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여행 첫날(2): 2015년 10월 17일 토요일, 09:00




노르웨이 여행 지도, 10/17노르웨이 여행 지도, 10/17




 저번 화에서 보셨다시피 드디어 노르웨이의 오슬로 공항에 내리긴 했는데... 했는데... 시각도 오전 8시고, 사전 조사를 하나도 안 해서 뭘 해야 할 지를 몰라 먼저 공항의 인포메이션 센터에 물어봤습니다. 오슬로로 가려면 버스나 기차를 타야 하고, 대중교통은 1일권을 구입해서 사용하면 싸다고 해서 그냥 대충 그렇게 하기로 했는데, 나중에 보니 이놈의 인포메이션 센터 굉장히 부실했습니다... ㅠㅠ



오슬로 대중교통 1일권오슬로 대중교통 1일권


 예를 들어 이 오슬로 내에서만 사용가능한 1일 교통카드는 90크로네입니다. 그런데 인포메이션 센터에서는 이 교통카드가 있으면 오슬로까지 가는 열차(Flytoget)의 할인을 받아서 60크로네만 내면 된다고 했는데, 












(...)



...는 개뿔, 조금만 들어가서 열차 담당자한테 물어보면 학생 할인만 있고, 학생 할인받으면 90크로네를 내야 한다고 말해줍니다. 인포메이션 센터 얘기를 하니까 무슨 헛소리냐고ㅠㅠ 여전히 버스는 110크로나였기 때문에 기차가 낫긴 한데, 웬지 버스 가격도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잘못 가르쳐줬을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갑자기...





※ 10월 19일 기준, 1유로 = 9.22 노르웨이 크로네, 1 노르웨이 크로네 = 139.3원입니다.







 열차 타러 가는 길에 예기치 않게 만난 앙증맞은 모형 비행기.







 오슬로로 갑시다. 옆에 일반 열차도 이용할 수 있는데, 학생 할인도 되겠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하니 그냥 공항철도를 이용합시다ㅠㅠ.



 환전소도 9시부터고, 뭐 어물쩡하다가 9시가 넘어서야 표를 뽑았네요. 내가 여기 온 게 몇 신데... 부들부들.






 그리고 열차를 탑니다.





 시설이 좋습니다. 역시 우와 석유의 힘 하면서 감탄합니다.






 그리고 쾌적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엥?



 오슬로 중앙역에 순식간에 도착합니다. 공항에서 단 19분 걸린다네요. 너무 빨리 도착해서 뭔가 매우 쾌적했던 의자 등받이가 그리워짐 ㅠㅠㅠ






 보시다시피 저는 코트를 입고 있고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열차에 한국어로 인사말이 적혀 있어서 반가워서 찍었어요. 다만 인사말은 이 열차의 출입문들에 어림잡아 40개언어로 적혀 있는 듯 ^_^;;









 그리고... 오슬로, 추웠습니다. 아니 분명히 일기예보 어플에 의하면 헬싱키보다 따뜻했는데... 생각하다가, 문득 일기예보 어플이 노르웨이 기상청 것이었다는 것을 떠올립니다. 아아. 관광객 좀 끌어모으려고 양심을 팔아넘긴건가... ㅠㅠ








 도착 인증샷.






 프롤로그에서 설명이 부족했는데, 캐서린은 그냥 교환학생 같은 튜터 그룹 친구일 뿐이고 전혀 아무런 사이도 아닙니다.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그렇고 그런 사이도 아님★. 다만 제가 노르웨이에 간다고 햇는데 본인도 노르웨이 가기로 했다고, 처음 몇일 간 동행하자고 해서 동행하는 그런 매우 평범한 사이입니다 .^___^;






 물론 동양남보다는 슬라브 미녀가 있으면 사람들의 호감도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게 함정. ^_^;














 사실 오슬로 중앙역에서 호스트들에게 먼저 연락하고 가려고 했는데, 문제가




 1. 제가 한국 유심으로 심카드를 다시 바꿔서 연락하려 했는데, 왜인지 몰라도 문자가 안 보내졌습니다 ㅡㅡ


 도대체 진짜 왜인지 모를 이유인게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되거든요. 진짜 엄청 답답하고 당혹했습니다.








 2. 그래서 노르웨이 심카드를 샀는데, 이번엔 인증이 안 됩니다.


 도대체 진짜 왜인지 모를 이유인게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되거든요. 진짜 엄청 답답하고 당혹했습니다. 사실 세븐일레븐에서 "두유해브심카드?"라고 물어봤을 때 "노"했는데 바로 옆에 심카드가 있었을 때부터, 이상함을 눈치챘어야 했는지도 모르겠네요...


 분명히 영어로 설명이 쓰여 있는 걸 보고 샀는데, 인증이 안 됩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노르웨이어 부분엔 뭔가 설명이 길어 고객센터에 전화했더니, 영어를 잘 못 하시는 아주머니께서 받아서 쏼라쏼라하는데 대충 노르웨이 Social Security Number가 있어야 심카드를 인증할 수 있는 것 같더라구요. 심카드는 29크로네라서 그렇게 아깝다는 느낌은 안 들었지만, 그냥 날린 시간이 아깝고 어떻게 호스트들에게 연락하나 전전긍긍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외국인이 심카드를 사용하려면 통신사 영업점에 찾아가서 신청해야 합니다. 영업점은 중앙역에 있는데 토요일엔 심카드 신청은 안 되어요. 저는 바쁘게 돌아다니다 보니 신청을 결국 못 했고, 삼일 째 스타방에르 갈 때 결국 참극이... )








 3. 그래서 캐서린이 핀란드 유심으로 연락하니까 연락됨


 ㅁㅊㄷ ㅁㅊㅇ


 허-무하다











 그냥 나도 핀란드 유심이나 계속 쓸 걸 뭐하러 유심 갈아낀건지 참으로 부들부들...










 게다가 노르웨이는 관광 스팟에는 웬만하면 와이파이가 다 되어서, 사실 저는 데이터의 필요를 크게 못 느꼈습니다. 결국 저는 이 유심을 갖고 다니다가 베르겐에서 걍 아몰랑 귀찮아 하며 버리게 됩니다 ^_^;;





 이런 수많은 삽질을 하였고, 일단 힘드니 배부터 채웁시다. 중앙역 버거킹에서는 더블치즈버거와 치킨버거를 29크로네에 단품으로 팔고 있었습니다. 미친 노르웨이 물가를 생각하면 어마어마하게 싼 물가죠. 뭐 햄버거 양이 창렬이긴 한데... 그래도 감사하게 먹었습니다.





마침내, 10시가 넘어서야 처음으로 보게 된 오슬로!








건물들이 참 북유럽-북유럽 하면서도, 핀란드보다 더 세련된 느낌입니다.









 버스엔 비싸보이는 스크린까지 달려있어요. 역시 석유파워 ㄷㄷㄷ




 인상적인 건 버스 하나하나가 굉장히 깁니다. 거의 대부분의 버스가 굴절버스였던 느낌. 저희가 관광객이라 주요 라인만 타서 그랬던 것일 지도 모르겠지만요.







 사실 카우치서핑을 계속 시도하다가 너무 늦게 시작해서인지 잘 안 되어서, 급하게 에어비앤비를 잡은 거라 숙소가 좀 멀어 걱정했는데, 굉장히 자주 오는 버스로 20분에 버스정류장 내리면 바로 숙소가 있어서 굉장히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게다가 노르웨이 물가를 생각하면 저렴한 가격인 40유로+수수료 6유로 해서 46유로였으니까요. 익스피디아에 숙소 찾아봤는데 늦어서 그런지 최소 10만원 가량부터 시작하더라구요.





 문 앞에서 다시 전화하니 전화를 받습니다. 그래서 안으로 들어왔는데, 굉장히 호감가고 착하게 생긴 젊은 백인 남성이 맞이해줘서 굉장한 안도감이 ...!








 호스트는 Piotr와 Gina, 결혼은 안 했는데 동거하는 커플인 것 같았어요. 신기한 게 표트르는 폴란드 출신이고, 지나는 헝가리 출신인데 7살 때 노르웨이로 왔다고. 더욱 비범한 것은 표트르는 지나가 미성년자일 때 사귀기로 했고 지나는 미성년자일 때 표트르를 보러 폴란드에 찾아가고 했다는 점입니다. 유럽의 기상인가... 


 

 표트르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하고 있고, 지나는 노인 요양 센터같은 곳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어요. 이 때는 지나는 일을 하러 나간 상태라, 표트르 혼자 저희를 맞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오자 마자 차 따라 주고, 유심 카드 문제 있다고 하니까 바로 고객센터에 전화 걸어서 얘기해 주고, 정말 모든 면에서 친절해서 너무나 감동ㅠㅠ




 환대에 몸둘 바를 모르는 캐서린.







 그런데 저의 삽질은 노르웨이에서도 계속됩니다.








...엥!? 뭔가 잘못된 것 아니냐?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쌀잌ㅋㅋㅋㅋㅋ쌀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참 어이가 없어서.






 그러니까 저는 노르웨이의 물가에 지레 겁을 먹고, 최대한 밥을 지어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통에 쌀을 담아 왔습니다. 문제는 이게 락앤락 뭐 그런 게 아니라 되게 약한 통이었다는 것. 캐리어에 넣고 좀 흔들리니까 뚜껑이 열려버려서, 제 캐리어 전체에 쌀의 홍수가 ^_^;;





 주워 담으려다 보니 바닥에 떨어지고, 점점 노답이 되어가다가,,, 그냥 모든 물건을 다 들어내고 캐리어 바닥에 쌓인 쌀을 모아 담기로 합니다. 참 신기하게도 헤어드라이어에 쌀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갔어요 ...ㅋㅋㅋㅋㅋ



 그런데 예전에 문제는 캐리어 제습제가 터진 적이 있는데 그 잔여물이 캐리어에 남아있었습니다. 그러니까 DO NOT EAT 적힌 그 물건들이랑 쌀들이랑 섞여버린 것입니다 ^_^;; 다행히 제습제는 주황색이라 구분은 가능했지만, 쌀이나 제습제나 너무 작아서... 최대한 구분하긴 했는데 나도 모르게 몇 알 들어갔을수도 ㅠㅠ 뭐 한두 알 먹는다고 안 죽겠죠...?










 아무튼 이렇게 핀란드에서 출발 전에 한 삽질에 이어, 노르웨이에서도 장대한 삽질로 첫 날을 시작한 저는, 쌀을 정리하고 1시 가까이 되어 숙소를 나서, 드디어 오슬로 거리를 걷기 시작합니다.









꼐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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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4일, 금요일




 오늘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제가 기분이 좋았나봅니다. 어제 예쁜 한국어 하는 핀란드 학생 만나서 그런가. 쓸데없이 일어나서 집 앞에서 셀카 찍은 게 많은데 안구테러 할 일 없으니 이하생략.


 그런데 사실은 첫 사진이 오후 5시임ㅋㅋㅋㅋㅋㅋㅋ 이 날도 블로그 좀 쓰고 빈둥빈둥했으리라 예상해 봅니다.






 그래서 저녁을 집에서 해먹기 매우 귀찮았던 나머지, 저녁 6시에 유니카페에 가서 식사를 합니다. 파스타랑 밥에 소스만 무식하게 끼얹었네요. 








      


      



 저녁을 이렇게 먹고 나니까 뭔가 죄책감이 들었는지 아시안 마켓에 가서 이것저것 사고, 캄피 K 수퍼마켓에 가서 삼겹살(!)도 샀습니다. 그런데 이건 뭐 나중에도 다룰테니 오늘은 이게 중요한 건 아니고...
















 오늘의 핵심





















살미아키(Salmiakki)








 살미아키, 또는 살미아끼라 불리는 이 것, 바로 핀란드의 국민사탕. 그러나 외국인들은 매우 혐오하는 정말 피니쉬, 피니쉬스러운 음식입니다.



 핀란드에서는 여러 맛이 같이 있는 봉지 젤리 같은 경우 무조건 살미아키맛도 같이 있습니다. 하리보 등등...에도 살미아키가 빠지지 않아...





.







 ...그 악명을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던 저는, 그러나 케이 수퍼마켓에서 삼겹살을 사면서, 형언할 수 없는 느낌에 휩싸여 살미아키를 같이 집어왔습니다.







살미아키 믹스살미아키 믹스


호오...?

 



바로 이것.





 언뜻 봐서는 그 악명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살미아키...!살미아키ㅠㅠ



 호오...?





일단 먹어봅시다.







...











.........












...........................















짜다!




 그렇습니다. 소금을 완전히 때려부은듯한 느낌. 예상을 못 하고 먹어서인지 더욱더 짜게 느껴졌습니다. 더군다나 딱딱한데 의외로 끈적해서 이에 붙으니 떨어지지도 않고, 굉장히 큰 놀람과 고통을 느끼면서, 천천히, 천천히, 첫 사탕을 먹습니다. 살미아키의 주 재료는 서양 감초라는, 감초라면 달 감(甘)일 터인데, 어디가 단 것인지 이해불가...





 그리고 이미 뜯어버린 봉지를, 찬찬히 응시합니다.









 다 먹어야 할까.







 고통을 감수하고, 다 먹을 가치가 있을까.







 나는 왜 내 돈을 내고 이런 소금덩어리를 먹어야 하는 것인가.










 ...그러다가 어떤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출처: 이데일리


출처: AVING news network


 단지 한국을 사랑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또는 예의를 지키기 위해, 반강제적으로 갑자기 익숙하지 않은 김치를 먹게 되었으면서도 최대한 싫어하는 내색을 하지 않으려 노력했던, 수많은 외국인들. 그들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김치를 싫어하던 외국인들 중, 많은 수가 계속 먹으면서 김치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사실, 나도 계속 먹으면 이걸 좋아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 이게 뭐, 하우카르틀도 아니고...







 그래서 꾸역꾸역 참고 먹었더니, 한 열 개 정도 먹고 나니까 좀 나아집니다. 정말입니다. 게다가 저 '살미아키 MIX'에는 여러 종류의 살미아키가 있는데, 원형은 좀 박하향이 강하고 마름모 모양은 완전 살미아키 맛이 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스무 개 정도 먹었더니, 원형 살미아키는 이제 완전 먹을만 합니다. 저도 저의 엄청난 적응력에 매우 놀랐습니다 ^_^;;






 그 와중에 심심해서 플랫메이트들에게 살미아키를 줘 봤는데, 네덜란드 플메들만 굉장히 맛있게 먹습니다. 오오 갓덜란드 오오. 알고 보니 네덜란드에서도 살미아키 비슷한 것을 먹는다고...!












 어느덧 한 봉지를 다 비운 저는, 살미아키가 맛있어진 것을 느낍니다. ㅇㄱㄹㅇ..










 사실 이 때는 먹을 만 하네 이 정도였는데, 솔직히 요즘은 길 가다가 뭔가 입 허전하면 살미아키가 생각나는 그런 수준에 다다랐습니다. 파티같은 것 하면 저랑 핀란드 사람들만 살미아키 꾸역꾸역 먹고 앉아있음ㅋㅋㅋㅋㅋㅋ








살미아키담뱃값처럼 생긴, 휴대성이 좋은 살미아키


 마트 계산대 근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성냥갑 모양 살미아끼. 이것 말고도 SUPER SALMIAKKI라는 것도 있는데, 좀 더 짠 맛입니다. 그치만 가격 대비 용량 효율은 제가 처음에 산 SALMIAKKI MIX가 역시 체고시다... 살미아키 믹스 찬양해... 진짜 마트에 갈 때마다 하나씩 집어서 맨날 가방에 넣어 놓습니다.










살미아키 술 ^_^;살미아키 술 ^_^;;



살미아키 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시다시피 도수도 32.5%로 꽤 쎄고, 특징이라면 짠 맛입니다. 살미아키 특유의 맛보다는 짠맛이 강한 느낌이라, 살미아키를 싫어해도 그래도 먹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다만 살미아키와 자주 헷갈리는 게 라크리치(Lakritsi). 둘 다 검은 색에다 비슷하게 생겼고, 감초가 들어간 것이라 착각하기가 쉽습니다.





 다만 라크리치의 경우 살미아키보다 좀 더 달고, 좀 더 끈적하고... 등등, 굉장히 다릅니다. 그냥 약간의 느낌과 색상만 비슷한, 아예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저같은 경우는 원래 단 걸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라크리치를 아무리 먹어도 익숙해지지가 않길래 포기했습니다. 그치만 핀란드 사람들 사이에서는 라크리치도 먹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라크리치는 많이 안 물어봐서 모르겠고 그냥 피해야 하는 걸로만 생각하고 있음~_~ 짠 건 싫고, 좀 독특한 핀란드틱한 걸 먹고싶다 싶으시면 라크리치에 도전해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이렇게 핀란드의 맛을 깨달은, 즉 미각 정체성을 깨달아버린 저는, 내일을 기대하며 잠에 듭니다.














꼐속










9월 3일, 목요일




 오늘은 '가장 큰 신입생 행사'라는... 이름은 기억이 안 나고, 아무튼 오리엔티어링을 하는 날입니다. 팀을 짜 헬싱키 시내에 있는 여러 곳들에 가서 주어진 미션을 하여 순위를 가리는... 그런 행사인데요, 열심히 걸어야 하는 행사인 걸 알 수 있죠. 그런데 비가 오는군요.


헬싱키 대성당헬싱키 대성당


 네. 비가 옵니다. 다행히 많이 오지는 않고, 조금 오다가 안 오다 오다가 안 오다가... 계속 반복이었습니다. 아무튼 여러 신입생 팀들 중 교환학생 팀도 세 팀이 있으니, 그 세 팀에 소속되어서 오리엔티어링을 진행합니다.




헬싱키 대학교 오리엔티어링헬싱키 대학교 오리엔티어링     헬싱키 대학교 오리엔티어링헬싱키 대학교 오리엔티어링


 학교 건물인 포르타니아 앞에서 진행한 첫 미션은 즉석 파티. 주어진 소품들을 가지고 파티를 해야 합니다. 보시다시피 비가 조금씩 오고 있는데, 우승 상품이 뭔지도 모르면서 열심히 열심히 파티를 합니다. 글렌은 말 가면을 썼는데, 저는 저런 좋은 소품을 선점하지 못하여 두루마리 휴지를 뽑아 봉산탈춤을 췄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다른 곳에 가서 무슨 쓰레기 봉투 경주같은 걸 했는데...
















가.야.댐.ㅠㅠ
















 엥? 왜 가야 되냐구요?












 헬싱키 대학교 한국어 수업에서 "한국어 도우미"를 맡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헬싱키 대학교에도 한국어 수업이 있습니다. 'Asian Studies' 학부에 한국학과가 있는데, 거기에 한국어 수업이 1부터 4까지 있어서, '김정영' 교수님께서 수업을 하고 계셔요. 한국어 교환학생들은 원어민 도우미같은 개념으로 핀란드 학생들과 한국어로 얘기할 수 있습니다. 한 번에 15분이라는 짧은 시간을 들여서 한국에 관심 있는 핀란드 학생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기회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죠. 그리고 이 날이 바로 한국어 도우미 오리엔테이션 날이어서, 저는 중간에 행사를 빠지고 한국어 도우미 오리엔테이션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비가 추적추적 오는 거리를 걸어서, 중간에 건물을 잘못 찾아서 헤매다가, 한국어 도우미 오리엔테이션 장소로 들어갔는데...














성비가 여자 10 : 남자 1 ;;
















 오오 개이득...!이 아니라, 이 상황에서 어찌 될 지는 남자 수준에 달렸죠. 여자가 많은 곳에 남자가 달랑 있다고 다 의자왕이 되는 게 아니니까요. 왕이 거느린 궁녀들 이면에는 항상 그 궁녀들을 뒷바라지하기위해 노력하던 수많은 내시들의 희생이 있는 법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내시가 될 것 같은 강한 예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와 별개로 어쨌건 이 성비는 놀랍긴 했습니다. 저희 학교에서는 남자 둘, 여자 한 명이 왔는데 남자 후배가 시간이 안 되어서 한국어 도우미를 못 하게 되었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뭐 성비가 남녀 얼추 맞겠지 생각했는데, K대와 Y대에서 모조리 여자만...! 아무래도 확실히 북유럽이라는 공간의 감수성이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는, 남자들보단 여자들에게 어울리나 봅니다. 한국에서 남성적이고 마초 같은 느낌이면 북유럽보단 다 미국 갈 듯 ^_^;;





 저는 최대한 많은 수업을 맡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핀란드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도 죄다 여학생들이라는 것 같았습니다. 교수님께서는 다른 성끼리 이어주기를 부담스러워 하시는 듯 ^_^;; 그리고 너무 수업을 많이 맡으면 얘가 성실하게 할까 하는 걱정도 있으셨던 것 같구요. 그래서 저와 저희 학교 여자 후배 두 명만 화요일과 수요일, 두 반을 맡게 되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각자 한 반씩을 맡게 되었습니다.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어쩌다 보니 Y대 친구들이랑만 남게 되어 같이 유니카페에 갔는데, 심심해서 우유와 요구르트, 두유를 다 같이 받았더니 이러면 안 된답니다. 그래도 처음이라 그런지 여유롭게 봐주심. ㅋㅋㅋ...










 그리고 저는 제가 딱 1시간 참여한 신입생 행사의 애프터 파티를 가기로 하고 글렌과 연락했는데, 한국인 학생들도 열심히 꼬셔서 같이 가기로 합니다. 그러나 그 사이에 붕 뜨는 시간에 어쩔까 어쩔까 하다가, 아무래도 처음 봐서 너무 어색하니까 대성당 앞에서 글렌도 같이 불러서 놀기로...!







 





헬싱키 대성당헬싱키 대성당


저녁의_대성당.jpg








 흐-뭇. 크고 아름답습니다. 아아 광장을 끼고 보는 헬싱키 대성당은 레알 삶의 활력소같은 느낌입니다. 적어도 아직까진 안 질렸음.












 그리고...













!?!?!?!?








 네 그렇습니다... 갑자기 다가온 완벽한 영국식 영어를 구사하는 글렌. 사실 글렌과 저희 학교 후배 민수는 서로 구면이라 간단히 인사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아직 나도... 이름을 모르는데... ^_^;;









헬싱키 대성당헬싱키 대성당


 와 한국 여자들 예쁘다...






 그리고 저는 뒤에서 쭈그려서 사진을 찍습니다.






계단 위로 올라가서 본 의사당 광장의 풍경.jpg








멋지긴 합니다. 밑에서 보는 것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을 때는 경치에 취할 만 합니다.





       


 아아, 보기 좋은 사람들은 앞으로, 그렇지 않은 자는 가장 뒤로 쳐박혀서...



헬싱키 대성당헬싱키 대성당


 칙칙한 남자들끼리 투샷 찍습니다. 물론 글렌은 조금 칙칙 저는 많이 칙칙 ^_^;; 저 때 매우 힘들었던 것으로 보임...







 그리고 간단하게 담소를...! 종교 건물 앞이라 좀 머쓱했는데 주변에서도 현지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맥주 많이 마시고 있고, 뭐 유럽이라기 좀 애매한 영국 출신이긴 하지만 글렌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기에 맥주로 프리드링킹 조금 했습니다. 글렌에게 술게임을 조금 가르쳐주니까 정말 좋아해서 나중에 튜터 그룹 친구들이랑 같이 하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치만 술게임은 하다보니 항상 시끄러워져서 어글리 코리안이 되지 않기 위해 조금만 했네요. 글렌에 따르면 조금 과민했을 정도임. 진짜입니다.









 그나저나 술게임할 때 벌칙은 계단 내려갔다 올라오기로 했는데... 너무 지루했습니다ㅠㅠ그렇다고 술을 마구마구 마실 수도 없으니.










 정말 이제 와서 사진 다시 보니 저같은 칙칙한 (학부생 치고) 노땅과 놀아준 여학생들에게 감사할 뿌뉴ㅠㅠㅠㅠ 갇갇갇 님드류ㅠㅠㅠㅠㅠㅠ



 



헬싱키 대성당헬싱키 대성당


 어느덧 길고 긴 여름 헬싱키의 해는 지고, 애프터 파티에 갈 만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번 애프터 파티도 어김없이 클럽. 그래서 가야 하나 고민했는데 글렌도 가고 한국인 여학생들도 한 명만 빼고 다들 가 보자고 해서 들어갑니다. 그런데 처음에 당황했던 게 춤을 추는 클럽이 아님. 물론 저는? 개이득ㅋ






 춤 추기보다는 그냥 공연하는 뮤지션들 노래 듣는 게 주인 분위기. 그래서 저도 그냥 서서 맥주 홀짝홀짝. 



 물론 계속 말씀드리지만 클럽이라고 막 원나잇 할 사람 헌팅하고 그런 느낌의 곳은 전혀 아닙니다.




 튜터 그룹에서 많이 왔을까 해서 왔는데 생각보다 별로 오진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이 쯤 되면 파티에 자주 가는 사람과 안 가는 사람이 구별이 되는 듯 합니다. 물론 저는 안 가는 사람...이 되었어야 했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겐 안 되고... 아무튼 모임은 자주 나가고 클럽은 자주 안 가게 되었습니다.


 사진은 왼쪽부터 글렌, 벨라루스에서 온 캐서린, 우리의 튜터 베이코, 이스라엘 국적에 아랍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되 부모님은 기독교인이고 본인은 무신론자인 페라스, 그리고 저입니다. 











 계속되는 공연들.





 중간에 2층으로 올라갔는데 정말 예쁜 여자사람들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글렌과 페라스와 게임을 했는데 져서 여자 번호를 따오라고ㅠㅠㅠㅠㅠㅠ 으아아아아 이게 무슨 소리야. 무슨 서양 여자사람들 얼굴 보는 것도 안 익숙한데 번호라니요. 한국에서도 번호 딴 적 없는데. 


 끙끙 앓고 있다가 한국인 여학생들이 저기 한국어 할 줄 아는 핀란드 여자가 있다고 말해줍니다. 그래서 정말? 반신반의하면서 갔더니 굉장히 예쁜 금발의 핀란드 여자사람이 진짜 한국어를 해요. 정말 신기했는데, 안 그래도 학교에서 한국어 2 수업을 듣는다고 합니다. 결국 이 핀란드 학생이랑은 클럽에서 만났는데, 뭐 별 일은 없었지만, 화요일마다 수업 시간에 보게 된... ^_^;; 그리고 정말 남 힘든 것 보고 바로바로 도와준 한국인 여학생들 갇갇갇ㅠㅠㅠ






 ...그러다가 무슨 음악이 ㅄ같은... 매우 ㅄ같은 음악으로 바뀐 데다가, 튜터 그룹 친구들도 가고 저도 피곤해져서 그냥 집에 가기로 하고, 이렇게 오늘 하루가 또 어영부영 끝이 나게 되었습니다. 으아아아아아아.










꼐속.








8월 30일, 일요일




 어제 역사의 공백기를 보내고 허무감에 시달리던 저는, 문득 여기서 육식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밖에선 좀 먹더라도 집에서 먹는 건 매일 감자 뿐... 이러다가 감자마름병에 걸릴 것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하고, 저는 육식의 충동을 충족시키기 위해 마트에 갑니다.




바로_억제됨.jpg






 고기 가격을 보고 억제되는 저의 육식 충동이란 마치 자기보다 쎈 사람 앞에서는 조절되는 분노조절장애처럼 미약한 것이었습니다. 으아아아아아





 그러던 와중에,




400그람에 1.99유로...?




 사실 이걸로 요리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지만, 그래도 고기는 고기겠죠. 사서 해 보기로 합니다.





흐..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안 와서, 걍 대충 뭉쳐서 팬에 올려 놓고 삼겹살처럼 굽기로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금보니까 웃긴데 저 때는 고기를 먹어야겠다는 생각 하나 뿐이었어요ㅋㅋㅋㅋㅋㅋㅋ




아...







ㅁㅊㄷ ㅁㅊㅇ...





 와 제가 지금 봐도 참... 어떻게 이걸 먹을 생각을 했지 싶은,




간 고기 구이 ^_^







 군데군데 제대로 익지도 않았고, 무슨 이상하게 씹으면 뽀독뽀독 고무같은 느낌이 날 뿐더러 기름도 넘쳐 흐르지만 그러려니...하고 먹는 게, 아니라,











복수를 다짐합니다.













8월 31일, 월요일




 ...그러나 숙성된 복수가 맛있는 법,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학교에를 갑시다.



 이제 학교가 개강한 첫 주입니다. 몇몇 수업은 이번 주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미리 수강신청을 하지 않았다면 수강신청을 못 할 공산이 큽니다. 그럴 경우 보통은 메일을 보내면 교수님들이 수강생 명단에 넣어 줍니다. 뭔가 수강신청 경쟁이 빡센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인데, 헬싱키대학교 자체가 그렇게 어마어마하게 큰 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






 그리고 오늘 낮에 뭔가 이벤트를 한다길래 아담과 함께 헬싱키 대학교로 갑니다.




 왼쪽에 보이는 아담.




 ...뭔가 학생 행사 같은데.



 건물 안에 들어가 보니 삘이 옵니다. 동아리 소개제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담은 메트로폴리아 대학교 소속이죠. 뭔가 노잼으로 보이는 것을 바로 눈치챈 아담은 기숙사로 돌아가기로 하고, 저만 남아서 튜터 그룹 친구들일 기다립니다.




 정말 여러 동아리가 있습니다. 당연히 태권도 동아리도 있구요.



 코스프레부...도 있네요.




 Kirjasto는 도서관이라는 뜻인데 뭔가 하는 것 같기도 하면서... 뭘 했더라. 대책 없이 사진을 안 찍었네요.



 사실 중간에 첫 사진에 있는 기린 모양 공기 트렘벌린에 들어가서 막 놀다가 프랑스 남자의 엉덩이에 얼굴이 찍히는 대참사...는 아니고 굴욕을 당하기도 했고, 수시로 실험 참가비를 주는 실험 참가 요청을 받겠다고 원서를 쓰기도 했고(그 뒤로 한 번도 참가 안 했지만), 추첨을 해서 먹을 걸 받기도 했고, 성가 동아리가 노래하는 걸 듣기도 했는데,




 별로 재미가 없었나봅니다. 기억이 안 나고 사진도 안 찍었네요 ㅠㅠ





 다만 사우나의 나라 핀란드 답게 이 사우나는 굉장히 인상깊었나 봅니다.



 핀란드는 워낙 사우나 덕후라, 2차 세계대전 때도 전쟁할 때 막사보다 사우나를 먼저 지었다는 전설이 있는데, 그 전설을 반영하듯 정말 건물들에는 대부분 사우나가 다 있고 사우나가 생활화되어 있습니다. 다만 저는 이 글을 쓰는 지금(10월 15일)까지 한 번도 사우나엘 안 들어가봤네요. 곧 가 봐야지...




 그리고 저도 귀찮아졌는지 그냥 집에 가기로 합니다. 왜 이렇게 귀찮았을까요. 곧 다가올 개강이 싫어서였을까요? ㅠㅠ












9월 1일, 화요일




 드디어 9월이 되었습니다. 사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어야 맞는 건데, 저는 한 주 더 쉬기 위해서 9월 2일의 수업을 빼버렸습니다. ^_^ 참 막장이네요. 그래서 저는 수업이 다음 주부터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늦잠을 늘어지게 자고 낮에 일어나서 블로그에 글을 썼습니다. 이 때 만큼만 썼으면 지금처럼 밀리지도, 기억이 안 나지도 않았을 터인데 ㅠㅠ엉엉






 오늘의 도전은... 전자레인지 계란찜인데.




 음...





 숟가락으로 휘저어 놓으니 좀 계란찜 같습니다. 마늘은 많이 넣었는데 소금이 부족해서 간장을 곁들여 먹다가,










 간장 하니까 베니건스였나 아웃백이었나, 아무튼 빵이 생각나서 빵도 가져와서 찍어먹습니다. ^_^;;





 그런데 계란찜과 빵이라는 요상한 조합을 못 견딘 것인지 옆에서 아담이 뜬금 등장, 간 고기를 요리합니다!



 과연 어떻게 되나 궁금해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저 공들은 곧 형체도 없이 분해되었다 카더라 ㅠㅠ





 그렇습니다 사실 아담도 경험이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저나 아담이나 똑같이, 고기와 야채만으로 모양을 만드려는 말도 안 되는, 그러나 그때는 왜 말도 안 되었는지 모르는 야심찬 시도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은 또 클럽에서 파티. 이스라엘에서 온 페라스, 잉글랜드에서 온 글렌, 튜터 베이코와 율리우스, 이탈리아에서 온 파울로, 벨라루스에서 온 캐서린과 같이 어딘가에 갔습니다. 당연히 저는 술만 쪽족. 캐서린이 춤 추는 걸 봤는데 어떻게 이렇게 춤을 추나 싶을 정도로 잘 춰서 기겁했습니다.



 이 때만 해도 어떻게 한 학기 동안 여기서 살 지 막막했던 것 같네요. 춤도 못 추는데 맨날 이런 데 가야 하나 엉엉ㅠㅠ 이런 느낌. 






이번_학기_할_게임_추천받습니다.jpg










 아아... 가끔 술을 홀짝거리긴 해도, 댄스 홀에 나가는 친구들을 보고 형언할 수 없는 소외감을 느끼면서, 처음에 저는,


이넘들~ 서양,놈,년들,,,, ㅋㅋㅋ 너네는...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맨날,천,날 춤바람만 났나~~!!ㅋㅋㅋ










 하는 생각을 잠깐 했으나,




 바로 생각을 바꿉니다.






 사실 제가 나이를 스물 다섯살이나 먹으면서 별다른 취미를 갖지 못한 게 문제이니까요. 저 스스로가 그렇게 특출나게 취미를 찾아서 하는 성격이 아니었고, 사회적으로도 우리나라에서는 공부만 중요시되고 공부 이외의 것들은 못 해도 좋거나, 아니면 아예 잡기로 취급받기 때문에, 결국 제가 이런 비극적인 상황에 처하게 된 것 같습니다. 뭐 외국 친구들이라고 다 춤을 잘 추고 그러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추고 아니면 악기를 다루거나, 다 하나씩 하는 건 있더라구요. 결국 부끄러운 건 똑같은데, 부끄러움의 원인은 남이 아닌, 나에게 있었습니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한국의 클럽은 안 가봐서 모르겠는데 여기의 클럽은 딱히 춤 추는 것 빼고 그렇고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뭐 어제의 클럽 타이거에서는 키스하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눈에 띄는건 그만큼 소수이기 때문이었고, 여기는 다 학생들이라 그런지 한 명도 그런 케이스를 못 봤네요. 저도 핀란드에서 클럽 딱 두 군데 가 보고 이렇게 단정하는 건 우습긴 한데, 아무튼 그랬습니다.










 ...결국 피로에 지쳐 새벽에 돌아온 저는 결국 다시 육식을 포기하고, 삶은 감자와 조미료만을 먹는 감자마름병 식단에 일시 항복합니다.








9월 2일, 수요일







 ...그러나 복수의 날은 다가오는 법.





 웬지 저렴한 가격의 마늘과 양파를 찾아 야채를 곁들일 준비를 마칩니다.





 그렇습니다. 오늘의 컨셉은 간 고기에 야채 곁들여 먹기. 과연 이 야채들이 끔찍했던 미친듯한 기름과 고무 씹는 듯한 느낌을 중화해줄 수 있을까요?




 ...야채를 다 썰어 놓고 고기를 덮어버리니 채식같은 느낌.



 그러나 실제로 고기는 많습니다. 엄청 많아요. 소금을 막 뿌려 주고 




 볶...





 음... ^_^;;




 음...!




 싱거우니 간장을 뿌려줍시다.




 그렇게 맛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일단 야채가 있으니 저번보다 훨씬 낫네요.




 팬을 한쪽으로 기울이니 기름이 알아서 빠집니다. 숟가락으로 긁어 먹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저번보다 낫더라도 가루가 된 고기를 먹는다는 점, 식감이 영 안 좋다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결국 문제는 고기 그 자체인 것입니다. 가격 때문에 저 고기를 고를 수밖에 없었던 가난에서 이미 저의 비극이 잉태되어 있던 것입니다. ㅠㅠ. 



꺼-억






 그치만 일단 배도 고팠고 사람이 먹을 수 있을 만한 요리를 했다는 생각에 팬을 말끔히 비웠습니다. ^_^;; 하하 혀도, 마음도 편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발달해가는 저의 육식문화에 위안을 얻어야 할까요...  ㅠㅠ



















 그리고 새벽까지 블로그, 페북질을 합니다. 마침 들어온 아담과 술을. 뜬금없는 권주에 뜬금없어하는 아담 ^_^;





 아담이 처음 가져왔던 친자노로 원샷하고, 저는 잠에 듭니다. 내일은 신입생 행사가 있는 날이자, 한국어 교수님을 만나는 날이라 긴장이 되네요.





















꼐속








8월 26일, 수요일








 ...저는 포근함을 온 몸으로 느끼며 기분 좋게 자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헤이, 헤이"




 ...? 뭐지 설마 나를 부르는 소리는 아니겠지 ...?






 그런데 그 목소리는 커지고... 저는,






 벌떡 일어납니다.









 으아니?








 옆 침대엔 아무도 없고, 문에는 러시아 플랫메이트, 바실리가 서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오리엔테이션 몇 시냐고 묻습니다.




 "아홉시 십오분"


 "나우 잇츠 아홉시 십오분"


 "!?!?"






 웟더뻑???

















 분명히 저는 어제 중국 룸메랑 같이 가자고 말했는데... 옆의 침대는 비어 있을 뿐이고... 머릿 속에는 엥!? 이거 완전 뒤통수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일단은 정말 "서로 깨워 주자"고 약속한 것도 아니니까... 아니니까... 하고 마음을 추스르는데 슬픈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첫날부터 오리엔테이션에 늦은 것입니다.





 그렇다고 오리엔테이션부터 안 씻을 순 없으니 씻읍시다. 씻고, 뜁시다.





 오리엔테이션을 하는 건물은 멧사탈로(Metsätalo). 정말 전철역에서 너무 떨어져있어서 짜증났습니다. 게다가 이 땐 아직 지리 감각도 없던 시절이니.





 들어갑시다.








 들어가니 아직 오리엔테이션은 진행 중!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_^;; 전화번호와 눈치로 튜터도 찾았습니다.





 사실 여기서 저의 자랑스러운 룸메이트 티엔을 만났는데, 왜 안 깨웠느냐고 하니까 "화 낼까봐" 안 깨웠다고 하네요. 나는 안 깨운 것에 대해 화가 났는데... 으으 그치만 뭐 모를 수도 있고, 쑥스러워할 수도 있으니 그러려니 합시다. 대체로 중국 본토에서 온 학생들이 좀 쑥스럼 타는 비율이 높은 것 같았습니다.






 오리엔테이션이 끝났으니 캠퍼스 투어.




 경제학 전공 교환학생들끼리 "튜터 그룹"으로 묶였는데, 총 스무 명이 좀 넘습니다. 그래서 학사 그룹과 석사 그룹으로 나뉘어서 캠퍼스를 투어하게 되었습니다. 학사 그룹을 맡은 핀란드인 튜터는 베이코(Veikko). 처음에는 말을 더듬고 핀란드 억양이 강해서 잘 못 알아들었는데, 정말 재밌고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써 줘서 고마웠습니다. 






 사실 고딩 때 서울대 갔을 때도 그렇지만 캠퍼스 투어 해봤자 몇몇 군데 빼고는 기억도 안 나고, 어차피 다니면서 알게 됩니다. 다만 경제학 전공의 경우는 경제학과 건물은 알토 대학교와 같이 있어서 멀리 있기 때문에(캄피 근처에 있습니다.) 그 점만 특기하면 됩니다. 어차피 모를 수도 없지만요^_^;; 






 경제학과 건물 근처에서 밥을 먹고 "웰컴 페어"에 간다고 해서, 왔는데, 뭐 별 건 아니고 그냥 처음 온 사람들 행정 절차 같은 것 같습니다 ^_^;



 그리고 줄이 엄청나게 깁니다. 사진에 보이는 것은 프랑스에서 온 두 명의 학생들. 프랑스는 모르겠지만 한국인 입장에선 굉장히 길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여기에 적응하셔야 합니다. 핀란드라는 나라의 특성인지 교환학생이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줄 설 일이 굉장히 많습니다 ^_^;;





 웰컴 페어에서는 학생증 신청 안내를 받고, 이메일을 발급받고, 등등 여러 가지 일들을 합니다. 어차피 시키는 대로 따라가면 되니 큰 문제는 없습니다. 역시나 학생증 '신청 안내'를 받는다는 게 엄청 특이했는데, 학생증을 학교에서 주는 게 아니라 학생증 전담 기업이 학생회랑 연계해서 발급합니다. 그래서 학생회에서 여러 가지 사업들을 할 수 있는 재정적 기반이 되는 것 같긴 한데, 학생증 발급에 시간이 많이 걸려서 짜증납니다. 발급 전까지는 여기서 받는 학생 증빙 서류로 학생 신분을 증명하게 됩니다.






 그리고 보시다시피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만큼 시간이 많이 걸리고, 다른 학생들과 얘기할 기회가 많습니다. 지금 앞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은 석사 튜터를 담당했던 율리우스구요... 저는 이때 글렌(Glen)과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영국 남부 켄트 출신이라서인지 정말 100% 영국식 영어를 구사하는데 하나도 못 알아들었습니다. 정말 레알 제가 듣는 영어 중에 가장 어려운 영어같았습니다. 지금은 그래도 글렌이랑 얘기 잘 되는 것을 보면, 근 두 달간 저도 참 많이 바뀌었네요. 진작에 밖에 나와서 언어를 배웠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북유럽답게 아무나 가져가라고 상자에 콘돔이 당겨 있습니다. 베이코는 한 움큼 챙겨갔네요. 그러나 저는 가져 가봤자 딱히 쓸 일도 없을 것 같아서 기념으로 하나만 챙깁니다.





 그리고 여기서 ESN 신청을 받습니다. ESN이란 대충 에라스무스 네트워크...의 약자 같은 건데요, 저도 이 부분에 대해서 거의 모르는데 ^_^;; 유럽 학생들끼리는 에라스무스 네트워크 프로그램이라는 플랫폼 내에서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거랑 별개로 여기서 ESN Card는 아무나 만들 수 있습니다. 저는 이걸 몰랐기에 나중에 카드를 만들기 위해 개고생을 하게 됩니다. ^_^ 튜터들도 당연히 모르구요. 학기 초에 ESN에서 하는 이벤트들이 많고, 학기 중에는 여러 번 단체 여행도 가는데 ESN Card가 있으면 할인혜택이 큽니다. 만드는 데는 5유로밖에 안 들기 때문에 만드는 걸 추천. 웰컴 페어에서 만들면 셀카로도 되지만 나중에 만드려면 사진을 출력해 가야 하니, 웬만하면 여기서 만듭시다.




 물론 파티 안 가고 여행 안 가려면 상관없뜸.




 웰컴 페어에 시간을 너무 많이 썼기에, 벌써 배가고픔ㅠㅠ 이제 다들 흩어지기로 하고, 저녁 먹을 사람만 남아서 버거킹에 가기로 합니다.




 중앙역 버거킹입니다.



 패스트푸드점이 쓸데없이 장엄함. ^_^




 그리고 이후에는 거의 다 흩어지고, 저와 베이코, 글렌, 그리고 이스라엘에서 온 페라스(Feras)만 무슨 보드게임 술집에 가서 보드게임을 했는데... 모노폴리 하다가 처참하게 관광당했습니다. ^_^;; 



 참고로 페라스는 1. 이스라엘 국적이지만 2. 아랍인이고 3. 그런데 부모님은 기독교인이고 4. 그러나 본인은 무신론자입니다. 처음에 듣고 우와... 개멋있다... 생각했는데 대충 보면 멋진 거고 그렇게 사는 게 쉽지는 않겠죠. 본인은 본인이 Minority's minority's minority라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할 줄도 모르는 당구를 치다가, 기숙사로 돌아가서 잠에 듭니다. ^_^;;



















8월 27일, 목요일












그리고... 또 늦잠을...!








아마_여러분의_생각.jpg


마땅한_결과.jpg








 그런데 사실 여기서 말씀드리는 거지만 그렇게 미친 짓은 아니에요. 오늘의 일정은 튜터 그룹끼리 수오멘린나를 가는 건데 저는 수오멘린나를 갔다왔잖아요? 그래서 아침에 피곤해서 좀 더 잤을 뿐입니다. 정말이에요. 그래서 별로 아쉽지도 않았...





그러나 누워서 빈둥거리다 튜터 그룹 단체 사진을 보니 ㅂㄷㅂㄷ해지는 건 사실.



 ...ㅠㅠ




 늦었지만 씻고, 옷 챙겨 입고 열심히 나갑시다. 카우파토리(Kauppatori)에서, 수오멘린나를 보고 돌아온 튜터 그룹을 만납니다. 다음 목적지는 템펠리아우키르코라네요. 어 거기도 갔던 곳인데... ^_^;; 뭔가 괜히 헬싱키를 열심히 돌아다닌 느낌이 들지만, 기분 탓입니다.






 그런데 템펠리아우키르코에 가는 길에, 저는 몰랐던 교회에 들릅니다. 캄피 예베당(EN: Kamppi Chapel, FI: Kampin Kappeli)이라는 곳인데, 사람 통행이 많은 광장 옆에 저렇게 덩그러니 서 있어서 저는 예배당인지도 몰랐네요. 침묵의 예배당이라고도 불리는데, 그 이유는,



조-용




 사실 이건 천장 사진인데 사람들이 앉아있는 곳은 못 찍었습니다. 도저히 카메라 따위를 들이댈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에요. 예배당에 들어서는 순간 어마어마한 침묵을 맞이하게 됩니다.


 종교가 없더라도 빈 시간에 들를 만한 곳인 것 같습니다.










 다시 찾은 템펠리아우키르코.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갑자기 그룹이 해산하고 다시 모인답니다. 오늘 저녁에는 클럽 타이거에 가기로 되어 있는데, 저녁 먹고 씻고 돌아온다네요. 엥? 뭔가 집 가려면 한 시간, 두 시간 넘게 걸리는 서울의 대학생들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정이네요. 근데 저는 바로 그런 대학생입니다. 한 시간은 아니지만 40분이 걸린니까 돌아가기가 너무너무 싫습니다. 그래서 그냥 혼자 시티 센처에서 죽치기로 합니다 ^_^;;







 헬싱키 대학교 역 아래에 있는 헤스버거(Hesburger)에서 혼자서 저녁을 먹습니다. 으으 슬프다... 




 마트를 두리번거리다 발견한 베이코 맥주.





 클럽 타이거는 캄피 옥상에 있습니다. 지금 검은 층에 불 몇 개 켜져 있는 게 클럽이에요. 으아니... 뭔가 굉장히 럭셔리한 곳에 가는 느낌입니다. 그렇지만 ESN 카드가 있으면 5유로, 없으면 3유로에 입장이 가능합니다. 지금에 와서 ESN 카드를 만든 저는 2유로 손해본 셈 ㅂㄷㅂㄷ







 저는 약속 시간에 딱 맞춰 갔는데 두 명 있었네요. 그렇지만 몇 주 지나지 않아 두 명이라도 있던 게 어마어마하게 다행이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_^;; 그리고 모두 모여서 맥주를 마십니다. 여기는 클럽 내에서는 맥주가 비싸니까 미리 맥주를 좀 마시고 들어가는 게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클럽에서 맥주 한 잔에 6유로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또 어마어마한 줄을 선 후... 들어갑니다.










 사실 이 때 저랑 몇몇도 돈 내려고 했는데, 핀란드에서는 9시 이후에는 알콜 도수 2.8% 이상의 술을 못 삽니다. 이게 무슨 소리야!?!? 싶으시겠지만, 현실입니다 ㅠ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미리 맥주를 산 독일 친구에게 신세를 ㅠㅠㅠ











 아무튼 또 어마어마한 줄을 선 후 클럽에 들어가서,



 내려다 본 줄, 무시무시합니다.



 헬싱키의 야경. 철망에 안 가려진 곳도 있는데 왜 이런 곳만 찍었을까.



 여기서 춤 추고 있는 한국 사람 몇 명 발견. 한국인은 정말 멀리서 봐도 한국인이다 딱 감이 오네요. 그렇다고 뭐 별 일 있는 건 아니고...






 그런데 저는 살면서 클럽은 이전에 딱 한 번 가봤는데, 그게 인도에서였고, 그 때는 힌두교에서 술을 금하는 날이라 사람이 1도 없었고, 그래서 뭐... 애당초 춤도 못 추고. 튜터 그룹 사람들끼리 술마시면서 얘기하는 기회라 생각했습니다. 아아 그리고 춤추는 여자사람들 구경하는 기회. 그러다가 시간이 점점 지나서 클럽의 폐장 시간이 되어 나왔습니다. 아마 새벽 네 시경.








그런데 버스가 끊겼고, 비가 오네요.







 버스는 곧 알게 되었지만, 제 집까지 가는 버스는 평일은 새벽 세 시 반이 막차였습니다. 뭔가 클럽이 네 시에 끝나는 게 굉장히 애매한 시간이에요. 첫 차는 다섯 시고 막차는 세 시 반인데 클럽과 술집은 죄다 네 시에 닫습니다. 그래서 집에 가려면 미리 나와 있어야지 절대 한국에서처럼 첫차 탈 테니 기다려야지... 이런게 안 통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비가 온다는 거...



 저는 우산이 있었습니다만 ^_^ 클럽에서 우리의 사랑하는 플메, 아담과 루카스, 그리고 예술을 공부하는 그들의 친구...를 만났기 때문에 그들에게 우산을 씌워 주다 보니 힘이 듭니다. 아무튼, 구글 지도의 힘을 빌려 전철-버스를 환승한 후 꽤 많이 걸어서 집에 가기로 합니다. 아아... 그리고 그 친구 꽤 재밌었는데 그 뒤론 못 만났네요. 물어봐야겠다 누군지...







 먼저 기차를 타고 말미 역으로 갑니다. 거기서 너무 배가 고파서 사워 크림 맛이 나는 감자를 자판기에서 뽑아 먹었는데, 꽤 맛있습니다.







     


 마침내 한 시간 여의 사투 끝에 콘툴라 역에 도착한 남자들의 짓거리들. 아무래도 미친 것 같아요.






 마침내 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둘은 뛰고, 저는 루카스와 종종걸음으로 걸어 방에 들어와 샤워를 합니다.















8월 28일, 금요일






역시나 장대한 늦잠을 자고 일어납니다. 어헣.




 오후의 중앙역 앞. 오늘은 구름이 많이 끼었군요.




 처음으로 먹어 본 유니카페. 저번에 유니카페에서 다들 같이 먹을 때, 저는 배가 아파 못 먹었기에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이후로 앞으로 유니카페에서 먹을 때는 조미료를 때려부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싱거워요... 타바스코 소스가 있으면 주로 그걸 넣는데 타바스코는 많이 없습니다ㅠㅠ 가지고 다녀야 하나... 아 아니다 차라리 고추장을...




 제가 오늘 캠퍼스까지 온 것은 또한 파티 때문. 오늘은 또... CISSI였나, 아무튼 어떤 사회과학 동아리에서 하는 파티가 있습니다. 파티 장소는 캠퍼스 안인데 좀 멀어요. 대성당에서 북쪽으로 쭉 올라가야 합니다. 한국 같은 학교에서 같이 온 여자 후배와 같이 파티 장소로 갑니다.





 파티 장소. 그런데 웃긴 게, 정작 파티 장소로 지정된 곳은 저 약간 반지하같은 느낌의 문으로 들어간 홀 안인데 ^_^;; 사람들은 다 밖에서 술을 홀짝홀짝 마십니다.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같은 듯, 저도 튜터 그룹 사람들이 왔지만 그냥 밖에서 미리 사 온 술을 홀짝홀짝 먹습니다. 안주도 미리 사온 프링글스로 대체. 이렇게 밝았을 때부터 어두워질 때까지 계속 그렇게 맥주 마시면서 얘기하면서 서 있습니다. 안에 들어간 때는 오직 화장실을 쓸 때 뿐 ^_^;









 그리고 정작 한 일은 잔 들고 얘기한 것밖에 없는데, 애프터 파티를 가자고 합니다.



 중앙역 근처 아이리쉬 펍. 웃긴 게 바텐더가 잉글랜드 출신이 있어서, 글렌에게 할인을 해 줬습니다. 개꿀ㅋㅋㅋ싸게 맥주를 마실 수 있었습니다.


 다만 역시 춤 추고 있어서 저는 꿔보신세. 옆에 블랙 잭 테이블이 있어서 할까 하다가, 무승부면 딜러가 먹는다는 룰을 보고 안 될 것 같아 포기. 그렇지만 분위기가 뭐 그리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_^;; 이 펍은 다음에 다시 오게 됨...





 왼쪽부터 마티우스(네덜란드), 베이코(핀란드), 글렌(잉글랜드), 그리고 저. 이렇게 남은 사람들끼리 마지막 인증샷을 찍고 집으로 다들 퇴장합니다. 


 보드게임 펍, 파티, 파티, 삼 일 간 술을 마시면서 뭔가 새내기가 다시 된 듯한 느낌이 들지만 정말 이거야말로 기분 탓입니다. 어디서 이런 말 하고 다니면 안 되겠죠.^_^;





 그리고....




















8월 29일, 토요일







다시 한 번, 역사의 공백.





 보나마나 집에서 빈둥거렸겠지 뭐.


 사실 토요일이니 놀았을 법도 한데, 페이스북 단체채팅 올리다가 도저히 분량이 너무 많아 못 올리겠어서 포기했습니다. 게다가 올려서 다 봤는데 아무 것도 없으면 또 허무할 것 같네요... 



 으아아아아아... 뭐라도 했겠지... 뭐 감자 까먹었겠지... 싶네요. 아마 뒤늦게 너무 놀았더니 몸이 무리한다고 신호를 줘서, 잠시 쉬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______^; 




















 ...











진실은 저 너머에

















꼐속

 








 참, "8월 25일"이라고 쓰고 있자니, 거의 두 달이 다 되어가는데 한심한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노오오오오오오오답이네요. 아이슬란드 여행 쓰는 데 너무 진이 빠져서 그런가... 사진을 그렇게 많이 때려박았으니 그렇지... 게다가 사실 몇일 전에 이어서 쓰려고 했는데 마우스가 반 쯤 고장나서 (왼쪽 버튼이 조금만 세게 눌러도 계속 눌립니다ㅠㅠ) 의욕을 상실해서 때려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 있는 학교에서였다면 그냥 걸어서 중전 가면 되는데 헬싱키대는 도서관이 일찍 닫아요. 인민에어는 다 좋은데 터치 감이 너무 안 좋아서... 터치패드로 글 쓰기가 너무 빡칩니다.


 그러나 10월 중순을 지나고 있는 지금, 게다가 곧 노르웨이 여행을 갈 것인 지금... 사실 이미 답이 없지만 더 이상 밀리면 답이 없을 것 같을 뿐더러, 요즘 것부터 쓰려 했지만 또 그러자니 등장인물들이 너무 생소해질 것 같기에 일단 8월 25일부터 첫 주를 쓰고, 그러면서 등장인물들을 소개하고... 계속 이어서 쓰던지 요즘 걸 쓰던지 해야겠네요. 아무래도 제 교환학생 일기가 계속 쓰인다면, 가장 중요한 등장인물들이 될 플랫메이트들과 튜터그룹 친구들이 나올 곳이니까요.


 그런데 교환학생 일기라면 live한 느낌을 받아야 독자 여러분들께서 읽어 주실 텐데 이건 뭐ㅠㅠㅠㅠ 으으 그저 독자 분들의 자비를 바랄 뿐.


 (8월 18~24일의 내용은 "아이슬란드 여행기" 카테고리에 담았습니다.)

















2015년 8월 25일, 일요일




 8월 25일, 아이슬란드에서 돌아온 첫 날입니다. 아이슬란드와 핀란드의 시차는 3시간. 따라서 저의 수면에서 3시간이 증발해버린 셈이죠. 그렇기에 오전 9시의 헬싱키 거리였지만, 저의 허기와 피로는 엄청났습니다.



메뉴판을_찍어_놓고_왜_먹지를_못_했니.jpg








 그렇습니다. 메뉴판을 찍었을 때 까지만 해도 쌩쌩함을 느끼며 비행기에서 뭐 보지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저는, 거짓말처럼 곧 잠에 빠져들고 맙니다.














그리고 세 시간 반 만에 도착한 헬싱키!






 공항 인증 샷을 왜 버스 도착 예고 스크린으로 찍었는지는 며느리도 모른다 카더라...






 3시간 30분을 날아왔는데 6시간 30분이 지나 있습니다. 으으 눈부시고 피곤하고... 아무튼 힘듭니다. 힘들어요. 아무 생각 없이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메트로를 타고 콘툴라로 향합시다.




 콘툴라 인증샷은 대체 왜 맥도날드인걸까.






 난 서브웨이를 먹었건만.






 이 때는 아직 유니카페의 가격을 몰랐을 때이고 유니카페에서 먹을 수도 없었던 때이니, 지금 보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가격의 서브웨이를 먹어 줍니다. 어떻게 먹었더라...











그리고 좀비처럼 캐리어를 끌고 기숙사에 도착한 저는 침대에 쓰러져 잠들었다 카더라... 



향년 만 23세...



















 ...는 무슨. 저녁이 되니 눈이 떠집니다. 시각은 저녁 7시. 밖이 시끄러워 나가봤더니 체코 플메 둘과 처음 보는 백인 한 명이 있는데, 인사하니 오스트리아 출신이라고 합니다. 다짜고짜 카드게임을 하자고 해서 나갔는데, 뭔가 다른 카드 게임입니다.



 이런 카드를 씁니다. 체코 플레잉 카드...!







 이렇게 생겼음. 카드가 4종류인 건 일반 플레잉 카드와 같은데, 무늬가 다르고 한 무늬당 카드 개수도 적어요.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헝가리에서도 쓰고, 오스트리아에서도 쓰는 걸로 봐서 중부 유럽에서 쓰이는 카드인가 봅니다.






 두 종류의 게임을 했는데, '시기시'라는 체코 게임이 굉장히 재밌었어요. 간단히 말하면 속이는 게임이고, '시기시'는 체코어로 '너 구라지' 정도의 의미입니다. ^_^; 처음 내는 사람이 자신이 어떤 무늬를 낼 것을 선언하고 그 사람부터 차례대로 카드를 하나씩 내는데, 구라를 치는 것 같으면 한 사람이 카드를 까볼 수 있습니다. 깐 카드가 구라면 그 카드를 낸 사람이 바닥에 놓인 모든 카드를 가져가야 하고, 깐 사람이 카드를 내게 됩니다. 다만 깐 카드가 제대로 된 카드라면 깐 사람이 모든 카드를 가져갑니다. 먼저 손에서 카드를 모두 털어내는 사람이 승리.


 플레잉 카드로도 가능한데 숫자가 너무 많아서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요. 그런데 플레잉 카드로도 비슷한 게임이 있더라구요. 카드를 한 번에 여러 개 털어낼 수 있는 게임이 있었는데, 이 게임에 대해서는 탈린 여행에서... ^_^;;











밖이 추워져서 안으로 옮겨서 계속 합니다. 그런데...






벌칙은 하우카르틀






 그렇습니다. 제가 아이슬란드에서 가져온 그 하우카르틀 맞습니다. 아무래도 원래 하우카르틀과 궁합이 잘 맞는다는 술, 브레니빈이 있으니까 우리 플메들 사정은 저보다 낫네요^_^; 그러나 지금 사진에 나온 아담은 동의하지 못하는 듯한 표정입니다.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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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가_느껴진다.jpg






 그리고 곧 새로운 룸메를 만납니다. 사실 이미 만났는데 사진을 안 찍어서 여기서 만난 걸로 처리할게요 ^_^;; 바실리는 러시아 출신인데, 시베리아에서 왔습니다. 사하 공화국 야쿠츠크 출신입니다. 그래서 외모는 완전 몽골인 같은 느낌...! 참고로 사하 공화국은 러시아 내의 행정 구역인 주제에 면적이 프랑스의 5배고, 세계에서 가장 추운 도시/마을 등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인구는 단 백만 명...


     


 바실리가 가져 온 시베리아의 기상이 느껴지는 술. 이 때 마시지는 않았고 나중에 마셨습니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과연 할 수 있을지 ^_^;; 이름은 적힌 걸로만 봐서는 '케스킬'인 것 같은데 정작 들은 것은 기억이 안 나는지라, 틀렸으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 저녁에 두 명의 플랫메이트들이 더 도착해서, 마침내 저희 플랫은 가득 찼습니다. 8명이라... 많기도 하여라. 바실리의 룸메이트인 안드레이, 저의 룸메이트인 티엔이 도착했거든요. 티엔은 중국에서 왔는데, 저와 같은 사회과학대 소속이라 내일 오리엔테이션에 같이 가기로 약속했습니다. 물론 안드레이도 같은 사회과학대 소속이었는데 이 땐 다른 방이라...






최종_플랫_멤버들.jpg







'루크', '루드'라고 써 보니 뭔가 형제같은데 '루크'는 L이고 '루드'는 R입니다. 어헣. 보면 국적 별로 방을 나눈 것 같죠? 제가 이 때는 몰랐는데, 지금 와서 보니 이 아파트 단지에서 한국인 남자는 저 뿐인 것 같습니다. 한국인 여자는 한 명 봤네요. 뭔가 싸고 먼 곳이라 그런가 한국사람들은 다른 데 많은 듯... 슬프다.











 ...그리고 평온하게 잠에 들게 되는 저는, 이 다음 날 있을 참사를 예견하지 못하는데...








꼐속













아이슬란드 여행 일곱째날(1): 2015년 8월 24일 월요일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으로부터 한 달 전, 저는 드디어 레이캬비크에서의 마지막 날을 맞았다는 소회에 잠겨 있었습니다. 아아 드디어 마지막이구나. 그 소회에 잠겨 꿈도 그런 꿈을 꾸었더랬죠. 뭐 제가 하는 일이 항상 그렇듯이, 기억은 안 나지만...








그리고, 일어났더니









갓-냥이가 침대 위에 같이...





냥이찬양해ㅠㅠ







 다가가면 항상 으르렁거려서 내 몸에서 그렇게 마늘 냄새가 심하게 나나... 너한테서는 썩은 계란 냄새가 난단말이야... 하고 부들부들하게 만들었던 우리 고양이가 드디어 저에게 마음을 열었다고 생각하니 감동입니다ㅠㅠ<





 고양이 깨울까봐...도 있지만 사실 피곤해서 또 안 일어나고 침대에서 열심히 헤드뱅잉하고 있으니 쓰란두르님께서 깨워주심. 아 하긴 체크아웃해야지...








 쓰란두르 씨께서는 그간 즐거웠다면서, 방명록을 하나 작성해달라고 하셔서, 작성합니다.




 얼마만에 써 보는 한국어인가. 떨리는 손으로 열심히 씁니다만 사실 오랫만이고 뭐고 다 빼도 그냥 저의 글씨가 쓰렉... 이라서 죄송합니다.ㅠㅠ


 도무지 답이 안 나오는 글씨 수준에 저 자신도 참 황송할 뿐..





 곧 쓰란두르 씨는 일을 하러 나가시고, 저는 남은 하우카르틀을 담은 통을 캐리어에 넣습니다. 






 곧, 아무도 남지 않은 집을 뒤로 하고 저는 길을 나섭니다.



















아...


시원섭섭...은 무슨 전혀 시원하지 않습니다. 섭섭할 뿐ㅠㅠ


좀 더 남아 있고 싶다...는 생각만 듭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ㅠㅠ



 마음이 짠합니다...










 이 순간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싱숭생숭했었는데 정말 그 순간이 되니 가슴이 시리네요.










 어찌 되었든 내가 아이슬란드에 있을 그 날들은 다 지났고, 나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구나, 하는 슬픔이 덮쳐옵니다.



















그치만 내 일상은 핀란드 교환학생이잖아? 개꿀ㅋ









 ㅋㅋㅋ그렇습니다 일상이 핀란드 교환학생행ㅋㅋㅋㅋ 기분이 좋아진 저는 어찌되었든 레이캬비크에서 마지막 쇼핑을 하기로 합니다.







 레이캬비크 시내 거리. 내가 돌아가야 해서 그런가 괜히 거리도 싱숭생숭해 보임.






 살까 말까 계속 고민하던 티를 사기로 합니다. 처음엔 M을 시도했는데 너무 크고, S도 조금 큰 거 같아서 결국 다 XS로 사기롴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진짜 내가 정말 너무나도 작구나... 어릴 때 밤에 게임 그만하고 운동이나 열심히 할 걸... 생각하게 된 날이었습니다.



 아무튼 아이슬란드 티셔츠는 다른 것들에 비해서 뭔가 센스가 돋보여서 좋은 것 같아요... 진짜 사고 싶은 것은 너무 많았는데 너무 비싸서(하나에 3,750크로나) 3개 사면 1개 더 준다는 말에 딱 4개까지만 사기로.















 이건 머그컵. 정작 제가 산 건 '5분만 기다리면 날씨가 바뀐다' 드립인데... 다른 컵들도 나쁘지 않아요. 특히 저 elf in Iceland 디자인은 어디에 들어가 있어도 잘 어울리느 명작입니다.





















예전에 봤던 티셔츠 디자인. 진짜 쎈 디자인인데 너무 매력적이라 이걸로 티셔츠 하나 질렀습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산 공기도 팝니다. 얼마였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싼 가격은 아니었던 걸로...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습니다 ㄷㄷ;;




















직원들은 친절하기 때문에 당연히 입어 볼 수도 있고, 사이즈가 없으면 물어 보면 확인해 줍니다. 확실히 (유럽이 다 그렇지만) XS 사이즈는 많지가 않습니다.






















저는 Don't fuck with Iceland! 티셔츠를 사고 싶었는데 XS 사이즈가 없어서, S 사이즈를 살까 하다가 Don't mess with Iceland! 티셔츠를 대신 샀네요. ㅠㅠ



















 남은 아이슬란드 동전들도 여기에서 모두 털어줍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티셔츠 네 개를 살 수 있었고, 그 중 일부는 부가세 환급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저의 아이슬란드 체류 마지막 삽질로 그 환급 여부는 불확실합니다...










 그리고 저는 걸어서 BSI 터미널로...




 가는 길에 레이캬비크 문화 건축물을 발견하는데... 이제 봐서 뭐하니 저는 버스를 타야해요 ㅠㅠ














 BSI 터미널... 












 티켓을 받습니다. 저는 여기서 블루 라군으로 갔다가 바로 케플라비크로 공항으로 갈 예정입니다.













 염소 머리를 먹었던 음식점에서 이번엔 간단하게 샌드위치류를 먹읍시다. 더럽게 비쌌던 것 같은데 역시 기억 안 남. 안 좋은 기억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고자 하는 방어 기제 때문일까요.




 레이캬비크에서의 마지막 음식.






 그리고 그렇게 다시 돌아올 날을 기다리며, 나는 레이캬비크에 작별을 고했다 카더라...



 (블루 라군 표/버스 표는 블루 라군 홈페이지에서 예매했습니다.)





꼐속








아이슬란드 여행 다섯째날(2): 2015년 8월 22일 토요일, 14:00




 그렇습니다.





 바로 직전 고지에 올라온 저는, 눈 앞에 펼쳐진 새로운 풍경에 당황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거북이의 등껍질처럼 딱딱하면서도 빈틈 없이 채워진 표면,



 그 표면이 갈라진 날카로운 부분이 저의 낡은 뉴발 운동화를 사정없이 공격하였습니다.






 게다가 처음에는 글자 EG가 적혀 있는 것을 보고 오오 역시 길을 잘 들었어... 생각했지만,









이 곳에서 더 올라갈 길이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디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갈라진 대지 너머로 보이는 것은 오직 깎아지른 봉우리들 뿐, 더 이상 나아갈 곳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갈라진 대지 너머의 깎아지른 봉우리를 찍은 사진이 없네;; 절망이 너무나 컸나 봅니다. 뭐 어차피 여기랑 비슷하게 생김;;





물론 내려갈 곳도 보이지 않음 ㅎㅎㅎ






















그런데 그 때 뭔가 꼬물거리는 것을 포착;;






너무 멀어 저의 안 좋은 눈으로는 성별 구별도 안 되는 한 명의 사람이, 흰색 개 한 마리를 앞세워 길을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으아아아아아 저 곳이 길이었구나. 그렇습니다. 저번 편에서 '힘들게 올라왔는데 갑자기 내려가야 한다.'고 할 때, 이상한 걸 깨달았어야 했습니다. 



 잘 안 보이신다구요? 



 빨간 동그라미 안에 사람이, 파란 동그라미 안에 흰색 개가 있습니다.



 개는 무지막지하게 길을 잘 찾아 빠르게 올라갑니다. 아니 어떻게 개가 정상도 찾아가지. 정말 잘 찾아가는 것 보니까 저보다 123091374배는 영리한듯 ㅠ



 어느덧 제대로 된 고지에 오른 인간의 형체. 부럽다ㅠ







 



 올라온 곳은 네 발로 기어서 겨우 올라온 엄청난 급경사. 앞으로 나아갈 곳은 다 더 말도 안 되게 높은 경사의 봉우리들 뿐. 사방을 둘러 봐도 출구는 없고, EG라고 적힌 두 글자의 알파벳 외에는 인간의 흔적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곳. 가장 가까운 인간은 단 한 사람, 저기 올라간 사람 뿐이고 불러 봤자 소리가 들릴 지도 모르겠고, 지평선 위로는 눈으로 겨우 인지 가능한 소방헬기 하나가 돌아다니고 있었고, 게다가 구름까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저는 순간 제갈량에게 속아 호로곡으로 들어온 사마의가 생각났습니다. 아아 내려가는 길의 발자국에 속아 이런 먼 사지까지 들어오다니.






이 곳이 나의 죽을 자리인가







 갑자기 온 몸이 서늘해집니다. 다행히 가방 안에 종이와 필기구가 있으니 유서는 어떤 식으로 쓸까 생각합니다. 종이에도 남기고 핸드폰에도 남겨서 최대한 비 안 맞을 것 같은 자리에 보관해야지... 생각했는데 여기가 워낙 황량한 곳이고 오랫동안 침식된 곳이라 그런 곳도 없어 보임 ^_^;; 










 그러다가 유서보단 영정 사진을 먼저 남기는 게 낫겠다 싶어, 내가 죽게 될 곳들의 광경들을 배경으로 영정 사진을 찍어 보았습니다.














영정 후보 제1호






영정 후보 제2호




영정 후보 제3호




영정 후보 제4호



 다 죽음을 앞둔 결연한 표정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ㅠㅠ 으아아 저는 배경은 1호가 좋지만 표정은 2호가 좋네요. 영정으로 쓴다면 2호를 쓸 것 같습니다. 














최종_채택_영정.jpg















 그 와중에 아재와 흰 개는 내려오는군요. 너무 허탈하고, 힘도 빠져서 말도 안 나옵니다. 제 갈 길을 가도록 합시다.







 난 정말 여기서 죽는 걸까. 죽는다고 생각하니 어이가 없습니다. 이런 낮은 산에서 길을 잘못 들어서 죽는다니, 얼마나 쪽팔린 일인가. 준비 하나도 없이 아이슬란드로 오다니 이렇게 철도 없는 일이 있을까. 그런데 죽으려면 얼마나 걸릴까. 왜 핸드폰은 신호가 하나도 안 잡힐까. 다음 사람이 오면 소리를 최대한 질러 볼까. 정말 여러 가지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그러다가 정작 내가 새로 올라온 이 곳을 제대로 둘러보지도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 희망을 찾아 보자. 








 엥!? 여기 완전 가망 있어 보이는 곳 아니냐?




아니네요.




다른 곳인데 여기도 아님.




아... 진짜 너무합니다.ㅠㅠ




 경치는 좋은데 심장이 떨려서 나아가지를 못하겟음. 조금만 헛디디면 발이 미끄러져서 죽을 것 같았습니다. 비까지 왔었으니 ^_^;;






도대체가 이 미친 놈의 고지는 둘러싼 게

낭떠러지와 절벽 뿐인가





그리고 절벽일 거면 다 절벽일 것이지 한 군데는 애매한 절벽으로 해놔서 엄한 사람 죽게 만들고 아아 ㅠㅠ




 도저히 답이 없는 상황에 절망한 저는, 만악의 근원인 제가 올라온 처음 올라온 곳으로 돌아와 발 사진을 찍어 봅니다. 원래 헬가펠 정상 올라가면 찍으려고 했던 샷인데, 억울해서 여기서라도 찍어야겠다. 부들부들. 그런데 꼴에 무서워서 모서리엔 다가가지도 못합니다. 쫄보 인증잼ㅠ








 그런데 혹시나 해서 옆을 보는데...







엥!?






 분지로 내려오는 완만한 길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대충 개념도를 그리자면 이렇습니다.




(발로 그려서 죄송합니다.) 


 붉은 색은 낭떠러지, 검은 색은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곳이라고 보면, 대충 이런 식입니다. 그런데 진짜 묘하게 보이지 않는 곳에 있어서 올라올 때도 저런 길이 있는 지 몰랐고, 올라가서도 사람을 절망하게 만들었습니다 ㅠㅠ 내려갈 때 뭐 개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엉거주춤하게 서서 내려가면서, 왜 난 기어서 올라온 것인가... 하는 자괴감에 빠졌습니다.




 분지에서 보는 정상 가는 길. 너무나도 아쉽지만 정상은 포기해야겠습니다. 너무 급한 감정의 변화를 겪어서 다리도 후들거리고 구름도 다가옵니다ㅠㅠ



 사실 헬가펠 정상 찍었다고 구라칠까 생각도 0.1초간 했었는데 아이고 의미없다. 나중에 다시 와서 정ㅋ벅ㅋ하겠노라 다짐합니다.




 사실 분지까지 올라오는 길도 꽤 급경사였기에 내려갈 때도 약간은 위험하다 싶었습니다만 아까의 일을 생각하면 꿀오브꿀




 이건 뭐 50m도 안 올라온 발샷행... 그치만 괜히 발로 산이 다 가려지고 분지가 보여 찍고 싶어졌습니다.




 점점 다가오는 평야.



 아아 그리웠어 평지야 ㅠㅠ



 그러고 보니 있는지도 몰랐던 레몬탄산음료를 꺼내어 먹습니다. 역시 생명에 위협이 느껴질 때는 모든 욕구가 일시정지되는 듯 하네요...



 다시 갖게 된 황량함!의 대지의 품. 저 멀리서 새로이 다가오는 사람들이 보이는군요. 저 분들은 저의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할텐데...



 기분이 좋았는지 동영상까지 찍었습니다. 죽음에서 풀려나서 기분이 좋아졌나. 



 정상에 오르지 못해 아쉬운 헬가펠.ㅠㅠ 다시 올라가는 게 나을까 생각했지만,



 바로 비가 오네요. 완전 젖기 전에 빨리 갑시다.



 출발지에 돌아와서 지도를 보면서 저의 실수를 깨달았습니다. 굵게 표시된 노란색 순환선과 그보다는 얇지만 여전히 굵게 표시된 노란색 선 두 개는, 'Marked Route'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처음에 본 주황색 막대같은 마크가 되어 있다는 거죠. 그런데 제가 택한 곳은 지도에서는 얇게 표시되어 있는 최단루트인데, 'Unmarked Route'입니다. 왜 처음엔 주황색 막대가 서 있었는데 갑자기 없어졌을까 하는 의문은 한 번도 갖지 않고, 처음에 보고 찍어 둔 지도도 다시 확인하지 않고, 그냥 최단거리에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고 우왕ㅋ굳ㅋ 하며 올라간 제가,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었습니다. 으아아아아 ㅠㅠ



 물론 중간에 제대로 된 길 찾아서 올라갔으면 모르겠지만요. 근데 제가 그 길을 보지 못한 건, 그 길도 길이라고 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닌 엄청나게 가파른 길이었다는 것이었다는 결론이 충분히 나오니 결국 제가 이상한 지름길로 간 게 원인입니다.



 사실 쓰란두르 씨, 뭐가 로컬들 하이킹 코스에요 존나 사기꾼이네 하고 잠깐 생각했는데 지도를 보면서 다시 반성하게 됩니다.




 야아 비 온다 비 온다. 비 맞으면서 5km을 걷는다.





 가다가 본 트램플린과 작은 축구 골대가 있는 집. 너넨 당연히 차 타고 레이캬빅 가겠지.




 비가 곧 그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미친 갑자기 퍼부어 댑니다. 퍼부어대는 비 사이로 다시 돌아본 헬가펠의 사진입니다.


 우산을 쓰고 후드를 입었지만, 바람까지 불어서 막 비에 몸이 젖습니다. 신발은 물이 새어서 완전 패망했습니다. 양말이 완전 축축히 젖어 매우 기분 좋은 상태로 레이캬비크로 걸어갑니다. 비가 계속 이렇게 오니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습니다.





 음악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어폰을 안 가져와서 못 듣는다는 생각이 들어 생각을 지웠다가 다시 생각을 예토전생합니다. 어차피 지나가는 사람도 없는데 이어폰 안 껴도 되잖아? 그래서 핸드폰 스피커로 음악을 틉니다. We'll carry on, We'll carry on...







 그런데 사실 전 컴앞대기니트족인데다가 한국에서는 휴대폰으로 음악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인터넷으로 들었기 때문에, 휴대폰엔 하도 많이 들어서 사골이 된 노래들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도저히 감정의 폭발을 이기지 못한 저는 빡쳐서 노래를 부릅니다. 처음에는 휴대폰에도 들어 있던 Welcome to the Black Parade를 따라 부르다가, 나중에는 오~ 샹젤리제, 오~ 샹젤리제를 부릅니다. 분명히 주변에 귀 열고 지나가는 사람이 보면 아이슬란드에서 머리가 다쳐서 여기가 파린 줄 아는 미친 놈 지나가는구나 생각했을 듯...






대충 이런 느낌이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나 아이슬란드는 섬나라고 모든 도로는 레이캬비크로 통한다. 드디어 상상 속의 샹젤리제 거리도 끝이 나고 하나 둘씩 건물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퍄퍄퍄. 이미 제 양말은 모든 부분이 균질하게 수분을 최대의 양으로 흡수한 상태였습니다.






 거의 버스 정류장에 다 다가가서 본 전봇대. 무슨 스테이플러가 다다다다다다다다닥 박혀 있는 걸 보니 무섭습니다. 영화 호스텔이 생각나네요. 그래도 살아 돌아왔으니 어디야.





 으아아아 다시 보는 인간 문명.




 오늘은 토요일. 버스는 한 시간에 두 번 옵니다. 기다립시다.





 콘크리트 계단인데 신기하게 위쪽은 덜 젖고 아래쪽은 다 젖었네요. 부실공사를 해서 투수가 매우 잘 된다던가 그런 것인가. 아무튼 앉아 버스를 기다립니다.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버스 정류장이 헬가펠 쪽에 가까운 게 한 군데 더 있었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먼저 내리고 먼저 올라타서 500미터는 족히 더 걸었을 듯 하지만, 뭐 이미 다 지났으니 됐습니다.




 1번 버스로 갈아타기 위해 대기 중. 어차피 숙소로 가려면 도심 쪽으로 접근해야 하기에 탑니다. 이 때만 해도 컬쳐 나잇 같은 건 안중에도 없고, 빨리 이 빌어먹을 양말 좀 벗고 발 씻고 편히 쉬자는 생각 뿐이었지만...




 엥!? 이거 완전 5515 버스 아니냐?










 아이슬란드에서 버스 타면서 좌석이 꽉 찬 것도 본 적이 없는데 입석까지 꽉 찼습니다. 옆에 앉은 10대로 보이는 남자애한테 물어봤는데, 대부분 축제 가는 것 같다고... 이 축제가 고로케 대단하단 마뤼야? 갑자기 그래도 축제 보고는 가야겠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슬란드에서 보낼 날이 이제 만 이틀 정도밖에 안 남았는데 이대로 끝내기는 원통해 ...!




















꼐속














아이슬란드 여행 다섯째날(1): 2015년 8월 22일, 토요일




 어제의 실패를 곱씹으며 저는 잠에 들었고, 그렇게 잠을 자고, 잠을 자다가 아침에 일찍 깨어났습니다. 시각은... 오전 8시였나.










 그런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저는 다시 잠에 듭니다. ^_^ ;; 으으으으으으 역시 침대가 짱이야 하면서 다시 잠에 든 저를, 여기서 묵은 이래 처음으로 쓰란두르 씨께서 깨우셨습니다. 갑자기 문에서 노크소리가 나더니, 오늘 저녁에 레이캬비크 컬쳐 나잇, 그러니까 문화의 밤 축제가 있다고 알려주십니다. 저는 몽롱한 상태로 침대에 앉아 그 말을 듣고는 아아 그렇구나... 그렇구나... 생각하면서 감사하다고 말합니다.아마 이 때가 오전 8시 정도 되었을 겁니다. 그러니까 출근 전에 알려주신 셈이죠.










 



 그러나 ...



















나의 수면욕은 끝이 없고


같은 취침을 반복한다.













 ...



 저는 침대에서 헤드뱅잉, 스트레칭, 괴성 지르기, 온몸운동 등과 유사한 동작을 하며 반-수면 상태를 유지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방문 밖으로 아주머니께서 말을 거십니다. 투나잇 이즈 레이캬비크 컬쳐 나잇! 맞아 그랬었지. 알았어요. 부군께서도 그리 말씀하시더이다. 그런데.......
















투데이 시티 버스 이즈 프리!!











왓??????????














 잠이 갑자기 달아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틀비틀거리며 문을 열고 나갑니다. 아주머니께서는 진공청소기를 끄시고 말씀하십니다. 투데이 올 시티 버스 이즈 프리. 버스가 다 공짜라구요. 그런데... 그러면...


















이건... 이건 어떻게 되는건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흐-뭇














 아주머니께서는 오...오... 말하지말걸그랬다... 하고 말씀하십니다만 어차피 버스 타면 알게 될 거... 미리 말씀해주시려는 따뜻한 마음만이라도 감사하게 느끼는 심정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뭐 따지고 보면 내가 돈 더 손해보는 건 없잖아요? 덜 손해볼 순 있었겠지만... 진짜 저의 아이슬란드 여행은 삽질의 연속인 듯 합니다. 그런데 가장 큰 삽질은 아직 안 나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오늘 저의 일정은 헬가펠 하이킹으로 자기 전에 생각했는데... 축제를 가야 하나... 생각합니다. 보니까 낮에도 재미있는 이벤트가 많더라구요. 그렇지만 어차피 Culture Night이라서 밤에 봐도 괜찮겠지...하는 생각으로 일단 헬가펠부터 가기로 합니다. 











 그리고 지금 쓰다 보니 알았는데 사진 제한이 한 번에 50장이고 여러 번에 걸쳐 업로드하면 50장보다 더 많이 되네요. 이걸 왜 이제 알았지... ㅠㅠ 역시 사람이 난관에 부딪히면 길을 찾게 되는 것인가...











 헬가펠(Helgafell)이라는 이름의 산은 아이슬란드에 여러 군데가 있습니다. 구글에 처음 헬가펠을 검색하시면, 아이슬란드 남부 해안 베스트만 제도에 있는 헬가펠을 먼저 보여줄 겁니다. 그러니까 수많은 헬가펠 중에 하프나르피외르뒤르에 있는 헬가펠을 선택하시면 저 위치가 나올 거에요. 레이캬비크에서 남쪽, 해발 고도 약 300미터 가량의 산입니다. 한국 기준으로 그리 높은 고도는 아니지만, 아니지만...






 아무튼 쓰란두르 씨께서 말씀하시길 걸어서 갈 만하고 로컬들이 하이킹으로 꽤 가는 산이라고 합니다.










 다행히 하프나르피외르뒤르까지는 레이캬비크에서 가는 시내버스가 있어요. 그래서 시내버스를 타고 간 다음,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걸어가려고 합니다. 헬가펠 산을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에 걸어가야 할 거리는 7.8킬로미터! 으아아 조금 걱정이 되는 거리긴 하지만 뭐 그닥 불가능한 거리는 아니니까, 망설임 없이 가기로 합니다. 기다려라 헬가펠 내가 간다...!















 역시나 숙소 앞에 나와 시내버스를 타는데, 자그마치 시내버스 요금통을 종이로 덮어 놨었습니다. 확인사살 감사합니다 ^_^;;








 케플라비크 공항에서 들어올 때 봤던 이케아. 다시 보게 되네요. 뭔가 굉장히 멀리 온 느낌 ^_^;;










 버스를 갈아타는 피외르뒤르 정류장. 항만에 접해 있습니다.











 이렇게 생긴 항만에 접해 있습니다 ^_^;;









 레이캬비크는 큰 아파트는 없으면서 낮은 건물이 많아서 그런지, 인구 20만의 수도권인데도 꽤 멀리까지 확장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변두리에 가도 건물만 봐서는 변두리라는 느낌이 안 오네요. 아무튼 남쪽으로 가면서 몇 번의 회전 교차로를 지나다가...














 내렸습니다. 오오.















 사실 여기보다 더 남쪽에 버스정류장이 단 하나 더 있었는데, 이 도로가 아니고 오른쪽으로 올라가야 있어요. 그래서 제가 그걸 파악을 못하고 여기 내린 거였습니다. 덕분에 왕복 합쳐서 600미터 정도는 더 걸은듯 ^_^;;




 이것은 도로 좌측의 광경. 진짜 도시가 끝나는 곳까지 오니 좀 변두리같은 느낌이 들긴 합니다. 원경의 산은 여전히 멋짐ㅠㅠ

















 그리고 이제..



 걸읍시다.
















 걸으면서 뜯어 먹는, 마트에서 산 빵쪼가리. 뜯어먹읍시다. 근데 뜯어먹다가 빵쪼가리 땅에 떨어트리면 가슴아픔...




 여기서부터 길 양쪽에 모두 집이 하나도 없어요. 



 게다가 걷는 사람은 저밖에 없습니다. 기껏해야 자전거 타는 사람 있고, 대부분은 차로 다녀요. 그런데 저 혼자 걷고 있자니 굉장히 뻘쭘하면서 외롭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음악을 듣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어폰도 안 가져갔었어요 ^_^;;



 중간에 있는 갈림길. 중간중간에 갈림길이 많고, 차량들도 저 쪽으로 꽤 들어갑니다. 물론 '꽤'는 아이슬란드 기준이에요. 




 지나가다 왼쪽에 보이는 건물. 여기 있는 건물들은 대부분 집보다는 농업용이나 축산용으로 지어 놓은 건물들 같습니다.







 드디어 시야가 탁 트이고... 저 앞에 보이는 것이 헬가펠인가 ...?


 

 올라갈 생각하니 설렙니다.


 


 





 또 갈림길.





 갈림길이또...






 길에 사람은 코빼기도 안 보이지만 그래도 차가 좀 지나다니는 것 보면 이 정도면 로컬들한테 인기 있는 것 맞는 것 같습니다 ^_^










 ... 어제 겪은 똥피하기의 기억이 새록새록







 아 진짜 걷는 사람 저밖에 없어요. 우울하다. ㅋㅋㅋㅋㅋㅋㅋ한 절반 쯤 온 것 같은데, 온 몸이 더워 땀이 납니다. 









 점점 더 가까워지는 헬가펠의 자태.




 아이슬란드답지 않게 너무 푸른 것 같아서 찍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엥?







 맥주 캔, 담뱃갑 등 쓰레기들이 자꾸 눈에 띄어서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으으 이 아름다운 자연을 이런 식으로 망치다니 ㅠㅠ





 푸르른 곳을 지나자 다시 이끼 필드... 정말 아이슬란드의 지형은 변화무쌍하네요  ^_^




THE POJANG DORO'S END




 포장이 끝나는 곳. 포장의 끝. 저 지점을 지나고 나서 찍어서 그런데 포장이 시작되는 곳이 아니라 끝나는 곳 맞습니다.




 

 이쯤 왔는데도 아직 한참 남은 것 같아서 저는 멘탈이 나갑니다. 하긴 겜돌이 IT중독 인간이 인터넷도 안 되고 사람도 한 명도 없고 지형마저 끊임없이 단조로운 곳에서 혼자 터벅터벅 걷고 있으니... 으아아아아아





 좀 가까워진 것이 느껴지는 헬가펠! 점점 커집니다. 하긴 고도가 300미터지. 오른쪽에 있는 산은 구글 맵으로 보면 헬가펠 서쪽으로 해발 고도 100~200미터 가량의 산맥이 있는데, 그 중 가장 가까운 산인 것 같습니다.







 ...정말 아무 것도 없는 대지에 뜬금없는 흰색 대문. 





 터벅터벅, 힘 풀린 다리로 최후의 갈림길을 지나,




 드디어 헬가펠이 눈앞에...!





 헬가펠 주변 지도입니다. 하이킹로 가꾸어 놓은 것 인정합니다. 하긴 인구 33만 아이슬란드에 인구 5천만 한국 정도의 편의를 기대하면 안 되죠. 표지판 하나만으로도 감지덕지입니다. 




 헬가펠 2.8km...!







 사실 쓰란두르 씨께서 처음 헬가펠을 소개해 주셨을 때는 걸어서 아예 남쪽 해안까지 갈 수도 있다고 말씀하셔서 읭? 했는데 여기까지 2시간도 안 걸렸으니까 무리는 아닌 것 같아요. 점심 저녁 먹을 것 챙기고 부지런히 걸으면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남쪽 해안에 가도 잘 곳이 없다는 것... 그러니까 도시가 없어요. 뭐 롯지 같은 것들 있을 법 하긴 한데 찾아보질 않아서... 가장 가까운 도시...또는 마을 그린다비크까지 가려면 정말 부지런히 새벽부터 밤까지 걸어야 할 것이고, 지도 오른쪽 하단의 Strandakirkja는 정말 교회 건물 딱 하나만 있는 곳이고(...) 더 동쪽으로 가면 민가인지 축사인지 건물 몇 개가 보이네요. 아무튼 그냥 남쪽 해안에 닿는 것 만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이 안 되는 동네입니다. ㅋㅋㅋㅋ



 

 헬가펠부터 클레이파르바튼, 그리고 바로 아래의 남쪽 해안까지는 모두 자연 보호 구역입니다. 만약 제가 시간이 충분했다면, 그러니까 하루를 통째로 하이킹에만 썼다면 클레이파르바튼 호수 정도는 갔을 것도 같아요. 어제 갔더 엘리다바튼보다 훨씬 넓은 호수인데다가 주변은 훨씬 더 황량하고 깨끗하니 경치가 멋질 것 같습니다. 어쨌든 컬쳐 나잇도 가야 하는데다가 힘이 빠지...고 있던 저는 클레이파르바튼은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아무튼 위의 표지판을 따라 우측으로 가서 헬가펠에 올라가려 하는데...



 우왕ㅋ굳ㅋ




 연못에 떨어지는 빗줄기들 보이시죠?




 비가... 옵니다...





 그렇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냥 물러날 수는 없는 법...!









...강행 돌파한다..






 훗. 이래야 내 여행답지. 방수는 안 되지만 따뜻한 후드 모자 눌러쓰고, 가방에서 우산 꺼내들고, 앞으로 전진합니다.




 경로를 나타내는 듯한 주황색 폴. 용암의 흔적이 남아 있는 평원에 외로이 서 있습니다.













 두 철망 사이로 길이 있어서, 저 쪽으로 들어갔습니다. 왼쪽 철망은 수질 보호 구역을 둘러싸고 있는 듯해요. 오른쪽 철망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_^;;








 수질 보호 구역. 





 비가 많이 옵니다 ㅠㅠ 으아 빗줄기가 갑자기 쏟아지는데 아이슬란드 와서 이렇게 비가 제대로 내리는 거 처음 본 듯 합니다ㅋㅋㅋㅋㅋ 우산을 제대로 받쳐들고 점점 더 높아지는 헬가펠을 향해 전진합니다. 부츠도 등산화도 뭣도 아닌 저의 한심한 밑창 떨어진 뉴발 스니커즈는 물을 너무나도 잘 흡수하네요. 발이 시원해집니다. 아아 신나라...




 헬가펠 하이킹을 마치고 내려오는 듯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아주머니 한 분과 젊은 여성이었는데 아마 모녀가 아닐까 싶네여... 인사하고 지나오다가 아 도저히 이걸 계속 가야 하나? 싶은 생각, 회의감이 너무나도 들어 뒤를 돌아본 때였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돌아가자니 너무 부끄럽죠.





 조금 더 가니 나타난건 어마어마하게 펼쳐진 용암 평원. 아아 검고 거대한 용암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계속 가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헬가펠...!




 올라가는 길이 딱 봐도 가팔라 보이는데, 다가가니까 더 가팔라 보입니다.




 정말? 정말 올라갈 수 있을가? 이렇게 비도 오고 미끄러운데, 한 손으로 우산을 들고 한 손으로는 땅을 짚어 가며 올라가야 하는데, 신발이 미끄러지지나 않을까? 밑도 끝도 없는 걱정이 저를 불안하게 만들지만 시도도 안 해보고 돌아갈 순 없죠. 올라갑시다.






 ... 그런데 처음 보이던 그 길을 나타내던 형광 막대는 어디 갔지..?






 한 3분 정도 올라왔나, 중턱도 안 되었는데도, 뒤를 돌아보니 황량한 평원이 산들 사이에 광활하게 펼쳐진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정말 잘 왔구나, 잘 왔구나, 올라오길 잘 했구나, 하고 소리내어 말했습니다. 아이슬란드에서 잉여로운 모습만 보이던 제가 드디어 뭔가 해냈다 싶어 괜히 감동이 밀려옵니다. 솔직히 아무 일도 아닌데...



 

 그러나 올라가는 길은 험난합니다. 눈만 덮여 있으면 백운대 올라가는 길 같았을 것 같네요. (엄격 진지 근엄)


 

 



 

 그러다가 잠깐 완만해지는 부분이 나오더니 ...

 


 

 

 오오... 게다가 올라오니 비도 그쳤습니다.

 


 

 

 헬가펠 산 중앙에 있는 분지입니다. 한국지리 시간에 배우는 울릉도의 나리 분지같은 분지인 것 같네요 ^_^; 주변은 높게 솟아오른 능선이 둘러싸고 있는데, 분지는 참으로 평평합니다.

 


 

 

 그러나 정작 올라가는 길은 분지는 지나지 않습니다. 뭐 이건 정상으로 가야 하니 당연한 건가... 앞 사람들의 발자국을 좇아 열심히 따라갑니다.


 

 

 기껏 올라왔더니 내려가는 곳도 있고 ㅠ_ㅠ

 


 

 

 아아 왼쪽 아래에 손가락이 찍힌 게 너무 화가 나긴 하지만, 그걸 빼면 이게 제 시야를 가장 잘 드러내는 사진인 것 같습니다.

 

 헬가펠의 넓은 화산 분지, 그 아래에 있는 제가 지나온 황량한 용암 평원, 그리고 멀리 보이는 다른 산맥들과 세계의 끝...


 

 

 세로로 찍어봤습니다. 아무래도 사진에서는 고도 차이가 잘 안 드러나는 것 같네요.


 

 

 그런데 저는 이 쯤에서 길을 잃습니다. 딱히 길이 보이지도 않고 발자국도 조금씩 안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주변에는 다 험난한 지형들 뿐이네요...


 

 

 제 쪽에서 바라본 분지 왼편인데, 역시 올라갈 곳은 못 되는 듯 합니다 ^_^;;


 

 

 그러다가 이 곳은 올라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히 여기도 경사 가파르지만, 밟을 만한 곳들이 꽤 보이네요. 이 곳으로 정하고 올라가는데...

 

 

 

 

 좀 올라가니까 너무 말도 안 되게 가파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결국 네 발로 기어서 겨우 겨우 올라가게 됩니다.

 

 올라가다가 너무 힘들 때마다 아래쪽을 바라보면 힘이 납니다.

 

 

 

 

 

 

 

아아...

 

 

 

 

황량하다 황량해! 하하하.

 

 

 

 그야말로 황량함 덕후가 되어버린 저의 내면이 저를 계속해서 앞으로, 위로 끌고 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_^

 

 

 

 

 

 

 

 

 


 


드디어 올라선 고지!

 

 

 

 

 

 

 

 

 

 

 

 제가 올라온 위험천만하게 가파른 경사로를 되돌아보자니, ...

 

 

 

 

 

 

 

 

 

 

 

 

 


 태평양 전쟁에서 이오지마 섬을 점령한 미군이 섬의 꼭대기에 성조기를 세우던 사진이 생각났습니다. 으아 산 중턱밖에 안 올라왔는데 쓸 데 없이 감동먹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한국에도 정말 아름다운 산이 많지만, 한국은 나무가 많고 산도 많아서 정말 높이 올라가기 전까지는 내가 높이 올라왔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힘들죠. 그런데 헬가펠은 중턱에만 다다랐는데도 정말 멀리까지 시야가 닿으니, 마치 설악산 대청봉에 오른 느낌 ㅠㅠ

 

 

 

 

 

 

 

 

 

 

 

 

 

 

 

 

 

 

 

 

 

 

 

 

 

 

 

 

 

 

 

 

 

 그런데 ... 이런 감격도 잠시

 

 

 

곧 일생일대의 위기가 들이닥치는데...

 

 

 

 

 

 

 

 

꼐속

 

 

 








아이슬란드 여행 넷째날(2): 2015년 8월 21일, 금요일, 18:00




 ...직전에 양의 머리를 먹어치운 저는 급격히 몰려온 허탈감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렇구나, 먹었구나, 내가 양 머리 하나를 다 먹어치웠구나. 우와. 그렇구나. 그렇구나... 하다 보니 시간은 벌써 여섯 시가 다 되어가고, 어차피 일어나는 순간부터 망한 것을 알았지만 오늘의 일정이 모두 망했다는 생각이 들자 허탈감은 배가되었습니다. 아아 ... 그렇구나.









 ...크면 나는 무엇이 될까 하던 나는, 나는 결국 커서, 게으름뱅이가 되었구나. 그래... 그렇게 되었구나.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생경한 자연이 있는 곳에 와서, 그걸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는, 히키코모리 수면과다 무능력자가 되었구나. 갑자기 살아온 인생에 대한 회한이 밀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곳은 아이슬란드. 오후 여섯 시가 되었는데도, 8월의 해는 아직 하늘에 걸려 있었습니다. 


 물론 날씨는 5분에 한 번씩 바뀌어서 구름도 끼고, 비도 오고 하겠지만, 낮은 길고도 길어 해는 계속 걸려 있었습니다. 마치...























포기를 모르는 남자가 되라는 것처럼요.










 





 그래, 시간은 아직 여섯 시. 포기하지 말자. 조금이라도 더 아이슬란드를 보고, 걷고, 느끼자. 그래서 가기로 한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엘리다바튼(Elliðavatn) 호수





 레이캬비크 남동쪽에 있습니다. 레이캬비크 시가지와 헤이드뫼르크(Heiðmörk) 사이에 있어요. 사실 헤이드뫼르크야말로 레이캬비크 주변의 아웃도어로 유명한 곳입니다만, 저기는 너무 멀어서 포기하고... 아 포기하면 안 되는데... 포기를 모르는 남잔데... 아무튼, 이 곳은 별로 유명한 곳은 아닙니다만 일단 레이캬비크에서 가깝고, 이 곳에서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작은 시내가 있습니다. 쓰란두르 씨와 마리아의 말로는, 걸을 만한 산책로가 있다고 해요. 아 뭐 안 유명해도 아이슬란드니까 괜찮겠지 아몰랑 하는 심정으로, 구글 맵에서만 보던 엘리다바튼 호수로 갑니다.







 ... 물론 철자가 Ell이니까 에틀리다바튼... 뭐 이런 느낌으로 소리가 나겠지만 저도 아이슬란드어 잘 모르고 복잡하니까 엘리다바튼이라고 부릅시다 ^_^







 보시다시피 BSI 터미널에서 꽤 멀긴 합니다만 괜찮습니다. 나에게는 버스 3일권이 있으니까 우헤헿헿헿헿 일단 버스를 탑시다. 엘리다바튼 호수 위에 있는 413번 도로가 시작되는 곳까지는 레이캬비크 시내버스로 갈 수 있습니다.









 양 머리에 깃든 원혼을 뒤로한 채 BSI 터미널을 나왔을 때의 모습. 역시나 아이슬란드틱한 어마어마한 구름들 사이로 푸른 하늘이 살짝 보이네요. 포기하지 말라... 포기하지 말라...















 그리고 30분 후, 버스는 레이캬비크의 남동쪽 끝자락에 저를 데려다 주었습니다. 여전히 밝은 아이슬란드입니다. 조금만 더 걸으면...














 여기부터 413번 도로. 레이캬비크가 끝나는 곳. 레이캬비크의 끝 413... 그리고 포기를 모르라는  .












 다시 말씀드리지만 레이캬비크에는 아이슬란드 인구의 1/3이 살고 있습니다. 수도권을 다 합하면 2/3이고, 수도권은 대부분 레이캬비크 남서쪽에 있습니다. 저는 지금 그 2/3의 인구를 등지고 황무지로 걸어가고 있네요.












 사람들은 없고, 어딘가에 언젠가 쓰였던 듯한 시설들만 많은...







 무지개는 레이캬비크에서 솟아오르고 있네요. 










 그런데 걸어가다 보니 공사판이 ...?




 엥!? 아이슬란드 거기 레이캬비크밖에 없는 거 아니냐? 하고 궁금증이 생기시겠지만...






 이 곳의 이름은 코파보귀르입니다. 레이캬비크의 위성도시인데, 레이캬비크의 남쪽을 책임지는 도시이고, '수도권'에 같이 묶여 있어요. 신기하게 레이캬비크 남서쪽도 코파보귀르, 남동쪽도 코파보귀르입니다. 





 그러니까 전 레이캬비크에서 코파보귀르로 온 겁니다. 즉, 서울에서 광명으로 온 겁니다. 뭔가 느낌이 오시죠?





 그럼 위에서 황무지 운운은 무엇인가? 그냥 그런 감성이란 겁니다 ^____^






 그런데 무슨 도시가 유령건물이 엄청 많습니다. 아까 보셨던 그 건물도 공사중이고, 이 건물도 공사중인데 사람이 없네요. 으스스합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세계 경제 위기가 터졌을 때 금융업에 굉장히 의존하고 있던 아이슬란드는 직격탄을 맞았었는데, 아마 그 여파인가 봅니다.















 뭔가 모기들이 서식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연못이지만 모기는 없었습니다. 오오 극지 오오.













 드디어 시내 옆의 도로에 도착해서 호수로 걸어갑니다. 다 때려치고 싶을 때마다 무지개를 봅니다. 으아아아 오늘 한 짓을 생각하니 무지개 다리를 건너가고 싶은 충동이 들지만 참읍시다. 














 이런 곳에 집 하나 있으면 좋겠다. 아 어차피 있어 봤자 물가 때문에 못 살려나 ^_^;;




 쓰란두르 씨는 한 때 덴마크에 있는 집을 4,000만원 가량에 구매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교통이 불편하고 자주 안 갈 것 같아서 다시 팔았다고. 이 말을 듣고 설렜습니다. 나도 4,000만원이면 유럽에 내집마련이 가능하단말인가 ...!? 하긴 한국에서도 교통 매우매우 불편한 곳은 더 싸게도 가능할듯 ㅋㅋㅋㅋ










 엘리다바튼 호수에 거의 다 왔습니다...!












 오오...






 파노라마가 되게 잘 나왔는데 세로로 올리겠습니다. 사진을 올리는데 계속 세로로 올라가서 뭐지 했는데 세로로 올리는 게 더 나을 것 같기도 합니다 ㅋㅋㅋㅋㅋ 휴대폰 돌려서 보세여...













 황량하기 그지없는 호숫가. 딱 제 취향이었습니다ㅠㅠ 게다가 호수 반대편으로는 펼쳐진 사면과 민둥산, 멀리 만년설이 보이네요. 정말 너무 멋져서 진짜 저기까지 갈까 말까 너무나도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파노라마에는 작게 나옴 ㅠㅠㅠㅠ 저 시력 0.7인데도, 경치 보는 데에는 카메라보단 눈이 낫네요.




 어제 스비드를 먹고 오늘 일어나서 엘리다바튼 호수 건너편을 관광했으면 참 좋았을텐데, 후회해봤자 시간은 떠나갔습니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는 정말 늦은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늦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평소에 열심히 삽시다. ㅠㅠ













 아무튼 저는 아뽕에 취해 이 호수 앞의 저 목제 의자에, 젖을까봐 완전히 앉지는 못하고 엉덩이만 살짝 걸친 채, 약 십오분 간 앉아 있다가 너무 바람이 추워져서 일어났다 카더라...







 무지개 하프샷.








 ... 그리고 저는 이제 슬슬 돌아갈 준비를 하는데, 왔던 길로 가면 식상하니까 시내 옆을 걸어서 돌아가려 합니다.











 ...엥!?





 말 표지판은 처음봅니다 ^_^;;












 돌아가는 길의 평범한 풍경들입니다. 그런데...











 제가 호수에서 여기까지 온 길이 말들이 다니는 길이었네요;;








지금부터 15분간 똥피하기 타임입니다 ^_^










 오랫만에 이 게임을 다시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똥을 피했지만, 정작 옆에는 차도가 있어서 시외버스들이 지나다니는데도 울타리를 넘지 못한 채, 저는 말들이 쓰는 길을 걸어야 했습니다. 으아아아아아아







 난 도대체 왜 여길 온걸까...







 포기하지 말라고 했던 레이캬비크의 의도가 매우 사악하게 느껴집니다. 포기를 하지 않으면 험한 꼴을 당하는 것인가...












 제 위치 보이시나요? 쑤 에르트 헤르가 유 아 히어 로군요. 여기서 왼쪽의 노란색 길을 따라가서 숙소로 빨리 돌아가느냐, 아니면 위쪽 길을 가서 돌아가느냐 살짝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똥피하기만 15분 하고 걸었다고 할 수는 없으니 위쪽으로 갑니다. ^_^;






 수도권 전체 지도.













 아니 여기 시내 엄청 좁은데 여기서 낚시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일단 신기하고, 게다가 여기 태국어가 있다는 게 더 신기... 영어, 폴란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는 그러려니 한데 태국 뜬금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 때 태국의 전설적인 낚시꾼 무리들이 아이슬란드를 정ㅋ벅ㅋ하러 이 멀고 추운 세계의 구석까지 온 것일까요...






















진실은 저 너머에

















 제가 아까 지도가 있는 곳에 도착하기 직전에 비가 내렸었는데 그쳤더니, 이제 다시 비가 내립니다. 그래서 저는 짜증나니까 덕내를 풍기며 하아...(먼산)하며 먼산을 봅니다. 아아 만년설 날 가져요ㅠㅠ





















 중간중간에 의자가 있는데 앉을 수가 없어요. 너무 축축함. 도저히 마를 시간이 음슴. 






 사진엔 하나도 안 나왔지만 ^_^ 여긴 의외로 사람이 꽤 있었어요. 헉헉거리며 뛰는 분들도 몇명 지나감. 

















 참 주변에 아무 것도 없는게 아이슬란드다운 산책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전 여기서 풀까지 뺀 곳을 내일 가게 되고 ... 그 곳에서 죽음의 고비를... 아 그건 내일편에서 이야기합시다.










 10km 달리기 코스가 마련되어 있네요. 사실 태어나서 10km 한번에 뛰어본 적 한 번도 없는데 반성하게 됩니다. 





 다만 여기서 확실한 건 10km를 뛰는 동안 날씨가 일정하지는 않으리라는 것 같습니다 ^_^;;












 드디어 지도에서 봤던 다리에 도착했습니다. 인간 문명으로 돌아갑시다 ㅠㅠ






 다리 위에서 찍은 상류.



 다리 위에서 찍은 하류.









 정말 태국에서 여기까지 와서 이런 조그마한 시내에서 낚시를 했다니 그 태국 사람들 누군진 모르겠지만 정말 대단한 사람들인 듯... ㄷㄷ해;;















 아이슬란드에는 화사한 꽃은 없습니다. 정말 거의 없어요. 대신 아이슬란드에 익숙해지면 황무지에서도 피어나는 이런 수수한 꽃들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넵. 제가 아뽕에 취했네요.







 그리고 붉은 화살표를 따라 걸은 결과 마침내..!









 인간계로 복귀했습니다 ㅠㅠ









  처음에는 숙소로 걸어서 가려고 생각했으나 ... 







 저에게는 버스 3일권이 있지요 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서 한 정거장 걷고 바로 버스로 태세변환했습니다. 










 아 그래도 오늘은 뭔가 봤구나, 약간의 개운함을 안고 게르도우베르그에 돌아왔는데,




 엥?


 

 지금까지 지하도 있는 것 몰랐는데 신기해서 찍어봤습니다. 도로 폭도 엄청 좁은데(심지어 가장 좁은 곳은 1차선!) 횡단보도가 없어서 뭔가 했는데 지하도가 있었네요. 도대체 왜 이 곳은 이렇게 셋팅된 것인가. 추운 곳이니 나름의 의미가 있겠지 합니다.















 ...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전 오늘을 날린 것 같습니다. 스비드를 먹긴 했는데 어제 먹었어야 하는 거고, 호수 잠깐 본 것밖에 한 게 없는데다가, 피로도 안 풀리고 여전히 피곤 ㅠㅠㅠㅠㅠ 으아아아아아 분노한 저는 숙소 복귀 전 스키르를 삽니다.












 스키르(Skyr)가 뭐냐면 아이슬란드의 전통 요구르트입니다. 케플라비크 공항에서 뻔질나게 아이슬란드 장수의 비결은? 하면서 광고하고 있는 제품이 이건데요. 뭐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공해도 없고 사람도 적으니까 스트레스도 덜받고 레이캬비크 지역 빼면 남한 면적에 인구 10만명이니까 마주칠 일도 적어서 범죄도 적게 일어나고 그러니까 장수하겠지... 생각하지만 일단 궁금하니까 먹어보기로 합니다. 절대 오래 살려고 먹는 게 아님.





 그런데 혹시나 맛이 좀 이상할까봐 걱정되어서 베리맛...을 샀습니다.






 대충 겉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우왕ㅋ굳ㅋ

















마시쪙!












 사실 보통 요구르트랑 크게 차이를 못 느끼겠어요. 특징이라면 뻑뻑하단 것. 일반 요구르트보다 밀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그 외에는 다 괜찮고 맛있어요. 아이슬란드 전통 음식 중 유일하게 매우 평범한 음식이 되었네요 ^_^;;














 그리고 오늘 이렇게 산보를 하게 된 저는 이럴 거면 도림천이나 갈 것이지 왜 여기 온 것인가... 하는 고민과 함께 내일은 새벽처럼 일어나 그야말로 인생에 길이 기억될 모험을 떠나게 되는데... 기억의메모리... 모험의어드벤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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