그런데 정류장을 지나치기까지 해서, 결국 숙소로 돌아옵니다.






 숙소에서 에어비앤비 호스트였던 표트르, 지나와 얘기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희 기차가 새벽 4시 15분이었는데, 단 1박 요금만 냈음에도 불구하고 밤까지 계속 있게 해 주고, 심지어는 가면서 배고플 거라고 요구르트까지 ㅠㅠ



요구르트


 요구르트 받으면서 정말이지 너무 감동했습니다 ㅠㅠ 으아 이 동네의 미친 물가를 생각하면 정말 더더욱 감격스럽죠.












 근데 하필 여기서 캐서린과 싸움이 나서,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아침에 이어) "You never listen to me."라며 단단히 화가 났습니다. 제가 아침에 캐서린 말 안 듣고 했다가 밥 망친 것 하며, 제가 낮의 바이킹 박물관에서 찍은, 캐서린이 웃기게 나온 사진을 페북 단체방에 올린 것 때문에 화가 났다는데요. 


 근데 저는 아침에 밥을 제가 알아서 잘 하고 싶었을 뿐이고, 그건 미안하지만, 아니 사진때문에 갑자기 엄청 화내면서 그러는 게 너무 이해가 안 되어서 짜증이 나는 바람에, 장기전으로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그 사진을 올리지 말라고 했다는데 전 다른 사진 올리지 말라고 한 건 기억나지만 그 사진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안 나기도 하구요, 더군다나 노트북도 안 가져와서 계속 쓰게 해 줘서 할 일도 잘 못 하고 있었고, 계획 등등 많이 맞춰 줬다고 생각했는데 별 것 아닌 걸로 너무 짜증 내니까 돈 몇 푼 아끼려고 왜 얘랑 같이 왔지 하는 생각까지 들어서 기분은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콩간지내가 속이 더럽게 좁은건가...





 뭐 사실 그냥 미안하다고 했으면 될 일인데 피곤과 짜증까지 겹쳐 굉장히 속이 좁은 모습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노벨 평화 센터를 보고 온 정신상태 치고는 정말 글러먹긴 했네요. ^___^;









 결국 에어비앤비 호스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어색하지만 중앙역으로 향합니다.


오슬로 버스 터미널


 거의 막차를 타고 나왔는데 기차역은 아직 열리지 않아, 좀 더 기다리기 위해 찾은, 역 근처의 버스 터미널.


오슬로 버스 터미널


 역 대합실에서 블로깅을 했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블로그에 글을 썼구나, 사진을 보고 깨닫습니다 ㅋㅋㅋㅋ


오슬로 버스 터미널


 나쁘지 않은 라운지 풍경. 쌀쌀하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열심히 잡니다.








오슬로 중앙역


 그리고 마침내 문이 열려 들어올 수 있었던 기차역! 3시 56분이라는 시간을 보니 제가 다 답답하네요 ^_^; 스타방에르로 가는 4시 15분 첫 열차를 타기 위해 플랫폼으로 향합니다.


오슬로 중앙역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잠시 기다리는데, 한국인 두 명이 지나갔습니다. 남자 한 분과 여자 한 분인데, 자전거로 여행 중이셨어요. 그런데 시간도 시간이고 멍-하니 있다가 놓쳐버리고 말았습니다.



노르웨이 기차


 마침내 기차에 탑승, 기차는 스타방에르로, 자그마치 8시간의 여행을 시작합니다.











노르웨이 여행 지도, 10/19노르웨이 여행 지도, 10/19


...그렇게 저는, 스타방에르로 가...가버렷!



스타방에르에서 꼐속









9월 8일, 화요일






 8일 화요일. 오늘은 한국인 파티가 있는 날입니다.







 웰컴 페어에 이어 있었던 정신 없는 파티의 시기에, 헬싱키의 타이거 클럽에서 다른 학교로 온 한국 교환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죠. 그래서 다른 학교 교환학생들과 같이 모여서 한국 음식도 해먹고 등등 파티를 하기로 한 날이, 바로 오늘... ^_^;;











 그.러.나. 오늘은 또한 수업이 있는 날이기도 하니 일단 수업을 들읍시다.




 핀란드의 학식, 유니카페에서 먹은 밥. 2.6유로 치고 정말 혜자하게 나왔습니다만 이건 운이 좋았을 때입니다. 운이 안 좋으면 그냥 샐러드만 왕창 담게 되는 수가 ㅐㅇ겨요. 저거 다시 보니까 배가 고프네... 아무튼 혜자하게 나온 유니카페 감사하게 먹어줍시다.




 헬싱키 대학교 학생들과 모여서 가기로 했으니 그 전까지 도서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리고 할 것이 없어서 도서관을 이리저리. 마치 중도에 있는 이상한 아저씨들 같네요 지금 생각하니 ^_^;;



 한국어 서적도 도서관 한 켠에 비치되어 있었습니다. 언어 위주로 책이 갖춰져 있었습니다.



 그렇게 기다리다 수업을 마친 다른 학생들과 함께 아시안 마켓에 들러서 음식들을 좀 샀습니다.



 김치와 라면 등등... 하카니에미 역 거의 바로 옆에 있는, 동방슈퍼에서 샀어요. 그리고 K수퍼마켓을 들러 삼겹살과 다른 고기 조금을 삽니다. 너무 예전이라 기억이 잘 안 나네욬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쓸데 없이 장엄한 역 시계탑을 뒤로 하고, 다른 학생들과 모두 만나 자그마치 여섯 명이서, 출발!








 파실라는 중앙역에서 딱 한 정거장, 통근열차를 타고 가면 있어요. 통근열차다 보니 메트로보단 역 간격이 길지만, 그래도 조금 무리하면 걸어다닐 수도 있을 만한 거리입니다. 이런 곳에서 살고 있다니 여기 사는 사람들 부럽습니다ㅠㅠㅠㅠ 콘툴라는 존나 최악인데...













 그리고...








고-기





 고기를 열심히 구워 먹읍시다.





 사실 클럽에서 만난 것이고 그마저도 저와 일부 뿐이라 많은 사람들은 거의 일면식도 없는 상태여서 걱정했는데, 먼저 파실라에 있는 사람들이 반겨 주어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ㅠㅠ 저희 쪽에서 여섯 명, 그리고 파실라에 네 명이 더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는 헬싱키 대학교에서 항상 여초로 지냈는데 이쪽엔 남자가 더 많은 것 같더라구요. 신기했습니다. 





 저렇게 고기를 계속 굽고, 맥주와 사이더를 마셨습니다.



 입이 너무 많아 고기가 금방 동나자, 곧 동원된 파스타에,




감자튀김과 계란말이까지 ㅠㅠㅠ



 저 계란말이는 진심 존맛이었습니다... 으아 계란말이 잘 하는 남자 부럽다 ㅠㅠ





 시간이 늦어 플랫에서 계속 파티를 하기 좀 거시기해지자,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파실라 근처의 야경이 보여서 나름의 운치가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술을 마시고 과자를 먹으며 조금씩 이야기를 하다가, 시간이 되어 헤어졌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때 파티 이후로 여기 파실라 한국 학생들이랑 1번도 못 봄ㅠㅠ 저와 같이 간 여자애들은 그 뒤에 수오멘린나로 놀러가고 해서 친하게 지내나 했는데 뭔가 자연스럽게 만날 일이 없고 하니 교류가 없어진 모양입니다. 노르웨이 여행 끝나고 11월쯤에 다시 만남을 추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집에 돌아간 저는 자기 전에 홀로 마지막 만찬을...











무.파.마.






그렇습니다.




성공한 자의 상징.

사회적 성공의 징표, 무파마.







 사실 무파마는 파실라에서 끓여먹으려고 동방슈퍼에서 산 것인데, 너무 융숭하게 대접을 받아 많이들 남겨 주고, 하나만 제가 가져왔습니다. 물론 이 하나 산 만큼의 돈은 제가 전체 다른 사람들에게 지불하였습니다. 저의 회계는 철저합니다 ^_^;;



 그리고 좀 행운이 있었던 게 평소에는 동방슈퍼에 라면이 거의 없어요. 한국 라면 자주 있는 게 이상한 첨 들어보는 '감자면' 정도. 비 보안에는 라면이 많지만 정작 무파마는 별로 없습니다. 아아 무파마를 먹을 수 있던 이 날은 얼마나 은혜로운 날이었던가.



끓입니다.






끓습니다. 계란 투하!






 후루룩 쩝쩝





꺼-억





 잘 먹었다.






 아침의 유니카페부터, 저녁의 파티와 밤의 무파마까지. 하루 종일 먹을 복이 가득했던 하루를 끝마치고, 저는 내일을 위해 잠에 듭니다.












꼐속








9월 7일, 월요일






그렇습니다. 9월 7일, 드디어,



제 인생은 개강하였습니다.















출처: 먼나라 이웃나라 독일편출처: 먼나라 이웃나라 독일편


이 얼마나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일입니까?








 첫 주에 있던 수업을 수강신청 취소하면서까지 미루고 미루려고 했던 개강이, 드디어 9월 7일, 9월의 둘째 주가 되어 다가오고 말았던 것입니다ㅠㅠ







 정말이지 비탄을 금할 길이 없네요...










 그치만 다행인 건 개강한 수업은 하나 뿐이라는 것입니다. 월요일 아침 수업은 다음 주에 개강, 저녁(자그마치 오후 6시)에 진행되는 핀란드어 수업만 오늘 개강하였습니다. 어찌 되었건 수업 하나가 개강했으니, 저는 교재를 구해야 하는데...




 그러니 저녁 수업인데 귀찮기도 합니다만 일단 집을 나섭시다.




 도서관에서는 매우 당연하게 이미 다 대여가 끝났습니다. 도대체 개강 당일날 대여를 노리다니 어떤 멍청이인지 제가 다 궁금하네요 ;;






 도서관에서 실패를 맛본 저는 일단 sitsit 파티에 돈을 내러 갑니다. 얼마 전에 신청한 학생 파티인데 참가비가 자그마치 15유로. 그런데 사실 그 값을 하긴 합니다 ㅎ;ㅎ;.. 가는 길에 러시아 플메 안드레이를 만났는데 안드레이도 sitsit에 간다고. sitsit에 관해서는 조만간 포스팅하게 되겠지요.



 요런 건물에서 학생들이 돈을 수납하고 있었습니다. 이 건물은 그 뒤로 가 본 적이 없네요 ^_^;;





 아... 이 쯤 하여 사실 한 것도 없는 저는 배가 고파졌으므로 밥을 먹습니다. 어떤 식충인지 제가 다 궁금해지네요;;





 그리고 저는 학교 구내 서점이 있던 게 생각나서 그 곳을 찾기로 합니다.





 음...





헬싱키 대학교 구내서점헬싱키 대학교 구내서점




아담-합니다




 네. 보시다시피 별로 넓지가 않고, 책 뿐 아니라 기념품이라거나 음료라거나 다른 것들도 팔고 있어서 책 진열하는 부분은 더더욱 좁습니다. 혹시나 해서 물어봤지만 역시나 제 교재는 없습니다. 사실 교환학생을 위한 핀란드어 수업 중에서도 쓸 데 없이 마이너한 걸 고르는 바람에 제 인생이 좀 꼬였는데, 여러분은 그 꼬여가는 과정의 극히 초반부를 지금 감상하시고 계신 것입니다. 어헣 어헣.




 그리하여 저는 헬싱키에서 매-우 유명한 서점인, 아카테미넨 서점(Akateeminen Kirjakauppa)에 가기로 합니다.




아카테미넨 서점 정문아카테미넨 서점 정문


 이 곳이 바로 아카테미넨 서점. 도심 근처, 스톡만 바로 옆에 있습니다.




 이 곳은 사실 단순히 책 사는 곳으로뿐만 아니라, 관광지로도 유명합니다. 바로 핀란드의 유명한 건축가인 알바르 알토(Alvar Aalto)가 지은 건물이기 때문이에요. 대가의 이름 답게, 정말 북유럽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건물입니다.






 으아아. 헬싱키 대학교 도서관도 그렇고, 하늘이 뻥 뚫린 구조가 대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반원 모양으로 한쪽 귀퉁이를 뚫어 놓은 도서관과는 달리 아카테미넨 서점은 사각형으로 중앙이 뚫려 있어요. 간결하고 깔끔한 느낌을 줍니다. 물론 필터떡칠은 필송합니다.



 진열된 책들.



 천장에는 창이 뚫려 있어, 밖에서는 자연광이 들어오고 그 창 옆에는 전등이 달려 은은한 느낌을 더해 줍니다. 



 위층에서 본 아카테미넨 서점 내부.



 윗층에서는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3층에서 진행중이었던 전시는 바로 시벨리우스 전시!



 핀란드의 비공식적 국가인 '핀란디아'를 작곡한 시벨리우스. 헬싱키에 아직 찾아가보지는 않았지만 시벨리우스 기념 공원도 있는 만큼^_^;; 핀란드 사람들은 시벨리우스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제가 여기에 온 이유는 원래 책을 사기 위해서였죠. 












그러나 저는 책을 사지 못했습니다.




왜냐면요,








책 한 권에 40유로행...







 이건 미친 짓이야 난 여기서 나가야겠어 ㅠㅠ








 게다가 제가 사려한 책이 멋들어진 하드커버나 두껍두껍한 책도 아닌, 한 권에 200페이지 가량 되면서 품질도 그닥... 거의 신림동 복사집에서 만들 만한 품질의 책들이고, 두 권을 사야 하니 자그마치 지출은 80유로가 되는 상황이었습니다ㅠㅠㅠ 으아아아아아아










 아마 핀란드에서는 저자들한테 로열티를 많이 주어서가 아닌가 싶은데요... 이 상황을 맞이한 저는 일단 눈물을 삼키며 후퇴할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수업에 가기 전에 잠깐 단스케 방크에 들려, HOAS 임대료를 냅니다.



 현지 통장을 개설하지 않으면 송금 떄 5유로의 수수료가 듭니다. 자그마치 한국 돈 7,000원...! 어마어마한 돈인데, 또 통장을 개설하려면 뭔가 아주 복잡한 절차가 있고 수수료도 든다는 얘기를 들어서 그냥 한 학기 동안만 이걸 내기로 합니다. 사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좀 더 자세히 알아볼 걸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미 3개월이나 임대료를 냈는데 지금 와서 또 신청하자니 지금까지 쌩돈 낸게 아깝네요. 남은 기간 동안에도 잘 수수료 내야겠습니다. 어헣...





 그리고 수업이 진행되는 건물은,



 의사당 광장 바로 옆 건물! 대성당에서 바로 보이는 멋들어진 건물이 헬싱키 대학교 메인 빌딩입니다 ㅠㅠㅠ






 딱 봐도 굉장히 오래 된 느낌이 나는 복도.





 강의실에 들어왔습니다. 당연히 시간이 넘쳐나는 저는 수업 시작 1시간 전에 도착했기 때문에,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렇게 벽에 걸린 초상화를 보며, 저 분들은 어떤 분이실까 생각하고 있던 와중에, 하나 하나 다른 학생들이 들어오네요.






 여기서 가장 먼저 만났고 친해진 사람은 석사과정에 다니고 있는 스코틀랜드 출신 미셸. 글렌과는 달리 영어 억양도 알아듣기 엄청 쉽고, 드립도 웃기고 해서 바로 되게 친해졌습니다. 헬싱키에서 공부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핀란드인 남자친구가 있어서 핀란드어 수업을 듣게 되었다고 해요. 이 외에도 몇 명들이 들어와서 인사를 하고 얘기를 하다가, 당연히 수업 시간이 다가오면서 우르르 사람들이 몰려 와서 곧 상황은 정리.




 그리고 친해진 미셸이 책을 보여주겠다고 해서 다행히 책 걱정을 덜 수 있었습니다. 수업은 대체로 PPT 위주로 진행이 되고 유인물도 자주 나눠줘서, 책이 항상 필요하진 않은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정말 다행이었습니다ㅠㅠ




 그리고 이 수업, 'Intensive Finnish for beginners'인데,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핀란드어를 공부하겠다고 '인텐시브'를 택한 제가 두 인텐시브 수업 중 굳이 늦은 이 수업을 선택한 건 물론 시간표상의 문제 때문이었지만, 이 때문에 한 학기 내내 고통을 받게 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 좋은 점이 있었는데, 다른 한 수업은 교과서의 저자께서 수업을 하세요. 그럼 아무래도 책을 안 사면 매우 눈치가 보였겠죠ㅠㅠ. 이처럼 월수목 저녁 7시 30분 하교의 저주에도 좋은 측면이 있다..하고 자위합니다.











 첫 날 수업은 간단한 오리엔테이션과 인사말 정도였습니다. 이 때만 해도 내가 이 수업을 잘 따라갈 거라고 생각했지... 그랬었지...ㅠㅠ 흐르는 이 것은 눈물인지 뭔지...ㅠㅠ





 수업을 마치고 나와서 본 대성당. 대성당은 앞으로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이 보게 됩니다. 지겹도록이라고 쓰려 했는데, 전 두 달째 대성당을 보고 있지만 아직 지겨워지지는 않았으니 그 표현은 빼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어제 먹다 남긴 삼겹살을 먹고 자는 것으로 오늘의 일정은 종료.













 내일은 화요일입니다. 화요일엔 원래 두 개의 수업이 있는데, 하나는 아직 개강을 안 했고 하나는 내일 개강. 으으으...^_^; 설레는 마음을 품은 채 저는 잠에 듭니다.











꼐속








노르웨이 여행 둘째날(1): 2015년 10월 18일 일요일




 사실 노르웨이 여행 첫날의 이야기를 자그마치 네 개의 포스트로 나눠 쓰는 바람에 굉장히 분량이 창렬해진 점, 인정합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중간에 끊고 포스팅을 마치고 싶은 충동이 들더라도 최대한 자제하여 가능한 한 한 포스트에 많은 분량을 담도록 하겠습니다.










 노르웨이에서의, 오슬로에서의 둘째날의 아침은, 밥을 짓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밥을 지읍시다. 밥을.






 그런데 문제는 저는 태어나서 딱 ①한 번 밥을 지어 본 적이 있는데 그게 얼마 전이고, ②그 밥조차 그냥 전기밥솥에 지은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캐서린이 밥을 하려고 했는데, 뭔가 얘기를 들어보니 벨라루스식 밥짓기와 한국식 밥짓기가 다른 것 같아서 제가 대충 하다가... 





 결국 태워먹고 맙니다. 아랫부분은 바닥에 눌어붙고 윗부분은 설익은 완벽한 태워먹기. 캐서린은 "You never listen to me."라고 말하며 조금 빡친 것 같은 표정을 짓습니다. 이건 저의 잘못이 명백하니 뭐라 대꾸할 수도 없습니다. 캐서린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제가 열심히 해 보고 싶어서 뻘짓을 한 거긴 한데, 어쨌건 밥이 망했으니 그것도 잘못이죠.




 반찬은 어제 산 연어.




 그리고 저는 핀란드에서 가져온 김...을 곁들입니다. 연어에 김이라니 뭐 진수성찬이네요 ^_____^; 쌀이 계속 씹힌다는 점을 빼면...






 아무튼 밥을 먹고 나옵니다. 밖에서 찍은 표트르와 지나의 아파트. 저번에 봤을 땐 그렇게 좋은 지 몰랐는데, 지금 보니 저 한 층을 두 가구만 쓴다면 정말 딱 봐도 넓어 보이네요. 




 그리고 환승을 위해 도착한 중앙역입니다. 중앙역 바깥 유리벽, 어제는 밖에서 안을 쳐다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몰랐는데 ^_^;; 휘날리는 종이처럼 보이는 디자인이 인상적입니다.





 여기서 새로이 24시간 대중교통권을 구입한 저희는, 어제부터 가야지 가야지 가야지 하고 벼르고 있던 ☆노르웨이 최고의 박물관☆ 프람 박물관으로 향합니다.













 지도에서 보시다시피 프람 박물관은 반도의 끝에 있기 때문에, 여름에는 페리를 타면 됩니다만 페리 따위 없는 저주받은 계절에 온 저희는 그리로 가는 버스를 타고 하염없이...하염없이... 기다려야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 ^_^



우오오






 사실 저 모아이는 콘 티키 박물관에 딸려 있는 것이지 프람 박물관 건 아닙니다만, 눈에 바로 들어오는 건 어쩔 수 없네요 ㅋㅋㅋㅋ 바로 모아이와 격렬하게 포옹해줍니다.




 사실 저는 여기 오기 전까지도 콘 티키 박물관이 여기 있는 줄 몰랐는데, 도대체 아는 게 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콘 티키 박물관도 꽤 흥미로워 보였습니다. 콘 티키가 뭐냐면, 노르웨이의 인류학자 토르 헤이에르달이 남아메리카에서 이스터 섬까지 타고 간 아주 작은 목선입니다. 이 양반은 이스터 섬의 문명이 남아메리카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믿었는데, 학계에서 그 견해를 받아들이지 않자 그걸 증명한답시고 본인이 직접 배를 타고 남아메리카에서도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겁니다. 오오 끓는 피 오오...!





 그렇지만 함정은 여행의 가장 큰 장애물인 훔볼트 해류는 다른 배의 도움을 통해 넘었다는 점. 가장 큰 장애물을 고려하지 않고 탐험을 한 셈입니다. 무엇보다 유전자 검사 결과 이스터 섬 주민들의 조상은 폴리네시아계인 것으로 밝혀져 헤이에르달의 학설은 매장크리... 그렇지만 이스터 섬으로의 항해 이후에도 모로코에서 서인도 제도까지, 메소포타미아에서 인도까지 조악한 배를 타고 항해를 계속했습니다. 정말이지 자신이 믿는 바를 위해 몸을 던지는 그 열정은 정말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뭐 한편으로는 기존에 이미 나와 있는 고고학, 인류학적 근거들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항해를 한 걸 보면,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 싶기도 하지만요;;






 그리고 눈 앞에 보이는 사람 모양 돌 조형물과 셀카를.







평화-롭다





이미 박물관은 안중에도 없고 해변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모습입니다.




 ...그치만 해변에도 볼 것들이 좀 있으니, 천천히 살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바다 건너 보이는 오슬로의 가장 번화한 곳들.




 유럽의 북쪽 끝에 있는 나라인데도, 거의 정오의 햇살을 맞고 있으니 굉장히 따뜻합니다. 열대 휴양지에 온 것 같은 착각이 0.3초간 들었습니다.





 그리고 금속 판이 세워져 있어서 들여다 보니,




 베트남 보트 난민들을 받아 준 것에 대한 감사패로군요.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베트남 사람들이 뭔가 베트남 본토의 인구나 이미지에 비해서 굉장히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핀란드에도 그렇구요. 그것이 베트남 전쟁 이후 난민들이 유럽에 많이 정착했기 때문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선원들과 한 컷. 저 떄는 몰랐는데, 프람 박물관 옆에 있었으니 아마 전설적인 선원들이었을 것 같네요.



 요트 타고 싶다...








 이렇게 해안을 돌면서 바다를 흠뻑 느낀 저는, 이제 프람 박물관으로 들어섭니다.




프람 박물관 정문프람 박물관 정문


THE BEST MUSEUM IN NORWAY





 으아아 들어가는 문부터 위풍당당.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프람 박물관이 무엇을 다룬 박물관인지도 몰랐습니다.





 여러분의 어이가 상실되는 소리가 벌써부터 들리는데요. 그렇습니다. 그냥 여기 가자고 한 것은 캐서린이 가자고 해서이고, 아 뭐 박물관 좀 들러야지 생각하던 김에 노르웨이 최고의 박물관이라니 그냥 거기 가자 해서 온 겁니다. 으아아아아아... 저는 여기 들어오고 나서 처음으로 프람 박물관이 무엇을 다룬 박물관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거슨...배.






목선.





...그런데 그냥 목선이 아닌,




북극과 남국의의 유빙 사이를 휘젓고 다니던,




극지 탐사용 목선.


















ㅁㅊㄷ ㅁㅊㅇ














간지폭풍간지폭풍



 아아 극지 탐사선이라니 ㅠㅠㅠ저는 프람 박물관이 내뿜는 간지포...포풍에 실신해 버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으아아아아아아 '프람'이란 극지 탐사선의 이름이었던 것입니다!! 마음 속에는 진심 개쩐다... 개쩐다 생각만.






 입장료는 기억이 안 나는데 인터넷을 보니 학생은 40크로네랍니다. 다만 옆의 노르웨이 해양 박물관(NMM)과 연계한 표를 판매하는데, 저희는 시간이 많이 없어서 해양 박물관은 포기했습니다.







 오래 되어서인지 아니면 방부 처리를 잘못한 것인지 무언가가 새는 모습으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_^;;


프람 박물관 1층 벽면프람 박물관 1층 벽면     프람 박물관 1층 벽면프람 박물관 1층 벽면


 장-대한 프람 호의 여정. 북극은 몇 번이나 탐사해서 난센이 북위 86도 14분까지 갈 수 있게 한 데다가, 자그마치 아문센의 남극 정복에도 함께한 배입니다. 




프람 박물관 1층 포스터프람 박물관 1층 포스터




 먼저 본격적인 전시물이 없는 1층을 둘러보는데, 스발바르에서 프란츠 요제프 제도로 가는 프로그램의 포스터가 떡하니 붙어 있었습니다. 와... 프란츠 요제프 제도라니... 감탄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프란츠 요제프 제도(Franz Joseph Lands), 그러니까 젬랴프란차요시파는 북극해에 있는 러시아령의 무인도 군도입니다. 1865년에 노르웨이의 고래잡이들이 발견했다고 하나 공식 보고된 것은 아니고, 약간은 뜬금없지만 1873년에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탐험대에 의해 발견되었어요.







빙하와 어둠의 공포빙하와 어둠의 공포



 제가 이 제도에 대해 접하게 된 것은, 크리스토프 란스마이어의 『빙하와 어둠의 공포』라는 책을 통해서였습니다. 이 책은 예전에 프란츠 요제프 제도를 발견한 탐험대의 이야기와, 그 탐험대의 뒤를 좇다 스발바르에서 사라진 청년의 이야기, 두 이야기를 교차시키며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저는 특히나 북극해에서의 탐험대의 사투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저자는 약간은 건조하지만 아름다운 어조로 배를 죄어 오는 빙하와 무시무시한 추위, 그리고 공포와 공허함을 서술하고, 저는 이 문장들을 읽으며 극지라는 곳이 주는 어떠한 원초적인 적막함과 공허에 대한 환상을 키웠습니다.







 그런데 이 섬들에, 비록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탐험대의 경로가 아니라 프람의 경로이긴 하지만, 가 볼 수가 있다니...!








는 FAIL.



가장 싼 곳이 1인당 6,930달러, 현재 환율로 781만 7,040원. ^___^





 이건 뭐 핀란드 한 학기 생활비를 2주에 꼴아박게 되겠군요. 박물관 방문자에 한해 5% 할인해준다고 하는데, 그래도 여전히 742만 6,000원... 나중에 제가 저 비용을 부담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벌게 되었을 때, 그 때가 되면 북극해의 접근성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하며, 일단 들뜬 마음을 억누릅니다.







 프람 박물관 내에는 작은 매점이 있는데 별로 비싸지 않았습니다. 잘 안 팔려서일까요 ^_^;;



 다만 테이블은 이렇게 극지 컨셉으로 꾸며 놓았습니다. 저기 스크린에서는 극지 탐사 영상이 계속 나와요. 굉장히 컨셉에 신경을 쓴 박물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층 오른쪽, 기념품 상점 근처에 가면 아마 어린이들이 대상인 듯한 여러 체험들을 할 수 있는데요, 저는 정신연령이 초딩급이므로 역시 시도해보았습니다.



 이건 극지 반응 속도 테스트인데, 시작하면 저 하얀 버튼들 중 하나에 불이 들어오고, 그 불이 들어온 것을 눌러야 하는 겁니다. 두더지 잡기를 생각하시면 쉬울 텐데요, 다만 보시다시피 버튼들이 굉장히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어서 ^_^;; 몸의 순발력도 중요하지만 빨리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묘하게 중독성이 있어서 네댓번은 한것 같네요 ㅋㅋㅋ





 이건 극지에서 짐 끌기 체험. 왼쪽 건 가볍고 오른쪽 건 말도 안 되게 무겁습니다. 게다가 보시다 시피 사람들이 얼마나 열심히 시도했는지 바닥의 도료가 다 벗겨져 있는데, 그래서 마찰이 안 생깁니다. 족족 미끄러져서 도저히 앞으로 나갈 수가 없습니다 ㅋㅋㅋㅋㅋㅋ 그래도 갖가지 편법을 동원해서 앞으로 나아갔을 때는 쾌감이 쩝니다. 덧붙여 제가 극지에서 저런 짐을 끌고 있다면 끔살당할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인 전시를 보러 위로 올라갔는데...



☆ 한국어 지원 ☆











엄지 척





 으아니 이게 얼마만에 보는 한국어인가요... 여러 언어들이 다 지원돼도 한국어는 항상 빠져 있었는데 한국어 지원이라니ㅠㅠㅠ 너무 감동입니다. 게다가 흔히 보이는 말도 안 되는 한국어도 아니고, 번역투 느낌이 나긴 해도 정상적인 한국어 문장들입니다.



 위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벽들을 따라 여러 전시가 되어 있는데, 설명이 벽에는 영어와 노르웨이어로 써 있고, 옆의 스크린으로 다른 언어 버젼을 볼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으아아 한국어라니 갓-람 박물관 인정합니다ㅠㅠ





 그런데 저는 정작 전시와 설명 부분은 사진을 많이 안 찍은 것 같네요. 정말 재밌게 보고 읽었는데, 위치도 좀 그렇고 글 위주라서 사진 찍기 애매했던 점이 없지 않습니다. 그럼 이제 프람 호로 올라갑시다.



프람 호 갑판프람 호 갑판


 이게 그 프람 호란 말인가...? (먼산)




프람 호 갑판프람 호 갑판


 위풍당당합니다.





프람 호 갑판프람 호 갑판


 그리고 그 위에 서 있는 저는 위풍당당...이 아니라 목 앞으로 푹 숙인 거북목 크리.



프람 호 갑판에서프람 호 갑판에서


 거북목이 너무 심하게 진행되어 목의 기능이 퇴화된 저의 모습. 마치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플라잉 더치맨에 붙어버린 선원들 같네요.







프람 호 갑판에서프람 호 갑판에서


 ...헛소리는 그만하고 이제 프람 호 내부로 들어갑시다. 셀카 말고 다른 사진에는 저 문이 안 나와있네요. 무슨 이런 데서 셀카를 찍었지 ㅡㅡ 노답인 듯.



프람 호 내부프람 호 내부


 프람 호의 짬밥은 여기서 만들어졌겠죠. 


프람 호 내부프람 호 내부


 타이타닉을 생각나게 하는 엔진들.


프람 호 내부프람 호 내부


 선원실. 저기 보이는 조그마한 구획이 침상입니다. 잠을 제대로 자기나 했을까 가슴이 아프네요ㅠㅠ


프람 호 선창프람 호 선창


 ...약간 내려가면 선창을 볼 수 있는데,


프람 호 선창프람 호 선창


 어김 없이 빽빽히 들어차 있는 낙서들. 유심히 살펴봤는데도 한국어를 못 봤습니다. ^_^. 몽주니어 1패 추가하겠습니다.



프람 호 내부프람 호 내부


 그 와중에 발견한, 프람 호 제3차 탐험을 기념하는 명판. 아문센의 이름이 가장 위에 보입니다. 키야 아문센뽕에 취합니다!





프람 호 내부프람 호 내부


 축음기. 옆에 있는 건 피아노입니다.



프람 호 내부프람 호 내부


 아마 의료용 도구들. 저 거울과 핀들을 보자니, 으으... 여기서 제대로 된 마치도 없이 치과 시술을 받았을 선원들에게 애도를ㅠㅠㅠ








 프람 호를 둘러 보고 나와 다시 전시와 설명들을 보다가, 한 체험 공간을 발견했습니다. 이름하야 열파참...이 아니라 '극지 탐험 체험'!



 ...들어갑시다.





는 호러.




'극지 탐험'의 로망보다는 보단 빙하와 어둠의 공포에 중점을 둔 모습입니다 ㅋㅋㅋㅋ





 저 문? 배? 밖의 얼음들은 계속 번쩍번쩍거립니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작은 통로가 있는데...






히-익



엌ㅋㅋㅋㅋㅋ







 어차피 길이도 짧으니 잠깐 돌아보기에 손색이 없는, 매우 재미있는 체험 코너였습니다ㅋㅋㅋㅋ




 기념품점에서는 특기할만한 건 없습니다. 다만 시계가 '한정판'이래놓고 할인하고 Don't miss it! 써 놓으니까 좀 없어보일 뿐;;







 이후 저희는 버스로 세 정거장 전에 있던 바이킹 박물관에 갔습니다.


오슬로 바이킹 박물관오슬로 바이킹 박물관


 바이킹 박물관의 전경.



오슬로 바이킹 박물관오슬로 바이킹 박물관


 사실 이 박물관 자체의 문제인지 저희가 프람 박물관을 보고 와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깊은 인상은 들지 않았습니다.




오슬로 바이킹 박물관오슬로 바이킹 박물관


 이렇게 잘 보존된 롱보트와 거의 다 부서진 롱보트, 롱보트 총 세 개가 있고...


오슬로 바이킹 박물관오슬로 바이킹 박물관


 그 이외의 바이킹 유물들도 이런 홀 하나 분량. 좀 더 보존이 필요한 유물들을 위한 작은 방 하나가 따로 있습니다.


오슬로 바이킹 박물관오슬로 바이킹 박물관


 뭐 그나마 보기엔 나쁘지 않지만... 이 쯤 되면 왜 바이킹 박물관을 제목에 안 썼는지 다들 파악하시고도 남았을 듯 ^_^;;







 바이킹 박물관을 둘러 보고 나니 오후 2시. 일단 중앙역으로 돌아갑니다. 이 때 돌아간 이유는 심카드를 등록하기 위해서인데... 오늘이 일요일이라서 비록 중앙역의 Netcom 영업점은 열었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은 일을 안 해서 심카드 등록은 안 된다네요. 또 한 번 좌절을 맛본 후, 샌드위치로 점심을 떼웁니다.



 노르웨이에서 식도락은 사치입니다 ㅠㅠ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이 다음은 다시 시청 광장으로 돌아와, 계속 오슬로 앞 바다에서 보았던 아케르스후스 요새로 향합니다.




 아케르스후스 요새는 오슬로를 수비하기 위해 13세기에 만들어졌다고 해요. 주로 스웨덴과의 전투가 많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케르스후스'는 오슬로 시를 둘러싼 군(County)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 뜻밖의 루스벨트. 설명도 없습니다. 처음엔 웬 루스벨트인가 했는데, 아마 제2차 세계대전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노르웨이는 중립을 선포했음에도 나치에 점령당한 흑역사가 있었고, 결국 연합군에 의해 해방되었으니까요.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아케르스후스으로 들어가는 길. 신기하게도 이 정도 규모의 성인데, 입장료도 겁문소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노르웨이에서는 어디서나 디자인이 있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 고궁이나 성 안에 이런 작품들을 설치하면 반발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고독해 보이는 은색 남자와 고독해 보이는 저, 둘의 투샷입니다.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아까 걔 여기서 도망나온 건 아니겠죠.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총을 받들고 큰걸음으로 걸어가는 군인. 옛날 생각 나니까 그만 했으면 ^_^;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아케르스후스 성의 다른 방향 입구입니다. 주차장이 있네요.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그리고 유럽의 성이나 요새에서 항상 가장 좋은 부분인 녹지.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대포들을 보니 수오멘린나가 생각나네요. 바다가 보이는 넓은 녹지에 반해서, 여기에 꽤 눌러 앉아 있었습니다.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아케르스후스 측면 성벽.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아케르스후스에서 보는 오슬로 앞바다.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이 건물 아래에 꽤 괜찮은 풀밭이 있어서 또 오랫동안 누워 있었습니다. 햇살도 좋고... 오랫만에 정말 기분 좋게 나른한 오후. 골방에서 보내는 나른함 말고.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해안 성벽을 따라 길이 나 있습니다.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높은 곳에선 정말 높습니다. 떨어지면 끔살당할듯;;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중간에 투르쿠 때처럼 아케르스후스 내성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이미 시간도 없고 돈도 아깝기에 기념품점만 둘러보고 나가려고 합니다.




노르웨이 메테-마리트 왕세자비노르웨이 메테-마리트 왕세자비


 노르웨이의 왕세자비 메테-마리트. 사실 메테-마리트는 왕세자와 결혼 전, 마약 갱 두목과 동거해서 사생아까지 낳은 걸로 엄청 유명했었습니다. 그래서 그 사생활에 개방적인 노르딕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반대가 엄청났다고 해요. 그래서 메테-마리트가 공개적으로 '자신은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고 싶을 뿐'이라며 갱생해서 다른 사람이 될 거라고 눈물을 뿌리며 호소한 결과 국민들의 반발이 가라앉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또 긴장이 풀렸는지 태도 문제 등등 여러 구설수가 생기고 있고 왕자와의 관계도 소원해 보인다니 역시 사람은 쉽게 안 바뀌는 걸까요.





 사실 여기서 왕관을 쓰고 칼을 들고 사진을 찍은 게 있는데 빛 반대편이어서 얼굴에 그림자가 너무 드리워서 안 그래도 못난 얼굴 더 못나게 보이게 하니까 생략합니다.





 오슬로 트래블 가이드. 이 사진을 보고서야 아... 조각 공원엘 안 갔구나... 하는 생각이 났습니다. 그치만 저는 여행 마지막 날인 26일에서 오슬로에서 하루 있을 예정이니 너무 마음을 급하게 먹지 않아도 될 것...같습니다 ^_^;; 물론 이 글을 쓰고 있는 24일 현재, 저는 시험 공부를 1도 안했다는 준엄한 사실에 짓눌려 있습니다만...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이제 성에서 나가기로 하는데, 성도 참 큽니다.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레지스탕스 박물관. 저걸 보고 가고 싶었는데, 제가 부르는 걸 캐서린이 못 들었던 듯 ^_^;; 그냥 지나칩니다.






 저희는 어느덧 다시 시청 앞으로 거의 돌아왔고, 시간은 오후 4시 30분.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노벨 평화 센터로 향합니다.
















꼐속








9월 5일, 토요일






 오늘은 바로,





페라스의 생일 파티!!!!!





 가 있는 날입니다. 선덕선덕.






 그렇습니다, 바로 이스라엘 국민이면서 아랍인이면서 부모님은 기독교인이면서 본인은 무신론자인 페라스의 생일파티날인 것입니다. 









 사실 페라스는 자기 생일이 9월 6일이라고 진작에 말했었는데, 그래서 저는 이곳 문화를 잘 모르니까 어떻게 해야 할까... 계속 끙끙 앓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갓-라스님께서 저의 고민 따윈 우스워지도록 '9월 5일날 토요일이니까 생파하자!'고 선언해 주시는 바람에, 굉장히 기쁘고 즐겁게 생파를 할 수 있게 되어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갓-라스 찬양해... 저도 다음부터 한국에서 걍 생파하자고 공지해야지 생각해봅니다...







 아무튼 저희 튜터 그룹 첫 생파이기도 하고! 너무나 감격스러운 하루입니다 ^_^







 ...그래서 저는 저의 생일 선물인 프링글스를 삽니다.




 사다가 계산대에서 오른 쪽을 보니 자일리톨들이 엄청 많네요. 여기서는 '크쉴리톨'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살미아키맛도있음... ㅇㅅㅍㄹㄷ...




 프링글스가 선물이라 의아해하셨을텐데요, 워낙 제가 프링글스를 여기서 많이 먹어서 제 이미지가 그걸로 박힌 것도 있고(요즘은 많이 안 먹습니다^_^), 어차피 파티 할테니 과자가 많이 필요할 것 같아서, 프링글스를 총 여섯 통 샀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여기 프링글스는 가격은 한국과 비슷하고 용량은 훨씬 더 많습니다. 아마 1/3정도가 더 많을 거에요. 부들부들.












 그래서 파티 예정 시각인 8시에 딱 맞춰 도착했...는데?








!?!?













설마 이런...?






 부엌에선 페라스와, 페라스의 플랫메이트인 후아 둘이서만 요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게 뭐시껭이여... 하고 생각했는데, 보통 사람들이 파티 시작이 8시면 8시 30분이나 9시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더라구요. 저는 이 때까지는 한국에서 살던 습관이 그대로 남아서 시간에 딱딱 맞춰 가서 이런 험한 꼴을 보게 된 것입니다 ^_^;







 페라스와 후아, 저, 그리고 먼저 도착한 중국 여학생 이렇게 넷이서 페라스가 요리한 저녁을 먹고 있자니, 사람들이 속속 도착합니다.





 사이 사진이 많이 없네요 ^_^;; 아무튼 사람들이 속속 도착하고, 중간에 역시 혈기왕성한 캐서린이 불을 끄고 클럽 조명을 놓기도 합니다.






 이렇게...












그런데 사람들은 춤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어디에 관심이 있었냐구요?










술게임...









 대성당에서 술게임을 배워온 글렌이 개꿀잼 코리안 게임 있다고 술게임을 청했습니다. 비록 한 게임은 공동묘지 하나 뿐이었지만ㅋㅋㅋㅋ 이 게임 여기서 가르쳤다가 지금 몇 달 째 계속 하고 있습니다. ㅁㅊㄷ ㅁㅊㅇ... 스무 명 가까이 둥그렇게 둘러서서 공동묘지 하는 건... 새터에서도 스무 명이서 할 일은 없을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












 그리고 그러다가...






HAPPY BIRTHDAY, FERAS!!




 준비된 하트 풍선이 날리고 페라스의 선물로 준비한 모자와 목도리를 페라스에게 씌워줍니다. 으아아아아 모두들 다들 행복해 보여서 너무 좋네요 ^_^





 사진을 얼마나 많이 찍은 거지.









간.지.포...포풍




 캬 아랍미남 페라스 찬양해





 모두들 즐겁게 사진을 찍습니다.







 근데 제 사진은 어딨냐구요?




 모르겠음... 아마 여기서 사진 더 찍고 놀 때 뒤에서 프랑스 친구와 얘기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갓-라스님이 준비하신 예거마이스터 마시면섴ㅋㅋㅋㅋㅋㅋ




 그러다가 드디어 제가 등장한 사진이 있네요.



 첫 생파라 그런지 정말 좋았습니다 ㅠㅠ 훈훈



 훈훈훈훈훈훈



 이탈리아에서 온 알레산드로와 포르투갈에서 온 로드리고. 조만간 둘과 함께 콘서트장을 찾게 됩니다.



 튜터계의 갓 베이코!



 이로써 우리 튜터 그룹은 누구 한 명 뺴고 대체로 잘생겼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Q.E.D.




 ㅋㅋㅋㅋㅋ 아마 이 때, 제 오른쪽(사진상 왼쪽)에 앉은, 독일에서 온 마크가 매운 프링글스를 먹고 왜 이런 걸 먹냐고 불평불만하고 있었던 것 같네요. 진심 프링글스 매운 것 맵다길래 샀는데 1도 안 매워서 엄청 실망했는데ㅋㅋㅋㅋㅋㅋㅋ



 으아아 매우 행복해 보이는 저입니다. 눈을 감았더니 뭔가 느끼는 것 같네요.








 그리고 수많은 사진들.









 사실 정말 사진이 다 말 해주는 날이라, 글을 굳이 쓸 게 없네요. 저희는 정말 재밌게 놀았고, 재밌게 얘기했으며, 이 생일 파티가 너무 재미있었기에 이 다음부터의 모든 생일파티는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을까, 하는 어마어마한 부담을 안게 되었지만, 또 대체로 지금까지는 다들 재미있었습니다.




 제가 글을 쓰고 있는 현재(10월 21일) 저는 노르웨이에 와 있어요. 다음 주에 프랑스에서 온 줄리안과 체코에서 온 카테리나의 합동 생파...!가 예정되어 있는데, 거기 참석하지 못해서 정말로 너무나 아쉽습니다. 개인적으로 모든 파티 중에 생파가 제일 재밌는 것 같아요. 주인공으로건, 손님으로건요. 기쁘고 축하할 만한 일이 있으니까요.







 사실 후아가 마지막에 술에 꽤나 취해서 조금 문제가 되긴 했었지만 ^_^;; 대체로 모두들 즐기면서, 재미있게 끝난 생파였습니다. 으아아아아 그립다...







 물론 저의 생파도 9월 말에 이미 치뤄젔으니 저는 더이상 불안하지는 않습니다 ^_^ 망했는지 아닌지는... 기다려서 직접 확인하시길.











꼐속











9월 4일, 금요일




 오늘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제가 기분이 좋았나봅니다. 어제 예쁜 한국어 하는 핀란드 학생 만나서 그런가. 쓸데없이 일어나서 집 앞에서 셀카 찍은 게 많은데 안구테러 할 일 없으니 이하생략.


 그런데 사실은 첫 사진이 오후 5시임ㅋㅋㅋㅋㅋㅋㅋ 이 날도 블로그 좀 쓰고 빈둥빈둥했으리라 예상해 봅니다.






 그래서 저녁을 집에서 해먹기 매우 귀찮았던 나머지, 저녁 6시에 유니카페에 가서 식사를 합니다. 파스타랑 밥에 소스만 무식하게 끼얹었네요. 








      


      



 저녁을 이렇게 먹고 나니까 뭔가 죄책감이 들었는지 아시안 마켓에 가서 이것저것 사고, 캄피 K 수퍼마켓에 가서 삼겹살(!)도 샀습니다. 그런데 이건 뭐 나중에도 다룰테니 오늘은 이게 중요한 건 아니고...
















 오늘의 핵심





















살미아키(Salmiakki)








 살미아키, 또는 살미아끼라 불리는 이 것, 바로 핀란드의 국민사탕. 그러나 외국인들은 매우 혐오하는 정말 피니쉬, 피니쉬스러운 음식입니다.



 핀란드에서는 여러 맛이 같이 있는 봉지 젤리 같은 경우 무조건 살미아키맛도 같이 있습니다. 하리보 등등...에도 살미아키가 빠지지 않아...





.







 ...그 악명을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던 저는, 그러나 케이 수퍼마켓에서 삼겹살을 사면서, 형언할 수 없는 느낌에 휩싸여 살미아키를 같이 집어왔습니다.







살미아키 믹스살미아키 믹스


호오...?

 



바로 이것.





 언뜻 봐서는 그 악명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살미아키...!살미아키ㅠㅠ



 호오...?





일단 먹어봅시다.







...











.........












...........................















짜다!




 그렇습니다. 소금을 완전히 때려부은듯한 느낌. 예상을 못 하고 먹어서인지 더욱더 짜게 느껴졌습니다. 더군다나 딱딱한데 의외로 끈적해서 이에 붙으니 떨어지지도 않고, 굉장히 큰 놀람과 고통을 느끼면서, 천천히, 천천히, 첫 사탕을 먹습니다. 살미아키의 주 재료는 서양 감초라는, 감초라면 달 감(甘)일 터인데, 어디가 단 것인지 이해불가...





 그리고 이미 뜯어버린 봉지를, 찬찬히 응시합니다.









 다 먹어야 할까.







 고통을 감수하고, 다 먹을 가치가 있을까.







 나는 왜 내 돈을 내고 이런 소금덩어리를 먹어야 하는 것인가.










 ...그러다가 어떤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출처: 이데일리


출처: AVING news network


 단지 한국을 사랑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또는 예의를 지키기 위해, 반강제적으로 갑자기 익숙하지 않은 김치를 먹게 되었으면서도 최대한 싫어하는 내색을 하지 않으려 노력했던, 수많은 외국인들. 그들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김치를 싫어하던 외국인들 중, 많은 수가 계속 먹으면서 김치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사실, 나도 계속 먹으면 이걸 좋아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 이게 뭐, 하우카르틀도 아니고...







 그래서 꾸역꾸역 참고 먹었더니, 한 열 개 정도 먹고 나니까 좀 나아집니다. 정말입니다. 게다가 저 '살미아키 MIX'에는 여러 종류의 살미아키가 있는데, 원형은 좀 박하향이 강하고 마름모 모양은 완전 살미아키 맛이 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스무 개 정도 먹었더니, 원형 살미아키는 이제 완전 먹을만 합니다. 저도 저의 엄청난 적응력에 매우 놀랐습니다 ^_^;;






 그 와중에 심심해서 플랫메이트들에게 살미아키를 줘 봤는데, 네덜란드 플메들만 굉장히 맛있게 먹습니다. 오오 갓덜란드 오오. 알고 보니 네덜란드에서도 살미아키 비슷한 것을 먹는다고...!












 어느덧 한 봉지를 다 비운 저는, 살미아키가 맛있어진 것을 느낍니다. ㅇㄱㄹㅇ..










 사실 이 때는 먹을 만 하네 이 정도였는데, 솔직히 요즘은 길 가다가 뭔가 입 허전하면 살미아키가 생각나는 그런 수준에 다다랐습니다. 파티같은 것 하면 저랑 핀란드 사람들만 살미아키 꾸역꾸역 먹고 앉아있음ㅋㅋㅋㅋㅋㅋ








살미아키담뱃값처럼 생긴, 휴대성이 좋은 살미아키


 마트 계산대 근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성냥갑 모양 살미아끼. 이것 말고도 SUPER SALMIAKKI라는 것도 있는데, 좀 더 짠 맛입니다. 그치만 가격 대비 용량 효율은 제가 처음에 산 SALMIAKKI MIX가 역시 체고시다... 살미아키 믹스 찬양해... 진짜 마트에 갈 때마다 하나씩 집어서 맨날 가방에 넣어 놓습니다.










살미아키 술 ^_^;살미아키 술 ^_^;;



살미아키 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시다시피 도수도 32.5%로 꽤 쎄고, 특징이라면 짠 맛입니다. 살미아키 특유의 맛보다는 짠맛이 강한 느낌이라, 살미아키를 싫어해도 그래도 먹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다만 살미아키와 자주 헷갈리는 게 라크리치(Lakritsi). 둘 다 검은 색에다 비슷하게 생겼고, 감초가 들어간 것이라 착각하기가 쉽습니다.





 다만 라크리치의 경우 살미아키보다 좀 더 달고, 좀 더 끈적하고... 등등, 굉장히 다릅니다. 그냥 약간의 느낌과 색상만 비슷한, 아예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저같은 경우는 원래 단 걸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라크리치를 아무리 먹어도 익숙해지지가 않길래 포기했습니다. 그치만 핀란드 사람들 사이에서는 라크리치도 먹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라크리치는 많이 안 물어봐서 모르겠고 그냥 피해야 하는 걸로만 생각하고 있음~_~ 짠 건 싫고, 좀 독특한 핀란드틱한 걸 먹고싶다 싶으시면 라크리치에 도전해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이렇게 핀란드의 맛을 깨달은, 즉 미각 정체성을 깨달아버린 저는, 내일을 기대하며 잠에 듭니다.














꼐속










노르웨이 여행 첫날(1): 2015년 10월 17일 토요일, 04:00








 ...그렇습니다.






 모든 문제는, 이 세가지 이유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 비행기 출발시각이 아침 7시 15분인 것



그리하여, 안전하게 아무리 늦어도 5시 30분까진 공항에 도착해야 했습니다.








2. 어제 핀란드인 튜터 베이코의 생일파티가 있었다는 것.









제가 일기를 하도 밀려서 지금 당장은 안 썼지만 말입니다...

어제는 베이코의 생일파티였고, 당연히 갔고, 그래서 (보시다시피) 미친듯이 놀고 마셨을 뿐이고...














3. 마지막으로, 오늘이 토요일이었다는 것.



그리하여, 공항으로 가는 첫 전철이 늦게 출발한다는 것...

즉, 그걸 타면 6시 22분에야 공항에 닿는다는 것...











 이 세 요소의 환상의 콜라보레이션. 트리니티. 삼위일체.





 누가 예상이나 했겠습니까. 젠장ㅠㅠ




















 저는 정말 늦을까봐 겁이 나서, 어찌저찌하다가 노르웨이에서 첫 4일간 동행하기로 한 캐서린의 플랫에 가서, 짐을 다 미리 갖다 놓고, 또 못 일어날까봐 공용 구역에 있는 탁자에서, 딱 세 시간 잠을 청하고 일어났던 것입니다. 


 7시 15분 비행기니, 5시 45분까지 닿는다 치고, 카넬마키에서 5시 15분까지만 출발하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으로요.








 그치만 캐서린이 일어나서 샤워를 하는 도중에 발견한 위의 스크린샷.



 

그러니까 첫차가 5시 56분이라는 것.












공항에 빨리 가 닿는, 그런 기차 따위는 있을 수가 없다는 것.
















 그리하여 저는 딜레마 아니... 트릴레마에 빠집니다.








 1. 걍 늦던 말던 기다리고 기차 탄 다음에 공항에서 미친듯이 뛰어 볼 것인가?











 2. 아니면 얼마인 지도 모르겠지만 비싼 걸 감수하고 택시를 탈 것인가?












 3. 그도 아니라면, 1.2km을 십사 분에, 

새벽 네 시에 모르는 길을 캐리어를 끌고 뛰어 볼 것인가?


























결론은 삼 번.









 그렇습니다. 샤워를 하고 나온 캐서린을 기다린 것은 저의 '지금 안 뛰면 늦는데 뛸까 말까'라는 저의 말이었습니다. 매우 단시간에 뛸 것을 결정한 저희는, 정말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합니다.







 원래 저는 당연히 배낭여행에서 배낭 하나만 메고 다니는 걸 선호하지만, 이번 핀란드 교환학생은 잘 아시다시피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생각 없이 오는 바람에 ^_^ 노르웨이에 10일간 갈 예정이라, 그 짐은 캐리어를 써야 할 수준이었고, 캐리어에 담으면 항상 그렇게 되는게 담다 보면 공간이 남고 그냥 꽉꽉 채우고 싶어지고... 덕분에 무거운 캐리어 질질 끌고, 아스팔트길, 돌길, 숲길 등을 새벽에 가로지릅니다.



























진짜 뜬금 없이 숲이 튀어나왔을 땐 나 참 어이가 없어서...




RUN!! FOREST!!! RUN!!!!!







 진짜 말 그대로 런 포레스트 런 ㅋㅋㅋㅋㅋ 정신줄 놓고 저딴 말 외쳐가며 뛰었습니다 ㅋㅋㅋㅋㅋ







 ...진짜 내 여행은 왜 항상 이러지. ㅠㅠ




 아이슬란드에서 새벽에 뜬금없이 걷게 되었을 때는 가면서 사진을 좀 찍었는데, 이번엔 진짜 너무나 급박해서 사진따위는 찍을 겨를이 없었습니다. 이 캡쳐를 할 때도 캡쳐 따위 하느라 속도가 늦어져서 늦으면 어떡하나 걱정할 정도였으니까요ㅠㅠ 절반 쯤 온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아아 정말 비행기가 뭐라고... 노르웨이가 뭐라고........... ㅠㅠ









 정말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숨이 너무 차올라서, 아 이거 그냥 놓치고 택시 탈까 하는 생각이 굴뚝같이 생겨났습니다. 게다가 만약 시간에 아슬아슬하게 맞춰 가더라도 변수로 인해 혹시 버스가 먼저 지나가버린다면, 모든 수고가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거니까요. 






 







그러나 결국 미친듯한 뜀박질 끝에, 4시 47분에 목표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모습입니다.






감동 ㅠㅠ







 보시면 4시 50분 다음 버스가 6시 25분. 그러니까 4시 50분 버스는 진짜 이른 새벽에 일 있는 사람들을 위해 긴급히 딱 한 대만 운영하는 버스였던 것 같습니다. 이걸 놓쳤으면 택시로 바가지를 뭉텅 쓰는 수 이외에는 정말 꿈도 희망도 없는 상황에서, 버스가 도착하고... 정말 감격 그자체였습니다 ㅠㅠ









 공항에 도착하니 기진맥진. 셀프체크인을 하는데 저가항공에 수화물 추가 과금으로 유명한 노르웨이 항공(Norwegian Air, 노르위전 항공), 을 타는데도 짐을 두 개까지나 무료로 실어주네요. 처음엔 설마 노르웨이 항공이...?라는 생각으로 짐 두개라는 건 화물 하나 백팩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화물 둘이었습니다. 내가 좋은 조건으로 산 건지 아니면 뭐 바가지를 쓴 건지 모르겠다... 생각할 힘도 없다 ㅠㅠ 하나는 기념품으로 챙겼습니다.





 오슬로 가는 줄. 줄이 어마어마하게 깁니다. 아무튼 줄을 다 지나서 드러갑니다. 캐서린이 몇 개 인스펙션에 걸렸는데 뭐 별 일은 없었고, 시간 좀 걸리고 끝났습니다.












 그리고 면세점을 이용하는 이유.



 핀란디아 보드카 ^_^



 예전엔 이런 거 없었던 것 같아서 긴가민가...한데 EU 내 항공편과 EU 외 항공편의 가격이 다릅니다. EU 내는 솔직히 헬싱키 시내에서 사는 것과 별 차이 없는 수준입니다. 으아니...!? 노르웨이도 EU는 아니지만 솅겐조약 가맹국이라 혹시나...했는데 뭐 역시나, 노르웨이는 EU 외랍니다. ^_^




 따라서 저는 16.95유로에 노르딕 베리향 핀란디아 1L 겟...! 와아 핀란드 술 물가 생각하면 더더욱 감격적인 득템입니다.




 ...위에서 본 긴 줄의 사람들은 모두 여기 있습니다. 꽉-꽉 찼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이륙.



 헬싱키 빠이염ㅠㅠㅠㅠ 그리고 나의 의식도 빠이염ㅠㅠ 잠에 잘 못 드는 성격이지만, 어찌 됐든 목베개를 하고 최대한 등을 기댔고 이 이후는 생각이 안 나네요. 어제의 파티, 두 시간의 잠, 그리고 새벽의 달리기. 여러 고통을 당한 저의 육신은, 잠을 잤나 안 잤나 확실치는 않은데 아무튼 쉬었습니다. 잘 쉬었습니다.









오슬로 도착.







 처음에 사람도 엄청 많고 통로도 하나 뿐이라 어느 세월에 내리나 했는데, 비행기 뒷문을 열어주네요ㅋㅋㅋㅋㅋ 공항에서 그냥 맨 땅에 내려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횡단보도를 따라가면 올라가는 계단이 있습니다.






 그런데 오슬로, 쌀쌀합니다. 티셔츠, 셔츠, 스웨터, 재킷, 코트까지 입고 왔는데 춥다니... 분명히 일기예보를 봤을 때 그렇게 춥지 않았는데... 생각하다가, 제가 쓰는 일기예보 어플이 노르웨이 기상청에서 만들었다는 데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설마 노르웨이에서 관광객들을 끌여들이기 위해 일기예보를 주작한 것일까요...?









 뭐 사실 노르웨이 자체가 날씨가 안정적인 나라는 아니니까 이해는 해야지요. 한국 기상청에서도 자주 틀리는데... 그치만 찜찜한 건 어쩔 수 음슴 ^_^;; 낮부턴 다시 꽤 따뜻해졌습니다.






 자비로운 노르웨이도 입국면세점을 운영 중이지만, 면세 받아도 비쌀 뿐더러 피곤하고 정신도 없어서, 저는 면세점은 그냥 지나쳤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저는, 노르웨이 땅에 발을 딛었습니다.









노르웨이 여행 지도, 10/17노르웨이 여행 지도, 10/17





오슬로에 도착했지만, 첫 날부터 삽질의 연속이었던 저의 여행.


















...도대체 저는 앞으로는 얼마나 더 큰 삽질을 하게 될까요? ㅠㅠ











 ...아이슬란드 여행기 때와 다르게, 이번엔 쓰면서 저도 모릅니다. 지금 여행 중이거든요 ^_^;; 백퍼 밀리겠지만, 그래도 여행 중에 절반 정도는 여행기를 끝내는 게 목표입니다. 교환학생 일기도 쓰고, 28일날로 예정된 시험 공부도 하면서요. 가능할까... 모르겠지만, 일단 시작이 반이니까 저는 52%정도 완료한 셈이네요. 어헣어헣. 아무튼 저는 공항을 나서서 오슬로로 향하게 되는데...











꼐속









9월 3일, 목요일




 오늘은 '가장 큰 신입생 행사'라는... 이름은 기억이 안 나고, 아무튼 오리엔티어링을 하는 날입니다. 팀을 짜 헬싱키 시내에 있는 여러 곳들에 가서 주어진 미션을 하여 순위를 가리는... 그런 행사인데요, 열심히 걸어야 하는 행사인 걸 알 수 있죠. 그런데 비가 오는군요.


헬싱키 대성당헬싱키 대성당


 네. 비가 옵니다. 다행히 많이 오지는 않고, 조금 오다가 안 오다 오다가 안 오다가... 계속 반복이었습니다. 아무튼 여러 신입생 팀들 중 교환학생 팀도 세 팀이 있으니, 그 세 팀에 소속되어서 오리엔티어링을 진행합니다.




헬싱키 대학교 오리엔티어링헬싱키 대학교 오리엔티어링     헬싱키 대학교 오리엔티어링헬싱키 대학교 오리엔티어링


 학교 건물인 포르타니아 앞에서 진행한 첫 미션은 즉석 파티. 주어진 소품들을 가지고 파티를 해야 합니다. 보시다시피 비가 조금씩 오고 있는데, 우승 상품이 뭔지도 모르면서 열심히 열심히 파티를 합니다. 글렌은 말 가면을 썼는데, 저는 저런 좋은 소품을 선점하지 못하여 두루마리 휴지를 뽑아 봉산탈춤을 췄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다른 곳에 가서 무슨 쓰레기 봉투 경주같은 걸 했는데...
















가.야.댐.ㅠㅠ
















 엥? 왜 가야 되냐구요?












 헬싱키 대학교 한국어 수업에서 "한국어 도우미"를 맡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헬싱키 대학교에도 한국어 수업이 있습니다. 'Asian Studies' 학부에 한국학과가 있는데, 거기에 한국어 수업이 1부터 4까지 있어서, '김정영' 교수님께서 수업을 하고 계셔요. 한국어 교환학생들은 원어민 도우미같은 개념으로 핀란드 학생들과 한국어로 얘기할 수 있습니다. 한 번에 15분이라는 짧은 시간을 들여서 한국에 관심 있는 핀란드 학생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기회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죠. 그리고 이 날이 바로 한국어 도우미 오리엔테이션 날이어서, 저는 중간에 행사를 빠지고 한국어 도우미 오리엔테이션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비가 추적추적 오는 거리를 걸어서, 중간에 건물을 잘못 찾아서 헤매다가, 한국어 도우미 오리엔테이션 장소로 들어갔는데...














성비가 여자 10 : 남자 1 ;;
















 오오 개이득...!이 아니라, 이 상황에서 어찌 될 지는 남자 수준에 달렸죠. 여자가 많은 곳에 남자가 달랑 있다고 다 의자왕이 되는 게 아니니까요. 왕이 거느린 궁녀들 이면에는 항상 그 궁녀들을 뒷바라지하기위해 노력하던 수많은 내시들의 희생이 있는 법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내시가 될 것 같은 강한 예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와 별개로 어쨌건 이 성비는 놀랍긴 했습니다. 저희 학교에서는 남자 둘, 여자 한 명이 왔는데 남자 후배가 시간이 안 되어서 한국어 도우미를 못 하게 되었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뭐 성비가 남녀 얼추 맞겠지 생각했는데, K대와 Y대에서 모조리 여자만...! 아무래도 확실히 북유럽이라는 공간의 감수성이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는, 남자들보단 여자들에게 어울리나 봅니다. 한국에서 남성적이고 마초 같은 느낌이면 북유럽보단 다 미국 갈 듯 ^_^;;





 저는 최대한 많은 수업을 맡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핀란드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도 죄다 여학생들이라는 것 같았습니다. 교수님께서는 다른 성끼리 이어주기를 부담스러워 하시는 듯 ^_^;; 그리고 너무 수업을 많이 맡으면 얘가 성실하게 할까 하는 걱정도 있으셨던 것 같구요. 그래서 저와 저희 학교 여자 후배 두 명만 화요일과 수요일, 두 반을 맡게 되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각자 한 반씩을 맡게 되었습니다.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어쩌다 보니 Y대 친구들이랑만 남게 되어 같이 유니카페에 갔는데, 심심해서 우유와 요구르트, 두유를 다 같이 받았더니 이러면 안 된답니다. 그래도 처음이라 그런지 여유롭게 봐주심. ㅋㅋㅋ...










 그리고 저는 제가 딱 1시간 참여한 신입생 행사의 애프터 파티를 가기로 하고 글렌과 연락했는데, 한국인 학생들도 열심히 꼬셔서 같이 가기로 합니다. 그러나 그 사이에 붕 뜨는 시간에 어쩔까 어쩔까 하다가, 아무래도 처음 봐서 너무 어색하니까 대성당 앞에서 글렌도 같이 불러서 놀기로...!







 





헬싱키 대성당헬싱키 대성당


저녁의_대성당.jpg








 흐-뭇. 크고 아름답습니다. 아아 광장을 끼고 보는 헬싱키 대성당은 레알 삶의 활력소같은 느낌입니다. 적어도 아직까진 안 질렸음.












 그리고...













!?!?!?!?








 네 그렇습니다... 갑자기 다가온 완벽한 영국식 영어를 구사하는 글렌. 사실 글렌과 저희 학교 후배 민수는 서로 구면이라 간단히 인사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아직 나도... 이름을 모르는데... ^_^;;









헬싱키 대성당헬싱키 대성당


 와 한국 여자들 예쁘다...






 그리고 저는 뒤에서 쭈그려서 사진을 찍습니다.






계단 위로 올라가서 본 의사당 광장의 풍경.jpg








멋지긴 합니다. 밑에서 보는 것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을 때는 경치에 취할 만 합니다.





       


 아아, 보기 좋은 사람들은 앞으로, 그렇지 않은 자는 가장 뒤로 쳐박혀서...



헬싱키 대성당헬싱키 대성당


 칙칙한 남자들끼리 투샷 찍습니다. 물론 글렌은 조금 칙칙 저는 많이 칙칙 ^_^;; 저 때 매우 힘들었던 것으로 보임...







 그리고 간단하게 담소를...! 종교 건물 앞이라 좀 머쓱했는데 주변에서도 현지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맥주 많이 마시고 있고, 뭐 유럽이라기 좀 애매한 영국 출신이긴 하지만 글렌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기에 맥주로 프리드링킹 조금 했습니다. 글렌에게 술게임을 조금 가르쳐주니까 정말 좋아해서 나중에 튜터 그룹 친구들이랑 같이 하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치만 술게임은 하다보니 항상 시끄러워져서 어글리 코리안이 되지 않기 위해 조금만 했네요. 글렌에 따르면 조금 과민했을 정도임. 진짜입니다.









 그나저나 술게임할 때 벌칙은 계단 내려갔다 올라오기로 했는데... 너무 지루했습니다ㅠㅠ그렇다고 술을 마구마구 마실 수도 없으니.










 정말 이제 와서 사진 다시 보니 저같은 칙칙한 (학부생 치고) 노땅과 놀아준 여학생들에게 감사할 뿌뉴ㅠㅠㅠㅠ 갇갇갇 님드류ㅠㅠㅠㅠㅠㅠ



 



헬싱키 대성당헬싱키 대성당


 어느덧 길고 긴 여름 헬싱키의 해는 지고, 애프터 파티에 갈 만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번 애프터 파티도 어김없이 클럽. 그래서 가야 하나 고민했는데 글렌도 가고 한국인 여학생들도 한 명만 빼고 다들 가 보자고 해서 들어갑니다. 그런데 처음에 당황했던 게 춤을 추는 클럽이 아님. 물론 저는? 개이득ㅋ






 춤 추기보다는 그냥 공연하는 뮤지션들 노래 듣는 게 주인 분위기. 그래서 저도 그냥 서서 맥주 홀짝홀짝. 



 물론 계속 말씀드리지만 클럽이라고 막 원나잇 할 사람 헌팅하고 그런 느낌의 곳은 전혀 아닙니다.




 튜터 그룹에서 많이 왔을까 해서 왔는데 생각보다 별로 오진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이 쯤 되면 파티에 자주 가는 사람과 안 가는 사람이 구별이 되는 듯 합니다. 물론 저는 안 가는 사람...이 되었어야 했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겐 안 되고... 아무튼 모임은 자주 나가고 클럽은 자주 안 가게 되었습니다.


 사진은 왼쪽부터 글렌, 벨라루스에서 온 캐서린, 우리의 튜터 베이코, 이스라엘 국적에 아랍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되 부모님은 기독교인이고 본인은 무신론자인 페라스, 그리고 저입니다. 











 계속되는 공연들.





 중간에 2층으로 올라갔는데 정말 예쁜 여자사람들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글렌과 페라스와 게임을 했는데 져서 여자 번호를 따오라고ㅠㅠㅠㅠㅠㅠ 으아아아아 이게 무슨 소리야. 무슨 서양 여자사람들 얼굴 보는 것도 안 익숙한데 번호라니요. 한국에서도 번호 딴 적 없는데. 


 끙끙 앓고 있다가 한국인 여학생들이 저기 한국어 할 줄 아는 핀란드 여자가 있다고 말해줍니다. 그래서 정말? 반신반의하면서 갔더니 굉장히 예쁜 금발의 핀란드 여자사람이 진짜 한국어를 해요. 정말 신기했는데, 안 그래도 학교에서 한국어 2 수업을 듣는다고 합니다. 결국 이 핀란드 학생이랑은 클럽에서 만났는데, 뭐 별 일은 없었지만, 화요일마다 수업 시간에 보게 된... ^_^;; 그리고 정말 남 힘든 것 보고 바로바로 도와준 한국인 여학생들 갇갇갇ㅠㅠㅠ






 ...그러다가 무슨 음악이 ㅄ같은... 매우 ㅄ같은 음악으로 바뀐 데다가, 튜터 그룹 친구들도 가고 저도 피곤해져서 그냥 집에 가기로 하고, 이렇게 오늘 하루가 또 어영부영 끝이 나게 되었습니다. 으아아아아아아.










꼐속.








아이슬란드 여행 일곱째날(2): 2015년 8월 24일 월요일, 16:00




(요즘 정신이 없어 연재가 정말 많이 늦어졌네요. 으으... 제가 게을러서인지 시간이 항상 부족합니다. 그래도 다시 글 써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회한에 젖어, 드디어 마지막이구나 생각하며 저는 버스에서 창 밖만을 바라보며 멍때립니다. 레이캬비크는 뒤이고 이제 아이슬란드에서 남은 곳은 블루 라군 뿐.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합니다. 블루 라군은 어떨까? 정말 재밌을까? 예쁠까? 가서 당황하지 않을까? 나의 근육1도없는 멸치 몸을 사람들에게 내보여도 괜찮은 걸까? 덕내난다고 뭐라 하지 않을까? 등등...










 사실 제가 뭐 그렇게 활동적인 사람도 아니기에 처음에는 블루 라군에 그냥 가지 말까 생각했었습니다. 그렇지만 미국 하면 자유의 여신상, 프랑스 하면 에펠탑, 아이슬란드 하면 블루 라군일 정도로, 공항 근처이기도 하고 해서 굉장히 유명한 관광지라 안 가면 어마어마하게 아까울 것 같아서... ^_^;; 그래서 헬싱키 최후의 날에 그 난리를 치면서 수영복을 샀었죠... 아아 애처롭다.






















 근데 솔직히 말하면 블루 라군 자체도 유명하긴 한데 좀 듣보잡이죠. ^_^ 아이슬란드라는 나라 자체가 한국에 잘 안 알려져서 ㅠㅠ 오히려 브룩 쉴즈 나오는 블루 라군 영화가 훨씬 더 유명한 것 같아요. 전 고등학생 때 블루 라군 2의 주인공 밀라 요보비치를 좋아해서 이 영화를 알게 됐습니다. 보지는 않았습니다 진짜임 ^_____^















 아마 아이슬란드 당국이 '산호초'도 '석호'도 아닌 이 온천을 '블루 라군'이라고 명명한 것은, 저 영화의 인지도의 덕을 보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네요.












 아무튼 각설하고, 헬가펠 하이킹 때 봤던 황량한 용암 평원을 멍...때리며 복잡한 감정의 격류를 느끼다가, 갑자기...














와와와와아미친미친미친ㅁㅊㄷㅁㅊㅇ완전개예쁘가파랑ㄴ흼ㄴㅇ르ㅏㅂㅁ즤!!









 와...



 갑자기 증기가 솟아오르는 게 보이다가, 뙇!하고 하늘색, 너무나도 아름다운 하늘색 연못들이 황량한 화산 평야 사이에서 뙇!하고, 뙇!!!!!!하고 나타나는데, 너무 예뻐서 기절할뻔;;; 미쳤습니다 미쳤어요...













 블루 라군의 광경을 보고 너무나도 행복해져서, 잠시, 아주 잠시 저의 멸치 몸에 대해 잊을 수 있었습니다.









 블루 라군 정문입니다. 당연히 보시면 바로 아실 수 있지만, 왼쪽에 있는 건물에 짐을 맡길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캐리어를 맡겼고 백팩은 가지고 들어갔습니다. 이 때 보관증을 떼는데, 찾을 때는 원래는 안에서 도장을 받아 와야 하는데, 제가 까먹고 안 받아왔는데도 그냥 저는 짐을 찾았습니다. 도장은 왜 필요한 것인가...








 그리고 잠시, 주변이 화산암으로 둘러싸인 통로를 지나면...



















우와...








물이 하늘색입니다. 하늘색이에요. 게다가 김이 모락모락 ^_^;







 굳이 입장 안 하셔도 이 주변에서 블루 라군을 둘러보기만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넓습니다. 넓어요. 









 구글 어스로 본 블루 라군. 하늘에서 봐도 하늘색입니다. 너무 예쁨... 꽤 넓은 걸 알 수 있습니다. 그 중 왼쪽에 보이는, 동그랗게 둘러싸인 곳만 일반 대상으로 영업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오른쪽엔 뭔가 프라이빗 풀 같은 느낌의 직사각형 공간들이 보입니다. ㅂㄷㅂㄷ.





















 입장권을 제시하면 팔찌로 바꿔줍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블루 라군의 위엄을 느낄 수 있음. 팔찌에 흰색 이물질들이 굉장히 많이 붙어 있습니다. 블루 라군에 엄청나게 많이 함유되어 있는 실리카 때문입니다. 이 팔찌는 어떤 입장 옵션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다른 색을 받습니다. 그리고 블루 라군 내에서 이 팔찌로 계산을 하고, 결제는 나중에 하는 뭐 그런 시스템...입니다.





 그러고 보니 블루 라군 요금제에 대해 안 말씀드렸네요. 가격은 기간마다 조금씩 다른데, 아래와 같습니다.





블루 라군 여름 입장료






블루 라군 겨울 입장료


 여기서 "여름"은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입니다. 와 8월 24일날 왔는데, 완전 쌀쌀하고 춥고 완전 끝물인데 10유로나 더 냈었다니... 부들부들...


  





 저는 COMFORT를 선택했는데, 지금 보니 그냥 타월만 가져갔으면 STANDARD도 괜찮았을 것 같네요. COMFORT는 STANDARD와 PREMIUM 사이에 끼여서 좀 애매해 보입니다. 그 와중에 LUXURY 지젼;;










 증정품으로 화장품들을 줍니다. 우왕ㅋ굳ㅋ.










 그리고... 탈의와 샤워를 마친 후 ^_^;;





 

 들어왔습니다.



 개쩜ㅋㅋㅋㅋㅋㅋ



 그러나 방수커버는 아이슬란드에서 너무 비싸서 안 샀기 때문에 사진은 뭍에서만 찍고 폰을 얌전히 다시 사물함에 반납한 후 물질을 하고 놉니다. 으아아아아 방수커버, 셀카봉 등등 한국에서 샀으면 쌌을텐데 정말 준비성 부족 때문에 수 차례 피눈물을 흘리네요.





 사람은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중국인들이 좀 많은 것 같아요. 사실 아이슬란드 섬 자체에 중국 사람들이 엄청 많음 ㅋㅋㅋㅋ 관광지 중 이렇게 중국인 비중이 높은 곳은 처음 봤습니다. 아마 아이슬란드 금융 말아먹은 것 때문에 그거 갚아보려고 어떻게 중국 관광 시장 개척 중인 듯;;







 



 일단 블루 라군 바닥은 평평하지 않습니다. 약간 튀어나온 부분도 있어서 좀 걱정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한데, 뭐 이렇게 자연이 만든 신비에 시멘트질을 하기도 뭐하니 그러려니 합니다. 물은 실리카가 함유되어 잇어서 맨들맨들. 감촉이 정말 좋습니다 ^______^ 온도도 정말 적당하게 따뜻합니다.





 




 블루 라군 앞에는 이런 바?가 있어서 음식을 먹을 수 있지만, 저는 돈이 없고 이하생략.










 그런데 솔직히 물 밖이 너무 춥습니다. 홀딱 벗고 수영복 하나 입고 온 몸에 물이 묻으니 체감온도가 진짜 노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답임. 타월을 두르고 다녀보지만 여전히 답이 없음. 부르르 떨면서 뛰어가니까 아주머니 한 명이 부르르 떨면서 웃습니다. 







 그래서 실내로 들어와서 폰질이나 좀 하려고 하는데...














;;


반도의 작은 스꼴커뮤니티까지 접속 막아놓다니 뭔가 대단합니다 블루 라군;; 왜 막아놨지?








 그러니 그냥 페북이나 하고 사진이나 찍읍시다.



 소심한 셀카. 눈갱. 도저히 추워서 안 되겠어서 셔츠 가져와서 돌아다니면서 사진 찍었습니다. 








 저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엔 실리카 통이 있습니다. 큰 통에 실리카가 엄청 많이 담겨 있어요. 저도 저기 가서 온 얼굴과 팔에 다 발랐습니다. 약간 지점토 같은 느낌인데 매끈매끈합니다. 사람들이 엄청 많이 퍼다 써서, 굉장히 실리카가 빨리 떨어져요. 통이 비었을 때 기다리고 있다가, 새 통이 오면 사람들이 우르르르르 몰려 들어서 실리카를 다 가져갑니다. 흐으.



 멀리는 산이 보이네요. 황량하다 황량해. 정말 이런 황량한 감수성이 온천을 둘러싸고 있는 게 블루 라군의 이채로움 중 하나입니다. 블루 라군 다시 가고 싶다...













는 ☆커플천국 솔로지옥 블루라군









 커플이 정말 너무너무 많습니다. 저는 혼자 왔는데, 뭐 여기 사람들한테 말 걸자니 뻘쭘하고, 괜히 밖은 춥고, 커플들이 온갖, 한국과는 비교도 안 되는 애정행각들을 하는 것 보면서 비통함을 키워갑니다.







 따뜻하고 매끈한 물과 황량한 광경을 보며 좋아하다가도 

커플들을 보면 아주 날카로운 죽창이 생각나는, 그런 하루였습니다.


다음에 돌아온다면 나, 커플이 되어 돌아오리... ㅂㄷㅂㄷ



























 지금까지 날씨 안 좋은 날, 뭍에서만 찍은 사진들, 게다가 멸치남의 셀카까지 보시느라 여러분의 눈과 정신이 참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블루라군 공식 홈페이지에서 괜찮은 사진 몇 개 퍼왔으니 보시고 노여움을 푸세요...












퍄퍄퍄...







 ...이 사진은 좀 어색하네요. 분명히 저런 지형에서 저렇게 앉아 있으면 찔려서 엉덩이 완전 아플듯 ^_^;; 아니면 사진용 투명의자를 한 거라 생각해봅니다.










퍄퍄퍄 2




 아아 좋다. 저는 수영은 안 했지만 (허가되어 있는 지도 잘 모르곘습니다.) 실리카가 많아서 그런지 확실히 몸이 일반 물보다 잘 떠요.









 비 오는 날 사진. 모델 누나 추워 죽겠다 이놈들아.






..............




할 말을 잊었습니다.




너무 멋짐 ㅠㅠ



















 에... 그런데... 왜 예쁜 여자 사진만 올리냐구요... 죄송합니다 ㅠㅠ 저의 취향을 반영한 선택입니다... 다른 사진들도 올릴게요...














 사실 뭐 블루 라군의 보통 풍경은 위처럼 혼자 고독한 느낌이 아니라 이런 거죠. 사람들 우글우글. 다만 이 사진에서 중국인 비율의 20% 정도 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위처럼 혼자서 노는 건 금수저라야 가능한 기행이죠. ^_^;; 









 겨울 블루 라군. 눈 덮힌 황야 한가운데에 온천이라니, 너무 멋지지 않나요. 다만 저 안에 들어가있는 사람들은 말도 못하게 추울 것 같다 ^_^;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저는 돌아가야 하죠. 케플라비크 공항에 가기 위해 정말 나가기 싫었지만 눈물을 머금고 블루 라군에서 나옵니다. ㅠㅠ



 이 사진은 도대체 왜 찍은거지. 안 찍은 줄 알았나.



 배가 고픕니다. 가격표를 봅니다. 잊습니다. 아이슬란드에서의 쇼핑공식.










 이 곳은 게이트를 나와서 있는 매점입니다. 참 먹을 것들 더럽게 많네... 부들부들...






 괜히 배고파서 한 번 더 쳐다봅니다.









 블루 라군 매점이에요.








 방수팩.... 가격 노오오오오오오오답 ^_^;; ㅠㅠ





 점원 한 명이 계속 try해 볼거냐고 저를 좇아다니면서 물어봅니다. 으아아아아아 무서워서 알겠다고 하고 try. 맨들맨들한 느낌이 매우 좋습니다. 그래서 괜히 여기서 로션도 바르고 수분크림도 발라봤습니다 ^_^; 그렇지만 하나도 사진 않음. 화장품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인터넷으로 구매 가능한데, 크게 가격 차이도 안 나서...








 




 나왔습니다.



 정말 마지막이구나. 풍경은 아름다운데, 왜 이리 슬플까요.





 올 땐 다른 길로 왔습니다. 곳곳에 조그마한 연못 같은 곳들이 있네요. 당연히 온천으로 쓰이는 곳들은 아니겠지만 정말 예쁜듯 ㅠㅠ




 협곡 같은 느낌마저 납니다.



 혼자 뜬금포로 멀리 있는 연못 ^_^;;















 그리고 저는 정문에서 짐을 되찾고, 버스를 기다립니다. 



 이놈의 자판기는 뭘 먹고 싶은데 먹을 수가 없음. 카드 아무리 긁어도 안 됨. 아아 정말 더럽게 화나서 마치 볼케이노 킴처럼 화산같이 분노했습니다.










 


 그런데 버스가 하도 안 와서 시간표를 보니,



현재 시각은 20:08인데 케플라비크로 가는 버스는 21:30에 오네요 ^_^;;


















 와 진짜 배고파 죽을 것 같은데 이런 무자비한 버스 시간표 ㅠㅠ 뭐 미리 버스 시간표를 숙지하지 못한 저의 잘못입니다...





















 너무나 아쉽게도 블루 라군에서 나와 아이슬란드 여행의 모든 일정을 다 끝낸 저는, 즐거움, 아쉬움, 후회, 섭섭함, 후련함, 아련함이 뒤죽박죽된 혼란스러운 감정을 지닌 채 스티븐 시걸의 표정을 지으며 나른한 몸을 이끌고 케플라비크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에 오릅니다.





















꼐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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