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여행 첫날(1): 2015년 10월 17일 토요일, 04:00








 ...그렇습니다.






 모든 문제는, 이 세가지 이유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 비행기 출발시각이 아침 7시 15분인 것



그리하여, 안전하게 아무리 늦어도 5시 30분까진 공항에 도착해야 했습니다.








2. 어제 핀란드인 튜터 베이코의 생일파티가 있었다는 것.









제가 일기를 하도 밀려서 지금 당장은 안 썼지만 말입니다...

어제는 베이코의 생일파티였고, 당연히 갔고, 그래서 (보시다시피) 미친듯이 놀고 마셨을 뿐이고...














3. 마지막으로, 오늘이 토요일이었다는 것.



그리하여, 공항으로 가는 첫 전철이 늦게 출발한다는 것...

즉, 그걸 타면 6시 22분에야 공항에 닿는다는 것...











 이 세 요소의 환상의 콜라보레이션. 트리니티. 삼위일체.





 누가 예상이나 했겠습니까. 젠장ㅠㅠ




















 저는 정말 늦을까봐 겁이 나서, 어찌저찌하다가 노르웨이에서 첫 4일간 동행하기로 한 캐서린의 플랫에 가서, 짐을 다 미리 갖다 놓고, 또 못 일어날까봐 공용 구역에 있는 탁자에서, 딱 세 시간 잠을 청하고 일어났던 것입니다. 


 7시 15분 비행기니, 5시 45분까지 닿는다 치고, 카넬마키에서 5시 15분까지만 출발하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으로요.








 그치만 캐서린이 일어나서 샤워를 하는 도중에 발견한 위의 스크린샷.



 

그러니까 첫차가 5시 56분이라는 것.












공항에 빨리 가 닿는, 그런 기차 따위는 있을 수가 없다는 것.
















 그리하여 저는 딜레마 아니... 트릴레마에 빠집니다.








 1. 걍 늦던 말던 기다리고 기차 탄 다음에 공항에서 미친듯이 뛰어 볼 것인가?











 2. 아니면 얼마인 지도 모르겠지만 비싼 걸 감수하고 택시를 탈 것인가?












 3. 그도 아니라면, 1.2km을 십사 분에, 

새벽 네 시에 모르는 길을 캐리어를 끌고 뛰어 볼 것인가?


























결론은 삼 번.









 그렇습니다. 샤워를 하고 나온 캐서린을 기다린 것은 저의 '지금 안 뛰면 늦는데 뛸까 말까'라는 저의 말이었습니다. 매우 단시간에 뛸 것을 결정한 저희는, 정말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합니다.







 원래 저는 당연히 배낭여행에서 배낭 하나만 메고 다니는 걸 선호하지만, 이번 핀란드 교환학생은 잘 아시다시피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생각 없이 오는 바람에 ^_^ 노르웨이에 10일간 갈 예정이라, 그 짐은 캐리어를 써야 할 수준이었고, 캐리어에 담으면 항상 그렇게 되는게 담다 보면 공간이 남고 그냥 꽉꽉 채우고 싶어지고... 덕분에 무거운 캐리어 질질 끌고, 아스팔트길, 돌길, 숲길 등을 새벽에 가로지릅니다.



























진짜 뜬금 없이 숲이 튀어나왔을 땐 나 참 어이가 없어서...




RUN!! FOREST!!! RUN!!!!!







 진짜 말 그대로 런 포레스트 런 ㅋㅋㅋㅋㅋ 정신줄 놓고 저딴 말 외쳐가며 뛰었습니다 ㅋㅋㅋㅋㅋ







 ...진짜 내 여행은 왜 항상 이러지. ㅠㅠ




 아이슬란드에서 새벽에 뜬금없이 걷게 되었을 때는 가면서 사진을 좀 찍었는데, 이번엔 진짜 너무나 급박해서 사진따위는 찍을 겨를이 없었습니다. 이 캡쳐를 할 때도 캡쳐 따위 하느라 속도가 늦어져서 늦으면 어떡하나 걱정할 정도였으니까요ㅠㅠ 절반 쯤 온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아아 정말 비행기가 뭐라고... 노르웨이가 뭐라고........... ㅠㅠ









 정말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숨이 너무 차올라서, 아 이거 그냥 놓치고 택시 탈까 하는 생각이 굴뚝같이 생겨났습니다. 게다가 만약 시간에 아슬아슬하게 맞춰 가더라도 변수로 인해 혹시 버스가 먼저 지나가버린다면, 모든 수고가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거니까요. 






 







그러나 결국 미친듯한 뜀박질 끝에, 4시 47분에 목표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모습입니다.






감동 ㅠㅠ







 보시면 4시 50분 다음 버스가 6시 25분. 그러니까 4시 50분 버스는 진짜 이른 새벽에 일 있는 사람들을 위해 긴급히 딱 한 대만 운영하는 버스였던 것 같습니다. 이걸 놓쳤으면 택시로 바가지를 뭉텅 쓰는 수 이외에는 정말 꿈도 희망도 없는 상황에서, 버스가 도착하고... 정말 감격 그자체였습니다 ㅠㅠ









 공항에 도착하니 기진맥진. 셀프체크인을 하는데 저가항공에 수화물 추가 과금으로 유명한 노르웨이 항공(Norwegian Air, 노르위전 항공), 을 타는데도 짐을 두 개까지나 무료로 실어주네요. 처음엔 설마 노르웨이 항공이...?라는 생각으로 짐 두개라는 건 화물 하나 백팩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화물 둘이었습니다. 내가 좋은 조건으로 산 건지 아니면 뭐 바가지를 쓴 건지 모르겠다... 생각할 힘도 없다 ㅠㅠ 하나는 기념품으로 챙겼습니다.





 오슬로 가는 줄. 줄이 어마어마하게 깁니다. 아무튼 줄을 다 지나서 드러갑니다. 캐서린이 몇 개 인스펙션에 걸렸는데 뭐 별 일은 없었고, 시간 좀 걸리고 끝났습니다.












 그리고 면세점을 이용하는 이유.



 핀란디아 보드카 ^_^



 예전엔 이런 거 없었던 것 같아서 긴가민가...한데 EU 내 항공편과 EU 외 항공편의 가격이 다릅니다. EU 내는 솔직히 헬싱키 시내에서 사는 것과 별 차이 없는 수준입니다. 으아니...!? 노르웨이도 EU는 아니지만 솅겐조약 가맹국이라 혹시나...했는데 뭐 역시나, 노르웨이는 EU 외랍니다. ^_^




 따라서 저는 16.95유로에 노르딕 베리향 핀란디아 1L 겟...! 와아 핀란드 술 물가 생각하면 더더욱 감격적인 득템입니다.




 ...위에서 본 긴 줄의 사람들은 모두 여기 있습니다. 꽉-꽉 찼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이륙.



 헬싱키 빠이염ㅠㅠㅠㅠ 그리고 나의 의식도 빠이염ㅠㅠ 잠에 잘 못 드는 성격이지만, 어찌 됐든 목베개를 하고 최대한 등을 기댔고 이 이후는 생각이 안 나네요. 어제의 파티, 두 시간의 잠, 그리고 새벽의 달리기. 여러 고통을 당한 저의 육신은, 잠을 잤나 안 잤나 확실치는 않은데 아무튼 쉬었습니다. 잘 쉬었습니다.









오슬로 도착.







 처음에 사람도 엄청 많고 통로도 하나 뿐이라 어느 세월에 내리나 했는데, 비행기 뒷문을 열어주네요ㅋㅋㅋㅋㅋ 공항에서 그냥 맨 땅에 내려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횡단보도를 따라가면 올라가는 계단이 있습니다.






 그런데 오슬로, 쌀쌀합니다. 티셔츠, 셔츠, 스웨터, 재킷, 코트까지 입고 왔는데 춥다니... 분명히 일기예보를 봤을 때 그렇게 춥지 않았는데... 생각하다가, 제가 쓰는 일기예보 어플이 노르웨이 기상청에서 만들었다는 데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설마 노르웨이에서 관광객들을 끌여들이기 위해 일기예보를 주작한 것일까요...?









 뭐 사실 노르웨이 자체가 날씨가 안정적인 나라는 아니니까 이해는 해야지요. 한국 기상청에서도 자주 틀리는데... 그치만 찜찜한 건 어쩔 수 음슴 ^_^;; 낮부턴 다시 꽤 따뜻해졌습니다.






 자비로운 노르웨이도 입국면세점을 운영 중이지만, 면세 받아도 비쌀 뿐더러 피곤하고 정신도 없어서, 저는 면세점은 그냥 지나쳤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저는, 노르웨이 땅에 발을 딛었습니다.









노르웨이 여행 지도, 10/17노르웨이 여행 지도, 10/17





오슬로에 도착했지만, 첫 날부터 삽질의 연속이었던 저의 여행.


















...도대체 저는 앞으로는 얼마나 더 큰 삽질을 하게 될까요? ㅠㅠ











 ...아이슬란드 여행기 때와 다르게, 이번엔 쓰면서 저도 모릅니다. 지금 여행 중이거든요 ^_^;; 백퍼 밀리겠지만, 그래도 여행 중에 절반 정도는 여행기를 끝내는 게 목표입니다. 교환학생 일기도 쓰고, 28일날로 예정된 시험 공부도 하면서요. 가능할까... 모르겠지만, 일단 시작이 반이니까 저는 52%정도 완료한 셈이네요. 어헣어헣. 아무튼 저는 공항을 나서서 오슬로로 향하게 되는데...











꼐속









8월 30일, 일요일




 어제 역사의 공백기를 보내고 허무감에 시달리던 저는, 문득 여기서 육식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밖에선 좀 먹더라도 집에서 먹는 건 매일 감자 뿐... 이러다가 감자마름병에 걸릴 것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하고, 저는 육식의 충동을 충족시키기 위해 마트에 갑니다.




바로_억제됨.jpg






 고기 가격을 보고 억제되는 저의 육식 충동이란 마치 자기보다 쎈 사람 앞에서는 조절되는 분노조절장애처럼 미약한 것이었습니다. 으아아아아아





 그러던 와중에,




400그람에 1.99유로...?




 사실 이걸로 요리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지만, 그래도 고기는 고기겠죠. 사서 해 보기로 합니다.





흐..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안 와서, 걍 대충 뭉쳐서 팬에 올려 놓고 삼겹살처럼 굽기로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금보니까 웃긴데 저 때는 고기를 먹어야겠다는 생각 하나 뿐이었어요ㅋㅋㅋㅋㅋㅋㅋ




아...







ㅁㅊㄷ ㅁㅊㅇ...





 와 제가 지금 봐도 참... 어떻게 이걸 먹을 생각을 했지 싶은,




간 고기 구이 ^_^







 군데군데 제대로 익지도 않았고, 무슨 이상하게 씹으면 뽀독뽀독 고무같은 느낌이 날 뿐더러 기름도 넘쳐 흐르지만 그러려니...하고 먹는 게, 아니라,











복수를 다짐합니다.













8월 31일, 월요일




 ...그러나 숙성된 복수가 맛있는 법,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학교에를 갑시다.



 이제 학교가 개강한 첫 주입니다. 몇몇 수업은 이번 주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미리 수강신청을 하지 않았다면 수강신청을 못 할 공산이 큽니다. 그럴 경우 보통은 메일을 보내면 교수님들이 수강생 명단에 넣어 줍니다. 뭔가 수강신청 경쟁이 빡센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인데, 헬싱키대학교 자체가 그렇게 어마어마하게 큰 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






 그리고 오늘 낮에 뭔가 이벤트를 한다길래 아담과 함께 헬싱키 대학교로 갑니다.




 왼쪽에 보이는 아담.




 ...뭔가 학생 행사 같은데.



 건물 안에 들어가 보니 삘이 옵니다. 동아리 소개제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담은 메트로폴리아 대학교 소속이죠. 뭔가 노잼으로 보이는 것을 바로 눈치챈 아담은 기숙사로 돌아가기로 하고, 저만 남아서 튜터 그룹 친구들일 기다립니다.




 정말 여러 동아리가 있습니다. 당연히 태권도 동아리도 있구요.



 코스프레부...도 있네요.




 Kirjasto는 도서관이라는 뜻인데 뭔가 하는 것 같기도 하면서... 뭘 했더라. 대책 없이 사진을 안 찍었네요.



 사실 중간에 첫 사진에 있는 기린 모양 공기 트렘벌린에 들어가서 막 놀다가 프랑스 남자의 엉덩이에 얼굴이 찍히는 대참사...는 아니고 굴욕을 당하기도 했고, 수시로 실험 참가비를 주는 실험 참가 요청을 받겠다고 원서를 쓰기도 했고(그 뒤로 한 번도 참가 안 했지만), 추첨을 해서 먹을 걸 받기도 했고, 성가 동아리가 노래하는 걸 듣기도 했는데,




 별로 재미가 없었나봅니다. 기억이 안 나고 사진도 안 찍었네요 ㅠㅠ





 다만 사우나의 나라 핀란드 답게 이 사우나는 굉장히 인상깊었나 봅니다.



 핀란드는 워낙 사우나 덕후라, 2차 세계대전 때도 전쟁할 때 막사보다 사우나를 먼저 지었다는 전설이 있는데, 그 전설을 반영하듯 정말 건물들에는 대부분 사우나가 다 있고 사우나가 생활화되어 있습니다. 다만 저는 이 글을 쓰는 지금(10월 15일)까지 한 번도 사우나엘 안 들어가봤네요. 곧 가 봐야지...




 그리고 저도 귀찮아졌는지 그냥 집에 가기로 합니다. 왜 이렇게 귀찮았을까요. 곧 다가올 개강이 싫어서였을까요? ㅠㅠ












9월 1일, 화요일




 드디어 9월이 되었습니다. 사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어야 맞는 건데, 저는 한 주 더 쉬기 위해서 9월 2일의 수업을 빼버렸습니다. ^_^ 참 막장이네요. 그래서 저는 수업이 다음 주부터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늦잠을 늘어지게 자고 낮에 일어나서 블로그에 글을 썼습니다. 이 때 만큼만 썼으면 지금처럼 밀리지도, 기억이 안 나지도 않았을 터인데 ㅠㅠ엉엉






 오늘의 도전은... 전자레인지 계란찜인데.




 음...





 숟가락으로 휘저어 놓으니 좀 계란찜 같습니다. 마늘은 많이 넣었는데 소금이 부족해서 간장을 곁들여 먹다가,










 간장 하니까 베니건스였나 아웃백이었나, 아무튼 빵이 생각나서 빵도 가져와서 찍어먹습니다. ^_^;;





 그런데 계란찜과 빵이라는 요상한 조합을 못 견딘 것인지 옆에서 아담이 뜬금 등장, 간 고기를 요리합니다!



 과연 어떻게 되나 궁금해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저 공들은 곧 형체도 없이 분해되었다 카더라 ㅠㅠ





 그렇습니다 사실 아담도 경험이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저나 아담이나 똑같이, 고기와 야채만으로 모양을 만드려는 말도 안 되는, 그러나 그때는 왜 말도 안 되었는지 모르는 야심찬 시도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은 또 클럽에서 파티. 이스라엘에서 온 페라스, 잉글랜드에서 온 글렌, 튜터 베이코와 율리우스, 이탈리아에서 온 파울로, 벨라루스에서 온 캐서린과 같이 어딘가에 갔습니다. 당연히 저는 술만 쪽족. 캐서린이 춤 추는 걸 봤는데 어떻게 이렇게 춤을 추나 싶을 정도로 잘 춰서 기겁했습니다.



 이 때만 해도 어떻게 한 학기 동안 여기서 살 지 막막했던 것 같네요. 춤도 못 추는데 맨날 이런 데 가야 하나 엉엉ㅠㅠ 이런 느낌. 






이번_학기_할_게임_추천받습니다.jpg










 아아... 가끔 술을 홀짝거리긴 해도, 댄스 홀에 나가는 친구들을 보고 형언할 수 없는 소외감을 느끼면서, 처음에 저는,


이넘들~ 서양,놈,년들,,,, ㅋㅋㅋ 너네는...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맨날,천,날 춤바람만 났나~~!!ㅋㅋㅋ










 하는 생각을 잠깐 했으나,




 바로 생각을 바꿉니다.






 사실 제가 나이를 스물 다섯살이나 먹으면서 별다른 취미를 갖지 못한 게 문제이니까요. 저 스스로가 그렇게 특출나게 취미를 찾아서 하는 성격이 아니었고, 사회적으로도 우리나라에서는 공부만 중요시되고 공부 이외의 것들은 못 해도 좋거나, 아니면 아예 잡기로 취급받기 때문에, 결국 제가 이런 비극적인 상황에 처하게 된 것 같습니다. 뭐 외국 친구들이라고 다 춤을 잘 추고 그러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추고 아니면 악기를 다루거나, 다 하나씩 하는 건 있더라구요. 결국 부끄러운 건 똑같은데, 부끄러움의 원인은 남이 아닌, 나에게 있었습니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한국의 클럽은 안 가봐서 모르겠는데 여기의 클럽은 딱히 춤 추는 것 빼고 그렇고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뭐 어제의 클럽 타이거에서는 키스하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눈에 띄는건 그만큼 소수이기 때문이었고, 여기는 다 학생들이라 그런지 한 명도 그런 케이스를 못 봤네요. 저도 핀란드에서 클럽 딱 두 군데 가 보고 이렇게 단정하는 건 우습긴 한데, 아무튼 그랬습니다.










 ...결국 피로에 지쳐 새벽에 돌아온 저는 결국 다시 육식을 포기하고, 삶은 감자와 조미료만을 먹는 감자마름병 식단에 일시 항복합니다.








9월 2일, 수요일







 ...그러나 복수의 날은 다가오는 법.





 웬지 저렴한 가격의 마늘과 양파를 찾아 야채를 곁들일 준비를 마칩니다.





 그렇습니다. 오늘의 컨셉은 간 고기에 야채 곁들여 먹기. 과연 이 야채들이 끔찍했던 미친듯한 기름과 고무 씹는 듯한 느낌을 중화해줄 수 있을까요?




 ...야채를 다 썰어 놓고 고기를 덮어버리니 채식같은 느낌.



 그러나 실제로 고기는 많습니다. 엄청 많아요. 소금을 막 뿌려 주고 




 볶...





 음... ^_^;;




 음...!




 싱거우니 간장을 뿌려줍시다.




 그렇게 맛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일단 야채가 있으니 저번보다 훨씬 낫네요.




 팬을 한쪽으로 기울이니 기름이 알아서 빠집니다. 숟가락으로 긁어 먹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저번보다 낫더라도 가루가 된 고기를 먹는다는 점, 식감이 영 안 좋다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결국 문제는 고기 그 자체인 것입니다. 가격 때문에 저 고기를 고를 수밖에 없었던 가난에서 이미 저의 비극이 잉태되어 있던 것입니다. ㅠㅠ. 



꺼-억






 그치만 일단 배도 고팠고 사람이 먹을 수 있을 만한 요리를 했다는 생각에 팬을 말끔히 비웠습니다. ^_^;; 하하 혀도, 마음도 편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발달해가는 저의 육식문화에 위안을 얻어야 할까요...  ㅠㅠ



















 그리고 새벽까지 블로그, 페북질을 합니다. 마침 들어온 아담과 술을. 뜬금없는 권주에 뜬금없어하는 아담 ^_^;





 아담이 처음 가져왔던 친자노로 원샷하고, 저는 잠에 듭니다. 내일은 신입생 행사가 있는 날이자, 한국어 교수님을 만나는 날이라 긴장이 되네요.





















꼐속








8월 26일, 수요일








 ...저는 포근함을 온 몸으로 느끼며 기분 좋게 자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헤이, 헤이"




 ...? 뭐지 설마 나를 부르는 소리는 아니겠지 ...?






 그런데 그 목소리는 커지고... 저는,






 벌떡 일어납니다.









 으아니?








 옆 침대엔 아무도 없고, 문에는 러시아 플랫메이트, 바실리가 서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오리엔테이션 몇 시냐고 묻습니다.




 "아홉시 십오분"


 "나우 잇츠 아홉시 십오분"


 "!?!?"






 웟더뻑???

















 분명히 저는 어제 중국 룸메랑 같이 가자고 말했는데... 옆의 침대는 비어 있을 뿐이고... 머릿 속에는 엥!? 이거 완전 뒤통수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일단은 정말 "서로 깨워 주자"고 약속한 것도 아니니까... 아니니까... 하고 마음을 추스르는데 슬픈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첫날부터 오리엔테이션에 늦은 것입니다.





 그렇다고 오리엔테이션부터 안 씻을 순 없으니 씻읍시다. 씻고, 뜁시다.





 오리엔테이션을 하는 건물은 멧사탈로(Metsätalo). 정말 전철역에서 너무 떨어져있어서 짜증났습니다. 게다가 이 땐 아직 지리 감각도 없던 시절이니.





 들어갑시다.








 들어가니 아직 오리엔테이션은 진행 중!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_^;; 전화번호와 눈치로 튜터도 찾았습니다.





 사실 여기서 저의 자랑스러운 룸메이트 티엔을 만났는데, 왜 안 깨웠느냐고 하니까 "화 낼까봐" 안 깨웠다고 하네요. 나는 안 깨운 것에 대해 화가 났는데... 으으 그치만 뭐 모를 수도 있고, 쑥스러워할 수도 있으니 그러려니 합시다. 대체로 중국 본토에서 온 학생들이 좀 쑥스럼 타는 비율이 높은 것 같았습니다.






 오리엔테이션이 끝났으니 캠퍼스 투어.




 경제학 전공 교환학생들끼리 "튜터 그룹"으로 묶였는데, 총 스무 명이 좀 넘습니다. 그래서 학사 그룹과 석사 그룹으로 나뉘어서 캠퍼스를 투어하게 되었습니다. 학사 그룹을 맡은 핀란드인 튜터는 베이코(Veikko). 처음에는 말을 더듬고 핀란드 억양이 강해서 잘 못 알아들었는데, 정말 재밌고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써 줘서 고마웠습니다. 






 사실 고딩 때 서울대 갔을 때도 그렇지만 캠퍼스 투어 해봤자 몇몇 군데 빼고는 기억도 안 나고, 어차피 다니면서 알게 됩니다. 다만 경제학 전공의 경우는 경제학과 건물은 알토 대학교와 같이 있어서 멀리 있기 때문에(캄피 근처에 있습니다.) 그 점만 특기하면 됩니다. 어차피 모를 수도 없지만요^_^;; 






 경제학과 건물 근처에서 밥을 먹고 "웰컴 페어"에 간다고 해서, 왔는데, 뭐 별 건 아니고 그냥 처음 온 사람들 행정 절차 같은 것 같습니다 ^_^;



 그리고 줄이 엄청나게 깁니다. 사진에 보이는 것은 프랑스에서 온 두 명의 학생들. 프랑스는 모르겠지만 한국인 입장에선 굉장히 길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여기에 적응하셔야 합니다. 핀란드라는 나라의 특성인지 교환학생이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줄 설 일이 굉장히 많습니다 ^_^;;





 웰컴 페어에서는 학생증 신청 안내를 받고, 이메일을 발급받고, 등등 여러 가지 일들을 합니다. 어차피 시키는 대로 따라가면 되니 큰 문제는 없습니다. 역시나 학생증 '신청 안내'를 받는다는 게 엄청 특이했는데, 학생증을 학교에서 주는 게 아니라 학생증 전담 기업이 학생회랑 연계해서 발급합니다. 그래서 학생회에서 여러 가지 사업들을 할 수 있는 재정적 기반이 되는 것 같긴 한데, 학생증 발급에 시간이 많이 걸려서 짜증납니다. 발급 전까지는 여기서 받는 학생 증빙 서류로 학생 신분을 증명하게 됩니다.






 그리고 보시다시피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만큼 시간이 많이 걸리고, 다른 학생들과 얘기할 기회가 많습니다. 지금 앞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은 석사 튜터를 담당했던 율리우스구요... 저는 이때 글렌(Glen)과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영국 남부 켄트 출신이라서인지 정말 100% 영국식 영어를 구사하는데 하나도 못 알아들었습니다. 정말 레알 제가 듣는 영어 중에 가장 어려운 영어같았습니다. 지금은 그래도 글렌이랑 얘기 잘 되는 것을 보면, 근 두 달간 저도 참 많이 바뀌었네요. 진작에 밖에 나와서 언어를 배웠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북유럽답게 아무나 가져가라고 상자에 콘돔이 당겨 있습니다. 베이코는 한 움큼 챙겨갔네요. 그러나 저는 가져 가봤자 딱히 쓸 일도 없을 것 같아서 기념으로 하나만 챙깁니다.





 그리고 여기서 ESN 신청을 받습니다. ESN이란 대충 에라스무스 네트워크...의 약자 같은 건데요, 저도 이 부분에 대해서 거의 모르는데 ^_^;; 유럽 학생들끼리는 에라스무스 네트워크 프로그램이라는 플랫폼 내에서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거랑 별개로 여기서 ESN Card는 아무나 만들 수 있습니다. 저는 이걸 몰랐기에 나중에 카드를 만들기 위해 개고생을 하게 됩니다. ^_^ 튜터들도 당연히 모르구요. 학기 초에 ESN에서 하는 이벤트들이 많고, 학기 중에는 여러 번 단체 여행도 가는데 ESN Card가 있으면 할인혜택이 큽니다. 만드는 데는 5유로밖에 안 들기 때문에 만드는 걸 추천. 웰컴 페어에서 만들면 셀카로도 되지만 나중에 만드려면 사진을 출력해 가야 하니, 웬만하면 여기서 만듭시다.




 물론 파티 안 가고 여행 안 가려면 상관없뜸.




 웰컴 페어에 시간을 너무 많이 썼기에, 벌써 배가고픔ㅠㅠ 이제 다들 흩어지기로 하고, 저녁 먹을 사람만 남아서 버거킹에 가기로 합니다.




 중앙역 버거킹입니다.



 패스트푸드점이 쓸데없이 장엄함. ^_^




 그리고 이후에는 거의 다 흩어지고, 저와 베이코, 글렌, 그리고 이스라엘에서 온 페라스(Feras)만 무슨 보드게임 술집에 가서 보드게임을 했는데... 모노폴리 하다가 처참하게 관광당했습니다. ^_^;; 



 참고로 페라스는 1. 이스라엘 국적이지만 2. 아랍인이고 3. 그런데 부모님은 기독교인이고 4. 그러나 본인은 무신론자입니다. 처음에 듣고 우와... 개멋있다... 생각했는데 대충 보면 멋진 거고 그렇게 사는 게 쉽지는 않겠죠. 본인은 본인이 Minority's minority's minority라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할 줄도 모르는 당구를 치다가, 기숙사로 돌아가서 잠에 듭니다. ^_^;;



















8월 27일, 목요일












그리고... 또 늦잠을...!








아마_여러분의_생각.jpg


마땅한_결과.jpg








 그런데 사실 여기서 말씀드리는 거지만 그렇게 미친 짓은 아니에요. 오늘의 일정은 튜터 그룹끼리 수오멘린나를 가는 건데 저는 수오멘린나를 갔다왔잖아요? 그래서 아침에 피곤해서 좀 더 잤을 뿐입니다. 정말이에요. 그래서 별로 아쉽지도 않았...





그러나 누워서 빈둥거리다 튜터 그룹 단체 사진을 보니 ㅂㄷㅂㄷ해지는 건 사실.



 ...ㅠㅠ




 늦었지만 씻고, 옷 챙겨 입고 열심히 나갑시다. 카우파토리(Kauppatori)에서, 수오멘린나를 보고 돌아온 튜터 그룹을 만납니다. 다음 목적지는 템펠리아우키르코라네요. 어 거기도 갔던 곳인데... ^_^;; 뭔가 괜히 헬싱키를 열심히 돌아다닌 느낌이 들지만, 기분 탓입니다.






 그런데 템펠리아우키르코에 가는 길에, 저는 몰랐던 교회에 들릅니다. 캄피 예베당(EN: Kamppi Chapel, FI: Kampin Kappeli)이라는 곳인데, 사람 통행이 많은 광장 옆에 저렇게 덩그러니 서 있어서 저는 예배당인지도 몰랐네요. 침묵의 예배당이라고도 불리는데, 그 이유는,



조-용




 사실 이건 천장 사진인데 사람들이 앉아있는 곳은 못 찍었습니다. 도저히 카메라 따위를 들이댈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에요. 예배당에 들어서는 순간 어마어마한 침묵을 맞이하게 됩니다.


 종교가 없더라도 빈 시간에 들를 만한 곳인 것 같습니다.










 다시 찾은 템펠리아우키르코.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갑자기 그룹이 해산하고 다시 모인답니다. 오늘 저녁에는 클럽 타이거에 가기로 되어 있는데, 저녁 먹고 씻고 돌아온다네요. 엥? 뭔가 집 가려면 한 시간, 두 시간 넘게 걸리는 서울의 대학생들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정이네요. 근데 저는 바로 그런 대학생입니다. 한 시간은 아니지만 40분이 걸린니까 돌아가기가 너무너무 싫습니다. 그래서 그냥 혼자 시티 센처에서 죽치기로 합니다 ^_^;;







 헬싱키 대학교 역 아래에 있는 헤스버거(Hesburger)에서 혼자서 저녁을 먹습니다. 으으 슬프다... 




 마트를 두리번거리다 발견한 베이코 맥주.





 클럽 타이거는 캄피 옥상에 있습니다. 지금 검은 층에 불 몇 개 켜져 있는 게 클럽이에요. 으아니... 뭔가 굉장히 럭셔리한 곳에 가는 느낌입니다. 그렇지만 ESN 카드가 있으면 5유로, 없으면 3유로에 입장이 가능합니다. 지금에 와서 ESN 카드를 만든 저는 2유로 손해본 셈 ㅂㄷㅂㄷ







 저는 약속 시간에 딱 맞춰 갔는데 두 명 있었네요. 그렇지만 몇 주 지나지 않아 두 명이라도 있던 게 어마어마하게 다행이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_^;; 그리고 모두 모여서 맥주를 마십니다. 여기는 클럽 내에서는 맥주가 비싸니까 미리 맥주를 좀 마시고 들어가는 게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클럽에서 맥주 한 잔에 6유로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또 어마어마한 줄을 선 후... 들어갑니다.










 사실 이 때 저랑 몇몇도 돈 내려고 했는데, 핀란드에서는 9시 이후에는 알콜 도수 2.8% 이상의 술을 못 삽니다. 이게 무슨 소리야!?!? 싶으시겠지만, 현실입니다 ㅠ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미리 맥주를 산 독일 친구에게 신세를 ㅠㅠㅠ











 아무튼 또 어마어마한 줄을 선 후 클럽에 들어가서,



 내려다 본 줄, 무시무시합니다.



 헬싱키의 야경. 철망에 안 가려진 곳도 있는데 왜 이런 곳만 찍었을까.



 여기서 춤 추고 있는 한국 사람 몇 명 발견. 한국인은 정말 멀리서 봐도 한국인이다 딱 감이 오네요. 그렇다고 뭐 별 일 있는 건 아니고...






 그런데 저는 살면서 클럽은 이전에 딱 한 번 가봤는데, 그게 인도에서였고, 그 때는 힌두교에서 술을 금하는 날이라 사람이 1도 없었고, 그래서 뭐... 애당초 춤도 못 추고. 튜터 그룹 사람들끼리 술마시면서 얘기하는 기회라 생각했습니다. 아아 그리고 춤추는 여자사람들 구경하는 기회. 그러다가 시간이 점점 지나서 클럽의 폐장 시간이 되어 나왔습니다. 아마 새벽 네 시경.








그런데 버스가 끊겼고, 비가 오네요.







 버스는 곧 알게 되었지만, 제 집까지 가는 버스는 평일은 새벽 세 시 반이 막차였습니다. 뭔가 클럽이 네 시에 끝나는 게 굉장히 애매한 시간이에요. 첫 차는 다섯 시고 막차는 세 시 반인데 클럽과 술집은 죄다 네 시에 닫습니다. 그래서 집에 가려면 미리 나와 있어야지 절대 한국에서처럼 첫차 탈 테니 기다려야지... 이런게 안 통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비가 온다는 거...



 저는 우산이 있었습니다만 ^_^ 클럽에서 우리의 사랑하는 플메, 아담과 루카스, 그리고 예술을 공부하는 그들의 친구...를 만났기 때문에 그들에게 우산을 씌워 주다 보니 힘이 듭니다. 아무튼, 구글 지도의 힘을 빌려 전철-버스를 환승한 후 꽤 많이 걸어서 집에 가기로 합니다. 아아... 그리고 그 친구 꽤 재밌었는데 그 뒤론 못 만났네요. 물어봐야겠다 누군지...







 먼저 기차를 타고 말미 역으로 갑니다. 거기서 너무 배가 고파서 사워 크림 맛이 나는 감자를 자판기에서 뽑아 먹었는데, 꽤 맛있습니다.







     


 마침내 한 시간 여의 사투 끝에 콘툴라 역에 도착한 남자들의 짓거리들. 아무래도 미친 것 같아요.






 마침내 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둘은 뛰고, 저는 루카스와 종종걸음으로 걸어 방에 들어와 샤워를 합니다.















8월 28일, 금요일






역시나 장대한 늦잠을 자고 일어납니다. 어헣.




 오후의 중앙역 앞. 오늘은 구름이 많이 끼었군요.




 처음으로 먹어 본 유니카페. 저번에 유니카페에서 다들 같이 먹을 때, 저는 배가 아파 못 먹었기에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이후로 앞으로 유니카페에서 먹을 때는 조미료를 때려부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싱거워요... 타바스코 소스가 있으면 주로 그걸 넣는데 타바스코는 많이 없습니다ㅠㅠ 가지고 다녀야 하나... 아 아니다 차라리 고추장을...




 제가 오늘 캠퍼스까지 온 것은 또한 파티 때문. 오늘은 또... CISSI였나, 아무튼 어떤 사회과학 동아리에서 하는 파티가 있습니다. 파티 장소는 캠퍼스 안인데 좀 멀어요. 대성당에서 북쪽으로 쭉 올라가야 합니다. 한국 같은 학교에서 같이 온 여자 후배와 같이 파티 장소로 갑니다.





 파티 장소. 그런데 웃긴 게, 정작 파티 장소로 지정된 곳은 저 약간 반지하같은 느낌의 문으로 들어간 홀 안인데 ^_^;; 사람들은 다 밖에서 술을 홀짝홀짝 마십니다.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같은 듯, 저도 튜터 그룹 사람들이 왔지만 그냥 밖에서 미리 사 온 술을 홀짝홀짝 먹습니다. 안주도 미리 사온 프링글스로 대체. 이렇게 밝았을 때부터 어두워질 때까지 계속 그렇게 맥주 마시면서 얘기하면서 서 있습니다. 안에 들어간 때는 오직 화장실을 쓸 때 뿐 ^_^;









 그리고 정작 한 일은 잔 들고 얘기한 것밖에 없는데, 애프터 파티를 가자고 합니다.



 중앙역 근처 아이리쉬 펍. 웃긴 게 바텐더가 잉글랜드 출신이 있어서, 글렌에게 할인을 해 줬습니다. 개꿀ㅋㅋㅋ싸게 맥주를 마실 수 있었습니다.


 다만 역시 춤 추고 있어서 저는 꿔보신세. 옆에 블랙 잭 테이블이 있어서 할까 하다가, 무승부면 딜러가 먹는다는 룰을 보고 안 될 것 같아 포기. 그렇지만 분위기가 뭐 그리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_^;; 이 펍은 다음에 다시 오게 됨...





 왼쪽부터 마티우스(네덜란드), 베이코(핀란드), 글렌(잉글랜드), 그리고 저. 이렇게 남은 사람들끼리 마지막 인증샷을 찍고 집으로 다들 퇴장합니다. 


 보드게임 펍, 파티, 파티, 삼 일 간 술을 마시면서 뭔가 새내기가 다시 된 듯한 느낌이 들지만 정말 이거야말로 기분 탓입니다. 어디서 이런 말 하고 다니면 안 되겠죠.^_^;





 그리고....




















8월 29일, 토요일







다시 한 번, 역사의 공백.





 보나마나 집에서 빈둥거렸겠지 뭐.


 사실 토요일이니 놀았을 법도 한데, 페이스북 단체채팅 올리다가 도저히 분량이 너무 많아 못 올리겠어서 포기했습니다. 게다가 올려서 다 봤는데 아무 것도 없으면 또 허무할 것 같네요... 



 으아아아아아... 뭐라도 했겠지... 뭐 감자 까먹었겠지... 싶네요. 아마 뒤늦게 너무 놀았더니 몸이 무리한다고 신호를 줘서, 잠시 쉬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______^; 




















 ...











진실은 저 너머에

















꼐속

 








 참, "8월 25일"이라고 쓰고 있자니, 거의 두 달이 다 되어가는데 한심한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노오오오오오오오답이네요. 아이슬란드 여행 쓰는 데 너무 진이 빠져서 그런가... 사진을 그렇게 많이 때려박았으니 그렇지... 게다가 사실 몇일 전에 이어서 쓰려고 했는데 마우스가 반 쯤 고장나서 (왼쪽 버튼이 조금만 세게 눌러도 계속 눌립니다ㅠㅠ) 의욕을 상실해서 때려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 있는 학교에서였다면 그냥 걸어서 중전 가면 되는데 헬싱키대는 도서관이 일찍 닫아요. 인민에어는 다 좋은데 터치 감이 너무 안 좋아서... 터치패드로 글 쓰기가 너무 빡칩니다.


 그러나 10월 중순을 지나고 있는 지금, 게다가 곧 노르웨이 여행을 갈 것인 지금... 사실 이미 답이 없지만 더 이상 밀리면 답이 없을 것 같을 뿐더러, 요즘 것부터 쓰려 했지만 또 그러자니 등장인물들이 너무 생소해질 것 같기에 일단 8월 25일부터 첫 주를 쓰고, 그러면서 등장인물들을 소개하고... 계속 이어서 쓰던지 요즘 걸 쓰던지 해야겠네요. 아무래도 제 교환학생 일기가 계속 쓰인다면, 가장 중요한 등장인물들이 될 플랫메이트들과 튜터그룹 친구들이 나올 곳이니까요.


 그런데 교환학생 일기라면 live한 느낌을 받아야 독자 여러분들께서 읽어 주실 텐데 이건 뭐ㅠㅠㅠㅠ 으으 그저 독자 분들의 자비를 바랄 뿐.


 (8월 18~24일의 내용은 "아이슬란드 여행기" 카테고리에 담았습니다.)

















2015년 8월 25일, 일요일




 8월 25일, 아이슬란드에서 돌아온 첫 날입니다. 아이슬란드와 핀란드의 시차는 3시간. 따라서 저의 수면에서 3시간이 증발해버린 셈이죠. 그렇기에 오전 9시의 헬싱키 거리였지만, 저의 허기와 피로는 엄청났습니다.



메뉴판을_찍어_놓고_왜_먹지를_못_했니.jpg








 그렇습니다. 메뉴판을 찍었을 때 까지만 해도 쌩쌩함을 느끼며 비행기에서 뭐 보지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저는, 거짓말처럼 곧 잠에 빠져들고 맙니다.














그리고 세 시간 반 만에 도착한 헬싱키!






 공항 인증 샷을 왜 버스 도착 예고 스크린으로 찍었는지는 며느리도 모른다 카더라...






 3시간 30분을 날아왔는데 6시간 30분이 지나 있습니다. 으으 눈부시고 피곤하고... 아무튼 힘듭니다. 힘들어요. 아무 생각 없이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메트로를 타고 콘툴라로 향합시다.




 콘툴라 인증샷은 대체 왜 맥도날드인걸까.






 난 서브웨이를 먹었건만.






 이 때는 아직 유니카페의 가격을 몰랐을 때이고 유니카페에서 먹을 수도 없었던 때이니, 지금 보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가격의 서브웨이를 먹어 줍니다. 어떻게 먹었더라...











그리고 좀비처럼 캐리어를 끌고 기숙사에 도착한 저는 침대에 쓰러져 잠들었다 카더라... 



향년 만 23세...



















 ...는 무슨. 저녁이 되니 눈이 떠집니다. 시각은 저녁 7시. 밖이 시끄러워 나가봤더니 체코 플메 둘과 처음 보는 백인 한 명이 있는데, 인사하니 오스트리아 출신이라고 합니다. 다짜고짜 카드게임을 하자고 해서 나갔는데, 뭔가 다른 카드 게임입니다.



 이런 카드를 씁니다. 체코 플레잉 카드...!







 이렇게 생겼음. 카드가 4종류인 건 일반 플레잉 카드와 같은데, 무늬가 다르고 한 무늬당 카드 개수도 적어요.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헝가리에서도 쓰고, 오스트리아에서도 쓰는 걸로 봐서 중부 유럽에서 쓰이는 카드인가 봅니다.






 두 종류의 게임을 했는데, '시기시'라는 체코 게임이 굉장히 재밌었어요. 간단히 말하면 속이는 게임이고, '시기시'는 체코어로 '너 구라지' 정도의 의미입니다. ^_^; 처음 내는 사람이 자신이 어떤 무늬를 낼 것을 선언하고 그 사람부터 차례대로 카드를 하나씩 내는데, 구라를 치는 것 같으면 한 사람이 카드를 까볼 수 있습니다. 깐 카드가 구라면 그 카드를 낸 사람이 바닥에 놓인 모든 카드를 가져가야 하고, 깐 사람이 카드를 내게 됩니다. 다만 깐 카드가 제대로 된 카드라면 깐 사람이 모든 카드를 가져갑니다. 먼저 손에서 카드를 모두 털어내는 사람이 승리.


 플레잉 카드로도 가능한데 숫자가 너무 많아서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요. 그런데 플레잉 카드로도 비슷한 게임이 있더라구요. 카드를 한 번에 여러 개 털어낼 수 있는 게임이 있었는데, 이 게임에 대해서는 탈린 여행에서... ^_^;;











밖이 추워져서 안으로 옮겨서 계속 합니다. 그런데...






벌칙은 하우카르틀






 그렇습니다. 제가 아이슬란드에서 가져온 그 하우카르틀 맞습니다. 아무래도 원래 하우카르틀과 궁합이 잘 맞는다는 술, 브레니빈이 있으니까 우리 플메들 사정은 저보다 낫네요^_^; 그러나 지금 사진에 나온 아담은 동의하지 못하는 듯한 표정입니다.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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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가_느껴진다.jpg






 그리고 곧 새로운 룸메를 만납니다. 사실 이미 만났는데 사진을 안 찍어서 여기서 만난 걸로 처리할게요 ^_^;; 바실리는 러시아 출신인데, 시베리아에서 왔습니다. 사하 공화국 야쿠츠크 출신입니다. 그래서 외모는 완전 몽골인 같은 느낌...! 참고로 사하 공화국은 러시아 내의 행정 구역인 주제에 면적이 프랑스의 5배고, 세계에서 가장 추운 도시/마을 등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인구는 단 백만 명...


     


 바실리가 가져 온 시베리아의 기상이 느껴지는 술. 이 때 마시지는 않았고 나중에 마셨습니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과연 할 수 있을지 ^_^;; 이름은 적힌 걸로만 봐서는 '케스킬'인 것 같은데 정작 들은 것은 기억이 안 나는지라, 틀렸으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 저녁에 두 명의 플랫메이트들이 더 도착해서, 마침내 저희 플랫은 가득 찼습니다. 8명이라... 많기도 하여라. 바실리의 룸메이트인 안드레이, 저의 룸메이트인 티엔이 도착했거든요. 티엔은 중국에서 왔는데, 저와 같은 사회과학대 소속이라 내일 오리엔테이션에 같이 가기로 약속했습니다. 물론 안드레이도 같은 사회과학대 소속이었는데 이 땐 다른 방이라...






최종_플랫_멤버들.jpg







'루크', '루드'라고 써 보니 뭔가 형제같은데 '루크'는 L이고 '루드'는 R입니다. 어헣. 보면 국적 별로 방을 나눈 것 같죠? 제가 이 때는 몰랐는데, 지금 와서 보니 이 아파트 단지에서 한국인 남자는 저 뿐인 것 같습니다. 한국인 여자는 한 명 봤네요. 뭔가 싸고 먼 곳이라 그런가 한국사람들은 다른 데 많은 듯... 슬프다.











 ...그리고 평온하게 잠에 들게 되는 저는, 이 다음 날 있을 참사를 예견하지 못하는데...








꼐속













아이슬란드 여행 첫날(1): 2015년 8월 18일, 화요일




(8월 17일 교환학생 일기에서 이어집니다.)












아이슬란드...













ICELAND...












얼음땅...













 정말 내가 그곳으로 가는 것인가...?가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인 것 같습니다. 아이슬란드 여행이라니. 뭔가 멍하고 몽환적인 느낌. 단지 다른 아무 것도 없이, 아이슬란드에 간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다니... 마약같은 너... 아이슬란드...









 정말 몽환적인 몽롱한 느낌으로 일어나 어제 싸놓은 짐을 챙깁니다. 나와서 씻고, 짐을 챙기고, 옷을 입고, 다시 한 번 돌아보니 다른 플랫메이트들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 중 셋은 어제 처음 본 사이. 인사하자마자 바로 다음날 아이슬란드로 고고싱 ^_^








SAY GOODBYE!!!!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는 영원히 혼자인... 것인가...








 불과 약 열흘 전, 캐리어를 끌고 배낭을 메고 반타 공항에 도착했던 그날을 기억합니다. 그때와 똑같은 모습으로 저는 짐을 기숙사를 나서, 전철역 근처의 버스 정류장에 왔습니다. 저는 560번을 탈 건데요, 'Trunk Bus'라길래 트렁크가 있는 버스인가...? 했는데 간선버스라는 뜻이라네요. 저렇게 비쥬얼도 큼지막하게 해놨길래 뭔가 있는 줄 알았는데... 낚임... 아무튼 탑시다 타요.


















 말미(Malmi)역에서 내렸습니다. 처음 여기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봤던 인간 진화 벽화가 이 역에 있네요. 괜히 회한이 밀려옵니다. 마치 헬싱키에 한 달은 산 사람처럼 말하네요. 정말 가관이지만 너그럽게 봐 주세요.













 렌또아세마! 공항으로 가...가버렷! 정말 가는건가..?



















 다시 그 핵 방공호처럼 생긴 역에 도착했습니다. 깊고 아름다운 역의 모습.



















 ...그렇습니다. 무료 셔틀 버스. 이게 있는 걸 몰라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르겟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보는 순간 숨이 탁 풀립니다. 아 젠장 나는 여기 도착했을때 왜 그 개고생을 한 거지. 부들부들...부들부들... 온 몸이 떨려서 쓰러질 것 같지만 다잡고... 어쨌든 갈 때도 캐리어 질질 끌면서 걷는 것보단 낫잖아... 그러니 버스를 탑시다. 
















 근데 너무 일찍 와서 체크인을 안ㅋ함ㅋ








...레이캬비크, 3시 35분 출발




 ㅋㅋㅋㅋ항공권 예매 편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몇 번의 연막을 거쳐 핀란드 내국인용 표를 산 게 마음에 걸려 빨리 확인하러 와야지 하고 빨리 왔는데, 뭐 공항이 기차역도 아니고... 체크인은 시간에 맞춰서 하지요. 공항에 도착한 건 12시경. 그러니까 세 시간을 공항에서 떼워야 합니다. 존나좋군?



















 가판대에서 본 역사잡지에 인쇄되어 있는 제로센(잡지 좌상단), 그런데 배경이 욱일기네요. 부들부들... 


 정말 서구권에서 일본의 상징으로 욱일기를 막 쓰는 거 보면 역지사지가 뭔지 알게되는 느낌입니다. 우리가 하켄크로이츠 박아서 잡지 출판하면 이 분들도 느낌을 알까 생각하던 도중, 아 핀란드는 나치 동맹국이었으니 상관없나... 그런 건가...










 이렇게 서성이며 별의 별 쓸데 없는 생각을 하고, 편의점에서 먹을 걸 사서 대충 떼우고, 그러면서 기다리던 도중 드디어...




 아이슬란드에어 체크인!





 정말 아무런, 아무런 어려움도 없이 발권에 성공합니다. 어허헣헣헣 나흘 전에 두시간 반을 씨름해 가면서ㅠㅠ 싼 항공권을 산 보람이 있었습니다.
















 보딩패스 인증. 아이슬란드에 갈 기쁨에 겨워 손이 부들부들 떨려 초점이 흔들린 모습.





 신검받자.







 역시 무난히 통과합니다.










 면세점을 거치는데, 아무 생각 없이 아무 것도 안 샀는데, 지금 생각하면 술이라도 좀 살 걸 그랬어요 ㅠㅠ 많이 후회가 됩니다. 사실 한국에서 올 때 아무 것도 안 산 것도 후회돼요. 술 샀으면 파티 때 Korean Alcohol 이러면서 재밌게 마시는 건데ㅠㅠ 여기선 어차피 소주 정도일 텐데 구하기가 힘들고 많이 비쌉니다. 프랑스엔 막걸리도 있었는데 여기에선 아직 못 봤어요.






아끼기!!!


ㅠㅠ 공항의 공식적인 한국어도 broken 한국어라니 한국어 위상... 아아 슬프다







 제가 면세점 쇼핑을 안 하고 뭘 했냐면, 블로그에 올릴 글을 썼습니다. 그러니까 8월 8일 일기가 반타 공항에서 쓴 거에요!! 우왕ㅋ굳ㅋ!! 그 때만 해도 열흘밖에 안 차이났는데 이젠 3주가 차이나는군요!! 나 정말 장하다... 진짜...






 그 와중에 창 밖으로는 아이슬란드 에어 비행기가 보이는군요. 우왕...첨 봄...





 진짜 가는구나 ...






 사실 정말 이 '진짜 가는구나'라는 느낌을 몇 번 받았는지 모르겠는데, 매 번 달라요. 정말, 처음 '진짜 가는구나' 때 받았던 감정과, 지금 느끼는 감정과... 그냥 간다는 것 자체로 설레는 나라라니ㅠㅠ 아아 아니 간다는 것 자체로 설레는 나의 감성이 대단한건가 ㅠㅠ








 탑승 시작...! 아아 떨린다 아아 진짜 가는구나...





 기내 사진입니다.





 


 사실 아이슬란드가 정말 관광에 신경을 많이 쓰는 나라구나! 느낀 게 비행기부터에요. 무슨 기내 안전방송부터 아이슬란드 관광 홍보방송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도 만들 수 있구나 싶었어요 ㅋㅋㅋㅋ 



  기내 안전수칙과 비상대피요령 동영상을 여행 동영상으로 만들었는데, 정말 아름다운 여행 장면들과 비상시 동작, 설명 등을 절묘하게 겹치게, 아름답게 편집해서 정말 이건 안전방송이 아니고 예술이구나... 감탄했습니다.





 제가 너무 생소한 거라 묘사가 이상한데, 백문이 불여일견. 봅시다.









 저도 이거 쓰면서 보고... 다시 한 번 감탄했습니다. 꼭 다시 가고 말리라 ㅠㅠ




















 그리고 곧, 드디어 제가 10일동안 머물렀던 헬싱키의 땅을 딛고, 비행기가 이륙합니다. 아아 진짜 가는구나...




우왕ㅋ굳ㅋ









 



 가노라 핀란드야 다시 보자 헬싱키야 ㅠㅠ










 그리고 바로 시작된 아이슬란드어의 압박.







 사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대부분 영어 회화가 가능하고, 특히나 나이 지긋하신 버스 기사 아저씨들도 다 의사소통은 되기 때문에, 아이슬란드어를 모르더라도 전혀 아이슬란드 여행에 불편한 점이 없을 것 같지만...! 





 함정은 아이슬란드어에는 아이슬란드어에만 쓰이는 문자들이 많다는 거에요. 대표적인 게 Ð/ð, Þ/þ 인데, 이런 문자들은 키보드로 입력하기가 힘드니 ㅠㅠ 구글 맵 등으로 길을 찾을 때 굉장히 성가십니다. 으으으으....





 아이슬란드어 자체는 북게르만어파에 속하는데, 당연히 스웨덴어, 덴마크어, 노르웨이어와 가까운 근연관게에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보수적인 언어로 유명해요. 유럽 북서쪽에 고립되어 있어서 노르드어를 가장 원형에 가깝게 유지했을 뿐 아니라, 외래어를 거의 받아들이지 않고 들어오는 외래어는 마치 북한처럼(...) 아이슬란드어로 번역해서 들여오는 걸로 유명합니다. 그러니 배워보실 분은 배워보시는 것도... 저는 핀란드어 하나로도 벅찹니다 ㅠㅠ














 레이캬비크 케플라비크 공항까지는 세 시간 삼십 분이 걸려요. 그래서 기내식은 없습니다. 대신 바게트나 햄버거를 시킬 수 있는데, 바게트도 그 딱딱한, 떨어트려서 맞으면 사람 죽는 바게뜨가 아니고 부드러운 빵이고, 그 안에 햄과 치즈가 들어있어서 햄버거나 다름없습니다. 그리고 콜라는 공짜에여 ^오^




 아무튼 점심을 매우 부실하게 떼운 저는 배가 조금씩 고파오는 걸 느껴서, 음식 책자에 손을 대기 시작하는데... 





      



 벌써부터 살인물가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1 ISK = 9 KRW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래서 이 것들은 사먹지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심은 바로 박살 ^오^








 사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래요.






 여기서 안 먹고 버텨서 아이슬란드 상륙해봤자, 김밥천국이 있는게 아니잖아? 


어차피 똑같은 아이슬란드 물가잖아?











그렇습니다. 때로는 빠른 포기가 필요하죠.























 그러던 사이 어느새 비행기는 대서양 상공을 날아서...!




 

 케플라비크 공항에 착ㅋ륙ㅋ




 오오 여기가 아이슬란드인가 ...?



 아직 실감이 안 납니다 ㅠㅠ



















 아이슬란드 자비의 상징, 입국 면세점!!





 그러나 숙소 아저씨와의 약속 시간에 이미 늦은 것 같은 저는 마음이 급하여 입국 면세점따윈 둘러보지 않습니다. 또 하나의 뼈아픈 실수가 여기에ㅠㅠ 











 일단 돈이 없으니 환전소에서 아이슬란드 크로나로 환전. No Commision이라고 써놓긴 했는데... 아이슬란드 돈은 예쁘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유로가 더 예쁜 것 같아요. 그리고 사족을 붙인다면 환전소 여성 사무원은 제가 아이슬란드 여행에서 만난 최초의 불친절한 사람이었습니다 허허








요렇게 생겼습니다. 신기한 게 5000크로나만 액면 부분이 디지털로 되어 있어요 ㅋㅋㅋ 이거만 판을 최근에 갈았나.














 케플라비크 공항은 레이캬비크에서 굉장히 멀기 때문에, 버스를 타야 합니다. 굉장히 멀어요. 절대 걸을 생각 하지 마세여... 죽습니다. 




 



오른쪽에 flybus 부스가 보이시죠? 저는 당연히 저걸 산다고 생각했는데, 당황해서인지 Gray Line걸 샀습니다. Gray Line꺼 사는 지도 몰랐어요. 그냥 BUS TICKETS만 보고 갔지. 이런 듣도보도 못한 버스 회사 여기서 첨 봤는데 ㅠㅠㅠㅠㅠㅠ 
































 덕분에... 저는 곧 장대한 삽질을 하게 됩니다. 















;;;;






















 그리고 공항을 나가자 마자 저를 반기는 것은... 






 추위와 비 ^_^;;






 으으 춥다 춥다... 하며 헬싱키에서 샀던 점퍼를 꺼내 입습니다.










 그리고 마구 표지판을 보고 버스 정류장으로 가다가, flybus를 타려고 했는데 옆으로 가라는거에요. 당연하지 Gray Line 표를 끊었으니까. 그래서 옆으로 가서 버스를 탔습니다.



 아아 내리자마자 비로 맞아주는 꿈의 땅 아이슬란드.... 기대했던 그대로다 ^_^;;





 버스는 곧 출발하고, 이 버스는 공짜 와이파이가 됐어요 ㅋㅋㅋㅋ 그래서 이때 아이슬란드에 왔다는 게 너무 설레서 페북에 막 사진을 도배를 했었던 게 기억나네요.



 이렇게 황량한 초원이 펼쳐지다가...






으으 흐려져서 잘 안 보이지만 화산지형!!! 



정말 황량한 검은색 화산토 평원이 지평선까지 펼쳐져 있고, 멀리 산이 서 있는 모습은 정말 장관입니다. 정말 장관인데 제 폰으론 답이 없네요 으아아아아











 솟아오른 화산토와 이끼가 지평선까지 펼쳐져 있는데, 정말 황량함 그자체 ㅠㅠ






황량함 덕후가 된 저의 모습입니다 ㅠㅠㅠㅠㅠㅠ



 
















저의 감정과잉에 공감이 안 되신다면 제가 몇일 후에 화산지형 하이킹 혼자 한 사진들을 올리겠습니다 ㅠㅠㅠ



그건 그래도 서서 찍은 거니까 이거보단 낫겠죠...ㅠㅠ
















 그러다가 슬슬 레이캬비크에 도착할 때가 되니, 구름 사이로 조금씩 푸른 하늘이 보이네요. 











구름 사이로 조금씩 비치는 푸른 하늘, 



그 사이로 정말 신비롭고 따사하게 비치는 햇빛,



그 햇빛이 비치는 황량한 이끼덮힌 화산재 평원, 



그리고 원경으로 물러서 있는 사화산들...


















어릴 때부터 세계지도를 볼 때마다














항상 눈이 가고 생각만 해도 설레던


























남자의 로망 아이슬란드...!



그 아이슬란드에 내가 진짜 왔구나...!




감격에 젖어 마음 속으로 꺼이꺼이 눈물을 흘립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러나 버스 예약부터 첫단추를 잘못 꿴 나는 과연 얼음과 화산과 비와 황량함의 땅 아이슬란드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꼐속










2015년 8월 17일, 월요일




 




 일어나자마자 걱정부터 되었습니다. 우와, 오늘이 당분간 헬싱키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겠구나. 크으... 생각하니 아침부터 가슴이 저릿저릿합니다. 내일 떠나면 25일날이 되어서야 비로소 아이슬란드에서 저는 돌아옵니다. 그리고 26일은 오리엔테이션이구요. 그래, 오늘이 바로 (나의) 헬싱키 최후의 날이구나... 너무 긴장해서 다리가 후덜거립니다.












 게다가 메일까지 와 있습니다. 저는 University of Helsinki, Faculty of Social Sciences의 Economics 전공의 교환학생으로 와 있는데요, Economics 전공을 맡은 튜터 두 사람이 오기 전에 먼저 인사하자고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답장을 썼는데 다른 사람들의 메일의 내용들을 보니 대부분... 20일이 넘어서야 도착하리라는 내용들이네요. 나는 왜이렇게 먼저 온 것인가 ㅋㅋㅋㅋ 그렇지만 뭐 나름 재밌게 지냈습니다! 괜찮아요!











 헬싱키를 많이 구경하지 못한 아담은 수오멘린나를 보러 일찍 나갔습니다. 그러나 나는 일찍 와서 수오멘린나 따위 이미 다 봤지... 어헣헣헣. 저는 관광할 시간 따위 없습니다. 관광은 미루고 아이슬란드에서 필요한 물건 쇼핑하기만 해도 빠듯한 겁니다. 그러니까 출발합시다. 




 늦은 아침의 거리인데 악사들이 연주를 하고 있습니다. 헬싱키도 유럽이구나...를 또 새삼 느낍니다. 파리에서는 정말 전철역마다 악사들이 연주를 하고 있었는데, 길거리 음악 연주는 유럽을 나타내는 선명한 특징 중 하나인 것 같아요. 물론 한국도 요즘들어 많이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유럽만큼은 아니니까요.








 하늘이 너무 예뻐 기분 좋아 찍은, 헬싱키 대학교 건물. 위로 길이 뻗어 있는데 오른쪽은 죄다 헬싱키대학교입니다.






HELSINGIN YLIOPISTO

HELSINGFORS UNIVERSITET

UNIVERSITY OF HELSINKI






 빨리 학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했을 때마다 후회했으므로 그 생각은 집어넣어두...어야 하나? 한국에서 재학생 입장에서 개강하는 것과 교환학생의 개강은 다를 것 같습니다. 그냥 학교에 다시 가는 것과 생판 혼자인 상황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것ㅠㅠ













 그래서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H&M. 저에게 비싼 옷을 살 돈은 없습니다. 싼 옷을 삽시다. 가격도 한국이랑 크게 차이나지 않습니다.










 제가 여기서 사야 할 것은 따뜻한 옷! 지금 핀란드가 적당히 따뜻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따뜻한 옷을 하나도 가져오지 않았을 뿐더러, 심지어 글을 쓰고 있는 지금(9월 8일)까지도 소포를 발송받지 않았습니다. 몇일 전에야 소포 생각이 나서... 진짜 ㅁㅊㄷ ㅁㅊㅇ... 아무튼 아이슬란드에 가야하기 때문에 방한이 되는 적절한 옷을 사기 위해 들렀습니다.




 H&M에서 나오는 옷은 전세계 동일한 것 같습니다. 핀란드에서 반가운 한국어를 봄 ^_^








 그런데 저는 옷 사는 거에 정말 안 익숙해요. 사실 혼자 와서 옷을 사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정말 거의 없어요. 평소에 워낙 옷에 관심이 없으니까... 그런데 여기 와보고 나니까 이정도 가격이면 옷도 어느 정도 살 만하겠다, 싶었습니다. 문제는 핀란드 1인당 GDP는 한국의 2배인데 옷 가격은 한국과 똑같다는 거겠죠. 그나마 H&M이니까 똑같지 더 비싸기도 하다는데 저는 옷에 대해 잘 몰라서... 조용히 하겠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저는 두 벌의 옷을 삽니다.



  



??왜 뜬금없이 블레이져가??  그냥 사고 싶었습니다.





 근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둘 다 정확히 저 옷은 아닙니다. 그런데 저 옷들을 사이트에서 못찾겠음 ... 모자 달린 점퍼는 약 50~60유로, 블레이져는 80유로정도였던 것 같은데 이것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도대체 정확한 게 없네요 ㅠㅠ








 원래 아이슬란드는 비가 자주, 조금씩 오는 곳이기도 하고, 빙하 관광 등을 하려면 필히 방수 점퍼를 사야 합니다만, 저는 그런 걸 살 돈이 없어서... 결국 아이슬란드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저의 다음 목적지는 운동용품 매장입니다. 수영복을 사기 위해서인데요. 물론 저는 서울에 수영복, 수영모자, 수경을 다 갖고 있습니다 ^^ 부들부들... 아 원통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여기 온 것은 아이슬란드의 주요 관광지, 블루 라군 때문입니다.





보기만 해도 입이 뜨억 벌어지는 이 곳은 블루 라군...



 




 사실 H&M에서 반바지를 보고 고민을 했습니다. 그냥 대충 반바지를 살까, 수영복을 살까? 그런데 어차피 지금 반바지도 없어서 반바지 사는 데 돈이 들고, 헬싱키가 곧 추워지기 때문에 반바지 입을 일은 없을 것 같고, 전 어차피 집에서도 반바지를 잘 안 입어서 수영복으로 했는데 지금 보니 반바지가 나을 것 같네요. 수영복도 한 학기 내내 안 입는 건 똑같고 집 가면 원래 쓰던 수영복 있음...시무룩...ㅠㅠ







뭔가 삐까뻔쩍한데 사람은 없는 스포츠용품점, 인터스포트(Intersport). 











아디다스 슬리퍼가 19유로..!












 저거 한 켤레면 저희가 집에서 신고다니는 일반 삼디다스 슬리퍼를 9개나 신을 수 있군요. 


 진짜 슬리퍼뽕에 취해다닐 듯 합니다 ㄷㄷㄷ





 수영복 발견.




 이 사진을 왜 찍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네요. 











 수영복을 막 뒤지다가 60%나 할인해서 파는 15유로? 짜리가 있길래 아싸 이거다 하고 구입하려다가, 혹시나 '안 맞으면 어쩌지'하는 생각으로(너무 크면 어쩌지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수영복을 당겨 봤는데...









아뿔싸.









 아동용이었습니다 ^_^;




 사이즈가 다국적 치수로 적혀 있는데, AUSTRALIA 부분에 센치미터나 인치가 아닌, 6YEAR OLD라고 적혀있네요 ^^







 제가 아무리 말랐더라도 성인 남성의 골반이 들어가기에는 너무나도 작아 보였습니다. 역시 싼 데에는 이유가 있는 법! 또 공돈 날릴 뻔 했네요... 그나저나 그럼 성인용은 싼 게 없단 말인가 ㅠㅠ 하고 울면서 찾던 도중, 정말 디자인이 구려보이는 남성용 수영복 하나가 50%인가 할인하길래 그걸로 질렀습니다.













 평생 팔자에 없는 옷을 사느라 너무나 힘든 시간들을 보낸 저는 처음으로 헬싱키에서 맥도날드를 갑니다...



 학생 식당인 유니카페가 있는 이상 적어도 겨울방학이 되기 전에는 다시는 가지 않을 것 같은 맥도날드. 고급도 아니고 가격은 유니카페가 더 싸니까.











 그러나 정작 메뉴판을 보니 돈이 아까워서... 치즈버거세트를 시켰는데, 참 양이 적네요. 감동입니다. ㅠㅠ.







 맥도날드를 나와 다시 중앙역 쪽으로 걸으니... 하늘이 참 푸른게 뭔가 눈이 시립니다. 눈물이 나네...








 이쯤해서 저는 아담과 연락해서 저녁에 보기로 약속했습니다. 수오멘린나에서 돌아오면, 또 그 대성당 앞에서 만나기로요. 그런데 이제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었다고 하니, 시간을 떼울 곳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다가 적합한 곳을 발견했습니다.



카이사니에미 공원(Kaisaniemi Park)




 위의 지도에서 초록색으로 나타나 있는 곳이 카이사니에미 공원이에요. 도심이라고 할 수 있는 중앙역광장 바로 옆에 있는, 넓고 아름다운 공원입니다. 헬싱키대학 역의 옛 이름이 카이사니에미 역이기도 했어요.





 ...그런데 제가 굳이 이 곳을 고른 건, 2년 전 여기서 개고생하던 일이 떠올라서입니다. 2년 전 3월 초, 친구와 함께 유럽 여행에 오른 저는 헬싱키에서 환승하면서 하루동안 체류하게 되는데... 저는 "3월의 유럽 날씨"란 한국보단 따뜻한, 비 좀 오는 날씨라고 생각했건만, 헬싱키에서 저를 맞이한 건 칼바람과 하늘 끝까지 쌓인 눈... 그나마도 저는 중앙역에 내린 뒤 길을 잘못 들어 도심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카이사니에미 공원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게 됩니다. 이 방황과, 공항 노숙 등으로 인한 피로 누적으로 인해 저는 감기에 걸렸고, 유럽 여행 내내 감기는 저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하... 그런데 그 곳이 이렇게 아름답고 따뜻한 곳이었다니. 눈물이 났습니다. ㅠㅠ






 그리고 분명히 맨 위에서 관광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하다고 써 놓은 것 같긴 하지만 그냥 넘깁시다. 의례적 수사일 뿐이었습니다.










 사실 필터를 안 먹인 게 더 예쁜데 필터 안 먹인 사진이 몇 개 없는데 섞이면 이상할 것 같아 필터 먹인 사진들만 올렸습니다. 역 광장에서 건물 하나만 지나면 나오는 공원이라니 너무 마음에 드는데 같이 올 사람이 없는 게 함정이다...












 카이사니에미 공원에서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던 저는, 이제 슬슬 약속시간이 다 된 것 같아 대성당으로 향합니다. 



 대성당으로 향하던 도중에 지나게 된 에스플라나디. 참으로 평화로운 모습입니다. 그런데...









엥!?
















엥!? 전도몬 그거 완전 한국에만 있는 거 아니냐?



















 그런데 있네요...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떤 미국인 관광객 행렬이 지나가더니... 그 가장 뒤에 있는 사람이었는지 반대편에서 오던 사람이었는지 확실치는 않으나, 한 명이 떨어져 나와서, 길가 카페에서 커피 마시는 사람들한테 고래고래 소리를 지릅니다.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는데, 대충 뭐 이런.




"TRUST JESUS!!! TRUST JESUS!!! JESUS IS COMING!!! END IS COMING"

그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찬송가를 부르더니

"GOD HATES SIN!!! !@()*!@(#_#!(_@# THIS CITY WILL BURN!!!"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너무 황당하고 웃겨서 빵터졌습니다 ㅋㅋㅋㅋ지나가는 사람들도 다 웃고, 카페에 앉아있는 사람들도 황당해서 웃고, 전도몬님만 혼자 소리치다가 가버립니다. 진짜 순간 정신병자를 본 줄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습니다. 사람이 꾸준히 병신같으면 직업이 됩니다.







 ...제가 이 블로그로 생계를 떼우지 못하는 것도, 제가 꾸준히 병신같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좀 꾸준히 병신같아야겠다... 다짐하는 하루입니다.







 사실 제가 전도하는 사람을 본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에요. 중앙역 지하 메트로에서 어떤 아주머니께 기독교 홍보 책자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그냥 책자일 뿐이고, 뭐 추태를 부리거나 강요를 한 것도 아니라서 별로 기분 나쁘지 않았고, 오히려 핀란드에선 전도도 점잖게 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래서 저는 저 사람이 미국 관광객인 것 같은데 정확한 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ㅋㅋㅋㅋ








 어느새 도착한 대성당. 시간은 4시 30분을 가리키네요.








 갓렉산드르 2세 대제님 안녕히 계셨습니까.





 연락이 안 되어서, 근처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를 마셨습니다.





 그래서 커피 받아서 대충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도착했다고 해서 허겁지겁 커피 입에 털어넣고 광장으로 다시 나감ㅠㅠ. 아아 오늘 왜 이러지.







 아담과 함께 카페에를 가려 하는데, 헬싱키대학교 카페가...! 우왕ㅋ굳ㅋ 디자인도 좋고 해서 그냥 드러갑니다.







 어헣.어헣.







 차마 커피를 또 마실 수는 없어서 이번엔 아이스티를... 그런데 먹고 나니까 갑자기 피곤해집니다. 도대체 나따위가 뭘 했다고 피곤한 걸까... 참 자책감이 들지만 그래도 피곤은 운명인 걸 어쩌겠습니까. 집으로 갑시다.






 

 ...게다가 아이슬란드 갈 준비도 안 하기도 했구요. 












...








"You are not prepared."

일리단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는 느낌이 듭니다.










 가는 길에 감자를 산 아담의 선택은 감자향신료오븐구이. 감자를 적당히 자르고, 향신료, 식용유? 등등 해서 오븐에 굽는 건데, 핀란드에 처음 도착했을 때 살았던 곳에서 먹은 요리와 거의 똑같아요.






 우오 흔들렸다.








 그 와중에 전 제가 산 요리들을 셋팅합니다. 특히 피자와 연어. 연어는 이번에는 새로운 걸 시도해 보려고 또 새로운 걸... 가져왔는데 사실 진짜 저게 뭔지는 기억이 안 납니다... ㅠㅠ 감자에 맛들이고, 요즘은 삼겹살도 발견하고, 게다가 유니카페까지 있는 상태에서 연어를 거의 안 먹게 되었네요...








 그런데 여기까지 셋팅된 상황에서, 갑자기 돌발상황이 발생합니다.









 갑자기 현관문이 열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오오 새로운 플랫메이트가 ...!








 새로운 플랫메이트가 도착한 것이었습니다. 우와. 이름은 루카스. 아담과 같이 체코에서 왔다고 하고, 같은 학교를 다니고, 같은 방을 쓸 거랍니다. 충격과 공포.










 어쨌건 새로운 사람이 온 이상 접시도 하나 더 세팅하고 맥주도 하나 더 놓습니다. 








 여기에 감자까지 셋팅 ^오^ 맛있겠다... 이제 먹어야지...


















그런데 ...
























갑자기 두 명의 플랫메이트가 더 도착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 동안 한 명도 안 오다가, 

내가 아이슬란드 가기 직전, 

바로 전날에 세 명이 동시에 오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

말도 안 됨 ㅋㅋㅋㅋㅋ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FOREVER ALONE 










 새로 온 두 명은 네덜란드에서 왔다고 하고, 아담/루카스와 같은 메트로폴리아 대학교를 다닐 거라고 합니다. 한 명은 루크, 한 명은 류드였나. 이름이 확실치가 않네요 요즘 얘기를 안하다보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 플랫메이트의 이렇게 대홍수가 하루에 몰아닥치다니 정말 헬싱키 최후의 날 답구나 ㅋㅋㅋㅋㅋㅋㅋ













 하... 괜히 삼일 전 고독감에 못 이겨 아이슬란드 티켓을 끊었나 싶은 생각이 살짝 들면서 ... 열 시에 방에 틀어박혀, 아이슬란드에 가기 위한 짐을 싸고 침대에 눕지만. 쉬이 잠이 오질 않습니다.









과연 천기섭은 아이슬란드에 무사 도착하여 적당히 뽕을 뽑고 살아돌아올 수 있을 것인가 ...











꼐속









2015년 8월 16일, 일요일






 8월 16일은, 그냥 일요일이 아니라 꽤 특별한 일요일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8월 16일에 제가 찍은 사진이 하나도 없어서입니다. .;;














 휴대폰에서 안 옮긴 게 아닐까 해서 확인해 봤는데, 여전히 찍은 사진 자체가 없습니다. 정말 당혹. 이래서야 일기를 쓸 수가 없습니다. "일기는 그때그때 쓰는 것"이라는 참교육을 해 주시는 선생님같은 날이 바로 8월 16일라고 할 수 있지요. 즉, 역사의 공백기입니다. 그 흔한 먹사조차 찍지 않다니...


















 마치 진시황이 분서갱유를 자행한 것보다 더 어마어마한 역사의 소실, 가히 문명의 붕괴급의 기록 자료의 소실이 저에게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이정도의 기록 문화의 후퇴는 기원전 12~13세기에 고대 중동에서 바다 민족의 침략이 있었던 이후로 처음인 것 같네요 ^오^
















파.괘.한.다.













 그러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사진이 없다면 다른 사료도 있지 않겠습니까? 제가 어딘가에 남긴 기록이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페이스북, 카톡 내역 등을 살펴 보니...





페이스북 메시지/글 없음





어어.. 카톡 발견







8월_16일_유물_제1호.jpg





 저도 정말 당황스러운 게 발견한 게 이게 답니다. 이게 다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ㅁㅊㄷ ㅁㅊㅇ ㅋㅋㅋㅋㅋㅋㅋㅋ 저 귀찮아보이는 모습에서 이 알려지지 않은 하루를 강렬하게 지배했던, 어떤 종류의 귀찮음의 그림자가 느껴집니다. 와 내가 봐도 한심하다 ...













 그런데 말입니다.



 단 하나의 단서가 더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금 제가 연재하는 교환학생 일기 시리즈의 첫 글이었습니다.





 8월 17일 7시 47분. ??? 싶으시겠지만, 핀란드와 한국의 시차는 6시간. 따라서 저는 저 글을 8월 17일 오전 1시 47분에 발행했다는 뜻이고, 따라서 8월 16일 밤에는 저 글을 쓰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제 한밤에는 뭐 하고 있었는지 알아냈네요 ^오^ 아아 대견하다.








 결국 제가 발견한 두 개의 유물과 전날 맥주를 마셨다는 사실, 그리고 아주 희미한 기억들에서 유추할 수 있는 저의 하루는 다음과 같았을 것입니다.












 1. 느지막히 일어납니다. 어제 맥주 몇 잔 먹었다고 머리가 아픕니다. 배도 아픕니다. 그렇지만 일어나기 싫습니다. 마치 이불이 만병통치약이라는 듯이 이불을 덮고 침대에 틀어박혀 최대한 버팁니다. 그러나 어쨌든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어납니다. 그런데 또 앉으니 피곤합니다. 다시 눕습니다. 다시 누으니 너무 편합니다. 다시 잘까 생각합니다.




 2. 아담이 나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제 헬싱키 구경을 못 했으니 오늘 구경하겠다는 겁니다. 알겠다고, 잘 갔다오라고 문밖으로 소리칩니다. 복선이 있게 뭐 그런게 아니라, 뭐 잘 갔다 오겠지. 당연히, 정말 당연히 아무 일도 없을 것입니다. 일어날까... 아 귀찮아.




 3. 시계를 봅니다. 오후 두시. 아 귀찮아. 일단 앉아서 컴퓨터를 켭니다. 네이버 뉴스를 보다 보니 세 시가 되었습니다. 페이스북에 들어가니 생일이랍니다. ㅊㅋㅊㅋ. ㅊㅋ해. 카톡을 날려줍니다.




 4. 이제 슬슬 배고픕니다. 먼저 화장실을 갑니다. 네시가 됩니다. 나와서 사 놓은 주스를 좀 마시고 빵을 꺼내듭니다. 빵을 씹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빵 먹으면서도 핸드폰은 손에서 놓지를 않습니다. 어차피 아무도 없겠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최대한 먹기 귀찮은 속도로 빵을 먹다 보니 어느새 다섯시 반이 되었습니다.




 5. 갑자기 우울해집니다. 머리속에 짤방 하나가 떠오릅니다. 하하 개판이네. 안되겠습니다. 아무래도 이렇게 허탈하게 하루하루를 계속 보내다가는 인생에 현재도 미래도 과거도 없고,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질 것 같습니다. 뭔가를 해야 한다, 머리에 교환학생 생활을 기록하자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6. 그러나 당장은 귀찮습니다. 손도 머리도 발도 너무나 무겁기에... 아... 뭐쓰지... 일리단 짤방을 갖다쓸까... 생각합니다. 생각만 계속 하고 오늘 분량까지 스토리 개드립 구상을 계속 합니다. 그러다 보니 침대에 누워 여덟 시가 되었습니다.




 7. 아차, 안 한 빨래가 떠오릅니다. 빨래를 돌리고 올라오니 아담이 옵니다. 아담과 얘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흘러 다시 내려가 건조기를 돌리고, 얘기를 하다가 건조가 끝난 빨래를 가져옵니다. 열 시가 되었습니다.




 8. 뭔갈 먹습니다. 먹고 나니 한 일도 없는 주제 배는 또 아픕니다. 화장실을 갔다 오니 열한 시, 더 이상 허비할 시간이 없어 보입니다.




 9. 교환학생 일기 포스트 작성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막상 쓰자니 귀찮아서 사진 몇 개 넣고 땡 치고 싶지만 이러면 스스로에게 너무 부끄러워서 겨우 끄적끄적 몇몇 글자들을 씁니다.




 10. 그리고 잡니다.


























 그렇지만 뭐 때때로는 이런 날도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제 경우엔 이게 너무 많아서 문제겠지만. 어찌 보면 오늘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은,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해서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일은 찍은 사진이 아주 많고, 18일에는 아이슬란드로 출국!! 이니까요. 즉,
































내가 무릎을 꿇은 것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꼐속








2015년 8월 15일, 토요일




 어느덧 이역만리에서 지낸 것도 1주째, 핀란드에서 광복절을 맞게 되었네요. 예전에는 외국에 있으면 광복절을 피부로 못 느꼈을 것 같은데, 요즘은 인터넷이 있다 보니까 ^_^ 광복절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집니다. 





 그래서 저도 아침부터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며 오오 광복절 오오...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영화 암살을 못 봤는데, 특히 암살이 보고싶어졌었어요 ㅋㅋㅋ 그러다가 다시 피곤해져서 이불을 올려 덮었습니다.















 사실 뭐 이미 아이슬란드 여행 예매했겠다, 플랫메이트들에 대한 기대는 이미 접었습니다. 여덟 명 방에서 혼자 사니까 뭔가 나 홀로 집에에 나오는 케빈같은! 거대한 집을 혼자 쓰는 거대한 해방감...!이 느껴지기 시작해서 뭐 언젠간 오겠지 싶은 생각으로 뻗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덜컹, 덜컹,







갑자기 들려오는 문고리 소리에 신경이 곤두섭니다.










미지와의 조우...








 정작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날이 왔는데, 엄청나게 떨렸습니다. 과연 오늘이 우리나라의 광복절임과 동시에 저에게도 고독으로부터 해방되는 날이 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스트레스가 추가되는 날이 될 것인지...




 


 아무튼,







HELLO!!!!!!







 제가 만난 것은 캐리어를 옮기며 이제 막 현관문을 젖히고 들어온, 한 명의 유럽 청년이었습니다. 검은 머리에 검은 눈, 땀, 선해 보이는 눈동자, 곱슬머리, 선명한 이목구비,






 솔직히 위에 쓴 불안감은 그 전에 느꼈던 거고, 막상 사람 보니까 너무 반가워서 헬로!!!!를 외치며 캐리어를 손수 옮겨드렸습니다 ㅠㅠ













 그리고 캐리어가 어느 정도 정리되자, 이 친구가 꺼내놓은 것은...




알콜 럽...♥






 일회용 컵까지 준비해 온 치밀함을 보인 친구는 바로 술을 꺼내듭니다. 진심 너무 마음에 듭니다 ㅠㅠ





 저 병 안에 든 술은 친자노는 아니고, 할머니께서 운영하는 양조장에서 만든 술이라고 합니다. 도수는 약 50도...!





 고독했던 세월을 떠올리며 원샷 ㅠㅠ










 간단한 먹을거리를 먹으며 얘기를 합니다. 저와 같이 핀란드 교환학생을 온 이 친구의 국적은 체코, 이름은 아담, 전공은... 공대였던 것 같은데 세부전공은 잘 ~_~ 헬싱키 대학교가 아니라 메트로폴리아 대학교를 다니러 왔다고 합니다. 오늘 착륙해서 바로 여기로 왔다고. 으아아 너무 반가워여...




 체코어로 고마워는 데뀨유, 건배는 나즈데라비~





 지금까지도 거의 제일 많이 쓰고 있는 체코어, 나즈데라비 ㅋㅋㅋㅋㅋㅋ





 우리의 새 플랫메이트는 짐을 정리하고, 저는 다시 침대에 눕습니다. 으아아아 이게 인간의 삶인가. 조금 쉬고 저녁에 같이 근처 펍에 가서 맥주를 가볍게 한 잔 하기로 합니다 ^오^





 그렇게... 누워서 빈둥거리다 컴퓨터 하다가 아무튼 시간이 가고...







 해가 지고 있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정말 나무가 많아요 ㅋㅋㅋ 녹지에 감동하며 펍으로 갑니다.










 사실 콘툴라는 그냥 주거지역이고 딱히 번화가도 아니라서, 그렇게 막 재밌게 놀 곳은 없어요. 콘툴라 역 근처 마트들 있는 곳에 레스토랑, 패스트푸드점, 펍 몇 군데가 있는데, 그냥 그 중 아무데나 들어갔습니다.




 맥주 한 잔씩 시키고 착석.





 ...했는데,







 자리가 부족하다고 핀란드 아줌마아저씨들이 옆에 앉아버렸습니다.






 흠좀무 ...






 덕분에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아





 그리고 여기 들어올땐 몰랐는데 가라오케였습니다. 노래방 기계가 있고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는데, 잘 못 부르는 것 같은 사람들도 나와서 열심히 부르더라구요 ㅋㅋㅋ 게다가 노래방처럼 밀폐된 것도 아닌, 불특정 다수가 듣고 있는 이런 펍에서... 뭔가 잘 불러야만 뽐낼 수 있는 한국이랑 다른건가 패기넘친다 싶기도...





 그런데 문제는 가라오케 노래소리 + 옆의 아저씨아주머니들 말소리때문에 저랑 아담이랑 얘기해도 하나도안들림 ㅠㅠㅠㅠ ㅋㅋㅋㅋㅋㅋㅋ 하...





 조금씩 재미가 없어지던 중, 옆의 핀란드 아주머니가 말을 겁니다. 다만 핀란드 아주머니는 반대편에 있어서 주로 아담에게 말을 거네요. 그치만 뭐 미안해서인 것 같고 ... 그냥 핀란드 물가가 비싸냐, 어디서 왔냐 이런 것들을 물어봅니다. 아담이 "핀란드 물가 되게 비싸다"고 해서, 제가 "한국보다 싼 것도 있다."고 말하려 했는데, 너무 시끄럽고 해서 테이블 건너로 말은 못하겠고 ... 그렇게 그렇게, 시간이 가다가...!
















갑자기 아주머니의 질문



















"Where is your mother?"

(번역: 니 어무이 어디 계시노?)















뭐지... 패드립인가?

(진지하게 당황했습니다. 아주머니...야갤하세여...?)
















도저히 맥락을 파악할 수 없는 질문에 당황한 제가, 


더듬으며 "어무이는 한국에 계시지예."라고 말하자, 


아주머니의 손이 움직입니다.


















2*2=4유로행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아주머니는 덧붙입니다. "어머니가 같이 안 계시고 이렇게 떨어져 있으니까, 마치 내가 어머니가 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니까 이 돈을 받으려무나."





 오오 핀란드 아주머니 오오 감동...이긴 한데, 도저히 감동을 받지 못함 ㅋㅋㅋㅋㅋㅋ 저도 당황하고, 아담도 당황하고, 






 애초에 아무리 우리가 여기 비싸다 비싸다 해도 쓸 돈이 없었으면 왔을 리가 없잖아요 아주머니 ㅠㅠ


 



 급하거나 아쉬울 때 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무난하게 잘 지내고 있는데 갑자기 뜬금없이 동전 두개를 주니 거지가 된 것 같은 이기분...

















나이 25에 글로벌 거지행ㅋㅋㅋ









 이렇게 또 인생을 배우네요.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의도를 전달하는 방법이 나쁘면 소용이 없다. 넵. 저는 유럽 와서 처음으로 기분이 상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 게다가 거절을 하는데, 아무리 거절을 해도 받아들이질 않습니다. 전 받고 싶은데 체면 때문에 거절하고 있는 게 아니에요. 진짜 받기 싫어요 아주머니 ...











 그렇지만 저는 정말 힘들게 거절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왜냐?





















★일류가 되기 위하여...★

물론 일류라 해봤자 일류거지행...















 4유로를 거절하기 위해 진땀을 빼다가, 묘수를 떠올렸습니다.






 사실 지금 체코 플메도 그렇고, 유럽인들은 대체로 동양 국가들에 크게 관심이 없고 있다 해도 피상적인 관심이 대부분입니다. 아무래도 현대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서구 문명의 발상지가 유럽이다 보니, 유럽 이외의 나라들은 유럽의 문화 등에 관심이 많은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요즘 TV에서 한류 한류 아무리 떠들어도, 그런 한국 대중문화를 즐기는 것 자체가 주류문화는 아니에요. 물론 요즘 들어 늘어나긴 했지만 그럼에도 거의 백에 한 명 정도죠.








 게다가 그 동양에 대한 관심의 대부분은 인도, 중국, 일본... 한국은...



















더 이상 말이 必要韓紙?















 즉 한국이란 나라를 잘 아는 사람은 거의 없고, 동양은 막연히 이럴 것이다-는 생각만 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이라면 더더욱 그러하구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주머니, 매우 감사합니다만, 한국의 전통에 의하면 처음 만난 사람에게 돈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돈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자 그전까지 돌려받기를 완강히 거부하시던 아주머니도 굉장히 뻘쭘한 표정으로 돈을 거둬들이심... 그리고 저와 아담은 ㅌㅌㅌㅌ







 하.............................








 돌아가면서 저희는 어이없음을 공유하며, 도대체 왜 그 아주머니가 그런 행동을 했을까, 요인 분석을 해 보았습니다.








1. 아담이 "핀란드 물가가 정말 비싸다."고 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가장 유력한 가설. 그래서 아담은 다음에 핀란드 물가에 대해 물어본다면 그냥 "Shut up"해야겠다고 언급합니다. ㅠㅠ





2. 내가 후줄근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제가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밖으로 내뱉지 못한 요인.






2-1. 어찌 보면 아담도 후줄근하게 생겼다.

 게다가 그날 도착한 밤이라서 피곤했죠. 아담아 미안하다. Promiňte.






3. South Korea와 North Korea를 착각했다.

 가능성 있음.














뭐 그 아주머니에게 물어보지 않는 이상 진짜 이유는 알 수 없겠지요 ... 





















진실은 저 너머에...










2015년 8월 14일, 금요일




 어제 제가 마지막에 헤어드라이어와 슬리퍼를 산답시고 몇 시간을 허비하셨던 것을 글을 열심히 읽으셨던 블로그 독자 분들은(그런 분이 계실진 모르겠으나)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덕분에 관광 스팟은 우스펜스키 성당과 에스플라나디 공원 정도밖에 가지 못했었죠. 













 제가 여행객 신분이었다면 빡세게 돌아서 헬싱키를 이미 다 보고도 남을 만한 시간이 흘렀지만, 학기보다 먼저 와서 체류 중인 교환학생이라는 어정쩡한 신분에 어정쩡한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 보니, 여행 일정도 어정쩡하게 틀어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젠 그 어정쩡한 상황을 탈피하고자, 가져오고서도 거의 활용도 못한『론리 플래닛 북유럽』에 있는 주요 관광지들을 가 보고자 결심했습니다.













 즉, 앞으로의 모든 헬싱키 시내 관광을 끝내기 위한 관광이 시작된 것입니다.










THE TOUR TO END ALL TOURS...








 관광을 결심한 저의 마음가짐은 마치 1차대전당시의 자원병들처럼 결의와 희망에 가득차 있습니다. 이런 희망이 참호전의 절망으로 바뀌는 일이 없어야 할터인데 과연 ㅠㅠ










 이런 비장한 결의에 힘입어 저는 아침에 일어납니다. 아침 오오. 대체 아침에 일어난 것이 얼마만인가... 













 그리고 갑자기 든 생각이 있었습니다.



 내가 다시 핀란드에 온다면, 언제 다시 오게 될까? 아마 시간이 꽤 흐른 뒤가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이 앞으로 10년간 핀란드에서 보내는 마지막 여름이 될텐데, 다시는 갈 수 없는 곳을 찾아가는 게 맞지 않을까?

















... 마치 백년의 고독 같았던 기나긴 고독의 끝에서 저는 결심했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아이슬란드로 간다!



그래 이것이 나의 인생... life...






 돈, 방한, 방수, 언어, 체력 등 뭐 하나 걱정되지 않는 게 없었지만, You Only Live Once, 다음에 아이슬란드에 갈 기회가 되었을 때는 서른다섯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잠결에 아침에 저의 모습을 생각하며 문득 든 생각이, 점점 더 마음 속에서 힘을 얻고, 자라나서, 결국 저의 마음이 되어버렷...!











 뭐 당연히 아이슬란드 가려면 지출이 많겠지만 귀국해서 열심히 노오....력하면 이정도 지출은... 메꿀 수가...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습셉습...









그런데 비행기표 예매하는데 돈 아끼려다보니 굉장히 힘들고 귀찮고 화나는 상황에 놓여 두시간동안 컴퓨터 붙잡고 고생했습니다.. ㅠㅠ 결국 모든 관광을 끝내기 위한 관광은, 오후가 되어서야 출발하게 됩니다. 





 비행기표 예매의 빡침부터 시작해서 아이슬란드 여행의 모든 것도 블로그에 열심히 쓰겠습니다. 사실 루즈했던 헬싱키 생활보다 정말 '여행객'처럼 인텐시브하게 살아서인지 할말은 진짜 많고 생각한 것도 정말 많았는데... 많았는데 ㅠㅠ 벌써 머릿속에서 조금씩 사라져간다니 슬프네요.




 아무튼, 헬싱키 시내 관광 출발합시다.






 정오의 헬싱키 거리. 필터 먹이니 아침같네요. 아침이라 생각하니 기분이 산-캐☆해집니다.







 저의 첫 목표는 '바위 교회(Rock Church)'라고도 불리는 템펠리아우키온키르코(Temppeliaukion Kirkko)입니다. 사실 저에겐 헬싱키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축물이었어요. 




 물론 헬싱키 대성당이나, 우스펜스키 대성당도 나름 괜찮고 멋진 건물입니다. 특히 헬싱키 대성당은 알렉산드르 2세의 동상이 서 있는 의사당 광장에서 보면 다른 대성당에 크게 꿀리지 않죠. 그렇지만 아무래도 화려하고 큰 스케일의 교회들이 엄청나게 많은 프랑스나 독일, 특히 이름난 교회들이 즐비한 이탈리아를 생각하면...





 그치만 템펠리아우키온키르코, 즉 바위 교회는 핀란드만의 독특한 멋을 상징합니다. 위로 치솟는 것도 아니고, 화려하고 세밀한 것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엄숙하고 장중하면서도 소박한 모습을 지니고 있어요. 그야말로 자연과 하나되고자 하는 핀란드인들의 염원을 나타낸 듯한 느낌.






 ...쓰다 보니 규모 면에서 중국에 밀리는 한국의 건축을 홍보하는 문구와 비슷한 것 같지만, 뭐 실제로 그러니까요. 실제로 한국의 건축도 그런 고심의 흔적이 엿보이고 자연스러운 멋이 있고, 그게 한국의 미로 세계에 알려지듯이, 이 경우도 마찬가지로 느꼈습니다.






 보수 공사중이라 뭥미 싶었지만 내부로 들어가는 것은 상관없습니다. 참고로 화장실 사용로는 1유로. 이 앞에서 한국인 패키지 관광객들을 만났는데 아주머니들께서 가장 먼저 전해주신 정보였습니다.







 이건 보수공사를 하지 않을 때의 항공사진. 그 블록내의 지형들까지 하나의 건축물처럼, 높지 않게 유기적으로 자연스럽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다만 주변이 다 높은 층의 빌라들이다 보니 좀 벙커같아 보이기도 하네요.









 천장으로 들어오는 빛.





 바위 교회의 내관. 예술 잘 알지도 못하는 놈, 즉 예알못인 저에게도 정말 멋지고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천장은 돔으로 막혀 있지만 돔과 땅 사이의 창살?로 쏟아져 내려오는 빛이 너무 찬란해서 쓸데없이 감동먹었습니다. 어헣...헣





 

 이건 구글에서 찾은 내관 사진. 정말 다시 봐도, 핀란드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운 건축물입니다.






 바위 교회에서 나온 저는 다음 목적지를 국립박물관으로 잡고 그쪽으로 향합니다. 중앙역 북서쪽에는 약간 먼 바위 교회를 제하고도 국회의사당, 국립박물관, 음악회관, 키아스마(현대미술관) 등이 몰려 있어서 예술에 관심 많으신 분들은 행복한 플레이스일 것 같아요 :D









 지나가다 본 자연사 박물관. 흥... 바위 교회의 멋을 알게 된 나에게 이런 건축물은 흔한 패턴의 반복일 뿐이라능...! 전혀 멋있지 않다능...! 그러나 츤츤대면서도 핸드폰은 건물을 향합니다.





 또 지나가다 본 국회의사당! 핀란드어 아주 잠깐, 잠깐 공부할 때 본 그 Eduskuntatalo를 볼 수 있을까 했는데 뭔가 공사중이라서 감히 접근을 못했습니다. 다가가면 또 공사 안 하는 업무 건물이 있을 수도 있지만, 글쎄... 난 국립박물관을 먼저 볼거야 하면서 달립니다.









 그리고 국회의사당/국립박물관 건너편엔 음악회관(Musiikitalo)이 있습니다. 그리고 음악회관 오른쪽으론 쉴 수 있는 계단형 풀밭이 펼쳐져 있어서, 핀란드 사람들이 맥주 마시면서 소풍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이렇게요 ^_^;







 여기서 폴란드 할아버지 한 분을 만났습니다. 사진 찍어달라고 하셔서 찍어드렸는데, 서울에서 마라톤도 뛰셨다네요. 활력이 넘치는 모습을 보니 굉장히 젊게 사시는 듯 했습니다. 나도 나중에 저렇게 살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정면에 보이는 측면이 반원처럼 생긴 건물이 바로 현대미술관 키아스마! 이 풀밭 주변은 대부분 이런 스타일의 유리궁전 건물로 둘러싸여 있어서 마치 잠깐 서울 강남으로 돌아온 듯 했습니다. 다만 그런 생각이 들만하면 갑자기 바람님이 귀싸대기를 날려주셔서 다시 현실로 돌아옴.






 저기 보이는 정원에서 왼쪽 펜스쪽을 지나 내려가면 또 큰 광장이 나옵니다. 사실 한국은 광장이라고 할 만한 게 서울광장밖에 없어서 아쉽죠. 한국이라는 나라의 문화도 그렇고, 좁은 땅덩어리에 5천만이 모여 산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고 해서, 광장을 더 마련하기가 사실상 힘든 것 같아요. 야심차게 시도한 광화문 광장도 아직은 반쪽짜리니까요.









 그래서 광장 파노라마를 찍었는데 뭐 당연히 티스토리에 풀샷으로 올라갈 리가 없지.

 









 드디어 멀리 국립박물관이 보입니다.






국.립.박.물.관




 그런데 카운터에서 충격적인 소식을 접합니다. 바로 매주 금요일 16시 이후로는 무료입장!!!! 오예!?!?


 제가 카운터에 도착한 시각은 14시 40분. 따라서 1시간 20분만 참으면 무료 입장이 됩니다. 참지 않으면? 사실 입장료가 잘 기억은 안 났는데 비쌌던 것 같습니다. 기억못해서 죄송합니다ㅠㅠ 다만, 학생 할인 있습니다.







 물론 제가 그냥 공짜로 보려고 했던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단 한 시간에 6유로였나... 5유로였나... 아무튼 돈을 지불하고, 문화를 사랑하고 핀란드에 관심이 많은 한국 학생이라는 이미지를 알려 국위를 선양하고 국격을 증진시키고... 나아가 세계 평화에 공헌하고... 그러나 아무리 이런 헛생각을 해봤자 5유로라니, 박물관 두번이면 어제 눈물을 머금고 안 산 쓰렉같은 슬리퍼 한 쌍을 살 것이며, 네 번이면 괜찮은 슬리퍼 한 쌍을 살 것이라 생각하니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지금 계산해보니까 이거 거의 감자 6kg급이네. 근데 여기서 뭐든 감자가격이랑 비교하면 돈아까워서 하나도못사긴합니다 ㅠㅠ





 한편, 저는 지도에서 박물관 내에 카페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남은 1시간여동안 국립박물관 카페에 가기 위해 열심히 국립박물관을 배회합니다.




 지하 1층에 있다길래 처음엔 주출입문 왼쪽에 아래에 있는 반지하스러운 입구에 초인종을 눌러보았으나 거절...




 I don't speak Finnish. En puhu Suomea.




 그리하여 ...



 박물관 뒤쪽 정원을 돌아;;
















 표지판이 가리키는 문을 열려고 했으나 엥? 카페가 아니네?













 결국 카페로 통하는 문을 발견합니다. 무슨 카페 하나 가려고 박물관을 뺑 돌게 만들어놨나 싶어 헛웃음이 나옵니다.














 이렇게 찾기 힘든데 사람이 있을 리가 있냐 ㅗㅗㅗ


 사실 여긴 일종의 중정(中庭, 그 중정 말고)이라 실내 좌석이 더 있는데, 역시 기껏해야 두세 명 정도 앉아 있습니다. 로비에는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도요.











 배가 고팠기에 눈물을 머금고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으며, 여기 찾느라 시간 허비해서 딱 한 시간이 된 대기 시간을 기다립니다. 물론 저것들이 굉장히 비쌌던 건 기억나는데 얼마인지는 기억이 안 나네요 ^_^;;








 네시가 땡 하자마자 올라가서 관람하려고 하는데, 굉장히 빡치는게 카페와 로비는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그러니까 문으로 들어가서 왼쪽에 카운터를 지나서 직행해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카페였어요. 그런데 카운터가 좀 앞쪽에 있고 그 사람들 진입 막는 줄같은 것도 조금 있어서, 이쪽은 막혔나보다... 해서 안 들어간거였는데, 어차피 다른 입구 있는 거였으면 막힌 것도 아니었잖아? ㅠㅠ 저의 지리감각이 박약한 것인지 국립박물관의 안내가 너무 불친절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모르겠어요 ㅠㅠ









 핀란드 국립미술관에서는 핀란드의 역사를 간략하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고대, 중세의 고고학적 유물들부터 스웨덴 지배 이전의 핀족, 스웨덴 지배기와 러시아 지배기의 유물들이 모두 전시되어 있습니다. 시간이 많다면 천천히 둘러보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저는 두 시간이라는 시간제한에 너무 쫄아서 앞부분 대충대충 보고 괜히 혼자 마음 달아서 빨리빨리 왔더니, 한시간 이십 분만에 다 봤음 ^_^;; 이게 본 건지 안 본 건지 대체..노..답..






 어쨌든 봤다 치고 대충 뛰쳐나온 저는, 아까 눈으로 찍어놓은 키아스마로 향합니다. 건물 전체를 찍은 사진이 없어서 구글링 사진으로 대체... 일단 기본적으로 멋집니다. 으어어.






 한국도 지방 역들에 유리궁전을 마구 짓고 있는데, 천편일률적인 코레일식 유리궁전 말고 디자인의 미를 살려서 지을 수 없을까, 아쉽습니다.





 키아스마 안내 책자들. 웃긴게 영어 책자는 누군가 다 가져갔는지, 없어요 ㅋㅋㅋㅋㅋㅋ 제가 경비원께 물어보니까 그분도 저 책자들을 뒤져보시더니 결국 전시용 하나 가져옴.



키아스마 안내책자.






 그치만 고심하던 저는 결국 키아스마를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여기 입장료가 12유로인가 그랬거든요. 또 슬리퍼와 감자가 떠오릅니다. 사실 예알못인 저에게 예술에 12유로는 정말 크나큰 지출인 것입니다 ㅠㅠ 아 저처럼 예술에 무지한 자들, 예술의 멋짐을 모르는 불쌍한 자들 때문에 한국 예술이 시련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요? 갑자기 국가와 공동체, 그리고 예술이라는 관념 자체에 대한 죄책감마저 느껴집니다 ....







 하.....
































못난 국민을 둔 대한민국 예술에게 정말 드아아아아아앜!! ㅠㅠ

















... 그치만 사실 키아스마에 들어가지 않은 것은 다른 이유도 있었습니다. 바로 매월 첫째주 금요일에는 키아스마가 공짜! 이건 아까 국립박물관처럼 시간제한도 없어요 ^_^; 따라서 만약 키아스마를 돈 내고 봤는데 나중에 금요일에 시간이 남게 되면, 아아 그때 키아스마에 돈 써서 어떡하지... 하고 부들부들 이불킥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헣.




 바로 이 글을 쓰는 글쓴이 기준으로 어제, 즉 9월 4일이 9월 첫째주 금요일이었습니다. 저는 10월이나 11월에 갈까 생각중입니다 ^_^;







 이렇게 예술에 대한 마음 속으로의 석고대죄를 마치고 저는 다시 키아스마 밖으로 나왔습니다.













 키아스마 앞에는 핀란드의 국부(國父), 만네르헤임의 동상이 서 있습니다. 핀란드 내전, 겨울 전쟁, 계속 전쟁(+라플란드 전쟁)의 세 번의 전쟁에서 핀란드를 구해내고, 종전 후에 대통령을 역임하면서 냉전 시기 외교전까지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핀란드의 독립을 지켜낸 영웅입니다. 핀란드 역사상 유일한 '핀란드의 원수' 칭호 소유자이기도 하죠. 갓네르헤임이라고 불러봅시다. 갓-네-르-헤-임.











 뭔가 혼자 높아서 튀는 우체국 건물. 저거 보니까 한국에서 짐 받아야 하는 게 생각이 나네요. 아마 저때 물건들 보내달라고 했으면 지금쯤 슬리퍼 신고 있을텐데 이게 뭐람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남은 주요 관광지를 모두 구경한 저는 기쁨에 겨워 귀향하고, 저녁을 먹기로 합니다. 그리고 오늘의 저녁은...





















 인스턴트 피자 ^_^








 게다가 가격도 꽤 착합니다! 정말 사줍쇼 하는 수준. 감자보단 비싸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야?











 그래서 저는 피자를 가져와서 요리하는데...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게 있습니다.





 피자는 전자레인지가 아닌, 오븐에 구워야 합니다.



 물론 전자레인지용 피자도 있는데, 그럴 때는 겉 박스에 전자레인지에 돌려도 된다고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보통 그 시간은 1분30초나 2분 정도에요. 전 박스에 12m 적혀있길래 전자레인지에 12분을 돌렸더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빵이 돌이 되어버림 ㅋㅋㅋㅋㅋㅋㅋ








 집에서 오븐을 써본 적이 없으니... 인스턴트 피자라면 당연히 전자레인지라고 생각했건만 ㅠㅠㅠㅠ  하...




 아무래도 이 동네는 오븐이 요리할 때 매우 대중적입니다. 특히 체코에서 온 플메들이 자주 쓰더라구요. 네덜란드 애들은 맨날 놀러다니고 저랑 중국/러시아애들은 팬을 사용하는데, 체코애들은 오븐바라기임.




 그리고 저번에 산 치즈 개봉...!












  아무래도 치즈+피자라니 좀 느끼하겠죠. 그래서 올리브, 빵, BLACKBERRY CIDER가 있습니다. 우하하. 피자 가장자리 빵이 엄청 딱딱하긴 했는데 사실 저떈 뭘 모르고 먹던 떄라서 그냥 뭐 나름 맛있게 먹었습니다 ㅋㅋㅋㅋㅋ 싼 피자라서 이런가보다 싶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하... 그래도 오랫만에 관광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 맛있게 먹었습니다. 사실 제대로 본 건 바위 교회밖에 없지만서도 ^_^

















 사실 혼자서 여행하는 것도 괜찮긴 한데, 제 경우에는 '여행자'가 아니고 '교환학생'이라는 애매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어서 ^_^;; 괜히 외로움을 더 탄 것 같고, 과감한 시도를 하지 못하고 헬싱키에서 루즈하게 보낸 것 같아요. 교환학생 하면서 빨리 도착해서 유럽을 즐기시려면, 아예 여행자!라고 생각하고 개강 전 계획을 철저히 짠 다음에 헬싱키에 오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물론 나도 그걸 모른 건 아니었고, 그냥 게임이 하고 싶었을 뿐이었지.

















 헬싱키의 로빈슨 크루소 생활도, 10일까지 포함하여 오늘로 ★5일째★가 되었습니다. 내일은 사람이 도착할까요? 그 사람은 식인종일까요, 해적일까요, 아니면 우호적인 사람일까요? 아니면 프라이데이처럼 둘 다일까요? 















 진실은 저 너머에... 











2015년 8월 13일, 목요일






 앞의 글을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HOAS 기숙사 내에서 심각한 히키코모리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습니다. 이틀 동안 혼자서 방에 틀어박혀...는 아니고 가끔 마트에 갔다오는 것 말고는 하는 일도 없이, 지나가는 시간을 무심히 바라보며 하루...이틀...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뭐, 당연히 헬싱키 시내로 다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헬싱키가 넓은 도시는 아니지만, 아직 못 본 곳이 더 많으니까요. 게다가 휴대폰도 개통을 안 했고, 필요한 물건 몇 개도 없다 싶어서 나왔습니다.













그리하여 ... ^_^




























 숲을 보고 너무 흥분해서 필터떡칠 사진을 찍습니다. 아아 핀란드 숲 너무좋음 ㅠㅠ






 한국가면 숲 대신 신림동에 깔린 시멘트 아스팔트만 봐야한다니 약간 눈물이 나네요. 그만큼 나에게 여기에서의 시간이 소중한 거구나 하는 생각이 나 약간 감동. 나중에 꼭 신림동에 나무를 심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하는 초딩스러운 생각을 1초간 했다가 재개발 보상비 등등 복잡한 문제가 생각나므로 바로 포기합니다. 뭐 어차피 관악산이 있잖아?













 이날 참 기분이 High했던 모양인지, 콘툴라 역으로 가는 길에서도 사진을 찍었네요. 하늘이 참 예쁩니다. 폰카로 이정도 하늘의 질감이 나오다니 괜히 제 휴대폰에 감동하게 되는 하루입니다. 그나저나 시간이 좀 되어 보이네요. 늦게 나간듯.







 먼저 중앙역 R kioski에서 심카드를 삽니다. 여러 회사 걸 파는데, 저는 친구한테 들어서 가장 싼 elisa - saunalahti의 카드를 샀습니다. 서울대 교환학생 후기를 보면 안 좋다고 쓰지 말라고 쓰여 있긴 한데... 사실관계는 잘 모릅니다. 확실히 처음에 잠깐 데이터로밍 땐 속도 느려서 빡쳤는데 그래도 싼게 비지떡이죠. 핀란드는 비싼 나라입니다. 금수저들은 그걸 몰라요.







 심카드 가격은 6유로였던 것 같습니다.








 적당히 뜯어서 꽂아주면 해결. 심카드 뜯어낸 부분이 커 보이지만, 3단계인가 여러 단계로 분리할 수 있게 되어 있으므로 자신의 폰에 맞게 잘 분리해서 쓰면 됩니다.






 일단 이 상태는 폰에 '6유로'가 충전되어 있는 상태일 거에요(잘모름). 이 카드를 꽂은 뒤, 인터넷에 접속하여 설명서에 안내된 사이트에 접속하면, 여러 패키지들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론 데이터 패키지에 다들 관심이 많겠죠. 여기서 뭐 전화나 문자 많이 할 것도 아니고 요즘 스마트폰이면 다 되는 세상에. 





 제가 구매한건 자그마치..




데이터 6개월 무제한, 27.8유로




 오오...






 오오...






 물론 속도는 느립니다. 3G라서, 사진 여러개 볼땐 힘들어요. 그래도 크게 무리는 없는 수준이고 가장 기본적인 메시지, 페이스북, 지도가 되니 개이득. 처음엔 느려서 속터지는 줄 알았는데 적당히 위키질도 되고 아무 무리 없습니다.





 한국 통신사들은 왜 3G를 못쓰게 하고 LTE만 쓰게 하는 건지, 부들부들...




 대기업의 독과점과 정부의 묵인으로 인한 죽창유발정책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냥 소비자들의 선호 때문일까요? 




 3사 중 한 회사라도 3G 지원해주면 좋겠는데 ㅠㅠ










 웬일인지 찍은 핀란드 복권. 여담이지만 핀란드는 도박을 굉장히 좋아하는 나라 같습니다. 동네 마트나 펍 등에도 도박 기계는 항상 있어요. 가끔 마트에서 아주머니들 장바구니 들고 꿍한 표정으로 도박하고 있으면 약간의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중앙 역 광장 등에는 카지노도 있는데 이건 뭐 그렇게 크게 위화감은 안 느껴지지만 작은 술집에도 슬롯 머신 꼭 하나씩 있는 거 보면 뭥미 싶습니다. 심심한 겨울에 도박이라도 해야 해서일까요, 아님 뭐 바다이야기와는 다르게 핀란드에선 도박 허용해도 중독자가 크게 안 나오기 때문일까요. 핀란드인 친해지면 물어봐야할듯. 






 그리고 드디어 정보문명의 이기를 손에 넣은 저는 우스펜스키 대성당으로 향합니다.




가면서 찍은 역광장. 이때까지만 해도 Dinner in the Sky는 하는 중이었구나.



가면서 찍은 알렉산데린카투.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은 헬싱키 대학교 건물입니다.




가면서 찍은... 엥?







그렇습니다.




우스펜스키 대성당이란 곳을 가려면 헬싱키 중앙역에서 어차피 헬싱키 대성당을 지나서 가야됨 ㅎ.ㅎ;




저번에 한번에 봤으면 좋았을텐데...같은, 이런 패배주의적인 생각은 집어치우고, 그냥 도심 경관을 더 보게 되었으니 좋아라 합시다.




그리고 위에서 보시다시피 헬싱키 대성당 앞엔 뭔가 거대한 천막이...! 진짜 여긴 항상 뭔가를 해요 ㅋㅋ














그리고 마침내 시야에 들어온 우스펜스키 대성당...!






오오... 우스펜스키 오오...







이날의 기분에 맞게 셀카를 하나 찍어봅니다.














...


이 사진에 대한 저의 느낌은, 제가 페이스북에 올렸던 아래의 글로 대신하도록 하겠습니다.





 살아있는 셀카계의 인간문화재이자 빛의 마법사 박지우 여사는 여행지에서의 사진에 대해 일컫기를, "내 얼굴이 안 들어갈 거면 그냥 인터넷으로 보지 왜 가서 사진을 찍냐"며 "무조건 내 얼굴이 나온 사진을 많이 찍어야 한다."고 일갈하였다. 

 그러나 나는 오늘 처음으로 박지우 여사의 견해를 참고하여 사진을 찍다가, 박지우 여사가 말한 "나"는 일반명사로 청자들을 가정하고 쓴 단어가 아니라 오직 그녀만을 일컫는 단어였음을, 평생 셀카 안 찍다가 셀카봉도 없이 짧은 팔로 찍어보려다 내 머리가 정작 건물보다 크게 나오는 이 경악스러운 사진 구도 속에서 표정도 망가지고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는 이 현실을 통해 깨닫고 말았다...ㅠㅠ

 아무래도 사진에 얼굴을 넣기에는 "인증"의 쾌감이 내 얼굴이 들어감으로 인해 사진에 발생하는 "미적 요소의 저하"를 상쇄하지 못하기에 일단 어디서 뭐라도 배워 얼굴크기를 줄이기 전까지 이런 사진들은 찍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제가 이 때는 몰랐는데, 바로 길을 건너가면 올라가는 길이 있더군요. 그렇지만 몰랐던 웬지 앞이 절벽같아 뒤로 올라가기로 하고, 부두 쪽으로 갑니다. 그런데 여기가 너무 예뻤어요. 




와 정말


여기가 헬싱킨지 베니슨지


예뻐서 한참을 쳐다봤습니다.





여길 돌아 뒤로 경사길을 올라가니 나타난....













우스펜스키 대성당.


휴대폰 좀만 더 들어올려서 바닥 자르고 첨탑 살릴걸... 부들부들











 관광객들이 많습니다. 저 분들은 한국인 중년 관광객.











 우스펜스키 대성당에서 찍은 지나온 길. 뭐 딱히 높은 곳이라 할 것도 없지만서두. 없지만서두... 이날 왜이렇게 기분이 좋았지? 사진을 막 찍었네요.


 날씨가 정말 좋아서 그랬나보다. 하늘이 참 예뻤어요.










 이때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서, 게다가 전역한 후임들이 페북에 전역했다고 소식을 올려서 하트 셀카도 찍었습니다.




 은셔갸 죄경아 샬앙행






 여러분 저는 마약하지 않았습니다.

























여긴 제 셀카...에 배경으로 나온 경사진 풀밭입니다. 사람들이 한가롭게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걸 볼 수 있어요. 헬싱키 사람들도 많고 관광객들도 많이 있어서 저도 휴식을 취해볼까 했는데,


햇살이 너무 따가움ㅠㅠ


다들 엎드려 누워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엎드려 등에 햇살을 받으며 좋아하다가 제가 낭비한 시간들이 생각나 이러면 안되겠다 하며 일어나 다시 관광길에 오릅니다.















대성당 내부.




헬싱키 대성당과 다르게 여긴 외관도 내관도 정교회 양식이죠. 그런데 지금은 정교회 교회가 아닌 걸로 알고 있습니다.







대충 대성당을 한 바퀴 돌아본 저는 아까 보여드렸던 풀밭쪽으로 내려옵니다. 정면 지름길 부들부들... 할 뻔 했지만, 돌아올라간 예쁜 부두의 사진을 얻을 수 있었으니 참습니다.







지나가면서 본 어떤 건물인데 경비원이 제목 빼입고 지키고 있어서 뭥미 싶어 봤는데 뭔지 모르겠어요. 미스테리다.







여긴 적혀 있는 PRESIDENTIN...을 딱 보면 아시겠지만 지도에 자그마치 '대통령궁'이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대통령궁이 그냥 시내 부두 옆에, 펜스 달랑 하나 두르고 있는 클라스에 지림;;



그래서 저도 아직 여기가 대통령궁인지 아닌지 확신을 못 내렸습니다. 믿을수가없어서...





굉장히 평화로운 모습의 대통령궁.










 이윽고 제가 향한 곳은 에스플라나디(Esplanadi)에요. 시장 광장에서부터 쭉 이어져있는, 도심 공원 같은 곳입니다. 항상 가보면 사람도 많고 뭔가 공연도 하고 있어요 ㅋㅋ







아까 햇살을 과잉으로 받았는지 심각하게 나른해진 오후, 여기서 뻗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참습니다.















에스플라나디 중앙에 있는 것은 핀란드의 민족 시인 루네베르그의 동상. 새가 머리 위에 앉아 있는 게 정말 평화로워서 흐뭇...






 그러나 저는 계속 앉아 있을 수가 없는 운명이었습니다. 잠시 쉬면서 풍광을 감상하자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는 사람도 없는 헬싱키에서 혼자 있는 주제에 이틀이라는 세월을 허송세월한 저는 그러한 잠깐의 휴식도 용납받지 못할 죄를 저지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물론 헬싱키 관광 타임어택도 아니고 이틀 낭비했다고 채찍질하는 건 좀 웃기지만, 유럽여행이라고 생각하니 부들부들... 다른 곳 갔다 올수도 있었다 생각하니 부들부들... 부들부들...



 그런데 이제 오후도 시간이 넘어가서, 늦기 전에 생필품을 사야지! 하고 발걸음을 돌립니다. 일단 목표는 헤어드라이어와 슬리퍼. 그런데 도저히 제값 주고 물건들 살 엄두가 안 나서, 중고매장을 가기로 하고 터벅터벅 걸어갑니다.











 이건 가다가 본 무료 화장실. 분명히 2년 전에 왔을 때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화장실이 유료였던 것 같은데, 이제 몇몇 건물 내 화장실을 제외하면 공중화장실은 대부분 무료로 바뀌었습니다. 개꿀ㅋ




 예전에 너무 화장실에 돈을 내기 싫어서 계속 참으면서 눈덮힌 헬싱키 시내를 터벅터벅 걸어다녔던 걸 생각하니 참... 감개가 무량...










 그런데 가다보니 갑자기 배가 고파졌는데 레스토랑은 도저히 꿈도 못 꾸겠고 카페에 들어갑니다 ...









 그리고 레스토랑에 들어가니 다른 음식은 꿈도 못 꾸겠고 결국 빵 하나 커피 한 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참 저의 상황을 잘 나타내는 사진이 아닐 수 없네요.



 

 여담이지만 핀란드는 세계에서 1인당 커피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입니다. 1인당 연간 소비량이 9kg라고 합니다. 도대체 왜케 커피를 많이 쳐묵쳐묵하는지 모르겠는데 요즘은 파티때문에 많이 먹는건가 싶음 ㅋㅋㅋㅋㅋㅋㅋ


 다만 전 요즘 위장이 안 좋아서 커피를 끊었습니다. 밀가루랑 술 먹으려면 커피라도 끊어야죠 ㅠㅠ








 이 때부터 갑자기 바람이 불고 추워지기 시작해서 우울해집니다. 그래서 사진이 별로 없나봐요. 일단 구글에서 찾은 중고매장 한군데를 가는데...








 그렇습니다. 사실 현지인도 중고가게 딱 맞게 가기 힘들텐데 헬싱키의 로빈슨 크루소인 제가 원하는 걸 딱 구할 턱이 있나.





 슬리퍼를 사려고 했는데 거의 없는데다 있는 건 굉장히 비쌉니다. 포기.





 아 진짜 슬리퍼 왜안가져왔지 이 글 쓰면서도 빡치네요.









 그래서 결국 메인 쇼핑 센터, 깜삐에 도착했습니다.



 깜삐는 매우 큰 건물 컴플렉스입니다. 사진에서도 건물이 여러개 쭉 늘어 있는 걸 보실 수 있죠. 처음엔 뭔가 엄청 비싼 느낌이었는데 그 정도까진 아니고... 그냥 찾기 귀찮을 때 가기 편한 중간 가격대 쇼핑몰인 느낌입니다. 건물 안에 마트도 있는데, 어제 만난 한국인 여자애가 삼겹살을 싸게 판다고 해서 지금 가볼까 생각중입니다. 이땐 그걸 몰랐지, 그래서 지금까지 올드보이처럼 감자만 까먹고 살았지...







 저는 일단 드라이어를 사기 위해 클라스 올손(clas ohlson) 매장을 찾았습니다. 각종 공구-생활가전류를 다 파는 매장이에요. 아쉽게도 슬리퍼는 없습니다 ㅠㅠ





 오오 크기 오오



 뭐 일개 쇼핑센터 안에 있는 건물이라 이케아와 빗댈 정도는 아니지만, 진열 구도 등이 이케아를 떠올리게 하네요.
















 제일 싼 토스터기 16.99유로. 신림동에서 제일 싸게 산 8,000원짜리 토스터가 한 학기가 지난 지금도 정상적으로 잘 작동하고 있는 걸 생각해서 바로 기각합니다. 



 근데 사실 뭐 후라이팬 등등 많으니 뭐 굳이 꼭 빵을 먹어야할 이유도없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토스트는 신 토스트다... 세뇌합니다...






 마침내 발견한 헤어드라이어.




 가정용은 21.95유로...!!!! 현재환율 한국돈 약 3만원..!










 이래야 노르딕 물가답지!






그림판... 그송합니다.




 역시 한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만원에 산 헤어드라이어를 몇년째 잘 써먹은 걸 생각하니 괜히 사기가 싫습니다.



 그런데 뭐 사실 이것만으로 노르딕 물가 어쩌구 하는 것은 되게 오바인게, 저는 한국에서 온갖 저가로 살 수 있는 수단들을 동원해서 샀지만, 여기서는 시내 한복판에 있는 쇼핑센터에 떡하니 왔으니까요. 1:1로 비교하는 게 무리긴 합니다.








 과연 3만원을 들여서 내가 머리를 좀 더 잘 말린다고 해봤자 내가 얼마나 더 잘생겨질 것인가? 그리고 그 미세한 잘생겨짐이 여기서 얼마나 큰 효용이 있을 것인가?에 대한 실존적인 고민을 하면서 한 시간을 배회한 결과, '나를 위한 선물'이라는 흔해빠지고 식상한 핑계로 결국 이 헤어드라이어를 사기로 합니다. 으아아아아 



























21.95유로면... 감자가 거의 30킬로그램인데 ㅠㅠ 







이땐 그걸 몰랐지 헤어드라이어와 맞바꾼 감자 30kg ㅠㅠ





물론 저때 산 헤어드라이어는 사흘에 한 번 꼴로 잘 쓰고 있습니다.








 그 다음 목표는 슬리퍼! 그래서 1층의 ANTTILA에 들어갔습니다. 보면 대부분 화장품이나 세면도구 종류인데, 좀 들어가서 음반 파는 곳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의류매장이 나옵니다. 저는 찾느라 굉장히 헤맸음... 사람은 많이 없었어요.






















 그리고 ...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저 10.54유로짜리도 찾고 찾아서 찾은 건데 웬지 엄청 성의없게 사기 싫게 만들어 둔 것입니다. 저거보다 좀만 더 퀄리티 좋으면, 비슷한 그냥 판때기 하나에 끈 두개 달려 있는 슬리퍼도 15유로, 20유로대...









ㅁㅊㄷ ㅁㅊㅇ...














 저는 여기서 또 실존적 고민에 빠집니다. 가난하다고 해서 발의 쾌적함을 모르겠는가? 그러나 도저히 집에서 3천원하는 삼선스레빠면 충분한데 저 돈을 주고 차마 살 수 없었던 저는 고민 끝에 슬리퍼를 포기합니다. 그리고 집에선 운동화를 구겨 신으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근데 이러다 보니 운동화 뒤쪽이 되게 빨리 부서짐. 그냥 여러분은 혹시 저런 상황을 맞이하게 되면 눈물나지만 피눈물 흘리면서 슬리퍼 사세요.ㅠㅠ


















 한 번의 구매와 한 번의 포기. 두 번의 선택의 기로에서 실존적 고민들을 깊은 단계로 하게 된 저는 이로 인한 피로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아파트로 돌아가는 메트로에 오릅니다.



 콘툴라 역 도착. 해가 지고 있네요.







 너무나도 큰 정신적 고통을 겪은 저는 도저히 뭔가를 해먹을 생각이 안 나 음식을 사 먹으려 하였으나... ①제일 가까웠던 그릴 고기집은 비싸고, ②패스트푸드는 먹기가 싫었으며, ③제가 늦었던 관계로 싼 집들은 문닫았습니다. 어헣




 그렇습니다. 아시안 웍 먹어보려했는데 문닫음. 게다가 가격표 보면 막 그렇게 싼 것도 아니에요. 여기선 가격을 볼 때마다 동일한 가격이 감자의 중량이 몇kg가 될 지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나누기 1.4!









 ... 그래서 하는 쇼핑. 이번엔 맥주 말고 사이더를 먹어 봅시다. 



 한국에서 '사이다'라는 단어가 탄산음료를 뜻하는 건 미국의 사투리에서 왔다고 해요. 유럽에서 Cider는 일관되게 사과주, 또는 과실주 전반을 뜻합니다. 그리고 전 사이더를 엄청 좋아함 ㅎ;ㅎ 프랑스에 가면 여러 종류의 Cider들이 있는데 다 되게 맛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시내 레스토랑에선 아무 것도 먹을 수가 없었고 오직 빵 한쪼가리 커피 한 잔밖에는 목으로 넘길 수 없었던, 불쌍한 자의 저녁식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에 산 건 그라브락스 말고 훈제연어...! 





 이 사진을 보니 노량진이 생각난다. 회 먹고 싶다.




 사실 연어가 좀 느끼하기 쉬운데 저는 올리브랑 같이 먹으니까 약간 덮이더군요. 



 ... 요리는 하기 귀찮고, 최대한 맛있게 먹으려고 발악을 한 모습.







근데 진짜로 맛있습니다. 맛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 와서 빵도 버터 감자도 버터 연어도 버터.... 정말 버터 중독될 것 같습니다. 어차피 살도 쪄야하고...







 그리고 또 피곤하고 식욕도 채운 저는 참... 동물적 욕구에 충실한 저는 스르르...잠이듭니다.









 과연 핀란드의 로빈슨 크루소 시리즈는 분량조절에 실패하지 않고 下편에서 끝을 맺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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