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여행 둘째날(2): 2015년 10월 18일 일요일, 16:30




 마지막 교환학생 일기는 10월 27일에 업로드되었고, 지금 제가 드디어 이 여행기를 쓰는 오늘의 날짜는 12월 15일. 열심히 쓰겠다는 수많은 약속, 모두 의미가 없었습니다. 제가 활동이 없어서였는지 심지어 댓글을 다셨다 지우신 분들도 있으시더라구요. 그런 고로 더 이상의 약속은 어차피 신용이 없을 게 뻔하므로 안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ㅠㅠ... 어디부터 써야 되는지도 기억이 안 나네...


 뭐 굳이 앞으로의 계획, 청사진 같은 걸 말씀드리자면 그때 그때의 감정, 느낌이 살아있는 게 중요한 '일기'보다는, 나중에 봐도 느낌을 쉬이 떠올릴 수 있는 여행기를 다 쓰는 데에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그러니까 '존재할 수도 있었던' 이데아적인 글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그나마 여행기가 품질의 열화가 덜할 것 같아서요. 그렇더라도 집에 가서 뭐 학교를 다니건 고시 공부를 하건 완결은 낼 겁니다. (물론 안 믿으셔도 됨) 교환학생 생활 자체가 여행이었으니까요.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오슬로 시청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노벨 평화 센터! 사실 오슬로에 오기를 결정하고 오슬로에 대해 알아보면서 가장 기대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아시다시피 노벨은 스웨덴 사람이고, 노벨상은 (노벨이 창시하지 않은 경제학상만 제외하면) 스웨덴 한림원에서 수상자를 선정하여 시상합니다. 그런데 평화상만은 노르웨이 의회 노벨상 위원회에서 선정하고 오슬로에서 시상합니다. 사실 노벨이 왜 평화상만 노르웨이에 권한을 넘겼는 지 모르겠어서 대충 웹서핑을 해봤는데 명백한 근거는 없고 여러 가지 설들이 있더군요. 아무튼 이로 인해 오슬로는 '평화의 도시'라는 이명을 얻었습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입장권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입장권


 노벨 평화 센터 입장권입니다. 스티커 형태인데, 특이하게도 노벨 평화상 수상자 이름과 수상 연도가 적힌 스티커를 손에 붙여 줍니다. 저의 스티커는 1975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안드레이 사하로프! 옛 소련의 반(反)핵-인권 운동가입니다.





 캐서린은 하루 종일 돌아다녔더니 피곤하다고 쉰대서... 알겠다고 하고 센터로 들어갑니다. 근데 캐서린이 벨라루스 출신이라 그런지 반미-반서방적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 그것 때문인가 싶기도 하고 ^_^;;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기념품점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기념품점


 기념품점 쪽으로 먼저 들어가봤는데, 여러 기념품들이 있지만 역시 역대 수상자들의 얼굴이 나온 엽서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띄네요. 기념품점은 나중에 나올 때 또 들릅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전시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전시


 1층에서는 TARGET이라는 이름의 전시를 하고 있었어요. 들어오기 전에 노벨 평화 센터 밖에 그 이름이 걸려 있었죠. 이처럼 센터 1층은 평화와 관련된 전시 공간으로 운영되고, 센터 2층은 노벨 평화상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전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TARGET은 말 그대로 '표적'이죠. 수많은 '표적'들, 세계 각국의 여러 무력 집단에서 살인 훈련을 위해 사용하는 다양한 표적들의 이미지와, 그 표적들로 훈련을 받는 군인들, 그로 인해 변화하는 '적(Enemy)'에 대한 이미지와 관념이 전시의 핵심입니다. 지금 보니 제가 가기 한 달 전인 9월 25일에 시작했었고, 내년(2016년) 5월 22일까지 전시가 계속되는군요.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각국 병역제도 현황을 나타낸 지도.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나라별 병력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세계 각국의 병역 및 병력 현황. 대한민국도 역시 붉은색(징병제)으로 칠해져 있습니다. 병력은 65만 5천 명.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군인들. 군인들 사이에는 사람이 아닌, 그러나 사람 얼굴의 모양을 한 표적이 있네요.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당연히 한국군 병장님의 얼굴에 잠시 시선이 가 박혔습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첫번째가 가장 어렵다는 것은 신화다. 나에게는 하나도 어렵지 않았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더 많은 군인들, 누군가에겐 총의 표적일 군인들의 모습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제가 지내고 있는 핀란드 사진도 있네요. 핀란드의 전사자 묘지의 모습입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중동의 미군. 전쟁은 모두에게 끔찍합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총기로 누군가를 죽이는 것은 뇌가 아니라, 우리가 '근육 기억'이라 부르는 것에 의해 이뤄진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동영상 전시실. 세 면에서 동영상이 나옵니다. 한 쪽에서 표적이 총을 맞고 쓰러지면, 다른 쪽에서 표적이 튀어오르고... 피도 전혀 튀지 않지만 총소리와 과녁만으로 전쟁의 끔찍함을 전해줍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전쟁은 정치인들의 체스 게임이고 우리는 말이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1층 TARGET 전시


 음성 자료를 들을 수 있는 곳입니다. "킬러의 독백"이 굉장히 인상깊었어요. 다만 제가 못 찾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음성은 영어로 나오는데 자막은 꿋꿋이 노르웨이어로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_^;;



 이 전시에 대해 궁금하시면 오른쪽 링크를 눌러 공식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시길! 노벨 평화 센터 TARGETS 전시 공식 웹사이트






















 총소리와 표적들 사이에서 멍한 시간을 보냈던 1층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본격적인 노벨 평화상 전시 공간이 나옵니다.


 




 가장 먼저 저를 맞아주시는 분은, 2014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카일라시 사티아르티! 인도에서 평생 아동 인권과 교육에 투신하여 오신 분입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전시카일라시 사티아르티


 예전에 인도에 여행을 갔었던 게 생각나 홀린 듯 글을 읽었습니다. 너무나도 강한 전통을 지녀 변화가 가장 느리고 더딘, 게다가 가난까지 겹친 거대한 나라 인도의 그 많은 어린이들을 품으려면 얼마나 큰 마음을 지니고 있어야 할까요. 정말이지 생각만 해도 아득하고 존경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아마... 엥!? 2014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 어린 여자애 아니였냐? 라고 하신다면 맞습니다. 작년에는 이 아저씨와 말랄라가 공동 수상했습니다. 여자애만 기억해주는 더러운 세상...은 아닙니다만 최연소 수상이라는 말랄라의 너무나 큰 이슈성에 살짝 묻힌 감이 있긴 합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전시


 두 수상자의 수락 연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전시말랄라 유사프자이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는, 아동 인권, 교육, 나아가 정의와 관용의 상징이자 화신이 된 말랄라. 평범한 인간인 저로서는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할 용기를 낸 97년생 10대 소녀.  탈레반에 지배받고 있는 파키스탄의 극도로 근본주의적인 지역에서도 배움의 의지를 놓지 않았고, 탈레반의 살해 협박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과 느낌을 글로 써냈고, 그로 인해 결국 총을 맞게 되었지만 기적과 같이 살아나 노벨 평화상을 받았고, 지금도 근본주의와 가난에 대항하여 아동 교육과 인권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전시




"모든 아동은 언론의 자유가 있다."



"모든 아동은 교육의 권리가 있다."



"모든 아동은 쉬고 놀 권리가 있다."



"모든 아동은 해로운 노동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이 둘의 전시 공간을 지나 보게 된 곳은,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의 모습이 스크린에 담겨 빛나는 정말 아름다운 방이었습니다. 헉 소리 나게 아름다웠는데 어두운 공간이어서인지 사진이 그 아름다움을 다 담지를 못하네요. 다만 역시 너무 감동해서인지 중국인 커플이 DSLR로 찰칵찰칵 소리를 내면서 막 사진을 찍고 다녔는데 그러진 맙시다 제발ㅠㅠ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빛나는 수상자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유일한 한국인 수상자의 사진도 있네요.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김대중 전 대통령, '햇볕 정치인'으로 설명되어 있습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얼마 전 미얀마 총선에서 승리한 아웅 산 수 지 여사의 스크린입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민주주의는 자유와 합치하는 유일한 이념입니다. 


민주주의는 또한 평화를 추구하고 굳건히 하는 이념입니다. 


그러므로 민주주의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유일한 이념입니다. 


이것이 제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이 투쟁에 참여하는 이유입니다."








 당시 노벨 평화상 2015년 수상자로 튀니지 국민4자대화기구가 선정된 지 약 1달 후였는데, 공식 시상식이 아직 이뤄지지 않아서인지 스크린에는 없었습니다. 아마 지금 쯤엔 카일라시와 말랄라의 전시도 튀니지 국민4자대화기구로 바뀌지 않았을까 싶네요.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다음 방에는 책 모양의 전시물이 있습니다. 정말 책은 아니고 영사된 것입니다. 책장을 넘기면 다음 스크린이 펼쳐집니다. 노벨의 노벨상 제정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사실 오래되어 내용이 기억이 안 나네요 죄송합니다ㅠㅠㅠ 이래서 기록은 바로 바로 남겨야 하는 것이거늘...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그러나 책 자체는 아름다웠습니다. 실제 책이 아니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해상도가 높았어요.





 




 그 다음 방에 들어서자, 칠판이 저를 맞이합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PEACE


 세계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에서 온 수많은 사람들의 글들이 쓰여 있어 너무나도 아름다웠습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이 방의 주인공은 달라이 라마. 1989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지요. 티벳 독립 운동의 지도자입니다. 현재 무장 투쟁 노선을 포기하고 평화적 노선으로 선회하였으며, 인도 북부 맥그로드 간즈에 거처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소심하게, 세계 평화라고 쓰고 나왔습니다. 


못난 글씨체를 둔 독자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


 다음 전시실에서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 선정 과정에 대해 다루고 있었습니다. 역대 노벨 평화상 수상자, 각국 의회 의원, 법학·정치학·역사학 교수 등 자격을 갖춘 사람들에 의해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된 수많은 후보자 중, 노르웨이 의회 구성원 중 5명으로 구성된 노벨 위원회에서 심사하여 최종 수상자를 선정합니다. 위의 사진은 노벨 평화상 후보 심사 과정에서 사용된 카드인데, 여러 쟁쟁한 후보들 중 사람이나 단체를 꼽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노벨 평화상 수상에 잡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평화'라는 개념 자체가 굉장히 정치적이기 때문이죠. 대표적으로 미국 대통령 시어도어 루즈벨트는 '러일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한 공로'로 1906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고, 이로 인해 한일합방이 확정되었습니다. 노벨 평화상도 제국주의라는 시대적 배경을 초월할 수는 없었기에 어쩔 수 없다지만 씁쓸한 일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점점 이처럼 반-평화적 인물에 평화상을 주는 일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흔히들 노벨 평화상의 공신력 얘기가 나오면 거론되는 것이, 히틀러나 전두환, 푸틴도 후보에 올랐다는 것이지만, 이는 각국 의회 의원이나 관련 분야 교수 등 다양한 사람들이 노벨 평화상 후보를 추천 가능하기에 일어나는 문제일 뿐, 최종 심사에서 이러한 사람들이 노벨상을 받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비록 때로 정치적 지향 때문에 급진적이거나 모호한 이유로 노벨상을 수여하기도 하지만, 근래에는 배제될 사람들은 상식 선에서 배제되어 왔고, 투명하게 운영되어 왔습니다.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에 관해 말이 많았죠. 지금도 논쟁적인 문제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노벨상 수상의 이유로 거론되었던 햇볕 정책의 의도나 효과에 대해 비판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노벨상 위원회에 뇌물을 줬다느니 음모론을 펼치는 것은 무리수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아웅산 수 지, 만델라, 시린 에바디 …….


 전시가 끝나고 다시 1층으로 내려가는 마지막 공간에, 여러 수상자들의 사진이 걸려있습니다. 바로 감옥에 갇힌 적이 있었던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입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그리고 바웬사, 마틴 루터 킹 주니어, 카를 폰 오시에츠키, …….


 정말 수많은 수상자들이 한때 감옥에 갇혔었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인권이 누구의 희생으로 얻어진 것인지, 되돌아보도록 하는 공간입니다. 가장 왼쪽에 보이는 카를 폰 오시에츠키는 나치 독일 치하에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였고, 결국 1938년 수용소에서 결핵으로 사망하기까지 했습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2층류샤오보.


 그리고 단 한 명, 단 한 명이 아직 갇혀 있습니다. 2010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중국의 운동가 류샤오보는 국가 전복 혐의로 11년형을 선고받아 현재 교도소에서 복역 중입니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지 못하도록 막았을 뿐 아니라, 그 동료들과 가족, 친척들의 출국까지 모두 막아, 노벨 평화상을 빈 의자에 수상하는 유례 없는 일이 벌어졌었죠. 언제 중국에 진정한, 아니 적어도 한국 정도의 언론의 자유가 가능하게 될 지, 류샤오보가 언제 출옥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언젠간 가능하리라 한 번 믿어 봅시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기념품점


 내려온 기념품점. 엽서를 몇 담았습니다. 이 사진에서 왼쪽이 프리드쇼프 난센, 중간이 민족자결주의와 국제연맹의 제창자 우드로 윌슨, 그리고 오른쪽이 테디 베어로 유명한, 그리고 한일합방을 확정지은 시어도어 루스벨트입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기념품점No tanks, thanks.


 묘하게 어떤 한국인이 생각나는 엽서네요.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기념품점愛, 安


 사랑과 평안.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기념품점


 재활용품으로 만든 장신구들. 굉장히 예뻤습니다만, 노르웨지언 프라이스... 허헣 ^_^;;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기념품점


 정말 마음에 드는 티셔츠인데! 티셔츠인데!! 아동용 사이즈밖에 없습니다. 티셔츠가 너무 비싸서 다른 건 살 맘이 안 들고, 이거 하나 사고 싶었는데 못 사서 눈물이ㅠㅠ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서점


 기념품점에는 서점이 같이 있는데, 여기서 또 노벨 위원회에 한번 놀랐습니다. 마더 테레사는 1979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죠. 그런데 마더 테레사의 위인전 뿐 아니라, 마더 테레사가 위선자라고 엄청나게 비판한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책 The Missionary Position도 나란히 진열되어 있는 위엄찬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한국어로는 '자비를 팔다'로 번역되었습니다만, 원래는 '선교사의 위치'를 의미하며, 사실 일반적으로 '정상위(네, 그 체위)'를 의미합니다.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서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오슬로 노벨 평화 센터 기념품점


 흥미로운 세계지도. 긁으면 색이 나옵니다. 어린이들에게 사 주면 지리에 관심이 좀 더 생기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게임이 훨씬 빠르겠습니다만 저처럼 인생이 망하니까...






 노벨 평화 센터에서 나와, 엄청 배고파 보이는 캐서린과 함께 뭔갈 먹으러 갑니다.


오슬로 페페스 피자


 너무 비싸서 먹을 엄두도 못 내면서 놀아다니다가, 아몰랑 그냥 먹자!해서 들어간 피자집.



오슬로 페페스 피자


 페페스 피자. 앞으로도 자주 보게 됩니다만 먹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



오슬로 페페스 피자


 피자 하나당 2~3만원 하는 아름다운 모습. 게다가 노르웨이까지 와서 이탈리아-미국 음식이라니 ㅠㅠ





오슬로 페페스 피자


 다만 엑스트라는 쌉니다. 저거만 먹고 떼울까 하는 생각을 0.3초동안 했다가 포기. 피자 한 판과 사이드 샐러드를 시킵니다.




오슬로 페페스 피자


 그치만 나온 피자는 어마어마하게 만족스러운 크기와 질감이었습니다. 오오 페페스 피자 오오. 하긴 이 돈 냈는데 맛없으면 굉장히 빡쳤을 듯. ^_____^






오슬로 페페스 피자


 으아아아아 잠깐 물가를 잊고 식도락에 빠집니다. 먹고 나서 어마어마한 지출에 후회했지만 먹을 때 쾌락을 보장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웃긴 게 오른쪽 테이블에 굉장히 근육 우락부락한 남자 둘이 피자 먹고 있길래, 캐서린이 오오 멋지다 했는데 갑자기 둘이 격렬 키스를...





... 정말 이건가










 근데 올리고 보니 저는 smart도 nice도 handsome도 아닌데 여집합의 정의는 없군여 어허헣 ㅠㅠㅠ





오슬로의 밤 거리


 어느새 어두워진 오슬로.


오슬로의 밤 거리


 ...그런데 정류장을 지나치기까지 해서, 결국 숙소로 돌아옵니다.






 숙소에서 에어비앤비 호스트였던 표트르, 지나와 얘기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희 기차가 새벽 4시 15분이었는데, 단 1박 요금만 냈음에도 불구하고 밤까지 계속 있게 해 주고, 심지어는 가면서 배고플 거라고 요구르트까지 ㅠㅠ



요구르트


 요구르트 받으면서 정말이지 너무 감동했습니다 ㅠㅠ 으아 이 동네의 미친 물가를 생각하면 정말 더더욱 감격스럽죠.












 근데 하필 여기서 캐서린과 싸움이 나서,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아침에 이어) "You never listen to me."라며 단단히 화가 났습니다. 제가 아침에 캐서린 말 안 듣고 했다가 밥 망친 것 하며, 제가 낮의 바이킹 박물관에서 찍은, 캐서린이 웃기게 나온 사진을 페북 단체방에 올린 것 때문에 화가 났다는데요. 


 근데 저는 아침에 밥을 제가 알아서 잘 하고 싶었을 뿐이고, 그건 미안하지만, 아니 사진때문에 갑자기 엄청 화내면서 그러는 게 너무 이해가 안 되어서 짜증이 나는 바람에, 장기전으로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그 사진을 올리지 말라고 했다는데 전 다른 사진 올리지 말라고 한 건 기억나지만 그 사진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안 나기도 하구요, 더군다나 노트북도 안 가져와서 계속 쓰게 해 줘서 할 일도 잘 못 하고 있었고, 계획 등등 많이 맞춰 줬다고 생각했는데 별 것 아닌 걸로 너무 짜증 내니까 돈 몇 푼 아끼려고 왜 얘랑 같이 왔지 하는 생각까지 들어서 기분은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콩간지내가 속이 더럽게 좁은건가...





 뭐 사실 그냥 미안하다고 했으면 될 일인데 피곤과 짜증까지 겹쳐 굉장히 속이 좁은 모습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노벨 평화 센터를 보고 온 정신상태 치고는 정말 글러먹긴 했네요. ^___^;









 결국 에어비앤비 호스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어색하지만 중앙역으로 향합니다.


오슬로 버스 터미널


 거의 막차를 타고 나왔는데 기차역은 아직 열리지 않아, 좀 더 기다리기 위해 찾은, 역 근처의 버스 터미널.


오슬로 버스 터미널


 역 대합실에서 블로깅을 했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블로그에 글을 썼구나, 사진을 보고 깨닫습니다 ㅋㅋㅋㅋ


오슬로 버스 터미널


 나쁘지 않은 라운지 풍경. 쌀쌀하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열심히 잡니다.








오슬로 중앙역


 그리고 마침내 문이 열려 들어올 수 있었던 기차역! 3시 56분이라는 시간을 보니 제가 다 답답하네요 ^_^; 스타방에르로 가는 4시 15분 첫 열차를 타기 위해 플랫폼으로 향합니다.


오슬로 중앙역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잠시 기다리는데, 한국인 두 명이 지나갔습니다. 남자 한 분과 여자 한 분인데, 자전거로 여행 중이셨어요. 그런데 시간도 시간이고 멍-하니 있다가 놓쳐버리고 말았습니다.



노르웨이 기차


 마침내 기차에 탑승, 기차는 스타방에르로, 자그마치 8시간의 여행을 시작합니다.











노르웨이 여행 지도, 10/19노르웨이 여행 지도, 10/19


...그렇게 저는, 스타방에르로 가...가버렷!



스타방에르에서 꼐속









9월 8일, 화요일






 8일 화요일. 오늘은 한국인 파티가 있는 날입니다.







 웰컴 페어에 이어 있었던 정신 없는 파티의 시기에, 헬싱키의 타이거 클럽에서 다른 학교로 온 한국 교환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죠. 그래서 다른 학교 교환학생들과 같이 모여서 한국 음식도 해먹고 등등 파티를 하기로 한 날이, 바로 오늘... ^_^;;











 그.러.나. 오늘은 또한 수업이 있는 날이기도 하니 일단 수업을 들읍시다.




 핀란드의 학식, 유니카페에서 먹은 밥. 2.6유로 치고 정말 혜자하게 나왔습니다만 이건 운이 좋았을 때입니다. 운이 안 좋으면 그냥 샐러드만 왕창 담게 되는 수가 ㅐㅇ겨요. 저거 다시 보니까 배가 고프네... 아무튼 혜자하게 나온 유니카페 감사하게 먹어줍시다.




 헬싱키 대학교 학생들과 모여서 가기로 했으니 그 전까지 도서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리고 할 것이 없어서 도서관을 이리저리. 마치 중도에 있는 이상한 아저씨들 같네요 지금 생각하니 ^_^;;



 한국어 서적도 도서관 한 켠에 비치되어 있었습니다. 언어 위주로 책이 갖춰져 있었습니다.



 그렇게 기다리다 수업을 마친 다른 학생들과 함께 아시안 마켓에 들러서 음식들을 좀 샀습니다.



 김치와 라면 등등... 하카니에미 역 거의 바로 옆에 있는, 동방슈퍼에서 샀어요. 그리고 K수퍼마켓을 들러 삼겹살과 다른 고기 조금을 삽니다. 너무 예전이라 기억이 잘 안 나네욬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쓸데 없이 장엄한 역 시계탑을 뒤로 하고, 다른 학생들과 모두 만나 자그마치 여섯 명이서, 출발!








 파실라는 중앙역에서 딱 한 정거장, 통근열차를 타고 가면 있어요. 통근열차다 보니 메트로보단 역 간격이 길지만, 그래도 조금 무리하면 걸어다닐 수도 있을 만한 거리입니다. 이런 곳에서 살고 있다니 여기 사는 사람들 부럽습니다ㅠㅠㅠㅠ 콘툴라는 존나 최악인데...













 그리고...








고-기





 고기를 열심히 구워 먹읍시다.





 사실 클럽에서 만난 것이고 그마저도 저와 일부 뿐이라 많은 사람들은 거의 일면식도 없는 상태여서 걱정했는데, 먼저 파실라에 있는 사람들이 반겨 주어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ㅠㅠ 저희 쪽에서 여섯 명, 그리고 파실라에 네 명이 더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는 헬싱키 대학교에서 항상 여초로 지냈는데 이쪽엔 남자가 더 많은 것 같더라구요. 신기했습니다. 





 저렇게 고기를 계속 굽고, 맥주와 사이더를 마셨습니다.



 입이 너무 많아 고기가 금방 동나자, 곧 동원된 파스타에,




감자튀김과 계란말이까지 ㅠㅠㅠ



 저 계란말이는 진심 존맛이었습니다... 으아 계란말이 잘 하는 남자 부럽다 ㅠㅠ





 시간이 늦어 플랫에서 계속 파티를 하기 좀 거시기해지자,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파실라 근처의 야경이 보여서 나름의 운치가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술을 마시고 과자를 먹으며 조금씩 이야기를 하다가, 시간이 되어 헤어졌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때 파티 이후로 여기 파실라 한국 학생들이랑 1번도 못 봄ㅠㅠ 저와 같이 간 여자애들은 그 뒤에 수오멘린나로 놀러가고 해서 친하게 지내나 했는데 뭔가 자연스럽게 만날 일이 없고 하니 교류가 없어진 모양입니다. 노르웨이 여행 끝나고 11월쯤에 다시 만남을 추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집에 돌아간 저는 자기 전에 홀로 마지막 만찬을...











무.파.마.






그렇습니다.




성공한 자의 상징.

사회적 성공의 징표, 무파마.







 사실 무파마는 파실라에서 끓여먹으려고 동방슈퍼에서 산 것인데, 너무 융숭하게 대접을 받아 많이들 남겨 주고, 하나만 제가 가져왔습니다. 물론 이 하나 산 만큼의 돈은 제가 전체 다른 사람들에게 지불하였습니다. 저의 회계는 철저합니다 ^_^;;



 그리고 좀 행운이 있었던 게 평소에는 동방슈퍼에 라면이 거의 없어요. 한국 라면 자주 있는 게 이상한 첨 들어보는 '감자면' 정도. 비 보안에는 라면이 많지만 정작 무파마는 별로 없습니다. 아아 무파마를 먹을 수 있던 이 날은 얼마나 은혜로운 날이었던가.



끓입니다.






끓습니다. 계란 투하!






 후루룩 쩝쩝





꺼-억





 잘 먹었다.






 아침의 유니카페부터, 저녁의 파티와 밤의 무파마까지. 하루 종일 먹을 복이 가득했던 하루를 끝마치고, 저는 내일을 위해 잠에 듭니다.












꼐속








9월 7일, 월요일






그렇습니다. 9월 7일, 드디어,



제 인생은 개강하였습니다.















출처: 먼나라 이웃나라 독일편출처: 먼나라 이웃나라 독일편


이 얼마나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일입니까?








 첫 주에 있던 수업을 수강신청 취소하면서까지 미루고 미루려고 했던 개강이, 드디어 9월 7일, 9월의 둘째 주가 되어 다가오고 말았던 것입니다ㅠㅠ







 정말이지 비탄을 금할 길이 없네요...










 그치만 다행인 건 개강한 수업은 하나 뿐이라는 것입니다. 월요일 아침 수업은 다음 주에 개강, 저녁(자그마치 오후 6시)에 진행되는 핀란드어 수업만 오늘 개강하였습니다. 어찌 되었건 수업 하나가 개강했으니, 저는 교재를 구해야 하는데...




 그러니 저녁 수업인데 귀찮기도 합니다만 일단 집을 나섭시다.




 도서관에서는 매우 당연하게 이미 다 대여가 끝났습니다. 도대체 개강 당일날 대여를 노리다니 어떤 멍청이인지 제가 다 궁금하네요 ;;






 도서관에서 실패를 맛본 저는 일단 sitsit 파티에 돈을 내러 갑니다. 얼마 전에 신청한 학생 파티인데 참가비가 자그마치 15유로. 그런데 사실 그 값을 하긴 합니다 ㅎ;ㅎ;.. 가는 길에 러시아 플메 안드레이를 만났는데 안드레이도 sitsit에 간다고. sitsit에 관해서는 조만간 포스팅하게 되겠지요.



 요런 건물에서 학생들이 돈을 수납하고 있었습니다. 이 건물은 그 뒤로 가 본 적이 없네요 ^_^;;





 아... 이 쯤 하여 사실 한 것도 없는 저는 배가 고파졌으므로 밥을 먹습니다. 어떤 식충인지 제가 다 궁금해지네요;;





 그리고 저는 학교 구내 서점이 있던 게 생각나서 그 곳을 찾기로 합니다.





 음...





헬싱키 대학교 구내서점헬싱키 대학교 구내서점




아담-합니다




 네. 보시다시피 별로 넓지가 않고, 책 뿐 아니라 기념품이라거나 음료라거나 다른 것들도 팔고 있어서 책 진열하는 부분은 더더욱 좁습니다. 혹시나 해서 물어봤지만 역시나 제 교재는 없습니다. 사실 교환학생을 위한 핀란드어 수업 중에서도 쓸 데 없이 마이너한 걸 고르는 바람에 제 인생이 좀 꼬였는데, 여러분은 그 꼬여가는 과정의 극히 초반부를 지금 감상하시고 계신 것입니다. 어헣 어헣.




 그리하여 저는 헬싱키에서 매-우 유명한 서점인, 아카테미넨 서점(Akateeminen Kirjakauppa)에 가기로 합니다.




아카테미넨 서점 정문아카테미넨 서점 정문


 이 곳이 바로 아카테미넨 서점. 도심 근처, 스톡만 바로 옆에 있습니다.




 이 곳은 사실 단순히 책 사는 곳으로뿐만 아니라, 관광지로도 유명합니다. 바로 핀란드의 유명한 건축가인 알바르 알토(Alvar Aalto)가 지은 건물이기 때문이에요. 대가의 이름 답게, 정말 북유럽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건물입니다.






 으아아. 헬싱키 대학교 도서관도 그렇고, 하늘이 뻥 뚫린 구조가 대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반원 모양으로 한쪽 귀퉁이를 뚫어 놓은 도서관과는 달리 아카테미넨 서점은 사각형으로 중앙이 뚫려 있어요. 간결하고 깔끔한 느낌을 줍니다. 물론 필터떡칠은 필송합니다.



 진열된 책들.



 천장에는 창이 뚫려 있어, 밖에서는 자연광이 들어오고 그 창 옆에는 전등이 달려 은은한 느낌을 더해 줍니다. 



 위층에서 본 아카테미넨 서점 내부.



 윗층에서는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3층에서 진행중이었던 전시는 바로 시벨리우스 전시!



 핀란드의 비공식적 국가인 '핀란디아'를 작곡한 시벨리우스. 헬싱키에 아직 찾아가보지는 않았지만 시벨리우스 기념 공원도 있는 만큼^_^;; 핀란드 사람들은 시벨리우스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제가 여기에 온 이유는 원래 책을 사기 위해서였죠. 












그러나 저는 책을 사지 못했습니다.




왜냐면요,








책 한 권에 40유로행...







 이건 미친 짓이야 난 여기서 나가야겠어 ㅠㅠ








 게다가 제가 사려한 책이 멋들어진 하드커버나 두껍두껍한 책도 아닌, 한 권에 200페이지 가량 되면서 품질도 그닥... 거의 신림동 복사집에서 만들 만한 품질의 책들이고, 두 권을 사야 하니 자그마치 지출은 80유로가 되는 상황이었습니다ㅠㅠㅠ 으아아아아아아










 아마 핀란드에서는 저자들한테 로열티를 많이 주어서가 아닌가 싶은데요... 이 상황을 맞이한 저는 일단 눈물을 삼키며 후퇴할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수업에 가기 전에 잠깐 단스케 방크에 들려, HOAS 임대료를 냅니다.



 현지 통장을 개설하지 않으면 송금 떄 5유로의 수수료가 듭니다. 자그마치 한국 돈 7,000원...! 어마어마한 돈인데, 또 통장을 개설하려면 뭔가 아주 복잡한 절차가 있고 수수료도 든다는 얘기를 들어서 그냥 한 학기 동안만 이걸 내기로 합니다. 사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좀 더 자세히 알아볼 걸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미 3개월이나 임대료를 냈는데 지금 와서 또 신청하자니 지금까지 쌩돈 낸게 아깝네요. 남은 기간 동안에도 잘 수수료 내야겠습니다. 어헣...





 그리고 수업이 진행되는 건물은,



 의사당 광장 바로 옆 건물! 대성당에서 바로 보이는 멋들어진 건물이 헬싱키 대학교 메인 빌딩입니다 ㅠㅠㅠ






 딱 봐도 굉장히 오래 된 느낌이 나는 복도.





 강의실에 들어왔습니다. 당연히 시간이 넘쳐나는 저는 수업 시작 1시간 전에 도착했기 때문에,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렇게 벽에 걸린 초상화를 보며, 저 분들은 어떤 분이실까 생각하고 있던 와중에, 하나 하나 다른 학생들이 들어오네요.






 여기서 가장 먼저 만났고 친해진 사람은 석사과정에 다니고 있는 스코틀랜드 출신 미셸. 글렌과는 달리 영어 억양도 알아듣기 엄청 쉽고, 드립도 웃기고 해서 바로 되게 친해졌습니다. 헬싱키에서 공부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핀란드인 남자친구가 있어서 핀란드어 수업을 듣게 되었다고 해요. 이 외에도 몇 명들이 들어와서 인사를 하고 얘기를 하다가, 당연히 수업 시간이 다가오면서 우르르 사람들이 몰려 와서 곧 상황은 정리.




 그리고 친해진 미셸이 책을 보여주겠다고 해서 다행히 책 걱정을 덜 수 있었습니다. 수업은 대체로 PPT 위주로 진행이 되고 유인물도 자주 나눠줘서, 책이 항상 필요하진 않은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정말 다행이었습니다ㅠㅠ




 그리고 이 수업, 'Intensive Finnish for beginners'인데,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핀란드어를 공부하겠다고 '인텐시브'를 택한 제가 두 인텐시브 수업 중 굳이 늦은 이 수업을 선택한 건 물론 시간표상의 문제 때문이었지만, 이 때문에 한 학기 내내 고통을 받게 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 좋은 점이 있었는데, 다른 한 수업은 교과서의 저자께서 수업을 하세요. 그럼 아무래도 책을 안 사면 매우 눈치가 보였겠죠ㅠㅠ. 이처럼 월수목 저녁 7시 30분 하교의 저주에도 좋은 측면이 있다..하고 자위합니다.











 첫 날 수업은 간단한 오리엔테이션과 인사말 정도였습니다. 이 때만 해도 내가 이 수업을 잘 따라갈 거라고 생각했지... 그랬었지...ㅠㅠ 흐르는 이 것은 눈물인지 뭔지...ㅠㅠ





 수업을 마치고 나와서 본 대성당. 대성당은 앞으로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이 보게 됩니다. 지겹도록이라고 쓰려 했는데, 전 두 달째 대성당을 보고 있지만 아직 지겨워지지는 않았으니 그 표현은 빼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어제 먹다 남긴 삼겹살을 먹고 자는 것으로 오늘의 일정은 종료.













 내일은 화요일입니다. 화요일엔 원래 두 개의 수업이 있는데, 하나는 아직 개강을 안 했고 하나는 내일 개강. 으으으...^_^; 설레는 마음을 품은 채 저는 잠에 듭니다.











꼐속








노르웨이 여행 둘째날(1): 2015년 10월 18일 일요일




 사실 노르웨이 여행 첫날의 이야기를 자그마치 네 개의 포스트로 나눠 쓰는 바람에 굉장히 분량이 창렬해진 점, 인정합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중간에 끊고 포스팅을 마치고 싶은 충동이 들더라도 최대한 자제하여 가능한 한 한 포스트에 많은 분량을 담도록 하겠습니다.










 노르웨이에서의, 오슬로에서의 둘째날의 아침은, 밥을 짓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밥을 지읍시다. 밥을.






 그런데 문제는 저는 태어나서 딱 ①한 번 밥을 지어 본 적이 있는데 그게 얼마 전이고, ②그 밥조차 그냥 전기밥솥에 지은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캐서린이 밥을 하려고 했는데, 뭔가 얘기를 들어보니 벨라루스식 밥짓기와 한국식 밥짓기가 다른 것 같아서 제가 대충 하다가... 





 결국 태워먹고 맙니다. 아랫부분은 바닥에 눌어붙고 윗부분은 설익은 완벽한 태워먹기. 캐서린은 "You never listen to me."라고 말하며 조금 빡친 것 같은 표정을 짓습니다. 이건 저의 잘못이 명백하니 뭐라 대꾸할 수도 없습니다. 캐서린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제가 열심히 해 보고 싶어서 뻘짓을 한 거긴 한데, 어쨌건 밥이 망했으니 그것도 잘못이죠.




 반찬은 어제 산 연어.




 그리고 저는 핀란드에서 가져온 김...을 곁들입니다. 연어에 김이라니 뭐 진수성찬이네요 ^_____^; 쌀이 계속 씹힌다는 점을 빼면...






 아무튼 밥을 먹고 나옵니다. 밖에서 찍은 표트르와 지나의 아파트. 저번에 봤을 땐 그렇게 좋은 지 몰랐는데, 지금 보니 저 한 층을 두 가구만 쓴다면 정말 딱 봐도 넓어 보이네요. 




 그리고 환승을 위해 도착한 중앙역입니다. 중앙역 바깥 유리벽, 어제는 밖에서 안을 쳐다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몰랐는데 ^_^;; 휘날리는 종이처럼 보이는 디자인이 인상적입니다.





 여기서 새로이 24시간 대중교통권을 구입한 저희는, 어제부터 가야지 가야지 가야지 하고 벼르고 있던 ☆노르웨이 최고의 박물관☆ 프람 박물관으로 향합니다.













 지도에서 보시다시피 프람 박물관은 반도의 끝에 있기 때문에, 여름에는 페리를 타면 됩니다만 페리 따위 없는 저주받은 계절에 온 저희는 그리로 가는 버스를 타고 하염없이...하염없이... 기다려야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 ^_^



우오오






 사실 저 모아이는 콘 티키 박물관에 딸려 있는 것이지 프람 박물관 건 아닙니다만, 눈에 바로 들어오는 건 어쩔 수 없네요 ㅋㅋㅋㅋ 바로 모아이와 격렬하게 포옹해줍니다.




 사실 저는 여기 오기 전까지도 콘 티키 박물관이 여기 있는 줄 몰랐는데, 도대체 아는 게 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콘 티키 박물관도 꽤 흥미로워 보였습니다. 콘 티키가 뭐냐면, 노르웨이의 인류학자 토르 헤이에르달이 남아메리카에서 이스터 섬까지 타고 간 아주 작은 목선입니다. 이 양반은 이스터 섬의 문명이 남아메리카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믿었는데, 학계에서 그 견해를 받아들이지 않자 그걸 증명한답시고 본인이 직접 배를 타고 남아메리카에서도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겁니다. 오오 끓는 피 오오...!





 그렇지만 함정은 여행의 가장 큰 장애물인 훔볼트 해류는 다른 배의 도움을 통해 넘었다는 점. 가장 큰 장애물을 고려하지 않고 탐험을 한 셈입니다. 무엇보다 유전자 검사 결과 이스터 섬 주민들의 조상은 폴리네시아계인 것으로 밝혀져 헤이에르달의 학설은 매장크리... 그렇지만 이스터 섬으로의 항해 이후에도 모로코에서 서인도 제도까지, 메소포타미아에서 인도까지 조악한 배를 타고 항해를 계속했습니다. 정말이지 자신이 믿는 바를 위해 몸을 던지는 그 열정은 정말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뭐 한편으로는 기존에 이미 나와 있는 고고학, 인류학적 근거들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항해를 한 걸 보면,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 싶기도 하지만요;;






 그리고 눈 앞에 보이는 사람 모양 돌 조형물과 셀카를.







평화-롭다





이미 박물관은 안중에도 없고 해변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모습입니다.




 ...그치만 해변에도 볼 것들이 좀 있으니, 천천히 살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바다 건너 보이는 오슬로의 가장 번화한 곳들.




 유럽의 북쪽 끝에 있는 나라인데도, 거의 정오의 햇살을 맞고 있으니 굉장히 따뜻합니다. 열대 휴양지에 온 것 같은 착각이 0.3초간 들었습니다.





 그리고 금속 판이 세워져 있어서 들여다 보니,




 베트남 보트 난민들을 받아 준 것에 대한 감사패로군요.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베트남 사람들이 뭔가 베트남 본토의 인구나 이미지에 비해서 굉장히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핀란드에도 그렇구요. 그것이 베트남 전쟁 이후 난민들이 유럽에 많이 정착했기 때문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선원들과 한 컷. 저 떄는 몰랐는데, 프람 박물관 옆에 있었으니 아마 전설적인 선원들이었을 것 같네요.



 요트 타고 싶다...








 이렇게 해안을 돌면서 바다를 흠뻑 느낀 저는, 이제 프람 박물관으로 들어섭니다.




프람 박물관 정문프람 박물관 정문


THE BEST MUSEUM IN NORWAY





 으아아 들어가는 문부터 위풍당당.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프람 박물관이 무엇을 다룬 박물관인지도 몰랐습니다.





 여러분의 어이가 상실되는 소리가 벌써부터 들리는데요. 그렇습니다. 그냥 여기 가자고 한 것은 캐서린이 가자고 해서이고, 아 뭐 박물관 좀 들러야지 생각하던 김에 노르웨이 최고의 박물관이라니 그냥 거기 가자 해서 온 겁니다. 으아아아아아... 저는 여기 들어오고 나서 처음으로 프람 박물관이 무엇을 다룬 박물관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거슨...배.






목선.





...그런데 그냥 목선이 아닌,




북극과 남국의의 유빙 사이를 휘젓고 다니던,




극지 탐사용 목선.


















ㅁㅊㄷ ㅁㅊㅇ














간지폭풍간지폭풍



 아아 극지 탐사선이라니 ㅠㅠㅠ저는 프람 박물관이 내뿜는 간지포...포풍에 실신해 버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으아아아아아아 '프람'이란 극지 탐사선의 이름이었던 것입니다!! 마음 속에는 진심 개쩐다... 개쩐다 생각만.






 입장료는 기억이 안 나는데 인터넷을 보니 학생은 40크로네랍니다. 다만 옆의 노르웨이 해양 박물관(NMM)과 연계한 표를 판매하는데, 저희는 시간이 많이 없어서 해양 박물관은 포기했습니다.







 오래 되어서인지 아니면 방부 처리를 잘못한 것인지 무언가가 새는 모습으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_^;;


프람 박물관 1층 벽면프람 박물관 1층 벽면     프람 박물관 1층 벽면프람 박물관 1층 벽면


 장-대한 프람 호의 여정. 북극은 몇 번이나 탐사해서 난센이 북위 86도 14분까지 갈 수 있게 한 데다가, 자그마치 아문센의 남극 정복에도 함께한 배입니다. 




프람 박물관 1층 포스터프람 박물관 1층 포스터




 먼저 본격적인 전시물이 없는 1층을 둘러보는데, 스발바르에서 프란츠 요제프 제도로 가는 프로그램의 포스터가 떡하니 붙어 있었습니다. 와... 프란츠 요제프 제도라니... 감탄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프란츠 요제프 제도(Franz Joseph Lands), 그러니까 젬랴프란차요시파는 북극해에 있는 러시아령의 무인도 군도입니다. 1865년에 노르웨이의 고래잡이들이 발견했다고 하나 공식 보고된 것은 아니고, 약간은 뜬금없지만 1873년에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탐험대에 의해 발견되었어요.







빙하와 어둠의 공포빙하와 어둠의 공포



 제가 이 제도에 대해 접하게 된 것은, 크리스토프 란스마이어의 『빙하와 어둠의 공포』라는 책을 통해서였습니다. 이 책은 예전에 프란츠 요제프 제도를 발견한 탐험대의 이야기와, 그 탐험대의 뒤를 좇다 스발바르에서 사라진 청년의 이야기, 두 이야기를 교차시키며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저는 특히나 북극해에서의 탐험대의 사투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저자는 약간은 건조하지만 아름다운 어조로 배를 죄어 오는 빙하와 무시무시한 추위, 그리고 공포와 공허함을 서술하고, 저는 이 문장들을 읽으며 극지라는 곳이 주는 어떠한 원초적인 적막함과 공허에 대한 환상을 키웠습니다.







 그런데 이 섬들에, 비록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탐험대의 경로가 아니라 프람의 경로이긴 하지만, 가 볼 수가 있다니...!








는 FAIL.



가장 싼 곳이 1인당 6,930달러, 현재 환율로 781만 7,040원. ^___^





 이건 뭐 핀란드 한 학기 생활비를 2주에 꼴아박게 되겠군요. 박물관 방문자에 한해 5% 할인해준다고 하는데, 그래도 여전히 742만 6,000원... 나중에 제가 저 비용을 부담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벌게 되었을 때, 그 때가 되면 북극해의 접근성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하며, 일단 들뜬 마음을 억누릅니다.







 프람 박물관 내에는 작은 매점이 있는데 별로 비싸지 않았습니다. 잘 안 팔려서일까요 ^_^;;



 다만 테이블은 이렇게 극지 컨셉으로 꾸며 놓았습니다. 저기 스크린에서는 극지 탐사 영상이 계속 나와요. 굉장히 컨셉에 신경을 쓴 박물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층 오른쪽, 기념품 상점 근처에 가면 아마 어린이들이 대상인 듯한 여러 체험들을 할 수 있는데요, 저는 정신연령이 초딩급이므로 역시 시도해보았습니다.



 이건 극지 반응 속도 테스트인데, 시작하면 저 하얀 버튼들 중 하나에 불이 들어오고, 그 불이 들어온 것을 눌러야 하는 겁니다. 두더지 잡기를 생각하시면 쉬울 텐데요, 다만 보시다시피 버튼들이 굉장히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어서 ^_^;; 몸의 순발력도 중요하지만 빨리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묘하게 중독성이 있어서 네댓번은 한것 같네요 ㅋㅋㅋ





 이건 극지에서 짐 끌기 체험. 왼쪽 건 가볍고 오른쪽 건 말도 안 되게 무겁습니다. 게다가 보시다 시피 사람들이 얼마나 열심히 시도했는지 바닥의 도료가 다 벗겨져 있는데, 그래서 마찰이 안 생깁니다. 족족 미끄러져서 도저히 앞으로 나갈 수가 없습니다 ㅋㅋㅋㅋㅋㅋ 그래도 갖가지 편법을 동원해서 앞으로 나아갔을 때는 쾌감이 쩝니다. 덧붙여 제가 극지에서 저런 짐을 끌고 있다면 끔살당할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인 전시를 보러 위로 올라갔는데...



☆ 한국어 지원 ☆











엄지 척





 으아니 이게 얼마만에 보는 한국어인가요... 여러 언어들이 다 지원돼도 한국어는 항상 빠져 있었는데 한국어 지원이라니ㅠㅠㅠ 너무 감동입니다. 게다가 흔히 보이는 말도 안 되는 한국어도 아니고, 번역투 느낌이 나긴 해도 정상적인 한국어 문장들입니다.



 위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벽들을 따라 여러 전시가 되어 있는데, 설명이 벽에는 영어와 노르웨이어로 써 있고, 옆의 스크린으로 다른 언어 버젼을 볼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으아아 한국어라니 갓-람 박물관 인정합니다ㅠㅠ





 그런데 저는 정작 전시와 설명 부분은 사진을 많이 안 찍은 것 같네요. 정말 재밌게 보고 읽었는데, 위치도 좀 그렇고 글 위주라서 사진 찍기 애매했던 점이 없지 않습니다. 그럼 이제 프람 호로 올라갑시다.



프람 호 갑판프람 호 갑판


 이게 그 프람 호란 말인가...? (먼산)




프람 호 갑판프람 호 갑판


 위풍당당합니다.





프람 호 갑판프람 호 갑판


 그리고 그 위에 서 있는 저는 위풍당당...이 아니라 목 앞으로 푹 숙인 거북목 크리.



프람 호 갑판에서프람 호 갑판에서


 거북목이 너무 심하게 진행되어 목의 기능이 퇴화된 저의 모습. 마치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플라잉 더치맨에 붙어버린 선원들 같네요.







프람 호 갑판에서프람 호 갑판에서


 ...헛소리는 그만하고 이제 프람 호 내부로 들어갑시다. 셀카 말고 다른 사진에는 저 문이 안 나와있네요. 무슨 이런 데서 셀카를 찍었지 ㅡㅡ 노답인 듯.



프람 호 내부프람 호 내부


 프람 호의 짬밥은 여기서 만들어졌겠죠. 


프람 호 내부프람 호 내부


 타이타닉을 생각나게 하는 엔진들.


프람 호 내부프람 호 내부


 선원실. 저기 보이는 조그마한 구획이 침상입니다. 잠을 제대로 자기나 했을까 가슴이 아프네요ㅠㅠ


프람 호 선창프람 호 선창


 ...약간 내려가면 선창을 볼 수 있는데,


프람 호 선창프람 호 선창


 어김 없이 빽빽히 들어차 있는 낙서들. 유심히 살펴봤는데도 한국어를 못 봤습니다. ^_^. 몽주니어 1패 추가하겠습니다.



프람 호 내부프람 호 내부


 그 와중에 발견한, 프람 호 제3차 탐험을 기념하는 명판. 아문센의 이름이 가장 위에 보입니다. 키야 아문센뽕에 취합니다!





프람 호 내부프람 호 내부


 축음기. 옆에 있는 건 피아노입니다.



프람 호 내부프람 호 내부


 아마 의료용 도구들. 저 거울과 핀들을 보자니, 으으... 여기서 제대로 된 마치도 없이 치과 시술을 받았을 선원들에게 애도를ㅠㅠㅠ








 프람 호를 둘러 보고 나와 다시 전시와 설명들을 보다가, 한 체험 공간을 발견했습니다. 이름하야 열파참...이 아니라 '극지 탐험 체험'!



 ...들어갑시다.





는 호러.




'극지 탐험'의 로망보다는 보단 빙하와 어둠의 공포에 중점을 둔 모습입니다 ㅋㅋㅋㅋ





 저 문? 배? 밖의 얼음들은 계속 번쩍번쩍거립니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작은 통로가 있는데...






히-익



엌ㅋㅋㅋㅋㅋ







 어차피 길이도 짧으니 잠깐 돌아보기에 손색이 없는, 매우 재미있는 체험 코너였습니다ㅋㅋㅋㅋ




 기념품점에서는 특기할만한 건 없습니다. 다만 시계가 '한정판'이래놓고 할인하고 Don't miss it! 써 놓으니까 좀 없어보일 뿐;;







 이후 저희는 버스로 세 정거장 전에 있던 바이킹 박물관에 갔습니다.


오슬로 바이킹 박물관오슬로 바이킹 박물관


 바이킹 박물관의 전경.



오슬로 바이킹 박물관오슬로 바이킹 박물관


 사실 이 박물관 자체의 문제인지 저희가 프람 박물관을 보고 와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깊은 인상은 들지 않았습니다.




오슬로 바이킹 박물관오슬로 바이킹 박물관


 이렇게 잘 보존된 롱보트와 거의 다 부서진 롱보트, 롱보트 총 세 개가 있고...


오슬로 바이킹 박물관오슬로 바이킹 박물관


 그 이외의 바이킹 유물들도 이런 홀 하나 분량. 좀 더 보존이 필요한 유물들을 위한 작은 방 하나가 따로 있습니다.


오슬로 바이킹 박물관오슬로 바이킹 박물관


 뭐 그나마 보기엔 나쁘지 않지만... 이 쯤 되면 왜 바이킹 박물관을 제목에 안 썼는지 다들 파악하시고도 남았을 듯 ^_^;;







 바이킹 박물관을 둘러 보고 나니 오후 2시. 일단 중앙역으로 돌아갑니다. 이 때 돌아간 이유는 심카드를 등록하기 위해서인데... 오늘이 일요일이라서 비록 중앙역의 Netcom 영업점은 열었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은 일을 안 해서 심카드 등록은 안 된다네요. 또 한 번 좌절을 맛본 후, 샌드위치로 점심을 떼웁니다.



 노르웨이에서 식도락은 사치입니다 ㅠㅠ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이 다음은 다시 시청 광장으로 돌아와, 계속 오슬로 앞 바다에서 보았던 아케르스후스 요새로 향합니다.




 아케르스후스 요새는 오슬로를 수비하기 위해 13세기에 만들어졌다고 해요. 주로 스웨덴과의 전투가 많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케르스후스'는 오슬로 시를 둘러싼 군(County)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 뜻밖의 루스벨트. 설명도 없습니다. 처음엔 웬 루스벨트인가 했는데, 아마 제2차 세계대전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노르웨이는 중립을 선포했음에도 나치에 점령당한 흑역사가 있었고, 결국 연합군에 의해 해방되었으니까요.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아케르스후스으로 들어가는 길. 신기하게도 이 정도 규모의 성인데, 입장료도 겁문소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노르웨이에서는 어디서나 디자인이 있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 고궁이나 성 안에 이런 작품들을 설치하면 반발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고독해 보이는 은색 남자와 고독해 보이는 저, 둘의 투샷입니다.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아까 걔 여기서 도망나온 건 아니겠죠.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총을 받들고 큰걸음으로 걸어가는 군인. 옛날 생각 나니까 그만 했으면 ^_^;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아케르스후스 성의 다른 방향 입구입니다. 주차장이 있네요.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그리고 유럽의 성이나 요새에서 항상 가장 좋은 부분인 녹지.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대포들을 보니 수오멘린나가 생각나네요. 바다가 보이는 넓은 녹지에 반해서, 여기에 꽤 눌러 앉아 있었습니다.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아케르스후스 측면 성벽.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아케르스후스에서 보는 오슬로 앞바다.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이 건물 아래에 꽤 괜찮은 풀밭이 있어서 또 오랫동안 누워 있었습니다. 햇살도 좋고... 오랫만에 정말 기분 좋게 나른한 오후. 골방에서 보내는 나른함 말고.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해안 성벽을 따라 길이 나 있습니다.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높은 곳에선 정말 높습니다. 떨어지면 끔살당할듯;;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중간에 투르쿠 때처럼 아케르스후스 내성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이미 시간도 없고 돈도 아깝기에 기념품점만 둘러보고 나가려고 합니다.




노르웨이 메테-마리트 왕세자비노르웨이 메테-마리트 왕세자비


 노르웨이의 왕세자비 메테-마리트. 사실 메테-마리트는 왕세자와 결혼 전, 마약 갱 두목과 동거해서 사생아까지 낳은 걸로 엄청 유명했었습니다. 그래서 그 사생활에 개방적인 노르딕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반대가 엄청났다고 해요. 그래서 메테-마리트가 공개적으로 '자신은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고 싶을 뿐'이라며 갱생해서 다른 사람이 될 거라고 눈물을 뿌리며 호소한 결과 국민들의 반발이 가라앉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또 긴장이 풀렸는지 태도 문제 등등 여러 구설수가 생기고 있고 왕자와의 관계도 소원해 보인다니 역시 사람은 쉽게 안 바뀌는 걸까요.





 사실 여기서 왕관을 쓰고 칼을 들고 사진을 찍은 게 있는데 빛 반대편이어서 얼굴에 그림자가 너무 드리워서 안 그래도 못난 얼굴 더 못나게 보이게 하니까 생략합니다.





 오슬로 트래블 가이드. 이 사진을 보고서야 아... 조각 공원엘 안 갔구나... 하는 생각이 났습니다. 그치만 저는 여행 마지막 날인 26일에서 오슬로에서 하루 있을 예정이니 너무 마음을 급하게 먹지 않아도 될 것...같습니다 ^_^;; 물론 이 글을 쓰고 있는 24일 현재, 저는 시험 공부를 1도 안했다는 준엄한 사실에 짓눌려 있습니다만...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이제 성에서 나가기로 하는데, 성도 참 큽니다.



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오슬로 아케르스후스 성


 레지스탕스 박물관. 저걸 보고 가고 싶었는데, 제가 부르는 걸 캐서린이 못 들었던 듯 ^_^;; 그냥 지나칩니다.






 저희는 어느덧 다시 시청 앞으로 거의 돌아왔고, 시간은 오후 4시 30분.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노벨 평화 센터로 향합니다.
















꼐속








노르웨이 여행 첫날(1): 2015년 10월 17일 토요일, 04:00








 ...그렇습니다.






 모든 문제는, 이 세가지 이유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 비행기 출발시각이 아침 7시 15분인 것



그리하여, 안전하게 아무리 늦어도 5시 30분까진 공항에 도착해야 했습니다.








2. 어제 핀란드인 튜터 베이코의 생일파티가 있었다는 것.









제가 일기를 하도 밀려서 지금 당장은 안 썼지만 말입니다...

어제는 베이코의 생일파티였고, 당연히 갔고, 그래서 (보시다시피) 미친듯이 놀고 마셨을 뿐이고...














3. 마지막으로, 오늘이 토요일이었다는 것.



그리하여, 공항으로 가는 첫 전철이 늦게 출발한다는 것...

즉, 그걸 타면 6시 22분에야 공항에 닿는다는 것...











 이 세 요소의 환상의 콜라보레이션. 트리니티. 삼위일체.





 누가 예상이나 했겠습니까. 젠장ㅠㅠ




















 저는 정말 늦을까봐 겁이 나서, 어찌저찌하다가 노르웨이에서 첫 4일간 동행하기로 한 캐서린의 플랫에 가서, 짐을 다 미리 갖다 놓고, 또 못 일어날까봐 공용 구역에 있는 탁자에서, 딱 세 시간 잠을 청하고 일어났던 것입니다. 


 7시 15분 비행기니, 5시 45분까지 닿는다 치고, 카넬마키에서 5시 15분까지만 출발하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으로요.








 그치만 캐서린이 일어나서 샤워를 하는 도중에 발견한 위의 스크린샷.



 

그러니까 첫차가 5시 56분이라는 것.












공항에 빨리 가 닿는, 그런 기차 따위는 있을 수가 없다는 것.
















 그리하여 저는 딜레마 아니... 트릴레마에 빠집니다.








 1. 걍 늦던 말던 기다리고 기차 탄 다음에 공항에서 미친듯이 뛰어 볼 것인가?











 2. 아니면 얼마인 지도 모르겠지만 비싼 걸 감수하고 택시를 탈 것인가?












 3. 그도 아니라면, 1.2km을 십사 분에, 

새벽 네 시에 모르는 길을 캐리어를 끌고 뛰어 볼 것인가?


























결론은 삼 번.









 그렇습니다. 샤워를 하고 나온 캐서린을 기다린 것은 저의 '지금 안 뛰면 늦는데 뛸까 말까'라는 저의 말이었습니다. 매우 단시간에 뛸 것을 결정한 저희는, 정말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합니다.







 원래 저는 당연히 배낭여행에서 배낭 하나만 메고 다니는 걸 선호하지만, 이번 핀란드 교환학생은 잘 아시다시피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생각 없이 오는 바람에 ^_^ 노르웨이에 10일간 갈 예정이라, 그 짐은 캐리어를 써야 할 수준이었고, 캐리어에 담으면 항상 그렇게 되는게 담다 보면 공간이 남고 그냥 꽉꽉 채우고 싶어지고... 덕분에 무거운 캐리어 질질 끌고, 아스팔트길, 돌길, 숲길 등을 새벽에 가로지릅니다.



























진짜 뜬금 없이 숲이 튀어나왔을 땐 나 참 어이가 없어서...




RUN!! FOREST!!! RUN!!!!!







 진짜 말 그대로 런 포레스트 런 ㅋㅋㅋㅋㅋ 정신줄 놓고 저딴 말 외쳐가며 뛰었습니다 ㅋㅋㅋㅋㅋ







 ...진짜 내 여행은 왜 항상 이러지. ㅠㅠ




 아이슬란드에서 새벽에 뜬금없이 걷게 되었을 때는 가면서 사진을 좀 찍었는데, 이번엔 진짜 너무나 급박해서 사진따위는 찍을 겨를이 없었습니다. 이 캡쳐를 할 때도 캡쳐 따위 하느라 속도가 늦어져서 늦으면 어떡하나 걱정할 정도였으니까요ㅠㅠ 절반 쯤 온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아아 정말 비행기가 뭐라고... 노르웨이가 뭐라고........... ㅠㅠ









 정말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숨이 너무 차올라서, 아 이거 그냥 놓치고 택시 탈까 하는 생각이 굴뚝같이 생겨났습니다. 게다가 만약 시간에 아슬아슬하게 맞춰 가더라도 변수로 인해 혹시 버스가 먼저 지나가버린다면, 모든 수고가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거니까요. 






 







그러나 결국 미친듯한 뜀박질 끝에, 4시 47분에 목표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모습입니다.






감동 ㅠㅠ







 보시면 4시 50분 다음 버스가 6시 25분. 그러니까 4시 50분 버스는 진짜 이른 새벽에 일 있는 사람들을 위해 긴급히 딱 한 대만 운영하는 버스였던 것 같습니다. 이걸 놓쳤으면 택시로 바가지를 뭉텅 쓰는 수 이외에는 정말 꿈도 희망도 없는 상황에서, 버스가 도착하고... 정말 감격 그자체였습니다 ㅠㅠ









 공항에 도착하니 기진맥진. 셀프체크인을 하는데 저가항공에 수화물 추가 과금으로 유명한 노르웨이 항공(Norwegian Air, 노르위전 항공), 을 타는데도 짐을 두 개까지나 무료로 실어주네요. 처음엔 설마 노르웨이 항공이...?라는 생각으로 짐 두개라는 건 화물 하나 백팩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화물 둘이었습니다. 내가 좋은 조건으로 산 건지 아니면 뭐 바가지를 쓴 건지 모르겠다... 생각할 힘도 없다 ㅠㅠ 하나는 기념품으로 챙겼습니다.





 오슬로 가는 줄. 줄이 어마어마하게 깁니다. 아무튼 줄을 다 지나서 드러갑니다. 캐서린이 몇 개 인스펙션에 걸렸는데 뭐 별 일은 없었고, 시간 좀 걸리고 끝났습니다.












 그리고 면세점을 이용하는 이유.



 핀란디아 보드카 ^_^



 예전엔 이런 거 없었던 것 같아서 긴가민가...한데 EU 내 항공편과 EU 외 항공편의 가격이 다릅니다. EU 내는 솔직히 헬싱키 시내에서 사는 것과 별 차이 없는 수준입니다. 으아니...!? 노르웨이도 EU는 아니지만 솅겐조약 가맹국이라 혹시나...했는데 뭐 역시나, 노르웨이는 EU 외랍니다. ^_^




 따라서 저는 16.95유로에 노르딕 베리향 핀란디아 1L 겟...! 와아 핀란드 술 물가 생각하면 더더욱 감격적인 득템입니다.




 ...위에서 본 긴 줄의 사람들은 모두 여기 있습니다. 꽉-꽉 찼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이륙.



 헬싱키 빠이염ㅠㅠㅠㅠ 그리고 나의 의식도 빠이염ㅠㅠ 잠에 잘 못 드는 성격이지만, 어찌 됐든 목베개를 하고 최대한 등을 기댔고 이 이후는 생각이 안 나네요. 어제의 파티, 두 시간의 잠, 그리고 새벽의 달리기. 여러 고통을 당한 저의 육신은, 잠을 잤나 안 잤나 확실치는 않은데 아무튼 쉬었습니다. 잘 쉬었습니다.









오슬로 도착.







 처음에 사람도 엄청 많고 통로도 하나 뿐이라 어느 세월에 내리나 했는데, 비행기 뒷문을 열어주네요ㅋㅋㅋㅋㅋ 공항에서 그냥 맨 땅에 내려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횡단보도를 따라가면 올라가는 계단이 있습니다.






 그런데 오슬로, 쌀쌀합니다. 티셔츠, 셔츠, 스웨터, 재킷, 코트까지 입고 왔는데 춥다니... 분명히 일기예보를 봤을 때 그렇게 춥지 않았는데... 생각하다가, 제가 쓰는 일기예보 어플이 노르웨이 기상청에서 만들었다는 데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설마 노르웨이에서 관광객들을 끌여들이기 위해 일기예보를 주작한 것일까요...?









 뭐 사실 노르웨이 자체가 날씨가 안정적인 나라는 아니니까 이해는 해야지요. 한국 기상청에서도 자주 틀리는데... 그치만 찜찜한 건 어쩔 수 음슴 ^_^;; 낮부턴 다시 꽤 따뜻해졌습니다.






 자비로운 노르웨이도 입국면세점을 운영 중이지만, 면세 받아도 비쌀 뿐더러 피곤하고 정신도 없어서, 저는 면세점은 그냥 지나쳤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저는, 노르웨이 땅에 발을 딛었습니다.









노르웨이 여행 지도, 10/17노르웨이 여행 지도, 10/17





오슬로에 도착했지만, 첫 날부터 삽질의 연속이었던 저의 여행.


















...도대체 저는 앞으로는 얼마나 더 큰 삽질을 하게 될까요? ㅠㅠ











 ...아이슬란드 여행기 때와 다르게, 이번엔 쓰면서 저도 모릅니다. 지금 여행 중이거든요 ^_^;; 백퍼 밀리겠지만, 그래도 여행 중에 절반 정도는 여행기를 끝내는 게 목표입니다. 교환학생 일기도 쓰고, 28일날로 예정된 시험 공부도 하면서요. 가능할까... 모르겠지만, 일단 시작이 반이니까 저는 52%정도 완료한 셈이네요. 어헣어헣. 아무튼 저는 공항을 나서서 오슬로로 향하게 되는데...











꼐속









아이슬란드 여행 마지막날(3): 2015년 8월 24일 월요일, 22:00




 단순히 여행기 연재하는 게 왜 이렇게 힘든 지 모르겠네요 ^_^;; 저의 빈약한 정신력을 잘 보여주는 듯 합니다. 빈약한 끈기도요. 그렇지만 그렇다고 아이슬란드 여행기를 잘라먹는 건 도저히 용납이 안 되니, 드디어 아이슬란드의 마지막 순간에 대해 쓰겠습니다.






 밤에 도착한 케플라비크 공항. 드디어 돌아가는 것인가...



 내가 아이슬란드에서 보낸 날들에 대해 수많은 회의와 후회가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내가 가지 못한 곳, 보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요. 그렇지만 냉정히, 내가 아이슬란드에 온 게 잘못한 일이었나? 생각하면, 그건 아니었네요. 더 좋은 여행을 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여기에 있을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다는 것을, 공항을 바라보면서 느꼈습니다.




 구매 금액이 37,000크로나를 넘는 게 있으면 여기서 도장을 받아야 하는데 전 그렇게 돈을 많이 쓸 수 없으므로 ^_^;; 패스합시다.




      


 공항에서 도저히 안 먹고 버티려다가 그냥 먹기로 했는데, 또 괜히 돈 더 내기 싫어서 빵은 빼고 소세지만 먹습니다. 으으으으으으 부들부들... 그리고 레이캬비크에서 먹던 탄산수처럼 생긴 탄산음료가 생각나서 탄산수처럼 생긴 병을 샀는데 이건 또 그냥 탄산수입니다. ㅠㅠ




헬싱키로 돌아가는 비행기는 1시. 처음엔 데스크가 안 떠서 뭔가 했는데 자동 발권 시스템 이용하라는 거였어요. 




자동 발권은 처음 이용해 봐서 당황했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편했습니다. 여권이었나 e-ticket이었나... 뭔가 스캔하면 바로 뜹니다. 개꿀 신기방기.




     




 처음으로 수화물 띠도 직접 뽑아서 캐리어에 묶어 보고, 방금 뽑힌 따끈따끈한 보딩 패스도 만져 봅니다.




항상 보딩 패스 보면 드는 생각이, 더 예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왜케 이렇게 칙칙하게만 만들까 싶은 겁니다... 비용이 많이 드나?




 그리고 출국 면세점,





 면세점은 정말 면세라서인지 굉장히 쌉니다. 아이슬란드 물가에 비해서요. 하우카르틀과 같이 먹으면 맛있다는 브레니빈을 사기로 합니다. 감자로 만든 아이슬란드 증류주에요.








 그 외에도 정말 수많은 술들이 있지만 돈이 없어서도 있고 세관 기준도 잘 모르고 해서 그냥 한 병만 샀는데 좀 후회되네요 ^_ㅠ







 화장품들... 보다는




 앱솔루트 하니 먹고싶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음에 스톡홀름 갔다올 때 면세점에서 사야겠다 생각을 합니다 ^_^;;





 아이슬란드는 끼워팔기를 정말 잘 하는 것 같아요. 쓸데없이 계속 끌림... 그치만 사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 생각하면 안 산 게 되게 후회돼요. 대부분의 경우 면세점이 개이득이긴 한 것 같아요. 사면 좋습니다.











그런데...



아놔...



 부가세 환급 혜택을 받으려면 여기서 우편을 제출해야 하는데 그걸 까먹은 것이었습니다 ^_ㅠ


 관련 우편들은 모두 캐리어에 쳐넣어버린 상황... 굉장히 당황하고 참담해서 상담원에게 물어봤는데, 다행히 집 가서 우편으로 부치면 된다는데 핀란드 우편으로 가능할 지 안 할 지 어떻게 알아봐야 할 지도 모르겠으니 막막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졸음에 시달리다가, 드디어, 드디어, 아이슬란드를 작별. 



 처음엔 비행기에서 왕좌의 게임 봐야지 생각헀는데 너무 피곤해서 그냥 잠만 쭉 자게 되더군요.









 그렇게 아이슬란드 여행은 결국 마지막 삽질인 면세서류 미제출로 끝나고, 저는 핀란드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저란 사람이 어떻게 후회의 인간인 지, 그리고 후회를 하긴 하지만 그래도 살긴 살아가는 인간인 지 드러내는 여행이 아니었나 싶네요...ㅠㅠ ^_^;;









THE END







핀란드 교환학생 일기로 계속 이어집니다.








아이슬란드 여행 일곱째날(2): 2015년 8월 24일 월요일, 16:00




(요즘 정신이 없어 연재가 정말 많이 늦어졌네요. 으으... 제가 게을러서인지 시간이 항상 부족합니다. 그래도 다시 글 써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회한에 젖어, 드디어 마지막이구나 생각하며 저는 버스에서 창 밖만을 바라보며 멍때립니다. 레이캬비크는 뒤이고 이제 아이슬란드에서 남은 곳은 블루 라군 뿐.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합니다. 블루 라군은 어떨까? 정말 재밌을까? 예쁠까? 가서 당황하지 않을까? 나의 근육1도없는 멸치 몸을 사람들에게 내보여도 괜찮은 걸까? 덕내난다고 뭐라 하지 않을까? 등등...










 사실 제가 뭐 그렇게 활동적인 사람도 아니기에 처음에는 블루 라군에 그냥 가지 말까 생각했었습니다. 그렇지만 미국 하면 자유의 여신상, 프랑스 하면 에펠탑, 아이슬란드 하면 블루 라군일 정도로, 공항 근처이기도 하고 해서 굉장히 유명한 관광지라 안 가면 어마어마하게 아까울 것 같아서... ^_^;; 그래서 헬싱키 최후의 날에 그 난리를 치면서 수영복을 샀었죠... 아아 애처롭다.






















 근데 솔직히 말하면 블루 라군 자체도 유명하긴 한데 좀 듣보잡이죠. ^_^ 아이슬란드라는 나라 자체가 한국에 잘 안 알려져서 ㅠㅠ 오히려 브룩 쉴즈 나오는 블루 라군 영화가 훨씬 더 유명한 것 같아요. 전 고등학생 때 블루 라군 2의 주인공 밀라 요보비치를 좋아해서 이 영화를 알게 됐습니다. 보지는 않았습니다 진짜임 ^_____^















 아마 아이슬란드 당국이 '산호초'도 '석호'도 아닌 이 온천을 '블루 라군'이라고 명명한 것은, 저 영화의 인지도의 덕을 보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네요.












 아무튼 각설하고, 헬가펠 하이킹 때 봤던 황량한 용암 평원을 멍...때리며 복잡한 감정의 격류를 느끼다가, 갑자기...














와와와와아미친미친미친ㅁㅊㄷㅁㅊㅇ완전개예쁘가파랑ㄴ흼ㄴㅇ르ㅏㅂㅁ즤!!









 와...



 갑자기 증기가 솟아오르는 게 보이다가, 뙇!하고 하늘색, 너무나도 아름다운 하늘색 연못들이 황량한 화산 평야 사이에서 뙇!하고, 뙇!!!!!!하고 나타나는데, 너무 예뻐서 기절할뻔;;; 미쳤습니다 미쳤어요...













 블루 라군의 광경을 보고 너무나도 행복해져서, 잠시, 아주 잠시 저의 멸치 몸에 대해 잊을 수 있었습니다.









 블루 라군 정문입니다. 당연히 보시면 바로 아실 수 있지만, 왼쪽에 있는 건물에 짐을 맡길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캐리어를 맡겼고 백팩은 가지고 들어갔습니다. 이 때 보관증을 떼는데, 찾을 때는 원래는 안에서 도장을 받아 와야 하는데, 제가 까먹고 안 받아왔는데도 그냥 저는 짐을 찾았습니다. 도장은 왜 필요한 것인가...








 그리고 잠시, 주변이 화산암으로 둘러싸인 통로를 지나면...



















우와...








물이 하늘색입니다. 하늘색이에요. 게다가 김이 모락모락 ^_^;







 굳이 입장 안 하셔도 이 주변에서 블루 라군을 둘러보기만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넓습니다. 넓어요. 









 구글 어스로 본 블루 라군. 하늘에서 봐도 하늘색입니다. 너무 예쁨... 꽤 넓은 걸 알 수 있습니다. 그 중 왼쪽에 보이는, 동그랗게 둘러싸인 곳만 일반 대상으로 영업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오른쪽엔 뭔가 프라이빗 풀 같은 느낌의 직사각형 공간들이 보입니다. ㅂㄷㅂㄷ.





















 입장권을 제시하면 팔찌로 바꿔줍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블루 라군의 위엄을 느낄 수 있음. 팔찌에 흰색 이물질들이 굉장히 많이 붙어 있습니다. 블루 라군에 엄청나게 많이 함유되어 있는 실리카 때문입니다. 이 팔찌는 어떤 입장 옵션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다른 색을 받습니다. 그리고 블루 라군 내에서 이 팔찌로 계산을 하고, 결제는 나중에 하는 뭐 그런 시스템...입니다.





 그러고 보니 블루 라군 요금제에 대해 안 말씀드렸네요. 가격은 기간마다 조금씩 다른데, 아래와 같습니다.





블루 라군 여름 입장료






블루 라군 겨울 입장료


 여기서 "여름"은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입니다. 와 8월 24일날 왔는데, 완전 쌀쌀하고 춥고 완전 끝물인데 10유로나 더 냈었다니... 부들부들...


  





 저는 COMFORT를 선택했는데, 지금 보니 그냥 타월만 가져갔으면 STANDARD도 괜찮았을 것 같네요. COMFORT는 STANDARD와 PREMIUM 사이에 끼여서 좀 애매해 보입니다. 그 와중에 LUXURY 지젼;;










 증정품으로 화장품들을 줍니다. 우왕ㅋ굳ㅋ.










 그리고... 탈의와 샤워를 마친 후 ^_^;;





 

 들어왔습니다.



 개쩜ㅋㅋㅋㅋㅋㅋ



 그러나 방수커버는 아이슬란드에서 너무 비싸서 안 샀기 때문에 사진은 뭍에서만 찍고 폰을 얌전히 다시 사물함에 반납한 후 물질을 하고 놉니다. 으아아아아 방수커버, 셀카봉 등등 한국에서 샀으면 쌌을텐데 정말 준비성 부족 때문에 수 차례 피눈물을 흘리네요.





 사람은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중국인들이 좀 많은 것 같아요. 사실 아이슬란드 섬 자체에 중국 사람들이 엄청 많음 ㅋㅋㅋㅋ 관광지 중 이렇게 중국인 비중이 높은 곳은 처음 봤습니다. 아마 아이슬란드 금융 말아먹은 것 때문에 그거 갚아보려고 어떻게 중국 관광 시장 개척 중인 듯;;







 



 일단 블루 라군 바닥은 평평하지 않습니다. 약간 튀어나온 부분도 있어서 좀 걱정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한데, 뭐 이렇게 자연이 만든 신비에 시멘트질을 하기도 뭐하니 그러려니 합니다. 물은 실리카가 함유되어 잇어서 맨들맨들. 감촉이 정말 좋습니다 ^______^ 온도도 정말 적당하게 따뜻합니다.





 




 블루 라군 앞에는 이런 바?가 있어서 음식을 먹을 수 있지만, 저는 돈이 없고 이하생략.










 그런데 솔직히 물 밖이 너무 춥습니다. 홀딱 벗고 수영복 하나 입고 온 몸에 물이 묻으니 체감온도가 진짜 노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답임. 타월을 두르고 다녀보지만 여전히 답이 없음. 부르르 떨면서 뛰어가니까 아주머니 한 명이 부르르 떨면서 웃습니다. 







 그래서 실내로 들어와서 폰질이나 좀 하려고 하는데...














;;


반도의 작은 스꼴커뮤니티까지 접속 막아놓다니 뭔가 대단합니다 블루 라군;; 왜 막아놨지?








 그러니 그냥 페북이나 하고 사진이나 찍읍시다.



 소심한 셀카. 눈갱. 도저히 추워서 안 되겠어서 셔츠 가져와서 돌아다니면서 사진 찍었습니다. 








 저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엔 실리카 통이 있습니다. 큰 통에 실리카가 엄청 많이 담겨 있어요. 저도 저기 가서 온 얼굴과 팔에 다 발랐습니다. 약간 지점토 같은 느낌인데 매끈매끈합니다. 사람들이 엄청 많이 퍼다 써서, 굉장히 실리카가 빨리 떨어져요. 통이 비었을 때 기다리고 있다가, 새 통이 오면 사람들이 우르르르르 몰려 들어서 실리카를 다 가져갑니다. 흐으.



 멀리는 산이 보이네요. 황량하다 황량해. 정말 이런 황량한 감수성이 온천을 둘러싸고 있는 게 블루 라군의 이채로움 중 하나입니다. 블루 라군 다시 가고 싶다...













는 ☆커플천국 솔로지옥 블루라군









 커플이 정말 너무너무 많습니다. 저는 혼자 왔는데, 뭐 여기 사람들한테 말 걸자니 뻘쭘하고, 괜히 밖은 춥고, 커플들이 온갖, 한국과는 비교도 안 되는 애정행각들을 하는 것 보면서 비통함을 키워갑니다.







 따뜻하고 매끈한 물과 황량한 광경을 보며 좋아하다가도 

커플들을 보면 아주 날카로운 죽창이 생각나는, 그런 하루였습니다.


다음에 돌아온다면 나, 커플이 되어 돌아오리... ㅂㄷㅂㄷ



























 지금까지 날씨 안 좋은 날, 뭍에서만 찍은 사진들, 게다가 멸치남의 셀카까지 보시느라 여러분의 눈과 정신이 참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블루라군 공식 홈페이지에서 괜찮은 사진 몇 개 퍼왔으니 보시고 노여움을 푸세요...












퍄퍄퍄...







 ...이 사진은 좀 어색하네요. 분명히 저런 지형에서 저렇게 앉아 있으면 찔려서 엉덩이 완전 아플듯 ^_^;; 아니면 사진용 투명의자를 한 거라 생각해봅니다.










퍄퍄퍄 2




 아아 좋다. 저는 수영은 안 했지만 (허가되어 있는 지도 잘 모르곘습니다.) 실리카가 많아서 그런지 확실히 몸이 일반 물보다 잘 떠요.









 비 오는 날 사진. 모델 누나 추워 죽겠다 이놈들아.






..............




할 말을 잊었습니다.




너무 멋짐 ㅠㅠ



















 에... 그런데... 왜 예쁜 여자 사진만 올리냐구요... 죄송합니다 ㅠㅠ 저의 취향을 반영한 선택입니다... 다른 사진들도 올릴게요...














 사실 뭐 블루 라군의 보통 풍경은 위처럼 혼자 고독한 느낌이 아니라 이런 거죠. 사람들 우글우글. 다만 이 사진에서 중국인 비율의 20% 정도 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위처럼 혼자서 노는 건 금수저라야 가능한 기행이죠. ^_^;; 









 겨울 블루 라군. 눈 덮힌 황야 한가운데에 온천이라니, 너무 멋지지 않나요. 다만 저 안에 들어가있는 사람들은 말도 못하게 추울 것 같다 ^_^;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저는 돌아가야 하죠. 케플라비크 공항에 가기 위해 정말 나가기 싫었지만 눈물을 머금고 블루 라군에서 나옵니다. ㅠㅠ



 이 사진은 도대체 왜 찍은거지. 안 찍은 줄 알았나.



 배가 고픕니다. 가격표를 봅니다. 잊습니다. 아이슬란드에서의 쇼핑공식.










 이 곳은 게이트를 나와서 있는 매점입니다. 참 먹을 것들 더럽게 많네... 부들부들...






 괜히 배고파서 한 번 더 쳐다봅니다.









 블루 라군 매점이에요.








 방수팩.... 가격 노오오오오오오오답 ^_^;; ㅠㅠ





 점원 한 명이 계속 try해 볼거냐고 저를 좇아다니면서 물어봅니다. 으아아아아아 무서워서 알겠다고 하고 try. 맨들맨들한 느낌이 매우 좋습니다. 그래서 괜히 여기서 로션도 바르고 수분크림도 발라봤습니다 ^_^; 그렇지만 하나도 사진 않음. 화장품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인터넷으로 구매 가능한데, 크게 가격 차이도 안 나서...








 




 나왔습니다.



 정말 마지막이구나. 풍경은 아름다운데, 왜 이리 슬플까요.





 올 땐 다른 길로 왔습니다. 곳곳에 조그마한 연못 같은 곳들이 있네요. 당연히 온천으로 쓰이는 곳들은 아니겠지만 정말 예쁜듯 ㅠㅠ




 협곡 같은 느낌마저 납니다.



 혼자 뜬금포로 멀리 있는 연못 ^_^;;















 그리고 저는 정문에서 짐을 되찾고, 버스를 기다립니다. 



 이놈의 자판기는 뭘 먹고 싶은데 먹을 수가 없음. 카드 아무리 긁어도 안 됨. 아아 정말 더럽게 화나서 마치 볼케이노 킴처럼 화산같이 분노했습니다.










 


 그런데 버스가 하도 안 와서 시간표를 보니,



현재 시각은 20:08인데 케플라비크로 가는 버스는 21:30에 오네요 ^_^;;


















 와 진짜 배고파 죽을 것 같은데 이런 무자비한 버스 시간표 ㅠㅠ 뭐 미리 버스 시간표를 숙지하지 못한 저의 잘못입니다...





















 너무나 아쉽게도 블루 라군에서 나와 아이슬란드 여행의 모든 일정을 다 끝낸 저는, 즐거움, 아쉬움, 후회, 섭섭함, 후련함, 아련함이 뒤죽박죽된 혼란스러운 감정을 지닌 채 스티븐 시걸의 표정을 지으며 나른한 몸을 이끌고 케플라비크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에 오릅니다.





















꼐속










아이슬란드 여행 일곱째날(1): 2015년 8월 24일 월요일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으로부터 한 달 전, 저는 드디어 레이캬비크에서의 마지막 날을 맞았다는 소회에 잠겨 있었습니다. 아아 드디어 마지막이구나. 그 소회에 잠겨 꿈도 그런 꿈을 꾸었더랬죠. 뭐 제가 하는 일이 항상 그렇듯이, 기억은 안 나지만...








그리고, 일어났더니









갓-냥이가 침대 위에 같이...





냥이찬양해ㅠㅠ







 다가가면 항상 으르렁거려서 내 몸에서 그렇게 마늘 냄새가 심하게 나나... 너한테서는 썩은 계란 냄새가 난단말이야... 하고 부들부들하게 만들었던 우리 고양이가 드디어 저에게 마음을 열었다고 생각하니 감동입니다ㅠㅠ<





 고양이 깨울까봐...도 있지만 사실 피곤해서 또 안 일어나고 침대에서 열심히 헤드뱅잉하고 있으니 쓰란두르님께서 깨워주심. 아 하긴 체크아웃해야지...








 쓰란두르 씨께서는 그간 즐거웠다면서, 방명록을 하나 작성해달라고 하셔서, 작성합니다.




 얼마만에 써 보는 한국어인가. 떨리는 손으로 열심히 씁니다만 사실 오랫만이고 뭐고 다 빼도 그냥 저의 글씨가 쓰렉... 이라서 죄송합니다.ㅠㅠ


 도무지 답이 안 나오는 글씨 수준에 저 자신도 참 황송할 뿐..





 곧 쓰란두르 씨는 일을 하러 나가시고, 저는 남은 하우카르틀을 담은 통을 캐리어에 넣습니다. 






 곧, 아무도 남지 않은 집을 뒤로 하고 저는 길을 나섭니다.



















아...


시원섭섭...은 무슨 전혀 시원하지 않습니다. 섭섭할 뿐ㅠㅠ


좀 더 남아 있고 싶다...는 생각만 듭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ㅠㅠ



 마음이 짠합니다...










 이 순간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싱숭생숭했었는데 정말 그 순간이 되니 가슴이 시리네요.










 어찌 되었든 내가 아이슬란드에 있을 그 날들은 다 지났고, 나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구나, 하는 슬픔이 덮쳐옵니다.



















그치만 내 일상은 핀란드 교환학생이잖아? 개꿀ㅋ









 ㅋㅋㅋ그렇습니다 일상이 핀란드 교환학생행ㅋㅋㅋㅋ 기분이 좋아진 저는 어찌되었든 레이캬비크에서 마지막 쇼핑을 하기로 합니다.







 레이캬비크 시내 거리. 내가 돌아가야 해서 그런가 괜히 거리도 싱숭생숭해 보임.






 살까 말까 계속 고민하던 티를 사기로 합니다. 처음엔 M을 시도했는데 너무 크고, S도 조금 큰 거 같아서 결국 다 XS로 사기롴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진짜 내가 정말 너무나도 작구나... 어릴 때 밤에 게임 그만하고 운동이나 열심히 할 걸... 생각하게 된 날이었습니다.



 아무튼 아이슬란드 티셔츠는 다른 것들에 비해서 뭔가 센스가 돋보여서 좋은 것 같아요... 진짜 사고 싶은 것은 너무 많았는데 너무 비싸서(하나에 3,750크로나) 3개 사면 1개 더 준다는 말에 딱 4개까지만 사기로.















 이건 머그컵. 정작 제가 산 건 '5분만 기다리면 날씨가 바뀐다' 드립인데... 다른 컵들도 나쁘지 않아요. 특히 저 elf in Iceland 디자인은 어디에 들어가 있어도 잘 어울리느 명작입니다.





















예전에 봤던 티셔츠 디자인. 진짜 쎈 디자인인데 너무 매력적이라 이걸로 티셔츠 하나 질렀습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산 공기도 팝니다. 얼마였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싼 가격은 아니었던 걸로...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습니다 ㄷㄷ;;




















직원들은 친절하기 때문에 당연히 입어 볼 수도 있고, 사이즈가 없으면 물어 보면 확인해 줍니다. 확실히 (유럽이 다 그렇지만) XS 사이즈는 많지가 않습니다.






















저는 Don't fuck with Iceland! 티셔츠를 사고 싶었는데 XS 사이즈가 없어서, S 사이즈를 살까 하다가 Don't mess with Iceland! 티셔츠를 대신 샀네요. ㅠㅠ



















 남은 아이슬란드 동전들도 여기에서 모두 털어줍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티셔츠 네 개를 살 수 있었고, 그 중 일부는 부가세 환급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저의 아이슬란드 체류 마지막 삽질로 그 환급 여부는 불확실합니다...










 그리고 저는 걸어서 BSI 터미널로...




 가는 길에 레이캬비크 문화 건축물을 발견하는데... 이제 봐서 뭐하니 저는 버스를 타야해요 ㅠㅠ














 BSI 터미널... 












 티켓을 받습니다. 저는 여기서 블루 라군으로 갔다가 바로 케플라비크로 공항으로 갈 예정입니다.













 염소 머리를 먹었던 음식점에서 이번엔 간단하게 샌드위치류를 먹읍시다. 더럽게 비쌌던 것 같은데 역시 기억 안 남. 안 좋은 기억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고자 하는 방어 기제 때문일까요.




 레이캬비크에서의 마지막 음식.






 그리고 그렇게 다시 돌아올 날을 기다리며, 나는 레이캬비크에 작별을 고했다 카더라...



 (블루 라군 표/버스 표는 블루 라군 홈페이지에서 예매했습니다.)





꼐속








아이슬란드 여행 여섯째날(2): 2015년 8월 23일 월요일, 10:00




 새벽질주를 마치고 버스에서 자다가 오전 10시에 잠에서 깨어난 저는 머리에 두통과 갑갑함을 느낍니다. 조금씩 의식을 회복해 가며 시야를 밖으로 향한 저는 산과 평야들을, 졸리고 피곤한 눈으로 쳐다봅니다. 그러다 저는 제 왼 쪽에 누군가 앉아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데, 한 중국인 여성이었습니다. 중국인이냐고 묻길래 아니라고, 한국인이라고 대답합니다. 약간 실망한 것 같긴 했는데 다행히 영어를 꽤 유창하게 합니다. 저보다 더 잘 하는 듯... 상하이에서 독일계 회사에서 일한답니다. 지금까지 뭐 지난 중요한 관광지가 있냐고 물었더니 없답니다. 하긴 버스가 중간에 섰으면 내가 아무리 피곤했어도 눈치를 챘겠지.







 그치만 저는 일단은 피곤해서 별로 말을 더 하려 하지 않았는데, 삼십 분이 더 지나자 차가 섭니다. 제가 지금 참가한 패키지 투어의 이름은 '요쿨 살론과 남부 해안'인데요, 그래서 남부 해안의 각종 관광지들을 들른다고 합니다.










 덧붙이자면 요쿨살론은 거의 아이슬란드의 남동쪽 끝에 있는데 아이슬란드의 면적이 남한과 비슷하므로, 레이캬비크에서 대충 러프하게 서울-부산 거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구글 어스로 봣더니 4시간 31분 걸리는데, 아마 중간에 또 폭포들, 휴게소들을 들러야 하므로 저것보다는 당연히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거라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또 그런 폭포들을 들르는 것은 거리가 길기 때문에 어느 정도 당연한 측면이 있구요. (물론 저는 그냥 자고 싶었지만.)









 아무튼 처음 하차한 스코가포스(Skógafoss) 폭포.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높이가 높은 폭포라고 합니다. 남부 해안의 지형은 전반적으로 굉장히 낮은 고도의 평야가 해안에 펼쳐져 있다가 갑자기 고도가 높아지며 가파른 지형이 등장하는 패턴입니다.





 굴포스처럼 좌우로 커서 수량이 엄청나진 않는데 그래도 꽤 높고 멀리까지 물이 튑니다. 그치만 당장 사경을 헤매고 있던 저는 그저 귀찮을 뿐. 의무감에 셀카 한 장만 찍습니다.



 그런데 당연히 상태가 안 좋으므로 머리는 드러낼 수 없음. ㅠㅠ. 뭐 하는 짓인가 자괴감이 밀려옵니다.




 그리고 주변의 야산들을 보니 제가 어제 정ㅋ벅ㅋ하지 못했던 헬가펠이 떠오르면서 속앓이가 시작되고...



 이제 버스는 다시 출발, 정신을 어느 정도 차린 저는 멍하니 밖을 응시합니다. 개인적으로 전 아이슬란드에서 폭포보다는 황량함을 좋아했어요. 폭포라면 규모는 좀 적어도 한국에도 있고, 중국에도 있고 유럽에도 있고, 사실 꽤 많은 곳에서 어려움 없이 볼 수 있는 지형인데, 정말 끝이 없는 적막함과 황량함은 제가 평소에 볼 수 없던 것이니까요. 그래서 폭포는 그냥 별 감흥 없이 보던 제가 창 밖으로 황량함만을 응시합니다.



 이끼만이 깔려 있는 아이슬란드의 남부 해안.



 그러다가 풀이 자라 있는 곳이 보입니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이건 자주 쓸려나가는 아이슬란드의 토양을 고정하기 위해 미국에서 수입해서 심은 꽃이라고 해요. 늦봄에는 꽃이 만개해서 정말 아름답다고 하는데 꽃의 이름은 애석하게도 기억이 안 납니다 ^_^;;



 그러다가 점점 식생이 줄어들더니...



오오오...













우와 취향저격...








 이 형언할 수 없는 황량함의 영토는 스케이다라산두르(Skeidararsandur)라고 불립니다. 당연히 저도 이름은 정확히 기억 못 함. 다만 내릴 수 없고 차창 밖으로만 봐야 한다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점심은 스케이다라산두르 사막 변두리에 있는 한 작은 휴게소에서 먹습니다.



 휴게소.






 휴게소 주변의 풍경들. 마을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곳입니다 ^_^;;







 그런데 휴게소 내의 물가는 역시 아이슬란드 물가. 게다가 그렇게 비싼데도 어차피 여긴 독점이니까... 사람들이 엄청 줄을 서 있습니다. 도저히 밥 줄을 기다릴 수 없었던+밥값을 견딜 수 없었던 저는 그냥 콜라와 과자로 밥을 떼우기로 합니다. 과자는 어제 레이캬비크에서 샀던 거라 여기서 사는 것보다 아주 조금 더 저렴했습니다. 아주 조금...



 불쌍하게 과자와 콜라를 먹는 저를 중국인 여자사람이 불쌍하게 쳐다봐줍니다. 









 아무튼 중국인 여자사람은... 중국 이름은 생각이 안 나는데 Mabol(메이볼)로 불러달라고 하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홍콩 우산 혁명에 대해 굉장히 분노하던 게 인상깊음... 사실 그것 빼곤 대화 자체는 유쾌했는데, 지금은 이미 이 여행을 한 지 한 달이나 지나버려서 내용이 정확히 생각이 안 나네요 엉엉 ㅠㅠ



 아무튼 황무지는 계속되고,



 검은 사막도 계속되고, 그 게임 검은 사막은 잘 모르겠지만,



 점차 검은 삼가 사이로 흐르는 물줄기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 어 저 멀리 보이는 건 뭐지?








!?




얼.음.이.다






요.쿨.살.론.도.착. ^_^;;








 으아아. 곧 버스에서 내린 저는 곧바로 호숫가로 달려갑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얼.음.잼 ^_^;






어마어마하게 넓은 호수에 얼음이 둥둥 떠 있습니다. 우와와아아앙 뼛속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으로 계속 쳐다봤습니다. 봐도 봐도 질리지가 않음...

















 아무튼 조금씩 호수의 광경을 감상하던 저희는 요로케 생긴 수륙양용차량을 타고 요쿨살론 호수로 들어섭니다. 저희 패키지 승객은 3개 조로 나뉘었는데 저는 2번째 조에 들어갔거든요. 뭔가 무심한 듯 시크해 보이는 직원의 표정이 눈에 띄는군요.



 아무튼 앞 팀이 내리고, 배에 타서, 구명조끼를 메고, 부와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발진하던 차량이 호수로 들어서는데,











 그리고,



 으아아아아아 드디어 요쿨살론으로 들어간다!



풍-덩



 수륙양용차는 풍덩 소리를 내며 요쿨살론으로 들어서고, 저는 곧 한기와 눈부신 얼음들을 직면하게 됩니다. 우왕ㅋ굳ㅋ



 뒤로 보이는 떠나온 대지.



 얼음 조각들이 찰랑찰랑.



 그러다 슬슬 조금씩 큰 얼음 조각들로 다가가기도 합니다.


 사실 가까이서 큰 빙산을 볼 수 없어서 좀 아쉽긴 했는데 안전 문제도 있고 날도 여름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ㅋㅋ



 멀리서 보이는 바트나요쿨(Vatnajökull) 빙하. 당연히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큰 빙하이자 유럽에서 가장 큰 빙하이고, 넓이는 8,100㎢이라니 전라북도 (8,043㎢)와 거의 동일합니다. 지금 온 요쿨살론은 이 바트나요쿨이 흘러들어오는 곳이자, 대서양과 아주 조금 연결된 석호이기도 합니다. 만조 때는 대서양의 물이 들어오고, 간조 때는 요쿨살론에서 물이 빠져나간다고 해요 ㅋㅋㅋ. 그래서 얼음도 염분과 여러 미네랄을 함유해서 푸른색으로 보인다고 하는데 저는 광학은 모르니 일단 단정짓지는 않고 가만히 있겠습니다...





 구글 맵으로 본 요쿨살론. 빙하와 대양 사이에서 매우 절묘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ㄷㄷ해;








아래는 이 쯤 되어 찍은 파노라마입니다. 역시 세로로 보셔야하뮤ㅠㅠㅠㅠㅠㅠㅠㅠ








 피부에 느껴지는 갑작스러운 한기, 두둥실 떠다니는 얼음들, 그리고 멀리 보이는 유럽 최대의 빙하 바트나요쿨 등이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만 확실히 바트나요쿨은 좀 멀리 있음 ^_^;;








 물론 여러분은 여기서 제가 위의 사진들에는 푸른색 필터를 잔뜩 먹였다는 사실을 아마 눈치채셨을 것입니다. 죄송합니다 ... 근데 필터 안 먹였어도 충분히 예뻤어요. 진짜임. 진짜라고. 그런 의미에서 필터 먹인 사진들 계속 봅시다 ^오^








 화산재를 머금어 검은 층이 생긴 빙산. 큰 게 가까이 다가오자 승객들이 모두 우와 하며 달려갑니다. (저포함)



 캬... 얼음에 취한다... 정말 태어나서 처음 보는 빙하와 빙산들이라 그런지 너무 다들 예뻐보였습니다.ㅠㅠㅠㅠㅠㅠ



 그러나 빙하 하이킹을 할 수 없는 내 몸이여, 

 바라건대 나에게 빙하에 오를 시간과 돈이 있었다면! 

 이처럼 보기만 하랴, 한 여름 이곳에서,

 새라 새로운 탄식을 얻으면서.



 그렇습니다. 사실 저는 원래 빙하 하이킹과 부츠 대여가 포함된 1박2일 코스를 예약했었는데, 알고 보니 이미 매진되어서 제가 예약한 건 9월 일정...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당일치기로 바꾼 것이고, 또 보통은 빙하 하이킹을 하려면 부츠와 옷을 개인이 갖춰야 해서 매우 캐쥬얼^_^;;한 저는 예약하기조차 힘들더군요. 



 그러나 어쩌면 황송한 이 심정을!

 날로 나날이 내 앞에는

 자칫 멋 적은 장소들도 지나가라.

 나는 나아가리라.

 한 걸음, 또 한 걸음...



 정말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요쿨살론에 올 수 있다는 것조차 감사했습니다. 헤아릴 수 없는 아쉬움 이후, 저는 빙하 하이킹을 할 수 없었지만 요쿨살론엘 올 수 있었고, 헤클라엔 가지 못했으나 헬가펠에서 뜻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1박 2일짜리를 할 수 없는 걸 알았으면 시내 관광하거나 오전을 싹 날리고 저녁에 엘리다바튼 호수에 간 날 그대신 화산 내부 탐험이라도 갈 걸 하는 후회도 들긴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이미 지난 일인걸요.




 



 항상 가장 새롭고 특별한, 현재라는 가장 소중한 시간을 열심히 살아가기로, 요쿨살론 위에서의 개똥철학자는 다짐했다 카더라.






 사진을 막 찍어주다 보니 일본인 아주머니들의 사진을 찍어주게 되었습니다. "혼자?"라고 묻는 등 한국어를 생각보다 잘 하셔서 놀랐음... 그런데 저는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도 갑자기 생각아 안 났습니다. ㅋㅋㅋ그래서 물어보고서는 이게 생각이 안 나다니 얼마나 나란 인간은 멍청한가 하면서 혼자 좌절을 했습니다ㅠㅠ







 그 분들이 "서울 살아요?(한국어로)"라고 물어봐서 네, "다이가쿠(대학) 학생이에요?"라고 물어봐서 "네, 서울에서 다이가쿠..."라고 했더니 오오 서울다이가쿠데스? 하면서 갑자기 그 일본인 특유의 과장된 리액션을 보이면서 오바해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ㅠㅠ








 요즘 들어 당연한 게 생각이 안 나거나, 무심코 말이나 글에서 단어를 하나 잘못 쓰는 일이 잦아졌는데, 부디 큰 문제의 징조가 아니길 바랍니다...ㅠㅠ













 그러다가 갑자기 분위기를 잡는 가이드 누나. 얼음을 들고...!






쾅쾅.







 부숴서 조금씩 나눠 줍니다. 완전 무해한 자연산 얼음이니까 먹어도 된다고...! 물론 자연산 중 해로운 것도 많이 본 저는 좀 긴가민가했습니다만 뭐 어때. 하나 들어 입에 물고 셀카를 찍습니다. 얼음 맛 자체는 뭐 나쁘지 않은 물 맛이었는데, 셀카 사진은 매우 나쁩니다. 좀 쓰레기같음. 그래서 그 사진은 차마 올리지 못하겠네요.








그래서 쪼개고 남은 얼음을 들고 한 컷 ^____^





 ...진짜 누가 봐도 머리 안 감았다ㅠㅠ






 그리고 저거 찍는데 일본 아주머니들이 자꾸 실수하셔서 와 진짜 손이 얼어붙는 걸 느꼈습니다. 몇 번을 저 포즈로 있었는 지 모르겠습니다. 아주머니들...혹시...혐한...이세요 물어보고 싶은 충동마저 들었지만 매우 미안해하시고 그런 모습을 봐서 전혀 아닌 것을 알았습니다만 그래도 제 손이 얼어붙어 아픈 것은 온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도와주지 않을까 싶네요...








 매우 짧았던 요쿨살론 항해..?를 마치고 돌아갑니다.







 호안이 보입니다.






 가이드가 여기서 'South Korea Movie'가 촬영 중이고 저 사람이 배우라고 해서 열심히 쳐다봤는데, 좌 0.7 우 0.5의 시력으로는 견적이 안 나옵니다. 아이슬란드에서 한국 영화를 찍는다니 도대체 어디서 찍는 걸까 궁금해지긴 하는데 ㅋㅋㅋㅋㅋ 끝나고 따로 찾아보진 않았네요... 죄송합니다 한국문화계니뮤ㅠㅠㅠㅠㅠ




 지금까지 이렇게 오도방정을 다 떨었지만 한 20분은 있었으려나... 비록 좋고, 좋고, 좋았지만, 그래도 시간상 너무나도 아쉬운 요쿨살론 투어였습니다. 아이슬란드가 관광 인프라가 잘 갖춰줘 있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여전히 렌트카를 선호하는 이유를 알게 된 것 같아요. 저도 면허는 있지만 면허 취득 후에 한 번도 차를 몰아 본 적이 없어서... 다음에 올 땐 저도 운전 경험을 갖추고, 면허를 갖춘 사람들(ex. 동생)을 구워삶아서, 반드시 최소한 링로드 일주를 하겠노라 다짐합니다.





























 그리고 저는 다시 버스에 오르는데



과연 레이캬비크 숙소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또다른 나의 삽질은 없을 것인가...



















꼐속 








아이슬란드 여행 다섯째날(3): 2015년 8월 22일 토요일, 18:00




 버스는 도심으로 들어가지 않고 BSI 터미널 근처에서 정차했습니다. 도심으로 들어가는 길은 막혀 있었습니다. 오오 축제 오오. 헬가펠에서의 생사의 넘나드는 경험 이후 당장 숙소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던 저였지만, 교통 통제 구간부터 뭔가 시끌시끌한 걸 보니 마음이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BSI 터미널 근처에서 중국인 학생 둘을 만났는데, 아이슬란드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낸다고. 정말 부러웠습니다... 그렇지만 뭐 핀란드도 좋은 나라니까... 안 부러워해야지 생각하면서도 속으로는 부들부들... 으아





 티외르닌 호수 쪽으로 가면서 본 놀이 기구들. 사실 (여기선 기본 날씨인) 비가 조금씩 내렸다가 안 내렸다가 하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타진 않았지만 오오 축제 하나 제대로 하네... 하면서 지나갔습니다.


 



 티외르닌 호수 건너로 보이는 시청사.



 그리고 여전한 오리떼.



 『오리떼와 시 청사』, 갤럭시 노트 3으로 촬영, 900px*506px, 2015. 



 사실 말 수가 극도로 줄어들긴 했는데, 할 말이 실제로 없습니다. 저는 그저 아... 힘들어... 배고파... 발 아파... 하면서 놀이기구를 지나 호수 변을 걸어가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아무런 감상도 장기적인 플랜도 없이, 시티 센터로 가면 뭔가 있겠지...하는 생각으로 발을 옮기던 일종의 좀비에 불과했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시티 센터. 확실히 사람이 많아 보이긴 합니다. ㄷㄷ 평소 대비 2배로 늘어난 듯. 그리고 메인 스트릿인 라우가베귀르 거리로 들어서니...









엥!?




 비범한 러시아 국기 전사가 성큼성큼 걸어가며 이미 축제가 여기선 한참 전에 시작되었음을 알립니다...



 엥!? 이거 완전 메탈리카 아니냐?



 ...는 당연히 아니지만, 아재들 노래 열심히 부릅니다ㅠㅠ 나도 지금부터 배워볼까... 하고 몇 년간 항상 생각해왔지만 전혀 배운 악기가 없다...




 멋진 아재들 공연 때문에 길거리 다 블락킹행ㅋ 그래도 행복해보입니다. 겨울도 아닌데 초현실적으로 시린 느낌의 제 발과 행복해보이는 거리의 광경이 묘한 대조를 이루는군요.




 좀 지나가다 본 또다른 공연. 누나 예쁘긴 한데 노래는 아까 아재들이 훨 나았습니다. 아재들 찬양해...





 산타클로스에게 보내는 우체통입니다. 핀란드 산타마을이 파산한 틈을 타 귀신같이 산타를 빼앗아가는 아이슬란드 ㄷㄷ해;




 중간에 들른 서점, 전통 아이슬란드 요리의 대표주자는 역시 스비드...! 이견이 있을 수가 엄슴니닷...








 길 가다가 거리에서 본 일본인 마술사. 끈 하나로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주셔서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퍼포먼스도 짱 좋으심. 부럽다.




 


 그런데 역시 저는 먹을 게 걱정입니다. 비싸서 걱정에다가, 사람 너무 많아서 자리도 없어서 걱정. 발도 시린데 배까지 고픔 ㅠㅠ





 여러 곳을 돌아다녔지만 결론은 "아이슬란드의 음식점은 세 종류가 있다: 비싼 집, 꽉찬 집, 이상한 집..."







 그러던 와중 유일하게 먹을 만한 가격의 국수 집을 발견하지만, 저번에 영국산 빵+수프를 먹어놓고 이번에도 국수를 먹자니 내 항공권이 부끄럽다 포기. ㅠㅠ





 다시 들어온 서점에서 굉장히 아스트랄한 내용의 책들을 보고



 오 이런 거 하나 있으면 분위기 있겠다 생각하다가 돈 보고 바로 포기하고



 다 때려치고 감자튀김을 먹을까 하다가 이번에도 역시 줄 때문에 포기하고




 저번에 봤던 어마어마하게 큰 교회 근처에서 하는 공연을 보다가 역시 음악으로는 배를 채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ㅠㅠ







 꽉찬 물고기집도 지나가고



 무슨놈의 1,680크로나짜리 양 수프집은 비좁아터졌는데도 줄이 산더미라 도저히 시킬 수가 없습니다.





 하...



 다 때려치고 숙소에나 들어갈까 하던 찰나,





 아까 사람이 많았던 물고기집의 줄이 거의 사라진 걸 보고 조심스레 줄 서 봅니다.






 그리고 요리를 시켰습니다. Steamed Fish. 가격은 기억이 안 나는데 역시 착한 가격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외딴 자리에 혼자 앉아서, 아 이것만 먹고 들어가서 쉬어야지 생각하는데...






 제 옆 테이블에 앉은 아저씨 한 분이 저를 쳐다보셔서, 저도 말을 걸었습니다. 약간 벌개진 얼굴에 덩치(+배) 있는 백인 아저씨여서 약간은 긴장했는데, 벨기에에서 오셨다네요. 약간 억양이 특이하긴 해도 영어도 엄청 잘 하고 해서 저도 맥주 시켜서 계속 얘기함ㅋㅋㅋ



 캬 참으로 착한 맥주 가격 1,000 크로나...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옆 테이블에 앉은 젊은 남녀와도 얘기하게 되었는데, 여자는 타이완 사람이었고 남자는 한국계였습니다. 오오 한국계 오오. 그런데 홍콩 출신에 미국에 산댔나 뭐랬나... 아무튼 굉장히 복잡한 성장 배경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영어가 자연스러워서 부러웠음.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 나온 Steamed Fish. 이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요리인데 맹맹합니다. 으아아아아아.



 타이완 여자 분 리액션이 좋으셔서 오래 재미있게 얘기를 하고, 곧 둘은 나갑니다. 저는 벨기에 아저씨와 얘기하다가, 그냥 집에 가버릴까... 했지만, 그래도 불꽃놀이는 봐야 하지 않겠냐! 하는 사자후에 바로 넘어가서 남기로 합니다.



 오후 10시의 레이캬비크 축제 풍경.



 길에는 간이 클럽이 있네요. 사람들 춤추고 있음 ㅋㅋㅋㅋㅋ



 중간에 벨기에 아저씨가 술 잔뜩 취하셔서 옷이나 살까 하고 들어간 모직품 상점인데 이건 뭐 저 따위는 도저히 살 수 없는 가격입니다 ㅠ_ㅠ


 벨기에 아저씨도 보다가 나옴..



 ...뭔가 사람이 많아 보입니다.



으아아아 정녕 이 도시가 광역권 포함 인구 20만 도시란 말인가



 ...



 ...



 엥!?



지금 시야에 들어오는 사람이 아이슬란드 전체 인구의 30%는 넘지 않을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아이슬란드어로 공연 중인데, 뭔가 씐나는 분위기이긴 한데 너무 멀어서 하나도 안 보임ㅋㅋㅋㅋㅋㅋ 술을 좋아하시는 벨기에 아저씨에 이끌려 저는 맥주를 한 잔 더 하기로 합니다. 끄아아아아 내 피같은 만원. 핀란드에서는 클럽같은 데서 맥주 한 잔 5,000원도 아까워서 못 먹는데... 역시 술맛은 분위기에 달렸습니다.



 술을 마시며 이야기. 알고 보니 아저씨는 부가가치세법 전공 변호사였습니다. 구글에 이름 검색하면 나올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사실 저는 술 취해서 만난 40살 나이 차이 나 보이는 인연끼리 무슨 더 연락을 하면 받아 주기나 할까... 아니 일단 나부터가 뻘쭘하다 싶어서 지금까지 안 했는데 이 글을 쓰다 보니 연락을 해 봐야겠거니 싶기도 합니다.




 구글에 검색하니 웬 간지나 보이는 미중년이...! 으아아아아아





 그러나 관광지에서라면 막장 잉여 대학생도, 부가가치세법 변호사님도 모두 맥주 원샷...! 너도 나도 맥주 한 잔이면...!





 맥주를 비우고 다시 찾아간 콘서트장, 콘서트는 어느새 끝나 있고,




 시간이 되자 무언가가 솟아오릅니다...!





 도대체 불꽃놀이는 얼마만에 보는 것인지, 나이가 들면서 점점 불꽃놀이에 감흥도 느끼지 못하게 되었었는데,




 시린 발, 피곤한 다리, 허전했던 마음, 부실한 준비로 인한 후회, 그 모든 것이,




 불꽃놀이와 함께 조금씩 녹아내리는 게 느껴졌습니다.




 잠시 소강 상태가 있고 나서 하이라이트...!






 정말 화려했던 마지막 불꽃놀이로, 



 그렇게, 축제는 끝났습니다.






 저는 원래 타던 정규 버스를 타기 위해 빨리 달려서 막차 시간에 맞추려 했는데요, 축제로 정규 버스는 편성이 안 되고 대신 특별 버스가 편셩되어 있습니다. 원리는 어떤 지 모르겠지만, 행선지를 말해주면 현장에 있는 경찰들이 어디로 가서 줄 서서 버스를 타라고 말해줍니다.




 그리고 저는 비록 3일 버스권을 날린 건 아쉬웠지만, 취기가 도는 몸으로 매우 무난히 숙소에 도달합니다.



















그러나 저는 곧 노트북 모니터를 보고 


아이슬란드 여행 최후최대의 삽질, 


저의 가혹한 운명에 좌절하게 되는데...
















꼐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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